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0장 루시 공주의 신성력
펠랜은 몸을 허공에 띄워 가까스로 로빈슨의 검을 피했다. 하지만 크게 타오르는 듯한 검을 다 피하지는 못했는지 팔 한쪽이 조금 찢기었다.
“펠랜!”
스아악.
창!
차장!
이에 바테르가 재빨리 로빈슨을 공격했다.
로빈슨은 여유롭게 공격을 막고 오히려 바테르를 공격해 들어갔다.
바테르는 성기사들과는 격이 다른 로빈슨의 공격 속도에 힘겨움을 느꼈다.
일대일이라면 이길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주위에 있는 성기사들까지 덤벼들어 그들의 상처는 점점 늘어만 갔다.
칸드는 지도에 표시된 곳으로 속력을 다해 달려가고 있었다.
뒤쪽에서 엄청난 신성력이 느껴졌다. 동료들이 걱정되었지만 어쩔 수 없었다.
“조금만 더 버텨라.”
저 멀리 커다란 문이 보였다. 그리고 그곳을 지키는 네 명의 성기사도 확인할 수 있었다.
네 명의 성기사들은 칸드를 보고 신성력을 일으키며 검을 뽑았다.
“이곳은 지나갈 수 없다! 마족!”
“죽기 싫으면 물러나라!”
빠르게 달려드는 칸드의 몸에서 뼈가 부러지는 소리가 들려왔다. 전투 상태로 변신하려고 하는 것이었다.
칸드의 변신 모습은 무척이나 깔끔했다.
박쥐의 것과 같을 것이라 예상했던 날개는 아닌 새의 것과 같았다. 변신한 얼굴은 전보다 더 매끄럽고 멋있었다. 몸은 조금 마른 듯하면서도 탄탄한 근육들로 이루어져 있었다.
만약 몸이 하얗기만 했다면 신족으로도 볼 수 있었으리라.
칸드는 자신의 다리 한쪽에서 무기로 보이는 날카로운 것을 뽑았다. 검은색 검이었다. 손잡이가 없는 것 같았지만 날이 있었다. 마치 육체의 일부인 것 같았다.
창!
차장!
칸드가 눈으로 식별하기 힘들 정도의 속도로 성기사들을 공격해갔다.
상당히 빠르고 강한 공격이었기에 성기사들은 가까스로 칸드의 공격을 막아냈다.
“만만치 않군.”
칸드는 모르고 있었다. 이들이 다음 대의 사천사장을 물려받을 인재들이라는 것을.
대성관이 혹시나 싶어 미리 이들에게 혼돈의 칼자루를 지키게 했던 것이다.
하지만 칸드는 최상급 마족이었다.
그는 네 명의 성기사들을 강하게 몰아붙였고 성기사들은 밀리고 있었다.
“마족이 이곳에서 이렇게 큰 힘을 사용할 줄이야. 크윽!”
오히려 공격하는 쪽이 칸드였고 겨우겨우 막고 있는 쪽이 성기사들이었다.
한참을 싸우다가 결국 한 성기사에게서 비명이 터져 나왔다.
“크악!”
비명과 함께 팔 하나가 날아들었다. 그리고 곧 비명을 지른 성기사의 머리도 날아들었다. 겨우겨우 버티던 그들의 한계점이 온 것이었다.
한 명의 성기사가 죽자 나머지 성기사들이 힘을 다해도 칸드의 공격을 막을 수 없었다.
“크악!”
“크악!”
“죽어라, 마족!”
“어림없다!”
두 명의 성기사가 몸을 관통당해 죽자 마지막으로 남은 성기사가 있는 힘을 다해 검을 휘둘렀다.
창!
그들은 서로 부딪쳤다. 그리고 상대방이 있던 자리에 서 있게 되었다.
성기사는 동상이 되어버린 듯 움직이지 않았다.
칸드는 한쪽 무릎을 꿇고 있다가 조용히 몸을 일으켰다.
“인간치고 제법이었다.”
