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자의 성공 라이프-9화 (9/59)

9장 팀원이 필요해

대산 D&S 프리미엄 아울렛 전산지원팀 회의실.

하진기가 김정민과 커피를 마시며 담소를 나누고 있었다.

“아직 연락 안 왔어요?”

하진기가 고개를 끄덕이며 커피를 한 모금 마셨다.

“원래는 어제 연락이 왔어야 하는데…… 생각보다 좀 길어지네.”

“입사 1년도 안 돼서 핵심인재라니. 인사팀에서도 고민이 많긴 할 겁니다.”

“하긴 이달의 우수사원에 핵심인재 선정까지. 너무 빠르긴 해.”

“이러다 특진까지 할 기세예요. 그날 회의 때 얼마나 놀랐던지.”

하진기가 잠시 먼 산을 바라보았다.

자신도 얼마 전 본사에서 있었던 회의에서 상당한 충격을 받긴 했었다.

“진 전무님 앞에서 그렇게 활약했으니 특진해도 이상하지 않을 상태긴 하지. 우수사원, 핵심인재 거기에 진 전무님의 총애까지 더해졌으니.”

“어디서 저런 놈이 굴러왔을까요.”

“크크, 나도 모르겠다.”

대화를 나누던 김정민의 표정이 조금씩 어두워졌다.

“사실 걱정도 좀 됩니다. 이러다 내년에 나가겠다고 하는 건 아닌지.”

“흠…….”

“에이글 사이트에서 상금을 받은 문제만 벌써 6개가 넘을 겁니다. 그 정도면 쪽지나 메일을 보내는 사람이 상당할 것에요. 요즘 데이터 분석 쪽이 얼마나 핫한지 팀장님도 아시잖아요.”

“알지. 아주 잘 알고 있지.”

하진기의 이마에 잔뜩 주름이 생겼다. 고민이 깊다는 증거였다. 하진기가 깊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그리고 이제 추천 시스템 관련해서 팀을 꾸려야 하는데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입니다. 인력 구성을 제 마음대로 할 수도 없고. 날 잡아서 강철이랑 한번 이야기를 나눠봐야 할 것 같아요.”

“그렇지 않아도 내가 강철이랑 이야기를 해봤어. 한 5명 있으면 될 것 같다고 하긴 하더라.”

김정민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5명이요? 겨우 그 정도로 될까요?”

“처음부터 시스템 규모를 키울 필요가 없데. 작은 규모로 시작하면 가능하다고 하던데.”

“흠…… 설계에서부터 개발 운영까지 사람이 꽤 필요할 것 같은데.”

“운영 하나에 개발 셋, 설계 하나. 이 정도면 된다고 하더라. 어차피 자기가 설계나 개발 운영 전부 된다고.”

“그놈 그거 못 하는 게 없네요.”

“문제는 인원을 어디서 구하냐는 건데…….”

“일단 사내에서 찾아봐야죠.”

“그래, 관련 기술 셋 가진 놈들로 찾아봐. 그리고 강철이 알고리즘 설계는 꼭 능력 있는 사람들로 부탁했어. 그거 주의해서.”

“알겠습니다. 인사팀에 말해서 인원 한번 추려보겠습니다.”

하진기가 다시 시원한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한 모금 머금었다. 카페인이 심장에 공급되며 피를 빠르게 만들었다.

그때.

핸드폰이 드르륵거리며 진동했다.

“네. 프리미엄 아울렛 전산 지원 하진기 팀장입니다.”

“아, 네.”

“……그래요?”

“알겠습니다. 전달하겠습니다.”

그 말을 끝으로 하진기가 전화를 끊었다. 그러자마자 김정민이 물었다.

“본사 연락입니까?”

“그래.”

“설마…….”

“P급으로 통과됐단다. 근데…….”

“그런데요?”

“조건이 하나 달렸어.”

“네?”

“이번에 우리가 만드는 시스템이 발표한 요건대로 해당 시스템을 통해 매출이 30% 일어나고, 매출 예측 정확도가 90%를 넘어가면 바로 A급으로 격상시켜 주겠다네.”

“그러면 올해 안에 대리 달 수도 있다는 말이잖아요.”

하진기가 고개를 흔들었다.

“대리가 문제가 아니지. A급부터는 무조건 과장 대우인 거 몰라?”

사실 잘 몰랐다.

핵심인재는 철저한 대외비로 관리되는 사항으로 김정민도 관련 정보를 얻기 어려웠기 때문이었다.

