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자의 성공 라이프-15화 (15/59)

6장 도전은 있어도 실패는 없다(1)

-구매율 : 33%.

-매출 예측 오차 : 6.4%.

진동만이 화면을 보며 말했다.

“저거 정말 가능한 거야? 그냥 떠드는 건지 알 수가 있어야지.”

대답은 진선미가 했다.

“네. 가능합니다.”

“어떻게?”

마침 그 대답이 강철의 입에서 흘러나오고 있었다.

-저희는 자체 테스트를 마치고 당연한 의문을 가졌습니다.

-정말 통할까?

-열심히 만들어도 고객들이 외면하면 소용없으니까요.

-그래서 일주일 전, 대산 닷컴과 연결해 추천시스템을 테스트해 보았습니다.

진동만의 몸이 점점 화면 쪽으로 숙어졌다. 화면을 보는 그의 얼굴에 잔뜩 호기심이 서려 있었다.

옆에 있던 진용민과 진선미는 그 변화를 놓치지 않았다.

-

이건 그 결과입니다.

-추천시스템 구매율 : 30.3%.

-즉 추천시스템이 제 성능을 발휘하고 있다는 뜻입니다.

진동만이 손에 깍지를 끼며 턱을 괬다.

“흠…… 실제 환경에 적용해서 체크 했군.”

진선미가 재빨리 답했다.

“네. 성능은 검증된 것이죠.”

“그럼 성능은 검증이 됐고. 저거 개발비가 얼마라고?”

이번에는 진용민이 답했다.

“시스템 개발이라 인건비만 들어갔습니다. 기타 부대비용까지 고려해서 대략 10억 정도라 생각하시면 됩니다.”

“그럼 최소한 10억 이상의 효과가 있어야 개발한 의미가 있을 텐데 말이군.”

옆에 있던 진용민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저 무기가 하나 생긴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세계 최고 온라인 쇼핑몰인 나일도 하는 것이니까요.”

하지만 진동만의 미간은 더 찌푸려지기만 했다.

“난 그렇게 가르친 적 없다. 10원 한 장 허투루 쓰면 안 돼. 미래 수익을 위해 당장 손해 보는 건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무기 하나 생긴다? 그런 안일한 생각은 안 돼.”

단호한 그의 말에 진용민이 꿀꺽 마른침을 삼켰다.

“명심하겠습니다.”

그때.

강철이 슬쩍 진동만 쪽으로 시선을 던졌다. 마치 그에게 말하듯 입을 열었다.

-하지만 비싼 돈을 주고 추천시스템을 적용했는데 전체 매출이 그대로면 아무런 소용이 없을 겁니다. 최소한 BEP(손익분기점)는 넘어야 개발한 의미가 있을 것으로 생각해 동일 조건에서 추천시스템이 적용, 미적용 된 상황에서 테스트를 진행해 보았습니다.

이건 사전에 없었던 내용이었다. 진동만이 온다는 소식을 접하고, 급히 마련한 테스트기 때문이었다.

‘BEP를 넘겨라. 그의 경영 철학 중 하나였지.’

강철이 그걸 기억하고 준비한 내용이었다.

삑.

강철이 버튼을 눌렀고, 이내 화면이 넘어갔다.

-매출 : +5%

-추천시스템을 적용하고 나타난 수치입니다.

그 수치를 본 진동만이 물었다.

“작년 대산 닷컴 매출이 얼마였지?”

진용민이 바로 답했다.

“2.2조였습니다.”

“거기에 5%면…… 1,100억 정도 되는군.”

진용민이 한마디 덧붙였다.

“작년 그룹사 전체 매출이 1% 역성장했는데 저걸 적용한다면 4% 성장을 이룰 수도 있습니다.”

말을 하던 진동만의 입가에 흐뭇한 미소가 생겨났다. 그리고 다시 물었다.

“투자 비용이 얼마였다고?”

진용민의 목소리가 살짝 올라갔다. +5%라는 수치에 흥분한 것이다.

“10억입니다.”

“허허, 10억을 투자해 1,100억을 만들었어. 역시 이래서 IT, IT 하는군. 더구나 그룹사 전체 매출을 끌어 올릴 방법이라니…… 근거 있는 자신감이었어.”

강철이 발표를 하는 내내 진동만의 흡족함은 계속되었다.

* * *

매출 신장 +5%.

그 수치는 대강당에 참석한 직원들도 놀라게 만들기 충분했다.

“저, 저거 진짜야?”

“그럼 가짜겠냐. 지켜보는 눈이 몇 명인데.”

“저게 진짜면 우리 백화점 오프라인 판매 쪽에도 붙이면 좋겠는데…….”

“오프라인에? 어떻게?”

“상품 카탈로그 메일 보낼 때 고객별로 커스터 마이징 하면 되잖아. 특히나 자스민 이상 고객들은 구매력이 상당하니까. 상품 추천이 제대로 먹히면 매출 신장이 꽤 될 것 같은데.”

그런 대화는 둘만의 것이 아니었다. 다른 임직원들도 비슷한 대화를 나누었다.

“저거 우리 마트에도 적용해야 하는 거 아니냐?”

“마트에 적용한다고?”

“상품 진열할 같은 거 할 때 저 시스템 도움받아서 더 많이 팔릴 수 있도록 하면.”

“흠…….”

“어차피 손해 볼 것도 없잖아.”

“괜찮은데?”

그런 반응들이 이곳저곳에서 흘러나왔다. 그 소리는 4열쯤 앉아 있는 황희석의 귀에도 들어왔다.

‘젠장, 젠장!’

빠드득.

절로 이가 갈렸다. 추천시스템을 만들라고 했더니 현재 역성장에 빠진 회사를 구할 방법을 가지고 나타나 버렸다.

‘이대로라면 정말 위험하다.’

가만히 있다가는 올 연말 인사에서 좌천당할지도 모른다. 이 상황에서 방법은 두 가지였다.

1. 지금이라도 한 발 걸친다.

2. 어떻게 해서든 실패하게 만든다.

1번을 선택하자니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았다.

그리고 통할지 미지수였다. 자존심 굽히고 들어갔다가 팽 당하면?

2번은 방법이 생각나질 않았다. 정현진은 포기했고, 최규범도 마땅한 방법을 찾지 못하고 있었다.

그런 황희석의 머릿속으로 번뜩이는 아이디어가 스쳐 지나갔다.

‘어차피 내가 온라인 쇼핑 부문장이잖아.’

그 밑에 대산 닷컴, 빅트리, 추천시스템 등등 존재하는 것이다. 어차피 자신이 관리해야 할 시스템이다.

‘이 프로젝트들을 내 밑으로 넣고, 이강철은 외주비용 절감처럼 더 어렵고 힘든 일을 하게 하면…….”

제풀에 지치거나 결국 실패하거나.

그렇게 되지 않을까?

‘추천시스템 개발, 외주비용 절감보다 더 힘들고 더 어려운 일이지만 회사에 꼭 필요한 일을 생각해서 맡긴다. 마치 이강철을 생각해 주는 것처럼…….’

