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자의 성공 라이프-43화 (43/59)

7장 나일의 반격(1)

그렇게 며칠이 지나고.

강철이 드론 관련 개발자들과 심각한 표정으로 아이비디오를 보고 있었다.

“이게 얼마 전 나일에서 발표한 드론 영상입니다. 보시면 저희보다 속도는 빠르고, 한 번에 실어 나를 수 있는 용량은 적습니다. 아마 대부분의 택배 물품이 3㎏ 이하라는 것에 착안한 것 같습니다. 더구나 미국의 단독 주택 지역을 겨냥한 제품이라 저희처럼 복잡한 알고리즘도 필요가 없고요.”

“마당에 떨군 후 문자를 보내주면 되는 거군요.”

“맞습니다.”

“흠…….”

“결과적으로 미국 시장을 차지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것이 기획실의 판단입니다. 기존 나일의 지배력이 워낙 공고하기도 하고, 트리스 원은 5㎏ 택배에 특화되어 제품 가격 자체가 고가라 윌마트에서도 대량 구매는 꺼리는 눈치였습니다.”

강철이 팔짱을 낀 채 영상을 다시 돌려 보았다.

-Fast.

-Fast.

-Fast.

그 문구가 나오며 드론이 빠른 속도로 택배를 옮기고 있었다. 다만 자율 기능까지 따라오진 못했고, 빌딩이나 아파트에서의 배달 영상은 없었다.

그건 즉.

대도시에서는 기회가 있다는 뜻이었다. 유심히 영상을 보던 강철이 물었다.

“뉴욕이나 LA 중심지 같은 경우에는 우리에게도 기회가 있을 것 같은데요.”

“네. 소위 대도시라 불리는 곳에서는 아직 기회가 있긴 합니다. 하지만 문제는 가격만이 아닙니다. 최근 미국이 자국 우선주의 정책을 강력하게 펴고 있어 해당 승인을 얻기 위한 로비 자금이 상당히 소요될 것으로 파악 중입니다. 따라서 비용 대비 효율이 안 나올 수도 있기에 타 시장에 먼저 집중하자는 의견을 말씀드린 것이었습니다.”

충분히 일리가 있는 말이었다.

다만.

이들이 아직 모르는 게 있었다.

“그럴 필요 없습니다. 우리에게는 트리스 원만 있는 게 아니니까요.”

“……네?”

“아직 개발 중이라 대외적으로 알려져 있진 않지만 트리스 원이 개발되자마자 트리스 2 개발에 착수했습니다. 배송 무게를 늘리는 게 어렵지 낮추는 건 쉬우니까요. 그래서 트리스 2는 무게를 3㎏으로 제한하고, 속도는 더 빠르게 설계되었습니다. 더구나 저 나일의 드론보다 훨씬 똑똑하고…… 가격이 비슷하게 책정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회의를 하던 기획실 직원들이 고개를 주억거렸다. 그렇다면 나일과 비교해도 충분히 승산이 있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었다.

“가격 면에서도 승산이 있다면…… 지금 바로 미국 FAA에 허가 신청하겠습니다.”

“시제품이 일주일 뒤에 나오니까…… 한 2주일 후에 신청하도록 하죠. 저런 것도 허가를 받았는데 우리가 허가받지 못할 이유는 없을 테니까요.”

기획실 직원이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다만 중국산이라는 꼬리표가 붙는 게 마음에 걸립니다. 최근 미 의회에서 DJI 드론 판매 금지 법안을 논의 중이기도 하고요.”

“알겠습니다. 그 건은 제가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네.”

회의가 끝나고.

강철은 바로 디스트릭 본사에 있는 주리룬에게 연락을 취했다.

“오랜만입니다.”

-네, 대표님.

“트리스 투 개발은 어떻게 되고 있나요?”

-하하, 일정에 맞게 착착 진행되고 있습니다. 트리스 원보다 난이도가 쉬우니까요.

“네. 그래서 말인데…… 아무래도 본사 위치를 한국으로 옮겨야 할 것 같습니다.”

-네? 그건 무슨 말씀입니까?

“시제품이 나오자마자 FAA에 상업 드론 비행 허가를 받으려고 하는데 중국산 드론이라는 꼬리표가 붙으면 허가가 안 날 것 같습니다. 어쩌면 판매 금지 조치를 당할 수도 있습니다.”

-흠…… 그건 확실히 문제긴 하군요.

“동남아 시장이야 문제없이 장악을 할 수 있겠지만 단일 시장으로 최대 소비국은 미국입니다. 쉽게 포기할 수 있는 시장은 아니죠. 그래서 DJI도 미국 공장 건설까지 검토하며 사력을 다하고 있는 거고요.”

-알겠습니다. 어차피 이미 최대 주주 위치는 대표님이시니까요. 알아서 잘해주시리라 믿습니다.

“알겠습니다. 그럼 그렇게 처리하겠습니다.”

-네.

전화를 끊은 강철을 바로 비서를 불러 지시했다. 디스트릭 본사를 한국으로 옮기고, 디스트릭이 더는 중국이 아닌 한국기업임을 서류상으로 완벽하게 준비한 것이다.

* * *

3주 뒤.

미연방항공청(FAA).

