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9장 마족의 침입 그리고 탈취
포스안 제국의 대신성전에서는 상당수의 군대가 떠나고 있었다. 바로 에드코르 제국과 싸우고 있는 도크만 성을 지원하러 가는 군사들이었다.
그들을 이끄는 사람은 이곳 포스안 제국의 삼천사장인 아담슨과 8명의 성관 중 한 명인 파이르 성관이었다.
그들의 행군에 모든 시민들이 나와 환호성을 질렀다.
어린 아이, 여인 할 것 없이 그들에게 승리의 기도를 했으며 반드시 승리하고 돌아오라 소리쳤다.
모든 군사를 이끄는 아담슨의 얼굴은 굳어 있었다.
사천사장인 로빈슨과 삼천사장인 아담슨은 형제였다.
하지만 일천사장인 윌리엄은 그가 형님처럼 따랐던 사람이었다.
그런데 그가 죽었다.
에드코르 제국이 내세운 다크나이트로 인해…….
물론 다크나이트 역시 크나큰 피해를 입었다고 했다.
그는 다크나이트가 아직 소멸하지 않은 것에 대해 신께 감사했다.
아담슨은 반드시 자신의 손으로 다크나이트를 없애겠다고 다짐했다.
그에게는 시민들의 환호성도 들리지 않는 듯했다.
단지 앞만 볼뿐이었다.
그런데 그때!
그의 신경을 거슬리는 무엇인가가 있었다.
아담슨은 순간 길모퉁이의 그늘진 곳으로 시선을 옮겼고 곧 한 남자와 눈이 마주쳤다.
아담슨은 자신도 모르게 살심이 솟구침을 느꼈다.
하지만 곧 자신과 눈이 마주친 남자는 어둠 속으로 사라지고 말았다.
“누구지.”
뭔가 불안한 아담슨이었다.
아담슨의 옆에서 같이 말을 타고 가던 파이르 성관이 아담슨에게 물었다.
“왜 그러는 것인가?”
그의 물음에 아담슨은 그에게 고개를 한 번 숙이며 말했다.
“아무것도 아닙니다.”
“정신 바짝 차리게나. 이번 전쟁은 이제 자네의 손에 달렸네.”
“명심하겠습니다.”
그렇게 말을 타고 전진하는 그의 등 뒤를 바라보는 남자가 있었으니 바로 마족인 칸드였다.
“역시나 팔라딘이군. 최대한 줄인 내 기척을 감지하다니. 역시 신성국가 안에서의 팔라딘은 위험해.”
신성국가 밖에서 맞붙는다면 전혀 상대도 안 되었다.
아마도 팔라딘 10명 이상은 있어야 자신에게 피해를 입힐 수 있으리라.
하지만 대신성전이 있는 이곳이라면 칸드 역시 두 명의 팔라딘이 버거웠다. 지지는 않겠지만 상당히 고전하리라.
거기에 다른 대신관들이 돕는다면 곤란할 수밖에 없었다.
“이제 남은 팔라딘은 한 명. 들킨다 하여도 할 만 하겠군. 후후후”
그렇게 음침하게 웃던 칸드의 신형이 곧 연기와 같이 사라졌다.
그렇게 하루는 빠르게 지나가며 어둠이 찾아왔다.
대신성전 안은 낮과 다르지 않게 시끄러웠다.
아마도 전쟁이 끝나기 전까지는 이러한 분위기가 지속되리라.
그런 대신성전 안으로 밖으로부터 침입하는 네 명이 있었으니 혼돈의 칼자루를 탈취하기 위해 포스안 제국으로 들어온 마족들이었다.
만약 아담슨이 출병하면서 자신의 기척을 감지하지 못했다면 베이모스의 의견대로 한쪽에서 소란을 피우고 그 틈을 타 들어가려고 했다.
하지만 칸드는 그것은 아니라고 판단했다.
남은 한 명의 팔라딘이 신관들의 도움을 받아 베이모스와 싸운다면 전적으로 베이모스가 불리했다.
