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자의 성공 라이프-17화 (17/59)

2장 열심히 벌어서 FLEX

드르륵.

드르륵.

드르륵.

강철의 핸드폰이 쉴새 없이 진동했다.

-축하드립니다. CTO님.

-축하드립니다!!

-언제 한번 꼭 식사자리 마련했으면 합니다.

-동기생들이 전부 원하고 있습니다.

-CTO! 사랑합니다.

강철의 입사 동기생들부터 지금까지 일하며 만난 회사 동료들까지 쉴 새 없이 연락이 도착했다.

“축하드립니다.”

이내 천준호가 강철에게 다가왔다. 그 옆으로 윤찬민을 비롯해 김정민까지 함께 사무실을 쓰는 사람들이 강철에게 다가와 축하 인사를 건넸다.

강철이 살짝 고개를 숙였다.

“감사합니다.”

“축하드려요.”

“네. 감사합니다.”

여기저기서 밀려드는 축하 인사에 정신이 없을 지경이었다. 같은 사무실을 쓰는 동료들만이 아니라 조금이라도 연이 있다 싶으면 다른 사무실을 쓰는 사람들까지 와서 인사를 건넸다.

다들 느낀 것이다.

현재 대산 그룹 내에서 가장 잘나가는 사람이 이강철이라는 것을.

* * *

승진 휴가.

대리나 과장, 부장으로 진급할 때는 없지만 임원으로 승진하면 일주일간의 특별 휴가가 주어진다.

이미 이사로 승진하며 한 차례 휴가를 받았던 강철은 또 한 번 승진 휴가를 받았다. 강철은 그 휴가를 가족과 함께할 생각이었다.

“샌프란시스코로 가자.”

그 말에 최용희의 두 눈이 동그래졌다.

“……뭐?”

“비행기랑 숙소는 다 예약했어. 그러니까. 엄마는 몸만 가면 돼. 희진이 너도.”

“갑자기 그게 무슨 말이니. LA라니.”

“회사에서 일 열심히 한다고 휴가 줬어. 그것도 무려 1주일간이나. 그래서 오랜만에 가족 여행이나 다녀오려고.”

이희진의 표정이 활짝 밝아졌다.

“진짜? 진짜지? 우와! LA라니. 나 미국 처음 가봐.”

그건 가족들 전부 마찬가지였다.

엄마를 비롯해 여동생까지. 마땅히 여행이라 불릴 만한 것을 가보지 못한 것이다. 평생 고생만 하다 살았기 때문이었다.

“내일모레 출발이니까. 필요한 거 있으면 미리 사놔. 짐도 싸놓고. 카드 준 건 가지고 있지?”

최용희가 얼떨떨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재밌게 한번 놀아보자고.”

이틀 뒤.

최용희는 얼떨떨한 표정으로 자동차 뒷좌석에 앉아 있었다.

“그러니까. 이 차가…… 회사에서 나온 차라고?”

“그렇다니까. 몇 번을 물어봐.”

이희진도 얼떨떨하긴 마찬가지였다.

“오빠가 임원이긴 임원이구나.”

운전하던 기사가 웃음기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그냥 임원이 아니십니다. 이번에 또 CTO로 승진하셨습니다.”

이희진의 두 눈이 동그랗게 떠졌다.

“CTO?”

하지만 최용희는 CTO가 뭔지 몰랐다.

“C, CTO? 그게 뭐냐. 이사보다 높은 거냐?”

“당연하지! 오빠가 거의 사장급 된 거야.”

“뭐, 뭐라고 사장?”

사장.

이희진이 생각하기에 가장 높은 직급이 사장이었다. 그걸 운전기사가 한 번 더 확인해주었다.

“하하, 맞습니다. 거의 그 정도까지 올라가셨다고 보시면 됩니다. 그룹 내 IT 부문 전체를 총괄하시니까요.”

이희진이 마른침을 삼키며 앞 좌석에 앉아 있는 강철을 보았다.

“헐…… 오빠 진짜 바깥에서 노는 게 아니구나.”

“어허, 이제야 오빠의 위엄을 알겠냐?”

