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장 별이 되다
진선미의 미간이 좁혀졌다.
“회장실에 들어갔는데 아직도 나오지 않았다고요?”
비서가 고개를 숙이며 답했다.
“네. 아직 대화 중이라고 합니다.”
“벌써 한 시간이 넘었잖아요.”
“네.”
“그렇다는 말은…… 뭔가 상황에 변화가 생겼다는 건데…….”
진선미가 살짝 눈을 감으며 생각에 잠겼다.
어떤 변화가 생기는 걸까. 저 안에서 둘이 무슨 대화를 나누고 있는 걸까. 왜 오빠는 겨우 신입사원에 불과한 이를 데리고 한 시간이나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걸까.
여러 물음이 머릿속을 떠다녔다.
비서가 살짝 목소리를 낮추었다.
“이번 발표를 이강철 주임이 진행하기도 하고, 전무님께서 관심을 두고 계신 것 같기도 해서 혹시나 우리 쪽 인원이 될 때를 대비해 뒷조사를 좀 해봤습니다.”
진선미가 눈을 반짝였다.
“그런데요?”
“흥미로운 점이 몇 가지 있었습니다. 그의 경력이 에이글의 문제를 푸는 것에서 끝난 게 아니었습니다.”
비서가 빠르게 말을 이었다.
“최근 텐센트에 인수된 퍼그라는 게임회사 투자 그리고 아이체크라는 건강앱에도 투자를 진행했더군요. 더구나 퍼그사에는 2억 투자로 불과 몇 개월 만에 120억이라는 수익을 기록했습니다. 아이체크도 성장성을 인정받아 시장의 시선을 끄는 중이고요. 실력만이 아니라 기업을 보는 안목도 있는 친구더군요.”
“퍼그와 아이체크라…….”
“음식 칼로리 계산 서비스인 모양인데 사람들의 입소문을 타면서 시장의 큰 관심을 받고 있습니다. 공교롭게도 두 회사 모두 이강철 주임이 투자한 이후에 기업 가치가 올라가는 중입니다. 그리고 중요한 점은 두 회사에서 사용하는 핵심 알고리즘 역시 이강철 주임이 제공했다고 합니다. 그걸 대가로 지분을 더 가져갔고요.”
“흠…….”
“회장님께서 이런 사실을 모를 리 없을 겁니다. 더욱이 인재를 중용하시는 분이니 여러 조건을 제시하며 퇴사를 만류하고 있을 겁니다.”
“알고리즘에 강점이 있는 친구이니 다시 데려다 관련 개발을 시킨다.”
“네. 정확히는 추천 시스템이 될 것 같습니다. 기존에 하던 것이니까요.”
“그게 회사의 중추를 이루게 되면…….”
“전무님의 입지는 더 좁아지게 될 겁니다. 아마 계열사 하나 없이 그룹을 나오셔야 할 수도 있습니다.”
까득.
진선미가 손톱을 깨물었다.
회사에 오빠의 심복들이 많아질수록 자신이 설 자리가 없어진다. 조선 시대 왕도 나라를 마음대로 할 순 없었다. 능력 있는 신하가 받쳐 줘야 왕 노릇을 할 수 있는 것이다.
회사도 마찬가지다. 인재가 중요하다. 그래야 일을 진행할 수 있었다. 더구나 진선미는 지분에서도 진용민에게 밀리는 데 인재에서도 밀리면 정말 끝이었다.
“아직 하진기 팀장은 중립이라고 했죠?”
“네. 특별히 라인은 없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강철을 처음 발굴한 게 하진기고.”
“맞습니다.”
“그럼 하진기부터 만나보세요. 최대한 우리 쪽으로 이끌어주면 추후 이강철도 우리 쪽 라인으로 만들 수도 있을 테니. 그리고 만약 이미 회장 라인을 탔다면…….”
“그렇다 해도 대산 닷컴 리뉴얼은 포기할 수 없습니다. 명예회장님께 말씀하셔서 겨우 따낸 프로젝트니까요. 여기서 성과를 내지 못하면 뒤는 없습니다.”
진선미가 아랫입술을 깨물며 비장한 표정으로 답했다.
“알고 있습니다.”
“하진기만큼은 무조건 되게 하겠습니다.”
비서가 꾸벅 고개를 숙였다.
* * *
저녁 6시 30분 발표장 뒤편 사무실.
퇴근 시간이 다 되었지만, 팀원들은 자리를 뜨지 못하고 있었다. 회장실로 올라간 강철이 생각보다 안 오고 있기 때문이었다.
하진기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
“왜 이렇게 안 오지. 회장님과 무슨 이야기를 이렇게 오래 하는 거야.”
김정민이 하진기에게 물었다.
“팀장님. 이 주임 퇴사 보고했다고 하셨죠?”
그 말에 천준호, 윤찬민, 유혜인을 비롯해 다른 팀원들이 일제히 김정민을 보았다.
유혜인이 급히 물었다.
“과장님,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김정민의 동공이 흔들렸다.
아차…….
하진기가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방금 들었잖아.”
“퇴…… 사요?”
“이번 프로젝트 마무리되면 끝내기로 했어.”
“이직하는 건가요?”
“아니.”
“그럼…….”
“사업.”
그러자 여기저기서 탄성이 쏟아졌다.
“사업?”
“헐…….”
그중의 천준호 말이 가관이었다.
“이 자식이 갈 거면 난 꼭 데려가라고 그렇게 말했는데 혼자서 쏙.”
하진기가 그런 천준호를 보며 물었다.
“뭐야, 너도 퇴사하려고?”
“강철이 사업한다면요. 여기 있는 것보다는 거기 가서 같이하는 게 더 빨리 성공할 것 같은데…… 다들 그 정도 계산이 안 서나.”
그 말에 여기저기서 마른침 삼키는 소리가 들렸다. 그 모습을 본 천준호가 히죽 웃었다.
“보니까 다들 나와 비슷한 생각 하네. 강철이라면 뭔가 세팅을 해놨을 것이다. 거기에 숟가락만 얻으면?”
그러자 다시 사람들의 목울대가 꿀렁거렸다. 천준호는 숫제 그 모습을 즐기고 있었다.
“창업 멤버가 되고, 주식을 받을 테고…… 요즘 데이터 분석이 핫하니까. 꽤 큰 기업 가치를 받을 수도 있을 테고. 그럼 이런 회사원 자리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다?”
김정민이 가장 먼저 메마른 기침을 토했다.
“흠, 큼큼.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하하, 그냥 시나리오 한번 써봤습니다. 조금만 더 기다리다가 안 오면 그냥 갈려고 했는데 안 되겠네. 올 때까지 기다려야지.”
천준호가 시선을 돌려 윤찬민을 보았다.
“찬민이 너 약속 있다면서 어서 가. 퇴근 시간 다 됐잖아.”
“하하, 아니에요. 우리는 하나잖아요. 출근도 함께 퇴근도 함께.”
천준호의 시선이 유혜인을 향했다.
“유 대리님 아까 사무실에 볼일 있다고 하시지 않았습니까?”
