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2장 수련을 위한 여행을 떠나다
중원의 은자들이나 쓸법한 은자술이 어느 성 안에서 펼쳐지고 있었다.
과거 중원 월영천자의 술법인 월영비술.
아주 작은 그림자만 있어도 그곳에 숨어 기척마저 감출 수 있는 최고의 비술이었다.
한 그림자가 성 안을 버젓이 돌아다니고 있었으나 그것을 눈치 챈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곳은 바로 히매인 왕국의 본성이었다.
간 크게 그곳을 활보하고 있는 그림자는 검은 복면 차림의 라이안이었다.
라이안은 아무도 모르게 루시 공주를 빼내고자 이런 일을 벌이고 있는 것이었다.
물론 그를 도와주고 있는 사람은 바로 크호른 왕이었다. 그가 미리 기사들에게 연회를 베풀어 경비를 허술하게 만들어 놓았기에 라이안이 보다 쉽게 돌아다닐 수 있었다.
“쳇! 빨리 7서클에 들어서든지 해야지 안 되겠어.”
라이안은 순간이동 마법인 텔레포트가 아쉽기만 했다.
그는 아직도 5서클에 머물러 있었다.
서클을 늘리려면 수많은 명상과 연구가 필요하다. 그러나 최근은 늘 바쁘게 지낸 까닭에 그럴만한 시간이 나지 않았다.
필요할 때 없으면 그것이 무척이나 아쉬운 법이다.
“나도 여행 중에 마법 수련이나 해야겠군.”
라이안은 루시 공주의 방에 몰래 들어가려고 그녀의 방문 앞에 멈춰 섰다.
루시 공주의 방이 있는 양쪽 복도 끝에는 두 명의 기사가 보초를 서고 있었다.
‘문이 열리면 저들이 눈치 채겠지?’
라이안은 천장 모서리에 다리를 올려 지지한 채 양손으로 지풍을 날렸다. 그것은 정확히 두 기사의 수혈을 짚었고 그들은 동시에 쓰러졌다.
쿠덩!
쿵!
“후훗, 십분만 잠들어 있으라고.”
루시 공주의 방 앞에 내려선 라이안은 조심스럽게 루시 공주의 방문을 열고 들어갔다.
루시 공주의 방 안은 어둠으로 가득했으나 라이안은 모든 것을 식별할 수 있었다.
그는 서둘러 루시 공주의 침상으로 걸어가며 말했다.
“깨어있는 거 다 알아요. 어서 일어나요. 지금 출발해야 하니까.”
루시 공주가 신경질적으로 일어났다.
“어떻게 알았죠?”
“숨소리가 불규칙하니 잠들었다고 보기 힘들지요. 게다가 제가 문을 열고 들어설 때 공주님의 심장이 너무 심하게 뛰어, 그 소리가 마치 오우거 지나가는 소리와 같던데요?”
자신의 마음을 들킨 것 같아 루시 공주의 얼굴이 붉게 달아올랐다.
사실 그녀는 오늘 라이안이 찾아올 거라는 걸 미리 알고 있었다. 그래서 ‘그가 언제 올까?’ 하는 생각에 밤새 뜬눈으로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다.
루시 공주는 침상에서 일어나 라이안 앞에 섰다.
“준비는 다 됐어요. 가죠.”
“흠…….”
“왜요?”
라이안은 루시 공주의 옷차림이 조금 거슬렸다.
“여행에 그런 드레스는 어울리지 않아요. 무척이나 불편할 거예요. 차라리 간단한 윗옷과 바지를 입는 게 나을 거예요.”
“저보고 평민의 옷을 입으라는 건가요?”
“어쩔 수 없어요. 공주님이 이곳을 떠난다는 사실은 아무도 몰라야 해요. 혹 알게 되더라도 최대한 나중이어야 하고요. 그 복장은 공주님이 밖에 나갔을 때, 누구나 공주님의 신분을 알아차릴 수 있도록 광고하고 다니는 것과 다를 바 없어요.”
“히잉… 이게 제일 편한 옷이었는데…….”
루시 공주는 무척이나 아쉬운 표정을 지었다.
라이안은 그런 루시 공주의 행동이 무척이나 귀엽다고 생각하며 그녀에게 말했다.
“후훗, 그럴 줄 알고 제가 적당한 옷을 가지고 왔으니 이 옷을 입으세요.”
“알았어요.”
라이안은 루시 공주에게 등에 매고 있던 배낭을 건넸다.
루시 공주가 그것을 받아들고는 옷을 꺼냈다.
“검은색이네요…….”
“야밤에 몰래 움직이기에는 가장 좋은 복장이죠. 일행들을 만나면 그 보다는 좋은 옷을 줄 것이니 우선은 그걸 입으세요.”
“그런데…….”
