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자의 성공 라이프-58화 (58/59)

6장 시가총액 2조 달러(5)

시가 총액 2,000조.

애플의 시가 총액으로 한때 코스피 전체 기업을 합친 것보다 많은 금액이었다.

하지만.

대산이라는 이름이 나타난 후 달라졌다. 대산의 시가 총액이 800조를 넘어가면서 애플 한 기업보다 시가 총액이 적은 코스피라를 오명은 벗어난 것이다.

덕분에 대산을 펀드에 대규모로 편입했던 매니저는 입가에 미소가 끊이지 않았다.

“보셨죠? 제가 대산 간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처음에 반대했던 팀장도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이러다 정말 천 조 가겠어.”

“아시겠지만 알리바바에서 대규모 감축 계획을 발표했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미국에 운영 중인 데이터 센터 한 곳을 더 매각하겠다 했고요. 그 입찰에 누가 참여했는지 아십니까?”

펀드매니저가 짓고 있는 미소에 팀장은 누군지 단박에 알아들을 수 있었다.

“대산?”

“네. 대산입니다. 대산이 그거까지 인수하면 어떻게 되겠습니까.”

팀장이 떨떠름한 표정으로 답했다.

“2위와 격차가 더 벌어지겠지…….”

42%.

현재 대산 클라우드 서비스의 시장 점유율이었다.

이제는 2위로 주저앉은 알리바바의 시장 점유율은 40%. 어느새 2%라는 격차가 벌어진 것이다.

“45%, 50%, 60%까지. 대산의 독주는 누구도 막지 못할 겁니다. 그렇게 되면 시가 총액 1,000조는 문제도 아닙니다. 매년 20%씩 성장하고 있는 산업에서 1위를 차지하고 있는 기업이 겨우 천 조라니요. 나스닥에 상장되었다면 그보다 높은 평가를 받았을 겁니다.”

들뜬 펀드매니저에게 팀장이 표정을 굳히며 말했다.

“세상에 그런 주식은 없다. 천조도 엄청나게 고평가야. 지금 벌고 있는 돈이 얼마인지는 알고…….”

펀드매니저가 그 말을 끊고 들어갔다.

“온톨로지 서비스.”

“…….”

“대산 클라우드가 경이적인 OPM을 기록하고 있는 이유죠. 데이터 센터의 서버는 최소화하고, 소비자들의 컴퓨팅 파워를 가져와 기업들에 제공한다. 그런 대산의 분산 처리 기술은 전 세계에서 따라올 자가 없습니다. 그런 기술력이 있는 회사라고요. 이제는 서치와도 비등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그거야…….”

팀장도 인정하는 바였다. 아직도 그러한 형태의 서비스는 세계 누구도 제공하고 있지 못했다. 펀드매니저가 빠르게 말을 이었다.

“그 서비스를 이용해 전 세계 수억 명의 사용자를 대상으로 서비스를 기획 중이라 했습니다. 과연 어떤 서비스가 나올지 궁금하지 않습니까? 또 하나 더. 복합문화쇼핑공간이라는 이름으로 아이온 게임즈와 콜라보는 또 어떻습니까.”

“…….”

“대산이 가진 분산처리 기술과 아이온 그룹이 가진 VR/AR 관련 기술이 합쳐진다면. 또 한 번 회사는 퀀텀 점프하게 될 겁니다.”

팀장이 살짝 한숨을 내쉬었다.

“그래서 펀드에 더 편입하고 싶다?”

매니저가 고개를 주억거렸다.

“최대한 많이 넣어야 합니다. 이건 기회입니다. 저나 팀장님이 회사에서 퀀텀 점프할 수 있는 기회.”

잠시 고심하던 팀장이 물었다.

“확실한 거지?”

“네. 무조건 됩니다. 올해 펀드 수익률은 사상최대치를 기록할 겁니다. 확실해요.”

“……알았다. 건의해 볼게.”

펀드매니저가 자신만만한 표정으로 답했다.

“저만 믿으세요.”

마치 그 말이 사실이라는 듯이 대산의 주가는 상승했다.

-VR 기반 복합문화쇼핑 개발.

-온톨로지 서비스를 이용한 지역 기반 SNS 서비스 제공.

연이은 천준호의 발표에 대산의 주가가 들썩 인 것이다.

이런 기대감만 키우는 뉴스만 나온 건 아니었다.

-순이익의 20% 배당금 할당 정책에 따른 배당금 상향 조정.

회사가 커지고, 수익이 늘어나면서 그 수익을 주주들에게 돌려주었다.

이런 주주 친화적인 정책은 바로 주가 상승으로 이어졌다.

시가 총액 850조.

시가 총액 900조까지.

수백 조가 넘는 대산의 주가는 매일 매일 상승하며 규모를 키워나갔다. 덕분에 회사 주식을 가지고 있던 직원 중에도 백만장자가 수십 명이 넘게 탄생했다.

그리고.

당연히 강철의 재산도 가파르게 상승했다.

미국 뉴욕.