“아…….”

“올해 안에 과장될 수도 있다는 말이야.”

과장.

김정민이 주임 4년, 대리 3년을 하고 과장을 달았다. 무려 7년이 걸린 것이다.

그런데 이 친구는 불과 1년도 안 돼서 과장이 되려 하고 있었다. 하진기가 목소리를 낮추며 말했다.

“나가서 강철이 들어오라고 해. 그리고 이거 아무한테도 말하면 안 된다.”

김정민이 고개를 끄덕이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밖으로 나가는 그의 머릿속을 가득 메우고 있는 건 오직 한 가지였다.

‘이제부터라도 잘 보여야 하나…….’

* * *

오후 6시 30분.

강철은 컴퓨터를 끄고 일어났다.

-선정됐다.

그 말을 들었을 때의 기쁨이 아직 남아 있었다.

-그리고 앞으로 네 일 다 했다 싶으면 눈치 보지 말고 알아서 퇴근해. 능력 되면 알아서 하는 거지. 오늘은 무조건 정시퇴근하고 특별한 날이니까.

하진기가 이어서 한 말이었다. 그랬기에 강철은 일찌감치 자리에서 일어났다.

“먼저 들어가 보겠습니다.”

강철이 꾸벅 고개를 숙이곤 사무실을 빠져나왔다.

그리고 사무실을 나오자마자 잔뜩 불쾌한 분위기를 풀풀 풍기는 조용훈을 마주했다.

“벌써 가요?”

“아, 네. 일이 좀 있어서.”

“선배들은 전부 야근하고 있는데?”

어쭙잖은 시비에 강철이 헛웃음을 터뜨렸다.

“하하, 네.”

“요즘 회사 분위기가 많이 달라졌어. 나 때는 이런 일 상상도 못 했는데.”

그래 봤자 1년 차이였다. 괜한 시비를 거는 조용훈을 보며 강철은 생각했다.

‘이번 프로젝트를 꼭 성공시켜야 할 이유가 또 있었네.’

-성공하면 바로 A급으로 격상된다. 당연히 특진도 따라올 거고, 아마 대리로 갈 것 같긴 한데…… 과장도 무리는 아닐 거다. 워낙 중요한 프로젝트라.

이번 프로젝트만 성공하면 최소 대리. 어쩌면 과장이 될 수도 있었다.

무조건 조용훈보다 높은 직급이라는 뜻이었다.

잠시 생각에 빠진 강철에게 조용훈이 말을 이었다.

“일은 다 했어요?”

“네. 맡은 일은 다 했습니다.”

조용훈이 비릿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처음 입사했을 때는 선배들 일도 다 도와줄 것처럼 말하더니. 사람 참 쉽게 변해요. 그쵸?”

강철의 미간이 찌푸려졌다.

“제 도움이 필요하시면 김 과장님께 말씀해 주시면 됩니다. 아시다시피 김 과장님께서 제 업무를 컨트롤하고 계셔서요.”

그 말에 조용훈이 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김정민에게 말했다가는 어떤 소리를 들을지 뻔히 알기 때문이었다.

“그냥 말이 그렇다는 건데 되게 민감하시네요.”

조용훈이 막 2절을 시작하려고 할 때 벌컥거리며 사무실 입구 문이 열렸다.

문을 열고 나온 건 하진기였다.

“뭐 해. 아직 안 가고.”

“아, 네. 가려고 하는데 조 주임이 일은 다 했냐고 물어봐서요.”

하진기가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조용훈을 바라보았다.

“조 주임. 그거 네가 할 말이야?”

“…….”

싸늘한 말투에 조용훈이 움찔거리며 입을 닫았다.

“시스템 오픈 전에 하고 있던 화면 개발. 언제까지 할 거야?”

“그, 그건…….”

“애먼 사람 잡지 말고 들어가서 네 일이나 똑바로 해. 그리고 한 번만 더 이런 일 눈에 띄면 각오해. 알았어?”

입을 꾹 닫은 채 대답 없는 조용훈을 향해 하진기가 한 번 더 채근했다.

“알았어. 몰랐어. 왜 대답이 없어.”

“……아, 알겠습니다.”

“그럼 전 이만 가보겠습니다.”

하진기가 그런 강철을 보며 고개를 주억거렸다.

“그래, 넌 어서 가고. 앞으로 이놈이 어쭙잖게 선배 노릇 하려고 하면 바로 말해. 조치해 줄 테니까.”