“왜 그러시죠? 빨리 갈아입어요. 얼마 안 있으면 복도의 기사들이 깨어날지도 모른단 말이에요.”
라이안이 재촉해도 루시 공주는 라이안만 바라보고 서 있었다.
“라이안 님이 나가셔야 옷을 갈아입죠! 숙녀가 옷 갈아입는 것을 지켜볼 작정이세요?”
“아…그렇군요. 하하하…….”
라이안은 뒷머리를 긁으며 뒷걸음질로 문 밖을 나갔다.
몇 분이 지나자 검은색 옷을 입은 루시 공주가 문을 열고나오며 말했다.
“이 옷 저한테 정말 잘 맞는데요? 그리고 정말 정교해요. 너무 편하기도 하고요. 굉장히 우수한 재봉사가 만든 옷인가 봐요.”
루시 공주의 말에 라이안이 어색하게 웃었다.
‘우수한 재봉사는 맞죠. 챠둠이라는…….’
그 때 수혈로 잠들어 있던 기사들이 깨어날 시간이 되었는지 신음을 내기 시작했다.
“급하네요. 우선 실례.”
“어머.”
라이안이 급히 루시 공주의 옆구리를 안아들자 루시 공주는 화들짝 놀랐다.
부끄러워하는 표정과는 달리 싫지만은 않았다.
라이안은 다시 월영비술을 시전하며 그림자로 숨어들었다. 그 와 동시에 두 기사가 눈을 뜨고 일어났다.
“내가 왜 잠들어 있었지?”
오른쪽 복도에 있던 기사가 먼저 일어나 반대편에 있는 기사를 쳐다봤다.
“뭐야, 저 녀석? 자고 있었던 거야? 이봐, 넬슨! 자네 경비 중에 잠을 자면 어쩌자는 것인가? 그러다가 경비대장님에게 걸리면 며칠은 기합이라고! 똑바로 좀 하게!”
“아, 내가 왜 자고 있었지? 미안하네, 피터.”
자신도 자고 있었으면서 남보고 뭐하고 하는 피터였다.
그들은 서둘러 자세를 바로하며 평소처럼 경비를 서기 시작했다.
“하아암, 오늘은 유난히 피곤하군. 교대할 사람은 언제 오는 거야?”
피터는 아직도 후유증이 가시지 않았는지 연신 하품을 해댔다.
라이안에게 안겨 성 곳곳을 누비며 빠져나가고 있는 루시 공주는 정말 신기하다고 생각했다.
‘어떻게 기사가 바로 앞에 있는데도 들키지 않는 거지?’
루시 공주는 마치 자신이 투명인간이라도 된 듯한 느낌에 은근히 그것을 즐겼다.
“이거 정말 재밌는데요?”
“쉿! 들킬 수도 있어요.”
라이안은 손가락으로 루시 공주의 입을 살짝 가리며 웃었다.
루시 공주는 그런 라이안을 보며 또다시 얼굴을 붉혔다.
내성을 나와 외성의 성벽 위에 서게 된 라이안과 루시 공주. 둘은 내성을 바라보았다.
루시 공주가 인사도 없이 떠나게 되어 죄송한지 내성을 향해 고개를 숙였다.
“다녀올게요…….”
루시 공주가 라이안에게 이제 가자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라이안 역시 고개를 끄덕이며 루시 공주의 허리를 잡았다. 그들은 희미한 그림자만을 남긴 채 연기처럼 사라져갔다.
* * *
외성 밖의 어느 나무 아래에서 주위의 둘러보며 경계하는 이들이 있었으니, 그들은 바로 헤인드 일행이었다.
헤인드가 조금 조급한지 하늘의 달을 보며 중얼거렸다.
“이거… 라이안이 너무 늦는데?”
“그러게. 이렇게 늦을 사람이 아닌데…….”
“걱정 말아요. 라이안 오빠는 특별한 사람이잖아요. 들키지 않고 무사히 나올 수 있을 거예요.”
그들이 그러한 대화를 나누고 있을 때, 돌연 라이안과 루시 공주가 공중에서 나타나 그들이 있는 곳에 착지했다.
터벅!
“많이 기다렸지?”
갑자기 나타난 그들은 루시 공주를 바라보며 몸을 낮추었다.
역시 왕족은 평민으로서는 대하기 힘든 신분이었다.
루시 공주는 여행하는 동안 이러한 부분이 문제가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부터는 그러한 예를 갖추지 않아도 괜찮아요. 사실 라이안 님의 친구 분들이 저를 이렇게 어려워하니 부담스러운 것도 있고… 여행하면서 이러한 모습을 보이면 다른 사람들도 이상하게 생각할 거예요. 앞으로는 편하게 ‘루시’ 라고 불러주세요.”
루시 공주는 부드럽게 웃으며 그들 하나하나를 일으켜 세웠다.