유혜인이 어색한 기침을 흘렸다.
“흠흠…….”
사무실에 어색한 공기가 가득 채워질 때쯤 김정민이 당연한 의문을 떠올렸다.
“그런데 왜 이렇게 오래 걸리는 걸까요. 회장님이 퇴사하는 신입사원 붙잡고, 한 시간 넘게 할 말이…….”
하진기의 동공이 점점 커졌다.
“설마…….”
“그거……?”
“너도 같은 생각이냐?”
그때 벌컥 소리와 함께 문이 열렸다. 강철이 면담을 마치고 돌아온 것이다.
문을 열고 들어서는 강철을 향해 팀원들의 시선이 쏠렸다. 하진기가 가장 먼저 물었다.
“왜 이렇게 오래 걸렸어.”
“그냥 뭐.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혹시 퇴사?”
강철이 고개를 끄덕이자 김정민이 참지 못하고 물었다.
“설마…… 부장?”
그 의미를 알아들은 강철이 고개를 흔들었다. 하진기의 입술이 파르르 떨렸다.
“이, 이, 임원?”
강철이 씩 입꼬리를 올리며 대답했다.
“일단 조건을 맞춰보자고 했어요.”
그때.
가장 먼저 행동한 건 천준호였다.
“이사님 가시죠. 제가 커피 한잔 살 테니 거기서 자세한 이야기 좀 나누시죠.”
유혜인이 애타게 손을 들었다.
“저, 저도.”
윤찬민도 가만히 있지 못했다.
“야, 아니. 이, 이사님. 저도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김정민이 기어들어 가는 목소리로 말했다.
“이, 이, 이강철 이사…….”
하진기는 아무 말도 하지 못한 채 멍하니 강철을 볼 뿐이었다.
강철이 팀원들을 보며 당부했다.
“아직 결정된 건 없으니까. 절대 함구해야 합니다.”
그 말에 전체 팀원이 빠르게 고개를 끄덕였다.
* * *
강철은 팀원들에게 간략하게 설명했다.
-퇴사한다고 하니 임원 자리를 제안했다.
그 말에 다들 놀란 기색이 역력했다. 하진기는 잔뜩 충격을 받은 표정이었고, 김정민은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당장에라도 데이터 분석을 더 심도 있게 공부해야 하나…….”
다른 이들도 충격을 받은 건 마찬가지였다.
임원.
군대로 치면 별.
신입사원이 임원이 되는 경우를 보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통신 대기업에서 32살에 최연소 임원이 된 예는 있었다. 하지만 대산 그룹에서는 한 번도 없었던 일이었다.
믿지 못한 하진기가 한 번 더 되물었다.
“지, 진짜지?”
“네. 그런 이야기가 오갔습니다. 아직 결정된 건 아닙니다. 상세 조건을 협의 중이라서요.”
그러자 천준호가 툭 내뱉었다.
“네가…… 라고 해도 되지? 아직 임원 단 건 아니니까.”
“하하, 네.”
“임원을 제안했는데…… 조건을 협의 중이라고?”
“연봉이나 스톡옵션 뭐 그런 것들 있잖아요.”
“그, 그게 중요하긴 하지.”
아직 인센티브나 연봉 같은 세부 사항 조율이 남아 있었다.
“진짜 비결이 뭐냐? 아무리 데이터 분석이 중요하다지만 이렇게 단숨에 임원이라니. 진짜 그 에이글에서 문제를 푼 덕분이야?”
옆에서 듣고 있던 유혜인이 살짝 고개를 갸웃거렸다.
“에이글이 그 정도 파급력은 없을 텐데…….”
이들은 모른다. 자신이 퍼그와 아이체크에 투자해 얼마를 벌었는지.
진용민은 그 안목과 실행력을 높게 산 것이다.
강철이 어깨를 으쓱이며 말했다.
“왜 제게 임원을 제안하셨는지는 잘 모르겠어요. 추천 시스템에서의 성과가 마음에 드신 것 같기도 하고요.”
“후아…….”
“너 정말…….”
강철이 슬쩍 시선을 돌려 시계를 확인했다. 벌써 퇴근 시간을 한참 지나있었다.
“이제 늦었으니까. 돌아가 봐도 될까요?”
“그, 그래.”
“그래야지.”
“가자.”
팀원들이 하나둘씩 자리에서 일어났다. 어느새 밤 8시가 넘어가고 있었다.
* * *
며칠 뒤.
최종 제안이 도착했다.
직급 : 이사.
기본급 : 2억.
인센티브 : 기본급의 300%.
…….
특약 : 외부 활동에 대한 제약을 두지 않는다.
추천 시스템이 완성된 이후 자신을 쳐내고, 개발 인원들을 데리고 기술 내재화를 시킬 것이라는 생각을 안 한 건 아니었다.
하지만 강철로서도 손해 보는 건 없었다.
-추천 시스템 1.0.
이후 대산의 시스템이 2.0이 될 때쯤이면 자신이 속한 ㈜아이온이 가진 데이터 분석 서비스의 성능은 더 뛰어날 자신이 있었으니까.
그리고 강철이 진용민의 제안을 받아들인 이유는 한 가지가 더 있었다.
대산 그룹의 내부 데이터.
데이터 분석 서비스를 만들려면 엄청난 양의 데이터가 필요하다. 해당 데이터를 가지고 테스트를 해봐야 서비스가 잘 작동하는지 알 수 있으니까.
대산은 데이터의 보고였다. 대산 마트, 백화점, 프리미엄 아울렛, 대산 닷컴, 패션 등등에 쌓여 있는 엄청난 양의 데이터가 매일 발생하기 때문이었다.
그것까지 더해진 것이니 이건 절대적으로 자신에게 유리한 조건이었다.
그 계약서에 사인하고 나자 비서실장이 고급스러운 명함첩을 내밀었다.
그 안에는 자신의 명함이 가득 들어 있었다.
“여기 명함입니다.”
-이사 이강철.
두근.
심장이 뛰었다.
‘다시 시작이다.’
과거에는 사원으로 시작해 4년 후 대리가 되었고, 이내 회사를 떠나 사업체를 차렸다.
하지만 이제는 순식간에 임원이 되었고, 별도 사업체까지 가지고 있었다.
전생과는 비교도 되지 않는 삶이 펼쳐지고 있다.
“이사님. 마음에 드십니까?”
이사라는 말에 강철의 입가가 씰룩거렸다.
“네. 감사합니다.”
“사무실 마련되면 연락 드리겠습니다. 그전까지 일주일간은 포상 휴가입니다. 일주일 후 복귀하시면 인사팀에서 특별승진 발표가 있을 겁니다.”
“네.”
비서실장이 손을 내밀었다.
“그럼 앞으로 잘 부탁드립니다. 이사님.”
강철이 그 손을 맞잡았다.
“네. 저도 잘 부탁드립니다.”
* * *
서울의 모처.
일식당에서 하진기가 잔뜩 굳은 표정으로 자리에 앉아 있었다.