“네.”

강철은 조용히 자리를 벗어났고, 조용훈의 표정은 한없이 썩어들어 갔다.

* * *

비슷한 시각.

가산디지털단지.

김봉수가 초조한 표정으로 사무실에 앉아 덜덜덜 다리를 떨고 있었다.

“올렸어?”

“네. 2시에 올렸으니까. 곧 노출될 겁니다.”

“휴우…… 마케팅 집행은?”

“유명 포털을 비롯한 SNS에까지 2억 정도 집행했습니다.”

“그럼 이제 기다릴 일만 남았네.”

그 말에 부하직원이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김봉수는 초조함을 감추기 힘들었다.

“잘되겠지?”

“네. 그럴 겁니다. 블라인드 테스트에서도 반응이 좋았고요.”

“그러니까. 그래야 할 텐데…….”

만약 이게 실패한다면 직원들을 전부 내보내야 한다. 더구나 상당한 빚을 지고 있었기에 어쩌면 파산 신청을 해야 할지도 몰랐다.

그야말로 사활을 건 것이다.

김봉수가 떨리는 마음을 진정시키기 위해 긴 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몇 번이고 화면을 리프레시 해보았다.

그러다.

기다리던 앱이 화면에 나타났다.

“떴다.”

김봉수는 바로 내려받아 게임을 플레이해 보았다. 자신들이 마지막에 확인했던 대로 별다른 문제는 발생하지 않았다.

그건 옆에 있던 부하직원도 마찬가지였다. 업로드가 완료된 걸 확인한 김봉수가 어디론가 문자를 발송했다.

-출시 완료했습니다.

자신을 믿고 투자해 준 투자자들에게 일괄적으로 보낸 문자였다.

비슷한 시각.

문자를 받은 강철이 눈을 반짝였다.

“출시했구나.”

그리고 바로 앱스토어에 접속해 게임을 내려받아 플레이해 보았다.

“잘되네.”

과거 인기를 끌었던 게임의 모습 그대로였다. 출시한 지 얼마 되지 않아 다운로드 수는 미미했다.

하지만 본격적으로 마케팅이 시작되면 빠르게 늘어나리라.

“댓글 하나 남겨야겠다.”

-너무! 재밌어요!

평점 5점에 댓글까지 남긴 강철은 다시 하던 일에 집중했다. 자신이 심은 씨앗은 ‘라운드 헌터’만이 아니었다.

-아이체크.

거기에 제공해야 할 앱을 만들어야 한다. 강철은 아이체크에도 이 기술을 전수해 주고, 서비스 런칭 일을 앞당길 생각이었다.

‘그래야 내가 돈을 버는 시기도 빨라질 테니까.’

밤 11시.

강철이 기지개를 켜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끄으윽.”

집으로 돌아와 저녁 먹고 4시간 동안 자리에 앉아 개발만 했더니 온몸이 쑤셨다. 팔을 돌리고, 목을 돌릴 때마다 뼈들이 부딪치며 우드득 소리를 냈다.

그런데도 강철의 기본은 오히려 좋아졌다.

“이제 얼마 안 남았다.”

아이체크 앱이 거의 다 완성되었기 때문이었다. 강철의 입가에 흐뭇한 미소가 서렸다.

“좀만 쉬자.”

강철이 핸드폰을 들고 털썩 침대에 누웠다.

최신 뉴스도 보고, 에이글에 들어가 새롭게 뜬 문제는 없는지 확인했다.

그리고 개인 이메일에 들어가 스팸 메일을 싹 정리하려고 하는 순간. 처음 보는 메일이 한 통 도착해 있었다.

-안녕하세요. 윌마트의 데이터 분석 담당자 루이스 캐스입니다.

그 메일을 보며 중얼거렸다.

“윌마트? 윌마트가 왜 나한테…….”

스팸이면 바로 삭제할 생각으로 메일을 클릭했다. 하지만 삭제할 내용이 아니었다.

-당신의 데이터 분석 결과물에 상당한 관심이 있습니다.

-혹시 시간이 되신다면 통화를 할 수 있을까요?

-더 자세한 이야기는 전화로 나누고 싶습니다.

몇 번을 읽어봤지만 거짓말하는 것 같지는 않았다.

고민하던 강철이 바로 전화를 걸어보았다.

띠리리리.

띠리리리.

띠리리리.

