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자의 성공 라이프-54화 (54/59)

2장 시가총액 2조 달러(1)

github 프로젝트 랭킹 Top 100.

DVM 3.0

리턴

DVM 2.0

…….

한 뉴스 사이트의 헤드라인에 올라온 뉴스였다. 그걸 본 데이비드가 달칵 마우스를 눌러 해당 화면을 꺼버렸다.

“우리 개발진들은 어쩌고 있습니까?”

“현재 막바지 테스트 중입니다.”

데이비드의 얼굴에는 잔뜩 짜증이 묻어나왔다.

“아직도?”

“아무래도 전체 시스템의 구조를 변경하는 일이다 보니 신중에 신중을 기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아니, 저쪽은 DVM 3.0에다 리턴언어까지 개발을 완료하고 그걸 곧 실 시스템에 적용하고, 새로운 서비스를 선보인다는데 우리는 아직…… 하아…….”

푸념을 하던 데이비드가 입을 꾹 다물었다. 더 말을 해봤자 어차피 자신의 얼굴에 침 뱉기밖에 되지 않았다.

“개발진들도 밤낮없이 노력하고 있지만 쉽지 않은 모양입니다. 공개된 DVM 프로젝트가 원스 OS에 최적화되어 있다 보니 해당 OS를 사용하지 않는 이상 전체 코드를 그대로 사용하기에도 문제가 있고요.”

원스.

강철이 만든 가상화 최적화 OS였다. 나일에서 사용하고 있는 건 마이크로소프트와 협업으로 만든 OS. 당연히 여러 문제가 있을 수밖에 없었다. 살짝 아랫입술을 깨문 데이비드가 물었다.

“그럼 원스를 구매해서 진행하면요?”

“그러면…… 대산에 상당한 금액을 지불해야 하는데 그래도 괜찮겠습니까?”

그렇게는 안 된다. 돈이 문제가 아니라 클라우드 서비스의 선두 주자로서 후발 주자에게 자문한다는 것 자체가 시장에서 어떻게 받아들여질지 뻔한 일이었다.

“……말이 헛나왔군요. 방금 그 말은 못들은 걸로 하세요.”

그러자 비서가 타이르듯 말했다.

“개발자들을 한번 믿어보시죠. 곧 좋은 성과를 들고 올 겁니다.”

“이제는 그 믿음이 옅어지고 있다는 게 문제입니다.”

드론.

가상화 솔루션.

어느 것 하나 자신을 흡족하게 만드는 게 없었다. 최고의 회사에 모인 최고의 기술진들이 어떻게 이 지경까지 왔는지…….

데이비드가 깊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일단, 기다려 보죠.”

하지만.

실제 개발이 진행되고 있는 팀의 상황은 그리 좋지 않았다. 특히 실무를 담당하고 있는 스티브는 죽을 맛이었다.

“스티브, 얼라이브 체크 제대로 한 것 맞아? 이거 에러 나잖아.”

팀장의 말에 스티브가 잔뜩 인상을 찌푸렸다.

“제대로 체크했습니다. 혹시 또 OS 문제 아니에요?”

그 말에 팀장이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하아…… 알았어. 내가 마이크로소프트 쪽에 연락해 볼게.”

다시 자리에 앉은 스티브가 키보드 위에 손을 올렸다. 모니터를 보고 있자 한숨부터 나왔다.

“하아…….”

DVM 2.0.

그건 오픈소스로 공개되어 있어 어느 OS에나 사용할 수 있었다.

하지만 최적화가 된 건 이강철이 만든 ‘원스’였다. 다른 OS에 적용하려면 개발자들이 최적화 작업을 해야 하는 것이다. 그게 생각만큼 녹록지 않았다.

‘이걸 계속해야 하나…….’

요즘 스티브의 머릿속에 맴도는 생각이었다.

최근 일에 대한 열정이 떨어지며 하기 싫다는 생각이 가득했다. 회사가 적자를 보며 성과급은 깎였고, 새로운 것을 개발하는 것이 아닌 다른 이가 만든 걸 적용하려다 보니 일에 대한 보람도 없었다.

‘그때 같이 나갈 걸 그랬나…….’

얼마 전 동료가 회사를 떠날 때 같이 나갈 걸 하는 생각이 머릿속을 계속 맴돌았다. 아무래도 잘못된 선택을 한 건 자신 같았다.

스티브는 쉽게 일에 집중하지 못하고, 의미 없이 마우스를 움직였다.

그러다 들어간 레딧.

미국의 초대형 커뮤니티 사이트 중 한 곳으로 스티브가 많은 활동을 하는 곳이기도 했다.

그곳에 새로운 글로 올라온 내용이 스티브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튜링상 후보에 이강철?

-너희들 ACM에서 이강철을 유력 후보로 올렸다는 소식 들었어?

그 글에는 수백 개의 댓글이 달려 있었다. 세계적으로 이강철이 그만큼 핫한 인물이기 때문이었다.

스티브의 시선은 ‘튜링상’이라는 세 글자에 고정되어 있었다.

튜링상.

자신도 과거 튜링상을 받는 꿈을 꿀 정도로 일종의 워너비였다.

“정말…… 실력이 엄청난가 보네…….”

그 생각이 들자 한층 더 이 자리에 앉아 있는 게 고역이었다. 대산으로 이동해 그와 함께 일하고 싶다는 욕구가 치밀었다.

결국, 스티브는 서랍을 열어 얼마 전 써놓은 사직서를 꺼내 들었다.

* * *

대산 타워 12층.

대산 클라우드 서비스 관련 팀이 상주하는 층이었다. 그곳을 강철이 직접 찾았다.

오늘 DVM 3.0이 공식적으로 릴리즈 되는 날이기 때문이었다.

“설치 완료했습니다. 이제 런칭만 하면 됩니다.”

비서의 말에 강철이 고개를 끄덕였다. 각 위치에 있는 직원들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였다.

서버가 재시작되고, DVM 3.0이 완벽하게 적용되었다. 고객들이 보는 화면에서는 변한 게 없었다. 백엔드 서버들이 업데이트된 것이기 때문이었다.

“성능 테스트 시작하겠습니다.”

이내 클라우드 서비스의 성능을 테스트하는 도구가 실행되었다.

-Server Instance creat Test…….

-Load Balancer creat Test…….

-DB creat Test…….

…….

툴을 실행하자 제공되는 서비스들에 대한 테스트가 시작되었다. 그걸 다들 긴장된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성능이 잘 나올까.”

“나오겠지. 우리가 테스트를 얼마나 했어.”

