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왕의 표본-345화 (345/369)

345화

<외전 - 오작가 이야기>

외전 - 추천 받고 싶어 하는 작가 이야기 추천 받고 싶어 하는 작가, 짧게 불러서 오작가는 오늘도 부지런하게 키보드를 놀리고 있었다. 열심히 5400자의 글을 날마다 써가면서 독자들의 코멘트와 추천을 보고 즐기는 것이 그의 낭만이었다. 또한 그들이 울 때는 같이 울먹이고… 웃을 때는 같이 웃는 게 그의 마음이었다.

는 사실 얼어죽을 소리고, 그냥 완결내기로 약속했었으니까 열심히 쓰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오늘 오작가는 한 가지 중대한 사실을 느끼게 되었다. 그건 바로….

'아무것도 하기 싫다.'

'그런데 아무것도 안하는 것 이상으로 아무것도 하기 싫다.'

오작가에게는 한 달에 한 번씩 이런 날이 올 때가 있었다. 마치 여자의 그날과 같다고 할까? 물론 여자의 그 날처럼 아픈 일은 없었기 때문에 이것과 동일하다고 하면 욕을 엄청 먹을 테니 참아야 되리라. 하지만 생각해보면 오작가는 이미 이미지가 바닥이었기 때문에 떨어질 곳도 없었고, 상식적으로 어찌 되든 큰 문제는 없는 것 같았다.

어찌 됐든 오작가는 오늘도 열심히 글을 쓰고 있다. 그런데 오늘은 평범한 소설이 아니다. 이름하여 그의 외전격 소설이었다.

'오늘 존나게 아무것도 하기 싫다.'

사실 지금 이렇게 키보드를 두드리는 것조차 오작가는 멘붕이었다. 자신이 왜 이렇게 힘을 내서 글을 써야 하는가, 돈도 쥐꼬리도 못 버는 소설을 이제와서 쓴들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슈밤 어차피 이젠 취미삼아 쓰는 글인데 그냥 여기서 연중을 해도 되지 않을까! 하고 여러모로 갈등을 때리고 고민하는 우리의 오작가!

'하지만 나에겐, 단 하나뿐인 독자들이 있어. 나에게 독자들은 여러 명이지만 그들에게 작가는 나 단 한 명이야!'

감동적인 멘트를 속으로 읊조리며 오작가는 마음을 다짐했다. 그리고 그는 다시 열심히 글을 쓰기 시작한다. 한 막장 비제이 남자가 주인공인 소설을 끄적이면서… 오작가는 여러모로 큰 벽을 넘어왔다고 생각했다.

'솔직히 생각해보면 더 이상 쓸 스토리도 없단 말이지. 그냥 바로 메인격으로 나가도 될 거 같을 정도인데.'

하지만 아직 스토리가 몇 가지 남아 있었다. 중요 메인 스토리라던가 이제 슬슬 불 붙게 될 아수라장 스토리라던가… 아직 풀지 못한 복선들도 여러가지가 있었기 때문에 오작가는 고민이었다.

'ㅎㅎ 시즌 5 끝나고 나면 6개월 뒤에 온다고 할까?'

좋은 생각이었다. 하지만 오작가는 한 순간의 충동이 작가의 인생에 얼마나 고달픈 위기를 주는가를 알고 있었다. 이를테면 스너프 게임! 비록 완결을 내긴 했지만 만족스러운 이야기가 아니었고 다시 리메이크를 할 겸, 남들 몰래 중요한 부분들을 일일히 손보고 있는데 솔직히 말해서 좆같았다 씨발!

'이야기가 하나도 기억이 나지 않는데 어떻게 이야기를 쓰니!'

그렇다고 해서 자기 글을 차근차근 다 읽어나가자니, 이상하게 쓰기만 했을 뿐인데 글의 내용을 전부 알고 있다. 짜잘한 복선들만 전부 까먹고 마는 것이다.

오작가는 실로 고민이었다. 남자 비제이가 주인공인 소설 역시 은근 남들 모르게 여러가지 복선이 깔려 있었고, 이제 막 회수하기 시작한 실정이었다. 그런데 그는 과연 여기서 글을 접고 포기해야 할까?

'섹스…!'

심지어 아직 독자들에게 보여주지 않은 여러 성스러운 장면들도 있었다. 그들이 그토록 원하는 로리 따먹기라던가 거유 따먹기 같은 것도 아직 보여주지 않은 실정이었다. 아니, 근데 사실상 보여주지 않아도 괜찮지 않을까? 애초에 보여줄 필요가 없잖앜ㅋㅋㅋㅋ 아, 물론 오작가가 연재하고 있는 곳은 유료연재 사이트였고 심지어 성인 소설을 추구하는 곳이었기 때문에 H씬이 극히 필요할 것도 같았다.

'그럼 이런 방식은 어떨까. 갑자기 10년 후로 넘어가서 주인공도 위기에서 벗어나고, 하렘왕이 되는 거지.'