그들은 얼떨결에 일어났다.
그 때 분위기가 조금 어색한 것이 싫었는지 헤인드가 웃으며 말했다.
“하하하! 저희도 공주님이 오시면 어떻게 해야 할지 걱정이었는데, 잘 됐네요.”
“이봐, 헤인드. 이 멍청한 인간아… 여기 우리밖에 없는데 그렇게 큰 소리로 웃으면 어떻게 해!”
디로안은 자신의 이마를 짚으며 고개를 흔들었다.
“읍…….”
헤인드는 아차 하는 마음에 급히 입을 틀어막았다.
헤인드와 디로안의 모습에 다른 사람들의 얼굴에도 조금씩 미소가 번졌다.
라이안은 시간이 너무 지체되었다고 판단하고 그들에게 말했다.
“자, 이제 떠나자. 모두 준비는 됐지?”
“모두 완벽하게 준비했네.”
모두가 고개를 끄덕이며 걸음을 옮기려는 그 순간!
뚜벅 뚜벅 뚜벅…….
갑자기 나무숲에서 한 사람이 걸어 나오는 것이 아닌가!
챙! 채쟁!
“누구냐!”
헤인드 일행은 걸어 나오는 사람을 극도로 경계하며 검을 뽑아 들었다.
그의 얼굴은 나무 그늘에 가려져 잘 보이지 않았다. 그가 점점 다가올수록 모습이 서서히 드러나기 시작했다.
“너무들 한 거 아닌가? 나만 두고 가다니…….”
가슴까지만 보이던 그가 더 걸어 나오자 얼굴까지 보였다.
“팔튼!”
“팔튼 오빠!”
갑자기 나타난 사내는 바로 팔튼이었다.
라이안 역시도 의외라는 듯 어색하게 웃었다.
팔튼은 그런 라이안의 모습을 바라보며 한숨을 쉬었다.
“휘우우우… 라이안, 자네까지 아무 말도 없이 떠나려 했다니… 상황을 이해 못하는 건 아니지만 솔직히 조금 서운하군.”
라이안도 팔튼에게 조금 미안한 감정이 들었다. 그는 팔튼에게 다가가 어깨에 팔을 걸쳤다.
“에이… 미안해. 하지만 네가 알았다면 분명히 따라온다고 했을 거 아냐? 그래서 시녀들을 통해 편지를 남겼는데… 이렇게 걸려버렸네?”
“나도 동참하면 안 되겠는가?”
함께하고 싶은 팔튼의 절실함이 묻어나오는 목소리에 라이안이 조용히 입을 열었다.
“나 역시 너와 함께 가고 싶어. 하지만 아직 히매인 왕국의 위험은 사라진 게 아니야. 히매인 왕국에서 가장 강한 사람은 너잖아. 그러니 네가 지켜내야지.”
“…….”
“…게다가 높은 직책을 받은 네가 이렇게 나와 같이 돌연 사라진다면 귀족들의 반발이 심할 것은 물론, 루시 공주님이 성을 떠났다는 게 더 빨리 발각될 거야. 너와 같이 갈 수 없는 이유가 이렇게 많으니 어쩔 수 없지 않겠어? 팔튼, 내 말 이해하지?”
“흠… 후작위의 귀족이 갑자기 사라진다면 나를 적대시하는 귀족들이 내 행방을 찾으려 하겠지… 후후후, 함께 가려고 이렇게 쫓아왔더니… 결국은 자네들만 보내야 하는군.”
팔튼은 루시 공주 앞으로 걸어갔다.
“조심히 다녀오십시오, 공주님.”
“팔튼 공도 우리 왕국을 무사히 지켜주시길 바랍니다.”
헤인드가 그런 팔튼의 어깨를 강하게 잡으며 말했다.
“이봐, 팔튼! 아주 헤어지는 것도 아닌데 계집애 같이 왜 이리 징징대는 거야?”
“아니, 누…누가 징징댔다고 그러는 겐가? 난 그런 적 없네.”
“아이고, 엄마가 시장갈 때 같이 데려가 달라고 징징대는 아이와 지금의 자네가 다른 게 뭔가? 징징대는 거 맞고만.”
“윽…….”
“하하하하하!”
“호호호호호!”
“하하하하하!”
팔튼이 당황하자 모두 박장대소 했다.
팔튼의 얼굴은 더욱 달아올랐다.
“이 자식들이…….”
차르르르릉!
참다못한 팔튼의 검집에서 검이 스르르 빠져 나왔다. 그는 금방이라도 휘두를 듯 검을 고쳐 잡았다.
“어, 어! 이봐, 팔튼! 장난이라네, 장난…….”
“이거… 팔튼을 너무 놀렸나 보군.”
“하…하하… 어, 어!”
휘우우웅!
“이, 이봐!”
“으악!”
