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혼돈의 라이안-2화 (2/57)

제2장 새로운 시작

구름 한 점 없는, 그리고 단 하나의 달이 세상 모든 것을 비추는 듯 밝게 빛나고 있는 하늘. 그 하늘에서 불길을 머금은 하나의 물체가 떨어지고 있었다.

그것은 알 수 없는 블랙홀로 인해 차원이동 된 챠둠이었다.

대기권을 뚫고 들어오는 것으로 인해 불길이 일기는 했으나 챠둠에는 전혀 손상이 없었다.

당연했다. 챠둠의 아만다리움 금속은 몇 만 도나 되는 고열과 그 강한 초분자광선포에도 버티는 초금속이니 말이다.

슈우우우우웅.

콰과과과광!

챠둠은 엄청난 속도로 행성으로 떨어짐과 동시에 자신의 새로운 주인인 카드린을 보호하기 위해 우주선 안을 무중력상태로 만들었다.

행성을 100여 미터나 뚫고 들어간 챠둠은 명령을 받은 대로 우주전함이 되기 위한 증식을 시작했다.

또한 도착한 지점의 안전도를 알아보기 위하여 카드린은 동면에 들어갔다. 우주전함이 되기 위해서는 많은 시간이 걸리며 카드린이 우주선 밖으로 나가기 전에 이 행성의 안전도를 알아봐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말이 동면이지 사실 챠둠이 카드린의 온몸을 순간적으로 얼려 급속냉동을 시킨 것이었다.

그렇게 증식을 시작한 우주선은 길이 약 100여 미터, 넓이 약 50여 미터 정도 되는 소형전함으로 변형되었고 장비를 갖추는 데도 20년이나 걸렸다.

일반 우주전함은 다른 전투 비행정이나 탈출비행정이 들어갈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해 그 크기가 길이만 약 1킬로미터 이상이었으니 지금 만들어지고 있는 전함은 상당히 작은 것에 속할 것이다.

챠둠은 크기가 커질수록 그 증식속도가 높아지기 시작하더니 절반 정도 만들어졌을 때는 증식속도가 처음에 비해 몇 배나 빨라졌다.

소형 우주전함이 완성되자 챠둠은 도착한 행성의 안전도를 알아보기 위해 걸어 다니는 거미나 고양이, 새의 형태를 가진 로봇을 만들기 시작했다.

레이저를 쏘아 새를 잡고, 떨어진 새를 전함에 가져와 그것을 스캔하고 모든 유전적 정보를 습득하는 것이 로봇 제작의 시작이었다.

완성된 새형 로봇은 뼈대는 철로 되어 있으나 겉의 피와 살은 실제의 그것을 적용시킨 것이기에 완벽한 새나 다름없었다. 단지 컴퓨터칩이 장착된 강철 뼈대를 가지고 있을 뿐. 즉, 그것은 로봇이라기보다는 생물 그 자체였다.

챠둠은 이렇게 처음 만든 새를 이용해 갖은 벌레나 동물을 잡아들여 똑같은 형태의 벌레를 만들고 동물도 만들었다.

그리고 그것들을 밖으로 내보내 자신에게로 이곳에 대한 수많은 정보들이 전달되도록 했다.

그리하여 얻은 결론은 이곳이 중원이라는 것이었다.

강호가 있고 수많은 전쟁이 있으며 약육강식의 법칙이 지배하는 곳.

또한 전송된 정보 중에는 이곳에 카드린과 같은 형태의 인간이 살고 있다는 정보도 있었다. 챠둠은 다행이라 생각하며 몇 년 동안 정보만을 얻었다.

그 사이 100여 미터의 지하에 묻혀 있는 챠둠의 위에서는 수많은 무림인들의 싸움이 있었으며 수백의 시체들이 쌓여갔다.

그에 챠둠은 모든 싸움이 종결된 후 남은 몇 백 여구의 시체를 받아들였고 그 또한 스캔하여 초인간 다섯을 만들어냈다.

보통 인간에 비해 기본적으로 낼 수 있는 힘이나 능력이 엄청나고 뇌의 활용도를 최대로 높여놨기에 컴퓨터 같은 빠른 계산과 엄청난 이해도를 갖춘 인간이 만들어진 것이다.

챠둠이 주는 임무에 따라 움직이는 그들은 강호에 나가자마자 한순간에 무림지존의 자리를 차지했다.

뼈만 철로 이루어졌을 뿐 피와 살은 진짜 인간의 것이기에 기를 다룰 수 있게 되었고, 그로 인해 엄청난 무공을 익힐 수 있었던 것이다.

