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3장 라이안의 정찰
포르베 영지.
영지성 성문을 향해 어두운 로브를 입은 채 말을 타고 급히 달려오는 두 사람이 있었다.
시간이 늦어 이미 외성의 문은 닫혀 있는 상황이었다.
성벽 위에 있는 몇몇의 병사들이 말을 타고 오는 이들을 의아하게 생각하며 쳐다보고 있었다.
“뭐지? 전령인가?”
“흠… 글쎄… 아직 잘 안 보이는데?”
그런데!
그들 뒤로 멀찌감치 수많은 말들이 달려오고 있는 것이 아닌가?
“뭐, 뭐야?”
“어서 비상을 알려!”
한 병사가 자신의 목에 걸려 있는 뿔피리를 급히 불었다.
뿌우우우우!
“정체불명의 무리가 오고 있다! 비상!”
수면을 취하고 있던 영지성의 병사들은 비상 신호를 들으며 급히 자리에서 일어나 자신들의 무기를 챙기기 바빴다.
성벽에 있던 병사가 한참을 앞서서 달려오는 두 사람에게 소리쳤다.
“멈추어라! 멈추지 않으면 활을 쏠 것이다!”
하지만 두 사람은 멈추지 않았다. 곧 그들 중 한 사람이 로브를 벗어 자신의 모습을 보이며 소리쳤다.
“문을 열어라! 난 이 성의 주인이다!”
그 소리에 병사들이 우왕좌왕했다.
“뭐라고 하는 거야?”
“자기가 이 성의 주인이라고 하는데?”
병사들이 서로 수군거리고 있을 때 한 기사가 성벽으로 올라와 말하는 자를 확인했다.
이내 기사는 화들짝 놀라며 서둘러 병사들에게 명령했다.
“활을 거두어라! 앞에 계신 분은 우리의 성주님이시다!”
“헉! 성주님이시라고요?”
“뭣들하고 있는 것이냐! 어서 문을 열어드리지 않고!”
그랬다.
그들은 바로 바치스 공작으로 인해 허술해진 히매인 왕국의 왕성을 탈출한 와이파른 후작과 팔튼이었다.
팔튼이 뒤를 돌아보니 약 100여 명의 기사들이 추격해 오고 있었다. 얼마 안 있으면 당도할 상황이었다.
와이파른 후작이 얼굴을 굳히며 소리쳤다.
“어서 문을 열지 않고 무엇 하는 것이냐!”
뒤에서 쫓아오는 기사들 중 가장 앞에 선 자가 크게 소리쳤다.
“들어가게 놔두어서는 안 된다! 석궁을 쏘아라!”
슈슈슈슈슉.
슈슈슈슈슉.
아직 외성의 성문이 열리지 않은 상황에서 화살 세례를 맞게 생긴 와이파른 후작과 팔튼은 서둘러 최대한 성문에 붙으며 칼을 휘둘렀다.
창! 차장!
창!
“크윽!”
화살 하나가 날아와 와이파른 후작의 팔을 스치자 그는 신음을 토해냈다.
“아버지, 괜찮으십니까!”
팔튼이 급히 자신의 검에 오러블레이드를 일으켜 와이파른 후작의 앞을 막으며 또다시 날아오는 화살을 막아갔다.
팔튼이 휘두르는 오러에 날아오던 화살은 가루가 되어 바람에 날렸다.
그때 성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털컹.
그그그그극.
“성주님, 어서 들어오십시오!”
“이놈들아, 너무 늦었지 않느냐! 어서 올라가서 저들에게 활을 쏘라고 명하라!”
와이파른 후작과 팔튼이 서둘러 성문 안으로 들어가자 성벽 위에서는 석궁을 쏘며 달려오는 자들에게 화살을 날렸다.
“공격하라!”
슈슈슈슈슉.
슈슈슈슈슉.
수많은 화살들이 하늘을 메우며 그들에게 날아들었다.
텅, 터덩, 텅.
푹!
“크악!”
기사들의 갑옷 사이로 파고드는 화살에 몇몇 기사들이 쓰러졌다. 가장 앞에 있던 기사는 날아오는 화살에 칼을 휘두르며 소리쳤다.
“이미 늦었다! 후퇴한다!”
“후퇴하라!”
너무 많은 화살이 날아오자 기사들은 더 이상 전진하지 못하고 뒤로 물러섰다.
