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자의 성공 라이프-37화 (37/59)

1장 경쟁 상대(3)

강철이 심각한 표정을 보고를 듣고 있었다.

“하진기 이사가 이직하기로 한 곳은 LD 그룹으로 확인됐습니다. 김정민 과장을 비롯해 총 5명이 함께 이동할 것으로 보입니다.”

“조건은요?”

“연봉 두 배. 직책은 CTO. 함께 넘어가는 직원들을 전부 CTO 직속 부서로 배치해서 LD 그룹 시스템 운영 전반을 맡길 것으로 보입니다.”

“흠…….”

“다행히 주요 직원들의 이탈은 없었습니다. 천준호 과장이나 윤찬민 대리에게도 접촉했지만 거절했다고 합니다. 하진기, 김정민을 제외하고는 다들 평점이 평범한 수준의 직원들입니다.”

“물론 앞으로도 이런 일은 계속되겠지만 씁쓸한 건 어쩔 수가 없군요.”

“대산 그룹 본사에서 근무하는 인원만 천 명이 넘어갑니다. 하루에도 한두 명은 계속 경력직으로 입사를 하고 퇴사를 하는 중이고요. 주요 인력이 아닌 이상 크게 신경 쓰지 않으셔도 될 것 같습니다.”

강철이 입안에서 혀를 굴렸다.

하진기.

김정민.

둘 다 입사 초기부터 업무를 함께했던 사람들이었다. 개개인의 능력을 떠나 함께했던 사람들이 회사를 떠났다는 점이 강철을 씁쓸하게 만들었다.

그러자 자신을 씁쓸하게 만든 LD 그룹에 분노가 피어올랐다.

“LD 그룹이라…….”

“정 마음에 안 드시면 전직 금지 신청을 하는 방법이 있긴 합니다.”

“법원에 이직을 막아달라고 하는 것 말입니까?”

비서가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

“네. 과거 판례를 살펴보니 이런 경우 2년까지 전직 금지 판결을 받은 사례가 있었습니다.”

강철이 고개를 흔들었다.

“잘 보내줬는데 뒤통수를 칠 수는 없죠.”

“그러면…….”

“할인행사를 합시다.”

“출혈경쟁 말씀입니까?”

“네. 어차피 우리는 이익인 상태이고, 저쪽은 적자인 상태이지 않습니까. 할인하게 되면 적자 폭은 더 커질 테고.”

“항복 선언이 나올 수 있겠군요.”

“네. 치킨 게임을 한 번 해볼 생각입니다. 더구나 빅트리의 확장이 중요한 시기이기도 하니까요. 이참에 고객 몰이 한번 제대로 해서 LD 그룹의 목을 비틀어보죠.”

“알겠습니다. 기획실에 전달해서, 기간, 가격, 대상 등을 추려보라 하겠습니다.”

그렇게 회의가 끝나고 일주일 후.

마트.

빅트리.

백화점.

각각의 유통채널을 통해 대대적인 할인행사를 벌여나갔다. 당연히 LD 그룹으로서도 맞대응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변형 인플루엔자 이후 오프라인 매장의 매출이 급감해 점포를 줄이고 있는 마당에 할인행사까지 하니 마트나 백화점은 죽을 맛이었다. 당연히 마트 사장의 표정이 매일 매일 썩어들어갔다.

“상황이 어때?”

“매일 적자 장사를 하는 중입니다.”

“협력사에 단가 내리라고 하면 되잖아.”

“이미 몇 번이나 단가를 내렸습니다. 더 내렸다가는 그쪽도 적자인 수준이라…….”

“지금 우리가 죽게 생겼는데 누굴 걱정해. 나중에 상황 좋아지면 한 번 밀어준다고 하면 되잖아.”

직원이 살짝 아랫입술을 깨물었다. 물론 사장의 말대로 해야 하긴 하지만…….

걸리는 건 그것만이 아니었다.

“자칫 공정거래법 위반 소지도 있습니다. 최근 관련 법 적용이 강화되면서 정부에서 도끼눈을 뜨고 유통 업체를 살피는 중입니다.”

하지만 직원은 그 말을 끝까지 이어가지 못했다.

“야, 장사 하루 이틀 해? 법정 끌고 가서 대충 시간 뭉개다가 벌금 나오는 거 내면 되잖아. 그사이 협력업체는 다른 데로 바꾸고. 쯧쯧. 일 한두 번 하는 것도 아니고.”

“…….”

“알았어?”

직원이 할 수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 이 사안은 자신의 손을 완전히 떠났다.

* * *

용호유통.

7년 전부터 LD 마트에 건어물을 비롯해 각종 수산물을 납품하고 있는 업체였다. 그 업체 사장이 잔뜩 미간을 찡그린 채 계산기를 두드리고 있었다.