천마, 무림천황.

그들이 바로 챠둠이 만든 초인간들이었다. 다른 인간들은 그들의 강함에 모두 고개 숙이고는 그들을 따랐다.

정파와 마교의 최정점에 오르게 된 로봇들.

챠둠은 천마와 무림천황을 이용해 전쟁을 하며 수많은 전략을 습득했다. 물론 그로 인해 아무것도 모르는 정파와 마교의 시체는 늘어만 갔다.

하지만 챠둠에게 그것은 단 하나뿐인 주인이 깨어날 때를 위한 준비이자 단지 병정놀이에 다름없었다.

* * *

1,500년 이상의 시간이 지나갔다.

챠둠은 이 행성의 발전 속도를 인식하고 카드린이 어느 정도 편하게 살 수 있는 형태로 변화하기까지 기다린 것이다.

그리고 2005년 대한민국.

땅속을 통해 이동하여 바다의 끝 남쪽 울산에 자리 잡은 챠둠은 카드린을 해동하기 시작했다.

위이이잉.

“해동 시작.”

삐이잉.

츠즈즈즈즈.

수정관 안의 레이저가 카드린의 얼굴부터 시작해 발끝까지 스캔을 하듯 지나가자 죽은 듯 잠들어 있던 카드린이 깨어나며 울음을 토했다. 그리고…….

그것을 보고 달려들어 얼른 카드린을 안아드는 사람이 있었으니, 어머니 역할을 담당하게 하려고 여자의 형태로 만들어 놓았던 USE3인 이미화였다.

중원에 내보낸 것은 USE1인 천마와, 무림맹의 맹주였던 무림천황 USE2였다. USE4, USE5는 아직 어떠한 형태로도 만들지 않은 상태였다.

소형 우주전함이 된 챠둠은 지식주입기를 이용해 카드린에게 갈리스 행성의 전반적인 지식과 역사, 과학 또한 우주에 관한 지식을 주입시켰다. 그리고 자신이 보아왔던 이 행성의 자료 역시 모두 인식시켰다.

* * *

작은 정원이 있는 아담한 집.

거주하는 사람이 중상위층은 된다고 짐작할 수 있는 집과 깔끔하게 잘 손질되어 있는 정원은 이 집의 주인이 얼마나 부지런한지를 보여주고 있었다.

“학교 다녀왔습니다!”

문을 열고 들어오는 한 소년이 있었다. 소년은 약 17세 정도로 보였다. 그가 바로 한국 땅에서 이정운이라는 이름의 학생으로 새로운 삶을 살고 있는 카드린이었다.

학교에서 돌아오자마자 그의 눈에 들어온 사람은 나무를 다듬고 있는 할아버지, 바로 대한민국에 새로이 주거를 시작한 무림천황 갈천혁이였다.

“허허허… 그래, 잘 다녀왔느냐?”

“네, 할아버지.”

방긋 웃는 정운에게 갈천혁은 애정이 담뿍 담긴 미소를 짓고는 다시 나무를 손질하기 시작했다.

정운이 집 안에 들어서자 청소하고 있는 엄마와 신문을 보고 있는 또 한 명의 할아버지가 눈에 들어왔다. 또 한 명의 할아버지는 바로 천마 혁마소였다.

물론 정운이 아무것도 모르는 것은 아니었다. 그들이 로봇이라는 것을 다 알면서도 이러한 생활을 원하기에 이렇게 지내는 것이었다. 그는 가족의 정에 굶주린 소년이었다.

엄마와 할아버지에게 인사한 정운은 바로 안방으로 들어갔다. 그리고는 손으로 옷장의 옷걸이에 걸려 있던 옷들을 한쪽으로 모두 밀어내고는 잘 드러나 보이지 않는 약간의 흠이 있는 나무를 손으로 눌렀다.

그러자 놀라운 일이 일어났다.

모든 옷들이 뒤로 이동하며 옷들과의 공간이 차단되면서 엘리베이터가 나타났다 그 모두가 2초라는 짧은 시간에 일어난 일이었다.

가볍게 그 공간으로 들어간 정운은 또다시 어떠한 스위치를 눌렀다. 그러자 문이 닫히며 엘리베이터는 아래로 내려갔고, 엘리베이터가 내려가자마자 옷장은 다시 문이 열리며 원상태로 돌아갔다.

100여 미터 아래로 내려온 엘리베이터가 문이 열렸다.