그 앞에 있는 건 진선미의 비서실장 오규선이었다.
“평소 진 전무님이 하 팀장님께 항상 관심이 있었습니다. 그러던 차에 이렇게 성공적으로 일을 마무리해 주시니 꼭 치하의 말을 전해달라고도 하셨고요.”
칭찬의 말에도 하진기는 표정을 풀지 못했다.
‘선택의 순간이 온 건가.’
오규선이 직접 자신을 찾아왔다.
그 말은 즉 진용민 회장 그리고 진선미 전무. 둘 중 어느 라인을 탈 것인지 결정을 하라는 의미였다.
하진기는 착잡한 마음으로 앞에 놓인 잔을 들었다.
“감사합니다. 하지만 아직 일이 끝난 건 아닙니다. 겨우 첫발을 뗀 것에 불과하니까요.”
“하하, 물론입니다. 하지만 일을 잘 마무리한 것에 대한 공은 분명 있다는 것을 말씀드리고 싶은 겁니다. 그리고 하 팀장님도 슬슬 별을 다셔야 하지 않겠습니까.”
별.
회사에서 별은 임원을 뜻한다.
수많은 사람이 따려고 도전하지만, 결코 쉽게 딸 수 없는.
“…….”
“대산 닷컴 리뉴얼. 그 프로젝트가 회사에서 얼마나 중요한 위치에 있는지 아실 거로 생각합니다. 매년 두 자리씩 성장하는 온라인 쇼핑을 누가 잡느냐에 따라 미래 유통업계의 판도가 달라질 테니까요. 그 중요한 프로젝트에서도 핵심인 추천 시스템. 그걸 잘 이끌고 계시니 충분히 자격이 된다는 것이 진 전무님의 판단입니다.”
하진기가 살짝 입술을 깨물었다.
여기서 제안을 받아들이면 자신은 진 전무의 사람이 되는 것이다. 임원이 되고서도 중립인 사람은 회사 내에 아무도 없었다.
지금부터는 줄타기해야 한다. 정치력이 필요해지는 것이다. 하진기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이 주임은 정말 이사가 되는 겁니까?”
오 비서가 고개를 끄덕였다.
“회장님의 지시사항이니 별일 없으면 곧 특별승진 발표가 날 겁니다.”
“그럼 이 주임은…… 회장님 라인이 되는 거군요.”
“뭔가 오해를 하고 계시는군요. 승진을 시켜주었다고 해서 꼭 그 사람 편이 되는 건 아닙니다. 황 상무님만 해도 진 전무님이 발탁한 사람이지 않습니까.”
오 비서가 차분히 말을 이어나갔다.
“신뢰 관계가 쌓이고, 서로 믿을 만해져야 내 사람이다. 인정을 받게 되는 겁니다.”
“아…….”
“하지만 초기에 맺어진 인연이 돈독해질 가능성이 더 큰 건 사실입니다. 그래서 이렇게 찾아온 것이고요.”
“흠…….”
“생각할 시간이 필요하신 겁니까?”
“그건 아닙니다.”
부장을 달고 팀장 직책에 앉는 순간부터 고민해 왔던 문제였다. 만약 자신이 임원을 달게 되면 어떻게 해야 할까.
진선미.
진용민.
현재 대산 그룹은 이 두 사람을 중심으로 치열한 전투를 치르는 중이었다.
회장 자리에 진용민이 있긴 하지만 명예회장인 진동만이 누구에게 더 많은 지분을 상속하느냐에 따라 언제든 바뀔 수 있었다.
그렇기에 공적을 쌓아야 한다.
왕의 뒤를 잇는 적자가 되기 위해.
비서실장이 재차 물었다.
“그럼 결정하신 겁니까?”
하진기는 자신의 능력을 알아봐 주고, 먼저 연락이 오는 쪽 라인을 타기로 내심 생각하고 있었다.
그리고 오늘.
진 전무 쪽에서 먼저 연락이 왔다.
“네. 앞으로 잘 부탁드립니다.”
비서실장의 표정이 환하게 밝아졌다.
“저도 잘 부탁드립니다.”
이내 둘은 손을 맞잡았다.
* * *
비슷한 시각.
본사를 빠져나온 강철은 대산 백화점 압구정 지점 근처 커피숍으로 이동했다.
그곳에 가자 엄마 최용희가 어색한 표정으로 차를 마시고 있었다.
“엄마.”
“얘는, 여기 커피값 엄청 비싸더라. 그냥 집에서 커피믹스나 먹으면 되는데 왜 여기까지 오라고 해서 헛돈을 쓰게 만드니. 돈 많이 번다고 그러면 안 된다. 아껴 써야 해. 언제 또…….”
강철이 계속 이어지려는 잔소리를 튕겨내기 위해 등기부 등본 문서 하나를 내밀었다.
당황한 최용희가 되물었다.
“이, 이게 뭐니?”
“앞으로 우리가 살집. 반포 자이라고 들어봤지?”
“……뭐?”
“거기 40평대로 계약했어.”
최용희가 연신 마른침을 삼켰다.
“그, 그게 무슨 말이야.”
뒤이어 강철이 또 하나의 문서를 꺼내 들었다.
“그리고 이건 우리 가족 명의 회사에서 관리하는 꼬마 빌딩.”
최용희의 눈동자가 화등잔만 하게 커졌다.
“비, 비, 빌딩?”
“응. 지난번에 엄마 명의로 회사 하나 만든다고 했잖아.”
“그, 그랬지.”
“그 법인 명의로 빌딩을 하나 샀어. 앞으로 그 회사를 통해서 엄마한테 매달 500만 원 정도 월급이 나올 거고. 그걸로 생활비 쓰면 될 거야.”
최용희는 카페에서 시킨 제일 싼 커피를 벌컥거리며 마셨다. 그런데도 목마름이 가시질 앉았다.
강철이 천천히 말을 이었다.
“내가 지난번 호텔에서 밥 먹을 때 말했잖아. 이제 걱정하지 말라고.”
“……그, 그렇게 말하기는 했지만 이건 너무 갑작스러워서.”
“빌딩에서 꾸준히 임대료 나올 테니까. 앞으로 먹고살 걱정은 안 해도 될 거야. 이제 진짜 건물주가 된 거야.”
“…….”
“그런데 희진이는 어디 갔어? 같이 오라니까.”
“알바 하러 갔지.”
“응? 내가 그만두라고 했잖아.”
“걔가 그만두라고 해서 그만둘 애니? 혹시 또 세상일 어떻게 될지 모른다고. 미리 모아놔야 한다고 하더라.”
강철이 살짝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그냥 공부나 하라니까. 하여간 애도 참. 그래서 무슨 알바 하는데?”
“그것까진 못 들었는데…….”
“에휴.”
“걔도 진짜 건물주 될 줄은 몰랐겠지. 이건 뭐 로또에 맞은 것보다 더 많은 돈을 벌었으니…….”
강철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럼 일단 나가자.”
“……어딜?”
“건물주답게 옷이랑 가방부터 사고, 우리가 살집이랑 빌딩도 보러 가야지.”