강철은 신주영을 만나고 있었다. 신주영이 그간 변동된 재산 내역을 보고 했다.

“오늘부로 측정하면 510조가 됩니다. 그중에서 대산과 아이온의 주식 가치가 400조. 보유 부동산이 20조. 현금이 10조. 각종 채권이 50조. 기타 유가 증권이 20조가량 됩니다. 이외에도 코인을 비롯해 금, 원자재, 투자하신 스타트업들의 가치가 40조 정도 됩니다.”

세계 최고의 부자였던 빌 게이츠나 워런 버핏 같은 사람이 가진 자산이 100조를 조금 넘겼다. 강철이 가진 재산은 그들에 몇 배 달하는 것이다.

신주영이 천천히 말을 이었다.

“이번에 발표하신 대산과 아이온의 배당정책으로 인해 매달 들어오는 현금 흐름만 1조가 넘어갑니다.”

1조.

그것도 매달 들어오는 금액이란다. 그 보고를 들은 강철이 헛웃음을 터트리며 물었다.

“1조요?”

“하하, 네. 순이익의 20%를 배당하고 계시니까요. 대표님은 주식을 거의 액면가 주신으로 취득하셨기 때문에 배당수익률이 40%에 달합니다.”

강철이 마른침을 삼켰다.

미친 듯이 일만 하다 보니 이런 것들에 대해 큰 신경을 쓰지 않아 잘 모르고 있었다. 막상 듣고 보니 놀라움 그 자체였다.

“그래서 매달 1조가 넘는 금액이 들어온다…….”

신주영이 빙긋 미소 지으며 말했다.

“사실 1조도 적은 거죠. 대표님이 보유 중인 자산이 500조가 넘습니다. 그 수익률이 3%만 된다 해도 15조. 1조가 1년 동안 들어오면 12조니까요.”

말을 하던 신주영이 살짝 목소리를 낮추었다.

“그런데 더 놀라운 사실이 뭔지 아십니까?”

강철이 시선을 던지자 신주영이 천천히 말을 이었다.

“그보다 많은 재산이 매달 늘어나고 있다는 겁니다. 보유 중인 주식의 지분 가치. 스타트업들의 가치. 부동산 등등. 자산 팽창 속도가 정말 어마어마합니다. 이러다 정말 전 세계를 집어삼키시겠습니다.”

그 말에 강철이 너털웃음을 터트렸다.

“하하하. 집어삼킬 정도는 안 됩니다.”

“시장에서 이미 두 회사의 시가 총액 2천조는 기정사실로 하는 분위기더군요. 월가에서도 대산 주식에 적극적으로 투자하고 있습니다. 분산 컴퓨팅 기술의 대가 대산. VR 기술의 대표 아이온. 이 두 개를 포트에 넣지 않고는 기술을 논하지 말라.”

“요즘 월가 분위기가 그렇습니까?”

“대표님 덕분에 불이 난 것처럼 아주 뜨겁습니다.”

여전히 웃고 있는 강철에게 신주영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이런 상황에서 대표님이 은퇴한다는 소문이 있는데…… 혹시 어떻게 된 건지 저도 알 수 있을까요?”

“별거 아닙니다. 그냥 가족에 좀 더 집중하려고 합니다. 저는 기술적인 부분을 맡고 회사 운영은 두 CEO가 잘해 나갈 겁니다.”

“가족에 집중이라…… 그러면 정말 은퇴하시는 게 맞긴 하군요.”

“하하, 그게 은퇴라면 은퇴겠네요.”

“그러면 어떤 기술에 집중하시려는 건지도 말씀해 주실 수 있을까요? 아! 별건 아닙니다. 관련 산업을 미리 편입시켜 두려고 합니다. 미다스의 손인 대표님이 손을 대면 그 산업이 분명 커질 테니까요.”

“일단 리턴 언어 고도화부터 시작해보려고 합니다. 더 많은 사람이 더 편하게 프로그래밍을 할 수 있도록. 그 이후에는 인공지능 개발을 해보려 합니다. 척 헤이글이 서치를 퇴사했다고 하더군요. 그가 새로운 놈을 한 번 개발해 보자며 러브콜을 보내왔습니다.”

“아! 인공지능. 그럼 그 리턴이라는 언어도.”

“하하, 네. 인공지능 개발을 위한 기반을 다져보려는 거죠.”

신주영이 턱 주변을 쓰다듬으며 중얼거렸다.

“인공지능이란 말씀이시죠. 알겠습니다. 요즘 안 그래도 핫한 분야라 여러 스타트업이 있는데…… 목록도 미리 한번 뽑아보겠습니다.”

그렇게 대화를 마친 둘은 자리를 이동했다. 오늘 만남의 주요 이유는 부동산 매입이기 때문이었다.

432 파크 애비뉴의 최고층 펜트하우스 1억1,000만 달러.

뉴욕 센터 30억 달러.

크라이슬러 빌딩 14억 달러.

등등 수조 원짜리 빌딩을 턱턱 매입했다.

어차피 한 달에 1조 원이라는 현금 흐름이 있다. 이 세상에 강철이 사지 못할 물건이란 없는 것이다.

