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혼돈의 라이안-4화 (4/57)

제4장 격돌! 챠둠 대 타미르안!

한편 챠둠은 하늘을 부유하다가 고지에 착륙했다. 그리고 여러 가지 기계를 만들어 착굴에 들어갔다.

스스로가 아만다리움으로 만들어져 있다고는 하나 그만큼 아만다리움 금속은 위험한 금속이었다. 때문에 아만다리움으로 위성을 만들 수는 없었다.

그래서 선체 내에 있던 금속으로 여러 가지 착굴 기계를 만들어 땅을 파고 금속에 해당되는 물질을 얻기 시작한 것이다.

그렇게 보름 동안 금속 물질을 모아 그는 하나의 위성을 만들 수 있었다. 그리고 적절한 날씨에 그것을 쏘아 보낼 준비를 했다.

“인공위성 akas112 발진!”

부수우우우우.

피이유우우우.

붉은빛을 내며 빠른 속도로 위로 솟구쳐 올라가는 인공위성을 뿌듯하게 바라보는 챠둠이었다. 그런데 그 순간!

삣비빗!

갑자기 나타난 고에너지반응에 챠둠이 의문을 나타냈다. 그리고 그 순간!

푸하하하하핫!

펑!

어떤 빛이 날아오더니 인공위성이 폭파시키는 것이 아닌가!

“감히 어떤 놈이!”

어이가 없었다. 이곳의 광물은 지구보다 채취가 힘들어 광물을 모으고 인공위성을 만들어 쏘아 올리는 데 많은 시간이 걸렸는데 그것이 한순간에 물거품이 되어버린 것이다.

그에 화가 잔뜩 치민 챠둠의 전함은 위로 떠오름과 동시에 빛이 날아왔던 곳으로 최고속도로 쏘아져 나갔다.

200년의 수면기에서 벗어난 6,000살의 골드드래곤 타미르안은 거대한 몸체를 이끌고 자신의 레어 위로 날아올랐다.

“몸이 찌뿌듯했는데 나와서 이렇게 상쾌한 공기를 마시니 개운하군. 후후후.”

그렇게 그는 한참 동안이나 공중에 떠올라 자신이 다스리는 땅을 날아다니며 순찰했다. 그러자 아래에 있는 몬스터들은 타미르안을 보고 저마다 재빨리 숨기 바빴다.

그렇게 유유히 하늘을 날고 있던 타미르안의 눈에 들어오는 빛줄기가 있었으니…….

“아니, 감히 어떤 놈이 나의 구역에서 불꽃놀이를 하는가! 내 이놈들을!”

타미르안의 머리가 잠시 뒤로 젖혀지는가 싶더니 입에서 어마어마한 빛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쿠오오오오오!

푸하하하핫!

타미르안의 입에서 금빛의 빛줄기가 쏘아져 나갔고 멀리서 위로 솟구쳐 올라가던 빛줄기가 폭발했다.

이 세상에서 드래곤의 브레스를 버틸 수 있는 것은 전무하다시피 했다.

펑!

“크그그극, 나의 구역에서 함부로 놀면 그렇게 되는 것이다. 크하하! 그런데 어떤 놈들이 내 구역까지 와서 불꽃놀이를 하는 거지? 크기로 보아 상당한 인간들이 모여서 만들었을 것 같은데…….”

괘씸한 놈들이라고 생각했지만 보통 인간들이 이 정도까지 들어오는 일은 없었기에 그는 의아해했다. 이곳에 와서 저렇게 큰 불꽃놀이를 한다는 것은 자신을 무시하는 행위나 다름없었다.

그에 타르미안이 그 불꽃이 올라온 곳으로 이동하려 했는데 그 순간 또 다른 불꽃이 달린 쇳덩어리가 자신에게로 날아오는 것이 보였다.

“아니, 이놈들이 기껏 하찮은 쇳덩이에 불을 붙여 나에게 날려?”

쇳덩어리를 본 그는 용언 마법으로 헬 파이어를 날리려 했다. 하지만 그 순간 날아오던 쇳덩어리가 갑자기 타미르안 앞에서 멈추는 것이 아닌가.

타미르안도 순간 놀라워했다. 그것은 자신의 레어만큼이나 큰 쇳덩어리였던 것이다. 그만큼 놀라운 속도로 날아왔기에 가까운 거리에 와서야 그것이 큰 쇳덩어리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엄청난 속도로 날아오던 쇳덩어리가 거짓말처럼 자신의 앞에서 멈추는 것이 아닌가.

“뭐, 뭐야 이거?”

갑자기 멈춘 쇳덩어리에 놀란 타미르안이 주춤하고 있는 사이, 하나의 음성이 나왔다.

“감히 하찮은 파충류 주제에 나의 일을 방해했는가!”

“컥! 파, 파충류?!”

지상 최고의 종족인 드래곤이었다. 게다가 놀라운 지성을 가지고 있다는 골드드래곤의 수장인 자신에게 비가 올 때면 바닥에서 기어 다니는 파충류에 비교한다는 것에 타미르안은 머릿속이 하얗게 될 정도로 분노했다.

타미르안 앞에 있는 것은 바로 정운을 찾기 위해 인공위성을 만들어 쏘아 올렸던 챠둠이었다. 그것이 단지 타미르안에게는 쇳덩어리로만 보인 것이다.

“그 안에 어떤 놈이 숨어 있는지는 잘 모르겠으나 네놈이 죽고 싶은 모양이구나. 크그그극!”

“한낱 미물 주제에 말까지 하다니! 영물인 듯하나 나의 일을 방해했으니 살려둘 수 없다!”

“미, 미물! 이런 쳐 죽일!”

순간 타미르안은 용언마법으로 헬 파이어를 날렸다.

“나 골드드래곤의 수장 타미르안에게 실수한 것을 죽음으로 사죄해라! 헬 파이어!”

타미르안의 앞에 검 붉은색의 커다란 불의구가 형성되더니 챠둠에게 날아갔다.

“헛! 엄청난 고에너지 반응! 베리어 가동!”

비이이이잉!

전함의 몇 군데에서 빛이 흘러나왔고 전함 전체를 감싸며 막이 형성되었다.

쿠아아아앙!

전함 전체가 흔들리는 어마어마한 에너지에 챠둠은 파충류가 만만히 볼 수 없는 상대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다행히도 헬 파이어는 챠둠의 베리어에 막혀 그 위를 잠시 감싸더니 힘이 다한 듯 소멸해갔다.

그것을 본 타미르안은 놀라움을 감출 수 없었다.

“아, 아니! 드래곤의 헬 파이어에 견디다니! 네놈은 뭣이냐!”

“감히 내게 공격을 하다니 가만두지 않겠다.”

챠둠의 전함 위로 수십 개의 소형입자포 발사대가 나타났고 초광폭미사일 장착대가 돌출되었다.

“발사! 죽어라!”

피이이이용!

푸샤아아아!

갑자기 날아오는 수십 개의 빛줄기! 그에 위험을 느낀 타미르안이 방어마법을 펼쳤다.

“앱솔루트 실드!”

파아아앗!

타미르안은 너무 놀라워서 등 뒤로 식은땀이 흘렀다. 순간이었지만 일반 실드마법이 약하다 싶어 앱솔루트 실드를 펼친 것이다.

