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혼돈의 라이안-27화 (26/57)

제27장 봉인당하는 챠둠!

드래곤로드 티모스탄은 전 드래곤의 수장들에게 호출을 했다.

대륙 각지에 있던 수장은 자신들의 반지를 보며 드래곤로드가 있는 인두루인 제국의 보랜지 산으로 모여들기 시작했다.

그 중에는 유희를 즐기는 드래곤들도 있었으나 드래곤로드의 호출에서는 빠질 수 없는 것이 율법 중 하나였다.

챠둠의 전함에 타고 있던 골드드래곤의 수장 타미르안 역시 그러한 호출을 받고 챠둠에게 말했다.

“이보게, 챠둠. 아무래도 서둘러줘야 할 것 같네. 로드께서 급히 부르시는군.”

“걱정 마, 타미르안. 한 시간이면 도착할 수 있을 거야.”

“그런가? 그거 다행이군. 그런데… 로드께서 발크르스 마왕이 현신하려고 하다는 걸 미리 알기라도 하신 건지… 아직까지 우리를 호출한 적은 단 한 번도 없었거늘…….”

타미르안은 왠지 로드가 있는 곳에 가까워질수록 불안해졌다.

수많은 사람들이 함께 식사를 해도 남을 만한 탁자 주위로 밝은 불빛과 함께 텔레포트하는 오는 존재들이 있었으니 바로 각 드래곤의 수장들이었다.

엘프로 시작해 인간, 그리고 오우거의 모습까지 하고 있어 그 조화가 무척이나 맞지 않아 보였다.

상석에 앉아있는 드래곤로드인 티모스탄이 그들을 바라보며 근엄한 미소를 지었다.

“타미르안을 제외하고는 다 모인 듯싶구나. 오랜만이구나. 모두들…….”

티모스탄의 말을 들은 각 수장들이 티모스탄에게 가볍게 고개를 숙였다.

가장 먼저 말을 꺼낸 것은 엘프의 모습을 하고 있는 그린드래곤의 수장 플랑카시아였다.

“오랜만에 뵙습니다, 티모스탄 님. 어인일로 저희를 모두 부르셨는지요?”

그때 레드드래곤의 수장인 류마사미엘이 귀찮다는 듯 나서며 말했다.

“아, 이거 참. 율법 때문에 오래서 오긴 했는데 뭔지 빨리 빨리 말하고 끝냅시다.”

그러한 말을 들은 플랑카시아가 류마사미엘을 보며 소리쳤다.

“그게 무슨 말 버릇이냐, 류마사미엘! 어찌 로드께 그런 불경한 행동을 할 수 있단 말이냐!”

“뭐야? 해보자는 거야? 약한 그린드래곤 주제에 감히 나 류마사미엘 님에게 덤비는 것이냐?!”

두 드래곤은 서로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며 으르렁 댔다.

“아니꼬우면 나오라고. 언제든 상대해 줄 테니. 크흐흐흐.”

그때 티모스탄이 나서며 중재했다.

“그럼 나랑 붙는 것은 어떠냐, 류마사미엘?”

“쳇, 내가 로드가 됐으면 수장님보다 내가 더 강했을 거라고요.”

드래곤로드가 되면 성신으로부터 신력을 부여받아 11서클 이상의 마법을 사용할 수 있었으니 그의 말도 틀린 게 아니었다.

“허허허, 난 언제든 로드의 자리를 너에게 내줄 수 있단다. 흠… 그래, 다음 로드는 너에게 물려줄 터이니 기다리고 있거라.”

“앗! 치사하게 그런 거 가지고 덤터기 씌우깁니까?”

“목청이 우렁찬 것을 보니 로드에 적합하구나.”

“아! 알았어요, 알았다고요! 조용히 하면 될 거 아닙니까?”

