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왕의 표본-323화 (323/369)

323화

그것은 일종의 버그였다. 사실상 가상 세계의 민국에게 그런 루트가 나올 수는 없었다.

이 세계의 이야기는 본래라면 이전에 끝을 맺었어야 정상이었고, 설화는 죽음을 맞이해야만 했다. 하지만 게임 제작자 수준에 가까운 현실 민국의 등장으로 결과가 뒤바뀐 것이다. 어쩜 눈앞에 드리운 이 두 가지의 선택지는… 가상 민국이 결말을 결정 지을 수 있게끔 건네주는 주인공의 권한이 아닌가 싶었다.

1. 설화를 이곳에 둘 것인가.

2. 설화를 보낼 것인가.

정확히 그 두 가지 루트에 어떤 장단점이 있는지는 알 수 없다. 가상 민국은 이런 급작스러운 일이 들이닥쳤음에 아직도 상황 파악이 제대로 못 된 상태였으니까. 그러나 한 가지 알 수 있는 사실이 있다면, 저 본래 세계의 민국이 설화를 지켜주었다는 사실이었다.

"……."

이윽고 얼굴에 그늘을 드리우고 있던 가상 민국이 가벼운 미소를 입가에 드리웠다. 그것은 본래 세계의 민국과 엄연히 다름을 가르쳐주는, 따뜻한 미소였다.

"잠깐 기다려줄래 설화야?"

"네에?"

"잠시만 기다려줘. 저 사람과 대화를 나눠보고 싶어."

가상 민국의 본능이 외치고 있었다. 데이터 베이스 같은 것을 허공에 띄우며, 사람들과 몬스터를 하나 하나 다시 되살리고 있는 저 자신과 똑같은 얼굴의 남자는, 어쩌면 평생… 혹은 끝까지 다시는 볼 수 없는 사람일 지도 모른다는 직감이.

"잠시만, 잠시만 기다려줘…!"

그리고 설화를 비껴 지나가 계단이 있는 비상문으로 빠르게 달려가는 민국이었다.

"역시 게임은 게임인가 보군."

본래 세계의 민국은 일일히 사람들과 몬스터들을 살리면서 그리 중얼거렸다. 현실에서는 도무지 엄두도 낼 수 없는 부분이었다. 고어하고 그로테스크하게 도살되어 있는 무수한 생명들을, 데이터 베이스 같은 것을 띄움으로서 원래대로 복원할 수 있다니 말이다.

'그래, 이건 복원이지. 살리는 게 아니야.'

그리고 그것은 오로지 게임이기 때문에 가능한 일. 진짜 사람을 살리기 위해서는 컴퓨터의 소스 따위로 할 수 있는 일은 없다. 이윽고 인도 주변에도 어질러져 있는 시신들을 하나 하나 복원하던 그때였다. 다들 복원을 해도 바로 움직일 수는 없었는지, 누워있는 상태 그대로였다.

"하아, 하아, 잠깐만…!"

"앵?"

이윽고 거친 숨소리와 함께 뒤에서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자신의 목소리와 판박이인 그 음성의 등장에 사람들을 살리던 민국이 몸을 돌렸다.

"아니, 나보다 키가 좀 더 큰 서민국 아닌가."

"이야기… 이야기를 하고 싶어…."

"흠."

민국은 시신들을 살리던 걸 잠시 멈추고 가상 민국에게로 몸을 돌렸다.

"딱 세 가지만 질의응답을 받아주도록 하지. 복구할 게 많아서 바쁘다고."

"…그래. 그 정도면 충분해."

똑같은 판박이다. 하지만 알 수 없는 이질감이 느껴진다. 그 이질감의 정체는 과연 무엇일까. 그것을 확실히 알고자 가상 민국은 질문했다.

"너는… 누구지…?"

"……."

"키는 내가 좀 더 크긴 하지만… 그래도 나랑 똑같이 생겼고 목소리도 똑같아. 눈도 머리도… 지구상에서 나와 똑같이 닮은 사람이라고 농담을 하기에는 너무 판박이야."

"흠."

본래 민국은 고개를 끄덕이면서 이야기를 경청했다. 확실히 가상 민국은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였다. 정보를 다 가지고 있고, 이 세계의 창조자에 가까운 본래 민국으로서는 전부 진실을 알고 있었지만.

"두 번째 질문도 해봐. 아니, 세 번째 질문까지 다 해봐 그냥. 그 뒤에 설명해줄게."

"하아, 하아."

거칠게 내쉬던 숨결이 점차 진정되기 시작했는지 고개를 끄덕인 가상 민국이었다.

"좋아…. 그럼…."

"……."

그리고 가상 민국은 궁금한 점에 대해 물어보기 시작했다. 두 번째 질문은, 어떻게 몬스터와 능력자들을 그렇게 제어할 수 있느냐였다. 그리고 세 번째 질문은, 어떻게 설화와 알고 있느냐는 것이었다.

