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왕의 표본-339화 (339/369)

339화

“서, 서민국….”

“네 이놈! 이 자시익…!”

“크큿… 크크크큿….”

모두가 울분을 터트리고 있는 울적한 상황이었다. 6천명의 아리아가 하나같이 민국을 노려보며 삼킬 수 없는 눈물을 흘리고 있을 때, 유독 웃음을 짓고 있는 유일한 한 사람! 서민국은 고개를 내리고 사악하게 웃음 짓다가 말했다.

“그래….”

“…….”

“올해 4월, 음란물 규제의 근원인 딸통법이 실시된다.”

딸.통.법. 그것은 바로 4월 실시되는 음란물 규제의 위험한 법이었다. 하지만 그것은 여태까지 겪어왔던 다른 법들과는 비교가 되지 않았다. 오죽하면 남자들의 노골적인 ‘딸’을 칭호로 담아 딸통법이란 이름으로 나왔겠는가? 그것엔 다 이유가 있었다.

“너희들은!”

민국은 손가락으로 6천명의 아리아를 가리키며 소리쳤다.

“더 이상 야동을 보지 못하게 된다!!!!”

그렇다…. 이 세상, 이 대한민국은 조금 있으면 내리막길로 향하게 될 것이었다. 아 다르고 어 다른 윗사람들의 막무가내 행동이 이룩한 그것은…! 보수파 진보파 따질 것 없이 공통적으로 피해를 안겨주고 공감시키는 행위였다.

“더 이상 서양의 굵직한 맛을 맛보지 못한다! 더 이상 국산의 아해 원정대 맛을 맛보지 못해! 그 이유는…!”

바로, 딸 통 법!

“크읏…! 어째서… 어째서 그런 중요한 사실을 이제야…!”

“하지만 서민국…! 네놈은 딸통법이 실시되어도 아무렇지 않다는 것이냐!”

그렇다. 이곳에서 유일하게 웃고 있는 사람은 단 한 사람, 서민국이었다. 그러나 그에겐 특별한 이유가 있었다. 굳이 야동을 보지 못하게 되어도 하늘 위에서 내려온 줄마냥 붙잡을 수 있는 희망 하나가.

“아무렇지 않을 리가 없지. 나 역시 한 명의 남자에 속하는 족손으로서, 더 이상 무수한 여자들의 살결을 화면으로 볼 수 없다는 건 가슴 아픈 일이 될 것이다.”

“그, 그렇다면 어째서!”

“방금 너희들이 부러워했던 그 이유다!”

이마를 가리고 있던 손을 펼쳐들며 민국이 소리쳤다.

“나는 일부일처제가 아니니까!”

“!”

“일부일처제 조까!”

민국은 두 손을 불끈 쥐며 소리쳤다.

“어차피 간통법도 폐지되고 슈밤! 슬슬 하렘 제국의 완성이 시작되기 시작했지! 그리고 나는 너희들에게 없는 드래곤볼! 다섯 명에 달하는 여자 히로인들을 내 곁에 줄줄이 달고 있다.”

“그, 그런!”

“그럴 수가아!”

남자들이 절망하는 가운데, 민국은 자신 있게 말을 이었다.

“딸통법? 조까라 그래! 나한테는 비록 서양 맛이라고 하긴 뭐하지만 외계인 맛인 사람도 있고 국산 중에 1등급 제품에 속하는 맛들도 즐비하다! 서양 여자에게서만 느낄 수 있었던 강렬한 슴가 맛도 느낄 수 있겠지!”

“크흣!”

“물론! 그렇다고 해서 내가 그 여자들을 전부 쟁취한다는 얘기는 아니겠지만 그래도 너희들보다 우월한 건 사실!”

“이 자시이이익!”

“크하하하하! 분노해라! 너희들이 이룰 수 없는 유토피아를 이룬 나를 원망해라!”

분명히! 서민국은 남자들이 그토록 꿈꾸는 유토피아를 이루고 말았다. 예쁨에 대한 급수로만 따지면 최상위권… 심지어 몸매조차 서양인에 굴하지 않는 여인들도 존재했으니… 딸통법이 폐지되는 것과는 별도로 민국은 행복한 남자에 속하는 것이었다.

