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자의 성공 라이프-53화 (53/59)

1장 국내 1위가 세계 1위(3)

사건은 발생했던 것보다 빠르게 잠잠해졌다. 뉴스가 올라오고 1시간도 채 되지 않아 정정 보도가 나오고, 며칠 만에 일종의 해프닝으로 끝나버렸다.

인터넷상에서는 오히려 엘리에 대한 동정 여론이 불같이 일어났다.

그걸 본 최서훈이 혀를 끌끌 찼다.

“하여간 냄비 근성들…… 이래서 대한민국이 발전이 없다니까.”

그런 최서훈에게 비서가 핸드폰을 들고 다가왔다. 그의 표정이 심각했기에 최서훈은 강한 불길함을 느꼈다.

“이강철 대표 연락입니다. 받아보셔야 할 것 같습니다.”

“이강철? 왜?”

“아무래도…… 저희 쪽 작품이라는 걸 알아차린 것 같습니다.”

그 말에 최서훈의 미간이 꿈틀거렸다.

“일 처리를 어떻게 하는 거야.”

비서가 꾸벅 고개를 숙였다.

“죄송합니다.”

“줘봐.”

최서훈이 전화를 받자마자 강철이 싸늘한 목소리로 말했다.

-회장님.

“어쩐 일인가. 이렇게 전화를 다 주고.”

-제가 예전에 한 번 말씀드렸을 텐데요. 제가 가장 중요시하는 건 행복이다.

“하하, 그랬지. 내가 그때 아주 깜짝 놀랐다니까. 기존 재벌들과 다르…….”

최서훈은 그 말을 끝까지 잇지 못했다.

-다르죠. 아주 다릅니다. 재벌들은 가족을 포기하겠지만 전 다릅니다. 가족을 건들면 제가 지금까지 쌓아 올린 것들을 전부 포기할 수 있을 만큼요. 저한테 이런 건 뭐랄까…… 그냥 아무것도 아닙니다.

강철은 진심이었다. 이미 한 번 죽었다 살아났다. 돈도 중요하지만 그러자 돈보다 더 중요한 게 있다는 걸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최서훈은 괜히 의뭉을 떨었다.

“그런데 왜 내게 이런 말을 하는 건가. 난 도통 모르겠군.”

-그냥 회장님께서 알아두셨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정말 모든 걸 포기할 수 있다는 걸요. 그 예시 하나만 보여드리겠습니다. 지금쯤…… 뉴스가 올라가겠네요. 그럼 이만 끊겠습니다.

짧고 굵은 전화가 끝나고, 최서훈이 픽 코웃음을 흘렸다.

“보여주긴 뭘 보여준다고. 세상에 돈 포기하는 게 그렇게 쉬운 줄 아나.”

그런 최서훈에게 비서가 다급한 표정으로 다가왔다.

“회장님. 이것 한번 보셔야겠습니다.”

비서가 내민 태블릿을 본 최서훈이 두 눈을 부릅떴다.

-이강철 V스토어 지분 처분

-내용 : 이강철이 개인적으로 취득한 V스토어 지분에 대해 매수자를 찾았다. 협상 대상자는 미국의 한 사모펀드로 현재 가치인 5,000억에서 30% 할인된 금액으로 알려져 있다. 시장에서는 이를 이강철과 VK 그룹 간의 불화설로 받아들이고 있으며 이에 VK 그룹의 주가는 장중에만 10%가 넘는 폭락을 보였다.

(중략)

최서훈의 시선이 10%라는 숫자에 머물렀다.

“확인해 봐.”

“네.”

비서는 재빨리 주가를 확인했고, 그걸 최서훈에게 보여주었다.

㈜VK –14.45%.

VK 그룹을 실질적으로 지배하고 있는 ㈜VK의 주가가 VI발동 직전 수준까지 떨어진 것이다.

더구나 ㈜VK의 주가만 내려가는 것이 아니었다.

VK 반도체 –12%.

VK 통신 –15%.

VK 바이오 –16%

…….

이강철과 별 상관없는 회사까지 줄줄이 주가가 흘러내렸다.

비서가 마른침을 삼키며 말했다.

“하루 만에 10조 정도의 기업가치가 날아갔습니다.”

“이게…… 가능한 일이야?”

“현재 시장이 이강철을 이 정도로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그와 협력하면…… 상승. 그와 대척점에 서면 하락.”

으드득.

최서훈이 이를 갈았다. 하지만 불행은 하나만 찾아오지 않았다. 그 사이 또 하나의 뉴스가 올라왔다.