외성의 성문 안으로 들어선 와이파른 후작은 왼쪽 팔에서 피를 흘리고 있었다.
그와 팔튼이 말에서 내리자 약 10여 명의 기사들이 달려와 그들에게 인사했다.
“영주님, 이게 도대체 어떻게 된 일입니까?”
포르베 영지의 기사단장인 올랜도가 영문을 물었다.
“데브릭 공작이 드디어 흑심을 드러내 반역을 꾀했다. 국왕전하를 시해하고 왕성을 점령했다.”
“아니, 데브릭 공작각하께서 말입니까?”
“각하는 무슨! 그자는 반역자일 뿐이다! 크윽!”
기사단장인 올랜도가 와이파른 후작의 팔을 보더니 서둘러 명했다.
“영주님께서 다치셨다. 어서 영주님을 성으로 모시어라!”
“이쪽으로 오십시오.”
두 명의 기사가 와이파른 후작을 부축했다.
“어서 포션을 가져오고 신관을 불러와!”
병사들과 기사들이 빠르게 움직이자 와이파른 후작이 고개를 흔들며 말했다.
“부산 떨 것 없다. 그리 큰 상처도 아니다.”
그 말에 팔튼이 다가와 말했다.
“우선은 제가 기사들과 병사들을 맡아 지위하겠습니다. 상처부터 치유하시지요.”
이곳 세계에서는 작은 상처에도 목숨을 잃을 수 있었다.
운이 좋은 경우에는 상처가 저절로 나을 수도 있으나 어떤 경우에는 감염이 되어 상처가 썩어가기 때문이다.
“알겠다. 당장 왕성으로 쳐들어가야 하니 군사들을 잘 정비해두길 바란다. 바치스 공작각하가 걱정되는구나.”
“알겠습니다.”
팔튼 역시 바치스 공작이 걱정되는 것은 마찬가지였다.
빈틈이 없어 탈출하기 힘들었던 상황에서 북문을 지키던 기사 몇몇이 남문으로 이동했었다. 물론 자신들은 북문을 지키던 기사들을 해치우고 안전하게 탈출할 수 있었으나 바치스 공작은 분명 잡혔을 것이라 생각했다.
팔튼은 자신의 품속에 손을 넣어 하나의 문양이 그려져 있는 패를 꺼내었다.
“이것만 있으면 스피린 영지의 군사들을 움직일 수 있다고 했으니 승산이 아주 없는 것은 아니로군.”
하지만 왕성은 보호마법이 걸려 있는 데다 그 어떤 성들보다 점령하기 힘든 난공불락의 성이었다. 부족한 병력에 왕성 안에는 수많은 귀족들이 인질로 잡혀 있었고 공성전을 해야 할지도 모르니 힘든 싸움이 될 것이 분명했다.
팔튼이 올랜드 단장를 보며 말했다.
“기사단장.”
“하명하십시오, 후작각하.”
“지금 당장 이곳 포르베 영지의 모든 군사들을 소집해주시오. 그리고 기마부대와 궁수부대의 정비를 부탁합니다. 난 마법사부대와 기사들을 정비하겠소.”
“알겠습니다.”
서둘러 마법사들이 있는 곳으로 말을 타고 가는 팔튼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올랜드 단장이 중얼거렸다.
“아주 듬직해지셔서 돌아오셨습니다, 도련님…….”
이곳을 떠날 때만 해도 예비기사의 수행을 나섰던 팔튼이었다. 그런데 이제는 마스터급으로 후작위에 올라 있었으니 팔튼에게 가장 처음 검을 가르친 올랜드 단장으로서는 뿌듯할 수밖에 없었다.
그는 이내 고개를 흔들어 정신을 차리고 병사들에게 명을 내리기 바빴다.
“어서 기마부대 대장과 궁수부대 대장을 불러오너라! 서둘러라!”
“넵!”
팔튼이 왕성으로 병력을 몰고 오고자 군사들을 정비하고 있을 때 라이안은 왕성이 어두워지기만을 기다렸다. 그리고 한참의 시간이 지나 깊은 어둠이 몰려왔을 때 투명화마법인 인비져빌리티를 시전하여 모습을 감춘 채 왕성 근처로 다가갔다.
수많은 병사들이 외성 밖에서 진을 치고 있어 안으로 들어서기 힘들어 보였다.
하지만 병사들은 라이안의 모습을 볼 수 없었다.