이런 강철의 부동산 쇼핑은 뉴욕에서만 이루어진 게 아니었다.

런던.

파리.

도쿄.

베이징.

베를린.

모스크바까지.

전 세계를 돌며 소위 부동산 쇼핑을 했다. 그렇게 쓴 돈만 대략 50조가 넘었지만, 강철은 눈 하나 깜박하지 않았다.

그래 봤자 보유 자산의 10%도 사용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 * *

반면.

알리바바의 상황은 갈수록 악화하고 있었다.

데이터 센터 매각.

인원 10% 감축.

하지만 그렇게 했음에도 상황이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허융이 허탈한 표정으로 말했다.

“나일이 가지고 있는 데이터 센터를 또 매각해야 한다고.”

“……네.”

“왜?”

“……이대로 적자가 계속되면 본업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커집니다.”

허융의 목소리가 한층 올라갔다.

“그러니까 왜.”

답을 바라고 한 질문이 아니라는 것을 알기에 비서는 그저 묵묵히 서 있었다.

목소리를 높이던 허융이 돌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하아…….”

“그리고 투자자들 사이에서 압박이 들어오고 있습니다.”

“무슨 압박?”

“나일을 재매각하라고 합니다.”

그 말에 허융이 입을 꾹 다물었다. 그건 곧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라는 것과 같았다. 허융의 자존심으로는 용납되지 않는 이야기였다.

“그럴 일은 절대 없다고 해. 죽어도 같이 죽는다. 클라우드 사업은 절대 표기할 수 없어.”

그러자 비서가 조심스럽게 말을 이었다.

“투자자 중에는 당의 고위직 간부도 있어서 마냥 무시할 수만은 없습니다. 자칫 잘못하다가는 대표님이 크게 다칠 수도 있습니다.”

“……젠장. 젠장!”

쾅쾅쾅.

분을 참지 못한 허융이 주먹을 거세게 탁자를 내려쳤다. 하지만 바뀌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

그런 허융에게 비서가 냉정히 말했다.

“나일 인력을 20% 더 감축하고, 데이터 센터 한 곳을 더 매각하는 게 회사를 위해서도 대표님을 위해서도 최선의 방안으로 판단됩니다.”

겨우 흥분을 진정한 허융이 고개를 끄덕이며 물었다.

“매각 대상자는 이번에도 대산인가?”

“아마 그렇게 될 것 같습니다. 클라우드 서비스 산업은 이제 완전히 대산으로 재편되는 분위기라. 다른 쪽에서는 매수할 여력이 없을 겁니다.”

그 말에 허융이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일단 진행해. 급한 불은 꺼야지.”

그러나.

상황은 허융의 생각처럼 돌아가지 않았다. 데이터 센터 매각 선정사 공고를 올렸지만, 누구도 입찰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대산은 온톨로지 서비스와 기존 새롭게 건설하는 센터가 있기에 더 필요치 않았다. 서치나, 페이스북도 이미 자체 계획안이 나와 있기에 더 이상의 데이터 센터가 필요가 없었다. 그 사이에도 알리바바의 적자는 계속되었다.

반대로.

대산의 주가는 가파르게 상승했다.

알리바바의 데이터 센터 매각 소식으로 대산이 반사 이익을 볼 것이라 사람들이 판단했기 때문이었다.

* * *

그 누구도 상상하지 못했다.

강철도 그저 꿈이라 생각하며 노력했을 뿐이지 정말 이렇게 될 줄은 몰랐다.

1,000조.

대산이 드디어 그 위업을 달성한 것이다.

-[속보] ㈜대산 장 중 시가총액 1,000조 돌파.

-[속보] 1,000조 기업 탄생. 그 이름은 바로 대산.

-[속보] 대산 그룹 시가총액 1,000조 달성.

시가총액 1,000조를 달성하자마자 언론사에서 기다렸다는 듯이 뉴스를 쏟아냈다. 그 위업을 달성한 기업에 대해 찬사를 보낸 것이다.

진선미가 그 뉴스를 접하곤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결국, 이렇게 됐네.”

함께 있던 진용민은 아랫입술을 깨물었다.

‘천 조라니…….’

자신도 과거 꿈이 있었다. 대산을 지금 보다 키워 거대한 회사로 만드는 그런 꿈을 꾸었다. 그 꿈이 다른 이의 손을 통해 이루어진 것이다.

진선미가 그런 진용민의 속을 꿰뚫어 보는 표정으로 물었다.

“오빠가 했으면 이렇게 만들 수 있었을 거 같아?”

“…….”

“아마 국내 기업에 머물렀을 것 같은데…….”

그녀의 말에 진용민은 반박할 수 없었다. 그가 생각해 봐도 국내 1위는 될 수 있을지언정 세계 1위는 될 수 없을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진선미가 천천히 말을 이었다.

“이로써 아버지의 꿈은 이루어졌네.”

“천 조 기업 말이냐?”

