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자의 성공 라이프-30화 (30/59)

1장 기술경쟁(2)

강철은 아침 일찍 DRP 개발진을 소환했다. 미국에서 날아온 소식 때문이었다.

“넷플러스에서 곧 서비스를 출시할 것 같습니다.”

“크흠…….”

“드디어 그놈들이.”

“흠…….”

“그리고 더 안 좋은 소식은 비슷한 성능의 서비스를 더 싼 가격에 출시할 계획이라는 겁니다.”

당장 천준호의 입에서 거친 말이 쏟아져 나왔다.

“이런 상도덕도 없는 놈들이!”

“최악이네…….”

“아직 성능 향상에 시간이 더 필요한데…….”

직원들의 한탄을 들은 강철이 천천히 입을 열었다.

“현재 우리가 당면한 가장 큰 문제는 속도. 제가 제안한 알고리즘을 현재 사용 중인 스칼라 언어로 구현하면 1000ms를 달성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천준호가 무겁게 고개를 끄덕였다.

“C, C++, 파이썬, 자바, Go 등등 현존하는 프로그램을 다 써봤지만 안됩니다. 성능을 높이기 위해 현 알고리즘을 수정하거나 또 다른 프로그래밍 언어를 찾거나 둘 중 하나를 해야 합니다.”

강철이 고개를 끄덕였다.

“네. 그래서 제가 검토해 본 결과 다른 알고리즘은 사용하는 방식은 배제했습니다. 여러 알고리즘을 검토해봤지만 제가 만든 리턴 알고리즘에 비견되는 건 없었습니다.”

리턴 알고리즘.

강철이 붙인 이름으로 최고의 추천 결과를 돌려준다는 의미에서 붙인 이름이었다.

강철이 바로 말을 이었다.

“그래서 생각해 낸 방식은 새로운 프로그래밍 언어를 만드는 겁니다. 리턴 알고리즘에 최적화된 것으로.”

그 말에 천준호가 즉각 반응했다.

“CTO님. 아무리 그래도 프로그래밍 언어를 만든다는 건 너무 어려운 일입니다. 귀도 반 로섬이 심심해서 만들었다는 파이썬도 안정화 되기까지 수년이 걸렸습니다.”

강철이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

“네. 저도 잘 알고 있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건 안정화되기까지 수년이 걸렸다는 것. 우리만 사용하는데 안정시킬 필요까지 있을까요? 범용성을 최대한 축소하고, 리턴 알고리즘에 최적화된 버전으로 만든다면 몇 달도 걸리지 않을 겁니다.”

그 말에 여기저기서 마른침을 삼켰다.

프로그래밍 언어.

그걸 만든다는 게 얼마나 어려운지 잘 알기 때문이었다. 대학 시절 수업 시간에 실제로 만들어본 경험이 있는 천준호는 더 했다.

“물론 간단하게 컨셉을 잡고 난 이후 parser, 실행기 정도를 만드는 거야. 하루 이틀 만에도 가능하지만 그게 사용 가능한 유용한 것이 되려면 그 정도 수준으로는 안 되는 걸 잘 아실 텐데…….”

마치 음식을 만드는 것과 같다. 레시피대로 만드는 방법은 분명 있지만 그대로 한다고 해서 다른 사람에게 팔 수 있는 음식이 나오는 건 아니었다.

강철이 바로 눈짓을 보냈다. 그러자 대기하고 있던 비서가 PPT를 실행시켰다. 화면에는 강철이 만들고자 하는 프로그래밍 언어의 컨셉이 나타났다.

“물론 말씀하신 그 정도 수준으로 만들지는 않을 겁니다. 이름은 간단하게 리턴. 이것의 컨셉은 오로지 성능입니다.”

다시 PPT가 한 장 넘어갔고, 상세설명이 나타났다. 천준호가 마른침을 삼키며 그 설명을 지켜보았다.

회의가 끝나고.