로드가 되면 레어에서 벗어나서는 안 되는 것도 율법 중 하나였다. 그래서 활동하기 좋아하는 대부분의 레드드래곤은 절대 드래곤로드를 맡을 생각을 하지 않았다.

“타미르안이 조금 늦어지는 듯하니 회의를 미리 시작하겠다. 너희를 부른 이유는 바로 성신이신 케르디아 님으로부터 신언이 내려왔기 때문이다.”

“신언!”

“중간계에 무슨 큰일이라도 벌어진단 말입니까?”

그들 또한 잘 알고 있었다.

신언은 아무 때나 내려오지 않는다는 것을…….

“흠… 내가 보기에 케르디아 님께서는 중간계가 크게 흔들릴지도 모른다고 생각하시는 것 같더구나. 그리고 케르디아 님의 신언을 들은 나 또한 그리 생각하고 있다.”

“도대체 무슨 일이기에 그러시는 것인지요?”

“그것은 지금 설명하마.”

약간의 뜸을 들인 티모스탄이 드래곤의 수장들을 하나하나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너희 중 알고 있는 이가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차원이동은 신급의 존재가 아니면 불가능 한 것으로 되어있다.”

“흠…….”

“그렇지요…….”

차원이동은 드래곤들도 도전해보고 싶은 궁극의 마법이었다.

“하지만 사실 그것은 신급에 맞춰져 있지 않다. 주신인 라피네 님이 아니고서는 아무도 차원을 넘나들 수 없다.”

“그럴 수가…….”

“뭡니까? 그럼 우리가 아무리 마법을 수련해도 절대 불가능 한 일이란 말입니까?”

레드드래곤인 류마사미엘이 황당하다는 듯 일어나며 티모스탄에게 따져 물었다.

“그렇다. 불가능한 것이다.”

티모스탄의 단호한 말에 류마사미엘은 인상을 쓰며 자리에 털썩 앉아버렸다.

“젠장…….”

유독 흥분하는 것으로 보아 류마사미엘이 차원이동에 대해서 연구하고 있었던 모양이었다.

그린드래곤인 플랑카시아가 곰곰이 생각하더니 티모스탄에게 물었다.

“로드께서는 어찌하여 차원이동에 대해 말씀하시는 것인지요? 혹, 중간계에 큰 일이 생길지도 모른다는 것이 누군가가 차원을 넘어왔다는 것입니까?”

“뭐야! 정말 그런 거야?”

플랑카시아의 말에 류마사미엘뿐만 아니라 다른 드래곤들도 인상을 굳히며 티모스탄의 얼굴을 살폈다.

“그렇다. 바로 맞혔구나, 플랑카시아. 어떠한 존재가 차원을 넘어 이곳 중간계로 넘어왔다. 성신이신 케르디아 님께서는 그 존재가 위험할지도 모른다고 판단하시어 소멸시키기를 원하신다. 그게 아니라면 그 존재를 봉인할 방법을 찾으라고 말씀하셨다.”

“차원을 넘어왔다면 성신이나 마신 이상이라는 건데… 이거 만만치 않겠는 걸…….”

류마사미엘의 말에 티모스탄이 다시 입을 열었다.

“내가 너희를 부른 이유가 바로 그것이다. 류마사미엘의 말대로 쉽지 않은 상대임은 당연하다. 그래서 난 너희 모두와 힘을 합쳐 그를 봉인할 수 있는 아공간을 만들고자 한다.”

티모스탄의 말에 류마사미엘이 인상을 쓰며 투덜거렸다.

“크흐… 이거 드래곤하트가 텅텅 비게 생겼군.”

“허허허, 어차피 며칠이면 도로 찰 것을 무엇이 아깝다고 그러는 것이냐?”

“누가 아깝다고 했습니까? 그냥… 그동안은 움직이기 힘드니 하는 말이죠. 그리고 전 유희 중이었단 말입니다. 자칫 유희를 망칠 수 있으니 그게 걱정이죠.”

