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장 챠둠의 장난!
카크카론 공작가의 저택.
아크포민 공작의 집무실에서 공작과 갈천혁, 그리고 혁마소가 앉아서 차를 마시며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그래, 요즘은 뭔가 소식이 있는가?”
“예, 두 분께서 말씀하셨던 사람과 일치하는 듯한 사람을 찾은 것 같습니다.”
“정말이냐?”
“그곳이 어디냐?”
급히 일어나는 갈천혁과 혁마소 때문에 그들의 앞에 놓여 있던 찻잔이 넘어져 찻물이 흘러내렸다.
“우선 진정하시지요. 이야기가 길어질 것 같습니다.”
“흠……그렇군.”
“어흠, 찬찬히 말해 보거라.”
그들이 앉는 것을 본 아크포민 공작이 하나의 천으로 흘러내리는 찻물을 닦으며 말을 이었다.
“얼마 전 저희 제루이판 왕국의 정보기관에 들어온 정보가 있었습니다. 그 내용에는 히매인 왕국에 마스터급의 검사가 나타났다는 정보였습니다. 현재 대륙에 9명밖에 없는 마스터급이 히매인 왕국에 나타났으니 각국의 모든 시선이 그곳으로 집중되는 것은 당연한 것이었지요. 히매인 왕국에서 흘러나온 정보에 따르면 2명의 마스터가 나왔다고 하였습니다. 그런데 그 특징이 두 사람 모두가 검은 머리에 검은 눈동자를 가지고 있었다는 것이었습니다. 한사람은 미칼투 대륙에서 만 년 만에 나온 피스트 마스터였고, 또 하나는 대륙 역사상 단 한 번도 나오지 않았던 스피어 마스터라는 정보를 받았습니다.”
그 말을 듣던 혁마소가 말했다.
“그렇다면 그 2명 중 한 사람은 정운일 가능성이 있겠군. 그래, 말을 계속해 보거라.”
“네, 그런데 피스트 마스터는 눈 깜짝할 새도 없이 사라졌다고 하였고, 스피어 마스터는…….”
“뭔가 문제가 생긴 것이냐?”
“그렇습니다. 스피어 마스터는 히매인 왕국으로 넘어갔던 블랙섀도우 기사단에 의해서 죽었다는 정보였습니다.”
“주…죽었다! 그것이 정말이냐?”
“서, 설마 우리 정운이는 아니겠지? 그래, 아니고말고.”
“재수 없는 소리 하지 마랏!”
갈천혁의 말에 혁마소가 눈을 부라리며 소리쳤다. 그리고 아크포민 공작이 다시 말을 이었다.
“블랙섀도우 기사단이 어떠한 이유로 히매인 왕국에 몰래 들어갔는지는 모르나 엄청난 정보가 들어왔지요. 저 역시 소드 마스터 중급에 해당되지만 그들 10명 정도를 겨우 상대할 수 있을 정도로 그들은 강합니다. 물론 알려진 바가 그렇고 실제로는 더 엄청난 실력의 소유자들이라고 하더군요. 물론 이번 일이 벌어지지 않았다면 우리 제루이판에서는 그들이 존재하는지도 몰랐지요. 그만큼 에드코르 제국에서 비밀리에 만들어진 기사단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그 스피어 마스터는 그런 블랙섀도우 기사단을 모두 궤멸시켰다고 합니다. 20명이나 되는 그들을 상대로 말입니다. 들어온 정보로는 양패구상으로 보여진다고 하더군요. 그리고 블랙섀도우 기사단과 같이 있던 2명이 또 있었으나 그들은 연기가 사라지 듯 종적을 감추었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죽었다는 스피어 마스터의 시체는… 어디 있는 것이냐…….”
“흠.”
갈천혁의 물음에 혁마소가 침음성을 냈고 아크포민 공작이 물음에 답했다.
“그의 시신은 사라진 2명의 종적과 같이 찾을 수 없다고 합니다. 들어온 정보에 의하면 그 사라진 2명이 스피어 마스터의 시신을 가져갔을 것이라고 추정하고 있습니다.”
“허허… 방법이 없구나. 방법이…….”
그때였다. 갈천혁이 한숨을 짓고 있는 사이 혁마소의 귀에 챠둠의 음성이 들려왔다.
[어디서 놀고 있는 것이냐?]
그 소리에 혁마소가 흥분하며 일어났다.
“엇! 이 고물 컴퓨터가! 놀고 있기는 누가 놀고 있단 말이냐!”
갑자기 소리치며 일어나는 혁마소를 본 아크포민 공작이 놀랬다.
“스승님, 무슨 일이라도 있는지요?”
혁마소의 그런 행동이 무엇을 뜻하는지 알고 있는 갈천혁이 눈썹을 꿈틀거리며 주시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어쩔 줄 모르고 있는 아크포민 공작에게 살며시 말해 주었다.