몇 번의 신호음이 가고 달칵하는 소리와 함께 상대방 목소리가 들렸다.

-여보세요?

그 목소리에는 잠이 가득했다.

“아, 전 이강철이라고 합니다. M1 Forecasting 문제 풀이에 관심이 있으시다고요.”

-누구요? 이강철?

“에이글에 리터너로 답 올린 사람이요. 메일을 주셨던데…….”

-아! 리터너!

“네. 맞습니다.”

태평양 건너편 시애틀.

침대에 누워 전화를 받던 루이스 캐스를 벌떡 일어나 앉게 한 이름이었다.

* * *

비슷한 시각.

청담 부근에 있는 고급 오피스텔.

유혜인이 잠들지 못하고 코세라 강의를 듣고 있었다.

날카롭게 날이 선 콧잔등을 연신 찡긋거렸다. 뭔가 마음에 들지 않을 때 나오는 그녀의 버릇이었다.

-파이썬을 사용해 실제 데이터 분석 알고리즘을 돌려보겠습니다.

유혜인이 잠시 강의를 멈추고, 파이썬 코드를 작성해 나갔다. 콧잔등이 더 거세게 움직였다.

이내.

“하아…….”

유혜인이 긴 한숨을 내쉬며 기지개를 켰다. 그녀에게도 데이터 분석 강의는 쉬운 일이 아니었다.

“어렵네.”

한국대 경영학과. 거기에 부전공으로 통계를 택했다.

복수전공을 했음에도 평점 4.1로 학업을 마무리했다. 국내 최고의 인재들 사이에서도 발군의 실력을 발휘한 것이다.

그런 그녀에게도 데이터 분석은 쉬운 분야가 아니었다.

“끄응.”

잠시 쉬는 시간.

유혜인은 데이터 분석 공부를 하며 알게 된 에이글이라는 사이트에 접속해 보았다.

-Images Object Detction.

-Text Recognition.

-Site Visitor Path Classification.

여러 문제가 올라와 있었다. 유혜인의 영어 실력으로도 어려운 용어들이 난무했다.

유혜인이 그 문제들을 보며 중얼거렸다.

“이 문제들은 도대체 어떤 사람들이 푸는 거야…….”

유혜인은 마우스를 움직여 가장 최근에 올라온 문제의 리더보드를 살펴보았다.

“여기도 이름이 또 있네.”

최근 자신이 보는 문제마다 올라와 있는 아이디가 하나 있었다.

-retuner.

아이디 옆에 붙어 있는 한국 마크가 인상적이어서 기억하고 있었다.

“진짜…… 대단하다.”

어떻게 하면 올라오는 문제마다 순위권에 들 수 있을까. 이 사람에 대한 궁금증이 치솟았다. 잠시나마 쪽지를 보내볼 생각까지 했었다.

“에휴, 그냥 공부나 하자.”

잡념을 털어낸 유혜인이 다시 강의에 집중했다.

* * *

전화를 끊은 강철이 멍하니 중얼거렸다.

“1억이라…….”

상대편의 제안은 간단했다.

-제출하신 답안이 흥미롭다.

-우리가 그걸 이용해 시스템을 하나 만들려고 한다.

-필요할 때마다 조언해 줄 수 있나.

마지막이 제일 중요했다.

-그러면 외주 계약을 맺고 1억을 주겠다.

-원하시면 입사 기회를 부여할 수도 있다.

분명 매력적인 제안이었다. 적은 노력에도 받는 돈은 많았다.

더구나 윌마트.

세계 최대의 유통 체인 데이터 분석가와 대화를 나누는 것 자체가 큰 도움이 되지 않을까. 그런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결론을 내린 강철은 답 메일을 작성해 나갔다.

-제안을 수락하겠습니다.

강철이 보낸 답장의 핵심 내용이었다.

* * *

다음 날.

유혜인의 등장에 박철수가 벌떡 자리에서 일어났다.

“오, 오셨어요.”

혹시나 시스템에 문제가 있어 질책하기 위해 온 것인가 하고 놀란 것이다.

하지만 그녀가 온 건 질책을 위해서가 아니었다. 뒤이어 강철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딱 맞춰서 오셨네요.”

박철수에게 눈인사를 건넨 유혜인이 강철을 보았다.

“네. 바로 시작할까요.”

고개를 끄덕인 강철이 유혜인을 회의실로 안내했다.

회의실로 들어가는 유혜인을 보며 박철수가 중얼거렸다.