최용희가 강철을 따라 귀신에 홀린 표정으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둘은 바로 대산 백화점 압구정 지점 명품관을 찾았다.
최용희에게 가방과 옷을 이것저것 입혀보며 엄마가 조금이라도 좋은 티를 내며 일단 결제를 해버렸다.
“가, 강철아. 그, 그만 사라니까. 지난번에 준 가방도 하나 있는데…….”
“맨날 똑같은 가방만 어떻게 메.”
그 말을 듣자마자 불현듯 과거 결혼생활이 스쳐 지나갔다.
-가방…… 또 샀어?
-오빠, 맨날 똑같은 가방만 어떻게 메.
-요즘 힘든 거 알잖아.
-잘될 거라면서.
-그, 그야 그렇지만.
-그런데 뭐가 걱정이야.
박인영은 사업이 잘 풀리지 않는다는 걸 알면서도 때가 되면 새로운 가방을 장만했다. 그것도 일, 이백이 넘어가는 명품으로.
그때까지도 엄마 최용희에게는 가방 하나 사주지 못했다. 그게 ‘한’으로 남아 있는 강철은 엄마가 한 번 살펴보려고 손만 대도 바로 결제를 해버렸다.
“그, 그만. 그만 사. 이 녀석아!”
결국, 최용희가 등짝 스매싱을 날리고 나서야 명품 쇼핑이 마무리되었다.
쇼핑을 마무리한 둘은 최용희의 강권에 백화점 고객센터로 이동했다. 백화점에서 주는 공짜 사은품을 받기 위함이었다.
최용희가 강철을 보며 조심스럽게 말했다.
“이런 건 다 늙은 내가 아니라 희진이가 해야 하는데…….”
“걱정하지 마. 내가 알아서 사줄 테니까.”
“그래, 네가 어련히 알아서 잘하겠지.”
이내 고객센터에 도착한 최용희가 물었다.
“50만 원 이상 사면 사은품 주죠?”
“네. 고객님.”
“여기요.”
최용희가 오늘 산 영수증을 내밀었다. 거기에 붙어 있는 숫자를 세던 직원의 두 눈이 점점 더 커졌다.
“일, 십, 백…… 천…….”
총 구매 금액 1,500만 원.
이건 VIP임을 증명하는 것이다. 직원의 태도가 한층 더 공손해졌다.
“바로 준비해 드리겠습니다.”
“네.”
친환경 행주 세트, 냄비 세트, 거기에 백화점 상품권까지 받아든 최용희의 표정이 세상을 다 가진 것처럼 변했다.
그런 최용희를 보며 강철이 물었다.
“그렇게 좋아?”
“그럼.”
“공짜 좋아하면 머리 벗겨진다는데.”
“엄마는 여자라 그런 일 없다. 그리고 아들이 돈 잘 버는데 심어주면 되지.”
“……뭐?”
“호호, 말이 그렇다고 말이.”
두 손 한가득 사은품을 받아든 그때.
강철의 귓가로 익숙한 소리가 들렸다.
-고객 상대를 그렇게 하시면 어떡합니까. 매출 떨어지면 책임지실 거예요?
-고객님이 규정에 어긋난 요청을 계속하셔서…….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무조건 고개 숙여야 하는 거 몰라요?
-그, 그렇다고 해도 고객님이 제게 욕을 하시는데 가만히만 있는 것도…….
-하아…… 그 고객님이 어떤 분인지 모르시나 본데 쟈스민 등급 고객이세요. 쟈스민 등급.
-……죄송합니다.
고객센터 뒤편 사무실에서 들리는 그 소리는 아주 미약했다.
하지만 강철은 그 목소리를 놓치지 않았다.
‘희진이 목소린데…….’
죄송합니다. 라고 말하는 목소리가 동생의 목소리 같았기 때문이었다.
-죄송하면 답니까? 어떻게 할 거예요? 그 고객님 점장님과도 친한 분이신데 이제 어떻게 하실 거냐고요. 그냥 알바라 옷 벗으면 그만이라 이겁니까? 남아 있는 사람들 생각은 안 해요? 이희진 씨 그렇게 이기적인 사람입니까?
연이은 호통에 결국 상대가 흐느끼는 소리가 들렸다.
-죄, 죄송합니다…….
이희진.
그 단어에 고개를 갸웃거리던 강철이 전화기를 들었다.
우연의 일치인지 동생은 전화를 받지 않았다.
그때.
최용희도 고개를 갸웃거리며 말했다.
“어디 희진이 목소리 들리는 것 같지 않니?”
“엄마도 느꼈지?”
“그래.”
결심을 굳힌 강철이 다시 고객센터 직원에게 다가갔다.
“저기 관계자 대기실에 좀 들어갈 수 있을까요?”
황당한 요구에 직원이 눈을 동그랗게 뜨며 되물었다.
“……네?”
애써 정신을 차린 직원이 빠르게 말을 이었다.
“죄송하지만 저기는 관계자만 출입할 수 있습니다.”
그 말에 강철이 따끈따끈한 명함을 한 장 꺼내 들었다.
-대산 그룹.
-이사 이강철.
명함이 뜻하는 게 무엇인지 직원은 아주 잘 알고 있었다.
“……이, 이사님.”
“잠시 확인해 볼 게 있어서 그렇습니다.”
직원의 눈동자가 파르르 떨렸다.
‘말로만 듣던 암행 시찰인가…….’
종종 그런 경우가 있다고 들었다.
본사 직원들이 서비스 만족도 조사를 위해 조용히 현장을 돈다. 고객센터 직원은 이게 그 경우라 생각했다.
“아, 알겠습니다.”
이내 문이 열리고 강철이 사무실로 들어섰을 때.
마스카라가 번지도록 눈물을 흘리고 있는 이희진이 그곳에 서 있었다. 앞에서 호통을 치고 있던 백화점 직원이 당황하며 물었다.
“누, 누구세요.”
강철이 크게 심호흡을 했다.
5살 차이.
넉넉지 않은 형편 때문에 부모님은 항상 바쁘셨다.
덕분에 이희진을 키우는 건 자신의 몫이었다. 초등학생이었던 자신이 기저귀를 갈고, 젖병을 물렸으니까.
그렇게 키운 동생이 울고 있는 모습에 화가 머리끝까지 치솟아 올랐다.
하지만 상황 파악이 먼저다. 백화점 직원이 한 번 더 물었다.
“누구십니까? 여기 함부로 들어오시면 안 됩니다.”
그 말을 무시한 강철이 이희진을 보며 물었다.
“여기서 뭐 해.”
“……오, 오빠? 오빠가 여긴 어떻게.”
“뭘 잘못했는데. 말해봐. 내가 처리해 줄 테니까.”
“으, 응?”
남자도 슬슬 화가 나는지 말투가 거칠어졌다.
“저기요. 누구시냐고요.”
강철이 조용히 명함을 건넸다.
-대산 그룹.
-이사 이강철.
다가왔던 남자가 꿀꺽 마른침을 삼켰다.
