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왕의 표본-328화 (328/369)

어제 써놨는데 일이 있어서 늦게 올리네여 그래서 어제 아침부터 달린 투표 댓글은 아마 적용되지 않을 거예여 328화

'이거 이거, 그러면 유이 씨와 서라, 그리고 나만 남은 셈이로군.'

민국은 '훗'하고 깍지 낀 두 손에 입가를 가리면서 웃음을 지었다.

'정말 미안한 일이야. 크큭….'

하지만 인생이란 별 수 없는 부분도 있는 법이다. 그 상황이 바로 이 상황이겠지. 민국은 이미 이 순간부터 자신이 1등을 할 것임을 직감했다. 왜냐하면 민국은 게이버 검색 순위에도 매번 오를 정도로 강렬한 인기를 받고 있었으니까! 그런 그가 도무지 꼴등을 할 거라곤 생각할 수 없다!

'아무리 비호감이라고 하더라도, 그 비호감조차도 사랑하는 병신들도 있는 법!'

그리고 그 병신들의 힘을 통해 민국은 1등을 하고말 것이었다.

'아, 물론 서라는 배제할 수 없겠지.'

서라의 경우에는 요즘 제일 잘 나가는 비제이로 수직 상승을 하고 있는 추세였으니 말이었다. 하지만 그래도 아직 자신은 이길 수 없다는 게 서민국의 솔직한 판단이었다.

'후후… 유이 씨, 안타깝게 되었습니다.'

아무래도 꼴등은 누구일지 대략 감이 왔다. 생각해보면 방송에서 멘트도 많이 안 치고 그저 컴퓨터만 두들기는 모습을 방송에서 연거푸 보여줬던 그녀였으니까. 단골 시청자 층이 있다고 해도 결국엔 시청자들이란 방송을 최대한 재미나게 하는 비제이에게 관심이 쏠리기 마련이다.

"그럼 5등 발표 시간입니다~."

인기 투표에서 기적적으로 2등을 한 설화가 웃음 지으면서 말했다.

"5등은 유이 님이에요~."

"…앵?"

"우왁!"

5등 발표와 더불어, 유이가 5등이 되었음에 민국과 서라가 각자 놀라는 제스쳐를 취했다. 민국은 얼떨떨한 표정을 지으면서 설화를 바라보았고, 서라는 설마 설마 하는 일이 생겼다는 것처럼 두 손을 과하게 쫙 들면서 소리쳤다.

이윽고 두 사람의 시선을 일제히 받게 된 유이는 잠시 침묵을 하는가 싶더니, 자신이 만든 게임 캐릭터, 설화를 쳐다보면서 느리게 고개를 끄덕였다.

"……."

유이는 기분이 영 나쁘진 않았다. 애초에 그녀도 방송을 할 때 자기 자신이 말을 많이 하는 편이 아니란 걸 알았으니 말이었다. 사람들과 친해지는 건 두려웠지만… 한 편으론 관심을 받고 싶은 마음도 있었고, 그래서 시작했던 방송이니까. 참으로 헤아리기 어려운 아이러니한 유이의 마음이었다.

'뭐지? 슈발?'

민국은 순간 패닉에 잠겼다.

'설마 내가 1등이고 서라가 꼴찌인 건가?'

하지만 그런 식으로밖에 생각을 안하는 민국이었다. 반대의 생각은 결코하지 않는 상남자, 서민국! 그리고 서라는 발을 동동 거리면서 소리쳤다.

"으어어어… 왠지 두근두근하네여! 큐티큐티한 가슴이 빵빵 거릴 거 같음여!"

"후, 서라야. 안타깝구나."

"헐! 행님! 아직 승부는 끝나지 않았는데 왜 벌써 이긴 사람처럼 구시져! 부르르르!"

"훗."