천준호는 자리에서 일어나지 못했다.

프로그래밍 언어.

그걸 만드는 건 자신의 버킷 리스트의 하나였다. 물론 그냥 혼자 사용하는 프로그래밍 언어를 만드는 게 버킷 리스트는 아니었다.

C.

C++.

JAVA.

파이썬.

자바스크립트 등등.

이런 여러 유명 프로그래밍 언어들처럼 세계적으로 많은 사람이 사용하는 것을 만드는 게 꿈이었다.

강철의 설명을 다 듣고 난 지금. 어쩌면 그 꿈이 현실이 될지도 모른다는 사실이 천준호의 가슴을 벅차게 만들었다.

“찬민아 오늘부터 나 집에 안 들어간다.”

“또요? 벌써 일주일 동안 집에 안 들어가셨잖아요.”

“사실 프로그래밍 언어 만드는 거 내 꿈이었어.”

많은 프로그래머가 비슷한 꿈을 꾼다. 윤찬민도 마찬가지였다.

“저도 비슷해요. 누구나 다 그런 꿈 한 번씩 꾸잖아요.”

“저걸 보니까. 막 심장이 두근거려 참을 수가 없어.”

“그럼 과장님은 저게 잘될 가능성이 크다?“

”당연히. CTO님 말씀대로 당장은 범용성이 떨어질지 몰라. 하지만 리턴 알고리즘 개발에 잘 적용이 되고, 차차 적용 범위를 늘려가면 대용량 데이터 처리에서 스칼라보다 많이 쓰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흠…….”

“너도 알잖아. 하둡에서 자바를 쓰면 수십 줄로 구현돼야 하는 코드가 스칼라를 쓰면 수 줄로 끝나는 거. 그렇게 코드가 짧아지면 프로그램이 가벼워지고, 당연히 속도가 빨라지겠지. 그런데 CTO님이 만든 리턴은.”

“비슷한 내용에 대해 단 2줄로 처리하죠.”

“그래. 더구나 스칼라는 JVM 위에서 작동해서 기본적으로 성능상에 치명적인 약점을 안고 있어. JVM 자체가 성능을 저하하는 요소니까.”

“하지만 리턴은 JVM을 쓰지도 않고.”

“또 한 번 속도가 빨라지겠지. 난 충분히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개발 기간도 그리 오래 걸리지 않고. 만약 정말 이 프로젝트 성공하면 어떻게 되겠냐?”

“……추천 성능이 뛰어난 리턴 알고리즘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높아지겠죠.”

“그래, 그걸 어떻게 개발했는지도 궁금해하겠지.”

“그걸 우리 기술 개발 블로그에 올리면…….”

천준호가 손바닥을 부딪치며 말했다.

“붐! 너도나도 쓰려고 달려들 거야. 하지만 난 더 멀리 본다. 프로그래밍 언어 협회.”

윤찬민이 두 눈을 부릅뜨고, 천준호를 쳐다보았다.

“네?”

프로그래밍 언어 협회.

전 세계 프로그래밍 언어를 관리하는 기구였다. 공신력 있는 기구로 그곳에 프로그래밍 언어로 등록이 되는 것 자체가 영광스러운 협회였다.

“거기 보내서 등록 요청까지 해보려고.”

그 말에 대화를 나누던 윤찬민이 갑자기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그런 윤찬민을 천준호가 당황스러운 표정으로 불렀다.

“뭐야, 이야기하다 말고 갑자기 어디가.”

“한 줄이라도 더 많이 개발해서 리턴에 제 이름 한번 넣어보려고요.”

“……뭐, 뭐?”

“그럼 저 먼저 갑니다.”

“야, 같이 가 인마!”

천준호가 그런 윤찬민의 뒤를 바짝 쫓아갔다.

* * *

비슷한 시각.

강철은 한국 서치 지사를 찾았다. 서치 본사 CEO와 아이온 인공지능 매각 관련 의논을 하기 위함이었다.