드론은 4차 산업의 핵심인 만큼 FAA에서도 전담 부서를 마련해 총력 지원하고 있었다.

그곳의 드론 전담 부서장으로 근무하고 있는 로버트 졸릭은 최근 한 기업에서 날아든 드론 허가 요청서를 살펴보고 있었다.

“디스트릭의 트리스 1, 2 허가 신청이라…….”

디스트릭.

중국의 한 스타트업으로 최근 빌딩 안에서 택배를 선보이며 세간의 관심을 받은 회사였다. 로버트도 관심 있게 본 회사이기도 했다.

함께 서류를 살피던 부하직원이 툭 던졌다.

“여기 중국 기업이잖아요. 이거 더 볼 필요도 없는 것 아닙니까? 의회에서도 DJI 판매 금지 법안을 논의 중이잖아요.”

“하긴 그건 그렇지.”

“그럼 그냥 넘겨야겠네요.”

그러던 차.

다른 직원이 의아한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그런데 이 신청 서류에 나와 있는 본사 주소가 서울인데요.”

“……뭐?”

“본사 주소가 중국이 아니라 서울 도산대로로 되어 있다고요. 다시 확인해 보세요.”

그 말에 부서장을 비롯한 동료직원이 다시 서류를 펼쳤다.

-Dosan-daero, Gangnam-gu, Seoul, Republic of Korea…….

정말 본사 주소가 한국으로 되어 있었다.

“이거…… 중국 기업 아니었어? 디스트릭 중국 스타트업이었잖아.”

처음 본사 주소를 밝혀낸 직원이 서류의 다른 부분을 보며 말했다.

“대표도 중국인이 아니라 한국인이에요. 이강철이라고 IT 업계에서 꽤 유명한 그리고 그 밑에 보면 회사 최대 주주도 나와 있는데…… 이강철이 맞고요. 생산공장도 한국에 건설 중이고, 이거 한국기업인데요?”

“그, 그래? 이강철이 그냥 투자만 한 거 아니었어?”

알리바바.

손정의가 투자한 중국 최대 쇼핑몰처럼 중국 기업에 이강철이 투자했다 생각한 것이다.

하지만 그게 아니었다.

“네. 서류상으로만 보면 중국이 아니라 한국기업입니다. 이강철이 인수 한.”

부서장이 못마땅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면…… 검토해 봐야지.”

“서류 검토는 대략 끝났고, 성능 검토만 남은 건가요?”

부서장인 로버트가 고개를 끄덕였다.

며칠 후.

성능 검증은 바로 진행되었다. 가장 간단한 위, 아래 구동부터 자율 비행, 숲이나 건물 사이 비행 등등 여러 상황을 가정한 테스트 비행이었다.

-총 비행시간 1,211시간.

-안전성 : 상.

-조작 감도 : 중상.

-자율 비행 능력 : 상.

-사물 회피 능력 : 상.

…….

FAA에서 측정하는 여러 평가항목 대부분에서 우수한 평가를 받았다. 이 성적대로라면 나일의 드론보다 더 뛰어나다는 말이었다.

성능 평가를 마친 부서장 로버트가 놀란 표정으로 생각했다.

‘성능이 엄청나잖아. 이 정도면 우리가 얼마 전에 비공식적으로 검토했던 FA-100보다 뛰어난 거 같은데…….’

FA-100.

퍼스트 아메리카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는 드론으로 국방부에서 만들고 있는 군사용 드론이었다.

FAA의 드론 전담 부서에는 드론 품질 관련 전문가들이 모여 있었기에 국방부에서 크로스 체크를 위해 검토 요청을 했다. 부서장인 자신만 참가했던 프로젝트이기에 부하직원들은 알지 못했다.

상념에 잠겨 있던 로버트가 턱 주변을 만지작거렸다.

‘그때 민간용 드론 중에 쓸 만한 게 있으면 국방부에 연락해 달라고 했었는데…….’

테스트 당시 자신에게만 대외비로 슬쩍 알려왔었다.

-뛰어난 드론이 있다면 연락 바랍니다.

그게 무슨 의미인지 정도는 로버트도 알고 있었다. 국방부에서 검토해 군사용 드론으로 사용한다는 의미였다. 세계 최강 미국 군대에서 사용된다는 건 곧 해당 드론의 성능이 검증된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로버트는 내적 갈등을 강하게 느꼈다.

‘미국도 아니고, 한국 드론을 알려줘야 하나…….’

로버트의 고민이 깊어졌다.

* * *

얼마 후.

강철은 윌마트 CEO 피셔 에임스와 함께 미국 뉴욕에 있는 윌마트를 찾았다. FAA의 허가를 받고 처음으로 시 운전을 하는 날이기 때문이었다.

피셔가 환한 표정으로 강철을 보며 말했다.

“대표님이 오시기 전까지는 드론 택배에 대해 생각도 못 하고 있었는데 정말 대단하십니다. 어떻게 저런 걸 만들어 냈는지 참…….”

피셔의 눈이 앞에서 날아오르고 있는 드론에 고정되어 있었다.

드론은 누가 조종하지 않았음에도 주 제어실과 통신하며 자동으로 물건을 집어 들고 도심 속으로 날아들고 있었다.

“저보다는 여기 디스트릭 CTO인 주리룬이 고생 많았습니다. 전 숟가락 하나 얹은 것뿐이고요.”