이희진이 빠르게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모녀의 놀라움은 거기에서 끝이 아니었다.

도착한 공항.

그곳에서 강철은 줄을 기다리지 않고 바로 퍼스트 클래스 라운지로 이동했다. 이희진이 그런 강철을 불렀다.

“오, 오빠? 어디가.”

“비행기 타러.”

“그, 그러니까. 여긴…….”

이희진이 고개를 들어 해당 공간에 붙어 있는 간판을 읽어보았다.

-한국 항공 라운지.

말로만 듣던 비즈니스석 이상을 타야 들어갈 수 있는 라운지 서비스였다.

“첫 해외여행이니까. 좀 좋은 거로 예약했다.”

그걸 보자 최용희는 덜컥 걱정부터 들었다.

“이거 너무 비싼 거 아니냐?”

“괜찮아요. 이 정도는 타도 됩니다. 엄마도 들었잖아. 나 이제 CTO야. 더구나 사업체도 몇 개 가지고 있고. 이 정도는 타도 돼.”

이희진은 또 한 번 감탄사를 흘렸다.

“헐…… 이, 이거 실화야?”

“이거 예약하는 데 얼마나 들었어?”

“적당히 들었어. 이제 이 정도 능력 되니까. 걱정하지 마.”

“엄마, 이거 거의 한 자리에 거의 300만 원 넘을걸.”

그 말에 최용희의 두 눈이 동그래졌다.

“……뭐? 사, 사, 삼백?”

삼 백.

과거 최용희가 음식점에서 일할 때도 한 달 월급이 200만 원이 채 되지 못했다.

그런데 비행기 한 번 타는데 300이라니. 절로 심장이 벌렁거렸다.

“야, 야 이 녀석야. 아무리 돈을 많이 번다 해도 아껴 써야지.”

강철이 웃음기 가득한 얼굴로 물었다.

“한 달에 1억씩 벌면?”

당황한 최용희가 되물었다.

“……뭐, 뭐?”

“한 달에 1억씩 벌면 여기에 300 정도 쓰는 건 절약하는 거 아냐?”

“…….”

그 말에 최용희가 입을 꾹 다물었다. 너무 놀라 할 말을 잃어버렸기 때문이었다.

그건 이희진도 마찬가지였다. 지금까지 둘 다 강철이 얼마를 버는지 액수까지는 정확히 알지 못했다. 그랬기에 놀람은 더 컸다.

“그러니까 아무 걱정하지 말고, 이제부터 그냥 즐겨.”

하지만 최용희는 아직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한 표정이었다. 그건 이희진도 마찬가지였다.

강철이 그런 둘을 보며 말했다.

“자, 짐 다 풀었으면 나가자. 면세점 가서 쇼핑해야지.”

강철이 멍하니 앉아 있는 둘을 이끌었다.

샌프란시스코 국제공항.

한국은 겨울이었지만 샌프란시스코는 한국의 초가을 날씨였다. 덥지도, 춥지도 않은 딱 좋은 날씨에 여행객들의 표정은 밝기만 했다.

그 속에서 강철 일행도 비행장 밖으로 빠져나왔다. 그리고 나오자마자 이번에도 최용희의 입이 떡 벌어졌다.

“……이, 이건 뭐니.”

“호텔 스위트룸을 예약했더니 보내줬어요.”

일행의 앞에 주차된 건 거대한 연예인 차.

TV에서나 보던 자동차가 운전기사와 함께 대기하고 있었다. 곧 운전기사가 일행의 짐을 옮겨주었고, 차를 타고 호텔을 향해 출발했다.

샌프란시스코에 위치한 호텔.

그곳의 꼭대기인 65층에 강철이 예약한 방이 있었다. 1박에 수백만 원을 호가하는 럭셔리룸이라는 것은 방에 들어서자마자 알 수 있었다.

투명한 유리창 너머로 시내가 한눈에 들어온 것이다.

“……조, 좋다.”

이희진은 감탄사를 터뜨리며 최용희를 이끌었다.

“엄마, 여기 좀 와봐. 뷰가 장난 아니야.”