차라리 같이 이동하는 것이 들킬지언정 더 안전하다고 생각한 칸드였다.
그들은 어둠에 섞여 은밀히 대신성관에 잠입하고 있었다.
대성관은 전쟁에 대한 걱정을 하며 잠자리에 들려고 했다.
이불을 치우고 몸을 누이려는 그때 대성관은 뭔가 이상함을 느꼈다.
“으음? 이것은?”
대성관의 위치는 그냥 되는 것이 아니었다.
남다른 신성력을 지닌 대성관에게는 아주 미약했지만 마력을 또렷이 느낄 수 있었다.
“이것은 확실한 마기로군. 그런데 어떻게…….”
어느 정도 상급 마족이라 하더라도 대신성관에는 들어올 수 없는 것으로 알고 있는 대성관이었다.
조용히 눈을 감은 대성관은 자신의 신성력을 일으키며 좀 더 마기를 느껴보려고 힘썼다.
대신성전에 침입한 칸드와 그 외 세 명의 마족은 순간 강한 압박을 받았다.
뭔가 움직이기 더욱 힘들게 만드는 것 같았다.
“크윽! 뭐지?”
“으… 힘들어.”
바테르와 펠랜이 무척이나 힘들어하자 칸드가 말했다.
“주위에 흐르는 신성력이 또 다른 신성력에 공명하고 있다. 제길, 들킨 것인가?”
칸드가 주위를 둘러보며 자신들의 상황을 정확히 짚어냈다.
그들에게는 오히려 팔라딘이 아닌 대성관의 신성력이 더욱 타격이 컸다.
“아직 시끄러워지지는 않은 것으로 보아 기회는 있을 것이라 본다. 서두르자.”
이제는 들키는 것이 문제가 아니었다.
최대한 빠르게 혼돈의 칼자루를 탈취한 뒤 대신성전에서 멀리 벗어나야만 했다.
좀 더 마력을 높이며 신성력에 대항한 그들은 에드코르 제국의 첩자인 테르가 전해준 지도를 보며 속도를 높였다.
대성관은 눈을 뜨며 자세히 느낄 수 있었다.
마족들이 마력을 높이자 위치까지 확연히 알 수 있었던 대성관이었다.
“역시 이 안까지 들어와 있었군. 거기 누구 없느냐!”
대성관이 소리치자 문 앞을 지키고 있던 두 명의 성기사가 빠르게 들어왔다.
“무슨 일이신지요? 대성관님”
“당장 대신성전 내에 비상을 알려라! 지금 이 대신성전 안에 마족들이 침입했다! 서둘러라!”
“마족! 알겠습니다!”
성기사들이 놀라며 서둘러 방 밖으로 나갔고 얼마 안 있자 대신성전 전체에 나팔소리가 울렸다.
부우우. 부우우. 부우우. 부우우우우!
부우우. 부우우. 부우우. 부우우우우!
네 번을 끊으며 울리는 나팔소리는 대신성전의 최대 경보임을 알리는 소리였다.
“마족이 침입했다!”
“대신성전 전체에 경보를 울려라!”
“마족을 찾아라!”
성관들도 잠을 청하다가 서둘러 일어나 무슨 일인지 확인했고, 곧 마족이 침입했음을 안 그들은 서둘러 성기사들을 모두 소집했다.
칸드와 나머지 마족들은 나팔소리와 소란스러워진 대신성전을 보며 인상을 찡그렸다.
“제길, 들켰다. 이제 한 층만 더 올라가면 혼돈의 칼자루가 있는 곳이다. 서두르자!”
“저쪽이다!”
누군가 그들을 발견했는지 목소리가 들려왔다.
“마족들이 3층으로 가고 있다! 성기사들과 대신관들은 3층으로 모여라!”
대신성전의 계단은 무척이나 많았다.
각 층으로 올라갈 수 있는 계단은 총 4개가 있었다.
하지만 그들이 가고자 하는 곳은 한 개의 계단밖에 없었다.
칸드가 상황의 심각성을 느끼고는 급히 말했다.