그 말에 주리룬이 손사래를 쳤다.

“하하, 아닙니다. 제가 만든 거야 그냥 껍데기일 뿐이죠. 대표님이 없었다면 저렇게 알아서 날아가 택배를 배송하지 못했을 겁니다.”

옆에서 몰아치는 칭찬에 강철은 어색한 미소만 흘렸다.

‘그래도 FAA에서 잘 통과돼서 다행이야.’

마지막 본사를 한국으로 옮긴 게 결정적으로 작용했는지 FAA의 승인을 얻을 수 있었고, 강철은 바로 미국 진출을 시도했다. 이미 만반의 준비는 되어 있었다.

단지, 시작!

그 신호가 필요했을 뿐이었다.

FAA가 그 신호가 되어 주었다. 그리고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드론 택배 처리 건수 : 122건.

-드론 택배 처리 건수 : 125건.

-드론 택배 처리 건수 : 145건.

드론이 쉴새 없이 움직이며 택배를 처리하고 있었다. 도로 교통이 복잡하기로 소문난 뉴욕에서 택배 처리 건수가 기존보다 50%가량 상승한 것이다.

그건 곧 경생사인 나일보다 저렴한 비용으로 더 빠르게 당일 배송을 할 수 있다는 뜻이었다.

피셔의 표정이 환한 이유였다.

“저 트리스 투 덕분에 최근 윌마트 사용자가 늘어나고 있습니다. 시 운전 만으로도 10%가량이 늘었는데 저 드론들이 본격적으로 투입되면 사용자가 얼마나 늘어날지 우리 기획팀에서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습니다.”

강철이 고개를 주억거렸다.

이미 동남아 지역에 투입된 드론들이 열일 하며 윌마트의 점유율을 가파르게 끌어올리고 있었다. 이제 곧 미국에서도 비슷한 현상이 일어날 것이다.

그때.

비서가 강철에게 다가왔다.

“대표님.”

“네.”

“미 정부에서 중국 기술이 들어간 드론에 대해 수입 금지령을 준비 중이라고 합니다.”

“……네?”

“저희 쪽 로비스트 말에 따르면 나일 쪽에서 손을 쓴 것 같다고 합니다.”

“더 자세히 말해보세요.”

비서가 관련 서류를 내밀었다.

-제목 : 국가 보안 위협 방지를 위한 데이터 이동, 수집 금지에 관련 긴급 행정 명령.

-조치 사항 : 중국 드론이 자국 보안 시설을 촬영, 전송할 수 있는 위협에 노출되어 있음. 그러므로 중국산 소프트웨어가 탑재된 드론의 국내 판매 금지.

강철의 눈이 소프트웨어에 멈춰 있었다.

“중국산 소프트웨어라면…… 우리랑은 상관없지 않습니까.”

비서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데이터는 한국 쪽 데이터 센터에 쌓이지만 트리스 원, 투 개발에 중국 쪽 기술이 들어간 것으로 알고 있는데…… 그게 아니었습니까?”

강철이 고개를 흔들었다.

“참고만 했을 뿐, 저쪽 코드는 1도 사용하지 않았습니다. 내부 작동도 성능 향상을 위해 제가 전부 다시 작성했고요.”

강철이 중국 쪽에 출장을 가서 만들었기 때문에 그들의 코드를 사용했을 거라는 게 상식일 것이다.

하지만 강철은 자율 기능을 넣기 위해 트리스에 들어가는 소프트웨어를 걷어내는 수준의 개발을 진행했다. 그랬기에 주리룬이 껍데기만 만들었다고 한 것이고.

“아…….”

강철이 픽 헛웃음을 터뜨리며 말했다.

“그럼 우리와는 상관없는 게 되겠죠?”

비서가 묵묵히 고개를 끄덕였다.

잠시 후.

비슷한 사실을 들은 피셔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같은 내용을 들고 와 물었다.

이내 강철이 같은 대답을 해주었고, 놀란 눈으로 강철을 보았다.

“그러니까 이게 전부…….”

강철이 미소를 띠며 말했다.

“네. 제가 한 겁니다.”

주리룬이 고개를 끄덕이며 수긍했다.

* * *

한편.

나일의 CEO 데이비드는 희미한 미소를 띠며 비서의 보고를 듣고 있었다.

“대통령님께서 곧 긴급 행정 명령에 사인하신다고 합니다. 이제 중국 기술이 사용된 드론은 국내 판매가 금지됩니다. 그러면 윌마트에서도 트리스를 더는 사용하지 못하게 될 겁니다.”

그 말에 데이비드가 고개를 주억거렸다.

“수고했습니다. 로비스트에도 성공 수당을 두둑이 챙겨주세요.”

“네.”

“트리스가 국내로 들어오지만 않아도 우리에게 기회는 있습니다. 그동안 새로 온 개발 팀장이 지금처럼만 잘 해주면 곧 트리스도 뛰어넘을 수 있을 것 같으니.”

“개발 팀장 말로는 이제 하드웨어는 완벽하게 개발되었습니다. 소프트웨어가 문제인데 지난번 서치에서 채용한 인공지능 개발자가 빠르게 성능을 향상시키고 있으니 곧 결과물이 나올 겁니다.”