티모스탄은 이해 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고는 다른 드래곤들을 보며 말했다.

“아공간을 생성시킬 곳은 내가 물색해 놓았으니 모두 같이 가자꾸나.”

“알겠습니다.”

“그러지요.”

“자, 모두 모이거라.”

티모스탄의 말에 다른 드래곤 수장들도 그의 곁으로 모여들었다.

“텔레포트!”

티모스탄의 용언과 함께 밝은 빛이 번쩍 거리더니 그곳에 있던 드래곤들이 그와 함께 사라졌다.

그리고 얼마 후…….

번쩍!

밝은 빛과 함께 나타나는 이가 있었으니 그는 챠둠을 데리고 온 타미르안이었다.

“으음? 내가 그렇게 늦었나? 모두 어디 간 거지?”

자신이 준 수신기를 귀에 찬 타미르안의 중얼거림을 들은 챠둠이 수신기 너머에서 답했다.

“무슨 일이야?”

“그게… 분명 여기에 다 모여 있어야 하는데 아무도 없네. 아무래도 로드께서 오실 때까지 기다려야만 할 것 같아.”

“그래? 뭐… 어쩔 수 없지.”

“미안허이…….”

“네가 미안할 이유가 없으니 신경 쓰지 않아도 돼.”

챠둠은 자신을 잡아 두려고 하는 드래곤로드 티모스탄과 수장들의 생각도 모른 채 그들을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하루 뒤…….

밝은 빛과 함께 텔레포트하는 존재들이 있었으니 그들은 바로 티모스탄과 수장들이었다. 그들은 지친 기색이 역력했다. 그곳에 앉아 있던 타미르안이 그들을 보고 놀라서 물었다.

“아, 아니! 모두 무슨 일이라도 있었던 겁니까?”

타미르안을 본 티모스탄이 그를 확인하고는 자리에 앉으며 입을 열었다.

다른 드래곤들은 모두 자리에 털썩 앉을 정도였으니 타미르안은 이들의 행동이 전혀 이해되지 않았다.

“왜 이렇게 늦은 것이냐, 타미르안?”

“그게… 새로 생긴 친구를 로드께 소개시켜 드리고자 늦었습니다.”

“친구? 드래곤에게 친구라니? 네가 하찮은 인간 따위를 친구로 인정할 리도 없고… 친구라니 도대체 무슨 말이냐?”

“하하하, 밖으로 나오셔야 말씀드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허허… 지금, 내가 그를 만나러 가야만 한다고 말하는 것이냐?”

티모스탄은 타미르안의 말에 어이가 없었다. 당연 아랫사람이 윗사람을 만나러 와야 하는 것이 도리 아닌가?

“…사정이 조금 있습니다. 그의 덩치가 너무 커 이곳에 들어올 수가 없어서…….”

“흠…….”

“죄송합니다. 지금 로드님의 레어 밖에 있으니 우선 밖으로 나가보시지요.”

“좋다. 네가 허튼 소리는 하지 않겠지…….”

티모스탄은 상당히 지쳐 움직이는 것도 귀찮았으나 타미르안의 말에도 궁금증이 생겨 밖으로 나가기로 했다.

그리고 그곳에 있던 드래곤들 또한 의문을 품으며 앞서 나간 그들을 따랐다.

밖으로 나온 그들은 주위를 둘러보기 시작했다.

티모스탄은 아무리 자신의 레어 주변을 살펴보아도 눈에 띄는 것이 없어 물었다.

“어디 있다는 것이냐, 덩치 큰 네 친구가?”

“저기… 위를 봐주시지요.”

그곳에 있던 드래곤들은 타미르안의 손짓을 따라 위를 바라보게 되었다.

“위?”

“헉!”

“저, 저것이 뭐야!”

“아니! 저거 메테오 아냐?!”

류마사미엘이 위에 떠있는 챠둠을 보고는 누군가 메테오를 시전하는 줄 알고 착각했다.