칸드의 말과 함께 성기사의 몸이 사선으로 갈라졌으며 피가 터져 나왔다.
턱.
터덕.
상체의 한 부분이 떨어졌고 동시에 다리도 쓰러지며 탁한 소리를 냈다.
칸드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문을 열었다.
츠즈즈즈즉.
“젠장, 이곳도 신성력으로 봉인되어 있군.”
칸드가 문에 손을 대자 마치 뜨거운 무엇인가를 만진 것처럼 연기가 났다.
그는 뒤로 한 발짝 물러나 커다란 문에 검을 휘둘렀다.
콰광!
스으으으윽.
심한 충격에 여기저기에서 먼지가 흘러나왔다.
하지만 문은 견고했다.
“있는 힘을 다해야겠군.”
칸드는 자신의 모든 마력을 검에 집중했다.
이렇게 모든 힘을 쏟았던 경우는 마계에서 지금의 위치에 오르기 위해 했던 최상급 마족과의 결투 외에는 없었다.
칸드의 몸 주위로 흐르던 마력은 곧 그의 검으로 흘러들었다.
스걱!
모든 마력이 검으로 흘러들었다고 생각한 순간 무엇인가가 스치는 소리와 함께 칸드의 자세가 달라져 있었다.
검을 휘둘렀단 말인가?
“됐군.”
칸드는 서둘러 문의 위쪽을 밀었다. 그러자 문이 사선으로 떨어져 나갔다. 봉인이 깨어진 것이다.
그가 안으로 들어서자 유리관 안에 들어있는 칼자루가 보였다.
“이것이로군.”
챵그랑!
칸드가 유리관을 부수고 혼돈의 칼자루를 손에 쥐었다.
“날만 없을 뿐이지 작은 칼과도 같군. 날이 가운데로 들어가는 것인가?”
혼돈의 칼자루는 베는 것은 불가능해도 찌르는 것은 가능할 것처럼 작은 칼이었다.
“서둘러야겠군.”
칸드는 혼돈의 칼자루를 챙긴 후 그 자리에서 사라졌다.
베이모스는 계속해서 마력을 쏘아내며 성기사 하나를 잡아 휘두르고 있었다.
베이모스를 공격하던 성기사 중 한 성기사가 베이모스의 손에 잡힌 성기사의 상태를 자세히 살펴보았다.
“크윽! 잡힌 기사는 이미 목숨을 잃었다! 공격하자!”
베이모스에게 잡힌 성기사의 목은 이미 꺾여 있었다.
베이모스는 달려드는 성기사들에게 자신이 잡고 있던 성기사의 시체를 집어던졌다. 하지만 성기사들은 그것을 피하며 베이모스에게 달려들었다.
대성관은 피해만 속출한다고 생각하며 성기사들의 뒤에서 싸움을 지켜보고 있던 대신관의 앞으로 걸어갔다.
“대성관님, 위험합니다!”
“아니다, 난 괜찮다.”
어느 정도 앞으로 걸어간 대성관이 곧바로 신성력을 모았다.
대성관이 신성력을 모으자 베이모스는 몸이 극도로 무거워짐을 느꼈다.
“크윽! 이 신성력은 아까의……!”
자신들이 잠입할 때 느꼈던 신성력임을 알아차린 베이모스는 점점 밝아지는 대성관의 신성력으로 인해 고통스러웠다.
“젠장!”
스걱!
스걱!
피한다고 피하고 있었지만 성기사들의 공격으로 몸 여기저기에 상처가 늘어가고 있었다.
일반 상처였으면 금방 아물었을 것이나 신성력이 담긴 공격이라 상처는 아물지 않았다. 게다가 고통은 더욱 컸다.
그 순간!
대성관이 두 손을 내밀자 태양과도 같은 섬광이 베이모스를 덮쳤다.
“크아아아악!”
그로 인해 베이모스는 엄청난 고통을 느끼며 몸을 움직일 수조차 없게 되었다.