민국은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하지만 긴장한 서라와는 다르게 민국은 태연한 모습이었다. 그래, 때때로 이런 일도 있는 법이지…. 아무리 인기가 수직 상승을 하는 추세의 서라라고 해도, 그래도 단골 팬들의 마음을 끌어모으는 것이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인기와 팬심은 항상 다르게 기울이는 법이었으니까.

'발표되는대로 서라를 위로해줘야겠구만.'

그리고 마치 자기 자신만 알고 있는 중대한 사실을 국민들에게 발표하는 장엄한 얼굴로 정면을 쳐다보는 민국이었다. 설화는 민국의 진지한 눈빛을 주시하게 되자 '민국 님의 눈빛, 역시 강인해서 부끄러워요~.'하고 후훗 웃음 짓는다. 어찌 됐건….

"그럼 1위 발표할게요~."

꼴등은 1위가 발표되는 순간 저절로 정해지는 법이었다. 이윽고 서라가 두 주먹을 불끈 쥐고 발을 동동 거리는 가운데, 민국은 팔짱을 끼고 여유롭게 턱을 치켜들면서 대기했다. 은별과 예나, 유이도 내심 1등이 누구일까 기대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은별은 신경 안 쓰는 척하고 있었다.)

"후훗~."

이윽고 입가를 가리고 웃음 짓던 설화가 1등을 발표했다.

"1등은~."

"……."

"……."

아주 떨리는 순간! 민국만이 서서히 자리에서 일어나 다섯 사람에게 차분히 인사를 하며 손을 흔들려는 순간!

"서라 님이에요~."

"훗. 역시 나였…."

여유로운 웃음과 함께 의자에서 일어나던 민국이었다. 일순간 들려온 설화의 멘트에 민국은 일어나다말고 어중간한 자세로 멈추게 되었다.

"앵?"

설화가 미소 지은 상태로 휴대폰을 의자에 앉아 있는 다섯 사람에게 보여준다. 파뿌리 TV의 서민국 홈페이지 투표 게시글의 1등이 서라가 되어있음을 확인하는 모두였다.

"하, 하앗…!"

서라는 너무 놀란 모양인지 입을 양손으로 가리고 눈을 크게 뜨며 의자에 앉아 발을 동동거렸다. 그러다 의자에서 벌떡 일어나며 설화를 쳐다본다.

"지, 진짜임여?"

"네~."

"레, 레알마드리드여?!"

"서라 님이 1등이랍니다~."

서라가 볼 수 있도록 들고 있는 휴대폰을 더 가까이 향하게 해주는 설화였다. 서라는 그것을 보고는 결국 더 놀란 표정으로 양팔을 천장 높이 펼쳐들었다.

"우왕!"

그리고는 감상평을 전한다.

"살면서 1등은 엄마 뱃속에서밖에 해본 적이 없는뎅…! 이런 기저귀!"

기저귀는 기적이의 오타다. 어쨌든 서라는 엄마 뱃속 다음으로 생에 처음 1등을 맞이한 셈이었다. 중간고사, 기말고사에서도 중상위권까진 갔지만 1등은 해본 적이 없다! 고로 서라의 1등 발표 위력은 굉장했다!

"헤, 헤헤… 헤헤헤헷! 데헷데헷! 그, 근데 왠지 한 편으론 부끄러워지기도 하네여… 부끄부끄…. 나, 나님이 이렇게 인기가 많았나여…?"

"축하해 서라야."

"고, 고맙습네당 예나 언니찡…."

"…축하해. 잘 됐네."

"헤헤… 은별 언니찡까지 그러니 더 부끄부끄해지네여! 츤데레 속성에서 이제 데레데레함을 보여주시려는 건가여?"

"……."

"슴가슴가찡도 감사해염!"

유이는 말없이 짝짝하고 박수를 쳐줄 따름이었다. 그렇게 세 사람에게 축하의 인사를 받으며 서라는 왠지 모를 부끄러움에 얼굴이 조금은 붉어지는 걸 느꼈다. 하지만 머리를 긁적이며 예의 바르게 인사하는 것은 멈추지 않는다. 설화도 그런 장면을 보면서 쿡쿡 하고 기분 좋게 웃었다.