챠둠의 전함을 확인하고는 놀라고 있는 그들을 타미르안이 진정시키며 말했다.

“잠깐! 모두들 진정해! 진정해 주십시오. 티모스탄 님, 놀라시는 것이 당연하리라 생각됩니다만, 저 존재가 바로 이번에 제가 사귄 친구입니다. 저 친구는 이번에 어떠한 통로를 인해 이곳으로 차원이동한 존재입니다.”

“뭐라?! 차원이동!”

“차원이동해온 존재가 바로 저것이란 말이야?”

“이렇게 빨리 나타나다니!”

그들의 말에 타미르안은 신기한 듯 말했다.

“뭐야? 다들 알고 있었던 거야?”

그가 드래곤들이 알고 있다는 사실에 의문을 품고 있을 때 챠둠의 전함에서 하나의 빛이 내려와 사람의 형태로 나타났다.

“안녕하십니까? 전 이번에 타미르안과 친구가 된 챠둠이라고 합니다. 이렇게 뵙게 되어 무척이나 반갑게 생각합니다.”

“흠… 일루전은 아닌 듯하고… 그래, 자네는 인간인가?”

티모스탄은 빛처럼 일렁이는 모습에 신기해했다.

“아닙니다. 지금 위에 떠 있는 모습 그대로가 저입니다. 지금 보시는 홀로그램은 단지 여러분과 대화하기에 편한 모습으로 나타낸 것일 뿐입니다.”

“홀로그램이라… 신기하군.”

티모스탄은 잠시 뒤를 보며 다른 드래곤들에게 고개를 끄덕이고는 챠둠에게 말했다.

“우선 이야기를 해야겠으니 나를 따라 오겠는가?”

“알겠습니다.”

챠둠이 공손히 티모스탄의 말에 따르자 티모스탄이 자리를 옮기려 몸을 띄웠다.

티모스탄을 따라 타미르안과 챠둠, 그리고 각각의 수장 드래곤들이 자리를 옮긴 곳은 바로 조금 전 티모스탄과 다른 드래곤들이 만든 아공간이었다.

드래곤로드와 다른 수장 드래곤들이 하루 종일 심혈을 기울여 만든 아공간은 드래곤로드인 티모스탄의 레어 근처였고 그곳에는 하나의 빛과도 같은 둥근 공간이 형성되어 있었다.

타미르안이 그것을 보고는 신기해하며 티모스탄에게 물었다.

“아니, 저곳에 저런 것이 있었습니까?”

티모스탄은 타미르안의 물음에 근엄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허허허, 내가 얼마간 심혈을 기울여 만든 장소란다. 우선 들어가면 더 놀라울 것이니 그렇게 알거라…….”

펼쳐진 아공간의 문 앞에 내려선 모두가 티모스탄을 따라 아공간에 들어갔다.

챠둠이 이상함을 느끼며 티모스탄에게 물었다.

“꼭 그곳에 들어가야만 하는 것입니까?”

“허허허, 내가 심혈을 기울여 만든 장소이니 사양하지 말고 들어오게나.”

“흠… 알겠습니다. 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오.”

무엇인가 생각을 하는지 아니면 어떠한 작업을 하는지 챠둠은 한참을 그곳에 멈춰서 있었다.

그로인해 티모스탄과 다른 드래곤의 수장들은 손에 땀을 쥐었지만 곧 챠둠이 움직이는 것을 보고는 다행이라 생각했다.

챠둠의 전함이 서서히 내려오며 땅에 닿을 듯 앞으로 전진 했다.

챠둠이 들어가기에는 그 입구가 너무 작았으나 티모스탄의 손짓 하나로 아공간의 입구는 챠둠의 몸 전체가 들어설 수 있도록 커졌으므로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았다.

하지만 그들은 몰랐으리라. 챠둠의 전함에서 하나의 금속체가 떨어져 땅에 들어갔음을…….