팔튼이 뽑아든 검을 휘둘러 그들을 위협하자 모두 팔튼을 피해 숲속으로 도망쳤다.
“으아아아!”
“끼악!”
“이 자식들 빨리 가버려!”
헤어짐에 서툴렀던 그들은 이렇게 장난스럽게 헤어짐을 받아들였다.
스르르륵!
철컥!
팔튼은 그들이 사라진 방향을 보며 검을 집어넣었다.
“부디 조심히 다녀오게, 모두들… 그리고 빨리 돌아오길 바라네…….”
팔튼의 신형 또한 그렇게 어둠속에 묻혀 사라졌다.
* * *
히매인의 왕성은 왕국의 중앙에 위치하고 있었다.
라이안 일행이 빠른 방법으로 포스안에 가고자 했다면, 바다를 등지고 있는 바치스 공작의 스피린 영지를 통해 이동한 뒤 배를 탔을 것이다.
하지만 라이안은 그들이 강해지길 원했고 그들 또한 그것을 갈망했기에 몬스터의 초원으로 방향을 잡았다.
몬스터의 초원을 통해 가는 방법은 상당히 먼 길로 돌아서 가는 형태가 되었다. 포스안에 직진으로 가려면 에드코르 제국을 지나야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었다.
위험도로 따진다면 몬스터의 초원이 더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까다로운 것으로 따진다면 에드코르가 더했으니 오히려 지금의 방향을 택하는 편이 나았다. 에드코르 군대의 추격을 따돌리기란 상당히 고되기 때문이다.
라이안 일행은 될 수 있으면 마을이나 영지를 거치지 않는 길을 택했다. 최대한 사람들이 그들을 보지 않게 하기 위함이었다. 그래서인지 라이안 일행은 밤새 걷고 또 걸었다.
그들은 상당히 지쳐있었다. 아니, 검사인 라이안과 헤인드, 그리고 디로안만이 지치지 않고 걸을 수 있었다.
하지만 루시 공주와 에나, 그리고 라드이라는 그들의 걸음을 따라갈 수 없어 상당히 힘들어했다. 검사의 체력을 따라오기란 쉽지 않았던 것이다.
루시 공주는 이 여행이 자신 때문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쉬자는 말을 먼저 꺼낼 수 없었다.
루시 공주의 옷은 이미 땀으로 젖어있었다. 에나와 라드이라도 마찬가지였다.
“하아… 하아… 하아…….”
뒤쳐지는 그들이 숨소리가 절정에 다다랐다고 생각한 순간 라이안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여기서 잠시 쉬었다 가자.”
뒤쳐져 있던 세 사람에게는 그런 라이안의 목소리가 마른 땅의 단비처럼 느껴졌다.
“에휴… 이제야 겨우 쉴 수 있게 됐네요.”
에나가 너무도 힘겹다는 듯 주저앉으며 말했다.
루시 공주 또한 그 말에 동조했다.
“하아… 하아… 너무 강행하는 거 아닌가요?”
루시 공주는 아직도 호흡을 고르지 못했다.
라이안이 루시 공주에게 다가왔다.
“많이 힘들죠?”
“하아… 보면 알잖아요…….”
라이안은 루시 공주를 보며 미소 지었다.
“하지만 어쩔 수 없어요. 적들이 우리의 행방을 모르게 하려면 단시간에 몬스터의 초원까지는 가야 해요. 힘들더라도 조금만 참아요. 몬스터의 초원에 들어서기 전에 영지의 마을에 들를 거니까 거기서 쌓인 피로를 풀면 될 거예요. 앞으로 이틀만 더 가면 되겠네요.”
“아…이틀이나…….”
루시 공주는 ‘이제 죽었구나.’ 하고 생각하며 멍해졌다.
한편, 한쪽에 주저앉아 있던 에나는 그들의 모습을 보고는 뾰로통해 있었다.
‘치! 나도 힘든데…….’
에나는 라이안에게 마음이 있었다. 그래서 공주를 대하는 라이안의 자상한 행동에 질투가 났던 것이다.
루시 공주는 라이안에 대해 궁금증이 일었다.
헤인드와 디로안도 체력이 강하지만, 그들도 엄청난 양의 땀을 흘리고 있었다. 그런데 라이안은 산책이라도 나온 양 전혀 힘든 기색을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라이안 님은 전혀 힘들지 않은가요?”
“저요? 저야, 뭐… 전혀요.”
“치…….”
“왜요?”
“아니에요. 됐어요.”
“왜 그러는 거예요?”
“우린 다들 지쳐있는데 라이안 님만 태평할 수 있으니 왠지 샘이 나서 그래요.”
“하하하, 그것 때문에 그런 거예요? 흠… 루시는 제가 힘들었으면 좋겠나 봐요?”
루시 공주는 왠지 자신이 말을 이상하게 한 것만 같았다.