-이강철, 선일 통신과 클라우드 서비스 관련 MOU 체결.

그리고 비서의 핸드폰이 진동했다. 전화를 받은 비서의 표정이 심각했다.

“뭐?”

“알았어.”

비서가 꿀꺽 마른침을 삼키며 말했다.

“이강철이 차세대 드론 통신은 선일 통신의 망을 이용하기로 했다고 합니다. 더구나 그쪽 5G 망 쪽 소프트웨어 관련 기술자문도 함께해 주기로 했다고…….”

VK 통신 –20%.

그 뉴스가 나오고 하락세는 더 거세졌다. 반대로 선일 통신의 주가는 단숨에 15%가 올라갔다.

최서훈이 더는 참지 못하고, 주먹으로 의자 손잡이를 두드렸다.

쾅.

“이 자식이 진짜…….”

하지만 화가 난다고 해서 자신이 당장 할 수 있는 일이 없었다. 그게 더 화를 키웠다.

* * *

비슷한 시각.

전화를 끊은 강철이 탁 소리가 나도록 핸드폰을 내려놓았다. 그 모습을 비서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보았다.

“정말 괜찮을까요. 너무 과하게 대응을 한 건 아닌지 우려스럽습니다.”

“마음 같아서는 거래를 전부 끊어버리고 싶었습니다. 이것도 많이 참은 겁니다.”

“그렇다 해도 V스토어 지분을 전부 매도하는 건 너무…….”

“어차피 가지고 있다 해도 크게 득이 되진 않았을 겁니다. 우리가 핸드폰이라도 만들지 않는 이상 성장에는 한계가 있고, 결국 서치가 장악할 시장이니까요.”

“흠…… 알겠습니다.”

“그리고 지시한 대로 거래처 다변화를 시작하세요. VK 것만 이용하지 말고.”

“네.”

강철이 천천히 소파로 걸어가 털썩 자리에 앉았다. 이내 탁자 위에 있는 커피를 한 모금 마시며 물었다.

“DVM 3.0 적용은 어떻게 되고 있습니까?”

“현재 제3 데이터 센터부터 적용 중입니다. 아무래도 신규 서버에 적용하는 게 더 간단하니까요.”

“제3 데이터 센터면…… 유럽 쪽 말입니까?”

“맞습니다. 유럽에서도 워리어 VR 관련 수요나 클라우드 서비스 수요가 탄탄해서 벌써 증설 요청이 들어오고 있는 상황입니다. 관련해서 보고서 올렸으니 한번 검토 부탁드립니다.”

“알겠어요. 바로 보도록 하죠. 아 참, 그리고 제가 말했던 3.0의 핵심 기능인 완벽한 ‘통합’도 개발이 끝난 겁니까?”

비서가 고개를 끄덕였다.

“네. 유휴 핸드폰이나 집안에서 못 쓰는 노트북도 DVM 3.0만 설치하여 연결하면 컴퓨팅 자원으로 쓸 수 있습니다. 그러나 타인과 연결을 통한 보상 체계는 아직 개발이 안 됐고요.”

“앞으로 회사에 큰 수익을 줄 수 있는 프로젝트입니다. 신경 써서 만들라고 하세요.”

“네.”

이내 비서가 나가고, 조용한 가운데 강철이 서류 검토를 시작했다.

하지만 그 시간은 채 30분도 되지 못했다. 핸드폰이 드르륵거리며 진동한 것이다.

-최윤아.

그녀였다. 전화를 받으니 흥분한 그녀의 목소리가 들렸다.

-정말 이럴 거예요?

“싸움을 먼저 시작한 건 VK였습니다.”

-일단, 우리가 먼저 한 것도 아니지만 V스토어 지분 포기라니. 정말 이 사업 이렇게 끝낼 거냐고요.

“끝까지 인정하지 않는군요. 정녕 제가 가지고 있는 증거들을 풀어야 인정하실 겁니까?”

그 말에 전화기 너머로 침묵이 찾아왔다. 강철이 싸늘한 어투로 말을 이어나갔다.

“회장님께도 말씀드렸지만, 이거 하나는 분명히 말씀드리겠습니다. 앞으로 이런 일이 한 번 더 발생하면 제 모든 걸 포기하는 일이 있더라도 가만히 있지 않을 겁니다. 이 정도는 예고편에 불과하다는 말입니다.”

-아주…… 열부 나셨네요.

“신중하게 만나는 만큼 책임을 져야 하니까요.”

전화기 너머로 잠시 침묵이 흘렀다. 망설이던 최윤아가 그 침묵을 먼저 깨트렸다.