하지만 일반 쇳덩어리에 불과한 챠둠의 전함에서 날아온 빛줄기는 앱솔루트 실드에 엄청난 영향을 미칠 파괴력을 지니고 있었다.

퍼버버벙!

그때였다. 위험했다고 생각한 순간 이상한 작은 쇳덩어리들이 또다시 얇아진 실드를 때렸고 순차적으로 폭발했다. 총 4개의 초광폭미사일이 쏘아졌는데, 두 번째 미사일이 실드에 부딪치자 실드는 깨져버렸고 타미르안은 연속해서 나머지 두 발을 맞아버렸다.

“크아악!”

타미르안의 어깨와 옆구리에 구멍이 뚫려버렸고 그는 고통스러워하며 아래로 떨어져 내렸다.

쿠구궁!

엄청난 크기의 몸체가 떨어지자 싸움을 구경하고 있던 몬스터들이 잽싸게 피했다.

“크헉! 엄청난 위력이구나. 크흑!”

“마지막이닷! 먹어랏!”

또다시 소형입자포 수십여 개의 빛이 날아왔다. 그에 놀란 타미르안이 급히 마법을 전개했다.

“제길! 블링크!”

“헛!”

파바바바방!

그 순간 타미르안은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챠둠이 보기에는 갑자기 약간의 에너지원이 나타나 영물을 감싸더니 그곳에서 사라져버린 것으로 보였다.

타미르안이 사라짐과 동시에 그곳은 엄청난 폭발과 함께 몬스터들이 죽어나갔다.

꾸에에엑!

쿠오오!

온갖 고블린들과 오우거들이 빛을 피해보려 했으나 그들의 움직임은 소형입자포가 쏘아져 나가는 속도에 비하면 태양 아래의 반딧불과도 같았다.

이내 챠둠은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서 커다란 생체반응을 읽어내고는 동체를 틀었다. 그리고 그가 이동한 곳에서 블링크로 순간이동을 한 타미르안이 볼 수 있었다.

“비, 빌어먹을… 엄청난 놈이구나. 헉헉.”

무척이나 힘이 든 듯 타미르안의 숨소리가 거칠었다. 그는 챠둠이 공격해오기 전에 급히 회복마법을 시전했다.

“그레이트 힐!”

쏴아아아아!

마나의 기운이 뭉쳐서 생겨난 신비한 빛이 타미르안의 몸을 감쌌다.

그것을 본 챠둠은 무척이나 놀랐다.

챠둠은 자연의 기운을 분석할 수 있는 초과학인공지능을 가지고 있는데, 가장 처음 무림의 세계로 갔을 때 챠둠이 연구했던 것이 바로 ‘기’였다. 그런데 공기 중에 퍼져 있는 기를 통해 영물이 순식간에 몸을 치료하는 모습은 처음 보는 것이었다.

“가만두지 않겠다, 이놈! 어디 이것도 한번 막아봐라!”

또다시 드래곤의 권능인 브레스를 시전하려는 타미르안이었다. 챠둠은 있는 도마뱀 영물의 입에서 처음 공격한 것의 몇 배나 되는 에너지원이 모이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에 일반 배리어가 아닌 블랙홀을 통과할 때 만들었던 초강화 배리어를 쳤다.

푸하하하핫!

파사사사삿!

금빛 빛줄기가 또다시 챠둠의 전함으로 날아갔고 그것은 초강화 배리어에 부딪혔다. 회심의 미소를 짓고 있던 타미르안은 경악할 수밖에 없었다. 처음 공격한 헬 파이어와 다를 게 없는 상황이었던 것이다.

“이, 이럴 수가…….”

“이제 다시 내 차례군. 각오는 되었느냐, 도마뱀!”

“이런 제길! 텔레포트!”

“헛!”

챠둠 또한 어마어마한 에너지가 자신에게 쏟아지자 놀라워 할 수밖에 없었다. 초강화 배리어가 깨질 뻔했기 때문이다.

그것을 겨우 막아낸 그는 자신 또한 영물을 경시할 수 없다고 생각한 나머지 초분자광선포를 준비하려 했다.

그런데 갑자기 또다시 영물이 사라지는 것이 아닌가! 생체반응을 검색했지만 그 위치를 찾기 어려웠다.

순식간에 자신의 레어로 텔레포트 해온 타미르안은 수치심에 견딜 수가 없었다. 하지만 자신이 상대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생각에 전전긍긍할 수밖에 없었다.

“브레스까지 막아내다니… 그것이 인간들이 만든 것이라면… 크윽!”

그는 만약 저러한 무기를 인간들이 만들었다면 자신의 종족은 멸망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타미르안은 알고 있었다. 지식을 후대에 전수해가며 점점 발전해나가는 인간의 무서움을.

“하지만 어떻게 모든 공격마다 마나가 느껴지지 않는단 말인가?”

타미르안이 더더욱 놀란 것은 그것이었다.

더 강하고 엄청난 공격일수록 더 강한 마나가 집약된다. 그런데 자신이 본 쇳덩어리는 그러한 마나가 전혀 느껴지지 않고 엄청난 빛줄기만 날아왔다. 그리고 그 파괴력은 어마어마했다.

타미르안이 어찌 알 수 있겠는가, 초과학문명으로 태어난 챠둠의 전함을.

그 시각, 챠둠은 도마뱀 찾기에 여념이 없었다. 끝없이 지상을 스캔해가며 숨어 있는 타미르안을 찾고 있었다. 챠둠으로서는 도마뱀의 순간이동능력이 거슬렸기 때문이다.

만약 자신이 인공위성을 만들어 쏘아 올릴 때마다 그러한 능력으로 순간순간 나타나 방해한다면 자신으로서도 방법이 없기에 끝끝내 찾아내어 소멸시킬 작정이었다.

그렇게 그들의 전쟁은 약 10여 일 동안 계속되다.

투명화마법과 용언마법으로 자신의 존재를 지운 타미르안이었으나 어떻게 알고 찾아온 챠둠에게 또다시 공격을 당했다.

그 덕에 그의 레어의 일부가 무너졌다. 생체반응으로 찾아내는 챠둠의 과학력을 모르는 타미르안이었으니 당연한 결과였다.

그렇게 잦은 소형입자포의 난사와 타미르안의 마법난사로 인해 그 일대에 있는 모든 몬스터들은 떼죽음을 당했다.

타미르안은 더 이상 드래곤하트에 남아 있는 마나가 없다는 것을 알고 절망했다. 또한 몇 번의 공격을 더 받는다면 자신은 분명 소멸할 것임을 알기에 식은땀을 흘렸다.

‘제길… 여기까지가 나의 운명이란 말인가.’

챠둠 또한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다.

태양열에너지로 계속 에너지를 받아들이고는 있었으나 쓰는 양에 비하면 턱없이 모자란 양이었다. 게다가 땅으로 착륙할 수도 없는 상황이니 광물에너지 또한 얻기 힘들었다.

이대로 있다가는 배리어조차 만들기 힘들 것 같자, 그는 괜히 도마뱀을 찾았다는 후회감마저 들었다. 영물이 그토록 오래 견뎌낼 줄은 몰랐던 챠둠이었다.