65층.

꼭대기에서 바라보는 시내는 한마디로 장관이었다. 그 모습에 최용희도 눈을 떼지 못했다.

강철이 그런 둘에게 말했다.

“거기 오붓하게 서봐. 사진 찍어줄 테니까.”

이내 둘이 포즈를 취하고 강철이 사진을 찍어주었다.

찰칵.

카메라 렌즈 너머 둘의 모습은 더할 나위 없이 밝아 보였다.

‘이런 게 행복이구나.’

가족의 행복.

그게 무엇인지 알 것 같았다. 전생에서는 돈을 벌기 위해 아등바등 살기만 하다가 ‘행복’이 무엇인지도 모른 채 세월이 지나 버렸다.

하지만 이번 생에는 그렇게 살지 않을 것이다. 번 만큼 쓰면서 살겠다고 단단히 마음먹은 참이었다.

“여기 호텔 수영장도 좋고, 산타모니카 해변도 가까우니까. 거기도 가자.”

“산타모니카? 그 ‘내 사랑 이수호’ TV 드라마에서 나오는?”

“그래. 거기.”

“우와!!”

이희진의 입이 또 한 번 떡 벌어졌다.

최고급 레스토랑.

최고급 바.

최고급 음식.

강철은 무엇이든 최고급으로 준비했다. 당연히 이희진이나 최용희는 태어나 한 번도 경험해, 본적이 없는 것들이었다.

처음에는 돈 걱정을 하던 최용희도 차츰 강철이 많은 부를 일궜다는 것을 인정하며 현재를 즐겨나가고 있었다. 점점 얼굴에 웃음이 생겨난 것이다.

그리고 진심으로 만족한 표정으로 강철에게 말했다.

“좋구나.”

“아니에요.”

“아니다. 정말…… 좋아. 세상에 이런 게 있었다니. 아마 네가 아니었다면 알지 못했겠지.”

최용희가 루프톱 너머로 보이는 샌프란시스코 야경을 바라보며 말했다. 순간 살랑거리는 바람이 불어오며 최용희의 머리를 흩날렸다.

강철은 오랜만에 어머니의 얼굴을 제대로 볼 수 있었다.

눈가에는 주름이 자글했고, 얼굴 곳곳에는 검버섯이 피어오르려 했다. 그간의 고생이 능히 짐작되는 모습이었다.

“이제는 이렇게 즐기면서 살아요.”

“그래. 고맙다. 정말 고마워.”

최용희는 그러면서 살짝 맥주를 입에 가져다 댔다.

야경을 보고 있자니 자식을 낳고, 지나온 세월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다. 그러자 문득 먼저 떠나간 남편이 생각했다.

‘여보, 강철이 성공했어요. 당신도 이런 호사 한번 누려보고 갔어야 하는데…….’

이내 눈가에 이슬이 한 방울 맺혔다. 그 모습을 보는 강철의 가슴도 먹먹해졌다.

“엄마, 이 좋은 날 왜 울어!”

최용희가 촉촉해진 눈가를 훔치며 병을 들었다.

“울긴 내가 언제 울었어. 자, 짠 하자. 앞으로 우리 아들, 딸의 성공을 위하여!”

“위하여!”

더 큰 성공을 하겠다고 다짐하며 강철도 잔을 높이 들었다.

* * *

강철이 샌프란시스코를 여행 장소로 잡은 건 가족과의 여행만을 위한 건 아니었다.

여행이 중반쯤 지나고, 모녀간의 시간을 보내라며 여행 가이드를 붙여준 강철은 호텔 로비에서 신주영을 만났다.

“잘 생각하셨습니다.”

“미국에서 펀드를 운용한다는 말씀에 빨리 결정을 내릴 수 있었습니다. 어차피 한국의 취업 제한 규칙에서도 크게 어긋나지 않으니까요.”

고개를 끄덕인 강철이 바로 본론으로 들어갔다.

“일단 내년 6월까지의 투자 계획은 잡혀 있습니다. 그때까지 500억을 가지고, 제가 말씀대로 투자를 진행해 주시면 됩니다. 어차피 그동안 따로 할 일은 없으니 미국 실리콘 밸리에 투자할 만한 기업을 리서치해 주시면 되고요.”

