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자의 성공 라이프-7화 (7/59)

7장 씨앗을 심었다

회의를 마치고 나온 강철은 바로 핸드폰을 확인했다.

의외의 인물에게서 톡이 왔기 때문이었다.

유혜인 : 이달의 우수사원 봤어요. 축하해요.

이강철 : 아닙니다. 대리님도 축하드립니다.

유혜인 : 우리야 뭐 워낙 임직원 수가 적어서.

이강철 : 그래서 더 의미 있다고 생각해요. 능력 있는 분들 사이에서 받으신 거니까요.

대화를 마친 강철이 멈칫거렸다.

박인영 : 이달의 우수사원 축하해요.

한참 답장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하다 모른 척 대화방을 지워 버렸다. 계속 대화를 이어나가기 불편했기 때문이었다.

강철은 다시 동기생 방에 들어갔다.

이강철 : 알았다. 내가 쏠 테니까. 시간만 정해. 장소는 내가 정한다.

김윤수 : 오늘 저녁?

진만호 : 콜.

홍성훈 : 콜.

남정복 : 코오올!

그렇게 동기들에게 답장을 보내고 나니 박인영에게서 또 하나의 톡이 도착해 있었다.

박인영 : 그때 고마운 걸 말로만 때웠네요. 저녁 한번 사고 싶은데 시간 괜찮아요?

강철의 고민이 깊어졌다.

이번에도 씹을 것인가. 답장을 보낼 것인가.

이내 결심한 강철이 빠르게 답장을 써나갔다.

* * *

답장을 받은 박인영이 까득 손톱을 깨물었다.

이강철 : 마음만으로 감사합니다.

완곡한 거절이었다. 메시지를 확인한 박인영은 이해가 되지 않았다.

“도대체 왜?”

자신처럼 괜찮은 여자가 먼저 만나자고 하는데 거절을 하다니.

“설마 고자는 아닐 테고…….”

아무리 능력이 있다고 해도 이렇게 단칼에 거절당한 적은 없었다. 적어도 몇 번은 만나다가 서로 대화가 통하지 않아 헤어진 경우였다.

박인영이 핸드폰을 쳐다보며 같은 말을 또 중얼거렸다.

“도대체 ……왜?”

거울을 한 번 보고, 다시 핸드폰을 확인한 박인영이 질끈 입술을 깨물었다.

도대체 이해가 가지 않았다. 스트레스가 올라와 이대로는 안 될 것 같았다.

박인영 : 놀자.

최수미 : 네가 웬일이야? 먼저 놀자고 다하고.

박인영 : 그냥 술 한잔하고 싶어서.

최수미 : 나야 당근 콜이지. 설아도 부를까?

박인영 : 설아…… 송설아?

최수미 : 응. 신입교육 때 친해졌거든 다 같이 놀면 재밌을 것 같은데.

박인영 : 그러자.

즉각 오는 답장을 본 박인영이 핸드백을 들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오늘은 좀 놀아야 이 기분이 풀릴 것 같았다.

* * *

막 잔에 따라진 술을 마시던 강철이 귀를 후비며 중얼거렸다.

“누가 내 이야기를 하나…….”

옆에 있던 동기생이 옆구리를 툭 쳤다.

“당연한 거 아니냐? 오늘의 우수사원에 누가 뽑혔더라 이야기하고 있겠지. 특히나 신입이 우수사원에 뽑혔으니 회식 안줏거리 아니겠어?”

그러자 다른 친구가 옆에서 거들었다.

“자, 술이나 쭉쭉 들이켜세요. 오늘 두 발로 집에 들어갈 생각하지 마라.”

“야, 나 집 가서 할 거 있어.”

“이거 왜 이래. 나도 할 거 많은 사람이야. 지금 우수사원 됐다고 벌써 무시함?”

동기생의 농담에 강철도 픽 웃음을 흘리곤 결국 잔을 털어 넣었다. 그런 강철을 향해 또 다른 동기생이 물었다.

“그러면 너 승진도 빨리하겠다. 인사고과 최고점 받을 테니까.”

강철은 괜히 볼을 긁적였다.

“뭐, 그러려나.”

“막 초고속 승진하고 그러는 거 아냐. 1년 만에 대리 되고. 2년 만에 과장되고.”

그러자 윤찬민이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대기업에서 승진이 그렇게 빨리 될 리가.”

“왜 뉴스 같은 거 보면 핵심인재들은 기존 시스템 무시하고 올라가잖아. 이제 분위기가 완전히 성과 중심으로 바뀌었으니까.”