잠시 싸움을 멈춘 채 이러한 생각을 하고 있던 둘 중 타미르안이 먼저 말을 꺼냈다.

“헉헉, 계속 이런 소모전을 할 생각인가?”

“네가 나의 일을 방해하지만 않는다면 계속할 생각은 없다.”

“으잉? 그렇다면 나를 죽이려고 왜 그리 쫓아다녔나?”

“네가 내가 만든 인공위성을 없애지 않았는가. 때문에 계속해서 내일을 방해할 것 같아서 그랬다.”

“이, 이런 어이없는!”

“무엇이 말이냐?”

“그렇다면 진작 말로 그렇게 했으면 되었지 않느냐!”

“네가 먼저 공격했다.”

“끄응… 그렇군. 미안하다.”

결국 자신의 화를 자신이 초래했다는 것을 깨달은 타미르안이 챠둠의 눈치를 보며 사과했다.

“지금 사과하는 것인가?”

“그, 그렇다. 더 이상 싸울 이유가 없는 것 같은데 뭐 하러 힘들게 싸우겠는가.”

“그렇군.”

그렇게 잠시의 침묵이 흐른 후, 싸울 이유가 없는 두 존재는 서로에 대해 궁금한 것을 물었다.

“자네의 모습을 나타낼 수 있는가? 드래곤의 명예를 걸고 더 이상의 싸움은 없을 것임을 맹세하겠네.”

타미르안은 쇳덩어리 안에 분명이 사람이 있을 것이라는 생각에 그렇게 물었다.

“지금 네 앞에 있지 않은가.”

“지, 지금 그 큰 몸체가 자네의 몸이라고 말하는 것인가?”

“그렇다.”

“허허… 어떻게 이런 일이…….”

커다란 드래곤의 몸체가 앉아서 드래곤보다 세 배 이상 커다란 쇳덩어리를 보고 말을 하고 있었으니 지나가는 지성을 가진 존재가 그것을 보았다면 배를 잡고 웃었을 것이다.

그렇게 며칠 동안 대화하면서 그들은 서로의 존재가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알았으며, 타미르안은 챠둠이 다른 차원에서 왔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대단하군, 대단해.”

“나 역시 지금 이쪽 세상이 신기하다.”

“허허허… 태양의 빛과 땅의 광물을 에너지로 삼다니, 마나와는 다른 계통이어서 아무런 마나를 감지할 수 없었군.”

“나에게는 주인님을 찾는 것이 가장 시급하다.”

“아참, 그렇군. 주인님이라는 인간을 찾기 위해 그 인공위성이라는 쇳덩어리를 위로 보내던 중이라고 했었지?”

“그렇다.”

“아마 다른 곳으로 가서 그것을 쏘아 올린다 해도 다른 지역의 드래곤들 또한 나와 같은 일을 벌일 수 있을 것이네.”

“이곳은 드래곤이라는 생물이 많은가 보군?”

“그렇다네. 약 100여 존재가 있지. 해츨링의 숫자는 제외시킨다 해도 여러 종족으로 나누어져 있으며 각종족의 수장들이 그들을 이끌고 있다네. 나만 해도 골드일족을 이끌고 있는 수장일세.”

“한 종족의 가장 강한 존재라는 뜻인가?”

“그렇다고 보는 것이 맞네. 드래곤일족은 나이가 들수록 마나량이 늘고 마법의 사용이 능숙해지는 것이니.”

“그렇다면 이곳에서 광물을 채취하려면 너의 허락을 얻어야 하는가?”

“뭐, 그렇다고 할 수 있지. 어험!”

잠시 자신이 이곳을 관장하고 있다는 것을 내비치는 타미르안이었다. 물론 타미르안 역시도 챠둠이 부탁을 해온다면 허락을 하려고 했다. 그런데…….

“그럼 또 싸워야겠군.”

“헛! 무, 무슨 말인가?”

“채취를 허락할 건가?”

“헐… 그건 협박이지, 동의를 구하는 것이 아니지 않은가!”

“동의하는가?”

“아니, 원래 그렇게 막무가내인가, 자네는?”

“나에게는 시간이 없다. 싸워서 시간을 아낄 수 있다면 그렇게 하는 것이 나의 방식이다.”

“휴… 어쩔 수 없군.”

“싸울 텐가?”

“아, 아니라네. 아니야, 그냥 채취해 사용하게나. 뭐가 그리 급한지 원… 자네의 주인이라는 인간이 자네에게 그토록 소중한 존재인가 보군.”

“그렇다. 그리고… 고맙다.”

기계적인 음성이 무척이나 차갑고 정떨어진다고 생각한 타미르안이었으나 고맙다는 말을 듣고는 얼어붙고 있던 마음이 빠르게 녹아내렸다. 눈앞의 존재가 마음에 든 것이다.

“대신 자네에게 붙일 조건이 있다네.”

“조건을 말하라.”

“자네, 나와 친구가 되어보지 않겠는가?”

“친구…….”

“어떤가? 난 자네에게 그 과학이라는 것을 배워보고 싶다네. 그리고 나 또한 마법을 가르쳐주겠네. 자네의 주인을 찾는 것도 도와주겠네.”

챠둠으로서는 타미르안의 제안이 자신에게 오히려 득이 됨을 느끼며 받아들였다.

“좋다, 친구 하겠다.”

“어허… 이보게, 친구라면 좀 더 정다운 말투로 말해야 할 것 아닌가.”

“인간적인 말투를 원하는가?”

“인간적이라… 뭐 비슷하지…….”

“좋아, 그렇게 하지 뭐”

“허허허… 좋구먼, 좋아.”

인간적인 말투로 말하면 챠둠은 정운의 말투와 비슷했다. 그리고 목소리조차도 정운의 목소리와 같았다.

그렇게 챠둠은 또다시 인공위성 제작에 들어갔으며 타미르안과 지식을 공유하기 시작했다. 초인공지능을 가진 우주전함과 미칼투 대륙의 골드드래곤의 동거가 시작된 것이다.

* * *

정운이 바라보는 마을은 무척이나 평화로웠다. 자연과 동화되어 살아가는 이들의 존재가 너무도 좋아 보였다.

물론 정운도 이들과 어울리며 활기찬 하루를 보내고 있었다. 사람들의 농사일을 도와가며 가끔 산에 올라가 사냥도 해왔다.

이들은 산과 마을 사이에 약 10피르의 목책이 설치되어 있었다. 몬스터의 위험 때문이었다. 그나마 이것도 가끔씩 출현하는 오우거로 인해 부서지고는 했다.

정운도 오우거는 무서웠지만 오우거를 만난다 해도 경공으로 도망칠 수 있었기에 마음 편히 산으로 가서 멧돼지와 사슴을 사냥해왔다. 가끔 오우거를 만난 적도 있었으나 역시나 정운을 쫓아올 수는 없었다.

그렇게 잡아온 사냥감은 곧 마을의 잔치가 되었으며 더욱더 풍족한 생활을 할 수 있었다. 이 마을에서 고기를 맛볼 수 있는 일이 드물었기 때문이다. 어쩌다 가축용 고기를 먹긴 했으나 그 가격은 만만치 않았다.