“하아…….”

몇 번이나 계산기를 두드려 보았지만, 도저히 수지 타산이 맞질 않았다. 그걸 옆에서 지켜보던 영업부장이 분통을 터뜨렸다.

“이 새끼들 진짜 미친 거 아닙니까? 이대로 납품했다가는 저희 망합니다. 망해요. 벌써 이번 달 직원 월급도 못 주게 생겼잖아요.”

“그럼 어쩌겠냐. 단가 못 맞추면 나가라는데.”

“차라리 나간다고 하세요. 그럼 최소한 손해는 안 볼 거 아닙니까.”

“그러면 앞으로 LD 마트는 영영 못 들어가는 거야. 팔 데가 없다고.”

거친 숨소리를 씩씩거리던 영업부장이 천천히 입을 열었다.

“차라리 대산 마트를 뚫어보는 건 어떻습니까.”

“대산?”

“네. 그쪽 사장이 옛날에 농촌 맛집 나와서 좋은 일도 많이 했잖아요. 단가 인하 압력을 넣긴 하겠지만 이 정도는 아닐 거 아닙니까.”

계산기를 내려놓은 사장이 머리를 벅벅 긁었다.

“그놈이, 그놈 아닐까?”

사장의 의심에 영업부장이 고개를 흔들었다.

“그 남강 유통 사장님 아시죠?”

“알지. 내가 그놈이랑 같이 일 시작했잖아.”

“거기가 이번에 대산 들어가기로 했답니다. 그런데 그분이 요즘 아주 희희낙락이에요. 들어보니까. 벤츠도 한 대 뽑았다고 하더라고요.”

“벤츠?”

“그게 뭐겠습니까. 돈 벌고 있다는 증거잖아요. 그래서 수소문을 해보니까. 대금도 어음 발행은 일절 안 하고, 이번 할인행사를 하면서도 본사에서 할인액의 80%를 책임져 준다고 하더라고요.”

“80%? 그게 진짜야?”

영업부장이 얼굴이 벌게지도록 열을 내며 목소리를 높였다.

“그럼 진짜죠. 남강 유통 사장님이랑 통화 한번 해보세요.”

입맛을 다시던 용호 유통 사장이 핸드폰을 들었다.

“어.”

“뭐?”

“그게 진짜야?”

“어떻게 뚫었어?”

“알았어.”

바로 전화를 끊은 용호 유통 사장이 영업부장에게 지시했다.

“바꾸자.”

하지만.

대산 유통에 들어가고 싶다고 해서 누구나 들어갈 수 있는 건 아니었다.

품질.

가격.

그것만으로도 부족했다. 할인 경쟁을 할수록 대산으로 들어가고 싶어 하는 업체가 늘어났기 때문이다.

그건 자연스럽게 대산에 납품되는 물건의 질은 올라가는 효과를 만들어냈다.

반면.

LD 마트에 납품되는 물건의 질은 조금씩 떨어졌고, 고객 불평의 대상이 되기 충분했다.

LD마트 고객서비스 팀장.

그는 최근 급증한 VoC 건으로 골머리를 싸맸다.

“오늘은 몇 건이야?”

“벌써 100건 돌파했습니다. 오전에 이 수준이니까…… 최단 시단 돌파입니다.”

“어디 봐봐.”

팀장이 직접 VoC 목록을 살펴보았다.

-사과가 썩었다.

-생선에서 이상한 냄새가 난다.

-고기 맛이 이상하다.

등등.

대부분이 신선식품 관련 VoC이자, 할인 대상 상품이었다. 목록을 확인한 팀장이 한숨을 푹푹 내쉬었다.

“아…… 시X 내가 이래서 더 할인하면 안 된다고 했는데…….”

“본사에서 대산에는 절대 질 수 없다고 하는 모양입니다.”

“대산도 미친 거 아냐? 그 정도 할인하면 이제는 밑지는 장사하는 걸 텐데 또 할인한다고?”

“네. 이번에는 4,990원짜리 치킨을 판매한다고 합니다.”

“……뭐?”

“제가 가서 한번 봤는데 맛도 좋고, 양도 많은 게…….”

팀장이 도끼눈을 뜨고 부하직원을 노려보았다.

“그래서? 너도 대산 가려고?”

“……죄송합니다.”

“그 정도면 출혈이 상당할 텐데 어떻게 버티는 거지. 이해가 안 되네.”

“소문으로는 DRP나 DSP 같은 서비스업에서 생기는 이익을 마트 적자 메꾸는 데 사용하는 모양입니다.”