“아니, 그건 아니지만…….”
라이안은 이대로 간다면 진행 속도가 너무 늦어질 것이라고 느꼈다.
“아무래도 안 되겠네요. 루시, 잠시 돌아볼래요?”
“네? 왜요?”
“체력을 조금 회복시켜 줄게요.”
“그럴 수 있어요?”
루시 공주는 의외라는 듯 라이안의 말대로 돌아앉았다.
라이안은 그녀의 등을 통해 내기를 흘려보냈다.
라이안의 정순한 내기가 그녀의 혈도 곳곳을 돌아다니며 몸을 차차 회복시켰다.
루시 공주는 자신의 몸에서 갑자기 힘이 넘치자 무척이나 놀라워했다.
“이제 됐어요.”
“와아! 정말 신기해요. 어떻게 한 거죠?”
“단지 제 마나를 흘려보냈을 뿐이에요.”
라이안은 다른 사람들을 둘러보며 말했다.
“모두들 여기 한 곳으로 모여 줄래? 헤인드와 디로안도 이리로 와. 너희도 체력이 좋기는 하지만 힘든 건 마찬가지잖아.”
“뭐… 그거야 그렇지만…….”
헤인드와 디로안은 서로를 쳐다보고는 라이안에게 다가갔다.
“모두들 나를 등지고 돌아앉아. 그냥 편하게 앉아만 있으면 돼.”
모두 라이안의 말대로 돌아앉기 시작했다. 그런데 가장 많이 힘들어 하던 이들 중 하나인 라드이라는 머뭇거렸다.
“라드이라, 넌 왜 그러고 있어?”
“전 신관이라 마나와는 충돌을 일으킵니다. 그래서…….”
신관들 중에는 마법사가 없다.
신성력 또한 공격형과 방어형, 그리고 보호형이 있다. 마법 또한 형태는 같으나 신성력과 마법력의 원동력인 마나가 서로 충돌한다는 것을 신관들은 알고 있었다.
이것이 신관들 중에 마법사가 없는 이유다. 그들인들 왜 그러한 시도를 해보지 않았겠는가…….
라이안은 라드이라에게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신성력과 마나를 동시에 배울 수 없다는 건 나도 알고 있어. 하지만 그건 신성력과 마나를 함께 몸에 지닐 수 없는 것뿐이야. 사람의 몸에는 아주 미약한 양이라도 마나가 없을 수는 없거든. 우선 나를 믿고 내가 시키는 대로 해줄래?”
“흠…….”
곰곰이 생각하던 라드이라는 이내 입을 열었다.
“알겠습니다. 우선 해보겠습니다.”
“그래.”
라이안은 돌아앉은 친구들의 등에 손을 대고 자신의 내기를 주입해 순환시켰다.
내기를 받은 사람들은 갑자기 샘솟는 힘에 미소까지 지었다.
가장 먼저 라이안의 내기를 받은 헤인드는 검까지 꺼내 허공을 가르며 소리쳤다.
휘우우우웅!
휘우우우웅!
“이야! 이거 정말 대단한데? 마치 몸이 최상의 상태로 변한 것 같아!”
마지막으로 라드이라의 차례가 되었다.
라이안이 라드이라의 등에 손을 대자 라드이라의 몸이 움찔거렸다. 아무래도 조금 불안했던 모양이다.
“괜찮을 테니까 걱정하지 말고 긴장 풀어.”
“네, 알겠습니다.”
라이안은 신성력이 있다고 해서 사람의 신체까지 달라질 리는 없을 것이라고 확신했다. 그리고 그러한 그의 생각이 맞아 떨어졌다.
라드이라는 곧 자신의 등에서부터 몸속으로 들어오는 따스한 기운을 느낄 수 있었다. 등은 따스했으나 몸속으로 들어오는 기운은 무더운 여름에 얼음을 삼킨 듯 무척이나 맑고 시원했다.
그 기운들이 몸 곳곳을 누비자, 라드이라는 마치 누군가에게 신성력을 부여받은 듯 몸에서 힘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곧 순환이 다 되었는지 라이안이 라드이라의 등에서 손을 떼며 말했다.
“이제 됐어. 기분이 어때?”
라드이라는 정말로 신기하다는 듯이 일어나 몸을 움직여 보았다.
“정말 신기하군요. 정말 마나가 맞는 건가요? 혹시 라이안 님이 가지고 계신 신성력이 아닌가요?”
라드이라의 말에 루시 공주가 놀라며 라이안에게 물었다.
“라이안 님, 혹시 신성력도 가지고 계신 거예요?”
“뭐… 그렇다고… 하더군요.”
“그럼 어떤 신의 신성력인가요?”
“그건 잘 모르겠네요.”
루시 공주는 눈앞에 있는 라이안이 정말 인간이 맞긴 맞는 것인지 점점 아리송해지기 시작했다.