그 사이 자신은 이강철이 들어올 틈이 없도록 추천시스템과 대산 닷컴을 완전히 장악해 놓으면 된다. 어차피 개발 이후 누군가는 유지보수를 해야 하니까.

황희석의 입가에 비열한 미소가 걸렸다.

‘어떤 일이 좋을까…… 어떤 일이…….’

불가능하고, 지저분하면서 시간은 많이 드는 그런 일이…….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던 황희석이 머릿속에 번뜩이는 아이디어가 스쳐 지나갔다.

‘추천시스템 플랫폼.’

나일처럼 클라우드 서비스를 만들어 타사에 제공하겠다는 포부로 진선미가 제안했지만, 기획단계에서 잠정 보류된 프로젝트였다.

문제점은 많았다.

1. 각사의 데이터 종류가 달라 추천 데이터를 만들 수가 없다.

2. 각사가 요구하는 추천이 다르다.

3. 각사 별로 SI(시스템 통합) 작업을 해주어야 한다.

…….

등등.

그밖에도 셀 수 없는 문제가 있었다. 그랬기에 몇 번 논의되다 사장되다시피 했다.

‘그걸 재추진하자고 하자. 그사이 추천시스템은 내가 맡아서 안정화를 하면 돼.’

그러면 상황은 이강철이 없었던 시절로 돌아갈 수 있다.

황희석이 발표 막바지를 향해 가고 있는 이강철을 보았다.

‘급하게 오르면 급하게 떨어지는 법이니까. 그게 자연의 섭리다.’

그러다 문득 다른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만약 성공한다면?

급히 고개를 흔들었다. 절대 그런 일은 발생하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만약 그렇게 된다면.

그 정도로 능력이 있다면.

어차피 더는 방법이 없었다.

* * *

강철이 들고 있던 리모컨을 눌렀다.

삑.

소리와 함께 화면이 넘어갔다.

“이렇게 세 가지 알고리즘이 조합을 이뤄 추천시스템의 성능을 높이게 됩니다. 이것으로 제가 준비한 내용은 끝입니다.”

삑.

버튼을 누르자 다시 화면이 넘어갔다.

-Q&A.

“마지막 Q&A 시간입니다. 질문 있으신 분은 자유롭게 해주시면 됩니다.”

그러자 여기저기서 손을 들었다.

이곳은 회사의 중역들이 모인 자리였다. 좋은 질문을 하는 것만으로 승진의 기회가 될 수 있었다.

강철이 한 명을 지목했다. 대기하고 있던 진행요원이 마이크를 들고 급히 이동했다.

“안녕하십니까. 대산마트 유성민 대리입니다. 현재 대산 닷컴에만 적용된 모습을 봤는데요. 타 계열사에도 적용할 수 있는지 궁금합니다. 예를 들면 마트 매대 동선을 바꾸는 작업이 가능한지요.”

강철이 고개를 끄덕였다.

“가능합니다. 처음부터 그런 상황도 가정해 보면서 만들었으니까요. 하지만 아직 해당 기능이 개발되지는 않았습니다. 다음 분.”

또 다른 직원이 마이크를 잡았다.

“대산 백화점 정한결 과장입니다. 혹시 백화점에서 관리하는 등급별 고객에게 커스터 마이징 된 상품 추천 카탈로그를 보내는 방법이 가능할까요?”

이번에도 강철은 힘차게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입니다. 쟈스민, 블루, 그린, 블랙 등급별로 맞춤 추천 가능합니다.”

그렇게 수십 분간의 Q&A가 이어지고 나서야 발표가 마무리되었다.

발표가 끝나고.

강철에게 진동만이 다가왔다. 강철의 주변에 있던 사람들이 썰물처럼 갈라졌다.

한 걸음 앞까지 걸어온 진동만이 강철에게 손을 내밀었다.

“쭉정이는 아니었어.”

강철이 살짝 고개를 숙이며 진동만의 손을 붙잡았다.

“감사합니다.”

“이름이 뭐라고?”

“이강철입니다.”

진동만의 한 번 더 강철의 이름을 곱씹었다.

“그래. 이강철 이사. 아주 인상적이었어.”

순간.

강철은 따가운 시선을 느꼈다.

‘아…….’

머릿속으로 얼마 전 진선미의 요청이 떠올랐다.

“진 전무가 도와주지 않았다면 어려웠을 겁니다.”

진동만의 입가에 묘한 미소가 그려졌다.

“그래?”

“핵심이 되는 알고리즘 설계에 라영건 고문이 큰 힘을 보탰습니다. 라 고문은 진 전무가 섭외하신 분이고요.”

이내 강철은 재빨리 진용민의 눈치를 살폈다. 미미하지만 눈썹이 치켜 올라가는 게 보였다.

강철은 처음부터 이런 상황을 예상했었다.

‘한쪽 편을 들면 한쪽이 싫어하게 마련이니까. 더구나 경쟁 관계라면…….’

진동만이 고개를 주억거렸다.

“그랬군. 그랬어. 진 전무가 예전부터 추천추천 노래를 부르긴 했었지.”

“하하, 네. 하지만 그것도 진용민 회장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겁니다.”

진용민의 미묘한 미소가 짙어졌다.

“그건 또 왜지?”

“진 회장께서 절 사원에서 이사로 단숨에 승진시켜 주시면서 막중한 임무를 맡겨주셨으니까요.”

그제야 진용민의 표정이 풀어졌다. 하지만 반대로 진선미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자리에 있는 넷 중.

웃고 있는 건 강철과 진동만밖에 없었다. 진동만의 목소리가 낮아졌다.

“진 회장은 사람 보는 안목이 있어. 그래서 일찌감치 자리를 물려줬지.”

“하하, 네. 맞습니다.”

의미심장하게 강철을 보던 진동만이 불쑥 고개를 숙이며 귓속말을 전했다. 주변에 있는 누구도 듣기 힘들 만큼 아주 작은 목소리였다.

“그래서 자네는 이 둘 중 누굴 따르고 있나?”

이건 강철도 예상치 못한 질문이었다. 진동만에 대해서는 귀동냥으로 들 것이 전부이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45살의 관록은 녹슬지 않았다.

“저는…… ‘도전은 있어도 실패는 없다’라는 진동만 명예회장님의 자서전을 보고 대산 그룹 입사를 결심했습니다.”

아직 진선미, 진용민 둘 중 누구도 따르지 않고 있다는 말이었다. 진동만을 존경하고 있다는 뜻도 담겨 있었다.

그렇게 대답을 회피한 강철을 보며 진동만이 호탕한 웃음을 터뜨렸다.

“으하하하하. 내 자서전을 봤다고?”

이건 여러 포석이 담겨 있었다.

진동만은 진용민, 진선미에게 아버지다. 아버지를 존경한다는데 자신들을 따르지 않은 것에 대한 뭐라 하진 못하리라. 그랬기에 진동만이 웃은 것이다.

“네. 그리고 아직은 그보다 존경할 만한 분을 찾지 못했습니다.”

“절판된 것으로 아는데 아직도 그 책을 보는 이가 있었군.”