그러자 그곳에 어마어마한 전함의 조종실 같은 형태가 나타났는데, 마치 만화 같은 곳에서나 볼 수 있는 형태다. 아니, 오히려 더 심플하면서도 초과학적인 형태여서 지금 시대 누가 봐도 놀랄 만한 것이었다.

“챠둠, 안녕?”

“오셨습니까, 주인님.”

“응… 오늘따라 유난히 수업이 지루했던 거 있지.”

“오늘도 역사수업이 있으셨나 보군요.”

“응, 맞아. 이미 머릿속에 있는 것을 계속 듣고 있으니 그만큼 고통스러운 게 없더라고. 휴…….”

“그럼 지금 바로 연무장을 가동시킬까요?”

“응, 그래줘. 역시 내 마음을 알아주는 건 챠둠뿐이라니까.”

“연무장 모드 가동되었습니다.”

선실과 몇 개의 문을 지나자 100여 평의 작은 연무장이 나타났다.

“그럼 이제 몸 좀 풀어볼까?”

“선체 내 배리어를 가동하겠습니다.”

그 무엇보다 아름다운 핏빛 그림자를 갖춘 춤이 선체 내에 그려지기 시작했다.

무의 최고봉, 그 누구도 근접할 수조차 없었던 신화경의 경지. 무림천황과 천마는 그 누구도 근접하지 못한 신화경의 경지에 도달해 있었다.

그러나 지식주입기로 인해 모든 무학의 정수를 그대로 머릿속에 갖춘 정운은 어린 나이에 그것을 뛰어넘고 있었으니…….

그는 초식도 없이 마음이 가는 곳으로 검을 휘두를 뿐이었다.

무초식의 경지… 정운은 그것을 뛰어넘은 지 오래였다.

정운의 검에 서서히 빛이 감돌기 시작했다. 바로 검기였다.

검기는 점점 짙어졌고, 곧 정운이 들고 있는 검의 길이가 길어진 듯 또 하나의 검을 만들어냈다.

잠시 후, 검기에 이어 검강이 형성되었다.

만들어진 검강은 정운의 검무로 인해 수십 줄기의 강기를 만들었고 그것들은 계속해서 선체의 벽으로 날아들었다.

그러나 선체의 벽에 다가가기도 전에 그 강기들은 밝은 빛과 함께 소멸되었다.

배리어로 인해 강기의 힘이 중화되었던 것이다.

그와 동시에 금빛과 붉은빛이 뒤섞인 빛이 흘러나왔다. 그것은 정운의 눈에서 쏘아져 나오는 빛이었다.

지옥의 악마가 있다면 악마에게서나 볼 수 있을 법한 그런 눈빛. 보통 인간이 그것을 본다면 보는 즉시 공포로 죽을 듯한 그런 눈빛이었다.

콰과과광!

“경고! 경고! 주인님 더 이상 배리어가 버틸 수 없는 한계점에 다다랐습니다!”

정운의 검에서 계속해서 뻗어 나오는 검강의 강기들은 금빛에서 그 색이 서서히 변해갔다.

정운이 검이 순식간에 붉은빛으로 바뀌었고 하나하나 칼날처럼 뻗어 나오던 강기들은 점점 가늘어지며 실처럼 얇아졌다. 강기가 붉은 실처럼 바뀌면서 그 실은 마치 채찍과도 같이 정운의 검에서 흘러나왔다.

파황혈천무에서 4성에 이르러야 나타나는 현상이었다.

그리고 그 붉은 실의 수는 점점 늘어나기 시작했다.

휘리리릭.

스으으으.

정운이 검무를 추며 검을 움직일 때마다 늘어난 실들은 정운의 검을 따라 같이 춤을 추 듯 정운의 몸 주위에서 하늘거렸다.

누가 보더라도 그것은 전혀 위험하게 보이지 않을 것이다. 단지 무척이나 아름답다 생각할 것이다. 하지만 정운의 움직임이 강렬해지기 시작하자 그 강기의 실들은 선체 벽 여기저기로 날아들었다.

스팟!

콰광!

선체 벽으로 날아든 강기의 실들로 인해 곧 배리어가 찢어지면서 선체 내벽이 깨어져 나갔다. 배리어가 찢어지자 챠둠은 서둘러 그곳의 배리어를 복구했다.

깨어지면 또다시 배리어가 생성되고, 깨어지면 또다시 생성되는 것이 10여 분이나 반복되었다. 하지만 그것도 곧 한계점에 도달했다.

“주인님! 더 이상 계속하실 경우 선체가 파괴될 우려가 있습니다. 즉시 멈추셔야 합니다!”