라이안은 모두를 둘러보며 말했다.
“이제 다시 강행해도 되겠지? 다들 준비됐지? 자, 어서 출발 하자고.”
한참을 걷던 라이안 일행은 날이 어두워져서야 적당한 야영지를 찾아 불을 피울 수 있었다.
헤인드와 디로안이 여기저기서 상당히 많은 양의 나뭇가지들을 가져왔고, 에나가 손쉽게 그곳에 불을 지폈다.
루시 공주는 일사천리로 일을 행하는 그들을 보면서 ‘역시 용병들이구나.’ 라고 생각했다.
곧 헤인드가 굵은 나뭇가지를 가져와 불의 양쪽에 깊이 꽂았다.
루시 공주는 헤인드가 왜 그러한 행동을 하는지 궁금해졌다.
“헤인드, 왜 불 양쪽에 그걸 꽂아 넣은 거죠?”
“아, 이거요? 하하하, 그건 두고 보면 압니다. 둘러보세요. 라이안이 사라졌죠?”
“어? 라이안 님은 어디 가신 거죠?”
“걱정 말아요. 곧 나타날 거예요. 좋은 고기를 가지고요.”
에나가 웃으며 루시 공주에게 말했다.
루시 공주는 역시나 그들의 말을 이해하지 못했다.
약간 추운 날씨였기에 모닥불을 조금 크게 만들었다. 모두들 불 주위에 둘러앉아 라이안이 오기만을 기다렸다.
그리고 곧 풀을 스치는 소리가 나더니 라이안이 걸어 나왔다.
쿵!
라이안이 어깨에 걸치고 온 것을 바닥에 내려놓자, 그것은 상당히 큰 소리를 내며 떨어졌다.
곧 헤인드가 단검을 꺼내들고는 라이안이 내려놓은 것에 다가서며 말했다.
“호오, 이번엔 상당히 큰 놈인데? 자, 간만에 시작해 볼까나?”
라이안이 잡아온 것은 멧돼지였다.
헤인드는 근처에 있는 냇가에서 물을 떠와 멧돼지를 손질하기 시작했다.
무척이나 능숙한 헤인드의 손길에 멧돼지는 순식간에 먹기 좋은 고기만 남았다.
“이제 손질은 끝났군.”
“다 된 거야?”
라이안은 헤인드가 손질해 놓은 멧돼지를 잡아들더니 여기저기 돌려가며 살펴보았다. 그러고는 곧 고개를 끄덕였다.
“역시 헤인드야. 고기 손질 하나는 끝내주는 군.”
“하하하, 난 열여덟 살부터 용병생활을 한 사람이라고. 이정도 쯤이야! 하하하!”
라이안은 그런 헤인드에게 빙그레 웃어주며 자신의 등에 매고 있던 창을 풀었다.
라이안은 창을 하얀 천으로 둘둘 말고 다녔다. 다른 사람들이 자신을 알아봐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라이안의 영향으로 미칼투 대륙의 용병 중 창을 무기로 들고 다니는 이들이 부쩍 늘었다.
이 세계에서도 유행은 어쩔 수 없는 모양이었다.
무기란 자신에게 가장 잘 맞는 것으로 택해야 하는 것이거늘…….
라이안의 창은 미칼투 대륙 전체에서 무척 유명했지만, 정작 라이안의 얼굴과 이름은 알려져 있지 않았다.
라이안은 히매인 왕국과 에드코르 제국의 전쟁 중 케로틴 성에서 강식장갑을 착용하고 전투에 임했기에 사람들에게는 오히려 검은 사신으로 유명했다.
대륙 최초의 스피어 마스터인 검은 사신…….
라이안은 자신의 창에 멧돼지의 입에서부터 꼬리까지 꼬치처럼 끼워 불 위에 올려놓았다.
다른 사람들은 그것을 아무렇지 않게 생각하며 입맛을 다시고 있었다. 그러나 루시 공주만은 라이안의 그러한 행동을 이해할 수 없었다.
“라이안 님, 그 창… 라이안 님에게 소중한 거 아닌가요? 기사들은 보통 자신의 무기를 자식처럼 소중히 다루는데, 라이안 님은…….”
“네? 아…이 창이 좋기는 하죠. 이 대륙에서는 보기 힘든 물건이기도 하고요. 형태가 무척이나 다르죠?”
“네, 모양은 정말로 독특해요. 이곳에서는 창을 단지 찌르기 위한 도구로 사용하거든요.”
“맞아요. 하지만 이 창은 찌르기도 하고 벨 수도 있지요. 그만큼 활용도는 무궁무진하답니다. 그리고 이렇게 고기를 굽는 도구로 사용하기에도 딱 좋고요.”
“하지만…….”