그렇다고 어둠의 숲으로 들어가 사냥을 하는 것은 목숨을 잃는 것이나 마찬가지니 고기를 자주 먹을 수 없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했다.

현재 정운이 사용할 수 있는 경공은 유운유령보였다. 때로는 경공술이 되고 때로는 보법이 되는 공부였다. 미약한 내공으로 사용할 수 있는 경공으로는 이것뿐이었다.

현경에 들어서며 천마공간보를 익혔으나 이것은 많은 내공을 필요로 했다. 많은 내공을 필요로 하는 만큼 그 속도는 경이로웠다. 한 걸음의 움직임으로 바람조차 내지 않고 수백여 장의 거리를 공간을 찢고 달리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만큼 엄청난 속도이기에 공간을 찢고 들어설 때는 호신강기로 몸을 보호해야 했다. 아니면 강식장갑을 장착하든지.

그러므로 가장 적은 내공으로 탁월한 효과를 낼 수 있는 경신법으로는 유운유령보가 가장 좋았다. 극성으로 펼친다면 이 또한 그림자만 날리며 유령이 스쳐 지나가는 듯한 효과를 낼 수 있을 정도로 빨랐다. 물론 아직 내공이 부족하여 극성으로 펼치기는 힘들었다.

정운은 이곳에서 10여 일 정도 생활하는 동안 한 가지 거슬리는 것이 있었다. 바로 팔튼이라는 귀족가의 도련님이었다.

정운은 자신이 용병이라고 밝힌 그와 촌장이 하는 말을 천리지청술로 들었다.

“촌장, 내 정체를 저자에게 밝히지 말아주게나.”

“네? 왜 그러시는지…….”

“그냥 내 말대로 해주게. 말도 저자에게 하듯 하대하고.”

“어찌 제가 감히!”

“어허! 내 말대로 해달라니깐! 지금부터 나에게 하대하게.”

“알겠습니다, 도련님.”

“아니, 그게 아니지 않습니까, 촌장님!”

“아, 알겠네, 팔튼…….”

이렇게 말하며 촌장이 팔튼의 눈치를 살피자 팔튼은 그에 웃음을 지었다.

그렇게 둘이 상의를 한 후 팔튼은 문을 열고 들어왔다. 그리고 식사를 하고 있던 정운에게 용병이라는 신분을 밝히며 인사를 했고 촌장과는 잘 아는 사이라고 했다. 정운이 다 듣고 있었다는 것도 모르고 말이다.

정운 또한 ‘숨기고 싶은가 보지.’하고 생각하며 모르는 척 인사를 했다. 그는 이지 예전에 정운이라는 발음이 이들에게 힘들 듯해서 이름을 바꾼 상태였다. 바로 이 미칼투 대륙을 혼란에 빠트릴 이름… ‘라이안’으로 말이다.

라이안은 자신이 생활하는 것을 항상 지켜보는 것 같은 팔튼이 신경 쓰였다.

어느 날은 라이안이 마을 사람들의 농사를 도와주고 난 후 몬스터가 잘 출현하지 않는 산으로 가 나무를 하려고 움직이고 있었다. 그런데 팔튼이 자신의 뒤를 쫓는 것이 아닌가.

그것을 느낀 라이안은 산을 오르다 순간 나무 위로 숨었다. 그것을 모르고 계속 쫓아오던 팔튼은 라이안의 종적이 묘연해지자 당황했다. 그러다 갑자기 뒤에서 들리는 음성에 화들짝 놀랐다.

“나를 찾고 있소?”

“헉!”

“나를 쫓는 이유가 무엇이오?”

“어흠, 그, 그것이 그냥 나도 나무나 할까 해서…….”

당황한 팔튼이 뻔히 보이는 거짓말을 했다. 라이안은 어이가 없으면서도 그런 그가 웃겼다.

“풋, 당신 거짓말도 참 못하는군. 하하하.”

“제가 좀 그렇죠. 헤헤.”

“하하하. 우선 앉아서 이야기나 해봅시다. 도대체 왜 나를 따라온 거죠?”

라이안은 악의가 없어 보여서 우선 그의 이야기를 듣고자 했다. 그에 라이안을 따라서 앉은 팔튼이 웃음 짓던 것을 멈추고 말을 꺼냈다.

“그, 그것은…….”

잠시 뜸을 들이더니 한숨을 쉬고서 결정한 듯 말을 이었다.

“당신의 움직임을 가르쳐주십시오.”

이렇게 말하면서 무릎을 꿇는 것이 아닌가.

이에 황당해진 라이안이 벌떡 일어나면서 팔튼을 얼른 일으켰다.

“이보시오! 이거 왜 이러시오!”

“당신의 움직임을 배우고 싶습니다.”

“우, 우선 들어보고 결정할 것이니 일어나고 말하시오. 이러면 내가 편치 않으니 말이오.”

“정말이오?”

“그렇게 할 것이니 어서 일어나시오.”

“감사하오! 정말 감사하오!”

배울 수도 있다는 희망에 연신 인사하는 팔튼이었다.

“휴, 우선 이러는 이유나 좀 압시다.”

그렇게 둘은 앉아서 팔튼이 라이안을 처음 보았을 때의 상황을 이야기했고 팔튼의 말에 라이안은 고개를 끄덕였다.

“난 그토록 발 빠른 움직임은 본 적이 없었소. 아니, 나에겐 하나의 충격이었소.”

“하하하, 그보다 우리 대화를 좀 편히 하는 것이 어떻겠소?”

“어떻게…….”

“그냥 친구 합시다.”

“친구라… 나이가 어떻게 되시는지.”

라이안은 대충 보기에도 아직 10대를 못 벗어난 것으로 보였다. 때문에 왠지 자신이 손해 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 라이안이 말했다.

“험험, 내 솔직히 말하리다. 나는 보기보다 나이가 많은 편이라오. 실제 나이는 겉모습으로 비춰지는 나이보다 몇 배는 된다오.”

“헉! 그게 정말이오?”

자신보다 한참 어리다고 생각한 사람인지라 자신이 손해 본다는 생각에 물어보았던 나이였다. 그런데 자신보다 몇 배나 나이가 많다는 말에 무척이나 놀랐다.

믿어지지 않았지만 믿을 수밖에 없었다. 친구 하자고 말을 꺼내는 자가 거짓말을 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생각 때문이었다. 아무튼 라이안의 말로 인해 팔튼은 조금 혼란스러웠다.

“그렇소. 그러니 친구 하자고 하면 오히려 내가 손해요. 그런데도 불구하고 이리 말을 꺼냈는데 싫다면 어쩔 수 없구려.”

팔튼은 그렇게 말하고 일어나려던 라이안의 손을 잡았다.

“아, 아니오! 친구 합시다, 친구 하자고요.”

진위는 알 수 없었으나 왠지 거짓말 같지는 않았다. 약간의 의심은 들었지만…….

“하하하, 진작 그리 했으면 좋았잖아, 팔튼.”

“하하하, 이 친구 말을 상당히 빨리 놓는군.”

“그래서 싫은가?”

“아니네, 됐네. 하하하!”

* * *

어느 산 구석. 한 사람은 쓰러져 있는 나무를 쪼개고 있었고 또 한 사람은 위태롭게 흐느적거리다가 걷다가 넘어지는 것을 반복했다.