쿠우우우우.

슈우우우우.

바람 한 점 없는 연무장인데도 정운의 옷이 펄럭였다. 그리고 그의 움직임은 멈춰져 있었다.

가히 기의 폭풍이라 할 수 있는 광경이었다.

“응? 아…….”

연무장을 둘러보는 정운의 입에서 침음성이 나왔다. 주위는 가히 난장판, 아니 거의 초토화가 되어 있었던 것이었다.

지구상의 그 어떠한 강력한 무기도 챠둠의 전함에 아주 작은 흠집조차 낼 수 없다. 반면 신화경의 존재인 갈천혁이나 혁마소의 검강은 아만다리움 금속에 아주 약간의 생채기를 낼 수 있었다.

하지만 정운의 핏빛 혈강에 아만다리움 금속은 종이 찢어지듯 너무도 손쉽게 찢어졌다. 그것이 바로 무림천황과 천마가 만들어낸 신화경을 넘어설 수 있는 무공 파황혈천무의 힘이었다.

“이거 미안하네. 챠둠, 내가 너무 심하게 날뛴 건가?”

“역사수업이 있으신 날은 항상 이러시니 저도 무척이나 힘듭니다. 광입자포를 쏘아 학교를 날려버리고 싶은 제 마음 모르실 겁니다.”

“헉! 챠둠, 그것은 참아주라. 하하. 다음부터는 좀 자제할게.”

뒷머리를 긁으며 어색하게 웃는 정운의 행동에 챠둠도 진정이 되는 듯했다.

초인공지능 컴퓨터 챠둠은 이미 인간의 감정과 마음을 느낄 수 있는 컴퓨터가 되어 있었다.

“수업시간만 제외하면 뭐 학교생활도 나름대로 재미있어. 친구들도 좋고… 요즘 학교 내에 좀 이상한 기운들이 돌아서 기분이 좀 언짢긴 하지만…….”

“이상한 기운이라는 것이 무엇입니까? 인공위성으로 항상 주인님을 주시하고 있는 전 아무것도 느끼지 못했습니다.”

“그것은 말이지, 사람에게서 은은히 나오는 투기라던가 살기 같은 거야. 이제 곧 새학기라 그런지 서서히 기세싸움이 생길 것 같거든?”

그랬다. 처음에는 서로 눈치를 보지만 어느 시기가 지나면 학교에서 제일이 되고자 하는 것이 좀 논다고 하는 싸움꾼들의 습성이었다.

현재 고등학교 1학년인 정운은 명석한 머리로 꽤나 좋은 학교에 수석으로 입학했으며 첫 중간고사에서도 당연 1등을 차지했다. 그래서 지금도 여러 학교에서 자신들의 학교로 데리고 오기 위해 갖은 장학금과 혜택을 제시하며 그를 끌어들이려 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중 정운이 가장 귀찮아하는 것은 학교를 갈 때마다 너무 많아서 자신의 사물함에 들어가지도 않는 팬레터였다.

팬레터가 너무 많아 자신의 물품조차 사물함 안에 넣을 수 없는 상황에 매일 고충을 안고 살아가는 정운이었다. 심지어 무슨 엔터테인먼트라면서 연예계에 진출할 생각이 없냐는 전화도 즐비했다. 그 정도로 정운의 얼굴은 절세미남이었다.

“휴우, 마음껏 몸을 풀었더니 힘드네. 아, 피곤하다. 이제 샤워하고 자야겠어.”

“현재 주인님의 신체를 체크한 결과 주인님께선 자신의 힘의 백분의 일조차 소비하지 않으셨습니다. 절대 힘들거나 그럴 수 없습니다.”

“하하하. 알아, 알아. 알고 있다고. 그냥 마음이 그렇다는 것이지 몸은 힘들지 않아. 하여간 너무 따진다니깐, 챠둠은. 나 이만 올라갈게!”

“네, 주인님 편히 쉬십시오.”

다시 집으로 올라온 정운은 샤워실로 가서 가볍게 샤워를 했다. 그의 몸은 언뜻 보기에는 마른 듯한 체형이었지만 근력과 무공을 위한 근육들이 잘 잡혀 있었다.

침대에 누운 정운은 곰곰이 머릿속의 생각을 정리했다.

“이제 겨우 4성에 올라 할아버지들과 같은 경지가 되었구나. 과연 무의 끝은 어디일까? 후후후, 과연 챠둠은 날 어디까지 강하게 만들어야 안전하다고 생각할 것인지… 할아버지들께서 말씀하시길 5성에 오르려면 우주의 진리를 깨달아야 한다고 했는데… 며칠 뒤에 챠둠에게 또 지식주입을 받으면 5성에 들 수 있으려나?”