어두워지기 직전 약간의 이슬비가 내려 땅이 젖어 있었으나 은연중 초상비와 비슷한 경공을 펼친 라이안은 발자국조차 남기지 않고 이동하는 것이 가능했다.
‘왕성의 외벽 위를 통해 안으로 들어선다면 분명 보호마법이 발동할 것 같고…….’
라이안이 왕성의 외벽을 통해 안으로 들어가려면 마나를 사용하는 수밖에 없었다.
왕성의 보호마법은 마법을 막는 것이 목적이었기에 라이안이 들어선다면 분명 어떠한 반응이 나타날 것이었다. 그러면 왕성 안에서 침입자에 대한 경비를 강화할 것이 아닌가?
대부분의 황성과 왕성에는 수많은 마정석을 사용해서라도 이 보호마법을 걸어놓았다. 누군가 텔레포트로 왕성에 침입해 국왕에게 해를 가할 지도 모르고 블링크만으로도 침입이 가능했기에 그것을 막고자 만들어 놓은 방비였다.
현재 라이안은 병사들 사이에 서 있었다.
“후우…….”
라이안은 자신도 모르게 한숨을 내뱉었다.
라이안의 오른쪽에 서 있던 병사가 라이안의 왼쪽에 서 있던 병사에게 웃으며 말했다.
“무슨 걱정이 있기에 그리도 한숨을 쉬는 거야?”
“응? 내가? 난 자네가 한숨을 뱉은 것으로 들었는데?”
“그래? 잘못 들었나?”
잘못 들었을 리가 있겠는가?
둘이 동시에 들었으니 절대 잘못 들은 것은 아니었으나 그들은 그냥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그들의 대화에 놀란 라이안은 자신의 입을 틀어막았다.
‘에구… 걸릴 뻔했네… 그건 그렇게 이들은 밖에만 있으니 안의 상황은 모를 것이고… 어쩌지?’
그렇게 마냥 서서 어떻게 하면 왕성 안에 있는 상황을 알 수 있을까하고 생각하고 있을 때였다. 성문의 작은 문이 열리며 가사 하나가 걸어 나왔다.
‘으음?’
기사가 외성 밖으로 나오자 병사들은 자세를 바로 했다. 그들은 지금 나오는 기사를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조금만 심심하면 밖으로 나와 병사들에게 자세가 불량하다느니 기강이 풀어졌다느니 말하며 폭행을 일삼는 자였기 때문이다.
“어흠, 잘하고 있는 것인가?”
묻는 말투였지만 그 말에 대답하는 병사들은 아무도 없었다.
그는 병사 하나하나를 쳐다보며 뭔가 트집을 잡을 것이 없나 찾고 있었다.
그의 시선을 받은 병사들은 모두들 식은땀을 흘렸다.
별로 딱히 트집 잡을 것이 없다고 생각한 기사는 입맛을 다셨다.
“잘하고 있군. 어흠.”
몸을 돌려 안으로 들어가려던 기사는 잠시 걸음을 멈추고 두리번거리더니 다른 방향으로 걸어갔다. 갑자기 소변이 마려웠기 때문이다.
기사가 한쪽으로 사라지자 그곳에 있던 병사들이 작은 목소리로 기사를 욕했다.
“개자식 같으니. 틈만 나면 기어 나와서 괴롭히니 이거 병사를 그만두던가 해야지.”
“그러게 말일세. 이틀 전에 저 자식한테 맞은 허리가 아직도 쑤시는군.”
“아, 그러고 보니 이틀 전에는 자네가 당했지?”
“젠장, 생각도 하기 싫다네.”
모습을 감추고 병사들의 말을 듣던 라이안이 눈을 빛내며 소변을 보려고 한쪽에 몸을 감춘 기사에게 다가갔다.
‘상당히 나쁜 짓을 많이 하고 다니는 놈이군.’
라이안은 소변을 보고 있던 기사의 옆에 서서 주위를 둘러보았다.
‘딱 좋은 위치군. 보는 사람도 없고.’
툭툭.
라이안은 모습을 감춘 채 기사의 어깨를 건드렸다.
“뭐, 뭐야?”
소변을 보며 뒤로 살짝 돌아본 기사는 고개를 돌려 주위를 둘러보았다. 하지만 그의 눈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이상하네…….”
갑자기 뭔가 소름이 돋았다.
‘유, 유령인가?’