“회의를 왜 여기서…….”

원래 회의인 ‘을’사인 자신들이 ‘갑’사인 유혜인 쪽으로 가서 하는 것이다. 그런데 그 반대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하지만 박철수는 그 이유를 끝까지 알 수 없었다.

회의실.

30분 동안 어떤 서비스를 했으면 좋을지에 대한 의견 개진이 이루어졌다.

1. 고객상품 추천.

2. 매출 추이 분석.

일단은 이 두 가지 서비스 런칭을 목표로 하기로 했다. 너무 많은 서비스가 들어가게 되면 일정이 늦춰지고, 시스템의 성능이 떨어질 수 있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회의가 끝나갈 때쯤.

유혜인이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그런데 데이터 분석은 누가 하는 거예요? 외부 전문가 영입은 된 건가요? 알고리즘을 만드는 게 쉬운 일은 아닌데…….”

옆에 있던 김정민이 헛웃음을 흘렸다.

“그건 여기 이 친구가 할 겁니다.”

“이 친구라면…….”

유혜인 목이 끼긱 움직이며 강철을 향했다. 강철이 고개를 끄덕였다.

“네. 접니다.”

유혜인은 믿기지 않아 한 번 더 물었다.

“설계까지 직접 하신다고요?”

“네. 데이터 분석 관련해서는 예전부터 꾸준히 공부를 해왔어요.”

김정민도 마주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강철을 자랑스러운 눈빛으로 보며 말했다.

“이 친구 이래 봬도 에이글이라고 전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데이터 분석 사이트에서 순위권에 드는 친구예요.”

“네? 에이글에서 순위권에 들었다고요?”

유혜인의 목소리가 절로 높아졌다. 그게 얼마나 어려운지 알기 때문이었다.

김정민이 호기심 어린 눈빛으로 유혜인을 보았다.

“에이글 아세요?”

흥분한 유혜인이 빠르게 말을 쏟아냈다.

“당연히 알죠. 부전공이 통계라 관련 분야에도 평소 관심이 많았고요. 어제까지도 접속해서 살펴봤던 사이트예요.”

김정민의 목소리에 자부심이 묻어나왔다.

“이 친구가 거기에서 벌써 5개였나. 6개였나. 그 문제들에서 순위권에 들었다는 거 아닙니까.”

유혜인의 입이 더 크게 벌어졌다.

“저, 정말요?”

“하하, 저도 처음 들었을 때는 깜짝 놀랐어요.”

“그거 엄청 어려울 텐데…… 저도 문제 풀어볼 생각으로 몇 번 들어가 봤는데 용어부터 익숙지가 않아서 쉽게 접근하기가 힘들었는데…… 그걸 푸는 것도 모자라서 순위권에…….”

유혜인은 더 놀랄 게 없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어진 김정민의 말은 유혜인을 패닉에 빠뜨렸다.

“아이디가 리터너라고 찾아보시면 바로 나올 거예요.”

“리터너요? 그 한국 인식표가 붙어 있는.”

“네. 그게 바로 접니다.”

유혜인이 아무 말도 하지 못한 채 멍하니 강철을 바라보았다.

겨우 정신을 차린 유혜인이 천천히 입을 열었다.

“그, 그러니까. 이 주임이 리터너고, 리터너가 이 주임이고…… 나도 저렇게 되고 싶다고 생각했던 사람이…… 리터너인데…….”

얼마나 놀랐는지 속마음을 그대로 내뱉었다.

화들짝 놀란 유혜인이 급히 입을 닫았다. 그런 유혜인을 보며 강철이 물었다.

“그런데 진짜 관심이 많으신가 보네요. 에이글은 일반인들은 잘 모르는 사이트인데.”

“사, 사실 이번 프로젝트에서 서비스 기획만이 아니라 데이터 분석 쪽도 해보고 싶은 마음이 있어서 계속 공부하는 중이었어요. 그러다 해당 사이트를 알게 되었고요.”

강철의 표정이 밝아졌다.

“잘됐네요. 안 그래도 알고리즘 설계 부분에 인원 충원이 필요한 상황이었거든요. 혼자서 하려니 양도 많고 어려움도 있어서.”

하지만 유혜인의 표정은 그리 밝지 못했다.

앞에 있는 사람은 에이글 순위권에 든 사람이고, 자신은 이제 겨우 코세라 강의를 듣고 있는 수준이었다.

유혜인의 목소리가 점점 작았다.