서치 CEO 앨런 파인.

그는 세계적으로 이름을 날리는 경영자였다. 한국 지사장도 자주 얼굴을 보는 사이는 아니었기에 살짝 긴장된 표정으로 앉아 있었다.

잠시 후.

화면이 켜지고, 앨런 파인이 나타났다.

-반갑습니다. 앨런 파인입니다.

강철이 살짝 고개를 숙이며 답했다.

“네. 이강철입니다.”

-하하, 이렇게 회의에 응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아무래도 규모가 큰 거래이다 보니 돌다리도 두드려 보고 건너게 되는군요.

“아닙니다. 충분히 이해합니다.”

-지난 일주일간 회의에 회의를 거듭했습니다. 아이온 인공지능에 실사도 가보고요.

“네.”

-그래서 내린 결론은 아이온 인공지능이 충분히 가능성 있는 기술이라는 겁니다.

“물론입니다. 저도 무작정 높은 가격을 받자고 하는 건 아닙니다. 합리적인 가격에 M&A를 해서 서로 상부상조를 하는 것을 가장 바라고 있습니다.”

-그럼 하나 물어보겠습니다. 어느 정도 가격이 적정선이라 생각하십니까?

강철은 준비하고 있던 대답을 꺼내 들었다.

“150억 달러.”

그 말에 여기저기서 헛바람 삼키는 소리가 들렸다.

알고리듬을 60억에 팔았다. 150억 달러면 두 배가 훨씬 넘는 금액이기 때문이었다.

‘일단 크게 부른다.’

그게 강철이 협상을 하는 제1원칙이기 때문이었다.

미래 척 헤이글이 만든 ‘사라’의 가치가 500억이었다. 그걸 현금할인법으로 계산해 보았을 때 나온 현재 가치가 100억 달러였다. 강철은 그것보다 50억 달러라 더 부른 것이다.

너무 큰 액수에 놀란 앨런이 쉬이 입을 열지 못했다.

잠시간의 침묵이 흐르고 앨런이 겨우 입을 열었다.

-그 이유를 들어볼 수 있습니까?

“첫 번째. 사라는 다른 인공지능과 달리 경량화되어 있습니다. 수백, 수천 대의 서버가 없어도 서치의 딥 체인저 같은 성과를 낼 수 있다고 자부합니다.”

-성능 테스트 결과 현재로써는 부족합니다.

“그래서 현재 딥체인저의 가치인 300억 달러의 절반을 부른 겁니다. 그와 성능이 같았다면 300억 달러를 불렀겠죠.”

-일단 알겠습니다. 다음은요?

“두 번째로는 연산 속도입니다. 제가 읽은 가장 최근의 논문에서 딥체인저가 사용하고 있는 알고리즘은 몬테카를로 탐색으로 봤는데 맞습니까?”

-비슷하지만 조금 다릅니다. 자체적으로 성능 개량을 거친 상태라서요.

“물론 그대로 사용하진 않을 거로 생각합니다. 하지만 우리 인공지능 사라도 여러분들이 알고 있는 내용이 다는 아닙니다.”

-그 말씀은…….

“아마 AI 퍼포먼스 테스트 결과는 확인하셨을 겁니다. 그 속도에서 어떤 결과를 냈는지도요. 그것보다 성능이 몇 프로는 더 뛰어납니다. ‘사라’는 매일 발전하니까요.”

-흠…… 잠시만요.

“네.”

약하게 한숨을 내쉰 앨런이 잠시 옆 사람 쑥덕거리며 대화를 나누었다.

그렇게 수 분이 지난 후에 앨런이 천천히 입을 열었다.

-아까 분명 합리적인 가격에 판매하실 수 있다고 하셨죠?

강철이 고개를 끄덕였다.

“네.”

-저희가 생각하는 합리적인 가격은 100억 달러. 이게 정말 마지막 제안입니다.

100억 달러.

강철이 생각했던 금액과 같았다.