“그게 또 상용화했을 때랑은 다르잖아. 센터에 들어가 있는 서버만 만 대가 넘어가는데. 그걸 전부 테스트하진 않았으니까.”

“그야 그렇긴 하지만…… 열심히 했으니까. 한번 기대해 봐야지.”

개발자들이 갑론을박을 벌이는 사이 테스트는 빠르게 진행되었다.

이걸 사람이 하나씩 테스트하려면 수십 시간이 걸린다. 과거 서비스를 출시했을 당시부터 자동화 테스트 툴을 개발해 업그레이드를 시켜 온 탓에 최근 테스트 시간을 30분까지 줄일 수 있었다.

그렇게 30분이 지나고.

하나씩 서비스 테스트 결과가 화면에 표시되기 시작했다.

+30%.

+35%.

+55%.

+40%.

업그레이드 전 벤치마크 결과와 비교했을 때 성능이었다.

그렇게 개별 서비스 결과가 나오고 마지막에 종합 결과가 화면에 나타났다.

+42.5%.

당초 목표치였던 +40% 이상의 성능 향상을 기록한 것이다.

강철이 흡족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다들 고생 많았습니다. 앞으로도 이렇게만 해주세요. 그리고 팀장님.”

“네.”

“특히 고생 많았습니다. 내일부터 황 이사님이라 부르겠습니다.”

황 이사.

즉 임원 승진을 했다는 말이었다. 개발팀장인 황창성 팀장이 놀라 마른침을 꿀꺽 삼키며 말했다.

“감사합니다.”

“특히나 고생한 명단 인사팀에 올리세요. 바로 특별 승진 절차 들어갈 테니까.”

“네. 알겠습니다.”

그렇게 노고를 격려한 강철이 사무실을 떠났다. 그때까지도 별다른 문제는 생기지 않았다.

잠시 후.

다시 집무실로 올라온 강철은 ACM에서 온 공식 연락을 받았다.

“튜링상 수상자로 선정되셨다고 합니다. ACM으로부터 정식 연락이 왔습니다.”

“정말입니까?”

강철도 튜링상이 무엇인지 정도는 알고 있었다. 컴퓨터 과학 분야의 노벨상이라 불리는 상이라는 것을.

“하하, 네. 이번 리턴 언어 개발 및 DVM 3.0 프로젝트가 주효하게 작용한 것 같습니다. 언론 기사로 흘러나오기는 했지만, ACM에서 함구하고 있었는데 곧 정식 발표를 할 것이라고 합니다.”

ACM은 1947년에 설립된 컴퓨터 과학 학술 연구 집단이었다. 그만큼 실력자들이 모인 곳이고 그들의 인정은 곧 전 세계의 인정이었다. 강철도 웃음을 감추기 힘들었다.

“튜링상이라니…….”

이미 돈은 엄청난 양을 벌었다. 거기에 튜링상이라는 명예까지 얻게 되자 마치 세상 모든 걸 얻은 기분이랄까. 거기에 호감을 가지고 만나는 연인까지…….

거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직감적으로 그녀에게 연락을 해야 할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강철이 먼저 연락을 하기도 전에 문자가 도착했다.

-축하해요. 뉴스 엄청 나오던데요.

그 문자에는 뉴스가 하나 링크되어 있었다.

-이강철 한국 최초 튜링상 수상자로 선정.

-이강철 회장이 컴퓨터 과학 분야의 노벨상이라 불리는 튜링상 수상자로 선정되었다. ACM에서는 연례 회의를 통해…….

그 문자를 보자 배시시 입가에 미소가 번져나갔다.

-고마워요. 안 그래도 연락하려고 했는데…….

-피이. 정말 그런 생각을 했어요? 그럼 이거 대 사건인데요.

-하하, 정말입니다. 정말. 막 핸드폰 들었어요.

그때.

강철의 귓가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렸다.

“대표님…….”

“대표님?”

비서가 자신을 부르는 목소리였다. 강철은 그제야 지금 자신의 집무실임을 깨달았다.

강철이 슬그머니 핸드폰을 내려놓으며 말했다.

“하하, 네. 말씀하세요.”

“수상 일정은 2주 후입니다. 이걸 말씀드리고 싶었습니다.”

“네. 기억하고 있겠습니다.”

비서가 살짝 고개를 숙였다.

“그럼 이만 나가보겠습니다.”

강철이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하하, 네.”

돌아가는 비서의 입가에도 흐뭇한 미소가 서려 있었다.

* * *

한국 청와대.

작년 새롭게 대통령에 뽑힌 황기석이 비서실장에게 물었다.

“이번에 이강철 회장이 튜링상을 받게 됐다고?”

“네. 컴퓨터 과학 분야의 노벨상이라 불리는 상이라 불린다고 합니다.”

“능력이 상당하군.”

“업계에서도 칭찬이 자자합니다. 청와대로 한번 부를까요?”

황기석이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 국정 철학이 뭔가. 4차 산업 혁명 관련 산업을 육성해 대한민국의 GDP를 높이는 것 아닌가. 그러려면 저런 기업인을 적극적으로 육성해야겠지.”

“알겠습니다. 관련 일정 조율해 보겠습니다.”

“더구나 드론 제조도 직접 한다고 하던데. 충주에 공장도 하나 지었고.”

“네. 맞습니다.”

“충청도 지역에 공장 하나 더 지을 수 있을까.”

충청도.

현 대통령인 황기석의 기반 지역이었다. 대한민국 최초로 충청도 지역에서 나고 자란 대통령이 바로 황기석이였다.

“이미 충주 지역에 공장이 있어서 그쪽에 하나 더 짓는 건 어렵지 않아 보입니다.”

“세제 혜택을 확실하게 해줄 테니까. 공장 추가 증설 계획 없는지 한번 알아봐.”

비서실장이 고개를 숙이며 답했다.

“알겠습니다.”

“그리고 또…… 정부 사용 클라우드 서비스를 대산 쪽으로 옮기는 건은 어떻게 됐어?”

“그 건은 진행 완료했습니다.”

황기석이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이제 곧 세계 1등이 될 제품인데 정부에서도 적극적으로 사용해 줘야지.”

“그럼 이참에 ‘대한민국 최고과학기술인상’ 수상 검토를 지시해 볼까요?”

대한민국 최고과학기술인 상.

상금 3억 원이 주어지는 국내 과학기술 분야 최고 명예로운 자리였다.

“튜링상을 받을 정도니 자격은 충분할 것 같군.”

“알겠습니다. 한번 추진해 보겠습니다.”

“그래.”