“항상 말씀하셨잖아. 모기업인 오성을 뛰어넘어 시가총액 1,000조가 넘는 회사를 만들어라. 귀에 인이 박이도록 들은 말이잖아. 비록 우리가 한 건 아니지만 어쨌든 대산이 1,000조가 됐으니 된 거 아니겠어.”

진용민이 고개를 끄덕였다. 자신도 그 말을 생생하게 기억하기 때문이었다.

진용민이 여전히 믿기지 않는 표정으로 말했다.

“아무리 그렇다 해도 천 조라니…….”

“클라우드 서비스 글로벌 1위. 세계 최고의 드론 제작 기술. 세계 최고의 분산 처리 기술. 대산에 붙어 있는 세계 최고만 몇 가지인 줄 알잖아.”

진용민이 마른침을 삼켰다.

세계 최고.

그 수식어가 대산 앞에 셀 수 없이 붙어 있었다. 자신이 부회장으로 있을 때는 한 번도 가져보지 못한 수식어였다.

진용민이 씹어 삼키듯 말했다.

“이강철…….”

“그 사람 능력이 정말 엄청나긴 해.”

진선미가 혀로 입술을 핥았다.

“이렇게 될 줄 알았으면 술을 먹여서라도 확 잡아먹어야 했는데. 그럼 나는 세계 최고 부자의 부인이 되는 거잖아.”

“…….”

진용민은 씁쓸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진선미가 그런 진용민에게 물었다.

“오늘 전경련에서 축하 행사 개최한다는데 갈 거야?”

고심하던 진용민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 이강철은 대세다. 그와 악연을 끊고 협력해야 하는 시기였다.

“가야지…….”

하지만 말투에서 씁쓸함이 묻어나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잠시 후 전경련.

강철이 수많은 재벌 기업 회장들에 둘러싸여 있었다.

“축하드립니다.”

“하하, 아닙니다. 감사합니다.”

“정말 대단해요. 천조라니.”

“운이 좋았습니다. 시기를 잘 탄 것도 있고요.”

“아무리 운이 좋아도 능력이 없다면 불가능했을 겁니다.”

“하하, 네. 감사합니다.”

이제는 그 속에 섞여 있는 모습이 전혀 어색하지 않았다. 이제 과거 대산 그룹의 신입사원 모습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

축하 인사를 나누던 강철이 막 사무실로 들어온 진선미를 보았다.

그녀와 딱히 악감정이 없기에 막 인사를 하려는 순간 그 옆에 서 있는 진용민과 눈이 마주쳤다.

‘오랜만이군.’

감상은 그게 끝이었다. 이제 진용민과 자신의 간극은 하늘과 땅 차이만큼 벌어졌다.

강철이 뚜벅뚜벅 걸어가 먼저 진선미에게 손을 내밀었다.

“오랜만입니다.”

진선미가 살짝 고개를 끄덕이며 그 손을 맞잡았다.

“못 본 사이에 더 커졌네요.”

“전무님은 여전하십니다.”

“이제 전무가 아니라 대표예요. 강철 씨가 직접 주셨잖아요.”

“하하, 네. 그렇네요.”

잠시 대화를 나눈 강철이 진용민에게 손을 내밀었다.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주먹을 쥐며 망설이던 진용민이 어쩔 수 없이 그 손을 잡았다.

“축하…… 합니다.”

그 한 마디에서 알 수 있었다. 진용민이 완전히 백기를 들었다.

“감사합니다.”

그렇게 짧은 인사가 끝나고, 진선미가 강철의 옆에 착 달라붙었다.

“앞으로 기술 쪽으로 완전히 빠진다고 하던데, 어떤 기술에 집중할 건지 살짝 귀띔해 줄 수 있어요? 우리도 그쪽으로 준비 좀 하려고 하는데.”

강철이 고개를 갸웃거리며 말했다.

“어차피 대표님은 패션 쪽이지 않습니까.”

“요즘은 패션에도 IT 기술이 접목되는 거 몰라요? 더구나 강철 씨가 하는 사업이라면 성공할 게 뻔한데 한 발 담그는 거야 당연한 일이지.”

그 말에 사무실에 있던 여러 기업 회장들이 쫑긋 귀를 기울였다.

“흠흠, 그 이야기같이 좀 들었으면 하는데.”

“저도 같이 들을 수 있겠습니까.”

“저도…….”

“저도…….”

여기저기서 ‘저도’라는 말이 흘러나왔다. 그 모습에 진용민은 실소를 흘리면서도 귀를 기울일 수밖에 없었다.

이강철.

그가 손대는 사업은 성공할 것이라는 건 이제 정설이기 때문에.

* * *

손대는 것마다 성공하는 사람이 있지만.

손대는 것마다 실패하는 사람도 있었다.

“매각 절차가 계속 미뤄지고 있습니다. 값을 내려서 빨리 매각을 하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비서의 의견에 허융의 미간이 잔뜩 찌푸려졌다.

“데이터 센터 가격을 내리자고.”

“네. 그렇지 않으면 계속된 고객 이탈로 인한 클라우드 사업 부문 적자를 해소하기가 어려워집니다. 시간을 끌면 끌수록 우리 쪽에 불리한 상황인지라…….”