그리고 뒤로부터 많은 양의 신성력을 부여받은 성기사들은 더욱 강한 힘을 얻고 베이모스의 몸에 검을 꽂아 넣었다.
푹.
푸욱.
수십 명의 성기사들이 베이모스의 몸에 달라붙어 검을 꽂자 베이모스가 뒤로 쓰러졌다.
“끄으으으윽…….”
쿵!
“마족을 죽였다!”
뒤에 있던 성관들과 대신관들이 환호성을 질렀다.
“마족을 무찔렀다!”
“와아아아!”
“역시 대성관님이시다. 그렇게 엄청난 신성력을 발산하시다니!”
성기사들이 베이모스의 몸에서 검을 뽑자 베이모스의 몸이 서서히 말라가더니 이내 검은 먼지로 화했다.
소멸된 것이었다.
다른 곳이었다면 이들의 열 배가 덤볐어도 이겼을 것이다. 하지만 자신이 불리한 상황에다 더욱 강해진 성기사들로 인해 이렇게 생을 마감하는 베이모스였다.
빠르게 빠져나오고 있던 칸드는 사라진 하나의 마기를 느끼며 얼굴을 굳혔다.
“빌어먹을!”
펠랜과 바테르 역시 몸 곳곳에 상처를 입은 상태였으며 얼마 버티지 못할 것만 같았다. 성기사들이 계속해서 죽어나가고 있었으나 그들 역시 힘이 빠져나가고 있음을 느꼈다. 게다가 조금 전 위로부터 엄청난 신성력이 뻗어 나와 그들을 더욱 힘들게 했다.
대성관이 신성력을 일으켰기 때문이다.
그렇게 위태로운 전투를 하고 있는 그들에게 힘을 주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펠랜! 바테르! 이곳에서 벗어난다!”
“칸드!”
위태로운 그들을 양쪽 팔에 낀 칸드가 한쪽 창문을 향해 뛰어들었다.
콰직!
차장창!
“잡아라! 놓치지 마라!”
“마족을 잡아라!”
다른 성기사들과 대성관이 위층에서 아래로 내려왔으나 이미 늦었음을 깨달았다.
대성관은 생각했다.
‘이들은 4층과 2층을 막았다… 역시 혼돈의 물건을 노렸단 말인가?’
대성관이 서둘러 성기사들에게 명했다.
“성기사들은 3층에 있는 봉인의 문을 확인하라. 서둘러라!”
대성관의 말에 성관들이 대성관에게 다가왔다.
“혹시 저들이 노린 것이 혼돈의 물건입니까?”
“혼돈의 물건을 빼앗긴다면 저들이 먼저 혼돈의 신녀를 찾게 됩니다! 그렇게 되면 신탁대로 되는 것이 아닌지요?”
성관들의 말을 듣던 대성관은 그들을 진정시켰다.
“기다려보시오. 성기사들이 확인하고 올 것이오.”
그렇게 말한 대성관은 주위를 둘러보았다.
“이렇게 참혹할 수가…….”
여기저기에 찢겨지고 뜯겨진 성기사들의 시체가 즐비했다.
이에 비하면 위층의 손실은 아무것도 아닐 정도였다.
대성관이 그러한 모습을 보며 가슴 아파하고 있을 때 사천사장인 로빈슨이 다가와 말했다.
“죄송합니다.. 제가 너무 늦게 오는 바람에…….”
대성관은 로빈슨이 얼마나 열심히 싸웠는지 그의 옷차림을 통해 알 수 있었다.
펠랜과 바테르의 공격을 간발의 차로 피한 것이 수십 번이었다. 그 역시 피투성이가 되어 있었다.
“힘들었을 것인데 어서 몸을 치유하거라. 대신관들은 무엇하는 것인가! 어서 사천사장의 몸을 치유해라!”
대성관의 말에 대신관들이 서둘러 다가와 로빈슨의 몸에 신성력을 부여하기 시작했다.
대성관이 그렇게 고개를 숙이고 있는 로빈슨의 어깨를 토닥여주었다. 그리고 뒤에서 몇 명의 성기사들이 달려오는 것을 느끼며 그들을 기다렸다.