“그중 한 명이 바로 접니다.”

“하하, 좋군. 좋아. 더 진한 이야기는 다음에 하지.”

“기다리겠습니다.”

강철은 살짝 고개를 숙였고, 진동만은 미련 없이 휙 몸을 돌렸다.

* * *

진용민의 집무실.

가장 상석에 진동만이 앉았고, 그 앞 쇼파의 양옆에 진용민과 진선미가 앉았다.

진동만이 지긋이 진용민을 보았다.

“아주 여우 같은 친구를 뽑았어.”

“능력은 확실합니다.”

“그래, 여러 일을 아주 잘 처리하고 있다는 건 들었어.”

“하하, 네.”

“어렸을 때부터 넌 사람 보는 눈이 있었지. 어차피 회장이 하는 일이라는 게 사람 보는 눈이 절반이니까.”

진용민이 살짝 고개를 숙였다.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고개를 끄덕인 진동만이 후루룩 차를 한 모금 마셨다.

진선미의 이마에서 식은땀이 한 방울 흘러내렸다. 이 분위기로 가다간 모든 공이 오빠에게만 쏠릴까 걱정되었다.

그런 기색을 알아차리기라도 하듯 진동만이 진선미를 보았다.

“하지만 회사는 인사만으로 돌아가진 않아. 모름지기 한 기업의 수장이라면 계속해서 신사업을 발굴하고 도전해 나가야 하는 법. 그런 면에서 보면 선미, 네 판단이 옳았구나.”

그제야 진선미의 표정에 화색이 돌았다.

“감사합니다.”

“추천시스템. 처음에는 그런 걸 왜 하나. 팸플릿이나 한 장 더 돌리는 게 낫다. 그런 생각에 얽매여 있었는데…… 확실히 젊은 감각이 달라.”

“5%가 아니라 10, 20%의 매출이 올라가도록 하겠습니다.”

“그래. 일 열심히 하는 건 좋지.”

그러면서 진선미의 눈동자를 뚫어져라, 보았다.

이내 진동만의 입에서 진선미가 듣기 싫어하는 단어가 흘러나왔다.

“하지만.”

“회사에서 사적 이야기하실 거면 일어날게요.”

“야, 이 녀석아. 그 좋다는 혼처 전부 다 차고 도대체 뭐 하는 거야!”

진선미의 표정이 굳어졌다.

“장식품으로 살기 싫어요.”

“누가 널 장식품이라 생각해. 대산 그룹의 딸이다. 넌 장식품이 되고 싶어도 될 수 없는 몸이야.”

진용민이 슬쩍 미소 지으며 끼어들었다.

“생각이 있다고 하니 이번 한 번만 더 믿어보시죠. 선미도 이제 39살인데 40되기 전에는 결정할 겁니다.”

지금이 벌써 10월이니 내년까지 겨우 2개월밖에 남지 않았다. 자신을 골탕 먹이려는 그 의도가 뻔히 보여 진선미는 표정 관리가 힘들었다.

“40이다. 40. 우리 집안에 40까지 노처녀는 너밖에 없어.”

“하지만 이혼녀는 수두룩하죠.”

진동만의 이마에 빠직 힘줄이 돋아났다.

“전 그렇게 살진 않을 거예요. 계속 이 얘기하실 거면 먼저 일어나겠습니다.”

진선미가 벌떡 자리에서 일어났다.

진동만은 공과 사를 명확하게 구분한다. 그랬기에 할 수 있는 행동이었다.

“알았으니까. 앉아.”

그 말에 진선미가 다시 자리에 앉았다.

이후로는 회사 운영에 관한 전반적인 내용이 오갔다. 아직 상속이 완벽히 끝나지 않았기에 둘은 최선을 다해 진동만의 만족시키기 위해 노력했다.

* * *

사무실로 돌아온 강철에게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가장 먼저 입을 연 건 천준호였다.

“저는 그 무게를 견딜 수 있습니다. 직접 보고 판단해 주시겠습니까?”

윤찬민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그게 아니죠. 저는 그 무게를 충분히 감당할 수 있습니다. 충분히가 빠졌잖아요.”

그 말에 천준호가 감탄사를 토했다.

“하여간 명예 회장님 앞에서 그 말 하실 때 지릴 뻔했습니다.”

“그 뒤가 더 명언입니다. ‘도전은 있어도 실패는 없다’. 그걸 보고 대산 그룹 입사를 결정했다. 이보다 상사 비위를 잘 맞추는 말이 어디 있겠습니까. 진짜 회사 생활의 정석이에요. 정석.”

“역시 어쩌다 이사 자리에 올라간 게 아니었어. 어떻게 그렇게 상사 똥꼬를…….”

신나서 떠들던 천준호가 말을 흐렸다. 강철이 웃음을 참지 못하고 물었다.

“똥꼬요?”

천준호가 머쓱한 표정으로 빠르게 답했다.

“그, 그게 아니라 어떻게 하면 상사와의 커뮤니케이션에 그렇게 능통할 수 있는지…….”

“상사가 어떤 생각을 할지 알고 있으면 됩니다. 명예회장님의 자서전에도 나오지만, 회장님은 자신 있는 사람을 좋아하니까요. 그렇다고 해서 버릇없는 사람은 싫어하십니다. 그리고 자기애가 충만하시니 립 서비스 조금 해드린 거고요.”

그 말에 둘은 또 한 번 감탄사를 흘렸다.

하지만 하진기는 달랐다. 그가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강철을 쳐다보았다. 들릴 듯 말 듯 아주 작은 소리였지만 하진기는 놓치지 않았다.

‘분명히 이 둘 중 누구를 따르고 있냐 물었어.’

아주 작은 목소리였기에 가까이에 있던 몇 명만 들었을 것이다. 자서전을 봤다는 건 그래서 나온 대답이었다.

‘하지만 아직 누구도 따르지 않고 있다고 대답한 거고. 그래서 진 전무님이 지켜보라 하신 거군. 이강철 이사의 향방이 회사에서 아주 중요해지고 있으니까. 마치 짐 켈러처럼…….’

짐 켈러.

사람들에게는 알려지지 않은 미국의 공학자였다. 대중에게 알려지지 않았을 뿐이지 천재를 넘어 위인의 경지에 다다른 사람이다.

왜냐하면 인텔, AMD, 애플, 테슬라의 흥망성쇠를 좌지우지했기 때문이었다.

세계최초 멀티코어 시스템 제작.

AMD의 부흥을 이끈 애슬론, 라이젠 시리즈.

애플의 A4, A5칩.

오성전자의 엑사.

테슬라 하드웨어 개발.

그가 쌓은 업적들 하나하나가 각 회사의 흥망을 좌지우지할 만큼 큰 영향력을 미쳤다. 그처럼 강철도 막강한 기술력으로 대산에 점점 영향력을 미치고 있었다.

“하 팀장님.”

상념에 빠져 있던 하진기가 급히 답했다.

“아, 네.”

“하하,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하십니까.”

“아닙니다. 그저…… 추천시스템이 잘 완성되어 다행이라 생각합니다.”