“가만두지… 않겠어!”

“훗….”

이윽고 남정네들이 울분을 토하던 얼굴로 분노를 가다듬으면서 천천히 일어나기 시작했다. 민국도 이젠 겁먹지 않고 우월하게 그들을 내려다보듯 사악한 눈빛으로 쳐다보았다. 서로 입장이 다른 두 팀의 마찰이 시작되는 찰나였다. - 쿠우우우우웅!

“으아아아악!”

“뭐, 뭐지?!”

급작스런 지진! 민국도 언제 진지하게 행동했냐는 듯, ‘어이쿠야!’하면서 순간 지면에 두 손을 갖다대며 자빠질 뻔한 위기를 모면할 따름이었다. 이윽고 혼란스러움에 빠진 남정네들을 뒤로하고, 민국과 의견을 교환했던 판사 복장의 남자가 옆을 돌아보았다.

“왔군.”

판사 복장 남자의 말에 일제히 그를 돌아보는 무수한 사람들! 서민국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창백해져 있는 남자들과는 다르게 서민국은 판사 복상의 남자가 하는 말이 정확히 무슨 의미인지 몰라 의문을 가진 모습이었다.

“딸통법 거인.”

그리고 그 순간, 판사가 언급한 의미의 실체가 밝혀졌다. 딸통법 거인…. 그것은 면상에 ‘딸’이라는 글자를 적어둔 커다란 거인이었다.

대한민국 모든 남자가 힘을 합한다고 해도 결코 생채기 하나 줄 수 없을 듯한 엄청난 위압감을 자랑하고 있었다. -쿠웅! -쿠웅! 묵직한 발걸음 소리에 지면이 계속해서 흔들릴 정도였다.

휘청이는 가운데, 남자들이 하나같이 딸통법 거인의 거대한 모습을 보고는 머리를 쥐어 잡으면서 무릎을 꿇었다.

“안 돼! 이제 우린 끝이야!

”“젠장… 제기이이일!”

땅바닥을 내리치는 그들! 마치 지금까지 느껴온 절망은 우스운 것이라는 것처럼… 모두들 미친 듯이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민국은 그 잠재되어 있던 내면 폭발에 반응하지 못하고 잠시 당황했다. 그때, 판사 복장의 남자가 입을 열었다.

“저 딸통법 거인이 노리는 건 우리 한국 구슬이다….”

“한국 구슬…?”

“그래… 바로 저기 하늘 높은 곳에 아름답고 굵직하게 서 있는 그것이지.”

그리고 판사 복장의 남자가 딸통법 거인이 서 있는 맞은편의 거대한 구슬을 가리켰다. 그 구슬에는 ‘한국’이라는 글자가 정확하게 적혀 있었다. 민국은 그것을 보고 침묵했다. 판사가 말을 잇는다.

“우리는… 저것을 지키기 위해 이 세계에 남아 있었다….”

“…….”

“하지만, 이제 딸통법 거인이 나타난 이상 모든 걸 포기해야 할 때로군.”

판사 복장의 남자가 ‘훗’하고 미소 지으면서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아무리 그들이 힘을 합해도 딸통법 거인을 이기는 일은 무리일 것이었다.

“…으아아아아아!”

그러나 그때, 울부짖던 남자 한 명이 자리에서 일어나 딸통법 거인이 있는 곳으로 뛰어가기 시작했다. 이를 본 민국과 판사 복장의 남자. 이윽고 판사 복장의 남자가 뛰어가는 남자의 등을 아련하게 쳐다보며 말했다.

“아련하기 짝이 없군….”

“…….”

“딸통법 거인은… 우리 남자들이 막기 역부족인 존재인데….”

그러나 남자 한 명만 뛰어가는 게 아니었다. 모두들 젖먹던 힘을 다해 마지막 싸움을 재기하듯, 딸통법 거인이 있는 곳으로 뛰어가기 시작했다. 민국은 결국 이곳에 홀로 남게 된 판사 복장의 남자를 보면서 운을 띄었다.