“그런데 오늘 이야기를 나눠보니 제 실력에 과연 합류해도 될 수준인지 의문이 들어서…….”

강철이 고개를 흔들었다.

“유 대리님 정도면 충분합니다. 뭐, 지금은 충분하지 않을지 몰라도 앞으로는 그렇게 될 겁니다.”

“네?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이 주임이 제 실력을 어떻게 안다고…….”

“보면 알 수 있는 게 있으니까요.”

유혜인.

그녀의 현재 실력은 모르지만, 미래 빅트리 추천 시스템 알고리즘 담당이 될 만큼 성장한다. 그렇지 않아도 먼저 제의를 해볼 생각이었다.

하지만 그 사실을 모르는 유혜인은 조금 다른 의미로 해석했다.

‘호, 혹시…… 날?’

서로 동상이몽을 꿈꾸며 서로를 쳐다보았다.

* * *

유혜인이 돌아가고, 김정민이 PPT를 켰다.

“유혜인 대리는 먼저 하겠다고 했으니 잘 섭외가 됐고, 윤찬민이야 신입이니 그냥 빼내 올 수 있을 것 같은데…… 천준호가 문제네. 내가 듣기로는 좀 특이한 친구라고 하던데.”

“저도 들었습니다. 주변과 잘 어울리지 못한다고.”

“그런데 확실히 실력이 좋은가 봐. 동료 평가는 최악인데 정량 평가에서는 거의 최고점인 것 같더라고.”

정량평가.

개인별 업무를 인사팀이 별도 마련한 지표에 의해 측정하는 걸 말했다. 대산 D&S는 IT 회사였기에 당연히 개발 능력이 한 축을 이루었다.

그 평가에서 최고점을 받는 사람이 바로 천준호였다.

“일단 한번 만나보긴 해야 할 것 같습니다.”

“그래. 그건 그렇게 하고 그럼 나머지 두 명을 뽑아야 하는데…… 이력서 들어온 거 보면서 이야기해 볼까?”

“네.”

“인사팀에서 사내 공고했더니 이력서가 좀 많이 들어왔어. 내 선에서 필터링을 1차로 하려 했는데 네가 직접 보고 판단하는 게 좋겠다고 생각했다. 어차피 일은 너랑 직접 하게 될 테니까.”

“네. 좋습니다.”

“이들 인력에 대해서는 내가 1차로 조사한 내용이 있으니까. 혹시 궁금한 게 있으면 바로바로 물어보고.”

“네.”

“먼저 개발 쪽 지원자부터 말해줄게.”

김정민이 확보된 이력서를 하나씩 넘기며 설명을 해나갔다.

“이름 심규명 이 친구는 개발 쪽 지원인데 직급은 대리에 나이 31. 주력이 자바라고 하더라. 주변 평판으로는 실력은 그냥 평범한가 봐. 딱히 잘하지도 못하지도 않는. 장점이 하나 있다면 그래도 지시한 건 끝까지 해내는 스타일?”

강철이 이력서에 나와 있는 사진과 이름을 주시했다.

‘심규명…… 심규명.’

자신이 빅트리로 이동한 이후로도 들어본 적 없는 인물이었다. 그렇다면 그리 실력 있는 사람은 아니라는 뜻이리라.

“패스하겠습니다.”

“다음은 이충우. 이 친구는 자바만이 아니라 C, 파이썬도 좀 한다더라. 데이터 분석에서는 파이썬이 많이 쓰인다고 자길 써주면 잘할 수 있다고 하던데.”

이번에도 강철은 이름과 사진에 나와 있는 얼굴을 머릿속으로 되뇌었다.

‘이충우…… 이충우라…… 기억났다.’

분명히 함께 일해본 기억이 있었다. 그리고 그 기억은 그리 나쁘지 않았다.

“일단 킵하겠습니다.”

“오케이.”

그렇게 한 명씩 필터링해 나갔다. 도착한 이력서만 50여 장이 넘었다.

전부 검토하는 데 한 시간가량이 필요하였다. 그리고 검토 막바지 부분에 강철은 익숙한 인물의 이력서를 마주했다.

“이름 박인영. 알고리즘 설계 쪽으로 지원한 친구인데 신입인데 야심이 대단한가 봐. TF팀에 꼭 들어가고 싶다고 팀장님 면담까지 신청했다나. 어쨌든 경영 통계전공이고. 너도 알지 백화점 본사 마케팅에 신입 들어가기 힘든 거? 거기 들어갔다는 것 자체가 능력은 있다는 거긴 한데…….”