“그래, 어찌 되었느냐?”
“모두 죽었습니다. 최상급 성기사인 그들 모두가… 죽어 있었습니다. 그리고 유리관도 깨어진 채 비어 있었습니다.”
일반 성기사들은 그곳에 무엇이 있는지 모르고 있었다. 대신관들이나 높은 관직에 있는 사람들만이 알고 있는 사실이었다.
“허허… 이를 어찌할꼬…….”
대성관이 깨어진 창문을 바라보며 탄식을 내뱉었다.
하늘을 날며 펠랜과 바테르를 안고 있는 칸드는 자신들이 대신성전을 너무 우습게보았음을 깨달았다.
펠랜은 힘겨운 목소리로 말했다.
“칸드, 베이모스는? 베이모스는 이미 탈출한 거야?”
칸드는 대답이 없었다.
“설마…….”
바테르가 이미 짐작했다는 듯 중얼거렸다.
“빌어먹을!”
칸드는 극도로 힘들어하는 그들에게 말했다.
“우선 수도에서 최대한 멀어진다. 그리고 몸을 치유하는 데 최선을 다해라.”
‘만약 우리가 상급 마족이었다면 전부 살아남지 못했으리라.’
칸드는 있는 힘을 다해 수도로부터 멀어져갔다.
그런 그들 아래를 지나가는 3대의 마차가 있었으니, 바로 수도로 가고 있는 라이안 일행이었다.
같은 마차에 타고 있던 라이안과 라이안의 할아버지들은 동시에 고개를 위로 들었다.
혁마소가 중얼거렸다.
“마기로군.”
“마기보다 더 어두운 기운인 것 같으이. 이전에 그 녀석과 같은 기운인 듯한데…….”
캐드 단장을 기억하는 갈천혁이었다.
“상당히 강한 기운인데요?”
라이안은 그들에게서 현경급의 힘을 느꼈다.
현경급이라면 그랜드마스터 다음의 경지였으니 특별한 존재가 아니라면 불가능했다.
그나마 라이안이 그렇게 느낀 것은 마족인 그들이 상당히 쇠약해져 있었기 때문이다.
라이안은 수도에 볼일이 없다면 쫓아가보고 싶었다.
‘그들에게 힘을 준 존재들일지도…….’
그저 예측만 해볼 수밖에 없었다.
다음날 아침.
대신성전은 상당히 어두운 분위기로 하루를 시작했다.
성기사들과 병사들은 시체를 나르기 바빴고 그 외의 사람들은 잘 지워지지 않는 핏자국을 지우느라 애썼다.
대성관은 성좌에 앉아 보고를 들었다.
“피해 상황은 어떠한가?”
“대신관 중 한 명이 침울한 어조로 말했다.
“성기사들 150여 명이 사망했습니다.”
“이럴 수가…….”
대신성전에 있는 성기사들 중 절반에 해당하는 수였다.
마족의 침입은 포스안 제국에게 크나큰 손실을 안겨주었다.
성관이 대성관에게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그들 중 한 마족이 발크르스 마왕을 언급했습니다. 이제 우리 포스안 제국만의 문제가 아닌 것으로 사료되옵니다.”
대성관 역시 같은 생각을 했다.
“각국에 사신을 보내어 이 사실을 알리시오. 에드코르 제국을 공격함에 있어서 힘을 보태달라는 서신을 써주겠소.”
대성관은 심각했다.
‘그들은 보통의 마족들이 아니었다. 대신성전의 중심에서 그토록 강한 힘을 사용하다니. 제아무리 마왕급이라 한들 이곳에서는 힘을 못 쓰거늘.’
하지만 발크르스 마왕의 휘하에 있는 마족들이라면 그 정도로 강할 수도 있다고 생각하는 대성관이었다.
발크르스 마왕은 그만큼 무서운 존재였다.