루시 공주는 어찌하여 자신의 애병을 그렇게 허술히 대하냐고 말하고 싶었지만, 곧 디로안이 말을 이었다.
“루시, 라이안에게는 그런 말 백날해도 소용없어요. 무기로서의 중요성보다는 도구로서의 활용성을 더 중시한다고나 할까요?”
“네… 그렇게 보이네요.”
디로안의 말에 라이안이 투덜댔다.
“쳇… 무기로 쓰든 고기 굽는 막대기로 쓰든 필요한 곳에만 잘 쓰면 되는 거지 뭐. 아닌가?”
“저것 봐요. 맞죠?”
루시 공주는 어색하게 웃었다. 웃어야 할지 충고를 하며 무기의 중요성을 설명해야 할지 감이 잡히지 않았기 때문이다.
본래 라이안에게는 좋은 무기라는 기준 자체가 없었다.
일반적으로 검사들이 쓰는 좋은 무기란 실력 좋은 대장장이가 만든 물건을 말한다. 그럴수록 전투할 때 부러지지 않고 자신의 목숨을 지켜주는 최고의 방어막이 된다.
하지만 라이안에게는 늘 최고의 대장장이가 따라다닌다. 바로 챠둠이라는…….
챠둠이 제련하는 검이나 무기들은 인간이 만들 수 없다.
금속의 농도 또한 정밀했고 제련 과정에서 몇 십 톤의 망치, 아니 몇 십 톤의 기둥으로 내려치기를 수억 번이나 거치니 그 강도가 어떠하겠는가?
챠둠이 만들어내는 무기는 이전에 있던 세계에서 티타늄 이상의 강도를 가지고 있었다. 물론 가끔 티타늄으로 무기를 만들기도 했다.
챠둠이 이토록 강도가 높은 무기를 만드는 데에는 한 가지의 이유가 있었다. 라이안이 사용하는 파황혈천무를 버틸 수 있는 무기가 없었기 때문이다.
신화경을 뛰어넘는 무공으로 만들었다는 것이 괜한 말이 아니었다.
과거 신병이기로 유명했던 무기들도 라이안의 손에서는 일 분을 채 버티지 못하고 터져 나갔었다.
그러니 당연히 라이안이 사용할 수 있는 무기를 만들어 내야만 하지 않았겠는가.
그로인해 라이안은 늘 최고의 강도와 예리함을 자랑하는 무기만 소지할 수 있었던 것이다.
모든 존재의 가치는 희소성과 비례한다. 반대로 너무 흔하면 그것의 소중함을 모르게 된다. 그와 같은 이치였다.
라이안은 장작에 있는 불씨에 손을 내밀어 그 불의 강도를 높였다. 내기를 이용한 삼매진화의 묘였다.
루시 공주는 라이안과 불을 번갈아 보았다.
‘라이안 님은 마법도 하시는 건가?’
물어보고 싶었으나 라이안에게는 신비한 구석이 한두 가지가 아닌지라 곧 포기했다.
루시 공주도 이제 라이안은 특별하다는 생각을 가지게 된 것이다. 이해하려고 해도 이해할 수 없는 점이 너무도 많기 때문이다.
라이안은 불의 강도를 높이며 고기를 골고루 돌렸다. 그로 인해 고기는 무척이나 잘 익어 있었다.
‘이제 먹어야지.’ 하고 생각하는 순간 라이안의 움직임이 멈추었다.
“아차…….”
“왜 그러나?”
“무슨 문제라도 있나?”
라이안이 무엇인가를 깜박했다는 듯이 행동하자 헤인드와 디로안이 물었다.
라이안이 입을 열었다.
“떨거지들이 다가오고 있어서… 이곳에 진법을 펼치는 것을 잊어버렸어.”
“떨거지들? 혹, 사람인가?”
“사람은 아닌 것 같아. 잠시 기다려봐. 헤인드, 네가 이 고기 좀 돌려줄래? 난 진법 좀 설치해 놓고 올게.”
“알겠네. 어서 하고 오게나. 고기가 다 익어서 이제 먹어도 될 것 같으니까. 으흐흐, 빨리 안 오면 내가 다 먹어버린다고.”
“너… 내 몫은 남겨 둬라.”
라이안이 보기에도 헤인드의 식성은 장난이 아니었기에 고기의 양이 많아도 왠지 불안해져 움직임을 빨리 했다.
라이안이 신법을 펼치자 곧 잔상만이 남았다.
역시나 루시 공주만 놀랐다.
“어? 지…지금!”
하지만 다른 사람들은 고기를 구경하고 있거나 적당히 익었는지 나뭇가지로 찔러가면서 확인하고 있을 뿐이었다.
또 다시 뭔가를 물어보고 싶었던 루시 공주는 입을 다물 수밖에 없었다.
‘이 사람들… 무척이나 익숙해져 있어. 대단하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도대체 라이안 님은 어떤 분이지?’