강철이 고개를 끄덕였다.

박인영은 충분히 능력이 있는 인재였다. 하지만 TF팀에 포함되어 함께 할 정도는 아니었다.

미래 빅트리가 더 확장되면 이곳으로 오게 될지 모르지만, 지금은 아니었다.

“패스하겠습니다.”

“그래. 이제 두 명만 더 보면 끝이다.”

“네.”

그렇게 박인영의 이력서는 삭제되었다.

이력서 검토를 끝내고.

밖으로 나온 강철은 사무실을 빠져나와 조용한 곳으로 이동했다. 그동안 ‘라운드헌터’ 다운로드 숫자가 어떻게 되는지 궁금했기 때문이었다.

“어디 보자…….”

서치 사에서 만든 앱스토어에 접속해 게임 탭으로 이동했다.

스르륵.

스르륵.

스크롤을 넘겼지만, 게임이 보이지 않았다.

그렇게 몇 번을 터치하자 150위쯤에 게임이 모습을 드러냈다.

“152위네.”

들어가서 상세 정보를 살펴보았다.

정수민 : 핵잼, 졸잼. 무과금으로도 충분히 즐길 수 있습니다!

최태민 : 극악 난이도. 난이도 조정 좀 안 됩니까?

김강수 : 와…… 게임 퀄리티 보소. 그런데 나쁜 점이 하나 있습니다. 중독성이 너무 강하네요.

물론 좋은 이야기만 있는 건 아니었다.

송현수 : 버그 하나 있는데요. 게임에 접속해서 로비 화면에서 무한 로딩이 됩니다. 확인해 주세요.

다행히 게임사에서 댓글을 달아놓았다.

-퍼그 게임즈 : 안녕하세요 유저님. 불편사항에 대해 최대한 빠르게 조치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플레이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그 사이에도 또 하나의 리뷰가 달렸다.

김하동 : 게임은 너무 재밌습니다!

그걸 보는 강철의 입가에도 흐뭇한 미소가 걸렸다.

“어서 위로 올라가자! 위로, 위로!”

과거 라운드 헌터는 빠르게 위로 올라가 2달이 채 되지 않아 앱스토어 전체 1등을 기록한다. 그럴 뿐만 아니라 일 매출 1억을 찍으며 선풍적인 인기를 끌게 되는 것이다.

그렇게 될 날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강철은 직감했다.

* * *

며칠 뒤.

강철은 김정민과 함께 대산 D&S 본사를 찾았다. 천준호를 섭외하기 위함이었다. 김정민의 표정이 영 탐탁지 않았다.

“굳이 안 하겠다는 놈을 이렇게까지 해야 하냐?”

몇 번 연락을 했지만 천준호는 관심 없다는 대답으로 일 관 한 것이다. 그랬기에 김정민은 이 상황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하지만 강철의 생각은 달랐다.

“꼭 필요한 사람입니다.”

“하아…… 뭐, 네가 그렇게 필요하다면야.”

“사내, 외를 가리지 않고 그만한 실력자는 찾기 힘들 거예요.”

그는 숨어 있는 보석이었다. 그 보석을 선취해야 한다.

“설득할 자신은 있는 거지?”

“네. 그분 성향상 함께하지 않고는 못 배길 겁니다.”

강철이 입꼬리를 올리며 본사 건물로 들어섰다.

회의실.

천준호가 삐딱한 자세로 둘을 쳐다보고 있었다.

천준호는 3년 차 주임. 강철은 신입사원이었기에 김정민이 이야기를 주도했다.

“자네 실력이 상당하다고 들었네. 어떤가? 우리 팀에서 함께 일해보는 게.”

팔짱을 낀 천준호가 퉁명스러운 태도로 내뱉었다.

“어차피 인터넷에 떠도는 오픈소스 몇 개 가져다가 붙여넣고 완성했다고 할 거잖아요. 제가 대산 D&S 입사하고 나서 이 시스템, 저 시스템 개발한다고 하는 사람 중에 제대로 된 사람을 본 적이 없어요. 전 그런데 가서 협력사 혹사하는 관리자 노릇 할 생각 없습니다.”

“이번에는 달라.”

“하하, 과장님. 이번엔 다르다. 책으로도 있는 거 모르세요? 세상에 이번에 다른 건 없습니다. 특히나 여기 대산 D&S에서는요.”