겁을 집어먹어 마음이 급해진 기사는 서둘러 소변을 보던 것을 끝내고 몸을 흔들어 털었다. 그래도 유령은 무서웠던 모양이다.
기사가 바쁘게 몸을 돌려 왕성이 있는 곳으로 걸어가려고 하던 순간이었다. 그는 크게 놀라며 헛바람을 들이켜야 했다.
“헉!”
갑자기 눈앞에 붉은 눈이 나타나 자신을 쳐다보고 있는 것이 아닌가?
기사는 멍해진 눈으로 그 붉은 눈을 바라보고 있을 뿐이었다.
“걸려들었군. 역시 섭혼술은 이럴 때 쓸모가 있다니까? 그럼 한번 물어볼까?”
그랬다.
라이안은 섭혼술을 이용하여 기사로 하여금 왕성 안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알아보려고 하는 것이었다.
“네 이름이 무엇이냐?”
“제 이름은 디제르입니다.”
“제대로 걸렸군. 좋아, 그럼 지금부터 왕성의 상황을 말해보아라.”
기사는 모든 기사들과 병사들이 왕성 전체를 감싸고 있으며 그것은 내성 또한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그리고 외성에 있는 기사들조차 내성의 출입이 어려울 정도로 경비가 삼엄하고 국왕파 귀족들이 인질로 잡혀 있다는 말까지 해주었다.
“국왕전하께서는 안전하신가?”
기사는 아무런 말을 하지 않았다. 모른다는 뜻이었다.
최하위의 계급에 있는 기사여서 그런지 내성의 일은 잘 모르는 듯했다.
“모르나? 아무튼 더럽게 굴러가고 있었군. 그렇다면 와이파른 후작님과 팔튼 후작은 어찌 되었는가?”
“바치스 공작이 탈출하다가 들킨 틈을 타 도주했습니다.”
“그렇다면 지금쯤 포르베 영지에 가 있겠군. 가장 안전한 곳이 될 테니… 그렇다면 바치스 공작님은 어찌 되었지?”
“그는 부상을 당한 채 가족들과 감옥에 갇혀 있습니다.”
“가족들하고 같이? 가족들은 당연히 스피린 영지에 있어야 되는 것 아닌가?”
라이안의 물음에 기사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역시 모르는 내용이었기 때문이다.
“그러한 것들을 주도하는 자가 누구지?”
“데브릭 공작과 라핀 후작입니다.”
“역시 귀족파의 수장들이군. 반란이라… 그들이 왕성을 차지하려면 어느 정도의 명분이 필요할 것인데… 어찌하려 하는 것일까…….”
알 수 없었지만 라이안은 우선 돌아가야겠다고 생각했다.
“이 녀석을 어찌 해야 좋을까…….”
병사들을 바라본 라이안은 다시 기사를 보며 웃었다.
“후훗, 너는 지금부터 나를 만나 했던 모든 것을 잊게 될 것이다. 그리고 앞으로 너보다 신분이 낮은 병사들을 좋아하게 될 것이며 너도 모르게 잘해주게 될 것이다.”
라이안은 자신에 대한 기억을 지움과 동시에 한 가지를 각인시켰다. 그러고는 순식간에 기사의 앞에서 사라졌다.
기사는 잠에서 깨어나듯 갑자기 정신을 차렸다.
“응? 내가 왜 이러고 있지? 갑자기 무척 피곤하군.”
기사는 곧 성벽 쪽으로 다가가며 병사들에게 말을 걸었다. 왠지 그들이 안타깝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피곤하지? 힘들겠지만 조금만 더 수고해주게나.”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하는 기사의 말에 병사들은 멍하니 기사를 바라볼 뿐이었다. 게다가 사람 좋은 미소까지 지어 보이는 것이 아닌가?
“내 야참이라도 가지고 오라고 시켜놓겠네.”
그렇게 말하며 들어가는 기사를 보며 병사들이 수군거렸다.
“저게 미쳤나?”
“지금 내가 잘못 본 거지? 저게 미치지 않고서야!”
“아냐, 조심해야 돼. 저놈이 이제는 트집 잡을 것이 없어 수를 쓰는 건지도 몰라.”
“그, 그럴지도 모르겠군.”
병사들은 갑작스럽게 착해진 기사를 더욱 의심했지만, 시간이 조금 지난 뒤 진짜로 야참이 나오는 것을 보며 모두 멍해질 수밖에 없었다.
* * *
다음날 아침.