“그쪽 명함도 좀 봅시다. 이름을 기억해 두고 싶으니까.”
“이, 이사님.”
명함을 받아든 남자의 손이 파르르 떨렸다. 강철이 분노를 삼키며 말했다.
“걱정하지 마세요. 문제가 없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을 테니까. 하지만 문제가 있다면…… 조금 걱정하셔야 할 겁니다.”
* * *
자세한 설명을 들어보니 직원이 좀 과하게 호통을 치긴 했지만 크게 문제 될 건 없었다.
강철은 조용히 동생을 데리고 나왔다. 어차피 동생이 하는 일은 1층 화장품 전시대에서 판촉 행사였다. 빠져도 업무에 큰 영향이 없는 것이다.
울고 있는 이희진을 보며 최용희도 놀랐지만, 전후 사정을 듣고선 안쓰러운 표정을 짓고 말았다.
“그만 울어.”
“흑…… 흐윽.”
“그래서 내가 알바 그만하라고 했잖아.”
“나는…… 그냥 혹시나 모르니까. 미리 모아두려고 했지. 오빠가 얼마나 벌었는지도 모르고.”
“많이 벌었다. 그러니까 이제 알바 하지 마.”
이희진이 겨우 눈물을 멈추고 물었다.
“그, 그런데 이사라니? 그게 무슨 말이야. 그리고 거긴 관계자 외 출입 금지인데 어떻게 들어온 거고.”
강철이 눈물을 그친 이희진을 보며 빙그레 웃었다.
“관계자니까 들어갔지.”
이희진이 고개를 갸웃거리며 중얼거렸다.
“관계자라고? 그, 그러고 보니 아까 직원분이 이사님이라 한 것 같기도 하고.”
옆에 있던 최용희가 두 눈을 부릅떴다.
“이사? 그건 또 무슨 말이냐?”
“아니. 그 사무실은 회사 직원밖에 못 들어오거든. 그런데 오빠가 들어와서 명함을 주니까. 직원이 벌벌 떨면서 오빠한테 이사라고 하는 거야.”
“이, 이사면 임원이잖아?”
“그러니까.”
이내 둘의 시선이 강철을 향했다. 강철이 살짝 고개를 끄덕이며 비서실장에게 받은 명함을 내밀었다.
“새로 받은 명함이야.”
-대산 그룹.
-이사 이강철.
“가, 강철아.”
“오, 오빠!”
“알았으면 집이나 보러 가자. 희진이 넌 아직 못 들었지? 우리 집 새로 장만했다. 그리고 빌딩도. 그거 보러 가는 길이야.”
강철이 어깨를 으쓱이며 앞장섰고, 두 모녀가 그 뒤를 따랐다. 강철의 뒷모습을 보며 이희진은 생각했다.
‘오늘따라 등판이 엄청 넓어 보이네.”
마치 돌아가신 아빠의 뒷모습을 보는 것 같았다.
* * *
바쁜 나날이 계속되었다. 집에 들어갈 가구를 장만하고, ㈜아이온의 사무실도 마련해야 했다.
사무실은 완전히 강철의 취향대로 꾸며졌다.
당구대.
탁구대.
시원한 맥주.
게임기.
이런 물건들이 있는 사무실을 마련하는 것이 강철의 로망이었다. 거기에서 일하다가 게임도 하고, 술이 당기면 맥주도 한잔하면서 자유롭게 일하는 것이다.
강철은 자신이 사들인 청담 빌딩에 완벽하게는 아니지만, 얼추 비슷하게 구현해 놓았다.
그걸 본 김봉수가 반색했다.
“진짜 일하면서 맥주도 마음대로 먹어도 되는 겁니까?”
“일에 지장 없는 선에서라면 자유롭게 먹어도 됩니다. 일을 잘하는데 뭘 하든 무슨 상관있겠습니까.”
김봉수가 두 팔로 몸을 감싸며 살짝 떨었다.
“그 말이 더 무섭게 들리네요. 능력이 없으면 나가라?”
“하하, 김 사장님이 나갈 일은 없을 겁니다. 그나저나 퍼그 인계는 마무리된 거죠?”
“네. 코드에서부터 직원들까지 전부 넘겼습니다. 포엔에서 넘어올 때 같이 왔던 친구가 중심을 잡고 있으니 큰 문제 없을 겁니다.”
“그럼 이제부터 사람을 뽑아야 하는데…….”
“사장님이 말씀하신 기획안을 듣고 적당한 친구들로 물색해 두었습니다. 최종 연봉 협상 중입니다.”
강철과 김봉수는 각각 7 대 3으로 지분을 출자해 아이온 게임즈를 만들었다. 그리고 아이온 게임즈의 사장을 김봉수가 맡은 것이다.
“네. 그건 사장님이 알아서 해주세요. 제가 거기까지 신경 쓸 여력이 안 돼서요. 다만 제가 생각한 대로 게임이 만들어지는지 중간중간 보여주시기만 하면 됩니다.”
“하하, 물론입니다. 개발이 진행되는 데로 바로바로 보여 드리겠습니다.”
대화를 나누던 강철이 시간을 확인했다.
“올 때가 됐는데…….”
“아이체크 사장님 말씀입니까?”
강철이 고개를 끄덕였다.
마침.
딸랑 소리와 함께 문이 열리며 긴 생머리에 청순하게 생긴 여자 한 명이 들어왔다. 그 모습을 본 김봉수가 두 눈을 부릅떴다.
“여, 여자분이었습니까?”
“네. 말씀을 안 드렸던가.”
김봉수가 급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자신의 티셔츠에 그려진 캐릭터를 손으로 가렸다.
‘이럴 줄 알았으면 다른 거 입고 올걸.’
티셔츠에는 자신이 좋아하는 일본 애니메이션 캐릭터가 그려져 있었다. 이내 문을 열고 들어온 아이체크의 사장 송고은이 강철에게 다가왔다.
“잘 꾸며놓으셨네요.”
“하하, 감사합니다.”
송고은의 시선이 옆에 있던 김봉수를 향했다.
“이분이 게임회사 대표.”
“네. 맞습니다.”
“반가워요. 송고은입니다.”
김봉수가 덜덜 떨며 로봇처럼 뻣뻣하게 손을 내밀었다.
“바, 반갑습니다. 김봉수입니다.”
강철이 그런 김봉수를 보며 말했다.
“하하, 왜 이렇게 긴장하셨어요.”
“그, 그게. 이, 이렇게 미인인 분과는 처음이라.”
“……네?”
송고은도 당황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그런 송고은을 보며 김봉수가 꾸벅 고개를 숙였다.
“아, 초면에 죄송합니다.”
강철이 어색한 분위기를 환기하려 자리를 권했다.
“이럴 게 아니라 일단 앉으세요. 드릴 말씀이 많습니다.”
그제야 굳어져 있던 공기가 풀려 나가며 사무실에 온기가 돌았다.
한 시간 뒤.
강철이 장장 한 시간에 걸친 설명을 마쳤다.
-아이체크의 데이터 분석팀을 ㈜아이온으로 이동한다.