비서가 끝말을 흐렸다. 허융의 안색이 붉게 변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얼마에?”

“대산에서 지금보다 30%를 디스카운트 해주면 인수할 의사가 있다고 합니다.”

“……30%?”

“서치나 페이스북. 오라클 같은 기업에 문의를 해봤지만 투자여력이 없다는 답변이 돌아왔습니다. 얼마 전 변형 인플루엔자 사태 당시 폭증하는 수요에 맞춰 대규모 투자 계획을 이미 세워둔 터라 추가 여력이 없다 합니다.”

30%나 할인해 주면 엄청난 손해다. 그 사실을 알기에 허융은 쉽게 결정할 수 없었다.

그러다 문득 더욱 근원적인 질문을 던졌다.

‘어쩌다 일이 이 지경이 된 건지…….’

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

대산의 중국진출?

나일의 클라우드 사업 부문 인수?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다 한 가지 생각에 달하게 되었다.

‘데이비드 딩킨스. 그가 정말 아무 생각 없이 클라우드 사업 부문을 매각한 걸까?’

나일을 차지할 수 있다는 생각에 매몰되어 보이지 않던 주변이 조금씩 보이기 시작한 것이다.

데이비드.

과거 그가 사업을 시작하면 그 영역은 모조리 나일의 차지가 되었다. 그런 식으로 사업을 확장해 온 사람이다. 그런 그가 클라우드 서비스를 매각하고, 이강철의 아이체크를 인수했다.

그게 뜻하는 건 하나였다.

‘정말 이강철에게서 과거 자신의 모습을 보고 클라우드를 포기한 건가……. 이강철이 나서면 해당 영역은 그에 의해 초토화되리라 보고…….’

정말 그런 거라면 자신은 엄청난 실수를 저지른 것이다.

허융은 애써 고개를 흔들며 그런 잡념을 털어냈다. 그러나 매월 올라오는 수치는 자신의 잡념이 진실이라는 걸 말해주고 있었다.

전월 대비 –0.2%.

전월 대비 –0.5%.

전월 대비 –0.3%.

전월 대비 –1%.

계속되는 역성장을 하고 있었다. 덕분에 데이터 센터를 또 한 곳 선제적으로 매각해야 할 지경까지 온 것이다.

‘만약 내 생각이 진실이라면…… 데이터 센터를 매각하는 게 아니라 클라우드 사업 부문 전체를 던져야 하는 거 아닌가?’

그런 생각에까지 다다르게 되었다.

‘어떻게 해야 하지. 어떻게 하는 게 맞는 길인가…….’

그의 고민은 끝이 없었다. 그때 비서의 목소리가 들렸다.

“제 생각에도 클라우드 사업을 재매각이 맞는 것 같습니다. 매각 후 우리도 나일처럼 쇼핑 부문에 집중하는 겁니다. 그리고 이강철 대표가 가지고 있는 성장 산업군 중 하나인 아이온 미디어를 인수해 넷플러스처럼 키워보는 게 어떻겠습니까? 나일이 디지털 헬스케어 사업에 진출한 것처럼요.”

그 말에 허융이 아랫입술을 꽉 깨물었다. 너무 세게 문 탓에 살짝 피 맛이 느껴졌다.

그 맛을 보고 나서야 정신이 번쩍 들었다.

“……한번 추진해 보지.”

그제야 비서의 표정이 조금 밝아졌다.

“알겠습니다. 의사를 한번 타진해 보겠습니다.”

* * *

연락을 받은 천준호는 자신이 결정할 수준을 넘어 섰다 생각했다.

나일 클라우드 서비스.

해당 사업 부문의 가격부터가 만만치 않기 때문이었다. 현재 대산이 가지고 있는 현금 전부를 부어 넣어도 살 수 없었다. 대규모 채권을 발행하거나 유상 증자 시행해야 했다.

결국, 천준호는 강철을 찾아갔다.

“정말 알리바바에서 그런 문의를 해왔단 말입니까?”

“네. 데이터 센터 인수 금액을 30% 할인해 달라고 하니 오히려 클라우드 사업 부문 전체를 살 생각이 없냐고 합니다. 최근 점유율이 가파르게 떨어지면서 상당한 부담을 느낀 것 같습니다.”

“하긴 적자라는 소문이 돌 긴 하더군요. 그래서 인력을 감축하고 데이터 센터를 매각한다고.”

“네. 그래서 아예 사업부 전체를 매각하려는 것 같습니다. 다만 대산이 그걸 인수하려면 유상증자를 하거나 대규모 채권을 발행해야 하는데…….”

강철이 한마디를 툭 던졌다.

“또 한 가지 방법이 있지 않습니까.”

“어떤 방법 말씀이십니까.”

“클라우드 사업 부문 물적 분할.”

“아…….”

“대산은 쇼핑을 맡고, 대산 클라우드는 클라우드 서비스를 맡는 겁니다. 이걸 나스닥에 상장한다면 엄청난 돈이 모일 테고, 그 돈으로 나일을 인수하면 단숨에 세계 1위를 넘어 클라우드 부문 독점 기업으로 올라서게 될 겁니다.”