데이비드가 흡족한 미소를 띠며 물었다.

“이강철이 뉴욕 윌마트 지점에서 시연회를 한다고 하던데 그건 어떻게 됐습니까.”

비서가 살짝 아랫입술을 깨물었다.

“그건…….”

데이비드도 보는 눈과 듣는 귀가 있었다.

“솔직하게 말해도 됩니다.”

“성공적으로 끝났다고 합니다. 총 2,000여 건의 택배를 드론 택배가 배송했고, 단 한 건의 배송 사고도 없었다고 합니다. 특히나 빌딩이나 아파트에서도 무리 없이 배송하는 모습을 많은 사람이 신기하게 보았다고 합니다.”

그 말에 데이비드는 솔직히 조금 놀랐다.

“실패한 게 단 한 건도 없었다고요?”

“……네.”

그 말에 데이비드의 안색이 딱딱하게 굳어졌다.

-성공 500 / 실패 2.

이번에 상용화를 한 나일 드론의 실적이었다. 500여 건을 실제 운송했고 2건에 실패했다.

그런데 트리스는 2천여 건을 배달하는 동안 단 한 건도 실패하지 않았다.

더구나 트리스는 건물 안에서도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는 드론이었다.

데이비드가 깊은 숨을 내쉬며 말했다.

“확실히 성능은 우위에 있군요.”

“네. 그건 부정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이번 판매 금지 기간 최대한 빨리 개발해야 미국 내 점유율이라도 지킬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데이비드가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아주 강력한 적이 만났어.’

나일은 유통 혁신의 대명사였다. 최초 종이책 시장을 시작으로 각종 공산품까지.

이제는 IT 서비스를 넘어 무엇이든 판매하는 회사가 되었다.

그 바탕에는 월등한 기술력이 있다고 자부해 왔는데 그 자부심에 금이 가게 생긴 것이다.

“돈이 얼마가 들어도 좋습니다. 무조건 트리스를 뛰어넘는 놈을 가져오세요.”

“알겠습니다.”

그때.

비서의 핸드폰이 드르륵거리며 진동했다.

“네.”

“중국 기술이 안 들어갔다고요? 그게 무슨 말입니까. 회사가 중국에 있고, 더구나 창업자가 주리룬인데.”

“그러니까. 하드웨어는 주리룬이 설계한 게 맞는데 내부에 들어가는 소프트웨어는 전부 이강철이 만든 것이다. 그래서 연방 정부에 해당 내용으로 판매 금지 예외 신청을 했다.”

“그걸 어떻게 증명합니까? 코드를 전부 공개할 것도 아니고.”

“알았습니다. 여하튼 정부 입장은?”

“그걸 검토 중이라고요?”

비서의 통화 내용에 옆에 있던 데이비드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어졌다.

* * *

비슷한 시각.

강철은 갑작스러운 연락을 받고 펜타곤에 도착해 있었다.

대외비라는 명목으로 비서에게 연락이 왔고, 검은색 벤이 자신을 이곳으로 실어왔다.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앉아 있는 강철에게 대령 표식을 달고 있는 한 남자가 다가왔다.

“반갑습니다. 딘 에치슨 미 입실론 부대 부대장입니다.”

“아, 네. 이강철입니다.”

“이렇게 갑작스럽게 초대해서 놀라셨겠습니다.”

“네. 조금.”

“바쁘신 분이니 바로 본론으로 들어가도 될까요?”

강철이 고개를 끄덕이자 딘은 바로 말을 이어나갔다.

“저희는 드론을 운용하는 부대입니다. 그래서 세계 여러 드론에 관심이 아주 많죠. 그러던 중에 트리스가 눈에 들어온 겁니다. 우리 쪽 요원들 말에 따르면…… 성능이 상당히 뛰어나다고 하더군요.”

칭찬에 기분 나쁠 사람은 없었다. 강철도 마찬가지였다.

“감사합니다.”

“특히나 자율 기동. 그 움직임은 저희 드론 로봇으로도 쉽게 구현할 수 없는 것이라 하더군요. 마침 한국은 우리의 우방이기도 하고요.”

“하하, 네. 뭐. 그래서 하시고 싶은 말씀이…….”

딘이 표정을 굳히며 천천히 입을 열었다.

“트리스를 군사용으로 제작해 구매하고 싶은데 하나 걸리는 게 있습니다.”

강철은 그게 무엇인지 단번에 알 수 있었다.

“중국 기술을 사용했는지 여부 말씀입니까?”

딘이 고개를 끄덕이며 서류를 한 장 내밀었다.

-사명 : 디스트릭.

-최초 본사 : Shuang Yu Shu, Haidian Qu, Beijing Shi…….

-창업자 : 주리룬.

-주주구성 : 이강철 65%, 주리룬 20%, 중국유한투자회사 : 10%. 기타 : 5%.

-상세 내용.

최근 이강철이 투자를 진행하며 빠르게 고도성장.

중국 기술이 대량 탑재되어 있음.

…….

그 밖에도 여러 내용이 적혀 있었다. 딘이 서류를 보고 있는 강철에게 물었다.

“하지만 최근 미연방 정부에 중국 기술이 사용되지 않았다는 증명서를 제출했더군요. 정확히는 소프트웨어 기술이지만.”