-(주)아이온에서 데이터 분석 서비스를 아이체크와 아이온 게임즈에 제공한다.
-해당 사업을 앞으로 점차 확장한다.
핵심은 이 세 문장으로 압축할 수 있었다.
“그리고 대표님이 대산 그룹에 근무하시면서 그쪽 데이터 분석 서비스도 일감으로 가져온다.”
“네. 그러면 수익원은 확실해지는 거죠.”
“그렇긴 하겠네요. 아직 수익원이 불분명한 게임이나, 아이체크에 비해 대산 그룹이라면 대기업이니.”
“제가 대산 그룹의 임원으로 근무 중이니 일감 따오는 건 큰 문제가 없을 겁니다. 그렇게 현금 흐름을 만들고, 쌓인 데이터를 이용해서 온라인 쇼핑몰을 만들 생각입니다.”
송고은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온라인 쇼핑은 이미 레드오션인데 거기에 진출하시겠다고요?”
“레드오션에 새벽 배송이라는 아이템으로 진출한 브리티시 마켓도 초고속 성장을 하고 있습니다. 그처럼 우리는 ‘추천’을 무기로 고객을 사로잡을 겁니다.”
“흠…….”
“가상 시나리오는 이런 겁니다. 고객이 우리 사이트에 접속한다. 화면에는 고객이 필요한 상품 80% 이상이 나타난다. 구매한다. 굳이 가격 비교나 상품 리뷰 같은 번거로운 과정을 거치지 않게 만들어주는 겁니다.”
김봉수가 굳은 표정으로 한숨을 내쉬었다.
“어렵겠군요.”
송고은도 비슷한 반응이었다.
“쉽지 않겠어요.”
“정보의 홍수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그렇기에 사람들은 더욱 신뢰 있는 정보에 집착하고 있습니다. 이를테면 맘 카페 같은 곳에 올라오거나 자신이 아는 사람이 산 상품은 믿고 구매하는 성향이 있죠. 실제 데이터로도 나타나고 있고요. 그게 우리 추천 사이트가 되게 만드는 겁니다. 고객의 신뢰를 받는 쇼핑몰.”
“잘되면 대박이겠지만…….”
“당장 그렇게 되길 바라는 건 아닙니다. 제 비전이 그렇다는 말이었습니다. 그리고 그걸 위한 준비를 해나가야 한다는 말씀을 드리는 거고요.”
“알겠습니다.”
“네.”
“일단 김 사장님은 게임에서, 송 사장님은 아이체크에서 각자의 역량을 발휘해 주시면 됩니다. 다만 그 목표를 잊지 말아 달라는 차원에서 말씀을 드린 겁니다. 게임에서 나온 데이터가, 아이체크에서 나온 데이터가 우리의 시스템을 정교화시키는 데 도움이 될 테니까요.”
* * *
두 사람에게 해야 할 일은 지시한 강철이 사무실 컴퓨터 앞에 앉았다. 모니터에는 앞으로 투자해야 할 기업과 각 기업에 투자할 금액이 적혀 있었다.
강철이 아쉬움을 가득 담아 중얼거렸다.
“120억도 아파트, 빌딩 사고 나니까 녹는구나. 녹아.”
대출을 최대한 받아서 강남 반포에 40평대 아파트 한 채, 그리고 청담에 빌딩 하나 샀더니 순식간에 50억이 사라져 버렸다.
거기에 아이체크에 투자금을 더 넣자, 퍼그를 팔고 남은 돈도 얼마 남지 않은 것이다.
물론 과거에 비하면 큰돈이지만 다른 회사에 투자를 진행하기에는 액수가 크다고 할 수 없었다.
“일단은 빨리 현금을 흐름을 만드는 게 좋겠어. 그래야 그 돈으로 다시 투자할 테니까. 그러기 위해서는…… 역시 게임이 가장 좋겠지.”
강철은 아이온게임즈에 좀 더 관심을 두어야겠다고 생각하며 투자 기업 리스트를 훑었다. 돈이 한정되어 있으니 이 중에서도 순위를 정할 생각이었다.
스타트업 회사를 살펴보던 강철의 시선이 두 회사에 멈춰 있었다.
“딜리버리브라더스, 나인 소프트라…….”
딜리버리브라더스는 배달 전문 서비스를 하는 곳으로 현재는 막 시작 단계라 주목을 받지 못하지만, 수년 뒤 대산그룹에서 인수를 추진할 정도로 성장한다.
나인 소프트는 신선식품 새벽 배송 서비스의 후발 주자지만 이 역시 내년부터 폭발적인 성장을 거듭한다.
지금은 누구도 주목하지 않지만, 미래에 샛별이 되는 회사들이다.
“일단 이 두 개 회사부터 투자하자.”
투자 대상을 결정한 강철이 전화기를 들었다. 이미 업체 사장 전화번호는 알아봐 두었다.
“네. 엔젤투자 법인 아이온입니다. 투자를 진행하고 싶어서요.”
“한번 만나서 이야기를 나누시죠.”
“네. 제가 그쪽으로 가겠습니다.”
강철은 빠르게 약속을 잡아나갔다.
* * *
일주일 후.
대산 그룹 본사 인사팀.
그곳에서 근무하는 손재식은 막 작성한 문서를 들고 팀장에게 향했다.
“팀장님. 이강철 주임 핵심인재 등급 상향 및 이사 승진 관련 결재 올렸습니다. 이건 상세 내용입니다.”
인사팀장이 손재식이 건넨 문서를 살펴보았다.
-이강철 핵심인재 S급 상향.
-주임 -> 이사 특별 승진.
-상세 내용.
-위 인원은 추천 시스템에서 발군의 능력을 보였을 뿐만 아니라…….
(중략)
거기에는 강철의 핵심인재 등급을 상향시키고, 직급을 주임에서 이사로 승진시키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그걸 본 인사팀장이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자네가 보기에는 어떤가? 이강철 주임…… 아니, 앞으로 이사가 될 분이 정말 이토록 능력이 있어 보이나?”
손재식이 과거의 기억을 떠올려 보았다.
신입사원 간담회 때의 모습. P급 핵심인재로 선정되었을 때 보였던 모습 등등.
하지만 이렇게 단번에 이사로 승진할 정도의 파급력은 느끼지 못했다. 그 감상을 솔직하게 말했다.
“사실 잘 모르겠습니다. 이번 조치는 과하다는 생각도 들고요.”
“……나 역시 그래.”
인사팀장이 턱을 만지작거렸다.
‘온라인 쇼핑 부문은 명예회장님도 큰 관심을 두고 있는 부분이다. 그 부분에서 진 전무를 앞서기 위해 회장님이 무리수를 두는 건가…….’
마트.
백화점.
대산 그룹의 가장 큰 두 축이 역성장의 위협에 시달리고 있었다. 그런 시기에 변화를 꾀하고자 인사를 단행한 것이겠지만…… 어쩌면 무리수로 인해 악재가 될 수도 있었다.
손재식이 생각에 빠진 팀장에게 말했다.