그러자 강철의 머릿속으로 하진기가 했던 말이 스쳐 지나갔다.

-핵심인재에 추천했다.

핵심인재.

거기에 선정된다면 내년에 대리가 되는 것도 무리는 아니니라.

그렇게 되면 친구들이 어떤 표정을 지을까?

그 표정을 동기생들에게 들켰다.

“뭐야, 너 설마 진짜 내년에 대리 달 생각하고 있냐?”

한 동기생이 찌른 정곡에 당황한 강철이 어버버거렸다.

“……어?”

“이 새끼 진짜 그런 생각 하고 있었네. 이야 너 야심 장난 아닌데? 이러다 사장하겠다고 하겠어.”

강철은 술기운을 빌어 호기롭게 말했다.

“큭, 그깟 사장이 대수냐. 여기에서든 밖에서든 사장은 무조건 한다.”

“그럼 나 좀 써주라.”

“하는 거 봐서. 능력 있으면.”

“야, 나 정도면 훌륭하지.”

강철이 윤찬민을 흘깃 보았다.

“찬민이 정도 되면 내가 고민해 보겠는데 네 실력으로는 좀 그렇지.”

그러자 동기생이 한층 더 열을 내며 달려들었다. 그러자 주변 동기생들은 폭소를 터뜨렸다.

강철은 오랜만에 허리띠를 풀고 실컷 술을 마셨다.

* * *

다음 날.

침대에 쥐죽은 듯 누워 있던 강철이 신음을 흘리며 눈을 떴다.

“으으으…….”

“으윽…….”

“으아아…… 내가 다시 술을 먹으면 사람이 아니다.”

강철이 부스스한 머리로 몸을 일으켰다. 속이 쓰리고 골이 띵했다.

거실로 나가 찬물을 들이붓고 나서야 겨우 정신이 돌아왔다.

“오빠. 도대체 술을 얼마나 퍼마신 거야. 새벽 3시 넘어서 들어온 건 알아?”

“기분 좋은 일이 있어서 좀 마셨어.”

“그렇다고 무슨 술을 그렇게 퍼마셔. 엄마가 얼마나 걱정했는데.”

“알았다. 다음부터는 조금만 마실게.”

“아빠 어떻게 돌아가셨는지 알지?”

그 말에 강철이 움찔거렸다.

강철의 아버지.

강철이 20살이 되던 해 간암으로 돌아가셨다. 암에 걸린 이유는 끊임없는 술 때문이었고, 술을 마신 이유는 사업실패였다.

“…….”

“나도 이런 말 하긴 싫은데 엄마가 너무 걱정하니까 하는 말이야. 오빠도 알잖아. 술 병적으로 싫어하시는 거.”

강철이 착잡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앞으로는 최대한 이런 일 없도록 할게.”

“뭐, 알았으니까. 됐어. 내가 콩나물국 끓여놨으니까 해장하고.”

“네가?”

이희진이 새침한 표정을 지었다.

“그럼 엄마는 일 나갔으니 하나 남은 동생이 오빠 챙겨야지 누가 챙기겠어.”

“하하, 이거 해가 서쪽에서 뜨겠는데.”

“지난번 가방 사준 건 이걸로 퉁 치는 거야.”

“두 번 사줬다간 아주 왕처럼 모시겠다?”

이희진이 입을 가리며 웃었다.

“호호, 한번 사줘 봐봐. 어떻게 될지 보여줄 테니까.”

강철은 괜히 몸을 떨었다. 왠지 저 미소 뒤에 마녀가 숨어 있는 걸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새, 생각해 보마.”

“밥 먹고 또 퍼질러 자지 말고 이제 대기업 들어갔으니 더 열심히 해.”

“인마 내가 얼마나…….”

이희진이 강철의 말을 끊었다.

“라고 엄마가 전해달래.”

“알았다.”

강철이 괜히 입맛을 다셨다. 엄마가 지금 이 시각에도 얼마나 힘들게 일하고 있는지 알기 때문이었다.

“그럼 나도 알바가 있어서 이만.”

그리고 동생도.

자기 학비는 자기가 벌어야 한다며 학기 중에도 단 한 번도 집에 손 벌리지 않았다.

그 정도만 해도 얼마나 열심히 살고 있는지 알 수 있었다.

* * *

동생이 나가고, 강철은 뜨끈한 콩나물국에 밥을 말아 후루룩 마셔 버렸다.