“바테르와 펠랜은 아래층을 맡고 베이모스는 위층을 맡아라! 내가 혼돈의 칼자루를 손에 넣을 때까지 시간을 끌기 바란다!”
“알았다!”
“최대한 빨리 해. 칸드!”
“무운을 빈다!”
각자 한마디씩 하고 흩어지는 마족들이었다.
3층을 중심으로 베이모스가 4층에서 내려오는 자들을 막았고 펠랜과 바테르가 2층에서 올라오는 자들을 막아섰다.
그리고 그들은 동시에 성기사와 대신관들을 만날 수 있었다.
4층에서 내려오는 수많은 성기사들과 성관들이 베이모스를 보며 소리쳤다.
“추잡한 마족 같으니! 여기가 어디라고 함부로 들어온 것이냐!”
“벌레 같은 것들… 지금부터 이곳은 단 한 마리의 인간도 지나갈 수 없다.”
“흥! 이곳에서 너희가 제대로 된 힘을 쓸 수 있다고 보느냐!”
“나를 우습게보지 마라. 난 발크르스 마왕님의 휘하에 있는 최상급 마족! 베이모스다!”
베이모스는 자신의 이름을 말하고는 전투형태로 변신했다.
투둑. 툭.
투두둑.
베이모스의 몸은 더욱 크게 변하더니 모습이 점점 거인과도 같이 변했다.
전투형태로 변신한 그의 검은 몸의 근육들은 강철보다 단단해 보였으며 얼굴은 박쥐의 그 모습과 같았다. 그리고 절제해 두었던 마력을 발산시켰다.
파아아앗!
“크윽! 이럴 수가! 대신성전 안에서 이토록 강렬한 마력을 발산하다니!”
“덤벼라! 벌레들아! 크하하하!”
성관들은 베이모스가 말한 발크르스 마왕 이름을 들으며 식은땀을 흘렸다.
“중간계에 강림하는 마왕이 발크르스라니…….”
“이것은 보통 일이 아니오! 전 대륙이 위험하오!”
그때 대성관이 내려오며 명령했다.
“대신관들은 신성력을 일으켜 성기사들에게 축복을 내려주어라! 신성력을 받은 성기사들은 마족을 잡는다! 라피네 신께서 너희를 보살필 것이다!”
대성관의 말을 들은 대신관들이 각자 한 명씩 성기사들에게 신성력을 부여해주었다.
대신관들이 신성력을 부여해주자 성기사들은 제각기 큰 힘을 느끼며 검을 치켜들었다. 그리고 그들 모두가 갓블레이드를 시전했다.
혼자의 힘으로는 힘들었지만 대신관의 도움이 있을 때 짧은 시간 동안 갓블레이드를 유지할 수 있는 그들이었다.
척!
처적!
신성력의 힘을 가득 채운 성기사들이 자세를 잡고는 베이모스에게 달려들었다.
베이모스는 등에 튀어나와 있는 날개를 휘둘러 가장 앞에 달려오는 성기사들을 공격했다.
파라라락!
푸부북!
“크악!”
“커걱!”
날개 중간중간에 달려 있는 날카로운 것들이 몇몇 성기사들의 몸을 관통했다.
“멈춰라! 마족!”
한 명의 성기사가 아래로 미끄러지며 베이모스의 날개를 갈랐다.
스가가각!
“크윽! 이 벌레 같은 것들이 감히!”
일반 소드마스터의 오러블레이드였다면 날개를 공격했다 하여도 상처를 입지 않았을 것이었다.
하지만 대신성전의 신성력으로 인해 자신의 몸은 쇠약해 질대로 약해졌고 마력 또한 절감되었다.
게다가 대신관들이 개인적으로 불어넣어준 신성력으로 인해 성기사들의 검에는 신성력이 풍만했다.
그들의 공격에 베이모스는 고전을 면치 못했다.
역시 마족의 천적은 성기사들이었다.
자신의 날개를 찢은 성기사를 발로 밟아 죽인 베이모스는 민첩하게 자신의 다리를 베어오는 성기사들로 인해 여기저기 상처를 입었다.