“독점…… 독점 말이군요.”

“독점되면 가격 결정권을 가지게 됩니다. 지금도 알리바바보다 싼 가격으로 제공하고 있지 않습니까. 그 가격을 단 5%만 올려도.”

영업 레버리지 효과로 이익은 10% 넘게 상승한다.

“지금 시가총액에 걸맞은 회사가 되겠군요.”

“하하, 네. 그러자면 최대한 싼값에 인수해야 하는데…….”

“협상팀을 한번 구성해 보겠습니다.”

그때.

드르륵거리며 강철의 핸드폰이 진동했다.

“네. 이강철입니다.”

“아, 네.”

“네. 그렇지 않아도 방금 소식을 들었습니다.”

“아이온 미디어를 인수하고 싶다고요.”

“무슨 말씀이신지 알겠습니다. 단, 그렇게 하면 가격 할인을 좀 많이 해주셔야 할 것 같은데요.”

“알겠습니다. 자세한 건 실무진 차원에서 이야기를 나눠보죠.”

강철이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전화를 끊자, 천준호가 궁금증을 참지 못하고 물었다.

“아이온 미디어를 인수하겠다는 사람이 나타난 겁니까?”

“허융입니다.”

“허융이라면…….”

강철이 고개를 주억거리며 말했다.

“일이 생각보다 쉽게 풀릴 것 같군요. 협상팀 준비시키고, 클라우드 사업 부문 물적 분할 관련 검토 진행시키세요.”

“알겠습니다.”

고개를 끄덕인 천준호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세계 일류 기업을 넘어 세계 독점 기업이라니. 그 말에 천준호의 가슴도 요동치고 있었다.

* * *

-나일 클라우드 서비스 매각설. 인수자는 대산?

-알리바바. 승자의 저주에 나일을 다시 토해낸다.

-앞으로 나일 클라우드 서비스의 향방이 묘연해졌다.

-대산, 나일 클라우드 서비스 인수 유력.

소리소문없이 새어 나간 소식 덕분에 대산의 주가는 또 한 번 급등했다.

나일 클라우드 서비스.

아직 과거의 명성을 유지하고 있는 서비스가 전 세계에서 차지하고 있는 점유율이 37%였다. 대산이 인수하면 거의 80%가 된다.

독점.

그건 곧 가격결정권을 가진다는 말이었다. 지금도 대산은 나일보다 낮은 가격으로 서비스하고 있었다. 그 가격을 조금만 올려도 영업 이익은 급격히 늘어난다.

시장은 그 사실에 집중한 것이다.

1,000조.

그걸 넘어선 지 얼마 되지도 않아 다시 1,100조가 되었다. 하루 사이에 100조의 가치가 늘어난 것이다.

그렇게 시장이 들썩거릴 때.

강철은 한국의 모처에서 허융을 만나고 있었다. 허융이 안색을 굳히며 말했다.

“아무리 그래도 3,500억 달러는 안 됩니다. 저희가 인수한 금액이 7,000억 달러가 넘습니다.”

7,000억 달러.

한화로 700조가 넘는 금액이었다. 강철은 그 금액에서 절반이나 후려친 것이다. 한편 강철의 표정은 여유로웠다.

“3,500억 달러도 많이 쳐준 겁니다.”

으득 허융이 이를 갈았다.

“아니, 그게 무슨 말씀입니까. 나일은 여전히 이익을 내는 회사로…….”

강철이 고개를 흔들며 허융의 말을 끊었다.

“IBM 인수 당시 너무 큰 금액을 써서, 이미 적자로 돌아선 것으로 아는데요. 그 정도도 제가 모를 줄 아십니까.”

“그건…… IBM만 재매각하면 금세 정상화 될 것으로…….”

강철이 다시 허융의 말을 끊었다.

“그리고 아시겠지만 우리는 굳이 나일이 필요한 상황이 아닙니다. 이미 무섭도록 성장하고 있어요. 기술격차는 더 벌어졌고. 이대로 가만히 있으면 결국 점유율 50%를 넘어서게 될 겁니다.”

“…….”

“그런데도 이걸 인수하는 건 조금 빨리 가려는 겁니다. 그 속도를 단축하기 위해 3,500억 달러 이상 지출하는 건 기회비용이 아깝다는 판단을 내린 거고요.”

허융은 꾹 입을 다물었다. 머릿속으로 수많은 생각이 지나쳤다.

이대로 협상을 포기해야 하나. 아니면 3,500억 달러라도 받는 것이 나을 것인가.

그런 허융에게 강철이 말을 이었다.

“아이온 미디어를 인수하고 싶다 하시지 않았습니까. 그걸 인수해 넷플러스처럼 키우시겠다고.”

“……네.”

“혹시 알고리듬이라는 압축 솔루션 회사를 들어보셨습니까?”

허융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걸 제가 만들었다는 것도 아시겠군요.”