지금까지의 정운은 육합검범이나 삼재검 같은 기초 무공을 배워 몸을 단련하며 무림천황과 천마가 합심하여 만든 내가심법 혈기공을 익히고 있었다.

혈기공.

그것은 코와 입으로 하는 운기가 아니었다. 피부 속, 혈관 속 혈액입자 자체가 모두 운기하여 몸 전체가 가히 단전이라 할 수 있도록 만들어진 내공심법이었다. 신조차 만들 수 없는 무공을 챠둠의 모든 지식의 도움을 받아 만든 것이다.

혈액의 운기.

그것은 뜻하지 않더라도 자는 그 순간까지도 이루어지고 있었다. 몸 전체를 움직이며 흐르는 것이 혈액이기에 그 효과는 엄청났다.

지금 정운이 가지고 있는 힘도 무적에 가까운 힘이었지만 혈액은 몸 안에서 쉬지 않고 흐른다.

운기 자체가 쉬지 않고 계속되어지는 것이다. 그 어떤 순간에도 자연스러운 운기가 가능 했으니 정운은 끝없이 강해지고 있는 것이었다.

겨우 2시간만 자고 일어난 정운은 눈을 뜨자마자 침구를 정리하고 명상을 시작했다. 지식을 주입받아 더 높은 경지로 들어선다고는 하나 그것들의 정리 또한 필요했으며 여러 가지 운용력 또한 정운이 갖추어야 할 숙제였던 것이다.

“식사준비가 완료되었습니다.”

가는 스피커 음으로 챠둠이 식사시간을 알려왔다. 2층에서 내려온 정운은 밝은 웃음을 보이는 엄마와 할아버지들과 함께 맛있게 밥을 먹었다.

그들이 실제 엄마와 할아버지가 아니라는 것은 알고 있었다. 그리고 만들어진 인간, 클론의 종류라는 것 또한 알고 있었다. 그래도 정운에게는 챠둠의 명령을 전달받는 것(복종에 무조건 따르는 건 아니지만) 이외에는 자신의 의지로 행동하고 생활하는 이 사람들이 그 어떤 이들보다 귀중한 인간이었으며 가족이었다.

그리고 그들 또한 정운을 자식같이 생각하며 손자같이 생각하고 있었으니 이보다 화목한 가족이 있을까.

“잘 먹었습니다.”

“그래, 맛있게 잘 먹었니? 더 줄게, 더 먹지 그러니?”

“아니에요, 많이 먹었어요. 헤헤.”

“학교생활은 할 만하니?”

천마 혁마소의 물음에 정운은 간단히 웃으며 말했다

“그런대로 할 만해요. 조금 지루하기도 하지만 뭐…….”

“그래, 될 수 있으면 너의 힘을 드러내지 않는 정도 선에서 좋은 생활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거라.”

“네, 저도 그것은 항상 명심하고 있어요. 초등학교 때처럼 100미터 달리기를 1초에 주파하는 실수는 안 할 테니 걱정 마세요.”

“허허허. 그래, 그런 힘을 보이면 또다시 전학을 가야 하니…….”

정운은 초등학교 운동회에서 자신도 모르게 순간의 투쟁심으로 유운유령보 신법으로 100미터를 단 1초로 주파한 적이 있었다. 그로 인해 그는 전학을 가야 했고, 이후 챠둠이 나서서 그것을 본 모든 사람의 기억을 지워야 했다.

챠둠의 바람은 그저 정운이 평범한 학생으로 남아 활기차게 생활하는 것이었다.

* * *

갈리스 일족의 특성으로 인해 정운은 사실 힘든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그것은 바로 갈리스 일족이 19세가 되면 더 이상 나이를 먹지 않는다는 것 때문이었다.

그렇다고 무작정 영원히 사는 것은 아니었다.

갈리스 일족은 19세까지는 이곳 세계의 인간과 같이 나이를 먹는다. 하지만 그 이후로는 19세의 모습을 갖춘 채 500년을 살아간다.

전혀 그 모습이 변하지 않은 채 19세의 모습을 500년 동안 가진다는 것이었다.

500년 이후에는 또 다시 아주 느린 속도로 500년을 거치며 서서히 나이를 먹게 되고 250년이 지났을 때 40대의 모습을 유지하게 된다. 그런 후 또다시 40대의 모습으로 250년을 살아가는 것이다.