그렇게 둘의 대화가 마무리되고, 비서실장은 바로 대산 쪽으로 연락을 취했다.

* * *

튜링상 수상.

그 이벤트가 시중에 풀린 풍부한 유동성을 대산과 아이온으로 집중시키는 촉매가 되었다.

+10%.

+15%.

+7%.

수상 소식을 호재로 받아들인 시장이 관련 주가를 연일 상승시킨 것이다. 그리고 거기에 기름을 붓는 일이 일어났다.

-완전히 새로운 성능으로 다시 찾아왔습니다.

대산 클라우드 서비스.

그게 리뉴얼되어 발표된 것이다.

기존 서비스에서 40%가 향상된 압도적인 성능을 자랑했고, 함께 발표된 IR 자료에서 나온 성장 수치는 시장의 기대치를 훌쩍 뛰어넘는 것이었다.

1. N사 36%.

2. 대산 34%.

3. M사 12%.

1위, 3위 사업자의 점유율은 하락했지만 대산의 점유율은 또 한 번 상승했다. 거기에 앞으로 성장 전망치를 40% 이상으로 잡았다. 100억 달러에 달하는 영업이익을 기록할 수 있는 수치였다.

덕분에 시중에 풀린 유동성은 가파르게 성장하는 대산으로 몰렸고, 시가총액은 100조를 넘어 150조를 향해 달려갔다.

어쩌면 400조가 넘는 시가총액으로 1위를 차지하고 있는 오성전자를 대산이 이길 수도 있다는 말까지 흘러나왔다.

그런 와중에 강철은 마이클 설리번과 개발 관련 토론을 나누고 있었다.

“마이클의 말은 자원 배분까지는 되지만 이걸 서비스화해서 과금 체계를 만들기 위해서는 현 수준의 보안으로는 안 된다는 말이군요.”

“네. 그냥 개인이 사용하는 것에는 문제가 없습니다. 해킹의 책임이 개인에게 있으니까요. 하지만 대표님이 말씀하시는 것처럼 서비스화시키기 위해서는 현재의 보안 수준으로는 어렵다는 것이 최종 결론입니다.”

DVM 3.0.

거기에는 자사 서버들만이 아닌 사용하지 않는 핸드폰이나 노트북. 컴퓨터 같이 버려지고 있는 컴퓨팅 파워를 클라우드로 묶는 기능이 탑재되어 있었다.

강철은 거기에서 한 단계 나아가 이용자는 놀고 있는 컴퓨팅 파워를 제공하고, 회사는 거기에 따른 보상을 제공하는 형식의 서비스를 구상하고 있었다.

이른바 ‘온톨로지’ 서비스.

강철은 그 서비스가 앞으로 회사의 가치를 한 단계 레벨업 시켜줄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았다.

“보안…… 보안이라…….”

같은 말을 중얼거리던 강철의 머릿속으로 한 사람의 이름이 스쳐 지나갔다.

“이거 홍 대표라면 해결해 줄 수 있을지도 모르겠군요.”

“홍 대표요?”

“홍재준. 리민스라는 이름으로 전 세계 송금 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의 대표입니다.”

“아! 미스터 홍이라면 저도 압니다. 한국에서 미국으로 돈을 송금할 때 종종 해당 서비스를 이용하니까요. 그러고 보니…… 리민스도 아이온 그룹의 자회사군요.”

“하하, 네. 제 생각에는 해당 부분에 블록체인으로 과금을 도입해 포인트를 주고, 그걸 현금처럼 대산 마트에서 사용할 수 있게 하면 보안 적인 부분은 해결될 것 같습니다.”

그 말에 마이클이 고개를 주억거렸다.

“흠…… 그러면 충분히 가능성이 있겠네요.”

“그럼 바로 홍 대표에게 연락해서 회의 잡도록 하죠.”

“알겠습니다.”

그렇게 간단히 회의가 끝나고 일어나려 할 때, 마이클이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그리고…… 드릴 말씀이 한가지 있습니다.”

“네. 편하게 말씀하세요.”

“나일 쪽에서 저와 근무하던 친구들이 여기로 이직을 하고 싶다고 하네요.”

“실력만 있다면 언제나 환영입니다. 아직 인력이 부족하니까요.”

“그런데 그게 좀 많은데…… 괜찮겠습니까.”

“몇 명이나…….”

“20명 정도 됩니다.”

20명.

강철은 그 숫자를 듣자 조금 놀랐다. 한 번에 그 많은 인원이 이직한다면 해당 회사에도 큰 타격이 가해질 것이다.

“그렇게나 많이요?”

“제가 여기 생활을 말했더니 다들 오겠다고 성화더군요. 더구나 대표님은 튜링상 수상자이시기도 하니…… 한 단계 성장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어차피 사람은 부족했다.

“20명이 아니라 더 많아도 됩니다. 마이클이 인정한 사람이라면 전부 오라고 하세요.”

“감사합니다.”

회의를 끝낸 강철은 바로 비서의 안내에 따라 차에 올라탔다.

대한민국 최고 과학기술인 상.

그 행사에 가기 위함이었다.

차는 빠르게 시내를 통과해 청와대 근처에 도착했다. 그곳에서 보안절차를 밟고, 행사 시작 전까지 일정한 공간에서 대기하게 되어 있었다.

그런 강철을 한 인물이 불렀다.

“안녕하십니까. 청와대 정책 실장입니다.”

“아…….”

과거 정책실장의 이름은 서종석이었지만 현재는 다른 이름을 하고 있었다. 정권이 바뀌고, 정책실장은 달라졌지만, 자신은 이곳에 남았다.

‘이게 재벌이라는 건가…….’

한국에는 이런 말이 있다.

재벌은 영원하다.

정권이 바뀌고, 선출직 공무원들이 수년마다 바뀌지만, 과거부터 재벌이었던 사람들은 대부분 그 자리를 공고히 지키고 있었다.

상념에 빠진 강철에게 정책 실장이 손을 내밀었다.

“하하, 이렇게 만나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앞으로 잘 부탁드립니다.”

강철이 살짝 고개를 숙이며 답했다.

“네.”

긴 대화를 나눌 시간은 없었다. 곧 행사가 시작하기 때문이었다.

대통령.

비서실장.

정책실장.

경제수석.

모든 사람이 바뀌어 있었다. 하지만 자신은 그대로였다.

그렇게 잠시 기다리고 있자 바로 행사가 시작되었다.

-곧 대한민국 최고 과학기술인 상을 발표하겠습니다. 참석하신 귀빈 여러분들은 앉아 주시기 바랍니다.