라이안의 신비로움과 궁금증은 점점 루시 공주로 하여금 라이안에게 흥미를 느끼게 했다.
라이안은 멀리서 들려오는 기척에 일행이 있는 곳 근처에서 고민을 하고 있었다.
“흠… 무슨 진을 설치해 볼까나…….”
순간 생각난 것은 환상마라진과 천지개벽진이었다.
“아니야, 그건 너무 시끄럽지…….”
환상마라진은 적으로 하여금 극도의 공포를 주어 괴로움에 떨다 죽게 만드는 진법이고, 천지개벽진은 말 그대로 하늘이 무너지고 땅이 갈라지는 환상을 보게 만드는 진법이다.
환상마리진은 서로를 같은 편이 아닌 악마 같은 것으로 보이게 만들어 서로를 공격하게 만든다.
천지개벽진은 환상 속에서 땅속으로 떨어질 때 긁히고 찢기는 상처를 실제로도 입히는, 내기를 이용한 공격이었다.
물론 일반 진법에 비해 엄청난 내기를 주입시켜야만 공격이 가능했다.
“에휴… 그냥 환상미로진으로 해야겠다. 밥 먹는데 시끄러우면 아직 익숙지 않는 루시가 체할 수도 있으니까…….”
환상미로진은 말 그대로 상대로 하여금 길을 잃게 만드는 진법이었다. 이 진법에 걸리게 되면 생문을 찾지 못하는 한 영원히 길을 헤맬 수밖에 없다.
“보자… 팔괘에서…….”
라이안은 여기저기서 나뭇가지 주워 일행들 주위를 돌며 적당한 위치의 땅에 꽂았다.
잠을 청할 때에도 근처에서 움직임이 느껴지면 잠을 잘 수가 없었다. 그러한 이유 때문에 라이안은 일행들이 있는 곳과 상당한 거리를 두고 진을 설치해야만 했다.
한참을 나뭇가지들을 땅에 박고 돌들을 옮겨 진을 설치하고자 하는 위치로 옮겨놓았다. 그러자 대기의 기운이 살며시 일렁이는 것이 느껴졌다.
“좋아, 준비는 다 됐군. 이제 내기만 주입하면 되나?”
라이안은 곧 환상미로진의 핵심이 되는 곳으로 가서 땅에 손을 대고 내기를 주입했다.
“자, 준비 끝! 아… 배고프다. 어서 가야지. 헤인드가 다 먹어버리면 곤란하니까.”
신법을 사용했지만 여기저기가 꼬불꼬불하게 움직였다. 자신이 설치한 진이지만 정해진 방법대로 가지 않으면 자신조차도 길을 잃을 수 있기 때문이었다.
물론 자신의 내기로 움직이는 진법인지라 길을 잃더라도 생문을 찾기는 쉬웠다.
하지만 잃었다가 찾는 것보다 아는 대로 가는 것이 더 빠르니 굳이 위험을 감수할 필요가 없었다.
라이안이 일행에게 돌아갔을 때는 이미 그들끼리 식사를 하고 있는 중이었다.
원래 양이 상당했던지라 아직도 양이 충분했다.
라이안이 숲에서 걸어 나오자, 헤인드가 고기를 씹다 말고 말했다.
“여어, 라이안! 생각보다 빨리 왔네? 조금만 더 늦었으면 내가 다 먹어버릴 수도 있었는데.”
물론 이제 막 먹기 시작했기에 양이 무척이나 많았지만, 장난스럽게 말하는 헤인드였다.
한참이 지나자 모두가 자신의 배를 붙잡고 포만감에 거친 숨소리를 내뱉었다.
“아이고, 배불러. 난 움직이기도 힘들어…….”
헤인드가 너무 많이 먹었는지 괴로움을 토했다.
그런 헤인드를 보며 디로안이 한마디 했다.
“이봐, 헤인드. 자네 그렇게 한꺼번에 많이 먹으면 배만 나온다네. 원… 무슨 식탐이 그렇게 강한지…….”
“이봐, 이봐. 용병은 먹는 게 남는 거야. 최대한 많이 먹어 두어야 전투를 할 때도 더 힘내서 할 수 있는 거라고.”
“하하하, 지금 배불러서 움직이지도 못하는 자네가 어떻게 전투를 한다는 건가? 움직이기도 힘들다면서? 내가 보기에는 누워 있다가 칼 맞기 딱 이네!”
디로안의 말에 헤인드는 자신의 배를 한 번 쳐다보고 일어나려고 했지만 도로 자리에 앉으며 뒷머리를 긁적였다.
“에구… 배가 무겁긴 하군… 하하하.”
그런 헤인드의 모습에 다른 사람들도 그를 보며 웃어버렸다.
“하하하.”
“호호호.”
“하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