“맞습니다.”

“사실 하드웨어야 누가 만들던 무슨 상관이겠습니까. 중국은 세계의 공장. 당장 아이폰도 중국에서 대부분 생산되고 있으니까요.”

강철이 고개를 주억거리자 딘이 빠르게 말을 이었다.

“그래서 내부 소프트웨어가 100% 대표님의 손에 의해 만들어졌다면 국방부에서는 디스트릭에 군사용 드론 제작을 맡겨볼 생각입니다. 물론 이 사실은 누구에게도 말하면 안 되는 극비사항입니다.”

하지만 강철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이 사실이 중국 측에 들어가게 되면 싫어할 게 뻔했다. 그리고 중국 시장도 놓칠 수 없는 곳이었다.

“그렇다 해도 미 군사 드론을 만든 사실을 중국 측에서 알게 되면 저희가 중국 시장에 진출하는데 차질이 있을 것 같은데…….”

강철이 떨떠름한 표정으로 앉아 있자 딘이 당근을 제시했다.

“말씀드렸다시피 극비사항이라 중국 측은 일절 알지 못할 겁니다. 이를테면 저희가 프로토타입을 제작하고 오직 대표님만 개입해서 기술을 이전해 주시고, 대금을 지급하는 방식으로 해도 되니까요. 그리고 이 점은 그것만이 아닙니다.”

“그럼…….”

“연방 정부에서 내려진 판매 금지 해제.”

그 말에 떨떠름하던 강철의 표정에 변화가 생겼다.

그걸 확인한 딘이 빠르게 말을 이었다.

“국방부에서 사용할 만큼 신뢰성이 인정된 제품입니다. 판매 금지할 이유가 없는 거죠.”

“그건 좀 구미가 당기는군요.”

판매 금지가 해제되면 미국 윌마트에 드론을 팔 수 있게 된다. 그뿐만 아니라 DJI가 판매 금지를 당해 비어버린 시장에 빠르게 침투할 수도 있는 것이다.

중국 정부에 밉보일 수도 있다는 점을 고려한다 해도 충분히 매력적이었다.

“그러자면 대표님이 정말 직접 만들었다는 증거가 필요합니다. 그렇다고 내부 코드를 저희에게 공개해 주실 수는 없을 것 같은데…….”

딘이 말을 늘어뜨리자 강철이 단호히 답했다.

“없습니다.”

그러자 딘이 대안을 제시했다.

“그래서 방법을 생각해 봤습니다. 트리스 원을 하드 포맷시킨 후 거기에 들어갈 소프트웨어를 저희 측 요원 참관하에 만들어보는 겁니다. 이미 한 번 만들어내신 거라면 충분히 가능하지 않을까 해서요. 물론 완벽히 똑같지 않아도 됩니다. 최소한의 기능 정도만 기동 된다 해도 인정해 드리겠습니다.”

이 정도면 그리 무리한 조건이라 생각되진 않았다.

덤으로 기술 이전을 대가로 로열티를 받는다면 상당한 돈이 생기리라.

돈.

그 돈이 조건에만 맞는다면 금상첨화였다. 강철이 눈을 반짝이며 말했다.

“어렵진 않군요. 다만…… 그 기술 이전료로 얼마가 측정될지가 중요할 것 같습니다. 이미 대령님께서 말씀하셨듯이 트리스에 들어가는 자율 기동 소프트웨어는 세계 최고 수준입니다. 그런 기술인 만큼 이전료도 한두 푼이 아니라서요.”

딘이 또 한 장의 서류를 내밀었다.

이미 그 시나리오에 대한 준비를 마쳐온 것이다.

-적 회피 기동 (상) (중) (하)

-상 : 갑작스러운 적 출현을 적절히 회피한다.

-10만 달러.

-중 : 예고된 적 출현을 회피한다.

-5만 달러.

-하 : 적에게 쉽게 노출된다.

-없음.

…….

거기에는 기능별 상, 중, 하에 대한 기준과 그 기준을 통과했을 때 적용될 금액이 적혀 있었다.

“이걸 보면서 협상하면 될 것 같습니다.”

“좋습니다.”

강철이 희미한 미소를 띠며 고개를 주억거렸다.

* * *

-한 달 정도 연락이 안 될 것 같아요.

대뜸 온 연락에 최윤아가 한숨을 푹 내쉬었다.

‘한 달씩이나 대체 뭘 하려고…….’

강철의 비서에게도 연락해 보았지만, 대외비라는 말로 아무런 대답을 들을 수 없었다.

한 달.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시간이었다. 최윤아는 밀려드는 섭섭함을 쉬이 지우지 못했다.

‘설마 바람피우는 건 아니겠지.’

바람.

아직 정식으로 사귀는 사이도, 결혼한 사이도 아니기에 바람을 피운다 말하는 것도 맞지 않았다.

그렇게 혼자 속앓이를 하는 최윤아에게 비서가 다가왔다.

“윌마트에서 드론 배송 시연회를 본 이후 미국 정부의 판매 금지에 대한 대책 논의를 하던 이후 행적은 확인이 안 되고 있습니다.”

최윤아가 입을 삐죽거렸다. 어떤 중요한 일인지는 모르겠지만 자신에게는 말해줘도 될 것 같은데…….