쿵!

쿵!

“으윽, 너무 어렵군.”

라이안은 자신의 족적을 남겨서 팔튼이 보법을 따라할 수 있게 만들었다. 그런데 그것이 무척이나 힘든지 계속 넘어지기만 하는 팔튼이었다.

“하하하. 이봐, 팔튼. 이제 두 번만 더 넘어지면 딱 100번을 채우겠는데?”

“하… 라이안, 정말 이대로만 하면 되는 거 맞아? 아무리 해도 잘 안 되니…….”

“어허! 지금 친구를 의심하는 거야?”

“아니, 그건 아니지만…….”

벌써 3일째 하고 있는 것이건만 아무리 해봐도 전혀 진전이 없으니 애가 탈 만했다.

라이안은 팔튼이 전혀 기를 사용하지 않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분명히 검기를 사용할 수 있는 상태인데도 왜 기를 사용하지 않을까 하는 의문점이 들었다.

“팔튼, 너는 왜 기를 사용해서 보법의 속도나 유연성을 증가시키지 않는 것이지?”

“기? 그건 또 뭔가?”

“아니, 기를 모른단 말이야? 그럼 검기를 어떻게 검에 나타내는 거지?”

“아! 자네의 말을 들어보니 마나를 이야기하는 것 같군.”

“마나?”

“그렇다네. 고된 수련으로 검술을 익히다 보면 서서히 몸에 쌓이고 하나의 깨달음을 얻으면 사용할 수 있는 것이 검기지 않은가?”

“아! 이곳에서는 기를 마나라고 부르는 모양이군. 그런데… 심법은 없는 건가?”

“심법은 또 무엇인가?”

“그것은 기, 즉 마나를 모을 수 있도록 수련하는 것이지.”

“방금 마나를 모을 수 있는 수련법이라고 했나?”

팔튼은 화들짝 놀랄 수밖에 없었다. 마나수련법은 마법사에게나 있는 것이지 기사에게 있는 것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하… 없나 보군. 그렇다면 검만 휘둘러서 그 경지에 올랐다는 것인데… 정말 대단하다는 표현 외엔 할 말이 없군.”

한숨을 쉬면서 말하는 라이안이었다.

주위를 둘러보던 그는 확실히 이곳의 기의 농도가 무척이나 짙다고 느꼈는데, 지구의 열 배는 되는 듯했다.

라이안의 말에 팔튼이 몸을 떨며 물어왔다.

“자네 혹시 그 마나수련법을 익히고 있는가?”

조심스럽게 물으며 팔튼은 라이안을 뚫어져라 바라보았다.

“팔튼, 나를 잡아먹을 작정이냐?”

“아니, 그건 또 무슨 소린가?”

“너의 시선이 꼭 나를 잡아먹을 것 같은데?”

“어흠, 아, 아니라네. 거, 사람 말하는 것 하고는.”

그러면서도 팔튼은 라이안에게서 시선을 돌릴 수 없었다. 반드시 알아야 한다고 생각한 것이다.

“난 마나수련법을 읽히고 있지. 몸이 좋지 않아 지금은 원활하게 사용할 수 없지만…….”

“그게 정말인가?”

“응, 정말이지.”

“이, 이럴 수가…….”

“무척이나 놀라는군?”

“다, 당연히 놀랄 수밖에… 나뿐만이 아니라 대륙이 충격을 받을 만한 말일세. 검사의 마나수련법이라니…….”

“가르쳐줄까?”

“헉!”

팔튼도 가르쳐달라고 말하고는 싶었으나 그렇게 중요한 것을 가르쳐줄 리 없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무계 귀족가문에서는 자신들의 검술을 자신들의 기사들에게조차 숨겼으며 잘 가르쳐주지 않는 것이 대부분이었다. 또한 서로가 그것에 대해서는 함구하는 것이 예의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저, 정말인가!”

너무도 놀란 나머지 팔튼은 라이안에게 번개같이 다가가 라이안의 어깨를 잡으며 소리쳤다.

“우선 이것부터 놓고 이야기하지 그래? 나 어디 안 도망가거든?”

“아, 알겠네. 어흠!”

“헛기침은… 으이구.”

“너무 그러지 말게, 이 친구야.”

“하… 친구란 아낌없이 주는 나무를 뜻하는 것이었구나. 그리고 너 말 좀 그만 더듬어라.”

“하하하!”

뒷머리를 긁으며 웃는 팔튼이 밉지 않은 라이안이었다. 새로운 세계 이렇듯 순수한 사람을 만나는 것은 어렵다고 생각했던 그였다.

팔튼은 처음에는 라이안을 속였지만 친구가 되고부터는 자신이 이곳 마을을 포함한 와이파른 영지의 영주인 와이파른 콘 포르베 백작의 아들임을 밝혔다. 그리고 현재 ‘예비기사의 여행’이라는 기사수업 중 하나를 수행코자 영지를 떠나 있는 중이라고 말했다.

이런저런 이야기들을 하며 서로 솔직해지자 둘의 사이는 더더욱 가까워졌다.

다음 날부터 라이언은 같은 장소에서 팔튼에게 가장 먼저 심법을 알려주고자 했다.

“팔튼, 너에게 당부할 것이 한 가지 있어.”

“무엇을 말인가?”

“검사에게는 마나수련법이 없다고 했지?”

“그렇다네.”

“이것이 이곳 미칼투 대륙에 퍼지게 되면 어떻게 될까?”

“흠…….”

“사람이 사는 곳에 전쟁이 없을 수는 없어. 하지만 힘이란 것은 과하면 과할수록 더욱 잔인해질 수 있는 것이지.”

“맞는 말이야.”

“그래서 이것을 너에게 알려주되, 한 가지 금제를 가하고자 하는데… 괜찮겠어?”

“자네가 나에게 해가 되는 일을 할 리는 없다고 생각하네. 자네는 나에게 가르쳐줄 심법이라는 것이 나에게만 남아 있길 바라는 것이 아닌가? 그리고 금제는 그에 관련된 것일 테고 말이야.”

“믿어주니 고마워. 하지만 내가 가할 금제는 그게 아니야. 나는 팔튼 네가 심법을 단 한 사람에게만 전해줄 수 있도록 만들려고 해. 즉, 심법이 너에게만 한정되어 있는 것은 아니야. 결국 금제는 전수는 해주되, 한 명 이상에게 전수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지.”

“그럼 내가 한 사람에게는 이것을 전해줄 수 있단 말인가?”

“그래, 맞아.”

팔튼은 라이안의 말에 감동했다. 자신에게만 가르쳐준다고 해도 엄청나게 고마운 일이었다. 그 누가 자신의 검술을 다른 자에게 가르쳐준단 말인가. 하지만 지금 라이안은 자신이 아닌 자신의 후손까지 생각하며 말해주고 있는 것이었다.

“고맙네.”

“고맙기는… 아! 그리고 누군가에게 가르쳐준다면 그 사람에게도 꼭 이야기해야 할 거야. 이것이 일인계승이며 그것을 두 명에게 말할 때는 심법의 모든 내용이 사라짐과 동시에 마나를 잃게 될 것이라고 말이야.”