"우선 그 질문들에 대답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일이 진행된 건지 처음부터 다 알려주어야 할 거 같은데."

"……."

"흠, 어디 보자. 지금 시간이…."

본래 민국은 현재 시간을 확인했다. 게임 시간이 아닌 현실의 시간을 알 수 있는 손목 시계였다. 아무리 게임 안에서 깽판을 치며 노닥거리던 그라 할 지라도, 이곳에 발을 딛고 있을 수 있는 시간은 한정되어 있었다.

"30분 남았구만. 그럼 30분 동안 돌아다니면서 이야기를 해주기로 하지. 나머지 시신들도 살려야 하니까."

"……."

"너도 그 정도는 양해해줘라."

본래 민국의 말에 가상 민국은 고개를 끄덕였다. 이윽고 본래 민국이 '엇흠흠 그러면.'하고 특유의 헛기침과 함께 운을 띄우기 시작했다.

설화와 조우했던 만남의 시간은 사실상 우연과 어이없는 행동을 통해 발생한 것이었다. 굳이 그 황당한 부분은 언급하지 않더라도, 본래 민국은 가상 민국이 있는 이 세계가 정확히 어떤 세계이며, 설화와 어떻게 조우했는지는 설명해주기로 하였다.

그리고 20분이 흘러 마침내 모든 설명을 끝마쳤다. 의외로 간단했다.

이 세계는 거짓된 세계이며, 본래 민국이 아는 여자와 함께 제작한 게임 세계였고, 너희들은 그 게임 세계의 캐릭터들이다. 그리고 몬스터와 싸우고 몬스터 붐을 방어하는 것은 사실 모두 게임 스토리에 지나지 않았으며, 설화는 죽을 운명이었던 여자 캐릭터였다.

정말 어디 만화영화에서나 나올 법한 이야기다. 아이러니하고 말도 안 되는 이야기다, 라고 가상 민국은 생각했다. 본래 민국은 마지막 시신까지 살리고 난 뒤 스리슬쩍 그의 얼굴을 곁눈질했다. 뒤에 있는 가상 민국은 얼굴에 그늘을 드리우고, 떨리는 초점을 지우기 위해 노력하고 있었다.

'당황스럽겠지.'

본래 민국은 당면을 쳐다보면서 생각했다. 만일 자신이 가상 민국이었더라면 어땠을까. 이 현실과 사실을 받아들일 수 있을까? 하지만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끔찍한 느낌이 들었다. 강단도 있고 당찬 성격의 본래 민국조차도 그런 맘이 드는 것이었다.

"그런… 그럴 수가…."

"……."

"그럼… 그럼…."

모든 대답을 다 받은 가상 민국이었다. 세 번째 질문까지 다 던졌지만, 아직 던지고 싶은 한 가지 질문이 더 있는 모양이었다. 본래 민국이 그를 돌아보았다. 마침 그와 초점이 딱 맞아떨어졌고, 가상 민국은 패닉에 휩싸인 음성으로 물었다.

"이 세계는 이제 어떻게 되는 거지…?"

"……."

"모든 것이 끝이 났고, 네 말대로 게임 세계로서 모든 스토리가 다 끝났다고 하면… 이젠 어떻게 되는 건데?"

"본래라면 설화는 죽고 너는 능력자로서 각성이 되면서 잘 먹고 잘 살게 되었다, 라는 이야기로 끝을 맺겠지. 하지만 지금은 내가 이 게임 안에 개입했으니 결과적으론 다른 이야기가 될 거야."

"……."

"너희 둘이 잘 먹고 잘 사는 이야기로 끝을 맺는다. 그게 다야."

그게 다다. 게임 스토리는 사실상 끝난 것이고, 그 뒤에 두 사람의 죽음은 없다. 평화로운 해피 엔딩. 그 뒤의 이야기는 둘이서 알아서 잘 지어나가는 것이다. 그러나 본래 현실에서 판단할 때… 두 사람이 더 이상 앞으로 나아갈 이야기는 없는 셈이지.

꼭두각시인 셈이다.

스토리에서 첫 이야기를 시작하여, 결말까지 이야기를 보여주고, 마치 모든 것이 다 잘 끝난 것처럼 끝을 맺는다. 하지만 정작 그 게임 속에 있는 캐릭터는 자신이 캐릭터라는 사실도 모르고, 끝을 맺는 순간 모든 것이 멈춘다는 사실도 자각하지 못한다. 사실상 그것은 죽음이나 다름없는 것이었지만, 인지를 못한다면 그 또한 그들에겐 행복인 셈이다.

하지만 그 부분에 대해서 본래 민국은 언급하지 않았다.

"그런… 그런…."