“빌어먹을!”
순간 공중으로 뛰어오른 베이모스는 욕설을 토했다.
한쪽 날개가 많이 베어져 날기가 힘들었지만 마력으로 몸을 띄울 수 있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곧 빠르게 벽을 밟고 뛰어오른 한 성기사로 인해 반대편 날개가 찢겨졌다.
“크악!”
결국 아래로 내려올 수밖에 없는 베이모스였다.
아래로 내려온 베이모스는 자신의 남은 날개를 찢은 성기사의 몸을 잡고는 양쪽으로 찢어버렸다.
물론 성기사의 몸을 찢기 직전 그가 휘두른 검으로 인해 손가락 하나를 잃어야 했다.
베이모스는 한 손에 마력을 모아 성기사들에게 날렸다.
“이거나 먹어라!”
수아아아악.
마력이 가득 담긴 마력구가 빠르게 날아들었다.
하지만 성기사들은 마력에 어떻게 대항해야 하는지 잘 알고 있었다.
“모두 힘을 모아라!”
마력구가 날아오는 방향에 있던 성기사들이 서로 모여 검을 맞대고 있는 힘껏 신성력을 발산했다.
콰과광!
“크악!”
“크악!”
그들은 마력의 힘에 밀려 뒤로 튕겨져 나갔다.
“제길.”
하지만 표정이 구겨지는 쪽은 베이모스였다.
베이모스의 마력구에 대항했던 몇몇의 성기사들이 뒤로 튕겨져 나갔지만 비틀거리며 일어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또다시 접전이 시작되었다.
베이모스가 주먹으로 한 성기사를 쳐내자 베이모스의 주먹을 몸 전체에 맞은 성기사는 벽에 부딪치며 기절했다.
베이모스는 그 성기사의 다리를 잡고서 다른 성기사들을 공격했다.
그러자 다른 성기사들은 차마 자신들의 동료에게 검을 휘두르지 못해 머뭇거렸다.
베이모스에게 잡힌 성기사가 아직 살아 있을 수도 있었기 때문이었다.
베이모스는 속으로 생각했다.
‘젠장, 내가 이렇게 고전할 줄이야. 팔라딘도 아닌 것들에게 이렇게 당하고 있다니!’
만약 이 상황에서 팔라딘이 나타난다면 막아낼 수 없을 것만 같았다.
부우우웅.
부우우웅.
베이모스를 공격하는 성기사들은 틈을 노리려 애썼으나 베이모스가 휘두르는 성기사로 인해 다가가기 힘들었고, 가끔 가다가 날아오는 마력으로 인해 성기사들의 피해는 늘어났다.
펠랜과 바테르 역시 전투상태로 변신하여 성기사들과 싸우고 있었다.
역시나 성기사들은 대신관들의 신성력을 받아 한층 강해져 있었다.
하지만 펠랜과 바테르는 힘을 합쳐 여유롭게 성기사들을 잡아 죽이고 있었다.
충분히 여유롭게 상대하던 그들 앞에 그들이 우려하던 상황이 발생했다.
바로 사천사장인 로빈슨이 나타난 것이다.
그는 마족이 성기사들을 죽이고 있는 모습을 보며 크게 분노했다.
“어서 내게 신성력을 부여해 주시오!”
“알겠습니다!”
두 명의 대신관이 사천사장인 로빈슨에게 신성력을 부여했다.
얼마 안 있어 로빈슨이 충만해진 신성력을 일으키며 앞으로 뛰쳐나갔고, 로빈슨에게 신성력을 부여한 대신관들은 너무 많은 신성력을 소비하여 자리에 털썩 주저앉았다.
펠랜과 바테르는 거대한 신성력이 다가오자 잠시 뒤로 물러났다.
“내가 온 이상 너희 맘대로 되지는 않을 것이다!”
혼자서도 갓블레이드를 형성시킬 수 있는 사천사장이었다.
그런 그가 대신관의 신성력까지 부여받아 더욱 빠르게 펠랜을 공격해갔다.
<6권에 계속>
6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