그리고 부자가 되어서 잘 먹고 잘 살았다. 하지만 이것은 전형적인 글 더 쓰기 싫어서 포기하는 작가들이 보이는 일부 특징이었다. 오작가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내가 여기서 포기하면! 나는 다음 벽으로 넘어갈 수 없을 거야!'

심지어 오작가는 이 작품을 무려 1500편 넘게 쓰겠다고 선언까지 했었다. 하지만 생각해보면 이 세상 사람 중에 약속 잘 지키고 사는 사람은 거의 없다. 첫 여자 친구 사귀어서 결혼까지 하자고 말해놓고 안 지키는 사람들 천지 아닌가? 오늘 꼭 다이어트 해야지 해놓고 안하는 사람들 천지이지 않은가? 자기 자신을 향한 약속도 어기는 마당에 남의 약속을 지킬 이유가 있을까! 그 필요성에 대해 진실로 고민하는 오작가였다.

'하지만, 완결은 내야 한다.'

그건 오작가의 일종의 신념이었다. 사실 오작가는 이전에 한 차례 다른 사이트에서 제안을 받은 적이 있었다.

어떤 큰 소설 사이트였는데 거기에서 제휴 계약을 맺을 생각이 없냐고 한 것이었다. 그런데 하필이면 그게 현재 오작가가 연재하는 작품은 아니었고, 오작가가 현재 유료 연재 사이트에서 몇 번 연재를 개시한 적 있는 작품이었다. 그런데 그 작품이 갑자기 그런 제안을 받으니 솔직히 조금 유혹도 생기고 여러모로 고민이 되어서 이런 갈등을 때리게 되는 걸지도 몰랐다.

'하지만, 완결은 내야해!'

비록 요즘 추천수도 부족하고 보는 독자들도 적어졌지만! 그건 당연한 것이었다! 돌이켜보니까 이건 1500편이 아니라 500편이 최대치인 소설이었다! 애초에 300편까지 버텨온 것도 용케 장한 것이었다!

'그런데 처음엔 이런 소설이 아니었지. 분명히 비제이를 위한 소설이었어.'

방송을 위한 소설이었는데 어느 순간부터 독자들이 방송보단 그 캐릭터들을 사랑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결국엔 미미짱 다이스키 하고 다니는 사람들처럼 변모해서 그 캐릭터들을 상상하며 자위를 하기 시작했다. 오작가는 이 사태에 대해서 어떻게 해야 하는가 진심으로 고민하고 고뇌했다.

'내 캐릭터들을 사랑하게 된 그들을… 나는 쉽게 버릴 수 없다.'

오작가는 몇 번이고 글을 버려왔다. 하지만 끝끝내 힘을 내서 완결시킨 글들도 있었다. 그것을 감안할 때 오작가는 이번 관문도 쉽사리 넘어갈 수 있을 것이었다.

사실 현재 오작가가 연재하는 작품은 돈이 되는 작품은 아니었다. 그건 일부 독자들도 알고 있을 것이었다. 왜냐하면 이 작품은 현재 시장에 맞는 작품도 아니었고, 오작가가 이야기를 최대한 늘어뜨려서 그나마 더 진행된 작품이었다.

사실상 300편에서 끝났어야 할 이야기가 더 늘어나고 있는 실정이었으니까 말이었다.

'웃긴 스토리로 어떻게든 울궈먹고 있지만, 이젠 슬슬 끝물이라는 거지.'

1500편까지 쓰겠다고 했던 건 그냥 접어두기로 오작가는 결심했다. 아, 물론 다시 마음을 바꿔먹을 수도 있다.

오작가는 언제든지 마음이 바뀔 수 있는 유별난 사람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적어도 지금 그는 어느 정도 마음을 먹었다. 어떤 식으로 이야기를 진행할 지… 그리고 이 남자 비제이의 이야기를 어떻게 끝을 낼 지 말이었다.

'씨발 섹스.'

사실상 오작가도 이제 할 말은 없다. 이놈의 스토리 분량을 항상 5400자로 잡아두었기 때문에 5400자까지 글을 써야하는 것이 문제였다. 힘내라 오작가… 이제 2000자 남았다.

'그건 그렇고 생각해보면 이 작품으로 번 수입도 조금은 있지.'

그러하다. 사실 오작가는 이 작품을 리메이크하게 되었을 때 이렇게 수입이 벌릴 줄은 몰랐다. 애초에 취향 타는 작품으로서 어느 정도 매니악층만 볼 거라 생각했는데… 그래도 반응이 꽤 좋았어서 말이었다. 아, 물론 그렇다고 해서 돈을 무지막지하게 번 것은 아니었다.

'그래도 지금까지 열심히 글을 써온 것에 후회는 없다.'