“너의 스승은 지금 다른 사람과 통신을 하고 있는 중이니 걱정할 것 없느니라.”
갈천혁의 말에 아크포민 공작은 더욱더 놀라워했다.
“헛! 어찌 마법사와 수정구도 없이 통신을 한단 말입니까?”
아크포민 공작이 다시 물어왔지만 갈천혁은 혁마소만을 바라볼 뿐 이야기 해주지 않았다. 그래서 아크포민 공작도 하는 수 없이 자신의 스승인 혁마소를 바라보기만 했다.
[주인님의 종적은 찾았느냐?]
“흠… 그것이… 아직…….”
[쓸모없는 늙은이 같으니라고.]
“뭐…뭣이! 네 이놈!”
[여태껏 무엇을 했기에 아직도 그러고 있단 말이냐?]
“크윽……”
챠둠은 이미 찾은 라이안에 대하여 말하지 않고 혁마소를 놀려주고 싶었다. 이곳에 내려줄 때의 복수인 것이다.
“그렇다면 너는 정운이를 찾았단 말이냐! 그래도 난 정운과 비슷한 차림의 사람을 찾았다!”
[그래? 그것이 어디지?]
“흥! 히매인 왕국이라고 하더군.”
[그래도 제법이구나. 정확한 정보를 알고 있는 것을 보니.]
“헛! 그럼 너도 그것을 알고 있었단 말이냐?”
[벌써부터 알고 있었다.]
“그렇다면 그들 중에 정운이… 있는가?”
혁마소가 알고 있는 정보에 의하면 그들 중 한사람은 이미 죽은 것으로 알고 있었기에 말하면서도 주춤거릴 수밖에 없었다.
[그렇다.]
“헉! 그럼 찾은 것이냐! 어느 쪽이냐? 주먹이냐! 창이냐!”
혁마소의 찾았다는 말에 갈천혁이 벌떡 일어났고 그의 얼굴에 희열이 나타났다.
“빨리 말하거라! 답답하지 않느냐!”
[그것이…….]
“나를 말려 죽일 작정이냐! 어서 말하지 못할까!”
[창이다…….]
뚝.
“헉! 뭐…뭐냐? 다, 다시 말해라! 이… 이……!”
이미 통신이 끊어진 것을 알고 있었으나 챠둠의 말 중 창이라는 말이 나오자 절망할 수밖에 없었던 혁마소였다. 그는 몸에 힘이 빠졌는지 소파에 철퍼덕 주저앉아버렸다.
혁마소는 소파에 앉아 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갈천혁이 침을 꿀꺽 삼키며 혁마소에게 물었다.
“그래, 뭐…뭐라고 하던가? 정운은 무사하다고 하던가?”
“창…….”
“창이라니?”
“으흐흐흑, 창…흐흐흐흑…….”
그 말이 무슨 뜻인지 감이 와버린 갈천혁도 똑같이 소파에 철퍼덕 주저앉아 버렸다.
“이…이럴 수가… 이런… 일이…….”
통신을 일부러 끊어버린 챠둠은 전함 안에서 광소를 터뜨리고 있었다.
“크하하하, 멍청한 늙은이 같으니라고. 감히 나를 놀린 대가다! 크하하하하!”
다시 라이안이 있던 곳으로 자리를 옮긴 챠둠을 보고 라이안이 챠둠에게 물었다.
“할아버지들에게 내 얘기 했어?”
“이쪽 세계에 통신망의 구축이 전혀 되어 있지 않아서 연락을 하지 못했습니다.”
“그래? 그럼 어떻게 하지? 할아버지들도 보고 싶은데…….”
“내일이면 두 대의 인공위성을 쏘아 올릴 수 있습니다. 그러면 통신이 가능할 것 같으니 걱정하지 마십시오.”
“그래? 그럼 다행이고…….”
챠둠의 거짓말을 눈치 채지 못한 라이안은 다시 몸을 풀고자 레어 밖으로 나가려고 했다.
그는 나가기 전에 타미르안과 이미화가 있는 방으로 향했다.
“엄마, 잘되어가나요?”
그 말을 타미르안이 받았다.
“자네의 어머니도 엄청난 능력을 가지고 있군. 자네보다는 조금 느리지만 벌써 마나를 느끼고 하나의 마나 고리를 만들었다네.”
“와! 그럼 벌써 1서클 마스터가 된 거야?”
“호호호, 마법이라는 것이 생각보다 무척 재미있구나.”
“하하하, 역시 엄마도 그렇게 생각 하시죠? 열심히 하세요. 배울수록 더 빠져드는 것 같아요. 그럼 전 밖에 나가서 운동하고 올게요.”
“그렇게 하렴. 대신 밥 먹을 시간에는 들어와야 한다?”
“알았어요. 헤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