강철은 애써 비집고 흘러나오려는 웃음을 감추었다. 그러곤 태연한 표정으로 고민하는 척 생각에 잠겼다. 머릿속에서는 빠르게 계산이 돌아가고 있었다.

‘100억 달러면 한화로 11조가 넘는다. 엑스게임즈 지분을 더 많이 인수할 수 있어. 거기에 중국 스타트업에 투자할 돈으로도 충분하고. 이러면 굳이 아이온 IPO를 안 해도 되겠는데…….’

여러 고민을 하던 강철이 한 번 더 뜸을 들였다.

“저도 잠시 통화를 해봐야 할 것 같습니다. ‘척 헤이글’의 의사도 물어봐야 해서.”

-알겠습니다.

척 헤이글.

그와도 일정 부분 합의가 되어 있었다.

100억 달러.

그 금액이면 아이온 인공지능을 서치에 넘기겠다고.

물론 개발 환경은 전혀 바뀌지 않을 것이라는 단서는 꼭 붙였다. 전화를 건 강철이 능청스러운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네. 척, 현재 서치와 협상 중입니다.”

-아, 협상이 잘됐나 보죠?

“네? 120억 달러 이하는 안 된다고요?”

-……네? 대표님. 지금 그게 무슨 말씀이신지.

“흠…… 물론 척이 얼마나 사라를 아끼는지 잘 알겠습니다. 성능이 얼마나 뛰어난지, 앞으로 얼마나 가능성이 더 큰지도요.”

-대표님? 대표님?

강철은 일부러 들으라는 듯 목소리를 높였다.

“저야 전적으로 ‘척’의 의견을 존중합니다. 우리는 동업자니까요.”

-이해가 되게 말씀을 해주셔야…….

이내.

화상 스크린 너머에서 포기한 듯한 목소리가 들렸다.

-알겠습니다. 120억 달러로 하죠. 대신 최대한 빨리 진행해야 합니다. 그리고 이강철 씨도 1년간 우리 인공지능 개발에 도움을 주셔야 하고요.

강철은 한 번 더 입가를 비집고 나오려는 웃음을 참아야 했다.

* * *

The Statup.

넷플러스에서 서비스하는 타이틀은 꾸준히 TOP3 안에 들며 인기를 유지했다. 덩달아 세계적으로 ‘엘리’의 인지도도 올라갔다.

넷플러스.

그건 전 세계적으로 서비스되는 비디오스트리밍이기 때문이었다.

동남아.

미국.

유럽까지.

덕분에 엘리도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일상을 보내고 있었다. 그런 와중에도 핸드폰을 손에서 놓지 않았다.

-아이온 인공지능 서치와 120억 달러짜리 M&A 체결.

-마이다스의 손 이강철. 또 한 번 슈퍼 M&A를 만들어내다.

-서치 120억 달러나 제시한 비결.

-스타트업의 신 이강철. 그가 손대는 것마다 초대박.

인터넷 기사가 온통 이강철이라는 이름으로 도배되어 있었다. 뒤에서 머리를 만져주던 헤어스타일리스트가 물었다.

“그분이 확실히 대단하긴 한가 봐.”

“…….”

“120억 달러면 우리나라 돈으로 14조나 되는데 완전 돈방석에 앉은 거잖아.”

그러자 화면을 보던 엘리가 슬며시 입을 열었다.

“이분 예전에도 알고리듬이라는 회사를 60억 달러에 팔아서 엄청 부자일 거예요.”

“그래?”

“네. 그리고 대산 CTO에 아이온 그룹인가? 거기 실제 주인이라고 하던데.”

헤어스타일리스트가 고개를 모로 꺾으며 물었다.

“너 잘 아는구나.”

엘리의 귀가 조금 붉어졌다.

“방송 같이했으니까요.”

“맞다. The Startup. 같이했었지.”

“네.”