아공간에 들어선 타미르안은 다른 아공간과 별다른 차이를 못 느꼈다. 아무리 둘러보아도 하얗고 투명한 아공간의 모습은 같아 보였기 때문이었다.

“다른 아공간하고 차이가 없는 것 같은데요?”

“허허허, 그것은 보이기에만 그런 것이다. 실제로 이 아공간은 일반 드래곤들이 만든 것보다 넓고 강도 또한 엄청나단다.”

챠둠이 전함이 전부 아공간으로 들어서자 아공간의 입구는 다시 처음의 크기로 돌아갔다.

티모스탄튼 그러한 모습을 보며 미소를 지었다. 그가 어딘가를 향해 손짓을 하자 곧 커다란 탁자와 의자가 나타났다.

그러나 챠둠은 티모스탄의 그런 미소를 보며 알 수 없는 불안감을 가지기 시작했다. 그렇다고 크게 걱정하지는 않았다.

‘밖에 떨어트린 또 다른 내가 있으니 걱정 할 일은 없겠지… 아무 일이 없다면 다시 부르면 되는 것이고…….’

그랬다.

챠둠은 또 하나의 자신과도 같은 아만다리움 금속에 자신의 모든 정보를 입력시키고 떨어뜨렸던 것이다.

“모두들 앉지. 이제 자네의 이야기를 들어보도록 하겠네.”

챠둠은 자신의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자신은 초과학문명으로 만들어진 인공지능 컴퓨터이며 우주의 어떠한 블랙홀로 인해 이곳으로 차원이동해온 존재라는 것을 말하자 티모스탄과 다른 드래곤들은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드래곤들은 우주라는 것을 몰랐기 때문이다. 하늘을 날아도 오를 수 있는 한계를 느꼈다. 강한 존재라지만 생물체였기에 우주까지 날아오를 수는 없었던 것이다.

타미르안의 이야기를 들은 그들은 챠둠의 능력을 다시 보기 시작했다. 바로 타미르안과 챠둠의 전투에 대한 이야기 때문이었다.

챠둠과 타미르안의 전투에서 타미르안은 최고치의 힘을 가지고 있었지만 차원이동한 직후였으며 많은 힘을 소비한 상태였다는 것, 그랬으면서도 타미르안과 동등한 전투를 치렀다는 것이 그들에게는 충격으로 다가왔다.

실제로 현재 이곳에 있는 드래곤들 중 티모스탄을 제외하면 미르안이이 가장 고룡이었으며 가장 강한 것 또한 그였다. 즉, 다른 수장들은 챠둠에게 상대도 안 되는 것은 물론 티모스탄도 챠둠과 싸운다면 그 승리를 장담할 수 없는 것이었다.

티모스탄은 그러한 말을 들고 제압보다 봉인하기로 한 것이 현명했다고 생각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만일 싸웠다면 이기더라도 분명히 큰 피해를 입었으리라…….’

모든 이야기를 들은 티모스탄이 챠둠의 모습을 보며 말했다.

“정말 엄청나구나. 다른 차원에 과학이라는 문명이 있다니… 나 또한 견식하고 싶은 욕심이 생기는구나.”

타미르안은 티모스탄의 말을 듣고 신이 나는지 침까지 튀기며 말했다.

“그렇죠? 저도 요즘 과학이라는 것을 챠둠에게 배우고 있는데 그것이 어찌나 난해하고 대단한지… 로드께서도 견식하시고 나면 과학이라는 학문에 쏙 빠지고 말 것입니다. 하하하.”

“허허… 그래도 이 중 가장 고룡이라는 녀석이 채신도 없이 그렇게 떠들어서야… 쯧쯧쯧.”

“하…하하… 죄송합니다.”

하지만 빠져 있는 이야기가 있었으니 바로 라이안과 그의 할아버지들에 대한 것이었다. 굳이 말해야 할 이유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챠둠이 티모스탄에게 말했다.