그리고 다시 그 500년이 지나고 나면 200년에 걸쳐서 보통의 인간과 같이 나이를 먹게 된다.

200년에 걸쳐서 나이를 먹으니 40대의 모습에서도 무척이나 느리게 노화가 진행되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갈리스 일족의 특성이었다.

그로 인해 챠둠은 계속 컴퓨터 전산망을 고치면서 새로운 신분을 만들었다. 하지만 그것도 몇 번 하다 보니 정운에게는 외로움이 찾아왔다.

동창회 한 번 못 가고 친구들 곁을 떠나야 했고, 자신 이외의 사람들이 나이가 들고 죽어가는 것을 보아야 했다. 그것은 정운에게 크나큰 고통이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정운은 점점 삶에 대한 지루함을 느꼈고 그 때문에 챠둠은 불안함을 느꼈다.

한번은 정운이 혼자 시내로 나간 적이 있었다. 뛰어나게 잘생긴 얼굴 때문에 누군가 자신을 알아볼까 봐 모자를 푹 눌러 쓴 채 말이다.

정운이 바라보는 시내는 역시나 크게 달라진 점이 없었다. 사람들은 제각기 자신의 볼일을 보려고 열심히 움직이고 있었고 차들 또한 하나의 흐름을 가지고 이동하고 있었다.

정운은 왠지 자신만 이곳과 동떨어져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는 굳은 얼굴로 땅만 바라보며 거리를 걸었고 한참을 그렇게 걷자 시민들이 쉴 수 있는 공간인 시민공원이 나왔다.

벤치를 찾아 앉아 주위를 둘러본 정운은 혼자 중얼거렸다.

“뛰노는 아이들과 배드민턴을 치는 가족… 평화롭구나.”

살며시 불어오는 산들바람이 시원할 법도 하지만 왠지 정운은 그 바람이 차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는 벤치에 누워 하늘을 보았다.

“어차피 난 이곳의 존재도 아니지. 평생 이렇게 사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또한 살지 않는 것과 무엇이 다를까? 이곳이 아닌 다른 곳은 없을까? 이렇게 지루한 인생이 아닌 뭔가 다른… 다른 세상…….”

챠둠은 팔찌를 통해 정운의 이러한 중얼거림을 듣고 있었다. 그는 심각하게 고민했다. 다른 세상을 꿈꾸는 정운이 너무도 안타까웠다. 이대로라면 아마도 정운이 우울증에 빠지리라. 아니, 이미 우울증에 빠진 것일지도 몰랐다.

챠둠은 무엇인가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집으로 돌아온 정운에게 다른 나라로 여행을 떠나보는 것이 어떻겠냐고 물어보았다.

현재 있는 나라가 아닌 다른 나라로 간다면 무엇인가 색다른 경험을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였다. 하지만 정운은 아무런 표정도 짓지 않은 채 고개를 흔들고는 방으로 들어갔다. 확실한 거절의 표시였다.

그렇게 며칠이 지나갔고 정운의 상태는 점점 더 나빠졌다. 이제는 절대 빠지지 않았던 수련조차 하지 않았으며 식사를 거르는 일도 늘어났다. 정운도 사람인 이상 식사는 해야 했다. 물론 신화경의 경지를 넘어선 그이기에 몇 달은 버틸 수 있으나 식사를 하지 않으면 몸이 안 좋아지는 것은 당연했다.

그로 인해 챠둠은 심각하게 고심하다가 이전에 있던 곳에서 이곳으로 올 때의 상황을 생각하고는 하나의 결정을 내릴 수밖에 없었다.

“시도는 해봐야겠지.”

이후 차둠은 무척이나 바쁜 시간을 보냈다. 우주 어딘가에 있을 블랙홀을 찾아야 했기 때문이다. 수많은 우주탐사로봇을 만들었고 그것을 워프로 우주에 흘려보냈다.

그렇게 약 한 달 동안 100여 개의 우주탐사로봇을 만들어 우주로 보내보았지만 블랙홀을 쉽게 찾기는 힘들었다.

결국 챠둠은 스스로 전함의 한쪽에 우주탐사로봇을 만드는 공장 같은 곳을 만들었고 곧 대량생산에 들어갔다.

셀 수 없을 정도의 부품이 만들어지고 그것들이 자동로봇에 의해 조립되었다. 한 기가 만들어지는 시간은 약 10분. 미리 부품들을 준비한 상태에서 만드는 것이라 그 속도가 엄청났다. 그렇게 하루에 144대의 우주탐사로봇을 만들었고 보름 동안 그 일은 계속되어졌다.