“앞으로는 팀장님이 주도적으로 운영해 주셔야 합니다. 오늘 질문이 들어온 건들에 대한 추가 개발도 필요하고요. 앞으로 해야 할 일이 태산입니다.”

“네.”

“저는 외주비용 절감 쪽에 좀 더 힘을 실어야 해서요.”

하진기가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하하, 네. 오늘은 다들 고생했으니까. 일찍 퇴근합시다. 회식보다 그게 좋죠?”

팀원들이 활기차게 답했다.

“넵!”

퇴근한 강철이 서울 시내 모처 일식당으로 향했다.

그곳에서 케이벤처캐피털 심사역인 신주영을 만나기로 했기 때문이었다.

500억.

그 투자에 결정에 대한 답례 겸, 할 말이 있기 때문이었다. 식당에 도착하자 신주영이 먼저 와서 기다리고 있었다.

“안녕하십니까. 대표님.”

“하하, 네. 오랜만입니다.”

“소식은 들었습니다. 투자받은 돈으로 리민스 라는 핀테크 업체를 인수하셨다고요. 그때 비밀로 하신 회사가 거긴가요?”

리민스.

블록체인 기반의 핀테크 업체로 강력한 보안 기술을 가진 회사였다. 추후 국내 간편 현금결제(각종 페이류 결제 방식) 시장은 리민스가 독보적 우위를 가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국내 최대 채팅앱 망고톡이나 1위 포털 사이트인 디커버리의 페이 서비스에서도 리민스의 모듈을 가져다 사용했으니까. 아마 대산도 그렇게 될 것이다.

강철은 거기까지 생각하고 투자를 진행한 것이다.

“맞습니다. 덕분에 투자를 진행할 수 있었습니다. 감사합니다.”

그렇게 인사말이 오가고, 바로 음식들이 차려졌다.

한동안 서로의 근황을 나눈 강철은 바로 본론을 꺼내 들었다.

“전 아이온이 국내 기업에 머물길 바라지 않습니다.”

“하하, 그건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제가 주도적으로 투자를 진행한 회사니까요.”

“그리고 아주 빠르게 성장하길 원하고요.”

“하시고자 하시는 말씀이 있으면 시원하게 하시면 됩니다. 빙빙 돌리지 않으셔도 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다른 회사 인수가 가장 빠르다 생각합니다. 그런데 일 진행을 믿고 맡길 만한 사람이 부족해요.”

강철이 뚫어져라. 신주영을 보았다. 신주영이 당황한 표정으로 답했다.

“대표님 그건 윤리규정에 위반됩니다. 제가 투자를 진행한 회사에 입사한다니…….”

하지만 강철은 밀고 나갔다.

“사모 펀드를 하나 만들 생각입니다. 거기 대표 자리가 비어 있어요. 심사역님도 언제까지 그곳에서 심사역만 하진 않으실 거잖습니까.”

신주영의 눈빛이 파르르 떨렸다. 강철이 자신의 마음을 꽤 뚫어보았기 때문이었다. 언젠가는 한 회사의 대표로 자신의 가치대로 투자를 진행하고 싶었다.

강철이 흔들리는 신주영을 보며 말했다.

“참고로 말씀드리면 전 전적으로 심사역님께 회사 운영을 맡길 생각입니다. 다만 제가 지명하는 회사만 꼭 투자 대상에 넣어주시면 됩니다.”

“……너무 갑작스럽습니다.”

“당장 결정하라는 말은 아닙니다. 한번 고민해 보세요. 원하시는 조건에 대해서도 편하게 말씀 주시면 최대한 맞춰 드리겠습니다.”

그 말을 들은 후로 신주영은 밥이 입으로 들어가는지 코로 들어가는지 모를 정도로 정신이 없었다.

‘갑자기 대표라니…….’

아직 그의 경력은 겨우 심사역 4년 차에 불과했다. 한 회사의 대표는 그저 막연히 꿈속에 있는 것이었는데…….

그 꿈이 현실화하려 하고 있었다.

* * *

비슷한 시각.

대산 그룹의 한 회의실에서 이사진 회의가 열렸다.

이사진.

흔히 생각하는 이사, 상무, 전무 같은 임원이 아니라 회사의 경영상의 중대한 결정을 하는 등기 이사진 회의였다.

등기이사의 결정에 따라 대표이사 해임 및 선임, 임원들의 성과급, 대규모 투자 등이 결정되기에 막강한 권한과 책임이 있는 자리였다. 황희석도 등기이사라는 직함을 달고 있었다.

“9회차 임시 이사회를 시작하겠습니다.”

그런데 개회를 알리는 등기이사가 진용민이 아니었다.

차학윤.

㈜대산의 사장이자 대표이사였다. 진용민이 아닌 이유는 그가 회장이긴 했지만, 등기이사가 아니기 때문이었다.

왜?

-상법 제399조(회사에 대한 책임)

① 이사가 고의 또는 과실로 법령 또는 정관에 위반한 행위를 하거나 그 임무를 게을리한 경우에는 그 이사는 회사에 대하여 연대하여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 <개정 2011.4.14.>

-상법 제401조(제삼자에 대한 책임)

① 이사가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로 그 임무를 게을리한 때에는 그 이사는 제3자에 대하여 연대하여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 <개정 2011.4.14>

…….

그 이유는 위와 같았다. 일반 임원이 아닌 등기이사가 되면 상법에 규정된 책임을 지기 때문이었다.

진용민은 이미 대주주이자 회장으로서 막강한 권한을 휘두르고 있었다.

등기 이사진도 전부 진용민, 진동만의 입김이 닿아 있는 사람이었다. 굳이 등기이사에 선임되어 책임을 질 필요가 없는 것이다.

차학윤이 오늘 결정해야 할 안건에 대해 말했다.

“임원 하반기 성과급 지급 승인의 건. 표결하겠습니다.”

-찬성.

-찬성.

-찬성.

…….

“강남점 리뉴얼 공사 계약의 건.”

-찬성.

-찬성.

-찬성.

…….

“CTO(Chief Technical Officer) 직책 신설의 건.”

-찬성.

-찬성.

-찬성.

…….

안건은 빠르게 통과되었다. 그렇게 전체 안건이 끝나고, 이사진들 간의 사담이 이어졌다.

차학윤이 이사진들을 보며 말했다.

“이강철 그 친구 실력이 엄청난 모양이야. 명예회장님께서도 아주 흡족해하셨어.”

황희석이 마주 웃으며 말했다.

“다행입니다. 회사에 그런 인재가 나와서.”

“겨우 일주일 테스트이긴 했지만, 매출액도 5%나 신장시키다니. 그 시스템의 효과가 그 정도일 줄 누가 알았겠나.”

그 말에 이사진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황희석은 굳어지려는 표정을 애써 풀었다.

“맞습니다. 저도 정말 놀랐습니다. 그래서 말인데요…….”

황희석이 살짝 목소리를 낮추며 말했다.

“현재 보류된 플랫폼 기업으로의 전환 프로젝트 있지 않습니까.”

