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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든리거-2화 (2/1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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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 강만식. 중학교 때까지 학교에서 축구선수로 뛰었습니다!”

“오, 그래 좋아 좋아. 축구선수 경력이 있다면 무조건 합격! 또!”

“이병 지태호. 고등학교 때 전국 체전당시, 도 대표로 출전한 경험이 있습니다.”

“오케이! 거기까지! 중대장님. 저 이 두 놈 데리고 가겠습니다.”

“그래. 데리고 가서 공부터 주지 말고, 밥부터 먹여라.”

“알겠습니다! 자. 날 따라와!”

1소대장 서재호의 박력은 남달랐다. 군인이며, 한 소대를 책임지는 인물이긴 하지만, 그 이상의 박력과 함께 부대원을 지휘하는 능력 또 한 탁월한 인물이었다. 하지만 그 모든 것이 오로지 축구에 의해 좌우된다는 점이 단점이며, 같은 대대, 같은 중대라 할지라도 그의 머릿속은 모두 자신이 맡은 1소대만을 위한 행동을 취한다는 것은 단점이었다.

“또 1소대군요. 이번에 있을 체육대회에서 축구는 또 1소대가 우승하겠네요.”

“매년 있는 체육대회지만, 벌써 15년 째 그 기록은 깨지지 않고 있습니다. 15년 동안 1소대를 맡은 소대장들이 마치 짜고 치는 고스톱처럼 모두 축구광이어서, 지금 서소위님처럼 가장 먼저 신병을 인도해 가는 바람에, 그 기록이 이어졌고, 중대장님 말씀처럼 이번에도 이어질 것 같습니다.”

중대장의 말에 이어 박만둘이 1소대의 전적을 읊었다. 마치 프로축구 명문클럽처럼 이미 군대에서는 최고 명문 소대로 알려진 1소대였으며, 1소대 인원만으로 연대 대표까지 꾸릴 수 있는 경지에 이르는 최고의 소대였다.

“전진. 교육 복귀가 늦었습니다. 이번에도 1소대가 먼저 다녀간 것입니까?”

곧 또 다른 소위가 경례와 함께 물었다.

“한 발 늦었네. 서소위가 두 명을 차출해갔어. 2소대도 두 명인 것 같은데, 잘 골라봐, 인재는 언제나 숨어 있는 것 아니겠는가.”

중대장의 말에 2소대장 이연호는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신병들을 보았다. 남은 다섯 명 중, 네 명을 유심히 보았지만, 그의 시선은 그 네 명 까지였다. 가장 마지막에 서 있는 추 강에게는 시선이 가지도 않았다.

“공…….차 본 놈.”

역시 질문은 같았다. 군대에서는 공만 잘 차도 군 생활 편하다는 옛말이 있었다. 그리고 그 말은 지금까지도 유효한 말이었다.

“이병. 여지석. 입대 전 축구동아리 회장이었습니다.”

“오호. 이런 숨겨진 보물을 1소대장이 놓친 것입니까? 완전 횡재입니다.”

이연호는 1소대장 서재호가 이런 보물을 두고 간 것에 의아해하며, 거물을 손에 넣은 것처럼 기쁜 표정을 지었다.

“이병 태만식. 공식적인 축구경력은 없지만, 축구라면 자다가도 일어나는 광입니다!”

곧이어 비교적 신체가 작은 태만식이 자신의 이력을 말하였다.

“음…….일단 보류. 너희 둘은?”

이연호는 여전히 추 강에게는 질문이 없었다. 나머지 두 사람에 마저 물었고, 그 둘은 축구 경력에 대한 그 어떤 말도 없었다.

“할 수 없네요. 축구광이라 하니, 그래도 생판 축구에 대해 모르는 놈보다는 낫겠죠. 이 두 놈으로 하겠습니다.”

이연호도 2소대에 배분된 인원을 선출하였고, 두 사람을 인솔하여 행정반을 나섰다. 2소대장 역시, 모든 것을 2소대를 중점으로 만들려는 인물이었다.

“이제 몇 소대 남았나?”

중대장이 물었다.

“세 명은 모두 3소대입니다.”

“3소대에 3명이나 가?”

이무연의 답에 중대장이 다시 물었다.