그리고 며칠 전 세무서에서도 도착한 봉투를 뜯어보았다. 거기에는 법인 사업자 등록 서류와 명함 한 장이 들어 있었다.

-주식회사 아이온.

-인베스터 이강철.

강철이 지분 100%를 출자해 만든 회사였다. 대표 이사는 어머니였고, 직원은 한 명도 없는 투자용 1인 법인이었다.

든든히 밥을 먹은 강철이 명함을 꺼낸 이유는 간단했다. 오늘 퍼그의 대표와 약속을 잡았기 때문이었다.

휴일에는 회사를 가야 해서 토요일로 약속을 잡았다. 한 푼이 아쉬운 퍼그의 대표는 토요일도 상관없다며 응해주었다.

한 벌뿐인 양복을 차려입은 강철이 지하철을 타고 가산 디지털 단지로 이동했다.

주식회사 퍼그는 그곳에 있는 빌딩 중 하나인 스타 타워 1208호에 있었다.

사무실 앞에 도착한 강철이 벨을 누르자 기다리고 있던 김봉수 사장이 모습을 드러냈다.

“안녕하세요. 전화 드린 이강철입니다.”

“아, 네. 김봉수입니다.”

김봉수.

34세.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바로 군대를 다녀와 능력만으로 포엔에 입사 후에 회사 내 여러 팀을 전전하다 사내 정치에 밀려 퇴사한 사람이었다.

강철이 인사를 나누며 사무실 안으로 들어갔다.

주말임에도 몇몇 직원들이 출근해 열심히 개발에 매진하고 있었다. 강철은 바로 회의실로 안내되었다.

앉자마자 김봉수가 물었다.

“투자하고 싶으시다고요?”

“네.”

물 한잔도 꺼내지 않는 걸 보니 얼마나 사정이 급한지 알 수 있었다.

“혹시 얼마를 생각하고 계시는가요. 저희가 사정이 아주 급해서…….”

확실히 과거 들었던 그대로였다.

사정이 급했던 김봉수는 부모님이 살고 있던 전세금을 담보로 돈을 빌려 게임에 투자한다. 그게 성공했기에 망정이지 실패했다면 부모님까지 길바닥에 나 앉을 수 있는 상황이었다.

강철이 여유로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건 어느 정도 지분을 주실 수 있는지에 따라 달라질 것 같습니다.”

“아, 그렇군요. 제가 생각해 본 건 3억에 20% 정도입니다.”

이번에는 강철이 마른침을 삼켰다. 너무 좋은 조건이기 때문이었다.

‘라운드 헌터는 무조건 성공한다. 그걸 발판 삼아 출시한 차기작 또한 마찬가지고.’

아마 이들은 그 사실을 모르기 때문에 3억에 20%라는 제안을 할 수 있으리라.

강철이 천천히 입을 열었다.

“그런데 여기 오면 그 게임을 해볼 수 있다고 하셨던 것 같은데 아직 게임은 보여주시지도 않고 돈 이야기만 하시는군요.”

“아! 죄송합니다.”

밖으로 나간 김봉수가 게임이 설치된 핸드폰을 들고 들어왔다.

이내 게임을 실행시킨 강철은 자신의 예상이 적중했음을 느꼈다.

‘역시 아직 그게 적용이 안 되어 있어.’

과거 ‘라운드헌터’가 성공한 가장 큰 이유는 두 가지였다.

-간단한 유저인터페이스.

-극악의 적 인공지능.

1번은 적용되어 있었지만 2번은 아니었다. 게임을 플레이하자마자 알 수 있을 정도로 게임 내 적들은 멍청하게 행동하고 있었다.

강철이 게임을 진행하며 말했다.

“역시나 현재 시장에서도 포화 상태인 장르군요. 횡 스크롤 액션 RPG 게임.”

김봉수의 표정이 굳어졌다.

“그, 그거야 그렇지만 저희는 게임 조작 방식에서 큰 차이를…….”

“그 조작 방식의 가장 큰 차이는 간단한 유저인터페이스와 극악의 적 AI인 것으로 알고 있는데…… 전자는 적용이 되었지만, 후자는 특색이 있다고 보기 어려운데요.”

강철이 고개를 갸웃거리자, 초조한 김봉수가 덜덜거리며 다리를 떨었다.

강철의 예측대로 부모님 전셋집을 담보로 대출까지 받았다. 무조건 끝까지 만들어 런칭해야 한다. 하지만 돈이 없으면 중간에 포기해야 할지도 모른다.