"이제 네 뜻대로 살아가면 돼. 넌 더 이상 꼭두각시가 아니니까. 설화도 앞으로 네 곁에 있어줄 테고."

'설화.' 그 이름이 유독 뇌리에 박혔다. 가상 민국은 저도 모르게 주먹을 불끈 쥐었다. 왠지 모르게 이 현실이 몹시도 억울하고 분하게만 느껴졌다. 하지만 본래 민국은 말없이 그저 쳐다보기만 할 따름이었다. 이윽고 가상 민국이 말을 이었다.

"설화는 이곳에 남고 싶다고 했어…."

"……."

"하지만, 이 세계가 거짓된 세계라고 한다면, 이곳에 남아야 할 이유가 있는 건가…?"

설화에겐 권리가 있다. 가상 민국과는 달리, 본래 민국에게 선택 받아 현실의 인간이 될 선택지가 있다. 그 선택지를 굳이 배제하면서까지 이곳에 남기로 선택한 설화의 행위가, 가상 민국에겐 가슴 시리게 느껴졌다. 본래 민국이 천천히 운을 띄었다.

"진실은 언제나 커피처럼 쓴 법이야."

"……."

"하지만 사람들은 다 커피를 마시지. 의외로 그 인간들은 쓴 것도 좋아하거든."

본래 민국이 천천히 가상 민국에게로 다가갔다.

"그리고 설화는 이미 그 쓴 것을 맞보았다는 점에서 인간이나 다름없는 거겠지. 너도 마찬가지고."

그리고 그를 비껴 지나가는 도중 가상 민국의 어깨를 붙잡으며 한 마디한다.

"너나 설화나 내가 만든 캐릭터지만."

"……."

"그래도 직접 대화를 나눠 보니 역시 사람으로 대우하게 되네."

그리고 본래 민국이 먼저 설화가 있는 백화점 쪽으로 향하기 시작했다. 가상 민국은 말없이 불끈 쥔 주먹을 스르르 필 따름이었다.

*

"진짜 안 갈 거지? 더 이상 말 안한다?"

"민국 님이 이렇게 집요하신 거 보니 뭔가 색다른 매력 같아서 흥분되네요~ 하지만 안 되요오~."

설화는 미소 지으며 가상 민국의 팔에 팔짱을 꼈다. 마치 닭살 커플의 모습을 눈앞에서 목도한 느낌이라 본래 민국은 맞은편에서 '윽'하고 신음했다.

"세상에. 동인지에서 NTR 당하는 주인공보면 '어휴 저 병신'했었는데 알고 보니 내가 그 병신이었구나."

"하지만 저는 민국 님을 여전히 좋아하니까 NTR은 아닌 걸요?"

"크흠, 뭔가 부정할 수 없는 논리라서 기뻐지기도 하는군."

설화가 웃음 짓는 가운데, 팔짱이 끼인 가상 민국은 여전히 고개를 내리고 있었다. 맞은편의 본래 민국이 그를 돌아보고는 한 마디했다.

"행복해라."

"……."

"이 세계는 네 세계야. 설화가 이곳에 남으려고 했다면, 설화 입장에선 내가 사는 세계가 가짜로 느껴진 거겠지."

그렇다. 설화가 이곳에 남으려고 한 까닭은, 필시 이곳에서 지냈던 추억 때문이리라. 그리고 가상 민국이 가진 추억은, 본래의 민국이 소유할 수 없는 그만의 것이었다. 가짜 세계고, 진짜 세계고, 사실상 그런 건 중요한 게 아닌 것이다. 그러니까.

"미션 컴플리트! 그럼 가본다. 설화야, 잘 지내고."

"민국 님도 잘 지내시길 바라와요~."

본래 민국이 설화와 눈을 마주하다가 가볍게 고개를 끄덕인다. 자신감 있는 미소를 꽃피우며, 본래 민국이 몸을 돌렸다. 그러자 그가 돌린 앞에 정체 모를 무지개 빛 터널 같은 게 생겨났다. 아마 그 안으로 들어가면, 본래 세계로 들어갈 수 있는 것이겠지.

"설화야."

"민국 님~ 왜 그러시와요~."

"넌 정말 이 세계가 좋아?"

가상 민국의 물음이었다.

"이 세계가 가짜란 걸 알고 있어도, 모든 게 다 가짜란 걸 알았는데도 내 곁에 있어줄 수 있어?"

"……."

설화는 미소 지으며 대답했다.

"네~."

한 치의 망설임도 없었다.

"그래, 그렇구나."

가상 민국이 드리우고 있던 그늘을 지웠다. 그의 초점은 더 이상 흔들리지 않았다. 정면을 직시하며, 맞은편의 터널을 바라보고 있었다.

"하지만 나는, 네가 가짜가 되어버리는 걸 원하지 않아."