“흠…… 그 건은 문제점이 많아서 보류됐잖아.”

“이강철 이사에게 맡겨보면 어떻습니까?”

이사들의 시선이 황희석을 향했다.

“지금까지 그가 해낸 프로젝트를 보면 기술 베이스에서 이루어지는 어려운 것들이었습니다. 그런 그의 기술력이면 이 프로젝트도 성공적으로 이끌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만약 이게 성공한다면 회사에도 새로운 수익원이 하나 창출되는 것이고요.”

등기이사들의 대표인 차학윤이 고개를 끄덕였다.

“일 리는 있어.”

황희석이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회장님께 한 번 건의를 드려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미소로 벌어진 입가 사이로 반짝이는 금니가 보였다.

“알겠어. 한번 말씀드려 보지.”

* * *

외주비용 절감 프로젝트.

거기에 참가하는 임직원들이 강철을 따르는 건 단순히 능력이 있기 때문만은 아니었다.

그 능력을 지시하는 데만 쓰지 않고, 실제 업무에 참여해 묵묵히 일을 해주기 때문이었다.

-장바구니 테스트 완료 이강철.

-상품 결제 테스트 완료. 이강철.

-상품 업로드 테스트 완료. 이강철.

-고객 결제 집계 프로시져 수정 완료. 이강철.

강철이 시간 날 때마다 한 작업이었다. 그렇게 작업에 직접 참여해 일하자, 임직원들이 개발에서 어떤 애로사항이 있는지 더 잘 알 수 있었다.

강철은 아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굳이 필요치 않은 작업은 잘라내고, 필요한 작업은 추가시키며 일을 합리적으로 진행했다.

그게 직원들의 공감대를 얻어냈고, 임직원들의 신뢰가 되어 돌아왔다.

강철은 오늘도 외주비용 절감 프로젝트의 막바지 수정 및 테스트에 집중하고 있었다. 또 하나의 테스트를 마친 강철이 물었다.

“상품 복원/리셋 기능 수정했는데 이거 담당자가 누구죠?”

그러자 한 직원이 손을 들었다.

“잠시만요.”

이내 직원이 가까이 다가왔고, 강철이 빠르게 말을 이었다.

“테스트 완료했는데 맞게 했는지 한번 봐주시겠어요. 삭제해야 할 데이터가 남아 있다거나 삭제되지 말아야 할 데이터가 삭제된다거나.”

그러면서 모니터에 엑셀 창을 하나 띄웠다.

“여기 삭제해야 할 테이블 목록입니다.”

“네. 자리로 돌아가서 한번 확인해 보겠습니다.”

“잘 아시겠지만, 이 기능이 워낙 중요해요. 제가 혼자 해도 되지만 크로스체크가 필요합니다.”

그러자 직원이 살짝 고개를 숙였다.

“아이고, 아닙니다. 당연히 크로스체크 해야죠.”

“네. 그럼 부탁 좀 드리겠습니다.”

강철이 공손한 태도로 답하자 직원은 더욱 깊숙이 고개를 숙였다. 강철의 이런 태도가 직원들의 신망을 얻는 비결이었다.

자리로 돌아간 직원은 바로 테스트를 진행했다.

“어디 보자…… 상품 복원/리셋이라.”

해당 기능은 비상시를 대비해 만들어졌다. 복원 시점을 정하고, 버튼을 누르면 데이터가 복원된다.

리셋은 특정 시점을 선택하고, 버튼을 누르면 해당 날짜 이후 데이터가 전부 지워지는 기능이었다. 직원은 먼저 복원 버튼을 눌렀다. 그리고 해당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는지 확인해 보았다.

“TB_GOODS, TB_GOODS_REL, TB…….”

직원이 테이블 이름을 중얼거리며 확인해 나갔다. 몇 번을 살펴보았지만, 자신이 보기에도 전혀 문제가 없어 보였다.

“다음은 리셋이지…….”

그리고 리셋버튼을 누르는 순간.

직원은 뭔가 이상함을 느꼈다. 원래라면 화면에 확인 팝업이 나타나야 하는데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뭐지…….”

직원이 의아한 표정으로 화면을 리프레시 해보았다.

그러자.

-500 Internal Server Error

서버 에러가 떡하니 화면에 나타났다. 이건 서버 자체가 죽었다는 뜻이었다. 당황한 직원이 모니터를 보며 중얼거렸다.

“뭐, 뭐야.”

비단 그 직원만의 일이 아니었다. 다른 직원들도 하나둘씩 자리에서 일어나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사방을 살폈다.

“서버 다운된 것 같은데?”

“누구야. 누가 서버 내렸어.”

리셋 기능을 테스트하던 직원의 목이 잔뜩 움츠러들었다.

“그, 그게. 제가 방금 리셋 기능을 테스트하긴 했는데…….”

그 직원에게 심기준 과장이 다가왔다.

“자세히 말해봐. 뭘 했다고?”

“이강철 이사님이 리셋 기능을 테스트해 보라고 하셔서요. 그걸 테스트하다 이렇게 된 것 같은데…….”

“리셋?”

직원이 잔뜩 주눅 든 표정으로 말했다.

“네. 이게 아무래도 서버에 부하를 많이 주는 기능이다 보니까. 이것 때문에 그런 것 같은데…….”

그때.

윤찬민이 다급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것 때문이 아닙니다. 당장 전체 서버부터 내리겠습니다!”

-immediately shutdown.

-immediately shutdown.

-immediately shutdown.

명령어가 날아가며 서버가 하나둘씩 내려졌다. 강철이 윤찬민에게 다가가 물었다.

“왜 무슨 일입니까.”

“……아무래도 해킹을 당한 것 같습니다.”

놀란 강철이 되물었다.

“네?”

“갑자기 한국만이 아니라 미국, 일본, 유럽 리전에도 팀에서 만들지 않은 서버가 생성되어 있었어요.”

“이게 도대체…….”

강철이 과거 자신의 기억을 뒤적여 보았다. 하지만 이런 일은 기억나는 게 없었다.

“이렇게 단시간에 수십 개의 서버를 만들고, 기존 서버를 무력화시킨 걸 보면 NCS 권한을 탈취해서 서버 생성 외부 API를 이용했다고밖에 볼 수 없습니다.”

강철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말했다.

“혹시 어플리케이션 코드에 NCS 암호키 넣어서 쓰시는 분 있습니까?”

그러자 여기저기서 손을 들었다.

“DB 접근을 위해 사용 중입니다.”

“……저, 저도 데이터 스트림용으로 쓰고 있는데.”

“당장 해당 키에 부여된 권한부터 확인해 보세요. 거기에 NCS 서버 생성 접근 권한 있는지.”

“아, 알겠습니다.”

강철이 다시 윤찬민을 보며 말했다.

“윤 주임은 저랑 로그 좀 살펴봅시다.”

“네.”

강철이 긴박한 표정으로 자리로 돌아가 집중했다.

해킹이라니…….

실제 운영 상황에서 이런 일이 벌어졌다면 큰 사고로 이어질 뻔했다.

‘어디서 문제가 생긴 걸까…….’