그러하다. 비록 취미가 되어버린 글이었지만 이 작품을 어떻게든 완결을 내려는 의지는 자랑스러울 따름이었다. 안 그래도 요즘 작가들 완결도 안 내고 도중 도주하는 게 얼마나 많은가? 그 와중에 이토록 버티면서 꾸준히 독자들과의 약속을 지키는 작가는 참으로 대단한 것이다. 고로 원고료 내놔라.

'근데 연참은 이제 무리일 듯.'

사실 연참을 하면 더 빨리 완결도 내고, 다른 작품을 바로 만날 수도 있을 것이었다. 그런데 사실 연참은 무리인 것이 오작가가 개인적으로 하는 일이 조금 많이 바빠졌다. 고로 두 편을 연재하고 싶어도 못하게 되었고, 대신 이제부터는 클라이맥스에 올라갈 준비를 하고 있었기 때문에 강한 스토리가 빵빵하고 순식간에 터져 나올 것이었다.

아마 다음 시즌 후기 전편에서 독자들은 개멘붕을 하게 될 것이다. 후후후후 아닐 거라고? 아니면 말던지….

'아 근데 신캐도 처리해야 하는데 ㅡㅡ.'

근데 생각해보니 신캐도 있다. 투명손을 이용해서 사람을 조지는 게 취미인 얀성향을 띄는 캐릭터였는데 의외로 인기가 많아가지고 고민 중인 오작가였다.

물론 이 캐릭터 스토리가 몇 번 나오긴 하지만 정말 강한 스토리는 많이 안 나올 텐데 말이었다. 그리고 마법사라던가… 하는 인물들의 비중도 이제 슬슬 나와야 할 거고 오작가는 고민중이었다.

'에라이 씨발, 씨바알 씨바아아알!'

사실 이런 식으로 복선을 날려둔 뒤에 회수할 때가 오작가에겐 가장 고역이었다. 왜냐고? 이런 거 쓸 때는 재미가 읎거든….

'어, 그런데 H씬은 어떡하지?'

그러고 보니 H씬까지 넣게 되면 더 스토리가 길어질 텐데! 그래서 오작가는 한 가지 좋은 수를 떠올렸다.

'H씬은 전자책으로 판매하는 거야 으흐흐흐흐.'

물론 맛보기로 조금은 유료연재 사이트에서 보여준 뒤에… H씬은 로리편, 거유편, 얀데레편, 하면서 판매하는 것이다. 으흐흐흐… 진짜로 이 작품을 사랑하는 독자라면 사주겠지, 응? 으응?

'쓔벌.'

아무튼 오작가는 오늘따라 여러모로 욕을 하고 있다. 사실 오늘 컨디션이 영 좋지는 않다. 그래서 무려 두 달만에 커피를 마시면서 글을 쓰고 있다. 그럼에도 본 이야기가 나오지 않는 거 보면 오늘 진짜 컨디션이 제로인 모양이다.

'하지만 글을 안 쓰는 것보단 이렇게 외전 격인 내용이라도 남기는 게 좋지! 아닌가? 아닐 수도. 아니겠군.'

어쨌든 오작가는 마지막 스타트를 다질 준비를 하면서 열심히 글을 써나가고 있다. 비록 1500편의 대량의 글을 쓰는 것은 무리인 작품이란 걸 알게 되었기 때문에 조금은 막막한 감도 있지만, 그래도 오작가는 있는 힘을 다해 스토리를 짜낼 것이다! 그러다 보면 다시 더 스토리를 늘리고 싶은 생각이 들 수도 있겠지!

'그나저나 이거 한 가지 고민이네. 이 작품 끝마무리는 어떻게 해야 하나.'

사실 오작가에겐 이외 한 가지 고민이 더 있었다. 그건 바로 작품의 끝을 어떻게 내야 하는가였다. 한참 고민하던 오작가는 이윽고 검지와 엄지를 맞부딪히며 딱 소리를 냈다. 그리고는 경쾌하게 이렇게 소리쳤다.

"예림이 선정이 딸이에요를 외치면서 끝내게 하자!"

그렇다. 고로 오작가가 현재 쓰고 있는 작품은 마지막에 예림이 선정이 딸이에요를 외치면서 완결을 맺을 것이었다.

막장이라고? 어차피 이 작품은 막장이다. 막장이니까 오작가가 이런 식으로 출연한 소설도 쓰여지지. 그리고 막장 작품이 의외로 쓰기도 마음 편하고 좋다.

다음 작품도 아마 막장 작품이 되겠지. 그러나 그때는 '어머 어머 저거 봐, 작가는 무슨 생각으로 이딴 글을 썼을까?'하는 소리가 나오면서도 계속 보게 되는 중독성 있는 선정이 소설을 쓸 것이다. 오작가는 마음을 다졌다.

다음 작품은 반드시 소설계의 한 획을 긋는 막장 소설을 쓰겠다고.

…그렇게 오작가는 오늘의 집필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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