세 명의 마왕이 동시에 덤벼도 이길 수 없는 존재가 바로 발크르스 마왕이다. 그와 계약한 흑마법사들은 보통의 마법사가 상대하기 힘들 만큼 막강했다.
* * *
포스안 제국의 대신성전이 발칵 뒤집혀 있을 때, 라이안 일행은 수도에 도착할 수 있었다.
라이안은 멀리 보이는 수도를 보며 마부석 위에 올라 밝은 미소를 지었다. 그러고는 재빠르게 마지막 마차 위로 올라섰고 곧 한쪽에 매달려 마차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에나와 루시 공주가 있는 마차였다.
“음?”
에나와 루시 공주는 열리는 마차의 문을 동시에 바라보았다.
“루시, 앞에 수도가 보여요. 이제 조금만 더 가면 수도에 도착할 수 있을 것 같네요.”
루시가 살며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이제야 목적지에 도착했네요. 정말 험난한 여행이 아니었나 싶어요.”
블랙섀도우 기사들이 자신들을 추격할 때는 너무 무서워 몸을 떨었던 루시 공주였다. 그러나 이제는 무서울 것이 없었다.
자신의 옆에는 라이안과 정말 강한 두 분의 할아버지가 있지 않은가? 누가 감히 이들을 막을 수 있겠는가?
대충 보아도 웬만한 왕국과 싸워도 이길 수 있는 전력이었다.
제프리스의 마도서를 덮은 에나가 루시 공주의 옆에 앉은 라이안에게 물었다.
“라이안 오빠, 도착하자마자 바로 대신성전으로 가는 것인가요?”
“우선 여관에 들렀다가 식사 후에 가는 것이 좋지 않을까?”
“정말요?”
에나는 크게 기뻐했다.
“그렇게 좋아?”
“당연하죠. 며칠 동안 제대로 씻지도 못해서 얼마나 찝찝했다고요. 그리고 너무너무 배고파요.”
“하하하, 하긴. 나도 따뜻한 물에 몸을 담그고 싶기는 하네.”
수도에 도착한 이들은 우선 가장 좋은 숙박 시설을 찾았다.
포스안 제국의 수도여서 그런지 다른 마을들과는 시설 자체가 달랐다. 도로도 잘 정돈되어 있어 마차가 달리기에 편했다.
이전 로커스 호텔만큼은 못했지만 시설이 상당히 잘 되어 있는 숙박업소에 도착한 이들은 마차에서 내려 주위를 살폈다.
루시 공주가 두리번거리며 말했다.
“전쟁 중이라서 그런지 분위기가 좋지 않네요.”
“전쟁은 시민들로 하여금 불안감만 줄 뿐이죠.”
라이안은 당연하다는 듯이 말했다.
“라이안은 누가 이겼으면 좋겠어요?”
“난 나와 관계된 사람이 다치지 않는다면 누가 이기든 상관하지 않아요.”
“그렇군요.”
그래도 포스안 제국을 응원했으면 하는 루시 공주였다.
이즈리스 남작이 그들에게 다가와 말했다.
“출출하실 텐데 어서 들어가시지요, 형님.”
이제는 라이안을 형님으로 대하는 데 어느 정도 익숙해진 이즈리스 남작이었다.
“그래, 들어가자.”
헤인드가 기지개를 켜며 소리쳤다.
“아이고, 배고프다! 밥 먹으러 가자!”
퍽!
“크헉!”
혁마소가 헤인드의 머리를 손바닥으로 쳐버렸다.
“시끄럽다, 이놈아.”
“으… 할아버지, 폭력은 안 좋은 거라고요. 눈 튀어나올 뻔 했잖아요?”
투덜거리는 헤인드를 뒤돌아본 혁마소가 그에게 다가가며 말했다.
“정말 눈 튀어나오게 맞는 게 어떤 것인지 보여주련?”
“히익!”
겁먹은 헤인드가 서둘러 라이안의 뒤로 도망쳤다.
“아, 아니에요. 그냥 조용히 있을게요.”
“하하하하.”
“호호호호.”
그런 헤인드의 행동에 모두가 함박웃음을 터뜨렸다.