“아무래도 중국에서처럼 뭔가 기술 개발을 하고 계신 게 아닐까요?”

그 말에 최윤아는 조금 안심이 되었다.

“그렇다면 다행인데…….”

여자나 만나고 있다면 실망할 것 같았다.

그때.

비서에게 문자 한 통이 도착했다.

내용을 확인한 비서가 빠르게 최윤아에게 보고했다.

“지금 속보로 연락이 왔는데 디스트릭의 미연방 정부에 대한 드론 판매 허가 요청이 통과됐다고 합니다.”

“……뭐?”

“이번 조치에서 예외 기업으로 인정받았다고 합니다. 이렇게 되면 DJI는 판매가 금지되지만, 디스트릭은 판매가 허용되는 겁니다.”

그 말에 최윤아가 꿀꺽 마른 침을 삼켰다.

“그 말은 미국 내에서 거의 독점적 지위를 가지는 거잖아.”

비서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하지만 현재 디스트릭의 제품 라인업에는 배송 전용 드론밖에 없습니다. 어차피 당장 팔 만한 건 없을 텐데…….”

그때.

비서의 핸드폰이 또 한 번 진동했다.

-디스트릭 새로운 드론 라인업 발표.

-공중 촬영용.

-지상 촬영용.

-기업, 산업용.

-농업용.

비서가 막 도착한 문자를 확인하고 꿀꺽 마른 침을 삼켰다.

“실장님. 방금 디스트릭에서 새로운 드론에 대한 라인업을 발표했습니다. 이건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어떤 건데?”

“기존 DJI가 차지하고 있던 시장과 겹칩니다. 이강철 대표님이 갑자기 잠적하고, 미 정부에서 디스트릭을 판매 금지 예외 조치하고 바로 디스트릭에서 새로운 라인업을 발표했다는 건…….”

“그 사람이 뭔가 하고 있다는 뜻이네.”

“네. 아마 그런 것 같습니다.”

“도대체 어디서 뭘 하는 건지…….”

최윤아의 궁금증은 한 달 후에나 풀릴 수 있었다.

* * *

미 국방부 산하 드론 전력화 TF팀에 근무하고 있는 마크 모리얼의 주 임무는 드론에 들어가는 소프트웨어 개발이었다.

그랬기에 강철의 소문은 익히 들어 알고 있었다.

-DSP, DRP 플랫폼 개발.

-리턴 언어 개발.

-인공지능 개발.

그에 관한 일화는 셀 수 없이 많았다. 특히나 강철이 만든 리턴이라는 언어는 최근 개발자들 사이에서 빠르게 퍼져 나가고 있었다.

-대용량 처리.

-웹 개발.

-임베디드.

-MA 개발

등등.

여러 분야에 아주 간편하게 적용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그런 그를 실제로 본다는 건 마크에게도 신기한 일이었다.

딘이 그런 마크에게 물었다.

“자네 생각은 어때? 정말 저 이강철의 말대로 될 것 같나?”

마크가 살짝 고개를 흔들었다.

“세간에 알려진 평가대로면 분명 실력이 뛰어난 사람은 맞습니다. 하지만 개발 기간이 너무 짧습니다. 앞으로 2주 만에 기존 코드를 군사용으로 업그레이드한다? 물론 2주 만에 기존 코드를 그대로 구현하는 기적을 보여줬지만…… 그래도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 앞에서는 강철이 열심히 코드를 쳐 나가고 있었다.

타닥.

타다다닥.

타다닥.

코딩 속도는 마크도 놀랄 정도였다. 하지만 강철의 제안은 다른 영역의 것이었다.

딘이 고개를 주억거렸다.

“하긴 쉬운 일은 아니지. 그럼 두 달, 석 달을 준다면?”

마크가 턱짓으로 강철을 가리키며 말했다.

“겨우 2주 만에 트리스 원에 들어간 걸 그대로 구현한 실력을 감안한다 해도 두, 석 달 만에 어려울 겁니다. 기존의 것을 그대로 만드는 것과 새로운 것을 창조하는 건 다른 일이니까요.”

이들이 이야기를 나누는 이유는 하나였다.

2주.

겨우 2주 만에 강철은 트리스 원에 들어간 코드를 그대로 구현해 선보였다.

최종결과 : 합격.

덕분에 중국 기술을 사용했다는 오명을 벗었고, 판매 금지 예외 기업으로 인정받을 수 있었다.

하지만 강철은 거기에서 멈추지 않았다.

-이걸 군사용으로 좀 더 특화해 보겠습니다. 지난번 보여주신 평가표에 따라서.

-2주 만에 가능하시겠습니까?

-네. 2주 정도면 평가표에 나온 기능들에 대해 대부분 ‘상’은 받을 수 있을 것 같군요.

-……2주 만에요?

-네. 2주 만에. 그러면 기술 이전료도 그만큼 올라가는 것 맞죠?

-마, 맞습니다.

그게 딘과 일주일 전에 나눴던 대화였다.

“흠…….”

“트리스 원 테스트 결과를 보면 (중)평가가 70%, (상)평가가 30%였습니다. 겨우 2주 만에 그걸 반대로 바꾼다고 한다면 저희 전력화 TF 팀원들도 코웃음을 칠 겁니다. 딘 대령님도 아시겠지만, 저희 팀원들 실력도 다들 어디 가서 한자리할 정도는 됩니다.”