자리에 앉아 있는 강철의 셔츠가 땀으로 젖어갔다. 그만큼 현 문제가 심각하다는 뜻이었다.

* * *

그 소식은 바로 전 사로 퍼져 나갔다.

“들었어? 외주비용 프로젝트 빠그라진 거?”

“왜?”

“해킹당했대.”

“뭐? 해킹? 그거 이강철 이사님이 총괄로 있는 거잖아.”

“그러게 이 이사님도 해킹에는 속수무책인가 보지.”

“헐…….”

“이 이사님 기세가 심상치 않았는데 급제동 걸리겠어.”

“너무 급하게 올라오긴 했지.”

여기서 수군, 저기서 수군대는 통에 황희석도 알 수밖에 없었다.

그 소식을 접한 황희석이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거기에서 그치지 않고 바로 최규범을 호출했다.

그가 집무실로 오자마자 황희석이 채근했다.

“자세히 좀 말해봐 봐. 어떻게 된 거야.”

“소문 그대로예요. 갑자기 해킹을 당했습니다.”

“갑자기?”

“네. 저희도 지금 원인 파악 중입니다.”

입가가 씰룩거리며 춤을 추었다.

‘역시 그 자식도 만능은 아니었어.’

그런 생각은 아는지 모르는지 최규범이 말을 이었다.

“저희가 사용하는 NCS 계정이 해킹당해서 누군가 비트코인 채굴 서버를 엄청나게 만들어놨습니다. 그대로 놔뒀으면 아마 이번 달 서버 비용만 수억대가 나왔을 겁니다.”

“그 정도야?”

“네. 기존에 운영하던 시스템들은 전부 먹통이 됐고요.”

“헐…….”

“이강철 이사도 엄청나게 당황한 것 같습니다.”

당황했다. 그 말에 결국 황희석이 ‘픽’ 하고 헛웃음을 흘렸다.

황희석이 급히 입가를 가리며 말했다.

“더 해봐.”

“현재 서버를 전부 내렸습니다. 계정 비밀번호도 바꾸고요.”

황희석이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들으면 들을수록 기분이 좋아졌다. 최규범이 그런 황희석을 보며 말했다.

“저는 이제 내려가 봐야 할 것 같습니다. 사태 수습을 해야 해서.”

“그래. 바쁜데 어서 가봐. 상황 바뀌면 연락해 주고.”

“알겠습니다.”

최규범이 문을 열고 나가자마자 황희석은 입을 크게 벌리며 호탕한 웃음을 터뜨렸다.

“으하하하, 그놈 자식 꼴 좋다. 내가 언젠가 이럴 줄 알았어. 높이 올라갈수록 숙일 줄 알아야지. 뭐? 이삭의 무게를 책임질 수 있다고? 하하하, 과연 책임질 수 있을지 두고 보자.”

퇴근 시간이 될 때까지 황희석의 입가에서 미소가 떠나질 않았다.

* * *

퇴근 시간.

하지만 강철은 자리에서 엉덩이도 떼지 않았다. 로그를 살펴본 결과 문제점은 정확하게 파악했다.

‘우리 쪽 권한이 탈취됐다. 문제는 해당 권한이 어디서 빠져나갔는지 인데…….’

Aemqkj_!majGGGG.

이 키만 있으면 NCS의 어떤 기능도 사용할 수 있었다. 한 직원이 NCS 관리자 권한을 해당 키에 부여해 놓았기 때문이었다.

문제는 이 ‘키’가 어디서 빠져나갔는지였다.

고민에 빠진 강철에게 윤찬민이 다가왔다.

“보안팀에서 연락 왔습니다. 해킹 흔적이 안 보인다고 합니다.”

“흠…… 그럼 NCS가 해킹됐다는 말이잖아요.”

“네. 아무리 봐도 그런데…….”

“NCS 서포트에서 온 답변은요.”

“그쪽에서도 자사 시스템에는 문제가 없다고 합니다.”

“흠…….”

둘 다 문제가 없다. 그렇다면 한쪽은 거짓말을 하는 것이다. 강철도 쉬이 믿기 힘들었다.

‘NCS가 뚫렸다는 건 상상하기 힘든데…….’

NCS.

나일 클라우드 서비스.

세계에서 가장 거대한 규모의 클라우드 서비스 이자 최고의 기술력을 가졌다고 알려진 집단이다.

강철이 윤찬민을 보며 말했다.

“일단 우리 쪽도 계속하면서 NCS에서도 동시에 확인을 부탁해 보죠.”

“알겠습니다.”

지시를 내린 강철이 전화기를 들었다.

“이강철입니다.”

-네. 대표님.

“혹시 지금 시간 되십니까?”

-네. 그런데 무슨 일이신지…….

“해킹 테스트를 좀 진행했으면 해서요.”

그 말에 전화기 반대편에서 들뜬 목소리가 들렸다.

-오오, 해킹 테스트요? 어딜 하면 되겠습니까?

“NCS. 그리고 대산 그룹입니다.”

-하하, 그거 진짜 재밌겠는데요.

“이건 공식적으로 진행해야 하니까. 일단 대산 그룹 본사로 좀 와주세요.”

-알겠습니다. 지금 당장 가겠습니다.

전화를 끊은 강철이 주먹을 쥐었다 펴며 손가락 스트레칭을 했다.

“리민스 홍 대표랑 같이하면…… 일주일이면 충분해.”

리민스.

강철이 최근 인수한 핀테크 업체였다. 핀테크의 핵심은 보안이었고, 그곳의 대표인 홍재준도 아직 알려지지 않은 보안 관련 실력자 중 한 명이었다.

* * *

그렇게 며칠이 지나고.

NCS 미국 본사.

정보보안팀 시니어 엔지니어 래리 랭포드가 얼마 전 올라온 VoC건을 보며 냉소를 흘렸다.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는 거야. NCS 로커 저장소가 해킹당한 것 같다니.”

옆에 있던 동료도 비슷한 표정이었다.

“나도 그거 보고 어이가 없었다니까. 거기에 적용된 보안만 몇 가지 종류가 있는데. 솔직한 말로 그거 뚫으려면 펜타곤 해킹하는 게 더 쉬울걸.”

“내용 봤냐? 그건 더 어이없어. 함부로 ‘관리자 권한’을 키에 부여해서 사용하질 않나. 그걸 로컬 컴퓨터에 저장하질 않나. 그래 놓고선 우리 쪽 문제라는 투로 말하니.”

“쯧쯧. 하여간 옐로 몽키들이란. 이해할 수가 없다니까.”

둘은 그렇게 시시덕거리며 대화를 나누었다.

그때.

문이 열리며 프린서플 엔지니어인 조지 머피가 들어왔다. 시니어 엔지니어보다 2단계나 높은 직급이었다.

“K-21817222. VoC건 처리 담당자 래리 랭포드.”

“……네.”

“일 처리를 어떻게 한 겁니까?”

래리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되물었다.

“……네?”

“로커 저장소 보안 취약점이 신고 됐는데 K-21817222. VoC건과 연결이 되어 있더군요.”