허융이 이번에도 고개를 끄덕이며 물었다.

“그런데 왜 지금 그 말씀을 하시는 겁니까.”

“아시겠지만 넷플러스를 이기려면 아이온 미디어는 완벽한 차별화 포인트가 필요합니다.”

거기까지 듣자 허융은 강철이 무슨 말을 하려는 건지 알 수 있었다.

“그 말씀은…….”

“최근 그보다 성능이 조금 향상된 걸 만들었습니다. 그걸 동영상에 적용한다면 더 빠른 서비스가 가능할 테고요. 넷플러스보다 쾌적한 환경을 제공할 수 있겠죠. 아이온 미디어를 인수하시면 이걸 같이 가져가시는 겁니다. 물론 아이온 미디어의 인수가격도 별도 책정될 겁니다. 상당히 합리적인 수준에서.”

허융이 목소리를 낮추며 물었다.

“아이체크를 매각하면서 데이비드에게 기술지원을 약속했다 들었는데…… 우리 쪽에도 지원해 줄 수 있습니까?”

“그렇다고 한다면 3,500억 달러에 매각하시겠다는 뜻입니까?”

허융이 또 한 번 입을 꾹 다물었다. 표정이 시시각각 변해갔다. 고민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그런 허융을 보며 강철은 생각했다.

‘아무리 망해가고 있긴 하지만 기존 인프라만 해도 상당한 가치다. 3,500억 달러면 엄청난 이득이야.’

강철은 그런 속내를 갖춘 채 천천히 입을 열었다.

“1년간 기술 자문을 약속드리죠. 아시겠지만 제게 기술 자문받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닙니다. 추후 필요한 건에 대해서는 적절한 자문료를 주시면 적극적으로 도와 드리겠습니다. 이런 일정을 빼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닙니다.”

허융은 지긋이 강철을 보았다.

그의 능력은 자신도 잘 알고 있었다. 워런 버핏이 점심시간을 1억에 팔았다면 이강철의 조언은 10억이 넘는 가치를 지니고 있었다.

허융은 그 사실을 알기에 마냥 거부할 수 없었다.

“생각만 하시다가 기회를 놓칠 수도 있습니다. 데이비드 딩킨스가 왜 저를 선택했는지 보면 답은 나와 있으니까요.”

데이비드.

그 이름이 언급되자 허융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이내 그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알겠습니다. 그렇게…… 합시다.”

고개를 끄덕인 강철이 핸드폰을 들었다.

“협상 끝났습니다. 들어오라고 하세요.”

비서에게 연락하자마자 대기하고 있던 실무진들이 우르르 밀려들었다.

허융은 허탈한 표정으로 결국 사인하고 말았다.

-아이온 미디어 매각.

-나일 클라우드 서비스 인수.

그 두 가지 일이 일사천리로 진행되었다.

빼따 꼼쁠리.

기정사실화라는 말로 유럽의 버핏이라 불리는 앙드레 코스톨라니가 한 말이다. 기대감으로 오른 주가가 실제 뉴스가 나오는 순간 떨어지는 현상을 뜻하는 말이었다.

하지만.

그건 대산에게는 통용되지 않는 말이었다.

-대산, 나일 클라우드 서비스 인수. 클라우드 분야 사실상 독점.

-대산 클라우드 서비스 물적 분할 후 나스닥 상장 추진.

-상장 자금으로 나일 클라우드 인수 대금 마련.

-클라우드 서비스 업계 점유율 80% 기업 탄생.

폭발적으로 생성되는 뉴스와 함께 대산의 주가도 폭발적으로 상승했다. 또한, 덩달아 주가가 상승한 기업도 있었다.

아이온 게임즈.

대산과 긴밀한 협력을 통해 복합문화쇼핑몰을 만들어 그곳에 대규모 VR 체험 공간이 착공했다는 뉴스에 주가가 상승한 것이다.

1조 달러.

그 위업을 달성한 것이다. 대산과 시가총액을 합치면 실제로 2조 달러를 넘어가게 된 것이다.

그 사실에 가장 기뻐한 건 K 증권의 펀드매니저였다.

“됐다!”

뉴스가 나오는 순간, 그가 벌떡 자리에서 일어나며 소리쳤다. 그 말에 파티션 안쪽에 있던 팀장도 벌떡 일어났다.

“뭐가 돼.”

“뉴스 나왔습니다. 대산이 나일 클라우드 인수한대요. 지금 장 중에 10% 넘게 오르고 있습니다.”

“헐…….”

“우리 펀드 수익률이 50%를 넘었습니다. 다른 매니저들도 지금 허겁지겁 대산 주식을 담으려고 난리에요. 덕분에 주가는 계속 고공행진이고요.”

그 말에 팀장이 마른침을 삼키며 물었다.

“이제 어떻게 해. 조금 덜어야 하는 거 아냐?”

“이제 제가 생각하는 호재는 다 나와서 그래야 할 것 같기도 한데…… 아직 한 가지가 남았어요.”

“뭐?”

“독점 기업이 가장 먼저 할 일이 뭐겠습니까.”