이내 사회자의 이름에서 강철의 이름이 호명되었다.

-대한민국 최고 과학기술인 이강철.

-귀하는 리턴이라는 프로그래밍 언어. DVM이라는 가상화 솔루션을 개발해 대한민국의 소프트웨어 국격을 한 단계 높였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컴퓨터 과학 분야의 노벨상이라 불리는 튜링상을 한국 최초로 수상함으로써 그 능력을 전 세계적으로 인정받았습니다.

설명이 끝나고 강철이 단상 위로 올라가자 대통령이 직접 상패를 내밀었다. 상 자체가 대통령상이기 때문이었다.

“축하드립니다.”

“감사합니다.”

간단한 인사가 끝나고, 상을 받은 강철이 다시 자리로 내려왔다.

이어 시작된 오찬의 주인공은 단연 강철이였다.

“정말 국가의 홍복이 아닐 수 없습니다. 어떻게 그런 어려운 것들을 직접 만드시는 겁니까?”

“한국의 일론 머스크라는 호칭에 전혀 부족함이 없군요. 혹시 일론 머스크처럼 우주 산업에 진출하실 생각이라면 저에게도 귀띔 부탁드립니다.”

“신사업을 준비하신다는 말이 들리던데…… 어떤 건지 무척 궁금합니다.”

참석한 과학기술인이나, 기업인들이 강철에게 몰려들어 질문을 던졌다.

강철이 그런 질문 폭격 속에서 벗어날 수 있게 도와준 건 라영건 교수였다.

강철이 먼저 인사를 건넸다.

“오랜만입니다. 라 교수님.”

라영건이 고개를 주억거리며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자네가 이렇게까지 성장할 줄 알았으면 그때 더 잘 보여둘 걸 그랬어.”

“하하, 아닙니다. 교수님이 도와주신 게 더 크죠. 항상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라영건.

강철이 대산 그룹 사원일 때부터 협력했던 관계로 아직 기술 자문 위원을 맡아주고 있는 사람이기도 했다.

라영건이 앞에 놓인 음료를 한 모금 마셨다.

“감사는 내가 해야지. 자네 덕분에 나도 건물주가 됐어.”

“건물주요?”

“스톡옵션을 부여해 주고, 앞으로 회사는 더욱 발전할 테니 회사 주식을 사라 하지 않았나.”

그 말에 고개를 주억거렸다.

주식.

강철은 자신이 있었기에 주변인들에게 대산 관련 주식을 사라고 권했다. 그중에는 라영건도 있었다.

“그때가 아마 시가총액이 2조였나…… 5조였나 기억도 안 나는군. 그런데 어제부로 140조를 돌파했어. 단순 계산으로…….”

“2조였으면 70배가 넘는군요.”

“그래. 70배. 당시에 1억 정도 샀던 것 같아. 자네가 워낙 출중한 실력을 보여서 대산을 사지 않을 수가 없었지.”

“탁월한 선택이었습니다.”

“거기에 자문으로 활동하면서 받은 스톡옵션까지 합쳐서 보니 100억이 넘더군. 그중 일부를 처분해서 빌딩을 계약했네. 우리 와이프가 만나면 꼭 은인으로 대접하라 하더군.”

“하하, 그러셨습니까?”

“교수 월급도 많긴 해. 내가 낸 특허권 수입도 쏠쏠하고 하지만 강남에 작은 빌딩을 살 수 있었을까? 아니겠지.”

“그건 교수님이 잘하신 덕분입니다. 제 주변에 많은 사람이 있었지만 모두 대표님처럼 된 건 아닙니다.”

강철 덕분에 돈을 번 건 라영건 만이 아니었다.

천준호.

신주영.

유혜인.

등등.

강철과 초기부터 함께 했던 수많은 사람이 천만장자가 되었다.

하지만 반대가 된 이도 있었다.

하진기.

김정민.

자신과 함께하다 LD 유통으로 넘어갔고, 이제는 소식조차 들리지 않는 사람들이었다. 같은 상황이었지만 개개인의 선택에 따라 완전히 다른 상황이 된 것이다.

그 말에 라영건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긴 해. 투자하는 사람들이 명심해야 하는 격언이 있다 하더군. 매수 버튼을 누르는 건 자신이라고.”

“하하, 그런 말이 있습니까. 그나저나 건물주 된 김에 나중에 밥이나 한 끼 사주십시오.”

“자네라면 언제나 환영이지.”

그런 둘의 대화는 길게 가지 못했다. 비서실장을 비롯해 대통령이 강철을 찾아왔기 때문이었다.

* * *

비슷한 시각.

데이비드는 늦은 시각까지 퇴근하지 못하고, 사무실에 앉아 있었다.

전월 대비 -5%.

데이비드의 시선이 그 숫자에 고정되어 있었다.

“역성장이라니…….”

이제는 역성장이 현실화되고 있었다. 전월 대비 –0.5%, -1.2% 이런 미미한 수준이 아니라 –5%.

아마 다음 분기에 이걸 발표한다면 투자자들은 나일에 실망하고, 주가는 곤두박질치리라.

“하아…….”

데이비드가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자신이 나일을 창업하고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역성장을 한 적이 없었다. 그 기록이 이강철이 나타나면서 깨졌다.

“돌파구가 필요해.”

그 돌파구를 위해 무리해서 IBM의 클라우드 사업 부문을 인수했다. 하지만 성과는 보다시피 역성장으로 나타나고 있었다.

“신 서비스 개발도 계속 늦어지고.”

도대체 성과가 나오질 않고 있었다.

일주일만 더.

이 주일만 더.

한 달 만 더.

더더더…….

벌써 몇 번이나 지연됐고, 그간 해당 프로젝트에 참여한 인원들이 퇴사하면서 대거 물갈이됐다.

전형적으로 망하는 프로젝트 루틴이었다. 뭔가 확실한 변화가 있지 않으면 정말 망할 수 있었다.

“이렇게 되면…… 정부의 힘을 믿어보는 수밖에.”

데이비드는 최후의 카드를 꺼냈다. 최근 미 정부는 중국의 반도체 산업을 죽이기 위해 블랙리스트 기업을 만들어 제재를 가하고 있었다.

그런 비슷한 일이 1980년대에도 있었다.

반덤핑.

직권조사.

미국 통상법 301조 위반혐의.

미 반도체 협회가 정부에 건의해 일본의 반도체 산업을 말살시켰고, 덕분에 한국이 반사이익을 얻었다.

이런 일은 벌써 몇 번이나 반복되는 일이다.

미국.