결국 챠둠의 노력을 신이 도왔는지 지구로부터 수십 억 광년 떨어진 곳에서 블랙홀을 발견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 정보가 챠둠에게 오는 데도 보름이나 걸렸다. 챠둠이 지구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과학력을 갖추고 있다고는 하나 그만큼 거리가 멀었던 것이다.

챠둠은 우주탐사로봇을 만드는 데 더욱더 박차를 가했다. 그동안 만든 우주탐사로봇을 이용할 수도 있었지만 그것들은 이미 너무도 먼 곳에 있었기에 다시 가지고 올 수 없었다. 동력이 끊어지면 저절로 우주의 쓰레기로 전략할 수밖에…….

또다시 10일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챠둠은 그동안 우주탐사로봇을 한 기씩 블랙홀로 보내보았다.

일정한 시간을 간격으로 블랙홀로 보낸 우주탐사로봇은 그 시간이 제각기 달랐지만 한 장면을 담은 사진과도 같은 정보를 보내는 것을 마지막으로 연락이 두절되었다.

그런데 탐사로봇마다 찍어오는 사진이 달랐다. 어떤 것은 하나의 밝은 빛 무리만 찍혀 있었고 또 어떤 것은 수많은 자수정들이 있는 장면이 찍혀 있기도 했다.

그러던 어느 날.

사진들을 검토하던 챠둠이 놀라운 장면을 보았다. 바로 사람이 찍혀 있었던 것이다. 서양인과도 같은 모습을 한 그는 지저분했지만 옷을 입고 있었다. 허리에 이것저것 주머니를 많이 차고 있었고 신발도 신고 있었다. 그것은 즉 지구 외에도 문명이 발전하고 있는 곳이 있다는 말이었다.

* * *

한편 정운은 자신의 방에서 밝은 햇살을 받으며 창가에 서 있었다.

“너무 무료하구나. 나만 달라서 그런 것일까?”

작은 중얼거림이었지만 그 말에서 외로움이 묻어나왔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가장 처음 고등학교에 들어가서 만났던 가장 친한 친구가 오늘로서 생을 마감했던 것이다. 145세의 나이로…….

그나마 그렇게 오래 살 수 있었던 것도 정운이 기를 맑게 해주고 조금이나마 무공을 가르쳐주었기에 가능했던 것이었다. 그러나 그조차도 결국은 떠나보내고 말았다.

정운은 그에게만은 자신의 비밀 일부분을 알려주었다. 고강한 무공으로 인해 나이를 잘 먹지 않는다고 말한 것이다. 하지만 그는 그런 말을 들었음에도 불구하고 정운을 결코 이상하게 여기거나 멀리하지 않았다.

그 이후에도 그와의 만남을 계속되었고 그가 결혼을 하고 자식을 낳는 것도 옆에서 모두 지켜보았다.

하지만… 그의 임종만은 볼 수 없었다. 그의 가족들이 정운에 대해 의문을 품을 것 같아서였다.

방문을 열고 갈천혁이 들어왔다. 그리고 안타까운 표정으로 정운을 바라보며 이내 입을 열었다.

“우리 정운이가 많이 외로운가 보구나.”

“뭐, 항상 똑같지요.”

그 말에 더더욱 마음이 쓰려오는 갈천혁이었다.

“정운아, 우리 간만에 대련이나 하자꾸나.”

“죄송해요, 다음에 했으면 좋겠어요.”

“그, 그래… 그럼 편히 쉬거라.”

“네…….”

정운의 방에서 나온 갈천혁 역시 해결책이 필요하다고 느꼈다. 정신적으로 가장 힘이 되는 소중한 존재가 저리 힘들어하니 그 역시 하루하루가 가시밭을 걷는 기분이었다.

“그래, 어떻던가?”

갈천혁이 정운의 방에서 나오자 그것을 보고 있던 혁마소가 조심히 물어왔다.

“좋지는 않다네. 어찌해야 할지… 허허.”

“흠…….”

갈천혁의 허탈한 웃음에 무서운 얼굴의 혁마소가 더더욱 인상을 찡그렸다.

이렇게 갈천혁과 천마소가 한숨짓고 있을 때 짧은 기계음이 들려왔다.

“모든 가족들은 모두 중앙조종실로 모여주세요.”

“……!”

“……!”

갈천혁과 천마소에게는 너무도 놀라운 순간이었다. 이러한 소집은 정운이 모든 사람들에게 엄청난 능력을 보여서 챠둠이 그 사람들을 모두 잡아들여 기억을 지웠던 순간 이후로 처음 있는 일이었기 때문이다.