그 불안감이 김봉수를 초조하게 만든 것이다.

“그, 그건 현재 개발하고 있습니다. 그것만 완성이 되면 런칭을 할 겁니다.”

“언제쯤이요?”

김봉수의 이마에서 식은땀이 주르륵 흘러내렸다.

“그, 그건…….”

“보내주신 기획서에 의하면 극악의 난이도라고 하는데 이건 뭐 쏘는 족족 적들이 죽어 나가니 너무 쉽잖아요. 그 말은 아직 완성이 덜 됐다는 뜻으로 느껴집니다.”

김봉수의 표정에 절망이 서렸다.

‘역시 이걸로는 안돼.’

요즘 자신의 최대 고민이었다.

-적 인공지능.

게임의 핵심 기능이 미완성이었다.

디자인에서부터 로비, 스테이지 개발까지 90% 이상 완성했다. 하지만 게임의 가장 큰 재미 요소라 할 수 있는 적 AI는 도무지 진척이 없었다.

“솔직히 말씀드려서 그 부분에서 개발이 막혀 있지만 곧 될 겁니다. 곧이요…….”

곧.

이 말이 얼마나 허황된 것인지 알기에 김봉수의 말에는 힘이 없었다.

강철이 물었다.

“그것만 해결되면 런칭은 바로 되는 겁니까?”

김봉수가 크게 고개를 끄덕였다.

“당장 다음 달이라도 출시할 수 있도록 준비했습니다. 정 안 되면 해당 부분의 재미는 떨어지더라도 그냥 출시할 수도 있고요.”

강철이 고개를 흔들었다.

“그건 안 됩니다.”

왜냐하면 ‘라운드헌터’의 성공 원인은 적 인공지능 때문이다. 그게 준비가 안 된 채 출시하면 게임은 망한다.

그걸 투자 철회로 알아들었는지 김봉수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하지만 강철은 그런 의도로 한 말이 아니었다.

강철이 주머니에서 핸드폰을 꺼냈다.

“이거 한번 해보시겠어요?”

게임 개발 도구에서 제공하는 디자인으로 만들어진 아주 간단한 액션 게임이었다.

핸드폰을 받아들고 게임을 하던 김봉수의 동공이 점차 확장되었다.

‘이…… 이거 적 인공지능 수준 내가 원하는 수준이잖아.’

강철이 놀란 김봉수에게 말했다.

“2억에 이걸 드릴 테니 지분 20%를 주시는 건 어떻습니까?”

게임을 플레이하던 김봉수가 놀란 눈으로 강철을 힐끔 살폈다. 그리고 다시 게임을 플레이했다.

그렇게 몇 번을 반복했다.

* * *

강철이 떠난 후.

김봉수는 한동안 멍하니 핸드폰을 보고 있었다. 핸드폰에서는 여전히 강철이 건네준 앱에서 간단한 게임이 실행되고 있었다.

사운드도 없었다. 그저 막대 모양의 캐릭터가 막대기 한 자루를 들고 적과 맞서는 액션이 다였다.

김봉수가 게임을 보며 중얼거렸다.

“어떻게 만든 거지…….”

아무리 고민해 봤지만, 답을 찾아낼 수 없다. 자신이 벌써 수 주째 고민했던 게임상 적들의 움직임이 정확히 구현되어 있었다.

“이거만 있으면 당장 다음 달에라도 출시할 수 있을 것 같긴 한데.”

김봉수가 화면을 보며 고민하던 그때.

끼이익, 문 열리는 소리가 나며 누군가 회의실 문을 열고 들어왔다.

“사장님.”

문을 열고 들어온 남자는 포엔을 나올 때 함께 나온 동료이자 현재 회사의 2인자 안효상이었다.

“어.”

“투자는 어떻게…….”

“일단 하기로 했다.”

안효상이 크게 한숨을 내쉬었다.

“다행이네요. 당장 다음 달 직원 월급 걱정하고 있었는데. 숨통이 트이겠어요. 지분은 상의했던 그대로?”

“2억에 15%. 그런데 조건이 하나 있어.”

“조건이요?”

안효상에서 보고 있던 핸드폰을 내밀었다.

“이거 한번 봐봐.”

핸드폰을 확인한 안효상의 눈동자가 점점 커졌다.

“이거…….”

“우리가 생각하던 모습 맞지?”

“그, 그런 것 같은데요.”