“……가격 인상?”

“네. 성능은 더 좋은데 나일 클라우드보다 가격은 쌌잖아요. 덕분에 빠르게 점유율을 늘렸고. 이제 그런 경쟁자도 없으니 가격을 5%만 올려도…….”

“이익률이 엄청나겠어.”

“고정비는 그대론데 매출이 폭발적으로 늘어나니까요.”

예를 들면 매출 1억. 영업이익 4천만 원이었다. 가격을 5% 인상하면 매출은 1억5백만 원이 된다.

비용은 그대로라치면 영업이익은 4천 오백만 원이 되는 것이다. 비록 가격은 5% 인상했지만 이익은 12.5%가 상승하는 것이다.

“그래도 이대로는 살 떨려서 안 되겠다. 일단 좀 팔자.”

“하하, 그렇게 하시죠. 사실 저도 조금 떨리긴 했습니다.”

그 대화를 나누는 순간에도 대산의 주가는 올라가고 있었다. 마치 하늘을 뚫고 우주로 날아가는 로켓 같은 모습이었다.

* * *

얼마 후 미국 뉴욕 증권거래소.

강철은 익숙하게 가운데 자리로 이동했다. 벌써 여러 번 찾은 곳이기 때문이었다.

“축하드립니다.”

“상장, 축하드립니다.”

“또 상장이라니. 정말 미다스의 손 답 습니다.”

강철이 자리하자 여기저기서 축하 인사가 쏟아졌다. 오늘은 대산 클라우드의 정식 상장일이었다.

대산 클라우드.

㈜대산에서 물적 분할 되어 설립된 회사로 기업가치만 1조 달러 평가를 받는 회사였다.

알리바바로부터 나일 클라우드 서비스를 인수함으로써 시장 점유율 80%라는 위업을 달성했다. 그랬기에 시장에서는 1조 달러도 과소 평가된 것이라는 말이 많았다.

이내 사회자가 이내 마이크를 잡았다.

“장 시작 30초 전입니다. 내빈 여러분께서는 준비해 주시기 바랍니다.”

그 말에 강철이 천장에 달린 종을 잡았다. 장이 시작하면 이 거대한 종을 치면 된다. 이미 한번 해봤기에 어려움은 없었다.

30초.

29초

…….

3초.

2초.

1초.

댕댕댕.

종을 치자마자 장이 시작되었다. 미국은 가격제한폭이 없었다. 하루에도 100%가 오를 수도 있는 것이다.

물론 시가총액이 1조 달러로 상장하는 회사가 100% 오르지는 않았다.

+10%.

장이 시작하자 10%로 시작했다. 순식간에 100조가 불어난 것이다.

강철은 물적 분할 당시 대산클라우드 주식을 대거 편입했다. 그 재산이 순식간에 10%가 늘어난 것이다. 함께 있던 신주영의 입가에도 미소가 그려졌다.

“이로써 대표님 재산이 550조를 넘어섰군요. 이러다 개인 재산만 천조를 넘겠습니다.”

“그게 벌써 그렇게 됩니까?”

“네. 가지고 있던 현금을 대부분 쏟아 넣었습니다. 조금 더 오르면 조금씩 정리할 생각입니다.”

강철의 시선이 전광판을 향했다.

+10%.

+11%.

+13%.

주가가 조금씩 상승하고 있었다. 신주영이 그걸 보며 말했다.

“555조. 560조. 570조…….”

1%가 움직일 때마다 재산이 수조 원씩 불어났다. 강철이 무감각한 표정으로 전광판을 보았다.

결국, 그날 주가는 30%가 오른 채 마감되었다. 월가에서는 대산 클라우드만 2조 달러가 될 것이라는 리포트를 쏟아냈다. 이제 명실상부 세계 최고의 부자가 된 것이다.

그날 저녁.

강철은 이제는 와이프가 된 엘리와 함께 뉴욕 파크 에비뉴 펜트하우스를 찾았다. 창가에 서자 뉴욕 야경이 한눈에 들어왔다.

엘리가 그 야경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아름답다…….”

“그래서 샀어. 미국 올 때마다 와서 쉬려고.”

물론 1,000억이나 쓴 건 말하지 않았다. 엘리도 굳이 신경 쓰지 않았다. 강철이 어느 정도 부자인지 자신의 인지 영역 바깥의 일이라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잘했어. 여기 너무 좋다.”

스르륵.

강철이 말을 하며 엘리의 허리를 감싸 안았다. 이내 엘리가 한쪽 팔에 감기며 강철에게 몸을 기댔다.

후욱.

들어오는 향기에 강철이 마른침을 삼켰다. 이미 엘리와 열락에 들뜬 밤을 수없이 보냈다.

그런데도 볼 때마다 새로운 건 왜일까. 절로 입안이 바짝 말라왔다.

엘리가 잔뜩 흥분한 강철의 목에 팔을 두르며 말했다.

“어제도 했잖아. 오늘 또?”

강철은 말없이 입술을 포갰다.

지금은 입이 아닌 몸으로 대화할 시간이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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