“네. 그럼 그 투자 계획이라는 게 어떤 건지…….”

“미 나스닥의 하락에 베팅하는 겁니다.”

“……네?”

“흔히 말하는 곱버스든 선물, 옵션이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미국 나스닥이 하락했을 때 가장 큰 수익률을 올릴 수 있는 방법을 찾아 투자해 주세요.”

신주영이 걱정 가득한 표정으로 물었다.

“대표님. 지금 나스닥이 흔히 만스닥이라 불리며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는 건 알고 하시는 말씀이시죠?”

“네. 알고 있습니다.”

“더구나 인버스 투자는 장기적으로 필패하는 방식입니다. 세상의 모든 자산은 우상향하기 때문이죠. 그런데도 인버스 투자를 하시겠다는 말씀이십니까?”

강철이 고개를 끄덕였다.

“네. 그래서 기간을 정한 겁니다. 한 3월 말쯤 제가 다시 연락을 드리면 해당 포지션을 전부 청산하셔야 합니다. 그리고 말씀드리는 종목을 매수하시면 됩니다. 그 이후로는 일부는 심사역님이 찾아낸 회사에 투자를 진행하고 일부는 또 다른 곳에 투자를 진행할 생각입니다.”

신주영이 고개를 갸웃거리며 강철을 보았다. 너무 극단적인 투자 방법이라 할 말을 찾지 못한 것이다.

“흠…….”

“너무 고민하실 것 없습니다. 어차피 이건 이긴 게임이니까요.”

강철의 자신만만한 표정으로 보았지만, 신주영의 걱정은 사그라지지 않았다.

* * *

신주영과 만남을 마무리한 강철은 바로 기사가 대기하고 있는 차에 올랐다. 굳이 실리콘 밸리가 있는 샌프란시스코를 여행지로 삼은 이유이기도 했다.

-알고리듬.

강철이 인수하려는 회사의 이름으로 기존의 가장 유명한 압축 알고리즘인 ‘허프만 알고리즘’보다 30% 이상의 효율을 내는 알고리즘을 만들어낸 회사였다.

그 회사가 알려진 건 공교롭게도 변형 인플루엔자 덕분이었다.

전염병 때문에 다들 집에서 생활하는 사이 OTT(Over The Top Service : 인터넷 콘텐츠 서비스)를 비롯해 게임. 온라인 서비스들의 사용량이 폭증한다.

그것은 곧 트래픽의 폭증을 일으켰고, 데이터가 드나들 수 있는 길은 한정되어 있는데 데이터의 양이 폭증해 버리니 속도가 줄어드는 건 당연한 일.

이에 각 회사 들은 타개책 마련에 부심했고, 이에 ‘알고리듬’이라는 회사가 세상에 드러나게 된 것이다.

‘만약 이미 개발을 완료했다면 너무 비싼 값을 줘야 할 수도 있다. 그게 아니라면…… 싼값에 인수한다.’

강철은 그런 생각으로 회사를 찾았다.

회사는 샌프란시스코 외곽.

땅값이 싼 곳에 있었다. 아주 작고, 허름한 빌딩의 2층에 사무실이 있었다. 그것만 봐도 아직 라이트 알고리즘이라 이름 붙여진 것을 개발하지 못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만약 그게 개발이 됐다면 투자자들이 관심을 보였을 테고…… 사무실을 이런 곳에 마련하지도 않았을 테니까.’

강철은 바로 사무실로 직행했다. 사무실에는 5명의 인원인 열심히 일하는 중이었다.

그중 한 명이 고개를 빼꼼 내밀고 강철을 보았다.

“누구십니까.”

“오늘 투자 약속한 이강철이라고 합니다.”

“아! 전 에드워드 브룩입니다. 이쪽으로 오세요.”

뿔테 안경을 낀 곱슬머리 금발 남자가 벌떡 자리에서 일어나 강철에게 다가왔다.