정운도 그 소리를 듣고는 챠둠에게 되물었다.

“무슨 일이지, 챠둠?”

그러자 평소 챠둠답지 않은 음성이 정운의 방에 설치된 스피커로 들려왔다.

“긴급히 상의해야 할 일이 생겼습니다.”

조금 이상하다는 생각에 정운은 의아해 하면서도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흠… 그래? 알았어.”

현재 아무 일에도 흥미를 가지지 못하고 있는 정운이 마지막으로 중앙조종실에 도착하자 회의가 시작되었다.

혁마소와 갈천혁 그리고 정운의 엄마인 이미화가 챠둠에게 무슨 말을 들었는지 걸어오는 정운을 바라보며 심각한 표정이 되어 있었다.

“자. 이제 말해봐, 챠둠. 무슨 일이지?”

정운의 물음에 중앙에 하나의 남성체의 홀로그램이 나타나 정운을 쳐다보며 물었다. 챠둠이었다.

“직접적으로 묻겠습니다. 주인님께서는 이곳이 아닌 다른 곳으로 가고 싶으십니까?”

“흠…….”

정운의 신음으로 인해 모두가 숨죽였다. 그의 말로 인해 크나큰 변화가 생길 수도 있기 때문이었다.

“다른 나라로 여행을 가거나 하는 것에는 별로 관심 없어, 챠둠. 겨우 그런 것 때문에 부른 거야?”

그렇게 대답하며 시큰둥한 표정으로 몸을 돌려 나가려는 정운의 귀로 들려오는 챠둠의 음성이 있었으니…….

“아닙니다. 이 행성이 아닌 비슷한 환경의 다른 곳을 두고 하는 말입니다.”

“그게 사실이야?”

그제야 정운은 흥미를 가지며 챠둠에게 물었다.

“탐사로봇을 수백 광년 떨어진 여러 곳에 보내보았습니다. 그리고 단 한 곳에서 어떠한 사진을 전송해왔습니다. 그 사진을 분석한 결과, 그곳은 이곳처럼 풀과 나무가 자라고 있는 것으로 판명되었습니다. 제가 판단하기로는 이곳과 다른 차원으로 생각되어집니다.”

“다른 차원?”

“네, 약 1천여 장의 사진을 보니 그곳은 곳곳마다 환경이 달랐습니다. 즉, 어떠한 차원으로 갈 수 있을지 모른다는 것이 문제입니다.”

이렇게 말하며 하나의 검은 홀의 사진을 보여주었다.

“저것이 문제가 되는 블랙홀입니다. 갈리스 행성이 붕괴되고 떠나올 때 우리 또한 저러한 블랙홀로 통해서 이곳에 올 수 있었습니다.”

챠둠의 말에 정운은 습관적으로 한 손으로 턱을 만졌다. 고민하고 있는 것이었다.

“그럼 저곳에도 사람이 살고 있는 것인가?”

정운의 물음에 챠둠은 수백 장의 사진 중 한 장의 사진을 확대시켰다.

“사…람이군.”

“그렇습니다. 저곳에도 사람이 살고 있다는 것이 저 사진으로 인해 판명되었습니다.”

사진에는 약간 중세시대의 옷을 입고 있는 외국인으로 판명되는 사람이 있었다.

사진을 본 그들은 무슨 생각에 잠겨 있는 듯 약 10여 분 간이나 바닥만 쳐다보며 침묵해 있었다. 그러다 침묵을 깨고 챠둠이 정운에게 말했다.

“전혀 안정성을 보장할 수 없습니다. 그리고 어떠한 차원으로 갈지도 알 수 없습니다. 때문에 주인님의 안전만을 생각하는 전 이것을 보여주고 싶지도 않았습니다. 하지만 주인님께서 이곳에서 괴로워하시는 모습을 더 이상 지켜볼 수 없어…….”

“흠… 그래, 챠둠이라면 그러고도 남지. 후후.”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챠둠의 그 질문은 정운의 결정을 바라는 말이었다. 가겠느냐, 말겠느냐…….

근래에 말이 없어지고 신중하게 변해버린 정운이기에 오랜 시간 생각한 후에 결정지을 것이라고 모두들 생각했다.

“그렇다면 한동안 생…….”

“가자.”

“……!”

“……!”

정운이 생각보다 빨리 결정을 내리자 모두들 놀라는 얼굴로 정운을 바라보았고 정운은 다시 한 번 말했다.

“그래, 가자. 다른 곳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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