자신들이 생각하고 있는 적들의 움직임이 그대로 구현되어 있었다.

다음 스테이지로 넘어가거나, 로비로 가서 아이템을 사는 기능은 없었다. 그저 주인공 한 명에 달려드는 적 여러 명밖에 없었지만, 그 적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았다.

“지분 5%를 더 챙겨주면 이걸 준다네.”

“이거라면…….”

“그래 이 안에 들어가 있는 알고리즘.”

그러자 안효상의 표정이 환하게 밝아졌다.

“그러면 게임 런칭을 당장 다음 달에도 할 수 있겠는데요? 그렇지 않아도 로비나 스테이지 준비는 끝났잖아요. 이것 때문에 런칭을 못 하고 있는 거나 마찬가지였는데.”

“아무래도 받고 다음 달 출시하는 게 낫겠지?”

“당연하죠. 어쩌면 내년까지 개발해야 할지도 모른다고 엄청나게 걱정했잖아요. 그러면 운영비가 얼마예요. 직원들 인건비에 사무실 임대료 빠져나가는 거 생각하면 1억은 그냥 넘을 것 같은데.”

“네 생각도 그렇다면.”

고개를 끄덕인 김봉수가 어디론가 연락을 취했다.

비슷한 시각 지하철 안.

집으로 돌아가던 강철의 입가에 희미한 미소가 서렸다.

“됐어. 일단 퍼그 지분 20% 확보.”

자신의 의도가 통했다.

돈은 1억을 아끼고, 지분은 20%나 얻게 된 것이다. 추후 유상증자를 통해 지분이 희석된다고 해도 최소한 10% 이상의 지분율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고 해도 100배는 벌 수 있었다.

“2억밖에 안 썼으니까. 아직 2억이 남았다. 그거면 한 회사를 더 투자할 수 있어.”

불끈 주먹을 쥔 강철은 자신이 타깃으로 삼은 다음 회사를 검색해 보았다.

-아이체크.

다이어트 관련 서비스였다.

이 서비스의 장점은 핸드폰으로 사진을 찍으면 해당 음식의 칼로리를 자동으로 계산해 준다는 것이다. 이런 비슷한 서비스가 많이 있었지만 아이체크만큼 높은 정확도를 기록한 서비스는 없었다.

“이것도 아직 출시가 안 됐다는 말은 한창 개발 중이라는 뜻이겠지.”

아이체크도 미래 운동 앱의 대명사가 되면서 추후 세계 최대 운동용품 회사인 나이크에 5억 달러에 팔리게 된다. 퍼그와 비슷한 수익률을 기록할 수 있는 것이다.

“이건 좀 어려운 거니까. 지분율을 좀 더 요구해야겠어.”

퍼그.

그곳에 만들어준 알고리즘은 강철 기준으로 간단한 것이었다. 왜냐하면, 강철이 살던 시대에는 오픈소스로 공개되어 있던 내용이기 때문이었다. 그걸 적용한 것뿐이었다.

아이체크에서 사용하는 이미지 확인 기능 역시 마찬가지였다. 미래에는 오픈소스로까지 풀리는 기술이었다.

강철이 어렵다고 한 건 당시 코드를 떠올리는 것이 어렵다는 말이지 난도가 엄청나게 높다는 뜻은 아니었다.

“일단 당분간은 아이체크에 제출한 앱을 만들자. 그걸로 지분을 얻은 후에 다시 에이글 문제를 풀면서 돈을 모으는 거야.”

생각을 마친 강철은 무선 이어폰을 꽂고 코세라를 시청했다.

다시 사는 삶.

지하철에서 이동하는 시간도 낭비하기 싫었다.

* * *

대산 그룹 인사팀.

손재식은 심사위로부터 넘어온 자료를 꼼꼼히 살폈다.

-에이글 사이트 관련 조사.

공신력 : A.

인지도 : A.

권위 : A.

수상자 실력 : B+.

…….

보고서의 가장 마지막에 종합 평가 적혀 있었다.

-종합 평가.

만약 상기 사이트의 순위권에 든다면 P급 핵심인재 요건에 들 수 있다고 충분히 사료됨. 단, 하나의 문제에서 순위권에 드는 것으로는 핵심인재 선정이 어려움. 어려운 문제 쉬운 문제들이 섞여 있기 때문임. 최소 3개 이상에서 순위권에 들어야 핵심인재로 추천함.

“흠…….”

잔뜩 인상을 쓰고 있는 손재식에게 과장이 물었다.