"……."

하지만 그렇게 오붓한 분위기 속에 민국은 들어갈 수 없었다. 돌이켜보면 이건 그에게 엄청난 반전인 셈이었다. 이윽고 호쾌한 분위기 속에 민국만이 어두운 분위기를 등에 지고 있는 걸 발견한 다섯 사람이었다.

"…서민국."

"민국아…."

"……."

은별이 먼저 말을 했고, 그 뒤를 예나가 따랐으며, 유이도 말없이 쳐다보고 있었다. 설화는 그저 싱긋 웃으며 이 상황을 지켜볼 따름이었다.

이윽고 서라가 민국의 앞으로 다가갔다. 민국이 천천히 고개를 들면서 서라를 올려다보았다.

서라는 앉아있는 민국을 내려다보다가 그의 얼굴을 자신의 가슴에 팍 묻었다. 보통 때라면 '로리의 가슴이다!'하면서 좋아했겠지만, 지금은 충격이 남다른 때라서….

"온니찡…."

"……."

"울어도 되여…."

슈발! 민국은 부리나케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는 서라를 삿대질하면서 소리친다.

"이건! 음모다!"

"헐! 어쩜 그리 야한 말을!"

"그래! 너의 가랑이 사이에 나 있는 그 음모와 같은 음모다! 으어어어어! 으아나어나머아마아!"

"미, 민국아…."

"……."

"하아…."

예나가 연민의 눈빛으로 바라보면서 안절부절 못했고, 유이는 그저 침묵했으며, 설화는 싱긋 웃는다. 은별은 그런 민국의 상태에 이마를 붙잡고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하지만 그 꼴찌의 심정은 이해했기 때문에 은별은 그저 이렇게만 얘기할 뿐이었다.

"잠시 현실도피하게 놔둬…."

그러하다.

"크으윽! 내가 꼴찌라니! 이건 말도 안 돼!"

마치 고자 심형이 말도 안 돼라고 소리치는 듯한 느낌이었다. 모두들 각자 집으로 돌아가고, 홀로 방에 남게 된 민국은 침대의 이불자락을 쥐어짜며 울분을 토했다.

'서라가 1등이라니! 아니, 물론 서라를 좋아하긴 하니까 1등한 게 좋긴 하지만 에라이 슈밤!'

기분이 참 오묘한 느낌이다. 왠지 이 분한 감정을 어딘가에 토해내고 싶었다.

"슈발! 스타크래프트 립버전 피쉬서버에 접속해서 모르는 새끼들한테 부모 잘 계시냐고 안부 물을 거다!"

라고 소리쳤지만, 그래도 그런 식으로 분풀이를 해도 이 감정은 사그라 들 것 같지 않았다. 고로 민국은 고뇌했다. 대체 무엇이 잘못된 것인지, 어디부터 잘못된 것일까!

'게이버 검색어 1순위에 매번 들어갈 정도로 뛰어난 이 몸이! 대체 어디가 부족해서!'

그렇게 킹오브파이터즈 폭주한 이오리의 궁극기처럼 이불을 팡팡 치면서 고뇌하던 민국! 하지만 그 순간이었다!

"헉! 설마!"

어떤 노래 경연 프로그램처럼 꼴찌를 받았을 때 재도전 없나요? 라고 멘트를 치지 않은 게 문제였을까? 하지만 그건 아니다! 진짜 원인은 바로 한 가지밖에 없었다.

'나를 제외한 투표 참가자들 모두 여자였어. 그리고 난 남자였다. 그것은 곧!'

이유는 단 한 가지임을 도출해낸다!

'내가 여자가 아니었단 사실이다!'