“제가 로드이신 티모스탄 님을 만나 뵙게 된 이유는 이곳 대륙을 여행할 때 다른 드래곤들과의 마찰이 생기지 않도록 미리 알려달라는 부탁을 드리기 위해서였습니다.”

생각조차 할 필요가 없었던 티모스탄은 곰곰이 생각하는 척 했다. 그리고 한참 뜸을 들이고 나서 입을 열었다.

“자네는 우리 드래곤들이 무엇이라 불리는지 아는가?”

“드래곤들은 중간계의 조율자라 들었습니다.”

“그래, 우리는 바로 중간계의 균형을 유지하기 위해서 존재하지. 우리가 걱정하는 것은… 자네가 중간계의 균형을 무너뜨리지는 않을까 하는 것이라네.”

“그것에 대해서는 약속드릴 수 있습니다. 제가 직접 이곳에 관여하는 일은 절대 없을 것입니다.”

이제껏 라이안을 도와주었을 뿐이지 직접 챠둠이 힘을 쓴 적은 없었기에 말할 수 있는 것이었다.

타미르안이 챠둠의 말을 거들었다.

“그것은 제가 보증할 수 있습니다. 지금껏 챠둠과 함께 다녀 보았습니다. 챠둠은 직접적으로 인간들에게 관여하거나 나선 적이 단 한 번도 없었습니다.”

‘나설 뻔한 적은 있지만요…….’

타미르안은 그렇게 말하면서 히매인 왕국에서 챠둠이 나설 뻔한 일은 말하지 않았다.

티모스탄은 손으로 턱을 만지며 고민하는 척 했다. 그러고는 어려운 듯 말을 꺼냈다.

“우선 나 혼자 판단하기에는 힘들 듯하군. 챠둠 자네에 대해서 우선 우리가 상의를 해야 할 것 같으니 잠시 이곳에서 기다려 주겠는가?”

“알겠습니다.”

챠둠의 긍정적인 말을 들은 티모스탄이 다른 수장들에게 말하며 열려있는 아공간의 통로로 걸어 나갔다.

“모두 잠시 나를 따라 오너라.”

드래곤의 수장들은 타미르안의 눈치를 보며 티모스탄을 따라 나갔다. 모두가 아공간의 입구를 나가자 티모스탄이 타미르안에게 소리쳤다.

“타미르안, 너는 왜 안 오는 것이냐?”

“네? 저도 말입니까?”

“그에 대해서 가장 많이 알고 있는 것은 바로 네가 아니냐?”

“네! 잠시만 기다리게, 챠둠. 내가 모두를 설득할 테니.”

“알았어.”

챠둠에게 미소를 지은 타미르안이 곧장 아공간의 입구로 다가갔고 아공간을 벗어난 그가 티모스탄의 곁에 섰다.

그런데 그 때!

티모스탄이 홀로 남은 챠둠의 홀로그램을 보며 소리쳤다.

“챠둠, 너에게는 미안한 말이나 너는 소멸될 그 순간까지 그곳에 있어줘야겠다.”

타미르안은 티모스탄의 그러한 말을 듣고 크게 당황했다.

“아니, 그게 무슨 말이십니까?!”

하지만 이미 올라간 티모스탄의 손을 통해 마나가 아공간으로 흘러들고 있었다.

“무슨 짓입니까! 그만 두십시오!”

타미르안이 티모스탄을 막으려 하자 다른 드래곤들이 타미르안의 몸을 움직이지 못하게 붙잡았다.

“이거놔! 뭐, 뭐야! 네놈들이 죽고 싶어 환장했구나! 놔!”

“안 됩니다! 타미르안 님!”

“죄송합니다! 지금은 무례를 범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거 놓으란 말이다! 챠둠을 가둔다니요! 티모스탄 님, 말도 안 됩니다! 어찌 저에게 조금의 언질도 없이 이러실 수가 있단 말입니까!”