그 초강대국에 대항하는 나라, 기업은 결코 살아남을 수 없다. 바로 데이비드가 생각하고 있는 마지막 카드였다.

* * *

미국 IT 산업협회.

미국에는 반도체, 식품, 총기 등등 여러 협회가 있다. 그 협회는 회비를 내는 회원들을 대신해 정부에 로비해준다.

IT 산업협회에도 수많은 회원사가 있었고, 나일 역시 그중 하나였다. 나일은 세계 최고의 회사인 만큼 엄청난 돈을 협회에 제공하고 있었고, 협회장은 데이비드의 말을 무시할 수 없었다.

“반독점 조사를 해달라는 말씀이시군요.”

“대산 클라우드 서비스의 점유율이 가파르게 올라가고 있습니다. 이러다 미국 IT 산업이 한국의 지배를 받을 수도 있어요.”

그 말에 협회장이 너털웃음을 터트렸다.

“하하, 그건 너무 비약 아닙니까. 다방면으로 고통받고 있는 나일 상황이야 충분히 인지하고 있지만…….”

서치나 페이스북, 넷플러스는 공고히 자리를 지키고 있지 않습니까. 협회장은 그 말은 하지 않았다. 괜히 데이비드의 자존심을 다치게 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아시겠지만 넷플러스도 추천 부문을 DRP로 넘겼습니다. 서치에서는 인공지능 분야에 위협을 느껴 이강철의 아이온 인공지능을 인수했고요. 페이스북 역시 아이온에서 SNS 사업에 진출한다는 소식이 들리자마자 하루 만에 주가가 7% 폭락했습니다.”

그제야 협회장의 표정도 조금 심각해졌다. 데이비드가 빠르게 말을 이었다.

“그의 영향력이 그만큼 크다는 뜻이죠.”

“물론 그런 정황이 있긴 하지만 함부로 반독점 조사 카드를 꺼냈다가는 한국과의 관계가 악화할 수 있습니다. 중국과 혈전을 벌이고 있는 상황에 우방국과의 관계 악화는 정부에서도 그리 원치 않을 겁니다.”

데이비드가 그럴 줄 알았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천천히 입을 열었다.

“1980년대 일본의 반도체 산업을 침몰시키지 않았다면 지금 미국이 반도체 관련 원천기술을 완벽하게 장악하지는 못했을 겁니다.”

한국이 반도체의 강국이라 하지만 그건 완성품에 한정된 이야기다. 원천기술과 특허는 대부분이 미국이나 일본이 가지고 있었다.

당장 미국이 기술 이용을 금하자 화웨이는 핸드폰을 만들 수 없는 것처럼.

협회장은 데이비드가 하는 말을 바로 알아들었다.

“이강철이 그 정도라는 말입니까?”

“얼마 전에는 튜링상을 받았습니다. 실력은 입증된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 곧 전 세계의 컴퓨팅 파워를 가진 자원을 클라우드로 엮는 서비스도 출시될 것 같고요.”

협회장은 언뜻 이해가 잘 안 되었다.

“컴퓨팅 파워를 가진 자원을 모은다?”

“안 쓰는 핸드폰. 오래된 노트북. PC 거기에 전원과 인터넷만 연결하면 해당 CPU나 메모리, 스토리지 자원을 어디에서든 사용할 수 있게 해주는 서비스를 기획하고 있다 하더군요.”

그 설명에도 이해되지 않았다. 불가능에 가까운 것이기 때문이었다.

“지금 무슨 말씀을 하시는 겁니까.”

“이른바 온톨로지 서비스. 기업은 온톨로지에 접속해 저렴한 가격으로 작업을 처리하고, 이용자는 유휴 컴퓨팅 파워를 제공하고 보상으로 블록체인 기술로 구현된 코인을 받습니다. 그 보상 코인으로 빅트리에서 물건을 구매할 수 있고요.”

“그게 정말 되기만 한다면…….”

“엄청난 기술이 될 겁니다. 이용하지 않을 이유가 없죠. 그렇게 되면 클라우드 서비스 독점 회사가 될 가능성이 커집니다.”

“흠…….”

“문제는 그것만이 아닙니다. 엄청난 양의 데이터가 대산으로 흘러 들어갈 겁니다. 인공지능의 원천은 데이터. 그걸 쌓는다면 인공지능 기술에서도 뒤처질 수도 있습니다.”

“한국에는 그 정도 수준의 기술자가 없는 것으로 압니다만.”

“방금 이강철이 튜링상을 받았다고 말씀드렸을 텐데요.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그는…… 천재입니다.”

“…….”

“이미 우리를 비롯해 서치, 페이스북도 반독점 조사가 진행 중이지 않습니까.”

“그렇기야 하지만…… 목표가 다르지 않습니까. 대표님이 하시는 말씀은 완전히 말려 죽여야 한다는 것처럼 들리는데…….”

데이비드가 의미심장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반독점 조사를 하든가. 301조 규약을 근거로 들든가. 그런 건 협회장님이 전문이니까. 알아서 해주십시오. 방금 말씀하신 목표는 꼭 달성해야 합니다.”

“망하게 만들어라.”

“일본과 중국의 반도체 산업을 막아낸 것처럼요.”

협회장이 심각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 * *

그 소식은 국정원을 통해 청와대로 가장 먼저 흘러 들어갔다.

“미 IT 산업협회에서 로비를 진행 중이라고요?”

“네. 현재 타겟 기업은 대산, 아이온 두 기업입니다.”

“둘 다…… 이강철이 대표로 있는 곳이군요.”

“네. 현재 가장 큰 이유는 독점. 문제는 단단히 결심했는지 먼지 털 듯이 두 기업을 탈탈 털려 하고 있습니다.”

비서실장이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갑자기 왜…… 더구나 미국은 우리의 우방 아닙니까.”

그 말에 국정원장이 목소리를 낮추었다.

“위협이 된다고 생각하니까요.”

“위협?”

“미국의 강력한 우방인 일본의 반도체 산업이 어떻게 몰락했는지 아십니까?”

비서실장이 입술을 꾹 다물었다. 관련 내용에 대해 자신도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우방이라 하더라도 자신들에게 위협이 된다면 가차 없이 쳐내는 게 바로 미국입니다. 중국과 크게 다르지 않은 나라죠. 다만 그 방법이 세련될 뿐.”

마치 무식한 조폭이 중국이라면, 똑똑한 엘리트는 미국이었다.

법의 세세한 부분을 파고들어 종국에는 무죄를 받아내는 똑똑한 엘리트. 법이고 나발이고 주먹으로 해결하려는 조폭.