-진짜…… 자존심 상해서 안 물어보려고 했는데 왜 저는 안 된 건가요?

”오늘 통화만 봐도 알 수 있는 거 아닌가요? 우린 기저에 깔린 생각 자체가 너무 다릅니다.“

이내 전화기 너머에서 깊은 한숨 소리가 들렸다.

-알겠어요. 앞으로 이런 일 다시는 없을 겁니다.

그 말을 끝으로 뚝 하고 전화는 끝나 버렸다. 강철도 핸드폰을 바라보며 살짝 한숨을 내쉬었다.

그래도 한때 호감을 느끼고 만난 사람이다. 약간의 죄책감이 느껴진 것이다.

”어쩔 수 없지…….“

강철은 다시 일에 집중해 나갔다. 결재 서류가 또다시 쌓여 있기에 여기에만 신경을 쏟을 겨를이 없기 때문이었다.

* * *

튜링상.

컴퓨터 과학 분야의 노벨상으로 관련 업계에 기념비적인 업적을 남긴 이에게 수여되는 상이었다.

오늘은 그 상의 수상자를 결정하는 연례회의 날.

회의에 참석한 사람들이 후보로 올라온 사람들의 면면을 살피고 있었다.

”이강철…… 이강철……. 최근 이 사람과 관련된 말이 많이 들리는군요.“

”만능 언어 리턴을 비롯해 가상화 솔루션에서 획기적인 성능을 보인 DVM을 개발해서 그런 것 같습니다.“

회의의 의장을 맡은 로버트 태프트가 물었다.

”그게 뛰어나다는 것 정도는 알고 있지만, 튜링상 수상자로 선정되어야 할 만큼의 수준입니까?“

”물론입니다. 여러 언어를 사용함으로써 프로그래머들이 겪는 불편이 얼마나 상당한지 다들 아시지 않습니까. 아무리 러닝 커브가 낮다 해도, 하나의 언어를 잘 익히면 다른 언어를 쉽게 쓸 수 있다 해도! 상황별로 다른 언어를 사용하는 게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하지만 ‘리턴’을 사용하면 다릅니다.“

”흠…….“

”그 언어 하나로 세상 모든 걸 가장 빠른 속도로 개발할 수 있습니다.“

로버트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정말 모든 걸 그렇게 할 수 있습니까? 커널 수준의 개발까지도?“

그 말에 회의 참석자가 고개를 끄덕였다.

”네. 제가 산 증인입니다. 직접 개발을 하고 있으니까요.“

그러자 다른 위원이 천천히 입을 열었다.

”전 리턴보다 DVM을 높이 평가하고 있습니다. 덕분에 오픈 스택이 가지고 있던 한계를 극복하고, 클라우드의 세계를 더 가속했으니까요.“

로버트가 물었다.

”어떤 점을 그렇게 높이 평가하십니까?“

”얼마 전 발표한 DVM 3.0의 가장 큰 특징으로 사람들은 속도를 이야기하지만 저는 다릅니다. 거기에 나와 있는 완벽한 통합.“

”통합이요?“

”이제 유휴 핸드폰이나 집에서 놀고 있는 서버도 DVM 3.0으로 연결하면 그 컴퓨팅 자원을 이용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되었습니다. DVM 안에 들어가는 DVM 알고리즘이 CPU나 메모리, 스토리지 자원을 최적으로 배분하는데…… 정말 환상적이라는 말 밖에는 나오지 않았습니다. 제가 볼 때는 앞으로 OS 회사들도 해당 알고리즘을 적극적으로 적용할 것으로 보입니다.“

여러 위원도 고개를 끄덕이며 그 말에 찬성했다. 의장인 로버트가 다른 위원들을 보며 말했다.

”다른 의견 있습니까? 후보로 올라온 인물을 보니 딘 애치슨이 연구한 확률적 알고리즘의 향상 방안도 꽤 괜찮은 것으로 보이는데…….“

그러자 리턴 언어를 추천한 위원이 입을 열었다.

”물론 그것도 괜찮긴 합니다. 하지만 연구 결과 면에서 보면 리턴에 비해 많이 모자란 게 사실입니다. 이를테면 영어, 프랑스어, 독일어를 통합해서 한 언어로 사용하게 해준 사람과 기존의 알고리즘을 조금 향상한 건 레벨이 다른 이야기니까요.“

”흠…… 그럼 두 분은 이강철을 적극적으로 미시는 거고 다른 위원님들 생각은 어떻습니까?“

그러나.

대부분이 강철을 지지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로버트도 튜링상의 수상자는 한 사람밖에 없음을 인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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