다른 드래곤들로 인해 움직이지 못하고 있는 타미르안은 점점 악을 쓰며 소리치고 있었다.

점점 작아지는 아공간을 통해 챠둠의 홀로그램을 보는 타미르안의 얼굴은 간절함과 미안함으로 가득했다.

하지만 챠둠은 오히려 웃고 있었다.

“안 돼! 챠둠! 챠둠, 뭐하고 있는 것이냐! 어서 나오란 말이다! 너의 힘이라면 나올 수 있지 않느냐! 어서 나와!”

그러나 아공간은 점점 더 작아져 사람의 머리나 겨우 들어갈 수 있을 정도가 되었다.

“안 돼! 챠두우우움!”

타미르안이 찢어지는 목소리로 챠둠을 부르는 그때!

아공간의 입구가 거의 사라지기 직전 그 안에서 하나의 빛줄기가 빠져나오는 것이 아닌가!

“뭐, 뭐냐!”

그것을 본 티모스탄이 서둘러 아공간을 닫아버렸다.

“챠둠! 나오란 말야아아아! 크흐흐흑.”

수장들은 아공간이 다 닫힌 후에야 타미르안을 놓아주었다.

타미르안은 크나큰 상실감으로 인해 엎드려 일어날 줄 몰랐다.

“크흐흑, 어찌… 어찌 그러실 수 있단 말입니까… 흐흐흑.”

눈물을 흘리는 타미르안을 안타까운 눈으로 바라보던 티모스탄이 천천히 입을 열었다.

“너에겐 안 된 일이나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성신이신 케르디아 님의 신언이 내려왔기 때문이다. 케르디아 님께서는 차원을 넘어온 존재를 소멸하라 명하셨다. 그나마 봉인에서 끝난 것이 다행이라고 생각하거라.”

“크흐흑, 이럴 수는 없습니다. 부탁입니다. 티모스탄 님! 제발… 제발 챠둠을 꺼내주십시오! 이렇게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타미르안은 무릎을 꿇고 티모스탄에게 기어가며 그의 발을 잡고 처절하게 부탁했다. 이미 타미르안은 자신보다 어린 드래곤들의 앞이라는 것이 전혀 거슬리지도 않았다. 단지 챠둠을 구해야만 한다는 일념뿐이었다.

티모스탄은 그런 타미르안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손에 마나를 모았다.

“너에게는 정말 미안하구나… 슬립.”

털푸덕!

티모스탄의 마법에 걸린 타미르안은 눈물을 흘리며 그 자리에 쓰러졌다.

티모스탄이 그린드래곤의 수장 플랑카시아에게 말했다.

“플랑카시아, 네가 타미르안을 그의 레어로 데려다 주거라…….”

“…네, 알겠습니다.”

플라아시아는 쓰러져 있던 타미르안을 안고 밝은 빛과 함께 텔레포트로 사라졌다.

“허허… 타미르안이 차원을 넘어 온 존재와 그 정도까지 정을 나누었을 줄이야… 그런데 마지막에 아공간에서 나왔던 빛은 도대체 무엇이었을까…….”

티모스탄은 뭔가 일이 깨끗이 끝나지 않은 듯한 느낌이 들었다.

드래곤 수장들이 하나 둘 씩 사라졌다.

그들은 알 수 없었다. 그들이 사라지고 난 후 그 자리에 하나의 물체가 땅속에서 튀어나왔음을…….

* * *

명상수련으로 인해 너무 많은 심력을 소비해 잠을 청했던 라이안은 급히 눈을 뜨며 일어났다.

“챠둠!”

라이안의 음성에 일행들 또한 눈을 비비며 깨어났다.

“왜 그래? 무슨 일이야?”

“라이안?”

“라이안 오빠, 왜 그래요? 안 좋은 꿈이라도 꾼 건가요?”