그것은 아주 큰 충격적인 사실이었다! 만일 서민국이 여자였더라도 이런 투표 결과가 나왔을까? 아니, 아니다! 남자들은 예쁜 여자를 좋아하지 잘 생긴 남자를 좋아하진 않는다! 잘 생긴 남자를 좋아하는 남자는 어디까지나 boy~ 뿐이다!

"크크크크크… 그렇군…. 그랬었어…."

드디어 감을 잡은 서민국이었다.

"감 잡았다… 나무 위의 곶감보다 더한 감을… 손에 넣었다 크크크큭!"

그리고 그것은 민국이 앞으로 어떤 식으로 시청자들에게 어필을 함으로서, 다음 제2의 인기 투표에서 자신이 1등을 할 수 있는가를 알려주었다! 방법은 다 존재하는 것이었다!

*

"민국 님~ 상태는 괜찮으세요오?"

민국이 혼자서 스스로를 위로할 수 있도록 잠시 은별이의 방으로 자리를 비켜 있던 설화였다. 이제 몇 시간도 흘렀겠다, 슬슬 민국의 안방문을 열고 웃음 지으며 안으로 들어오던 설화. 하지만 그런 그녀조차 얼굴을 굳게 만드는 일이 생겼으니.

"호호호호호호호~ 안녕하세요 비제이 현대왕이에염~."

"……."

"왜 목소리가 여성스럽냐구요? 호호호호호호! 여러분 사실 여러분이 몰랐던 사실이 있는데 전 여자랍니다! 글래머에 아주 슈퍼 빵빵한 여자! 우후후후후후후! 뭐? 이 씨밤 남자라고 한 놈 누구냐. 잘라. 고추 잘라버려라!!!!"

컴퓨터 앞 의자에 앉아 여성스러운 흉내를 내는 서민국. 마침 그는 방송을 키고 시청자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었는데, 그 여성스러운 흉내는 심히 처음 보는 것인지라 설화에게도 충격이 컸다.

"민국 님이 이상해지셨네요~. 하지만 그것도 하나의 매력이랍니다~."

물론 충격이 컸다고 해서 일편단심 설화의 마음이 어디로 가는 건 아니었다. 설사 민국이 게이라고 할 지라도 설화는 그를 계속 사랑할 것이었다. 그렇게 결정되어 있었으니까. 그러나 문제는….

"오호호호호~ 나 여자예요 여자~ 슈벌 여자라고 이 게이버 같은 놈들아!"

그런 민국의 인터넷 방송을 각자 방에서 보고 있는 은별이나 예나… 서라나 유이 같은 사람들이었다. 인기 투표 꼴찌의 충격이 워낙 컸는지, 확실히 제정신이 아닌 그의 목소리에 예나는 입을 가리고 글썽이는 눈동자로 중얼거렸다.

"미, 민국아…."

반면 서라는 방송을 보면서 '헤헤'하고 미소 지었다.

"괜찮아여 온니찡! 꼴찌도 잘하는 건 있을 거임여! 예를 들어 1등 받쳐주기라던가염!"

유이는 현대왕이 이상해졌다는 시청자들의 소리에 잠깐 들어왔다가 그의 병맛스러운 목소리를 듣고는 곧장 끌 따름이었다. 그리고 이런 방송을 가장 근처에서 지켜보고 있는 상대, 강은별.

"하아."

은별은 고개를 도리도리 젓고는 마찬가지로 컴퓨터를 끌 따름이었다.

============================ 작품 후기 ============================

솔직히 서라가 1등 할 건 예상했지만

설화 2등은 예상 못했네요 헐

그래도 꽤 괜찮은 캐릭터였던 듯 다행다행

은별도 확실히 인기가 있네여

유이랑 예나는 출현 빈도가 이전에 비해 좀 적은 편이니 떨어지는 것도 이해하고 앞으로 뭐 차근차근 다 비중 늘려나갈 예정입네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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