딘은 이번에도 고개를 끄덕였다.

드론 전력화 TF팀.

입실론 부대를 지원하기 위해 만들어진 곳으로 실질적으로 이곳에서 드론이 개발된다. 그리고 이들의 개발 실력을 딘도 익히 알고 있었다.

마크가 천천히 말을 이었다.

“물론 트리스 원의 성능이 뛰어난 건 사실입니다. 그래서 이런 자리가 마련된 거고요.”

트리스 원.

그게 출시되고, FAA에서 연락을 받은 국방부에서 해당 제품을 공수해와 테스트를 진행해 보았다.

비록 택배용이었지만 군사용으로도 충분히 사용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결과는 합격.

이걸 조금만 개조해 당장 군사용으로 투입해도 될 정도의 성능을 자랑했다. 특히나 빌딩이 많은 시가전에서 우수한 성능을 보였다. 그렇기에 이런 번거로움을 자처하는 것이다.

마크가 빠르게 말을 이었다.

“아시겠지만 국방부에서 만든 드론이 (중)평가가 80%. (상) 평가가 20%였습니다. 나름대로 최고의 기술자라는 사람들을 모아왔음에도 그런 평가를 받았는데 겨우 2주 만에 저 사람이 그 반대의 성과를 낸다는 건…….”

딘이 고개를 주억거렸다.

“이제 1주일밖에 안 남았으니까. 곧 알게 되겠지.”

마크가 고개를 끄덕였다.

어차피 결과는 1주일 후면 나온다. 정말 이강철의 말대로 될지, 안 될지.

하지만.

문제는 그걸로 끝나는 게 아니었다.

‘만약 정말 개발된다면?’

대부분의 (상)평가를 받는 드론은 현존하는 세계 최강의 살상 무기가 될 것이다. 그 기술을 가진 사람을 그대로 둬도 되는 것일까?

마크가 생각하는 개발 후의 문제점이었다.

* * *

일주일 후.

탁.

마지막으로 엔터키를 누른 강철이 두 팔을 위로 들어 올리며 기지개를 쭉 켰다.

“휴우…….”

절로 한숨이 새어 나왔다.

무려 한 달이다.

그 기간 골방에 갇혀 프로그래밍만 했다.

밤, 낮.

가리지 않았다.

확실히 사람을 상대하는 것보다는 적성에 맞았고, 하다 보니 더 잘 해내고 싶다는 욕심에 자리에서 일어나지도 않고 온 열정을 퍼부었다.

몬스터 울트라.

Full Throttle

5 Hour Energy.

레드 불.

강철의 책상 위에 있는 각종 각성제 음료들이 그 증거였다.

잠시 후.

강철의 뒤에서 꾸벅꾸벅 졸고 있던 참관인 겸 감시자 마크가 픽 옆으로 쓰러지려다 눈을 떴다. 희미한 시야 사이로 강철이 앉아 있던 자리가 비어 있는 게 보였다.

“어, 어디 가셨지…….”

비몽사몽 중얼거리는 그 말에 상쾌한 목소리가 들렸다.

“다했습니다. 최종 테스트 진행해 봅시다.”

최종 테스트.

그 말에 마크는 남아 있던 몽롱함이 단번에 날아갔다.

“바, 바로 준비하겠습니다.”

“그럼 전 잠깐 샤워 좀 하고 오겠습니다. 며칠 안 씻었더니 영 찜찜해서.”

마크가 살짝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네. 그동안 바로 세팅 끝내놓겠습니다.”

마치 부하직원을 보는 것 같았다. 저런 저 자세는 전부 이유가 있었다.

1차 테스트.

중 : 35% 상 : 65%.

2차 테스트.

중 : 40% 상 : 60%.

3차 테스트.

중 : 41% 상 : 59%.

…….

강철은 어느 정도 완료가 되면 매일 테스트를 진행했고 그때마다 성능이 올라갔다.

최종 테스트 바로 전 결과는 50:50의 비율이었다. 정말 강철의 말대로 30:70의 비율에서 50:50까지 성능을 끌어올린 것이다.

마크는 그것만 해도 엄청난 성과라 생각했다. 하지만 강철은 거기에서 포기하지 않고, 더 나은 성과를 위해 마지막 혼을 불태웠다.

그 과정을 옆에서 직접 본 마크의 가슴에 절로 존경심이 일 정도였다.

“마지막 테스트 준비해 주세요.”

-알겠습니다. 바로 세팅하겠습니다.

“네. 20분 후 출발하겠습니다.”

-네.

20분 후.

깔끔히 씻고 나온 강철이 펜타곤 측 요원들과 최종 테스트가 진행될 가상훈련장에 도착했다. 선글라스를 낀 미국 측 요원들이 분주히 움직이고 있었다.

-1번 타깃 준비 완료.

-2번 타깃 준비 완료.

…….

-10번 타깃 준비 완료.

테스트는 간단했다. 드론이 시작점을 출발해 여러 방해물을 뛰어넘어 1번부터 10번 타깃을 제거해야 한다. 그걸 깔끔히 제거하면 테스트가 완료되는 것이다.

-작전 시작하겠습니다.