“그거 재밌더라. 제가 투자하겠습니다. 그 말할 때 좀 뭐랄까…….”

헤어스타일리스트가 몽롱한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섹시하더라.”

엘리가 무의식적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 모습이 마치 인형을 보는 것 같았다.

그 모습을 본 헤어스타일리스트가 화들짝 놀라고 말했다.

“어머, 너 방금 고개를 끄덕인 거야?”

엘리는 방금 했던 말을 반복했다.

“그냥 같이 방송한 사이니까요.”

“호호호, 하긴 너도 한창 남자에 관심 많을 때니까.”

엘리의 귀가 더 붉게 변해 갔다. 이내 말까지 더듬기 시작했다.

“그, 그런 건 아니에요.”

헤어스타일리스트가 살짝 목소리를 낮추었다.

“이강철 정도면 대표님도 허락할 것 같은데? 사실 대표님도 어쩌지 못할 거라는 게 맞는 말이지. 네 말대로면 대표님도 어쩌지 못할 위치에 있는 사람이니까.”

그 말에 엘리가 눈을 반짝였다. 하지만 시선은 여전히 뉴스에 집중되어 있었다.

그것도 활자가 아닌 사진.

강철의 모습이 대문짝만하게 나온 사진에서 엘리는 눈을 떼지 못했다.

* * *

서치와의 대형 M&A 덕분에 강철은 아침부터 여러 사람을 맞이해야 했다. 가장 먼저 강철을 찾아온 건 진선미였다. 강철은 진선미를 보자마자 대뜸 입을 열었다.

“맞습니다.”

“…….”

진선미는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한동안 멍하니 강철을 보기만 했다.

“여러모로 운이 좋았습니다.”

진선미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이제 알아요. 운이 아니라는 걸.”

강철이 어깨를 으쓱하며 답했다.

“그래서 하시고 싶은 말씀이…….”

“넷플러스에서 시즌2로 중국 스타트업 투자를 기획하고 있다고 들었어요.”

“맞습니다.”

“거기 나도 낄 수 있나요?”

“네?”

“세상에 돈, 권력 싫어하는 사람 없습니다. 그건 저도 마찬가지고요.”

“아시겠지만 이제 다른 이들의 돈이 없어도 제힘으로 충분히 투자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굳이 전무님 돈까지 빌릴 이유가 없어요.”

냉정한 말에 진선미가 으득 이를 악물었다.

“그러면…….”

어떤 당근을 제안해야 할까. 진선미는 당장 생각나는 것이 없었다.

그때.

비서가 똑똑 문을 두드렸다.

-엑스게임즈 지수철 사장님이 찾아오셨습니다.

강철이 진선미를 보며 말했다.

“보시다시피 다음 일정이 있어서요.”

진선미가 할 수 없이 몸을 돌렸다. 강철이 그런 진선미의 등 뒤에 대고 말했다.

“전 은혜까지 잊는 몰상식한 사람은 아닙니다. 전무님께서 제게 잘 대해주신 것 기억하고 있습니다. 그러니 지금처럼 일을 잘해주시면 우리는 끝까지 한 팀이 될 겁니다.”

돌아서서 나가던 진선미가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 역시 강철과 한 팀이길 원하기 때문이었다.

이내.

집무실로 들어온 지수철이 놀란 표정으로 물었다.

“뉴스 봤습니다. 보자마자 왔어요. 가만히 앉아 있을 수가 없어서.”

“네. 다 사실입니다. 자세한 내용은 추후 기회가 되면 말씀드리겠습니다.”

“하하, 알겠습니다. 꼭 말씀해 주셔야 합니다.”

“네. 그것 보다 들으셨겠지만, 중국 판호 발급이 막혔습니다. 통과될 줄 알았는데…….”

중국 판호.

지수철이 가슴을 탕탕 치며 걱정하지 말라던 건이었다. 그 건을 이야기하자 지수철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중국 내 분위기가 많이 안 좋은 모양입니다. 판호 발급을 담당하는 ‘국가신문출판광전총국’의 윗선과도 이야기를 나눠 봤는데 어렵다고 하더군요.”