“하아…… 그러면 이게 언제 끝날지 알 수 없다는 거 아냐. 그쪽 서비스 이익은 계속 높아지고 있으니까.”

부하직원이 꿀꺽 마른침을 삼켰다. 팀장 말이 사실이라면 이건 LD 마트가 망할 때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말이었다.

‘이직을 해야 하나…….’

침몰하는 배에 끝까지 타고 있을 생각은 결단코 없었다.

그때.

팀장의 핸드폰이 드르륵거리며 진동했다. 전화를 받은 팀장의 표정이 시시각각 변했다.

“……뭐?”

“미친…….”

“그래서 업체가 몇 갠데?”

“7개?”

“그 정도면…… 심각하잖아.”

“하아…… 일단 알았어.”

팀장이 벅벅 머리를 긁으며 중얼거렸다.

“납품업체 7개가 동시에 공정위 제소했단다. 그리고 마트 앞에서 1인 시위도 벌이기로 했데.”

“단가 인하 압력 때문에요?”

“그래. 그거 녹취록까지 있다면서 공정위에 증거 제출하고, 언론에 퍼트리고 난리도 아닌가 봐. 본사에서 그거 막는다고 난리 부르스를 떠는 모양이야.”

“휴우…….”

팀장이 살짝 아랫입술을 깨물며 중얼거렸다.

“이러다 진짜 큰일 나겠어…….”

그 말을 들은 부하직원의 머릿속에는 한 가지 생각밖에 없었다.

‘빨리 이직하자.’

그 생각만이 가득했다.

* * *

전경련 정기모임.

최근 모임에서 거론되는 가장 핫한 인물은 이강철이었다.

“자네 소식 들었나?”

“또 뭘?”

“이번에 작정을 하고 LD 마트를 죽일 생각인가 봐.”

“LD 마트를?”

“그래. 할인 경쟁을 지독하게 하는 모양이더라고. 마치 반도체 치킨 게임 때처럼.”

“허허…… LD 그룹이 아주 고역이겠어.”

“기세 탄 김에 다 잡아먹겠다는 거지.”

“이러다 대산 그룹이 시가총액 2위 기업으로 올라가겠군.”

대화를 나누던 기업 총수들의 눈빛이 한쪽을 향했다. 그곳에는 VK 그룹의 총수인 최서훈이 앉아 있었다.

최서훈은 현 시가총액 2위의 VK 반도체의 수장이기도 했다. 시가총액을 역전당할지 모름에도 최서훈의 표정은 여유롭기만 했다.

“젊은 기업인이 탄생하는 거야. 즐거운 일 아닌가. 그렇게 새로운 피가 수혈돼야 다른 기업들도 바짝 긴장해서 더 열심히 할 테니까.”

다른 기업 총수들이 그런 최서훈을 의아한 눈치로 바라보았다.

‘신기술로 무장해 올라오는 중소기업 기술 탈취한 게 누군데.’

‘언제는 자신의 위치를 노리는 모은 깡그리 잡아 무너뜨려야 한다고 했으면서.’

과거.

최서훈은 결코 선량한 기업인이 아니었다. 오히려 그 반대편에 있었다.

기술탈취.

인력탈취.

세금탈루.

위법과 합법 사이에서 교묘한 줄타기를 하며 기업을 운영했던 기업인의 표상이었다.

그렇기에 한 기업 총수가 물었다.

“그렇게 두둔하는 걸 보니…… 의심쩍은데. 대산에서 대규모 데이터 센터를 짓는다던데 거기에 DRAM, SSD를 대규모 납품하기로 했나 보지?”

최서훈이 절레절레 고개를 흔들었다.

“그런 거 없네.”

“아니면 V 스토어 지분을 고가에 팔았다거나…….”

“어허, 내가 어디 그럴 사람인가? 당연히 합리적인 가격에 팔아야지.”

그 말에 다들 절레절레 고개를 흔들었다.

자신의 것은 아주 비싸게.

남의 것은 헐값에.

그것이 최서훈의 M&A 방식이란 걸 다들 잘 알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얼마에?”

그 질문에 최서훈이 턱을 만지작거렸다.

“그건…….”

이미 머릿속에는 계획이 있었다.

최윤아.

그녀와 앞날을 약속한다면 할인해서 팔 생각이었다. 만약 그렇지 않다면…….

최서훈이 매섭게 눈을 반짝였다. 그런 그룹 총수들의 눈길이 이제 막 문을 열고 들어오는 한 사람에게 향했다.

LD 그룹 총수 박성구.

그가 들어오고 있기 때문이었다. 최서훈이 그를 보며 픽 웃었다.

“양반은 못 되는구먼.”

그의 표정은 썩을 대로 썩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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