사무실에는 딱히 회의실이라 불릴 만한 것도 없었다. 그저 방 한편에 놓여 있는 탁자를 마주하고 앉았다.

남자가 잔뜩 상기된 표정으로 말했다.

“사실 이렇게 우리 회사에 투자를 해주겠다고 오신 분이 처음이라 조금 설레네요.”

“아…….”

강철이 빠르게 물었다.

“알고리즘 개발 상황이 어떻습니까?”

“하하, 네. 현재 한창 개발 중입니다.”

강철이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속내를 감추며 물었다.

“혹시 개발 기간이 얼마나 걸리실 것 같습니까?”

“알고리즘이라는 게 딱히 기간을 정해놓고 개발을 하는 건 아니라서요. 흠…… 솔직하게 말하면 잘 모르겠네요. 헤헤.”

그러곤 머리를 긁적거리며 웃어 보였다.

‘……이 사람 뭐지.’

그런 생각이 절로 들었다.

전생에서는 그저 이런 회사가 있다는 것만 알았지 이런 사람에 대해서는 잘 몰랐다. 그랬기에 강철은 의아한 표정으로 남자를 보았다.

그때.

매끈한 몸매에 구릿빛 피부의 여성이 한 명 다가와 자리에 앉았다.

“투자하러 오셨다고요?”

쉰 목소리에서 이국적인 매력이 물 씬 풍겼다. 강철이 의아한 눈으로 보았다.

“신시아 밸라. 신시아라 불러주시면 돼요. 이야기 나눠보셔서 아시겠지만, 얘가 너무 물러서요. 투자 관련 실무는 저랑 이야기하시면 돼요.”

에드워드가 싱글벙글 한 표정으로 말했다.

“헤헤, 이분이 투자해 준대, 이제 우리 돈 걱정 없이 개발만 할 수 있겠다.”

“인마, 정신 차리라니까. 내가 말했잖아. 세상에 이유 없는 호의를 베푸는 사람은 없어. 더구나 투자하겠다는 말은 돈을 대가로 네가 가진 기술을 가져가겠다는 말이야.”

그 말에 강철이 손사래를 쳤다.

“하하, 기술을 가져가겠다니, 그 정도는 아닙니다.”

신시아가 눈을 가늘게 뜨고 강철을 보았다.

“그건 차차 두고 보면 알겠죠. 그래서 조건이 어떻게 되죠?”

강철이 준비해 온 서류를 꺼냈다. 신시아가 그걸 빠르게 펼쳐보았다.

“500만 달러?”

“네. 지분 61%를 인수하는 조건입니다.”

에드워드의 눈이 부릅떠졌다.

“우와, 대박! 500만 달러요?”

“네. 아직 개발도 안 된 알고리즘이지만 여러분들의 가능성을 보고 투자하는 겁니다.”

하지만 신시아의 반응은 싸늘했다.

“내가 이럴 줄 알았어. 지금 우리가 만들고 있는 게 뭔지는 알고 있어요?”

“기존 허프만 알고리즘의 성능을 30%가량 향상하게 시킬 수 있는 알고리즘이죠.”

“그게 성공한다면 어떤 파급 효과가 생길지도 아실 거라 생각하는데요.”

강철이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입니다. 압축 알고리즘이 있어야 하는 곳은 많으니까요. 하지만 결정적으로 아직 개발 중인 내용이지 않습니까. 여기 에드워드가 말한 대로 언제 개발될지도 모르고.”

그 말에 신시아가 입을 꾹 다물었다. 에드워드가 해맑은 표정으로 말했다.

“내 생각에는 500만 달러도 엄청난 것 같은데. 사실 알고리즘이 언제 개발될지도 모르잖아.”

강철이 빙긋 웃어 보였다. 신시아가 얄미운 표정으로 에드워드를 보았다.

강철이 그런 신시아를 보며 천천히 입을 열었다.

“그럼 제가 알고리즘 개발에 도움을 드리면 어떻습니까.”

“……지금 알고리즘이 뭔지는 알고 하시는 말씀이십니까?”