“네. 이번에 3소대는 제대자 1명이지만, 전출자가 4명입니다.”

“전출자…….그래 골치 아픈 일이 있었지. 참…….그러고 보니 그 문제로 공석이 된 3소대장도 오늘 오는 날 아닌가?”

신병을 인도받느라 공석이 된 3소대장의 자대발령을 까맣게 잊고 있었다.

3소대는 소대의 규율을 잡고 있었던 인물이 줄줄이 제대한 후, 사병 폭행 및 하극상으로 곧바로 네 명이 전출 갔고, 그로 인하여 소대장이 책임을 물어, 그 역시 타 대대로 전출 갔다.

벌써 1년이 좀 넘는 사이 소대장만 다섯 번째 교체가 된 소대였다. 15연대 중. 가장 말썽이 많았던 소대였으며, 소대원들조차 단합이라고는 찾기 힘든 고문관 소대이기도 하였다.

하지만 처음부터 3소대가 이런 문제점을 안고 있진 않았다. 그 어떤 소대보다 단결력도 좋았으며, 훈련 성과도 가장 뛰어난 소대였다. 하지만 일부 상급자들의 구타와 폭언에 의해 서서히 무너져 내렸고, 지금은 말 그대로 소대원들 간에도 대화가 거의 없는 소대였다.

“아무래도 이번 3소대 소대장 임명은 사단 측에서 잘 못한 것 같습니다.”

이무연이 금일 3소대장으로 임명된 인물에 대한 프로필 서류를 중대장에게 건네주며 말하였다.

“나도 미리 이야기는 들었어. 문제의 3소대를 휘어잡기 위해서는 그 어떤 인물보다 더 카리스마가 뛰어난 인물이 필요한데…….”

“여장교라 실망하셨습니까?”

중대장이 서류를 보며 홀로 중얼거리고 있던 사이, 행정반 문 앞에서 왜소한 체격에 나이에 비해, 앳돼 보이는 여인이 군복을 입고 서서 날카로운 음성으로 말하였다.

“그게…….아니라…….”

“정식으로 자대발령 신고하겠습니다. 전진! 소위 이세령. 소대장 교육을 마치고, 2015년 5월 4일부로, 1사단 15연대, 4대대, 15중대 3소대 소대장으로 임명을 명받았습니다. 이에 신고합니다. 전진!”

중대장은 갑작스레 행정반 문 앞에선 이세령의 말에, 당황하며 말을 얼버무리는 순간, 이세령이 정식 신고를 하였다. 그녀의 작은 체격에서 뿜어져 나오는 우렁찬 목소리에 중대장을 제외한 원사와 이무연이 놀란 눈으로 보았고, 신병들의 눈도 그녀에게 돌아갔다.

“자네가 여장교라서가 아니라…….”

“괜찮습니다! 그 말은 모두 잊겠습니다. 그리고 오늘 신병 중, 저희 3소대에 3명이 배정되었다고 들었습니다. 이 세 명입니까?”

이세령은 최태윤의 말을 또 자르고 나섰다. 그리고 행정반에 남아있는 신병 세 명을 고루 보며 물었다.

“그래. 총 일곱 명이었는데, 인재는 이미 1소대와 2소대에서 빼갔어. 남은 세 명이 자네의 소대원이야. 데리고 가게.”

“알겠습니다. 그럼 금일부로 소위 이세령은 3소대를 위하여 헌신하는 소대장이 되겠습니다. 그리고. 인재는 타고난 것도 있지만, 만들어지는 것도 있습니다. 사람의 겉모습에 모든 것을 판단하는 습관은 좋지 않습니다. 중대장님. “

이세령은 말에 가시를 담고 최태윤을 보며 말한 뒤, 행정반에 우두커니 서 있는 세 명의 신병을 인도하여 경례와 함께 행정반을 나선 뒤, 곧바로 3소대로 향하였다.

“정말 놀랐습니다. 중대장님.”

그녀가 신병을 데리고 행정반을 나선 후, 이무연이 최태윤을 보며 말하였다.

“시끄러. 그리고 앞으로 우리 중대는 대대장님의 집중 견제를 받을 것이다.”

“네? 무슨 말씀이십니까?”

박만둘이 물었다.