그 차이가 있을 뿐 본질에서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타인의 피해 따위는 신경 쓰지 않는다는 공통점이 있었다.

“미국이 그런 태도를 보인다는 건 상황이 심각하다는 뜻인데…….”

“정부 차원에서 항의할 수도 있겠지만 쉽지는 않을 겁니다.”

“그럼 이강철 회장 온전히 혼자 이겨내야 한다는 말씀입니까?”

“VIP의 결심에 따라 달라질 수는 있습니다. 겉으로는 침묵하면서 저희 쪽으로 들어오는 정보를 공유해 줄 방법도 있고요.”

“흠…… 국정원장님 생각은 어떻습니까?”

“제가 생각할 때 정부가 취할 수 있는 스탠스에는 총 2가지가 있습니다. 1번 침묵하면서 뒤로 도와주기. 2번 적극적으로 나서기.”

“1, 2번 모두 도와줘야 한다는 말이군요.”

“대한민국 최고의 과학기술인입니다. 그가 진행하는 사업과 관련된 중소기업의 숫자도 수백 개에 이르고요. 가장 큰 이유는 정체된 대한민국의 GDP를 한 단계 더 높이기 위해서는 미래 먹거리가 필요한데…….”

“이강철이 그 적임자다.”

국정원장이 입술을 꾹 다문 채 고개를 끄덕였다.

“맞습니다. 비록 제가 경제는 모르지만, 해외 반응에 대해서는 빠삭합니다. 최근 요원들이 적발한 첨단 기술 유출 건수에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곳이 어딘지 아십니까.”

“대산?”

“대산 그리고 아이온. 클라우드 기술과 VR 기술의 최강자인 아이온의 기술을 빼내려는 시도가 거의 매일 같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그만큼 이강철 회장이 세계적인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는 것이고, 미국의 유명 플랫폼 기업들이 위기감을 느끼는 게 당연한 겁니다.”

“이걸 잘 지켜내면 정말 대한민국이 한 단계 도약할 수도 있겠군요.”

국정원장이 고개를 주억거렸다.

“네. 꼭 지켜내야 합니다.”

“……알겠습니다. 먼저 VIP께 보고부터 드리겠습니다.”

“상황이 긴박하게 돌아가고 있습니다. 최대한 빨리 일을 진행해야 합니다.”

비서실장도 심각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 * *

비슷한 시각.

강철도 비서로부터 관련 내용을 보고 받았다.

“미국 IT 산업협회에서 로비를 진행 중이라는 말입니까?”

“네. 국정원에서 먼저 연락이 와 미국에 있는 로비스트에게 확인을 해보니 극비리에 미 상, 하 의원들을 비롯해 정부 고위직 관계자들에게 관련 내용을 전달하고 있다 합니다.”

“그게 받아들여진다면 어떻게 되는 겁니까?”

“중국의 틱톡처럼 미국 내 서비스가 불가할 수도 있습니다. 연쇄적으로 미 우방국에서 차단당할 위험이 커지고요. 아시겠지만 미국에서 일어나는 매출만 거의 50%에 달합니다. 회사에 미치는 충격이 커지는 것이죠.”

“흠…….”

“물론 당장에 서비스를 정지당하지는 않을 겁니다. 중국은 미국의 적이지만 한국은 우방국이기도 하니까요. 연방법원에 소송을 제기할 수도 있고, WTO를 이용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하지만 쉽지는 않을 겁니다.”

“당장 반독점법에 걸릴 만한 서비스는 클라우드 서비스밖에 없는 겁니까?”

“클라우드 서비스를 비롯해 리민스, 아이체크, 아이온 VR 전부 다 위험합니다. 로비스트 말에 의하면 반독점법은 구실에 불과하다고 합니다. 또 다른 구실을 만들어 자국 산업 보호에 열을 올릴 것이라 합니다. 이대로 두었다가는 미국의 IT 산업 자체가 위험할 수도 있다면서요.”

“검색엔진, SNS의 경우 미국이 부동의 1위인데도 말입니까?”

비서가 심각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아이온이 VK 통신사의 SNS 사업 부문을 인수한다는 소식이 들렸을 때 페이스북의 주가가 7% 이상 빠졌습니다. 그만큼 시장에서는 대표님의 능력을 높이 평가하고 있고요. 그리고 그게 바로 미국에서 우려하는 바입니다. 기술 경쟁에서 열위 자가 되는 것. 그렇게 되면 초강대국의 지위가 흔들릴 수도 있으니까요.”

강철이 자리에서 일어나 창가로 다가갔다. 창문 너머로 도도하게 흐르는 한강이 보였다.

‘미국이 적대적으로 나온다…….’

상당히 어려운 문제였다. 미국은 누구나 인정하는 세계 초강대국이다.

그런 나라를 상대로 싸워 이길 수 있다?

불가능했다. 중국도 속수무책 당하고 있는 판에 개인 기업이 상대할 수 있을까.

그런 의문이 머릿속을 맴돌았다.

‘이건 뭐 사업을 접으라는 말이나 다름없군.’

그렇다고 이대로 순순히 사업을 접을 수는 없었다. 어떻게 일궈낸 사업인데…….

‘어떻게 한다…….’

고심하던 강철이 비서를 찾았다.

“일단 로비 비용 5배로 올리세요. 그리고 드론 생산 공장을 비롯한 데이터 센터 건설도 추진하고요.”

“알겠습니다.”

“그리고…… 지난번에.”

말을 하던 강철이 급히 입을 다물었다. 자신이 한 일은 비서도 모르는 극비 사항이기 때문이었다.

“아닙니다. 이만 나가보세요.”

비서가 살짝 고개를 숙이며 자리를 떠났다. 강철은 핸드폰에 저장된 번호를 통해 미 국방성 산하 드론 전력화 TF팀의 마크 모리얼에게 연락을 취했다.

“오랜만입니다. 이강철입니다.”

전화기 너머에서 반가워하는 목소리가 들렸다.

그러나.

상황은 강철의 생각보다 매우 급하게 흘러가고 있었다. 이미 ‘서치’라는 거대한 IT 공룡이 미 법무부와 소송 중에 있었다.

자국 기업도 반독점법으로 엮어 기업 분할을 시도하는 와중에 한국의 기업에 칼을 들이대지 못할 이유가 없었다.

-대산 클라우드 서비스 반독점법 조사 착수.

결국, 강철이 손을 쓰기도 전에 로이터 통신을 통해 최악의 시나리오가 흘러나왔고, 회사 주가는 그 순간 폭락했다.

* * *

미 백악관.