천천히 고개를 끄덕인 강철이 하얀색 칠판 쪽으로 다가갔다. 그러고는 허프만 알고리즘의 개념도를 쓱쓱 그렸다. 그걸 완성하는 데 불과 5분도 걸리지 않았다.

“이게 압축 알고리즘의 대명사인 허프만 알고리즘. RAW 데이터 중 자주 쓰이는 건 하나로 합치고, 별도의 메모리에 그 위치를 저장해 놓는 것이죠.”

허프만 알고리즘을 손으로 구현한 것이다. 일반 대학생이 할 수 있는 수준은 아니었다. 하지만 알고리즘에 능통한 이들이 보기에는 그저 걸음마 수준에 불과했다.

신시아가 단호한 표정으로 답했다.

“그 정도 실력으로는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고개를 끄덕인 강철이 칠판을 쓱쓱 지우고, 이번에는 Http 헤더 압축에 많이 쓰이는 Gzip에 대한 개념도를 그렸다. 그러자 신시아의 눈빛이 이채를 발했다.

‘저걸 설명할 수 있다는 말은 저 내용이 완전히 머릿속에 각인되어 있다는 건데…….’

이 정도면 알고리즘에 대해 알고 있는 수준은 되었다. 에드워드 역시 반색하며 손뼉을 쳤다.

“와우! 공부를 많이 하셨네요.”

고개를 끄덕인 강철이 이번에도 칠판을 쓱쓱 지웠다. 그러고는 이들도 모르는 미래 오픈소스로 공개되는 압축 알고리즘의 일종을 써 내려 갔다.

물론 이들이 만들어낸 것보다 효율이 떨어지지만, 에드워드와 신시아를 놀라게 하기에는 충분했다.

“이건 제가 최근 고민하는 압축 알고리즘입니다. 이걸 만들다 보니 자연스럽게 여기 알고리듬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요.”

그러고는 빠르게 칠판에 그려진 개념도를 지워 버렸다. 혹시나 이걸 완전히 외워 자기 것으로 만들어버릴까 걱정되기 때문이었다.

강철이 신시아를 보며 말했다.

“어떻습니까? 이래도 제가 도움이 안 될 거로 생각하십니까.”

에드워드가 도리도리 고개를 흔들었다. 신시아는 의심스러운 표정으로 강철을 보고 있었다.

뭔가를 썼다가 지운 건 알겠는데 그게 무엇인지 자세히 파악하진 못한 것이다.

“그런 식으로 혼란을 주면 누가 ‘우와’ 대단하다며 감탄할 줄 알았어요?”

하지만 이내 옆에서 에드워드의 감탄사가 흘러나왔다.

“우와! 신시아 방금 봤어? 이분이 작성한 알고리즘. 저걸 사용하면 허프만보다 최소한 10%는 향상시킬 수 있겠는데. 더구나 저 알고리즘은 우리가 만들고 있는 것과는 달리 이미 완성되어 있어.”

신시아가 에드워드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뭐?”

에드워드가 홀린 듯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러곤 강철이 지운 화이트보드 위에 빠르게 수식을 적어나갔다. 그걸 보는 강철도 놀랄 수밖에 없었다.

‘저건 방금 내가 적은 개념도를 더 구체화시킨 수식이잖아…….’

천재.

에드워드는 문자 그대로 천재였다. 물론 자신도 환생 후 상당히 똑똑해졌다.

어쩌면…… 에드워드 정도가 될까?

“이거 봐봐. 이렇게 하면 허프만에 비해 10% 이상의 성능이 높아진다고. 그리고 이거 우리 쪽에도 엮을 수 있겠는데…….”

고민하던 에드워드가 다시 칠판을 지우고 새로운 수식을 적어나갔다.

거기에 적힌 건 자신들이 현재 개발 중인 알고리즘이었다.

그 사실을 알아챈 신시아가 급히 에드워드를 불렀다.

“에드워드! 그건 우리 기밀이야! 지금 외부 사람이 와 있다고.”

하지만 에드워드는 듣지 못했다. 아주 빠르게 수식을 적어버린 것이다.