래리는 여전히 이해하지 못했다.

“그게…… 무슨 말씀이신지…….”

“당장 NCS 버그 리포트에 들어가 보세요. 거기에 영상 하나 올라와 있을 테니까.”

마른침을 삼킨 래리가 급히 사이트에 들어가 조지가 말한 영상을 플레이해 보았다.

-지금부터 NCS 로커 저장소를 해킹해 보겠습니다.

그 뒤로 눈으로 보면서도 믿기지 않는 내용이 펼쳐졌다.

* * *

나일 한국지사.

그곳의 지사장 김준모는 아주 난감한 상황에 부닥쳐 있었다.

“……죄송합니다.”

김준모가 살짝 고개를 숙였다. 그러자 반대편에 앉아 있던 대산 그룹 법무팀 과장이 NCS의 이용약관을 읊었다.

“이번 건은 비즈니스 크리티컬 시스템 중단에 해당합니다. NCS 측의 약관에 따르면 15분 이하로 응답해 줘야 하고요. 그런데 15 분만에 돌아온 응답이 NCS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 이런 무성의한 대답이 어디 있습니까.”

이번에는 강철이 팔짱을 낀 채 김준모를 쳐다보며 천천히 입을 열었다.

“실 서비스 중에 벌어졌으면 정말 큰일이었습니다.”

두 명의 거듭된 항의에 김준모는 연신 고개를 숙일 수밖에 없었다. 자신들의 잘못이 명확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한편으로 억울하기만 했다.

‘분명 본사에서도 아무 문제 없다고 했는데…….’

보안은 심각한 문제다.

김준모는 해당 건을 바로 본사에 의뢰했고, 문제가 없다는 대답을 받았다. 그리고 그걸 다시 대산 쪽에 보내줬지만…….

김준모의 상념은 오래가지 못했다. 법무팀장이 서류 한 장을 내밀었다.

“이건 법원으로 가기 전에 저희가 제시하는 합의안입니다.”

거기에는 이번 사안에 대한 NCS의 배상 내용이 적혀 있었다.

-NCS 이용 1년 차 무료.

-NCS 이용 2년 차 30% 비용할인.

-NCS 이용 3년 차 20% 비용할인.

-NCS 이용 3년 차 10% 비용할인.

그나마 다행인 것은 직접 금전적인 손해 배상을 청구하진 않았다는 것이다. 만약 그랬다면 정말 들어주기 힘들었으리라.

하지만 이 정도는 내부에서 협의해 볼 수는 있었다. 김준모가 고개를 끄덕였다.

“일단 내부적으로 논의를 해보겠습니다.”

“네.”

그렇게 법무팀 일이 끝나고, 지사장이 강철을 보며 말했다.

“죄송합니다. 이사님. 이런 불미스러운 일이 생겨서.”

“아닙니다. 세상에 완벽한 프로그램은 없다고 생각하니까요. 다만 사후 처리에서 아쉬운 부분이 있었지만…… 적당 선에서 합의해 주신다면 크게 문제 삼고 싶진 않습니다.”

이번에도 김준모가 살짝 고개를 숙였다.

“감사합니다. 그리고 한 가지 부탁드리고 싶은 게 있는데 혹시 말씀드려도 될까요?”

“네. 말씀하세요.”

“해킹 시연 보여주신 것 있지 않습니까.”

“네.”

“혹시 시작부터 끝까지 어떻게 작업했는지 말씀해 주실 수 있을까요? 아! 물론 소정의 컨설팅 비용은 지급하겠습니다.”

“접근 방법이라면…….”

“단순히. 이런 문제가 있었다가 아니라 접근 방법에서부터 공격 방법을 떠올리게 된 아이디어까지요.”

“가능합니다. 단.”

강철이 김준모를 보며 입가에 미소를 그렸다.

“소정의 비용이 얼마냐에 따라 달라질 것 같군요.”

순간.

김준모의 이마에서 땀이 ‘삐질’ 흘러내렸다.

* * *

-상황요약

-일시 : 20XX년 11월 21일 13:41분.

-상황 : NCS 내 대산 닷컴 서버 이상 행태.

-결과 : NCS 로커 저장소 보안 취약점 발견.

-해당 상황에 대해 NCS에 보안 취약점을 신고했으며 NCS 측에서 합당한 보상을 하기로 결정되었습니다.

공식 발표된 내용으로 인해 사내 분위기는 완전히 반전되었다.

“우리가 아니라 NCS가 해킹당한 거라고? 그게 말이 돼?”

“……그, 그러게.”

“그리고 그거 들었어? NCS 보안 취약점 발견한 게 이강철 이사님인 거?”

동료가 고개를 끄덕였다.

“들었지.”

“허…… 진짜 뭐라 할 말이 없다. 할 말이. 그분은 도대체 못 하는 게 뭐야. 데이터 분석에 보안까지. 외주비용 절감 프로젝트팀원들한테 들어보니까 프로그래밍 실력도 수준급이라더라.”

“확실히 이사 될 만해. 이 정도면 진짜 인정하지 않을 수가 없다.”

이런 임직원들의 반응은 진용민의 귀에도 들어갈 만큼 폭발적이었다.

그 시각.

강철은 진용민의 집무실에 앉아 있었다.

“이야기는 들었네. 이번에 작은 사고가 있었다고.”

“네. 다행히 잘 처리되었습니다.”

“재무팀에서도 아주 좋아하더군. 덕분에 서버 비용 지출이 확 줄었다고.”

“하하, 아닙니다.”

진용민이 목소리를 낮추었다. 그리고 강철을 유심히 바라보았다.

“NCS의 보안 취약점을 발견하고 조언해줄 정도의 실력자라…….”

“리민스의 홍재준 대표가 큰 도움을 주었습니다. 그가 아니었다면 일주일 안에 해결은 어려웠을 겁니다.”

진용민이 두 손에 깍지를 낀 채 강철을 보았다.

“이러나저러나 자네가 해결한 건 마찬가지지. 뭐, 어쨌든 이런 이야기나 하자고 부른 건 아니야.”

강철이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 잠시 뜸을 들이던 진용민이 천천히 입을 열었다.

“회사에 CTO 직책을 신설했네.”

CTO.

Chief Technical Officer.

최고 기술 책임자의 준말로 대산 그룹에는 없는 직책이었다. 그건 미래에도 마찬가지였다. 아마 자신에게 CTO 자리를 주겠다는 말이리라.

강철이 최대한 감정을 절제한 채 답했다.

“온라인 쇼핑 부문을 활성화하려면 회사에 꼭 필요한 자리라 생각합니다.”

“맞아. 우리도 만들 때가 되긴 했지.”

“네.”

강철은 짧게 대답하고, 진용민을 보았다. 진용민 역시 강철을 보고 있었다. 두 사람의 시선이 허공에서 부딪쳤다.

진용민이 먼저 입을 열었다.

“자리를 만들었으니 사람이 필요한데…….”

여전히 강철의 표정은 담담했다.

그런 강철을 보며 진용민은 생각했다.