“당신은 안 갑니까?”

“국민의 힘으로도 어쩔 수 없는 게 있는 법이야.”

“…….”

특히 딸통법은… 뒤에서 ‘여성부대’라는 게 지켜주고 있다. 남자들이 아무리 논리정연한 말로 이 상황을 타파하려고 해도, 그들은 ‘그래서 어쩌라구요? 깔깔깔.’하면서 웃어넘기는 것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아무리 고급 어그로 스킬이 있어도 효과가 무의미했다. 그리고 결국엔… 이런 때가 찾아온 것이었다.

“…….”

민국은 판사 복장의 남자가 있는 곳으로 향했다. 그리고 그와 함께 열심히 거인을 막기 위해 낫과 봉을 들고 후드려패는 남자들을 보았다. 하지만… 딸통법 거인은 그들의 공격이 모기마냥 간지럽다는 듯 무시하면서 전진할 따름이었다. 쿠웅!

“으아악!”

“젠장! 제엔자자장!”

남자들은 거인의 발걸음 한 번에 지진이 난 것처럼 휘청거리며 자리에 쓰러졌고, 끝끝내 참지 못하고 더욱 울적이며 괴로워할 따름이었다. 민국은 그 순간 가슴이 저릿거리는 걸 느꼈다.

“모두들 부질없는 행위일 뿐이야.”

“…….”

민국이 고개를 돌려 판사 복장의 남자가 하는 말을 들었다. 그는 마치 지난 인생을 회의하듯 중얼거렸다.

“한국은 더 이상 남자로서 온전히 살 수 있는 세상이 아니야. 남자들이 즐길 수 있는 유일한 유희마저 사라지고 있으니….”

“…….”

“서민국. 자네에게 묻고 싶군. 자네는 여자 친구가 있다고 해서 야동을 안 볼 수가 있나?”

민국은 당연하다는 듯 입을 열려고 했다. 하지만 무슨 연유에선지, 입은 열렸지만 소리는 나오지 않았다. 사실 자신도 본능적으로 사실을 짐작하고 있던 것이다.

“아니, 결코 그러지 못해. 남자들에게 야동이란 평생의 인생을 함께 해야 할 귀중한 심장이다.”

“…….”

“그 심장을… 이 빌어먹을 한국은 우리에게서 빼앗아가려는 것이지….”

쿠웅! 이윽고 거인이 한국이라는 거대한 원형 구슬에 가까이 도달았을 때였다. 민국은 홱 몸을 돌려 거인을 막고 있는 사람들에게로 향하기 시작했다.

“그래요. 저는 인정하기 싫었습니다.”

하지만 그 와중에 민국은 잠시 걸음을 멈추고 이렇게 말하는 걸 멈추지 않았다.

“딸통법이 실시되어도 저는 모든 것이 꿈이고, 현실로 이뤄지지 않겠거니 단호하게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만일 그게 실시된들 저에겐 아무런 문제가 없을 거라 생각했죠.”

“…….”

“하지만, 진짜 문제는 자기도 모르는 새에 찾아오는 것이고, 그때는 돌이킬 수 없다는 사실을… 원래부터 알고 있던 겁니다.”

판사 복장의 남자가 말했다.

“이미 늦었네.”

“아니요. 늦지 않았습니다.”

민국이 반쯤 고개를 돌려 그를 보고는 말했다.

“발버둥 칠 수 있는 힘이 아직 남아 있다면, 그것은 싸울 수 있는 의지가 존재한다는 것입니다.”

“…….”

“판사. 당신은 여기서 손 놓고 있고 싶으신 겁니까? 당신은 무엇을 위해 판사가 된 것입니까?”

옳은 법을 실시하기 위해 판사가 되고 싶었다. 그것이 판사 남자의 꿈…. 하지만 그 꿈과는 전혀 반대로 가던 현실에 좌절하던 그였다. 그러나 그도… 민국의 어렴풋이 짓는 미소에는 어쩔 수가 없었다.

“저는 남자입니다. 그리고 남자란 자고로.”

“…….”