“문제 될 것이 없으면 오늘 발표하려고 합니다.”
이건 위에서 내려온 지시였다. 인사팀장도 거부할 수 없는 내용이었다.
생각을 마친 팀장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사인할 테니까 올려.”
한 시간 뒤.
사내 인트라넷에 승진 발표 한 건 이 올라갔다.
그리고 그건 전사 임직원들을 혼란에 빠뜨리기 충분했다.
* * *
사내 인트라넷에 갑자기 올라온 소식에 조용훈의 눈동자가 지진을 일으켰다.
‘……이, 이사?’
최근 이강철이 일을 잘하고 있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다. 아마 승진을 할 것 같다는 느낌도 받긴 받았었다.
하지만 잘해야 대리, 어쩌면 정말 어쩌면 과장 정도 되겠다고 생각했지 단번에 임원이 될 거라고는 꿈에도 생각지 못했다.
공고의 첫 줄부터가 충격적이었다.
-대산 D&S 이강철 주임을 ㈜대산 이사로 승진한다.
대산 D&S의 이사도 아니고, ㈜대산의 이사다.
㈜대산은 대산 그룹의 지주회사로 정말 능력 있는 인재만 모이는 곳이었다. 왜냐하면, 그룹의 컨트롤타워이기 때문이었다.
조용훈은 빠르게 다음 내용을 읽어내려갔다.
-이강철 이사는 평소 사내 귀감이 되는 업무 능력을 보였습니다.
-보안 패치 개발.
-UI 자동화 테스트 툴 개발.
-사내 추천 시스템 개발.
(중략)
-앞으로도 회사는 능력 있다면 파격적인 인사를 멈추지 않을 것입니다. 그러니 다른 임직원 여러분들도 각자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해주시기 바랍니다.
벌써 몇 번을 읽어보았다. 그중에서 대표적인 공적으로 꼽은 세 가지는 아예 외울 정도였다.
‘이, 이게 이사 승진을 시켜줄 만큼 대단한 거야?’
그런 의문도 잠시였다. 강철의 주변으로 사람들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추, 축하드립니다. 이사님.”
“감사합니다.”
“축하드려요.”
“축하합니다.”
너도나도 눈도장을 찍기 위해서인지 정말 축하하기 위해서인지 강철에게 인사를 하러 다가왔다. 그 안에는 하진기도 있었다.
“추, 축하드립니다. 이사님.”
이미 알고 있는 내용이어서인지. 이사라는 말이 자연스럽게 나왔다.
“감사합니다. 팀장님.”
그러다 조용훈은 강철과 눈이 딱 마주쳤다. 강철이 조용훈을 보며 웃었다.
‘웃고 있어.’
강철이 입꼬리를 올리며 웃고 있었다. 조용훈이 자신도 모르게 마른침을 삼키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상대는 이제 1년 차 후배 주임이 아니라 자신은 될까 말까 한 임원이다. 이대로 가만히 자리에 앉아 있을 수만은 없었다.
강철에게 가까이 다가간 조용훈이 떨어지지 않는 입을 겨우 열었다.
“추, 축하드립니다.”
“하하, 고마워요. 조 주임.”
“……네.”
“앞으로 잘 좀 하자고.”
“……아, 알겠습니다.”
“그래요. 가서 일 봐요.”
강철의 한마디에 조용훈이 찍소리도 하지 못하고 자리로 돌아갔다. 그 뒷모습에 강철의 입가가 연실 씰룩거렸다.
회의실에 팀원들이 모였다. 천준호는 강철의 바로 옆자리에서 입을 열었다.
“내가 너…… 아니, 이사님 처음 봤을 때부터 범상치 않은 사람이라 생각했는데 헐…… 이건 정말 놀라움의 연속이네요. 진짜 이사가 되다니. 사실 지금까지 보여주신 거로 임원이 되는 건 좀 아니라는 생각이 들긴 하지만 뭐 어쩌겠습니까. 회사가 그렇게 판단했다니.”
이들은 자신이 외부에서 어떤 투자를 진행했는지 모른다. 아마 그걸 알고 나면 이런 말은 하지 않으리라.
유혜인이 강철을 보았다.
“그럼 우리 추천 시스템도 이대로 진행되는 건가요?”
“네. 다만 인원이 더 많아질 겁니다. 지난번 최 팀장님이 제안하셨던 팀을 합치는 방안을 생각하고 있어요. 그러면 개발이 더 빨라질 테니.”
“다행이네요.”
“하하, 네. 그밖에 하시는 일이 달라지는 건 없습니다. 다만 사무실은 본사로 옮길 것 같습니다. 그쪽의 한 구역을 사용하기로 했습니다.”
“아…….”
“김 과장님이나 하 팀장님은 편하게 선택하시면 됩니다. 저와 함께 가실지 프리미엄 아울렛에 남을지. 아니면 대산 닷컴 리뉴얼 개발의 다른 부분을 맡으실지. 선택지는 많으니까요.”
김정민이 조심스럽게 하진기의 눈치를 살폈다. 그리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저는…… 이사님 팀에 합류하고 싶습니다.”
“네. 그럼 명단 작성할 때 김 과장님도 넣겠습니다.”
그리고 하진기를 보았다. 하진기는 턱을 문지르며 생각에 잠겨 있었다.
-연말 승진 인사에 포함되실 겁니다.
-대산 닷컴 리뉴얼. 그중에서도 추천 시스템은 회사의 핵심이 될 겁니다.
-진 전무님이 따로 그리시는 그림이 있으세요.
-그러니 꼭 해당 팀에 속해 있기 바랍니다.
진선미 전무와의 대화 내용이 떠올랐기 때문이었다.
그러므로 당연히 하진기의 선택도 하나였다.
“나도…….”
무의식적으로 반말이 나오려 했다. 하진기가 급히 말을 고쳤다.
“저도 괜찮다면 팀에 남고 싶습니다.”
강철이 크게 고개를 주억거렸다.
“알겠습니다. 그럼 그렇게 팀 꾸리겠습니다.”
“네.”
그 자리에 있던 둘이 한 사람에게 고개를 꾸벅 숙였다.
인사를 받는 쪽은 당연히 강철이었다.
* * *
팀 구성을 마치고, 강철이 다시 자리에 앉았다. 핸드폰을 열어 확인해 보니 ‘톡’이 백 개가 넘게 도착해 있었다.
진만호 : 이, 이, 이사?
김윤수 : 어허, 어디서 이사님께.
홍성훈 : 방금 공지 뭐냐?
남정복 : 시벌 뭐? 진짜야. 오늘 만우절 아니지?
김윤수 : -----절취선-----.
김윤수 : 이사님. 저놈들 말하는 게 참 가관이지 않습니까? 전 처음부터 이사님이 이사님이 되실 줄 알았습니다.
진만호 : 아닙니다. 이사님.
김윤수 : 이사님 전 처음부터 이사님이라고 했습니다.
진만호 : 저도요. 처음 올린 건 보세요. 분명히 이사라고 했습니다.