그 수식을 강철도 확인하곤 눈을 빛냈다. 에드워드는 여전히 수식을 보며 중얼거리고 있었다.

“여기 중간 부분에 엔트로피 감소를 위해서 사용했던 패턴대치 방법을 방금 나온 것처럼 연속된 패킷에 대해서 한 번 더 다른 곳에 저장소를 만들어 전체 데이터의 양을 줄일 수 있으면…….”

그걸 보던 강철이 고개를 끄덕이며 검지로 한 부분을 짚었다.

“여기.”

에드워드가 강철을 보며 씨익 입꼬리를 올렸다.

“여기 맞죠?”

둘은 서로를 마주 보며 웃었다. 이내 가까이 다가온 신시아가 둘을 밀치며 들어왔다.

“뭐야. 뭔데.”

에드워드가 그런 신시아를 보며 말했다.

“이렇게 하면 될 것 같은데.”

“응?”

강철이 의문부호를 띄우고 있는 신시아를 보며 설명을 시작했다.

“보면 여러분들이 만든 알고리즘은 기본적으로 파일을 2진수로 만들어 1과 0의 순서를 따로 저장. 압축 효율을 높이는 방법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신시아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이때 어떤 문제가 발생하냐. 0과1이 연속되지 않을 때는 별도 저장되는 위치 메모리가 너무 늘어나고, 또한 이걸 디코딩할 때 계산이 너무 오래 걸린다는 치명적 단점이 있어요. 아마 이걸 해결하기 위해 많이 고민해 온 것으로 보입니다.”

이번에도 신시아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걸 어떻게 해결하느냐…….”

강철이 뜸을 들이자 신시아가 마른침을 삼켰다. 그런 신시아를 보며 강철이 말을 이었다.

“이 정도면 알고리즘에 대해 좀 아는 것 같은데…… 계약부터 할까요?”

까득 입술을 깨문 신시아가 에드워드를 보았다.

끄덕.

에드워드가 고개를 끄덕이자 신시아도 이내 동의할 수밖에 없었다.

* * *

그렇게 며칠이 지나고.

신주영은 미국 뉴욕 증권거래소에서 사모 펀드 운용 역으로 뽑은 마이클과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정말 나스닥 2x 인버스에 4천만 달러를 넣겠다는 말이죠?”

“어.”

그 말에 마이클이 기함했다.

“후아…… 지금 나스닥이 10,000을 넘은 건 알고 있어요? 그리고 그 추세가 여전하다는 것도?”

“알고 있지.”

“그런데도?”

신주영이 고개를 끄덕였다. 자신이 알아본 바에 의하면 나스닥 2x 인버스가 적당한 리스크에 많은 돈을 벌 수 있는 상품이었다.

풋옵션도 고민해 보았지만, 만약 강철의 말대로 상황이 굴러가지 않으면 순식간에 깡통을 차게 될 수도 있었다.

-나스닥 2x 인버스.

그나마 이건 깡통이 되더라도 수십억은 건질 수 있었다. 마이클이 신주영을 보며 물었다.

“보스가 어디서 정보를 얻었나. 나스닥이 상승추세에 앞으로 더 올라간다는 전문가들이 대부분인데 인버스에 배팅하다니.”

그러면서 연신 핸드폰에서 올라오는 새로운 정보를 살펴보았다. 혹시나 자신이 놓친 무언가가 있는지 보기 위함이었다.

그게 신주영이 마이클을 뽑은 이유이기도 했다.

“어때? 뭔가 이상한 뉴스 있어?”

스르륵.

스르륵.

마이클의 손짓에 따라 텔레그램 메시지가 빠르게 사라졌다.

그때 마이클이 핸드폰에 손을 댔다. 그러자 텔레그램 메시지가 한 곳에서 멈추었다.

-modified Inflorenza virus.

그걸 본 마이클이 중얼거렸다.

“변형 인플루엔자?”

신주영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응?”

“중국 쪽에 감기 환자가 발생했다고 하는데요.”

“감기야 늘 있는 거잖아.”

고개를 끄덕인 마이클이 대수롭지 않게 다시 텔레그램을 넘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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