“자, 다들 식사하러 갑시다.”
라이안이 등을 떠밀자 모두 안으로 들어섰다.
라이안 일행이 들어서자 종업원으로 보이는 남자가 나와 그들에게 인사했다.
“저희 바이번 호텔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이쪽으로 오시지요.”
인사를 마친 그는 일행들을 카운터로 안내해주었다.
카운터에 도착한 그들은 각자 서둘러 방을 잡았다.
이즈리스 남작이 물었다.
“식사부터 하고 싶은데 식당은 어디인가?”
종업원이 이즈리스 남작의 물음에 상냥한 미소를 지으며 답했다.
“식당은 저쪽에 보이는 일층의 좌측 문으로 가시면 됩니다.”
“고맙네.”
방에 짐을 가져다놓은 일행들은 다시 내려와 식당 앞에서 만난 뒤 안으로 들어갔다.
식당은 하얀 천이 덮여 있는 여러 개의 테이블이 있었고 사람들도 상당수 있었다.
“우린 저기에 자리를 잡으면 되겠네요.”
에나가 가리키는 방향은 상당히 많은 인원이 앉을 수 있는 테이블이라 그들이 앉기에 적당했다.
“좋군, 저기에 가서 앉지.”
갈천혁이 먼저 가서 앉았고 일행들이 그를 따라 자리에 앉았다.
그들이 자리에 앉자 여성 종업원이 나오며 질 좋은 나무로 된 메뉴판을 주었다.
“무엇을 고르시겠습니까?”
종업원의 말에 헤인드가 메뉴판도 안 보고 주문했다.
“구운 오리에 마디온 고기와 다둔 스프를 주시오.”
헤인드의 말에 디로안이 헤인드를 쳐다보았다.
“이봐, 자네 혼자 메뉴를 고르면 어쩌자는 것인가?”
“응? 난 내 것만 고른 건데?”
“윽, 자네 혼자 그걸 다 먹겠다는 것인가?”
“먹나 못 먹나 두고 보라고. 어험!”
구운 오리만 해도 3인 이상의 양이었고 마디온 고기 또한 4인은 먹을 수 있는 양이었다.
디로안은 어쩔 수 없다는 듯 고개를 흔들었다.
“그 무식한 식습관은 어찌 버리지를 못하는 것인지…….”
그렇게 주문한 그들의 귀로 옆 테이블의 시끄러운 소리가 들려왔다.
“이제 살날도 얼마 안 남았구나.”
약간 술이 오른 40대의 남자가 한 말이었다.
그의 말을 들은 반대편의 남자가 인상을 쓰며 말했다.
“그 무슨 재수 없는 소리인가?”
“자네도 알고 있겠지만 내 형님께서 이 나라의 백작위에 있지 않는가?”
“그런데?”
“허, 그것 참. 그런데 어제 저녁에 대신성전이 발칵 뒤집혔었다는군.”
“아니, 어떻게 뒤집혔기에 그렇게 흉흉한 소리를 하는 것인가?”
술이 오른 남자는 주위 사람들에게 들으라는 듯 테이블을 탕탕 치며 말했다.
“자네도 듣고 나면 놀랄 것이라네. 글쎄, 대신성전에 마족이 침입해서 성기사들이 150명도 넘게 죽어나갔다는 게 아닌가!”
“헉! 그것이 사실인가?”
술이 오른 남자의 말을 들은 주위 사람들이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이제는 마족이라는 말이 여기저기에서 많이 들려왔고 소문도 무성했다.
심지어 이미 에드코르 제국이 마족에게 넘어가 마족의 꼭두각시가 되어버렸다는 소문도 있었다.
그들의 대화를 들은 라이안이 갈천혁과 혁마소를 바라보며 말했다.
“어제 그 기운이 그들이었나 보군요.”
라이안의 말에 갈천혁과 혁마소가 고개를 끄덕였다.
라이안은 아직은 마족이나 전쟁에 대하여 전혀 신경을 쓰고 있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