“알겠네.”

“너는 믿지만 너의 후손은 어떤 판단을 내릴지 모르기에 금제를 만드는 것이라네. 미안하게 됐네.”

“아니야, 당연하다고 생각하네. 개의치 말고 시작하게나.”

라이안은 팔튼의 뒤로 가서 양손으로 팔튼의 머리를 잡고선 한어(韓語)로 중얼거리기 시작했다. 그러자 라이안의 손과 팔튼의 머리 사이에서 붉은 기운이 생성되었다.

그것은 천마혼령술로써 상대방의 영혼에 영향을 주는 술법이었다. 즉, 팔튼이 다른 사람에게 심법을 전수할 때 금제 또한 옮겨가도록 조치를 취한 것이다.

“이제 되었군.”

“그게 끝인가? 생각보다 별것 아니군.”

“너에게 건 금제는 팔튼 네가 다른 사람에게 심법을 전수할 때 나타나는 것이니까.”

“그렇군.”

“내가 가르쳐줄 심법은 삼재심법이라는 것이야.”

“삼재심법이라…….”

삼재검법과 삼재심법은 강호의 3류 무사가 쓰는, 즉 무공 중 가장 기초가 되는 것이었다.

라이안이 이것을 팔튼에게 가르쳐주는 이유는 단 하나, 이곳의 기가 어마어마했기 때문이다.

또한 삼재검법의 진정한 묘를 안다면 일초식인 천으로 강탄까지 만들 수 있으니 이는 곧 화경의 경지였다. 이곳에서 말하는 그랜드 마스터라는…….

“삼재심법이 있는 반면 삼재검법이라는 것도 있어. 즉, 난 이 두 가지를 너에게 가르쳐주려고 해.”

“검법까지 가르쳐주는 것인가?”

“삼재심법에 가장 잘 맞는 것이 삼재검법이기 때문이야. 우선 가부좌를 틀어봐.”

“어떻게 하는 것이지?”

“나를 보고 따라해 봐. 처음에는 어려울 거야.”

정운이 먼저 앉아서 가부좌를 틀었다. 그리고 두 손을 단전으로 가져가 살며시 모았다. 그것을 본 팔튼은 엉거주춤 앉아서 따라 해보려 노력했다.

“끙… 이, 이거 상당히 힘들군.”

어떻게 앉아보기는 했지만 양쪽 골반이 찢어질듯 고통이 밀려왔다. 하지만 마나수련법을 배울 수 있다는 집념으로 식은땀을 흘리며 참았다.

“호오, 생각보다 잘 버티는데? 내가 뒤에서 마나의 길을 가르쳐줄테니 그 길을 똑똑히 기억해야 해. 알았지?”

“알겠네.”

이윽고 팔튼은 등 뒤에서 따스한 무언가가 자신의 몸속으로 흘러 들어옴을 느꼈다. 그것이 마나임을 안 그는 자신의 몸을 관조하기 시작했다.

그 마나들은 곧 팔튼 자신의 마나와 어울리며 어떤 흐름을 만들기 시작했다. 그리고 마나의 기운이 몸을 한 바퀴 돈다고 생각한 순간 아랫배에 무엇인가 뭉치기 시작했다.

팔튼의 등에서 손을 뗀 라이안이 다시 팔튼의 앞으로 가면서 말했다.

“기가 지나간 길을 알겠어?”

“똑똑히 기억했다네.”

“그럼 한번 해봐. 조금 전에 그렇게 한 바퀴 돌고 단전인 아랫배로 모이는 것을 소주천이라고 해. 그리고 그것을 십이주천하면서 내가 말해주는 구결대로 호흡하면 되는 거야.”

“지금 내 아랫배에 뭉쳐 있는 것이 나의 마나인가?”

“응, 맞아. 그 기운들이 몸에 퍼져 있다는 것은 무척이나 비효율적인 거야. 그것들을 한곳에 모아 필요할 때 필요한 만큼 쓴다면 팔튼 너는 좀 더 높은 경지를 바라볼 수 있을 거야.”

“해보겠네.”

“한 가지 명심해야 할 것은 이것을 행함에 있어 어떠한 경우에도 절대 말을 해선 안 된다는 것과, 이것을 행할 때 그 누구도 너의 몸에 손을 대게 해서는 안 돼. 즉, 가장 안전한 곳에서만 해야 한다는 것이야. 알겠지?”

“명심하겠네.”

팔튼은 라이안이 가르쳐준 방법대로 자신의 단전에 있는 마나를 움직였다. 그런데 라이안이 해줬을 때보다 무척이나 느리게 움직였다. 아니, 거의 움직이지 않는 것 같았다.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자 겨우 한 번의 소주천을 했다. 팔튼은 처음은 힘들었으나 서서히 안정을 가졌고 자신의 몸을 관조하며 계속해서 마나를 움직였다.

그렇게 십이주천이 끝나고 눈을 뜨자 팔튼의 눈에서 살며시 빛이 흘렀다. 몸속에 퍼져 있는 마나가 한곳에 모이자 상당한 양이었다.

“아니!”

눈을 뜬 팔튼은 깜짝 놀랐다. 점심때 시작한 심법이 저녁이 다 되어서야 끝난 것이다.

“이런… 벌써 저녁이군.”

그러자 팔튼 앞에서 그를 바라보며 웃고 있던 라이안이 말했다.

“벌써 저녁이 아니지, 너 벌써 하루를 그러고 있었으니까.”

“하, 하루를 말인가?!”

“응, 하루가 지나고 다음 날 저녁이야, 지금.”

“그, 그럴 수가…….”

“생각보다 몸 안에 퍼져 있던 기운들이 상당했었나봐. 한 단계 진보한 것을 축하해.”

“응?”

“하하하, 이제 모은 기운을 검에 실어봐, 그럼 느껴질 거야.”

“흠…….”

라이안의 말에 팔튼은 한쪽에 풀어놓았던 검 쪽으로 다가갔다. 그리고는 검 집에서 검을 뽑았다. 왠지 힘이 넘쳐흘렀고 기분이 너무도 상쾌했다.

“하앗!”

그는 라이안이 말한 대로 단전에 있던 기운을 검으로 옮기고는 평소처럼 온 힘을 다해 검기를 일으켰다. 평소에 몸에 퍼져 있는 기운을 검으로 모으려면 상당한 집중력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팔튼 스스로도 놀라울 상황이 벌어졌다.

“헛! 이것은! 오, 오러!”

“호오! 조금의 깨달음만 있으면 검강을 만들 수도 있겠는 걸?”

팔튼은 자신이 이룬 경지에 놀라움을 감출 수 없었다.

비록 완벽하지는 않았지만 오러를 만들어낸 것이다. 현재의 오러를 만들기 위해서는 소드 익스퍼트 최상급의 경지에는 올라야 했다. 때문에 팔튼은 감격한 나머지 눈물까지 흘렸다.

“야, 팔튼. 너 우는 거야?”

“아, 아니야! 하하하!”

“어라? 이제는 웃네? 하하하! 축하해.”

“고맙네… 정말 고마워. 크흐흑.”

“후훗.”