“흠…….”

“이제부터는 기업이 아니라 정부에서 힘을 써줘야 할 영역으로 넘어간 것 같습니다.”

그 말에 강철이 고개를 끄덕였다.

약간 미련이 있던 중국 게임 시장 진출을 당분간은 완전히 접어야 할 것 같았다.

강철의 표정은 어두워졌다. 그의 표정을 살피던 지수철이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그 건은 그렇고…… 그럼 이제 엑스게임즈 인수를 시작하시는 겁니까?”

“네. 아이온 그룹을 IPO 해서 자금을 모으려 했는데 다른 곳에서 일이 잘 풀렸으니까요. 관련 절차를 진행하도록 하죠.”

지수철이 밝은 표정으로 답했다.

“하하, 알겠습니다. 그리고 혹시 중국에는 언제 가십니까?”

“아마 두 달 뒤가 될 것 같습니다.”

지수철이 한껏 목소리를 낮추며 물었다.

“그때 제가 동행해도 될까요? 아! 혹시나 오해하실까 봐 드리는 말씀인데 제가 대표님이 투자하려는 기업을 가로채려거나 그런 생각은 아닙니다. 저와 함께 가서 혹시 중국 측에 다시 한번 판호 발급에 대해 요청을 해볼 생각입니다. 대표님이 함께 가서 말하면 또 달라질 수도 있으니까요.”

“알겠습니다.”

“그리고…… 이런 말씀 드려도 될지 모르겠는데 사실 옆에서 기업에 투자하는 지혜를 배워보고 싶기도 하고요.”

그 정도는 충분히 용인할 수 있는 수준이었다. 강철이 고개를 끄덕였다.

“네. 뭐. 판호가 발급될 수만 있다면 무슨 일을 못 하겠습니까.”

“하하, 알겠습니다.”

그렇게 지수철이 돌아가고 난 후에.

강철은 다시 프로그래밍 언어 개발에 몰두했다.

회사.

집.

회사.

집.

한시라도 빨리 프로그래밍 언어를 만들어 시스템에 적용해야 넷플러스의 공세를 막아낼 수 있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천준호, 윤찬민과 함께 매일 같은 공간을 반복했다. 만약 기술 경쟁에서 밀리게 되면 서비스 가격 경쟁으로 넘어간다. 그건 최악의 상황을 맞이하는 것이나 다름없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하루.

이틀.

시간이 지날수록 ‘리턴’은 점차 모양새를 갖추기 시작했다. 컴파일러는 GCC와 비슷한 형태로 구성해 속도를 높였고, 오로지 속도를 위해 별도의 가상머신은 만들지 않았다.

어차피 DRP 시스템에서만 돌아가면 된다.

그것도 강철이 만든 리턴 알고리즘에서만 제대로 작동하면 되는 것이다.

철저하게 제한적인 조건으로 작동하면 되는 것이라 개발은 빠르게 진행되었다.

범용성.

호환성.

확장성.

프로그래밍언어를 만들 때 고려되는 요소들은 전부 배제했다. 오직 이 시스템에 최적화된 언어를 만들면 되기 때문이었다.

그러자 개발에는 속도가 붙었다.

개념을 정립하고,

파서를 만들고,

실행 부까지.

한 달여 만에 완성을 시키고, 해당 언어로 시스템을 개발할 수 있는 상태까지 갔다.

* * *

그렇게 몇 주가 지나고.

미국 프로그래밍 언어 협회.

그곳 협회장이 새롭게 올라온 언어들을 검토하다 한 이름에 시선이 멈추었다.

“리턴? 이름이 특이한데.”

“네. 한국의 이강철이라는 사람이 만든 언어입니다.”

“아, 그 얼마 전에 서치에 인공지능을 매각했던 그 사람을 말하는 건가.”