‘이 정도 말했으면 이 자리에 자기를 앉힐 거란 생각에 들뜬 기색이 나타날 법도 한데…… 아버지의 말씀처럼 확실히 여우긴 여우야.’

생각을 마친 진용민이 강철의 두 눈을 직시했다. 그리고 바로 본론을 꺼내 들었다.

“자네가 보기에는 나는 어떤가?”

강철의 입이 머리보다 먼저 반응했다.

“훌륭하신 분입니다.”

“그런 입바른 소리 말고.”

강철은 진용민의 의도를 꿰뚫어 보고 있었다.

‘줄을 서란 의미겠지.’

하지만 아직 둘 중 한 명의 뒤로 설 필요성을 못 느끼고 있었다. 강철은 조용히 하는 것으로 해결되지 않을 거라 생각했다.

“아직 회사 생활을 한 지 1년밖에 되지 않았습니다. 제가 감히 어떻게 회장님을 평가하겠습니까.”

하지만 진용민도 만만치 않았다. 코웃음을 치며 강철을 보았다.

“아직 날 따를 만한 능력을 보지 못했단 말이군. 하긴 자네 정도라면 그럴 수 있어. 번번이 내 예상을 뛰어넘는 일을 해주고 있으니까.

진용민이 의자 깊숙이 몸을 기댔다.

“CTO 자리에 앉혀주고, 환심을 살 생각이었지만 쉽게 넘어오지 않는군. 더구나 그사이 또 상황이 변해 버렸네. 자네가 NCS의 보안 취약점을 찾아버린 것이지.”

“높이 평가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입사하자마자 보안 패치를 만들어 회사를 위기에서 구해주고, 추천시스템을 만들어 정체된 매출을 올려주고. 거기에 외주비용을 절감해 회사의 돈을 절약해 줬네. 충분히 높이 평가할 만해.”

“감사합니다.”

“여튼 사족은 여기까지 하고. 연말 인사에서 CTO 자리로 영전될 거야. 공식적으로 C 레벨급 임원들과 비슷해지는 거지.”

강철이 마른침을 삼켰다.

C 레벨.

즉 최고위급 직원이 된다는 뜻이었다.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그리고 이거.”

진용민이 서류 뭉치를 하나 내밀었다. 그 서류에는 ‘대산 그룹 재도약 방안’이라는 제목이 적혀 있었다. 진용민이 약간의 설명을 덧붙였다.

“이건 예전에 회사에서 추진하다 중단된 프로젝트야. 한번 검토해 보고, 실현 가능성에 대해 말해주면 돼. 극비 프로젝트니까. 누구에게도 말하지는 말고.”

“알겠습니다.”

“내가 할 말은 끝났네.”

진용민이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 할 말 있으면 해보라는 뜻이었다.

강철이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CTO가 되면 인센티브는 오직 ㈜대산 주식으로만 받았으면 합니다.”

진용민의 표정이 밝아졌다.

“그거 듣던 중 반가운 소리군.”

“그리고 개인적으로도 지분을 매입하고 싶습니다.”

“얼마나?”

“일단은 0.5% 정도 생각 중입니다.”

진용민이 눈을 가늘게 뜨며 강철을 보았다.

“일단이라는 말은…….”

“최대 5%까지 생각하고 있습니다. 제가 대산 그룹에 있는 한 기업의 가치는 계속 올라갈 테니까요.”

5%.

현재 진용민이 가진 주식이 9%였다. 정말 5%까지 주식을 사게 된다면 대주주 반열에 오를 정도의 숫자였다.

강철의 속내를 모르는 진용민이 호탕한 웃음을 터뜨렸다.

“하하하하, 지금까지 수없이 많은 임원 인사를 진행했지만 자네 같은 사람은 처음이야.”

강철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그렇게 해도 되겠습니까?”

“우리 회사 임원이 주식을 사서 책임 경영을 하겠다는데 나야 대찬성이지.”

강철이 살짝 고개를 숙였다.

“감사합니다.”

진용민이 솥뚜껑 같은 손을 내밀었다.

“앞으로 잘해보자고.”

강철이 그 손을 맞잡았다.

“네.”

진용민은 꿈에도 생각지 못하고 있었다. 지분을 매입하겠다는 강철의 속내가 어떤 것인지.

* * *

자리로 돌아온 강철은 바로 서류를 펼쳐보았다.

-대산 그룹 재도약 방안

그 표지를 한 장 넘기자 과거 자신이 기억하고 있는 대로 ‘플랫폼 기업으로의 전환’에 대한 이야기가 가득했다.

시에 회사는 진선미 전무를 주축으로 임직원들이 프로젝트에 열과 성을 다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는 실패했다.

그 이유에는 몇 가지가 있었다.

-인재 부족.

-기술력 부재.

이제 자신이 맡았으니 일은 다르게 돌아갈 것이다.

강철은 천천히 프로젝트 기획안을 살펴보았다. 과거 강철은 회사의 부속품으로 일했기에 이런 서류는 보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한 시간 뒤.

강철은 기획안을 처음부터 끝까지 읽었다. 이내 강철의 시선이 기획안의 한 곳에 멈췄다.

1단계. 추천시스템을 대산에 적용하여 성공.

2단계. 추천시스템 국내 타 온라인 쇼핑몰 적용 후 성공.

3단계. 해당 서비스 전 세계 시장 진출.

과거에도 이와 같은 목표를 세웠지만 1단계에서 2단계로 넘어가지 못했다.

만약 그게 성공했다면 진선미가 ㈜대산의 주인이 되었으리라.

“인재와 기술력이 부족해 실패한 사업이다. 기술력이란 곧 인재. 유능한 인재를 구하려면 한국에서는 불가능해. 1단계가 끝나면 미국 지사를 세워서 그곳에서 인력을 채용하고, 사업을 진행하는 게 성공하는 길이다.”

답은 나와 있었다. 하지만 강철의 고민은 그게 아니었다.

“하지만 아직 대산의 지분도 얼마 가지지 못한 상태에서 이 일이 빠르게 진행되어 정말 성공한다면…… 대산의 가치가 가파르게 상승한다.”

이건 추천시스템과는 차원이 다른 프로젝트였다. 그저 인하우스용으로 사용하는 시스템이 아니라 다른 회사에 서비스해 매출을 일으킨다는 건 기업의 체질 변화를 뜻하는 것이기도 하니까.

“그렇게 되면 닭 쫓던 개 지붕 쳐다보는 격이 되어버려. 그렇게 되지 않으려면…….”

자신의 돈을 넣어야 한다. 그렇게 해야만 성과의 과실도 나눌 수 있었다.

“이를테면 미국에 사모 펀드를 조성해서 그 펀드로 회사를 만들고, 그렇게 만들어진 회사가 무조건 필요하다는 식으로 회장을 설득해 플랫폼 사업부만 따로 떼 합병을 한다면…….”

길이 조금 보이는 것 같았다. 강철은 이리저리 고민은 좀 더 해보았다.

회사 안에서 어떻게 하면 회사를 잡아먹을 수 있을지를.

to be continued

회귀자의 성공 라이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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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KIN 현대 판타지 장편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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