아침 일찍 일어난 헤인드와 디로안, 그리고 라드이라는 각자 자리를 잡으며 운기행공을 했다. 그것이 그들이 아침을 맞이하는 방법이 된 지도 상당한 시간이 흘렀다.
한참의 시간이 지나자 하나씩 눈을 뜨기 시작했다.
가장 먼저 눈을 뜬 디로안이 상쾌한 미소를 지었다.
그런데…….
“으음?”
디로안의 눈에 들어온 이상한 광경이 있었다. 항상 자신들이 방에서 운기를 하고 있을 때 밖에 나가서 검을 휘두르던 이즈리스 남작이 자신들과 같은 모습으로 앉아 있는 것이 아닌가?
헤인드 또한 눈을 뜨더니 이즈리스 남작을 보며 놀라워했다.
“남작님도 심법을 배웠었나?”
헤인드가 디로안에게 물었지만 디로안 역시 알 길이 없었다.
그들이 지켜보고 있는 가운데 라드이라 역시 눈을 떴다. 그리고 헤인드와 디로안이 이즈리스 남작을 살피고 있는 모습을 보았다.
“뭐하고 있는 거야?”
“응? 아, 아무래도 이즈리스 남작님께서도 심법을 배우신 듯해서.”
헤인드의 말에 라드이라 역시 조금은 관심이 갔다.
그때였다. 아주 조금의 시간이 지나자 이즈리스 남작의 몸에서 정전기가 흐르는 듯한 소리가 들려오는 것이 아닌가?
“엇!”
“뭐지?”
탁, 타닥.
치지직!
점점 소리를 높여가던 정전기는 차차 강한 전기가 되어 이즈리스 남작의 몸에서 흘러나왔다.
헤인드와 디로안은 이즈리스 남작의 가까이 있다가 서둘러 뒤로 물러났다.
지지지직.
지지지직.
이즈리스 남작의 몸에서 일어나는 현상을 신기한 듯 바라보고 있던 세 사람은 곧 이즈리스 남작이 눈을 뜨는 것을 확인했다. 그러자 그의 몸에 흐르던 전기가 거짓말처럼 사라져버렸다.
이즈리스 남작은 상쾌한 느낌을 받으며 눈을 떴다. 그리고 곧 세 사람이 자신을 쳐다보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음? 다들 왜 그러고들 있는 거지?”
참을성 없는 헤인드가 이즈리스 남작이 깨어나자 가장 먼저 물었다.
“남작님, 남작님도 심법을 익힌 것입니까?”
헤인드의 물음에 남은 두 사람도 이즈리스 남작의 대답을 기다렸다.
이즈리스 남작은 살짝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와! 축하드립니다.”
“잘되었습니다. 축하드립니다.”
“고맙네.”
이즈리스 남작은 이들이 자신들의 일처럼 기뻐해주는 것이 고마웠다.
헤인드가 웃으며 어찌된 영문인지 물었다.
“심법은 어떻게 배우시게 된 건가요?”
“하하하, 내 스승님께서 가르침을 내려주셨다네.”
“역시나 갈 할아버지셨군요.”
디로안 역시 궁금한 것을 물었다.
“남작님, 그런데 남작님이 운기를 하실 때 아주 약간의 라이트닝이 흐르는 듯했습니다. 어떻게 된 거죠?”
“그랬었나? 나도 잘은 모르지만 스승님의 말씀으로는 내가 배운 심법이 천뢰신공이라고 하더군. 아마도 라이트닝을 다루는 마나심법인 듯하네.”
이즈리스 남작의 말에 헤인드가 무척이나 신기해하며 말했다.
“와, 그거 대단한데요? 그럼 혹시 검을 휘두를 때마다 라이트닝이 흘러나오는 것 아닙니까? 스치기만 해도 모두 감전이 되어버리게 말이죠. 하하하.”
물론 그냥 해본 소리였다.
그러나 이즈리스 남작은 갈천혁에게 들었던 것을 그대로 말해주었다.
“스승님의 말씀대로라면 그렇게 된다고 하시더군.”
“헉, 정말입니까?”
디로안 역시 놀라며 말했다.
“그, 그렇다면 남작님이 드는 검들은 모두 라이트닝이 걸려 있는 마법 검이나 다름없겠군요.”
“하하하, 그게 그렇게 되는 것인가?”
평소에는 이즈리스 남작이 그들을 부러워했으나 이제는 반대 상황이 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