“사실…….이세령 소위. 세월이 지나긴 하였지만, 초면이 아니지 않습니까. 제가 조금 전 말하다 말았던 것인데, 3소대장이 여장교라 그러는 것이 아닙니다. 이세령소위. 조금 전처럼 당차게 신고하고 신병을 데리고 갔지만, 그 놈은…….군대에 어울리지 않는…….순둥이라는 거, 이미 원사님도 잘 알고 계시지 않습니까.”

“네?”

불과 조금 전 보았던 카리스마 넘치던 이세령이 순둥이라는 말에 이무연이 놀란 눈으로 최태윤을 보았다.

“낯이 익다했더니…….”

“아…….머리가 아프네요. 일단 오후에 특별한 교육도 없고, 또 신병인도와 함께 새로운 3소대장의 신고도 모두 받았으니, 잠시 쉬겠습니다.”

“네 중대장님.”

최태윤은 의자에 몸을 파묻듯 내려앉으며 말하였고, 원사 박만둘은 자신의 기억 속에 남은 말괄량이 고등학생이 그녀였다는 것을 이제야 기억에서 떠올리고 있었다. 그리고 곧 최태윤의 물음에 답한 후, 행정반을 나섰다.

“소대 차렷!”

이세령이 신병 3명과 함께 3소대에 들어섰다. 이미 3소대도 새로운 소대장이 여장교라는 말을 들었고, 점심시간 전후로 소대에 도착한다는 보고까지 들었기에, 그녀가 들어서자마자 모든 준비를 마치고, 선임 분대장이 소대 통솔을 하고 있었다.

“소대장님께 경례!”

“전진!”

선임 분대장인 병장 연동훈이 외쳤고, 소대원 전체가 힘찬 함성과 함께 경례하였다. 이세령은 놀란 눈을 휘둥그레 뜨며 잠시 망설이고 있었고, 이내 연동훈의 경례를 받아주었다.

“3소대. 보고자. 병장 연동훈 외 총 인원 15명. 사고 무. 휴가 무. 근무 무. 총 16명. 인원보고. 번호!”

“하나, 둘, 셋, 넷, 다섯, 여섯…….열다섯 번호 끝!”

연동훈의 보고에 이어 소대원 전체 인원보고가 이어졌다. 총 16명의 구성되었으며, 각 분대별 인원이 나눠져 있지만, 2분대에 공석이 가장 많았다.

모든 보고를 받은 이세령의 쉬어 라는 말과 함께, 연동훈이 복명복창을 하였고, 모든 소대원들이 열중 쉬어자세를 취하였다.

“오늘부로 소대원들과 함께 3소대의 일원이 된 소대장 이세령이다. 그 동안 3소대의 모든 내용도 보고받아 알고 있다. 하지만 과거에 집착하진 않을 것이다. 앞으로 3소대는 지난 과거의 그 어떤 아픔도 모두 잊고, 좋은 추억만을 간직한 채, 가장 뛰어난 3소대로 거듭날 수 있도록 함께 노력해주기 바란다.”

이세령은 소대원들을 향해 자신의 임명 소감을 말하였다. 행정반에서 중대장 최태윤을 향해 우렁찬 목소리로 신고한 것처럼 정확한 발음과 강렬함으로 자신을 표현하였고, 그녀의 말이 끝나자, 소대원들 전부 큰 박수로 그녀를 맞이해 주었다.

이는 조금 전, 최태윤이 말하였던 최고 고문관소대라 느낄 수 없는 단합이며, 분위기였다. 또 한 이세령이 여린 여인이라는 최태윤의 말이 무색할 정도로 여전히 박력 넘치는 목소리로 소대원들에게 자신을 알렸다.

“그리고 오늘 새로 자대배치를 받은 신병이다. 각자 소대원들에게 인사하도록.”

이세령이 길을 열어주었고, 세 명의 신병이 나란히 섰다.

“아주…….엄청난 조합이네. 난장이에 거인에, 뚱보…….미치겠다.”

아직 세 사람의 신고가 시작도 하지 않은 상태였다. 조금 전까지 이세령을 향해 힘차고 우렁찬 목소리로 경례하였던 선임 연동훈이 세 사람을 노려보며 홀로 중얼거렸다. 조금 전까지 느끼지 못하였던 최태윤의 말이 단 번에 세령에게 와 닿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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