“맞습니다.”

“그런데 프로그래밍 언어를 만들었다.”

“자사 시스템에 적용하기 위해 만들었다고 하더군요. 내친김에 협회에서 인증을 받아보고 싶다며 보내왔고요.”

“그래서 확인해 보니 어때?”

“이쪽에서 보내온 개요를 보면 빅데이터 핸들링에 최적화되어 있다고 되어 있었는데 그 말은 확실히 맞습니다.”

“그 말은…….”

“테스트를 해보니 처리 속도, 경량화. 그 두 가지는 타의 추종을 불허합니다. 이 분야에서 가장 우수하다고 알려진 스칼라보다도 30% 정도 속도가 더 빠릅니다.”

“흠…… 그 정도면 정말 빠른 건데.”

“네. 그런데 치명적인 단점이 하나 있습니다.”

그 말에 협회장이 살짝 고개를 숙이며 귀를 기울였다.

“그건 무슨 말인가?”

“이 언어가 오직 DRP. 그중에서도 리턴 알고리즘이라는 것을 구현하는데 최적화되어 있는 것이 문제입니다. 확장성이나 범용성이 전혀 없습니다.”

“오직 자사의 시스템을 빠르게 구동시키기 위해 만들어졌다는 말이군.”

“맞습니다.”

“그리고 그걸 우리 협회에 보냈다…….”

“앞으로 이 언어를 키워보고 싶은 생각이 있는 것 같습니다.”

그 말을 들은 협회장이 잠시 생각에 잠겼다. 이내 눈을 뜨며 중얼거렸다.

“어쩌면 다른 의도가 숨어 있을 수도 있지.”

“어떤…….”

협회장이 목소리를 낮추며 말을 이었다.

“자네가 말했듯이 이 언어는 리턴 알고리즘에 특화되어 있어. 그리고 이강철은 DRP 플랫폼에 해당 알고리즘을 사용하고 있고.”

“네.”

“그럼 그들이 이 언어를 사람들이 배움으로써 어떤 이득을 취하길 바랄까?”

직원은 고개를 갸웃거렸고, 협회장은 말을 이어나갔다.

“아마 자신들의 플랫폼으로 들어오길 바랄 거야. 인간이란 이익을 추구하는 동물이니까.”

“아…… 애플처럼요?”

“그래. 수많은 언어가 존재하지만, 애플도 굳이 스위프트라는 언어를 만들어 적극적으로 밀어주고 있어. 왜 그럴까? 단순히 해당 언어가 더 좋아서? 애플에 최적화되어 있어서?”

그 말을 하던 협회장이 픽 코웃음을 쳤다.

“그럴 리가. 아마 스위프트가 전 세계 언어 시장을 사로잡게 되면 애플은 바로 이용료를 청구할 거야. 오라클이 서치에 JAVA API 저작권료를 청구했던 것처럼.”

직원은 무겁게 고개를 끄덕였다. 충분히 가능성이 큰 말이기 때문이었다.

협회장은 개의치 않고 말을 이어나갔다.

“뭐, 속내를 까보지 않아 모르는 거긴 하지만…….”

“하긴 그러고 보니 상세 라이선스 조건에 대해 아직 이야기가 없습니다.”

협회장이 무겁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직원이 빠르게 말을 이었다.

“일단 협회에서 요구하는 조건은 통과해서 공식 홈페이지 등록을 하려 했는데…… 잠시 보류할까요?”

“아니야. 우리야 어차피 언어를 검토하고, 문제가 있는지만 공지하면 되니까.”

“그럼 공식 홈페이지에 올리겠습니다.”

협회장이 고개를 끄덕였고, 직원은 바로 협회장실을 나와 공식 홈페이지에 글을 하나 작성했다.

-NEW Programming Language

-return.

그리고 그 상세 스펙이 자세하게 쓰여 있었다.

강철과 직원들이 만든 언어가 세상에 공개되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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