팔튼은 검을 거두고 팔로 눈물을 닦으며 한없이 고맙다는 말만 중얼거렸고 라이안은 그가 거둔 성과에 너무도 뿌듯해했다.

다음 날도 그들은 여전히 수련에 몰두했다. 너무 많은 양의 나무를 베어 이제는 더 이상 벨 나무도, 벨 필요도 없었다. 이미 촌장의 집 뒤에는 몇 년을 쓸 수 있는 나무가 쌓여 있었다.

그들은 함께 운기에 들어갔고 먼저 눈을 뜬 것은 팔튼이었다. 팔튼은 운기를 끝낸 후 라이안을 위해 주위에 위험이 있을 만한 것이 없는지 살펴보았다.

그는 자신의 몸에서 느껴지는 그 상쾌한 느낌이 무척이나 마음에 들었다. 운기를 하고 나면 정신적인 피로와 육체적인 피로가 말끔히 사라지는 것이 무척이나 신기했다. 그는 고마운 마음에 살며시 웃으며 라이안을 바라보았다.

그런데 라이안의 얼굴이 심상치 않았다. 그래서 뭐라고 말을 걸어보려는 그 순간!

“아차, 운기를 할 때는 최대한 안정이 필요하다고 했지.”

운기를 할 때는 말을 해선 안 되며 누군가가 절대 만져서도 안 된다고 했었던 것이 생각나 팔튼은 가만히 지켜보기로 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날수록 라이안의 표정이 안 좋아지면서 얼굴에 땀까지 송골송골 맺혔다. 팔튼이 그 모습을 무척이나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쳐다보고 있었는데… 그 순간!

울컥!

라이안이 갑자기 피를 토해냈다. 그것에 놀란 팔튼이 쓰러지려는 라이안을 급히 부축했다.

“이보게, 친구! 자네 괜찮은가! 이거 큰일이군. 잠시만 기다리게, 내 신관에게 데려다주겠으니!”

“아니야… 멈춰, 팔튼!”

순간 급히 라이안을 업고 치달리려는 팔튼의 옷을 라이안이 끌어당겼다.

“아니, 왜 그러는가? 자네 상태가 무척이나 좋지 않아 보인단 말일세!”

“아니야, 내 몸은 내가 가장 잘 알아. 지금은 최대한 안정이 필요하니 이대로 조금만 눕혀줘.”

“정말 이대로 있어도 되는 것인가?”

안절부절못하는 팔튼의 표정이 너무도 우스운 라이안이었다. 하지만 한편으론 고마움을 느꼈다. 자신을 이토록 걱정하며 위하는 그의 마음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팔튼, 너 지금 그 표정 무척 웃긴 거 알아?”

“아니, 이 친구… 이 상황에서 농담이 나오는가?”

숨을 깊게 몇 번 들이마시던 라이안이 서서히 일어나 팔을 짚고 앉았다.

“이제 괜찮아진 것 같군.”

“정말인가?”

“응.”

“아니, 도대체 무슨 일이기에 그렇게 많은 양의 피를 토하고 쓰러지는 것인가? 자네 혹시 무슨 고질병이라도 있는 것인가?”

팔튼의 물음에 라이안은 차근차근 설명해주었다.

그는 자신이 이곳에 오게 된 이유는 모르지만 어느 순간 눈을 떠보니 이곳이었고 몸은 엄청난 내상을 입어 한 톨의 힘조차 쓸 수 없었다고 말했다. 또한 그렇게 힘을 쓸 수 없을 때 피를 토한 후 마나를 쓸 수 있었다는 말도 덧붙였다.

“아니, 무슨 그런 말도 안 되는 수련법이 있는가! 당장 그만두게. 그 수련법은 너무 위험한 듯하니.”

“후훗! 걱정하지 마, 팔튼. 지금 내가 피를 토하는 것은 내 몸이 호전되고 있다는 뜻이니까.”

“그렇게 피를 많이 토하는데 호전되고 있다고?”

“내 몸을 치료할 수 있는 길은 이것밖에 없어. 며칠 뒤면 알게 되겠지만 내 몸은 조금 특별하거든. 보통 사람이 이 정도의 출혈을 일으키고 나면 한두 달은 지나야 그 혈액이 보충되는데, 난 이상하게 3일이면 보충되더라고.”

“아니, 무슨 그런 몸뚱이가 다 있나?”

“그러게 말이야. 후훗!”

아리송한 말에 더더욱 알 수 없는 표정을 짓는 팔튼이었고, 라이안은 그 표정에 또다시 배를 잡으며 웃었다. 그러다 조금 진정되었는지 그는 옷을 털고 일어났다.

“자, 이제 검법을 배워야지?”

“지금 말인가?”

“빨리 배우고 싶지 않아?”

“당연히…….”

“후훗, 그러면서 뭘…….”

그렇게 말하며 라이안은 나뭇가지 하나를 주워들었다. 그리고 조금 넓은 자리로 가서 나뭇가지를 잡고 자세를 잡았다.

“이것은 원래 천, 지, 인의 삼초식으로 이루어진 검법이야.”

그렇게 말하면서 그는 세로베기, 가로베기, 찌르기를 했다. 하지만 팔튼은 기대가 큰 만큼 너무 허술함에 실망했다. 그것은 너무도 단순한 동작이었기 때문이다.

“저기… 이보게, 라이안. 그것은 평소에도 수없이 많이 연습하던 것이었다네. 그것은 검법이라고 하기에는…….”

그러자 라이안이 무슨 뜻인지 알겠다는 듯 팔튼에게 다가와 말했다.

“그래, 맞아. 이것은 무척이나 단순한 동작이야. 그런데 왜 내가 너에게 이것이 검법이라고 하면서 보여주었을까?”

“글쎄…….”

“팔튼, 넌 검이 무엇이라고 생각하지?”

“검이란 자신을 보호하고 가문을 보호하며 나라를 수호하기 위한 것이라고 생각하네.”

“뭐, 내가 있던 곳과는 생각이 조금 다르지만 비슷한 점도 있군.”

“……?”

“팔튼, 지금 한 말이 너무 교과서적이라고 생각하지 않나?”

“교과서적이라니?”

“검이란 마음이야.”

“마음?”

“어떠한 생각으로 검을 움직이느냐에 따라 검은 수백, 수천 가지 묘를 보여준다는 것이지.”

“마음가짐에 따라 달라진다는 말인가?”

“응, 누구나 쉽게 할 수 있는 세로베기일 수도 있지만 그것에 하늘을 담고자 한다면 단 한 번의 내리그음이 곧 하늘이 된다는 것이지.”

“흠… 너무 어렵군.”

“후훗, 그럴 거야. 내가 보여주고 싶지만 지금은 어려울 것 같고… 3일 후에 왜 그런지 가르쳐줄게. 그때쯤 되면 지금보다 더 많은 마나를 움직일 수 있을 것 같거든.”

“알겠네.”

“팔튼, 나만 믿고 따라와줘. 허술해 보일수도 있지만 한 초식, 한 초식의 구결에는 수백 가지의 뜻이 들어 있으니까.”

“의심해서 미안하네.”

“아니야, 충분히 그럴 수가 있었어. 일단 하늘을 바라보고 천의 초식을 한 번 하는 것을 1만 번 하도록!”

“1만 번?”

“너무 적어?”