톡은 정신없이 올라와 있었다. 손으로 몇 번이나 스크롤하고 나서야 거의 끝에 도달할 수 있었다.
-이사님 한 번만 만나고 싶습니다.
-앞으로 잘 부탁드립니다.
대부분이 비슷한 내용이었다.
그중에 가장 많은 톡이 ‘어떻게’ 이사가 된지에 대한 궁금 증이었다.
진만호 : 그런데 이사님. 진짜 궁금해서 그러는데 어떻게 해서 된 겁니까?
김윤수 : 저도 궁금합니다.
홍성훈 : 3
윤찬민 : 4
강철이 톡을 보며 중얼거렸다.
“하긴 나라도 신입사원이 임원이 되면 의문을 가졌을 테니.”
자신이라도 궁금할 것이다.
-어떻게 신입사원이 이사가 되지?
-말도 안 돼.
-추천 시스템? 보안 패치? UI 자동화 테스트 툴? 그거 그냥 개발하면 다 할 수 있는 거 아냐.
아마 그런 생각들이 직원들 사이에 만연할 것이다.
자신이 데리고 있는 직원들이야 그렇게까지 생각하진 않겠지만…….
순간 얼굴이 따가워 고개를 돌려보니 유혜인이 자신을 빤히 보고 있었다. 그러다 눈이 마주치자 휙 고개를 돌렸다.
“왜요?”
“……아, 아니. 그냥 신기해서요.”
“임원이요?”
유혜인이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 강철이 빠르게 말을 이었다.
“대리님도 말도 안 된다고 생각하세요? 그냥 솔직하게 말씀해 주세요.”
우리 팀원들은 아닐 거야.
그런 강철의 생각은 이내 처참하게 무너졌다.
“네. 사실 그렇긴 하잖아요. 지금 강철 씨…… 가 아니라 이사님 입사하신 지 1년 됐어요. 그런데 임원이라는 거 말이 안 되긴 하죠.”
강철이 팔짱을 낀 채 모니터를 보았다.
“그럼 그 생각을 바꿔줘야겠네요.”
“네?”
“앞으로 여러 일을 해야 할 텐데 그런 생각들이 만연해 있으면 겉으로는 ‘네, 네’ 하겠지만, 속으로는 욕할 거 아니에요. 능력도 없이 백으로 임원 됐다. 그런 소리 듣고 싶진 않거든요.”
그런 둘에게 어느새 천준호가 다가왔다.
“이사님. 이미 그런 소문 쫙 퍼졌습니다.”
“네?”
천준호가 강철의 귀에 대고 귓속말을 전했다.
-진선미 전무님과 찐한 사이라는 소문이 퍼지고 있어요.
너무 놀란 강철이 벌떡 자리에서 일어났다.
“……네?”
“추천 시스템 담당이 진 전무님이니까요. 진선미 전무가 뒤에서 밀어줬다.”
강철이 입을 떡 벌렸다.
“……헐.”
그때.
드르륵거리며 강철의 핸드폰이 울렸다. 불길한 예감이 머릿속을 가득 메웠다.
“네. 이강철입니다.”
-진 전무님 비서실입니다.
“네.”
-프로젝트 관련해서 이야기를 좀 나눌 수 있을까 해서요. 사내에 이상한 풍문이 도는 것 관련해서도 함께요.
강철이 마른침을 삼키며 답했다.
“알겠습니다. 시간은 언제로 할까요.”
-지금 바로 괜찮으십니까?
“네.”
전화를 끊은 강철이 중얼거렸다.
“……저 본사 좀 다녀오겠습니다.”
* * *
대산그룹 본사 진선미의 집무실.
사내에 도는 풍문을 전해 들은 진선미가 입을 가리며 유쾌한 웃음을 터뜨렸다.
“그런 소문이 돌고 있어요?”
“네. 아무리 능력이 뛰어나다 해도 신입사원이 임원이 되는 예는 없었으니까요. 가장 그럴싸하게 받아들여질 겁니다.”
한참을 웃던 진선미가 손을 내밀며 싸늘한 표정으로 물었다.
“이것까지 생각한 걸까요? 이런 추문에 휩싸여 내 권위를 떨어뜨리려.”
“회장님이라면…… 염두에는 두셨을 수도 있습니다.”
“흠…… 한번 장단을 맞춰줘야 하나.”
비서실장이 우려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전무님. 신입입니다. 더구나 12살 차이로…….”
“호호, 그러니 더 재밌지 않겠어요.”
“전무님 뜻이 그러시다면. 한번 알아볼까요?”
“농담이에요. 농담.”
마침 똑똑 누군가 문을 두드렸다. 그리고 문 바깥에서 비서의 목소리가 들렸다.
-이강철 이사님 도착하셨습니다.
“들어오라고 하세요.”
이내 비서실장이 집무실 나갔고, 강철이 안으로 들어갔다. 문을 열고 들어온 강철이 살짝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이강철입니다.”
진선미가 손을 내밀었다.
“다시 만났네요. 진선미예요.”
강철이 그 손을 맞잡았다. 가까이서 보자 더욱 39살이라는 나이가 실감 나지 않는 동안이었다.
“차는 어떤 거로 하시겠어요?”
“전 커피로 하겠습니다.”
이내 비서가 커피와 아로마 차를 한 잔 내왔다. 진선미가 차를 음미하며 물었다.
“최연소, 최단기 임원이 된 소감이 어때요?”
“아직 얼떨떨합니다.”
“그런 것치고는 무척 적응을 잘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네요.”
“감사합니다.”
“별다른 일이 있어서 부른 건 아니에요. 새롭게 임원이 된 사람 얼굴이나 한번 보자. 이런 의미에요.”
“네.”
“그리고 저랑 추문에…….”
“푸흡.”
당황한 강철이 커피를 뿜었다. 시커먼 액체가 탁자 위로 뚝뚝 떨어졌다.
급히 들어온 비서가 상황을 정리하고 나서야 다시 이야기를 이어나갈 수 있었다.
“그런 이상한 소문이 돌 만큼 이번 승진에 대해 의문을 표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뜻이에요.”
“곧 불식시키겠습니다.”
“능력을 보여주겠다는 말인가요?”
“네.”
진선미가 감탄사를 터뜨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곧 추천 시스템이 완성되나 보죠?”
“그건 아닙니다. 해당 프로젝트는 시간이 더 걸릴 겁니다.”
“그럼 어떤…….”
그때.
비서가 벌컥 문을 열며 들어왔다.
“전무님. 잠시 나와보셔야 할 것 같습니다.”
“……무슨 일이죠?”
비서가 들고 들어온 태블릿으로 운영 중인 대산 닷컴 사이트를 보여주었다.
“이게 갑자기 무슨…….”
화면을 보던 진선미의 눈동자가 점점 더 커졌다. 강철이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터졌구나.’
전체 상품 품절 사태.
낙후된 시스템과 책임감 없는 외주 개발사가 만들어낸 합작품으로 사이트 전체 상품에 ‘품절’ 마크가 뜨는 사태였다.
강철이 기다렸던 이벤트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