“결과 나왔어?”

“네. 그런데 좀 아쉽네요.”

“왜? 탈락이야?”

“종합 평가에 따르면 한 문제에서 순위권에 든 것으로는 핵심인재 선정이 어렵다고 해서요. 그런데 제출된 추천서를 보면 이 친구는 순위권도 아니고 10위였잖아요.”

“아, 그거 하 팀장한테 전화 왔는데 최종적으로 4위로 마무리됐대.”

하지만 손재식은 고개를 흔들었다.

“그래도 안 됩니다. 보고서에 따르면 최소 3개 문제에서 순위권을 차지해야 한다고 했거든요.”

“그래? 그럼 한번 전화해서 물어봐. 그사이에 또 순위권에 들었을 수도 있잖아.”

“그게 쉬운 것도 아니고…….”

과장이 픽 웃음을 흘리며 말했다.

“전화 한 번 하는 것보다는 쉬울 것 같은데?”

손재식이 마주 웃으며 사내 전화기를 들었다.

“안녕하세요. ㈜대산 인사팀 손재식입니다.”

“네. 몇 가지 물어볼 말씀이 있어서요.”

“혹시 지금까지 에이글에서 순위권에 든 문제가 몇 개나 될까요?”

전화하고 있던 손재식이 입을 다물었다. 그러곤 목울대를 꿀렁이며 마른침을 삼켰다.

“……다, 다시 말씀해 주시겠어요.”

“저, 정말이세요?”

“네. 그럼 스크릿샷 메일로 한번 부탁드립니다.”

전화를 끊은 손재식이 잠시 기다리다 메일을 확인했다. 거기에는 강철이 보낸 메일이 떡하니 도착해 있었다.

“하나, 둘, 셋, 넷, 다섯, 여섯…….”

지금까지 순위권에 들어 상금을 수령 한 문제만 6개를 넘었다. 놀라 입을 떡 벌린 손재식에게 옆에 있던 과장이 물었다.

“왜 무슨 일인데.”

“조, 종합평가의견에서 순위권 3개만 들면 핵심인재 선정이 가능하다고 했거든요.”

“그런데.”

“이 친구 6개나 순위권에 들었어요.”

“으, 응? 여섯 개?”

“서류 통과했으니 1차 전문가 면접 보러 오라고 해야겠네요……. 그거 통과하고 임원 면접 통과하면.”

“핵심인재네.”

“네.”

손재식이 크게 고개를 끄덕였다.

* * *

비슷한 시각.

강철은 회사에서 하진기와 회의를 하고 있었다. 하진기가 잔뜩 미간을 찌푸린 채 말했다.

“이번 대산 닷컴 리뉴얼 TF 총 팀장이 본사 진선미 전무신데 추천 시스템을 한번 보고 싶다고 하시네.”

강철이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답했다.

“당장 개발을 한다고 해도 시일이 꽤 걸릴 텐데요…….”

“아. 당장 개발된 걸 보고 싶다는 건 아니고 일종의 설계도 같은 거 있잖아.”

“그런 수준이라면 준비할 수 있습니다.”

“시스템 구성도에서부터 데이터 플로우, 추천 시스템 알고리즘까지 이런 것들을 엮어서 PPT로 만들어야 하는데도?”

“하하, 네. 문서 작업이야. 뭐, 별로 어려운 일도 아닌데요.”

사업에 실패하고 돈이 떨어졌을 때 강철이 한 일은 정부 보조금을 타내는 것이었다. 그리고 보조금을 타기 위해서는 수없이 많은 문서를 작성해야 한다.

문서 작업이라면 그 당시 질리도록 해본 것이다.

“그, 그래. 그럼 일단 러프하게 만들어서 가져와 봐. 그거 보고 일정 잡아볼 테니까.”

“알겠습니다. 오늘 퇴근 시간 전까지 완성해서 보여드리겠습니다.”

하진기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답했다.

“그래. 너무 무리하진 말고. 그리고 인사팀에서 연락이 왔더라 1차 서류 통과했다고.”

강철은 입꼬리가 올라갔다. 하진기가 천천히 설명을 이어나갔다.

“지난번에도 말했듯이 이제 1차 전문가 면접, 2차 임원 면접만 통과하면 된다. 임원 면접은 그냥 얼굴이나 보려고 하는 거고 1차 전문가 면접이 중요한데…….”

“그건 자신 있습니다.”

강철이 자신 가득한 목소리로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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