“아, 아니네. 하겠네.”

팔튼은 라이안의 말에 혹이나 그 수를 더 올릴 것이 무서워 얼른 시작했다. 무엇인지는 잘 모르지만 라이안을 믿기로 했다.

첫날은 하늘을 한 번 보고 천의 초식인 세로베기를 1만 번 내리그었다. 그리고 둘째 날은 땅을 보고 가로베기를 했다. 셋째 날에는 멀리 보이는 산을 보고 검을 찔렀다.

그렇게 3일이 훌쩍 지나갔다.

그동안 라이안은 정말 많이 먹었다. 한 끼를 먹을 때 팔튼의 열 배는 먹는 것 같았다. 그리고 산에 올라와서 팔튼에게 삼재검법의 한 초식씩을 시키고는 조용히 앉아서 명상에 들어가곤 했다.

“헉헉, 9999… 1만! 헉헉!”

해가 산에 걸리고 나서야 팔튼은 1만 번의 찌르기를 끝낼 수 있었다. 그리고 호흡이 조금 안정되자 명상을 하고 있던 라이안에게 다가갔다. 그런데…….

번쩍!

“헉!”

라이안이 눈을 뜨자 순간 그의 두 눈에서 금광이 번뜩였다. 그것을 본 팔튼이 화들짝 놀라 뒤로 물러섰다.

‘내가 잘못 본 건가?’

하지만 이내 본래의 눈동자로 돌아온 라이안이 자리에서 일어나 말했다.

“팔튼, 보여줄 것이 있어서 그러는데 검 좀 빌려주겠어? 나무로는 제대로 보여주기 힘들 것 같아서 말이야.”

“아, 그래? 여기 있네.”

라이안은 팔튼에게 검을 받아 약간 넓은 공터 중앙에 섰다.

“지금 이것이 팔튼 너에게 보여주는 진정한 삼재검법이야.”

꿀꺽!

그 말에 라이안을 바라보는 팔튼의 목에서 침 넘어가는 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단 하나도 놓치지 않겠다는 듯 라이안을 뚫어지게 쳐다보았다.

라이안의 몸에서 약간의 아지랑이가 피어오르는 듯했다. 또한 두 눈을 감고 검을 천천히 들어 올리는 그에게 엄청난 힘이 몰린 듯했다. 그리고 이내…….

“삼재검법, 천!”

스팟!

“헉!”

팔튼은 처음 보았다. 지금껏 소드 마스터의 검을 본 적은 한 번도 없었다. 하지만 어떨 것이라고 생각한 적은 많았다. 소드 마스터의 경지에 올라 전장에서 수많은 적들에게 위용을 떨치는 것을 늘 상상하고 꿈꿔오지 않았던가.

그런데 이것은 자신이 생각했던 것과 달랐다. 하늘 전체가 땅으로 떨어져 내렸고 산허리에 걸려 있던 태양이 반으로 갈라지고 만 것이다.

“태, 태양이… 어찌 이런 일이…….”

철퍼덕!

그렇게 말하며 팔튼은 다리에 힘이 풀렸는지 그 자리에 주저앉았다. 그리고 천천히 라이안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시선을 돌리며 라이안의 앞에 땅이 10피르 가량 갈라져 있는 것도 보였다. 그런데… 놀란 것은 그뿐만이 아니었다.

“헉! 오, 오러 블레이드!”

라이안이 들고 있는 검에는 검의 절반 크기나 되는 황금빛 검이 만들어져 있었던 것이다.

“이것이 진정한 삼재검법이지.”

팔튼은 눈만 뜨고 정신을 잃은 듯 멍하게 앉아 있었다. 그것을 본 라이안은 고개를 갸웃거리며 그에게 다가갔다.

“야, 팔튼.”

“…….”

“뭐 하는 거야?”

“…….”

“뭐야, 이 녀석…….”

끝끝내 팔튼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찢어질 듯한 눈으로 라이안이 있던 곳을 바라볼 뿐이었다. 할 수 없이 라이안은 팔튼의 뒷덜미를 잡고 촌장의 집으로 끌고 갔다.

“갑자기 바보가 됐잖아, 이 녀석.”

라이안은 만족스러운 미소를 머금었다. 드디어 어느 정도 몸을 보호할 수 있는 검강을 펼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즉, 이 세계에서 소드 마스터라고 불리는 경지까지 이른 것이다.

날은 점점 어두워져갔고, 그들은 그렇게 또 하루를 마감했다.

촌장의 집 문으로 들어서기까지 팔튼은 질질 끌려왔고 그것을 본 촌장이 기겁을 했다.

“아, 아니… 팔튼이 어째서 쓰러져 있는가? 어디 다치기라도 한 것인가?”

“하하하, 그런 것은 아니니 걱정하지 마세요. 후훗.”

“무슨 일이라도 있었나?”

“그냥 이 녀석이 충격을 좀 먹은 것 같아요.”

“충격?”

“그런 것이 있답니다. 우선 이 녀석을 방으로 옮겨야 할 것 같네요.”

“그리 하게.”

팔튼을 옮기는 동안에도 촌장은 혹시나 팔튼이 다친 것이 아닌가 싶어 몸을 더듬었다. 하지만 다행히도 별 이상은 없어 보였다. 이 마을에서 팔튼이 다쳤다간 어떠한 화가 불어 닥칠지 모르기에 그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 * *

한참을 누워 있던 팔튼은 문득 정신을 차렸다.

“이곳은……?”

주위를 둘러보고 나서야 그는 이곳이 촌장의 집이고 자신이 머물고 있는 방이라는 것을 알았다. 그러다 라이안이 내리그었던 천의 초식이 또다시 눈앞에서 펼쳐지는 것을 상상하며 부르르 몸을 떨었다.

“소름 끼치도록 대단한 검이었어. 나도 할 수 있을까…….”

처음에는 라이안의 발놀림을 배워보고자 귀족의 자존심도 버리고 라이안에게 무릎까지 꿇었다. 그렇게 해서 한 단계 위인 소드 익스퍼트 상급에 다가간다면 무엇이든 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검사라면 당연히 검에 미쳐 있기 마련이다. 하지만 문제는 그가 너무 심하게 빠져 있다는 것이었다.

그는 검사아카데미에서조차도 고개를 흔들 만큼 검에 미쳐 있었다. 그래서 맺은 열매가 바로 최소 소드 익스퍼트 중급이었다.

그로 인해 이곳의 영주이며 팔튼의 아버지인 와이파른 콘 포르베는 입이 귀에 걸린 채 여러 귀족에게 자식 자랑을 해댔다. 히매인 왕국의 왕으로부터도 촉망받는 천재 검사가 바로 팔튼이었다.

‘하하하! 바보 같은 팔튼아, 겨우 그것을 가지고 자만하고 있었단 말이냐.’

스스로에게 하는 독백이었다. 하지만 자신의 입으로 말을 하고 자신의 귀로 듣고 있는 그 말에 가슴이 쓰라렸다. 그는 다시 한 번 라이안의 천의 초식을 상상하며 눈을 빛냈다.

“나도 가지리라, 반드시!”

자신도 꼭 이루리라는 다짐을 하며 팔튼은 내일을 위해 잠자리에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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