“라이안…….”

루시 공주가 아직도 불안에 떨고 있는 라이안을 살며시 안아주었다.

“왜 그래요, 라이안. 라이안이 이러는 거 처음 봐요.”

“챠둠이 멀리 사라지는 꿈을 꿨어요. 나만 홀로 두고…….”

“챠둠이 누구죠?”

이제야 진정이 된 라이안은 깁게 심호흡을 하며 루시 공주를 쳐다보았다.

“하아아아… 후우우우우… 이제 괜찮아요.”

“정말 괜찮아요?”

“네, 루시가 안아주니 기분이 좋아졌네요.”

라이안의 그런 말에 루시 공주는 얼굴을 붉혔고 주위에 있던 친구들은 인상을 썼다.

“어흠, 거 이제는 애정행각이 너무 적나라한 거 아냐?”

“그러게 말야… 이거 애인 없는 사람은 서러워서…….”

라이안은 오히려 웃으며 그들에게 말했다.

“왜? 부러워? 헤헤.”

“난 그냥 잠이나 자야겠다. 저 꼴 안 보려면 빨리 자야지.”

헤인드가 급히 침낭에 누우며 말했다.

에나는 그런 라이안과 루시 공주를 바라보다 힘없이 자리에 누웠다. 그런 에나를 보며 디로안이 안타까운 표정을 지었으나 어쩔 수 없었다.

‘남녀 관계에 도움을 줄 수도 없고. 쯧쯧쯧. 에나야, 그런 건 네 스스로 쟁취하는 거란다. 늦어질수록 너만 더욱 힘들어질 거야.’

디로안은 말해주고 싶었으나 속으로 삼킬 수밖에 없었다.

날이 밝자 흔들리는 나뭇잎 사이로 수많은 빛들이 쏟아졌다.

가장 먼저 일어난 라이안은 자신의 옆 침낭에서 자고 있는 루시 공주를 보고는 미소 지으며 일어나 냇가로 걸어갔다.

“어푸, 어푸… 하아아아…….”

차가운 냇물로 시원하게 세수한 라이안이 하늘을 올려다보자 젓은 머리카락이 누군가 손질해준 듯 멋있게 내려왔다.

“꿈이 불안해…….”

라이안은 어제의 꿈이 상당히 거슬렸다. 반지를 바라보던 그는 반지의 한 곳을 눌렀다.

“챠…둠?”

라이안은 조심스럽게 챠둠을 불러봤다. 하지만 어쩐 일인지 바로 대답해야 할 챠둠은 아무런 대답도 없었다.

“챠둠. 야, 챠둠! 내말 안 들려?”

그때서야 라이안은 자신의 그러한 꿈이 무엇인가 암시한 것이 아닌가 싶었다.

“챠둠! 대답해! 챠둠, 무슨 일이야!”

소리쳐 불러보았지만 라이안에게 들려오는 소리는 냇물이 흐르는 소리와 새소리뿐이었다.

“챠둠에게 무슨 일이 생긴 게 분명해… 하지만 챠둠이 어떤 존재인데…….”

라이안이 알기에 챠둠에게 피해를 줄 수 있는 존재는 드래곤밖에 없었다. 하지만 챠둠의 곁에는 타미르안이 있지 않은가?

아무리 생각해봐도 답이 나오지 않았다.

“흠… 챠둠이 걱정되기는 하지만 루시 공주를 포스안까지 데려다 준 후에 드래곤로드를 찾아봐야 할 것 같군… 챠둠, 도대체 어떻게 된 거야…….”

라이안은 앞길이 점점 불안해져 옴을 느꼈다.

명상수련의 가상공간에서 자신을 훔쳐보던 존재… 그리고 사라져버린 챠둠…….

고개를 흔들며 불안감을 떨쳐버린 라이안은 굳은 얼굴로 일행들을 깨우러 걸음을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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