“옳은 행동을 해야하는 겁니다.”

그리고 민국은 잽싸게 거인이 있는 곳으로 뛰어가기 시작했다. 민국의 말에 눈을 크게 뜨고 놀라던 판사는 곧 가볍게 고개를 내리 숙였다. 그리고는 쓴 미소를 짓는다.

“그래… 그렇군….”

쿠웅!

“안 돼애! 거의 다 도착했어!”

“막아야해! 무슨 수를 써서라도 막…!”

- 쿠우우웅!

“으아아아악!”

거인이 결국엔 한국이란 구슬 앞에 도착했다. 이젠 손만 뻗으면 닿을 것이었다. 그리고 그 상황을 목도한 남자들은 참패의 눈물을 흘리면서 고개를 떨구었다.

“젠장…! 이젠 끝이야!”

“끝이라고? 웃기는 소리하지마!”

그러나 그때, 서민국이 등장했다. 그는 용감하게 거인의 거대한 발을 두 손으로 밀기 시작했다. 하지만 꿈쩍도 하지 않았다. 주저앉아있던 남자들이 일제히 민국을 돌아본다.

“서민국!”

“슈퍼 개새끼!”

“포기하지마… 포기하면 지금까지의 노력은 모두 헛으로 되어버려. 너희들이 원하는 건 그런 거였냐!”

민국의 핍박에 남자 한 명이 눈물을 흘리며 고개를 내리 숙인다.

“하지만… 하지만 이젠 어쩔 수 없어… 우리 힘으로 더 이상은….”

“멍청한 자식!”

뿌웅!

“커헉!”

민국의 독가스를 면면에 대놓고 맞은 남자가 비명을 지르는 가운데, 민국은 주저앉은 남자들을 보며 소리쳤다.

“포기하지마!!!!!”

“!!!!!”

“남자가 언제 남자로서의 자격을 잃는다고 생각하는지 아냐? 고자가 되었을 때? 아니면 발기부전이 되었을 때? 아니다!!!!!!”

“…….”

“야동을 잃었을 때다….”

“……!!!!”

“너희들이 진짜 남자로 살고 싶다면… 심장 같이 귀한 것만은 지켜!”

그리고 있는 힘껏 거인의 발을 미는 서민국! 그런 민국의 뒷모습을 지켜보던 남자들이 중얼거리기 시작했다.

“그래… 맞아….”

“잊고 있었어….”

“우린… 우린 모두…!”

남자들이 잽싸게 자리에서 일어난다. 그리고는 서민국을 도와서 거인의 발을 밀기 시작했다. 서민국은 깜짝 놀란 듯 그들을 쳐다본다.

“너희들…!”

“우린 포기하지 않아!”

“야동을 위해서라도! 우리는!”

잠시 무너졌던 기운을 되찾고… 그들은 온 힘을 다해 거인의 발을 밀어내기 시작했다. 민국은 그 순간 하나가 된다는 느낌을 갖게 되었다. 남자들의 땀… 절대 지울 수 없는 올바른 행동… 그리고 그 선택 끝에는 열정이 존재했다.

“으아아아아아아아아아!”

거인이 한국이란 구슬을 향해 손을 뻗는 그 순간에도, 남자들의 의지는 끊기지 않았다.

“으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닿아라아아아아아아아아아!

- 쿵!

그리고 마침내… 민국은 꿈에서 깨게 되었다.

“…….”

서늘한 바람이 부는 아침이었다. 봄임에도 불구하고 왠지 모르게 등골이 시렸다.

옆에서는 설화가 새우처럼 몸을 구부리고 민국의 옆에 기댄 채로 잠에 들어 있었다. 민국은 멍하니 천장을 보다가 그런 설화에게서 빠져 나온 뒤… 안방의 창문을 열고 맞은편의 풍경을 바라보기 시작했다.

저평선에서 마침 해가 뜨고 있었다.

“…….”

민국은 한참동안 그 바람에 머리가 나부끼는 것을 느끼며, 침묵했다. 얼마지 않아… 그의 입가에 슬그머니 미소와 함께 또르르르 흘러내리는 눈물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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