김정민이 입을 꾹 다물었다. 얼굴에는 불쾌감이 가득했다.

왜 천준호가 동료 평가에서 최하점을 받고 있는지 알 수 있었다.

조용히 천준호를 지켜보던 강철이 나섰다.

“주임님 말씀에 일정 부분 공감합니다. 이번에는 다르다, 그 말처럼 공허한 말이 없죠.”

“이 주임은 아직 개발 열정 있는 것 같은데 여기는 글렀어. 이제는 자네도 알 때가 됐잖아. 여기는 그냥 협력사를 어떻게 하면 잘 쥐어짜 낼지 궁리하는 곳이라는 걸. 나도 경력만 조금 쌓이면 회사 옮기려고.”

천준호의 말에는 거침이 없었다. 그만큼 실력에 자신 있기에 할 수 있는 행동이었다.

“한 가지 알려드릴 게 있습니다. 전 주임님이 말씀하신 대산에 물들지 않은 깨끗한 신입입니다.”

“그러니까 이 주임은 다르다?”

강철이 고개를 끄덕였다.

“전 다릅니다. 같았다면 보안 패치나, 화면 테스트 자동화 툴을 게시판에 올리지도 않았겠죠.”

“뭐, 그건 잘 봤어.”

“저도 주임님이 남기신 댓글 잘 봤습니다.”

강철이 그룹사 홈페이지에 올린 보안패치, 자동화 테스트 툴에 천준호가 댓글을 달았었다. 그리고 강철은 거기에 대댓글을 달았다.

천준호가 답했다.

“하지만 그거랑 추천시스템은 차원이 다른 문제야.”

“그래서 준비했습니다.”

강철이 들고 온 노트북을 돌려 천준호가 있는 쪽으로 향했다.

거기에는 지금까지 강철이 파이썬으로 작성한 데이터 분석 코드가 가득했다.

“주임님은 이런 걸 좋아하실 것 같았습니다. 말보다는 코드로.”

“흠…….”

천준호가 눈알을 굴리며 정신없이 코드를 탐닉해 나갔다. 그러더니 툭 한마디 던졌다.

“그런데 이거 베끼지 않은 거라는 보장 있어? 없잖아.”

“그럼 이렇게 하시죠. 주임님이 좋아하시는 코딩 테스트 사이트에서 이기는 사람 쪽 부탁을 들어주는 것으로.”

“……뭐?”

“만약 컨트롤 C, V 한 거라면 제가 코드를 짤 수 없는 게 맞을 겁니다. 당연히 천 주임님의 상대도 안 될 테고요.”

“나랑 코딩 테스트를 해보자? 내가 거기에서 몇 등인지는 알고 하는 말이야?”

제가 미래에서 왔기 때문에 다 알고 있어요. 1,020위쯤 하고 있잖아요.

그것만 해도 상당한 실력이었다. 그 순위는 전 세계에서 책정되는 것이기에.

옆에 있던 김정민이 나섰다.

“천 주임. 자네가 아직 뭘 모르나 본데 강철이 친구가 에이글에서…….”

천준호가 그 말을 끊었다.

“전 과장님이 아니라 이 친구한테 물었습니다.”

강철이 그런 천준호를 보며 입꼬리를 올렸다.

“자꾸 이렇게 말로 할 게 아니라 코드로 하시죠.”

“만약 내가 퇴사 빵 하자고 하면, 그래도 할 거야?”

“좋습니다. 그렇게 하시죠.”

천준호를 설득하는 방법은 이것밖에 없었다. 과거에도 천준호의 실력을 알게 된 하진기가 이 방법으로 천준호를 설득했다.

물론 하진기는 천준호에게 졌다. 하지만 그 진심을 느낀 천준호가 합류를 결정하게 된 것이다.

천준호가 손을 으드득 꺾으며 말했다.

“자리에서 노트북 가져올 테니까. 방 만들어놔.”

강철이 여유로운 미소로 고개를 끄덕였다.

한 시간 뒤.

강철은 미소를 지킬 수 있었고, 천준호는 벅벅 머리를 긁으며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이로써 꼭 필요한 세 명을 전부 섭외했다. 나머지 두 명은 적당히 뽑을 생각이었다.

‘이제 개발만 잘하면 돼.’

천준호를 보는 강철의 눈빛이 반짝거렸다.

to be continued

회귀자의 성공 라이프

2

SOKIN 현대 판타지 장편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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