"민국 님도 참~ 무슨 말씀을…."

그 순간이었다. '서민국!'하고 가상 민국이 그를 부르짖었다.

터널 안으로 막 발을 들였던 본래 민국의 몸이 다시금 돌아간다. 그 찰나에 맞춰, 옆에 있던 설화를 그대로 본래 민국에게 던져 버리는 가상 민국이었다.

설화는 갑작스런 가상 민국의 언동에 일순간 당황하여 중심도 못 잡고 본래 민국이 있는 쪽으로 쓰러지듯 안기게 되었다. 그녀를 가까스로 부축한 본래 민국이 맞은편을 바라본다.

가상 민국은 독기를 담은 눈빛으로 말하고 있었다.

"설화를… 설화를 인간으로 만들어줘!"

"……."

"그리고, 이런 세계가 아니라, 몬스터 같은 것도 없고, 누구도 다치지 않는 그런 세계에서 행복하게 지낼 수 있게 해줘!"

"민국 님!"

"설화 넌 가만히 있어!"

막 본래 민국에게서 벗어나려던 설화였다. 그런 그녀에게 윽박을 지르는 가상 민국. 그의 살벌한 눈빛에 앞으로 나아가려던 설화는 움찔하게 되었다. 가상 민국은 거칠게 숨결을 내쉬다가 이마를 붙잡고는 잠시 땅바닥을 쳐다보았다. 진정하기 위해 노력했다.

"이곳은… 이곳은 가짜 세계야."

"……."

"아무리 설화 네가 진짜라고 생각해도, 결국엔 가짜라고. 너나 나나 돌이켜보면 인간이 아닌… 인간이 만든 시스템에 지나지 않는거야."

"……."

"그렇다면, 그렇다면 인간이 될 수 있는 권한이 주어졌는데 그걸 무시하면 안 되는 거야. 그러니까…."

가상 민국은 설화를 똑바로 쳐다보면서 말했다.

"가서 행복하게 살아…."

"……."

"진짜 인간이 되어서, 행복하게…."

"민국 님… 저는 민국 님만 있으면…!"

"그곳에 있는 나도 서민국이야! 그리고 그 남자야 말로 진짜야!"

게임 캐릭터 설정으로 만들어진 인위적인 성격도 아니고, 실제의 성격이 있는 실제의 존재.

"가짜가 진짜가 될 수 있는 기회를 져버릴 이유는 없어…."

"민국…!"

"오지마."

가상 민국은 어느새 허공에 무기를 꺼내들고 있었다. 방패부터 칼까지, 그리고 독의가 어린 눈빛으로 설화를 노려보고 있었다.

"오면 죽일 거야."

"……."

"제발… 가서 살아. 행복하게…. 그게 너에게는…."

말미를 흐리던 가상 민국의 초점이 본래 민국에게로 향했다.

"행복하게 해줘 서민국."

"……."

"진짜 세계에서, 진짜 인간으로, 행복하게…."

더 이상 구질구질한 스토리에 얽매여서 살아가는 그런 인생이 아닌, 스스로의 운명을 선택할 수 있는 그런 인생을 살 수 있도록….

"그래…."

본래 민국은 그리 중얼거렸다.

"역시 너도, 조금은 달라도… 결국엔 나다운 놈이구만."

가상 민국을 바라보며 그리 웃음 짓는 서민국이었다. 가짜와 진짜의 눈빛이 마주하는 가운데, 설화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이윽고 가상 민국의 바램을 들어주기 위해 서민국은 설화의 손목을 붙잡았다. 그리고 터널 쪽으로 잽싸게 끌어당기는 순간이었다.

"민국… 민국 님…!"

터널 안으로 완전히 발을 들이는 순간, 점차 빠른 속도로 공간을 집어먹으며 사라지는 터널이었다. 설화의 애타는 손길만이 가상 민국에게로 뻗고 있었다.

"저는… 그래도 저는…!"

가짜를 갈구하는 설화의 목소리가, 어느 순간 사라져 있었다.

홀로 남은 가상 민국은 옥상 빌딩에 덩그러니 서서 발동시켰던 허공의 무기들을 삭제했다. 이 무기들도, 사실 모두 게임에서 비롯된 시스템일 뿐이다.

"아아."

그리고, 자기 자신도 실은 가짜인 셈이다. 하지만 그래도 다행이다. 사랑하는 그녀만이라도 진짜로 만들어 줄 수 있어서. 이것이 필시 진짜 서민국이 가졌던 본래 성격일 테고, 만일 그가 자신이었어도 똑같은 행동을 했겠지.

"아아."

하늘을 바라보며 모든 게 잘 됐다고, 생각하며 기쁜 웃음을 짓는 서민국이었다.

그러나 이상하게도, 눈물이 흘러 나오는 걸 주체할 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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