미합중국 대통령 앨빈 브라운이 막 올라온 따끈따끈한 보고서를 유심히 살펴보았다.

“대산의 클라우드 서비스가 그렇게 위협이 된다는 말인가?”

그 말에 비서가 고개를 주억거렸다.

“관련 전문가들의 말을 종합해 보면 앞으로 10년 안으로 NCS는 망할 것이라고 합니다. 그 자리를 대산의 클라우드 서비스가 차지하고요.”

“……그 정도야?”

“네. 그뿐만 아니라 마이크로소프트의 애저. 서치의 클라우드 서비스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현재의 추세가 계속 이어진다고 가정한다면 앞으로 5년 내로 점유율 70%. 10년 안으로 90%까지 도달할 것으로 보입니다.”

그건 완전히 기존 생태계가 붕괴하는 수치였다. 앨빈도 입을 닫은 채 비서를 보았다.

비서가 천천히 말을 이었다.

“중요한 문제가 하나 더 있습니다.”

“어떤…….”

“만약 점유율 90%에 달하게 되면 세상의 수많은 기업이 대산의 클라우드 서비스를 이용하게 됩니다. 그 말은 세상의 모든 데이터가 대산으로 모인다는 말과 같습니다. 4차 산업의 핵심인 데이터가 대산에 모인다는 건…… 앞으로 미국에도 커다란 위협이 될 겁니다.”

“그래서 이런 보고서가 올라왔다.”

“네.”

-반독점 조사 및 301조 제청.

301조.

거기에는 외국의 불공정 행위에 대해 필요한 조처를 할 수 있는 대통령의 권한을 의미한다. 대통령은 이 법을 근거로 엄청난 양의 관세를 부과해 해당 서비스나 물품의 미국 내 반입을 막을 수 있는 것이다.

1984년에도 미 대통령 레이건이 한국의 컬러 TV에 15%의 반덤핑 관세를 부과한 적이 있었다.

앨빈이 보고서를 만지작거리며 물었다.

“이걸 했을 때의 효과는?”

“당장 대산의 미국 내 침투는 확실하게 막을 수 있습니다. 그동안 다시 경쟁력을 키우면 되고요. 나일이나 마이크로소프트. 서치에는 그럴 저력이 있습니다.”

둘의 대화에서 한국과의 관계는 안 중에도 없었다.

우방국.

그들에게 우방이란 자국의 이익을 위해 언제든지 버려질 수 있는 것이었기에.

“이왕 시작할 거 드론이나 VR 산업도 막아야 하는 거 아닌가?”

전 세계에서 높은 관심을 받는 이강철을 앨빈이라고 모를 리 없었다. 더구나 로비스트를 통해 엄청난 자금이 미 정가로 흘러들어왔다는 것도 잘 알고 있었다.

“그 부분은 미 국방성에 납품되는 물건이 있어 쉽지 않습니다. 드론의 경우는 생산 공장 자체가 미국에 있어 관세 대상도 아니고요.”

앨빈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그 부분은 어렵겠군. 일단…… 반독점법 말고도 완전히 죽일 방법을 생각해 봐. 이왕 시작한 거 제대로 해야지.”

“알겠습니다.”

“한국 쪽에도 조금 흘려서 반응 한 번 살펴보고. 죽자고 달려들면 피곤해질 수도 있어. 그럴 리야 없겠지만 중국 쪽에 붙으면 곤란하지 않겠나.”

“맞습니다.”

그렇게 둘의 대화는 한동안 계속되었다.

* * *

미국 데이비드의 사무실.

그가 흐뭇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곧 조사가 시작될 거라고요?”

“네. 관련 내용에 대해 아주 긍정적으로 검토 중이라 합니다. 곧 대통령 서명 아래 301조를 발동해 관세 부과부터 시작할 것 같습니다.”

“협회장이 매일 노는 줄 알았는데 일을 하긴 하는군요.”

비서가 고개를 주억거렸다.

“로비스트가 지녀야 할 능력은 상당하니까요. 정부에서도 협회의 보고서를 아주 심도 있게 검토한 것으로 보입니다.”

“그럼 일단 시간은 벌었군요. 관세가 부과되면 서비스 비용이 올라갈 테고, 사용자가 지금처럼 급증하진 않을 테니.”

비서가 염려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

“당장 미국 내 사용자 급증은 막을 수 있겠지만 중국이나 유럽. 인도나 동남아의 경우에는 301조가 통하지 않습니다. 이건 우리나라로 들어오는 물품에 대한 관세니까요.”

데이비드가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건 걱정하지 않아도 됩니다. 곧 대산과 아이온을 향한 대규모 특허 소송이 시작될 테니까.”

“특허 소송이요?”

“대산 클라우드 서비스나 아이온의 VR 관련 기술들이 서치나, 마이크로소프트, 나일의 기술 특허를 침해했다는 소송. 그걸 통해 법원에 당장 서비스 중지를 요청할 생각입니다. 소송에서 진다고 해도 진흙탕 싸움을 시작해 공급을 멈출 수만 있어도 상당한 이익이니까요.”

“그러면 타격이 엄청날 것 같긴 합니다.”

데이비드가 고개를 주억거렸다.

“서치나 마이크로소프트에서도 이강철의 부상에 위협을 느끼고 있습니다. 아주 적극적으로 제안에 응하더군요. 관련 인원들이 대거 대산이나 아이온 쪽으로 이동하는 바람에 그쪽에서도 불만이 아주 많아요.”

“반독점, 301 거기에 특허 소송까지 더해지면…… 확실히 타격이 가겠군요.”

“이왕 시작한 거 확실하게 끝을 내야 합니다. 물론 그사이에 우리도 개발을 멈추면 안 되고요. 개발 진행 상황 지속해서 체크해서 보고하세요.”

비서가 크게 고개를 숙였다.

“알겠습니다.”

그리고 데이비드는 확신했다. 이렇게까지 한다면 강철도 절대 버티지 못할 것이라고.

* * *

비슷한 시각.

강철은 미국 펜타곤에 도착해 딘 에치슨 미 입실론 부대장을 만나고 있었다. 딘이 놀란 표정으로 강철을 보며 말했다.

“자네 말은 지난번 드론보다 한 단계 더 업그레이드됐단 말인가?”

“최적화를 통해서 가동 시간이 획기적으로 늘어났습니다. 물론 움직임 역시 한층 부드러워졌고요.”

딘이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일단 한번 보지.”

이건 강철의 비서도 모를 만큼, 이건 극비리에 진행되는 프로젝트였다.