이내 주 제어실에서 ‘작전 명령’을 내렸다. 그러자 ‘위이잉’ 거리는 소리와 함께 드론의 프로펠러가 빠르게 돌며 공중으로 날아올랐다.

첫 번째 타깃은 건물 입구를 지키고 있는 두 나무 간판이었다.

그 앞에 서자마자 드론에 달린 소음 총이 불을 뿜었다.

피슝.

소리와 함께 머리 부분에 구멍이 뚫리며 주 제어실에서 상황을 설명했다.

-클리어.

-소요 시간 : 12sec.

하지만 이건 시작에 불과했다. 1차 타깃이 클리어되자마자 바닥에 숨겨져 있던 또 다른 간판이 벌떡 일어났다. 가상의 적을 연출한 것이다.

하지만.

강철이 만든 드론은 기계적으로 총구를 돌려 갑자기 나타난 적이 해치웠다.

-클리어.

-소요 시간: 800ms.

그 모습을 지켜보던 딘 대령이 마른침을 꿀꺽 삼켰다.

“지난번에는 2초 정도 시간이 걸렸던 것 같은데…… 성능이 향상됐군요.”

팔짱을 낀 채 그 모습을 보던 강철이 중얼거렸다.

“아직 부족합니다. 더 짧은 시간 안에 처리했어야 하는 건데.”

그리고 그건 시작에 불과했다.

-클리어.

-클리어.

-클리어.

…….

연속적으로 타깃을 해치우며 작전을 수행해 나갔다. 마크가 마른 침을 삼키며 그 모습을 지켜보았다.

“지난번 테스트보다 시간이 30% 정도 단축됐습니다. 이 속도면 3:7 평가도 가능하겠는데요.”

중 평가 30%.

상 평가 70%.

만약 정말 그렇게 된다면 국방부에서 강철에게 지급해야 할 기술 이전료도 기하급수적으로 올라갔다. 뛰어난 기술에는 높은 이전료를 지급하기로 계약했기 때문이었다.

딘 대령은 다른 의미로 마른침을 삼켰다.

‘어쩌면 배정된 예산이 모자랄지도 모르겠어.’

강철이 만든 드론의 성능이 예상을 뛰어넘고 있었다.

* * *

비슷한 시각 한국.

엘리는 침울한 표정으로 핸드폰을 보고 있었다. 그런 엘리에게 나은이 물었다.

“아직 연락이 없어?”

엘리는 빤히 핸드폰만 바라볼 뿐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나은이 그런 엘리를 안쓰러운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한 달 동안 연락 안 될 거라 했잖아. 이제 딱 한 달이니까. 내일까지 기다려 봐. 그래도 연락 없으면…….”

그만 포기해.

그 말이 목구멍까지 올라왔지만 차마 하지 못했다. 어차피 말해도 통하지 않을 거란 걸 잘 알기 때문이었다.

순간.

하염없이 핸드폰을 보던 엘리의 두 눈이 반짝거렸다.

드르륵.

거리며 진동음이 울렸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기대했던 내용이 아니었다.

[중대본]

겨울철 실내 활동 증가. 변형 인플루엔자 바이러스 유리 환경. 마스크 철저 착용.

변형 인플루엔자 이후 시도 때도 없이 상시로 오는 연락이었다.

엘리가 실망스러운 표정으로 핸드폰을 내려놓았다.

하지만 그 순간.

다시 한번 드르륵거리며 핸드폰이 진동했다. 엘리는 급히 핸드폰을 들어 메신저를 확인해 보았다.

-이강철 : 연락이 늦었네요.

그 내용을 확인하는 순간 얼굴에서 환한 웃음꽃이 피어났다. 얼마나 그의 연락을 기다렸는지 알 것 같은 모습이었다.

-이강철 : 아직 미국이에요. 여러 일 처리 때문에 연락이 안 됐던 거고요. 저는 별일 없어요.

연속해서 도착하는 메신저 내용에 엘리의 얼굴이 싱글벙글하였다.

나은이 그 모습을 보며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저렇게 좋을까…….”

-엘리 : 일은 잘 정리되신 거예요?

거기까지 입력한 엘리가 살짝 아랫입술을 깨물었다. 내용이 너무 단조롭다 느낀 것이다.

그걸 본 나은이 ‘휙’ 핸드폰을 뺏어 들었다.

“어, 언니!”

당황한 엘리가 급히 입을 열었다.

“아우 답답해. 대표님이랑 무슨 업무 보냐? 일은 잘 정리되신 거예요. 가 뭐야. 네가 비서도 아니고. 좋아하면 좋아하는 티를 팍팍 내야 상대도 그걸 알지. 걱정 마, 이 언니가 대신 보내 줄 테니까.”

-엘리 : 한국으로 오시면 드릴 선물이 있어요. 오시면 꼭 연락해 주세요∼♡

“이렇게 하트도 팍팍 넣으란 말이야. 남자는 자고로 애교 있는 여자를 좋아한다고.”

엘리가 다시 핸드폰을 차지하기 위해 급히 손을 뻗었다.

“이리 줘. 내가 할 거니까.”

“내가 보내줄게. 이 언니만 믿어.”

“언니!”

그렇게 옥신각신하는 사이.

나은의 검지가 전송 버튼을 스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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