강철은 그곳 직원의 도움을 받아 직접 세팅을 해나갔다. 과거 이미 한번 했던 일이었다. 그리 어렵지 않게 세팅할 수 있었다.

“그럼 시작하겠습니다.”

딘이 고개를 끄덕이고, 세팅한 드론이 날아올랐다.

표적 1.

표적 2.

표적 3.

이렇게 표적을 하나씩 처치하는 작업이었다. 그 당시와 다른 점은 거리가 상당하다는 점이었다. 멀리 있는 표적은 거리가 10㎞에 달했다.

그런데도 드론은 거침없이 목적지로 날아갔다. 그걸 보는 딘의 눈동자가 점점 커졌다.

‘이렇게 되면 작전 반경이 10배가 늘어나는데…….’

딘은 놀랐지만, 최대한 내색하지 않았다.

지난번 납품된 드론의 작전 반경은 1㎞였다. 그것만 해도 상당한 수준이다. 적과 1㎞ 떨어진 곳에서 드론을 날리면 알아서 처리를 해주니까.

이 드론을 실 작전에 투입해 상당한 성과를 거두었다. 내부에서 입실론 부대의 입지는 올라갔고, 더 많은 드론을 작전에 투입하자는 의견이 흘러나오고 있는 와중이었다.

그 사이에도 드론은 차분히 작전을 수행했다.

-표적 5. 클리어.

총 10개의 표적이 준비되어 있었다. 지금까지 5개의 표적을 클리어했고, 앞으로 드론은 5㎞를 더 가야 했다.

드론에 설치된 카메라를 통해 실시간으로 전송되는 화면을 보며 딘이 물었다.

“어떤 게 바뀌었기에 이런 성능을 낼 수 있는 겁니까?”

“전부 다 바뀌었습니다. 지난번 인수한 뉴욕 랩스의 기술에 영감을 받아 기존의 드론을 완전히 탈바꿈시켰거든요.”

“아…….”

“소프트웨어, 하드웨어 둘 다에서 최적화를 만들어내니 성능이 더 높아질 수밖에요.”

-표적 6. 클리어.

-표적 7. 클리어.

그사이에도 표적은 계속 클리어되었다. 경이적인 성능이었다.

“이걸 보여드리면 분명 관심을 가지실 거로 생각했습니다. 이제 사람이 직접 가서 땅을 점령하고, 깃발을 꽂는 시대는 지나가고 있으니까요.”

딘이 고개를 끄덕였다. 입실론 부대는 그걸 위해 만들어진 것이기도 했다.

“충분히 동감합니다. 이런 드론 수 백 대가 아프간에 투입된다면…… 기나긴 전쟁이 순식간에 종료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드는군요.”

드론이 마을 훑고 지나간다. 인식되는 얼굴을 자체 DB와 비교해 탈레반 테러분자인지 확인한다.

인간처럼 밥이나 식량도 필요 없었다. 야간에도 계속 작전을 진행할 수 있기에 엄청나게 효율적이었다.

강철이 그런 딘에게 말했다.

“그런데 몇 가지 문제가 있습니다.”

“어떤…….”

“미 정부에서 반독점법을 근거로 서비스 운용 금지를 진행할 것 같습니다.”

“…….”

“이 드론의 핵심 중 하나는 소프트웨어입니다. 이렇게 빠르게 판단을 내리는 건 대산 클라우드 서비스 덕분이고요. 클라우드 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한다면 당연히 드론도 제 성능을 내지 못할 겁니다.”

“흠…….”

“저는 미국을 최우방국으로 생각해 가장 먼저 판매하기로 했습니다. 그래서 다른 어디에도 공개하지 않았고요. 하지만 상황이 이렇게 흘러간다면 다른 나라도 고려해 봐야겠지요. 가장 먼저 저의 조국인 한국. 그다음으로는 다른 나라로 눈을 넓혀 한 번 구매자를 찾아봐야 할 것 같습니다.”

딘이 살짝 아랫입술을 깨물었다. 그 사이에도 드론은 차근차근 표적을 처리해 나갔다.

-표적 8. 클리어.

-표적 9. 클리어.

“잠깐 기다려 보세요.”

-표적 10. 클리어.

-Mission complete.

임무가 완료되었다. 딘도 결정할 수밖에 없었다.

“관련 내용을 위에 전달하고 곧 연락해 드리겠습니다.”

이 드론은 꼭 필요한 존재였다. 강철이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 * *

다시 백악관.

비서실장이 가지고 있는 보안용 핸드폰이 진동했다.

“네.”

“이강철이 직접 말입니까?”

“그게 되면 어떻게 되는 겁니까.”

“한 단계 진일보할 수 있다…….”

통화하던 비서가 두 눈을 부릅떴다.

“아프가니스탄 전쟁을 완전히 끝낼 수 있다고요? 그 정도 위력입니까.”

“알겠습니다.”

얼떨떨한 표정으로 전화를 끊은 비서가 살짝 마른침을 삼켰다.

이내 보안 루트를 통해 전송된 영상을 태블릿에서 실행시켰다. 그걸 본 순간 직감했다.

‘이건 내 선에서 처리할 문제가 아니다.’

바로 태블릿을 들고 대통령이 있는 오벌 오피스로 이동했다.

앨빈이 막 문을 열고 들어온 비서실장에게 물었다.

“무슨 일이야.”

“이강철이 국방성을 통해 제안을 해왔답니다.”

“어떤?”

“지난번 전투 특화 드론을 한 단계 더 발전시켜 준다고요. 그리고 그 구상에 따르면…… 아프가니스탄 전쟁도 미군의 희생 없이 완전히 끝낼 수 있을 것 같다고 합니다.”

앨빈도 구미가 당기는 이야기였다. 아프가니스탄 전쟁은 앨빈에게도 골칫덩어리였기 때문이었다. 비서실장이 앨빈에게 태블릿을 내밀었다.

“여기 그 테스트 영상입니다.”

-클리어.

-클리어.

-클리어.

…….

드론의 움직임은 앨빈의 두 눈을 휘둥그레 만들기 충분했다. 정말 이런 드론 수백 대가 동시에 출격한다면 과연 누가 막을 수 있을까?

선뜻 생각나는 수단이 아무것도 없었다.

“이거 사실인가? 조작된 거 아냐?”

“아닙니다. 입실론 부대장인 딘 에치슨이 두 눈으로 직접 확인해서 보내온 영상입니다.”

앨빈이 마른 침을 꿀꺽 삼켰다.

“이거…… 당장 만나봐야겠군.”

“알겠습니다. 바로 준비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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