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왕의 표본-305화 (305/369)

305화

단칼에 거절이었다. 엎드려 절까지 했던 민국은 고개를 들며 소리쳤다.

“도시떼? 난데?!”

“그냥.”

“아니 왜 제자가 필요 없어요? 당신이 좋아하는 제가 자처해서 제자로 들어가겠다는데!”

그녀가 비릿하게 웃으며 대꾸했다.

“말 그대로 필요 없으니까.”

이대로 물러설 수는 없었다. 다시금 고개를 숙이며 간청했다.

“명령만 하신다면 무슨 일이든 부지런히 다 하겠습니다.”

“물 한 잔만 줄래?”

“옙. 마님.”

벌떡 일어나 냉장고로 향했다. 시원한 물통을 꺼내 잔에 따른 다음 두 손으로 건네 보였다.

“여기 있습니다.”

홀짝하고 한 모금 입에 담는 그녀였다. 민국이 넌지시 물었다.

“그럼 이제 제자는?”

“필요 없어.”

“으아!”

민국은 ‘이놈의 자식이 하라는 공부는 안 하고!’라며 싸대기를 때리는 아버지에게 ‘공부보단 야동이 좋아요!’라며 책상을 엎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대체 왜 안 된다는 겁니까? 제 어디가 부족해서요?”

“크기?”

“저 크기 큰 편인데요? 가정파괴범이 괜한 별명이겠습니까?”

“근데 써본 적이 없잖아.”

“…….”

“언젠간 흐물흐물 닳아버리겠지.”

불안한 소리를 하고 앉았다. 민국은 ‘끄응….’하고 앓다가 설득하기에 나섰다.

“흑마법사님. 저 정말로 마법을 배워야 해요.”

“그거 닳기 전에 쓰고 싶어서?”

“…그런 것도 있고, 약속한 것도 있어서요.”

야한 소리로 비수를 꽂는 흑마법사에게 간절히 애원하는 민국이었다. 흑마법사는 다시 한 모금 잔의 물을 머금더니 이렇게 중얼거렸다.

“마법을 배워서 어디에 쓸 건데. 그리고 내 마법은 일반 마법이 아니야. 흑마법이지. 보통 마법이랑은 규모가 달라.”

“압니다. 많이 아는 건 아니지만 흑마법이라면 분명 생명에 관련된 뭐… 그런 거 아닙니까?”

“생명도 있고 여러 가지가 있지. 현대 의학으로는 죽을병에 걸린 사람을 살릴 수 없다지? 하지만 흑 마법은 달라. 일정한 요구 사항만 충족시키면 얼마든지 살릴 수 있어. 심지어 흡족하지 못했던 이목구비의 부위라든가, 장애 또한 얼마든지 완치시킬 수 있지. 물질적인 것도 마찬가지야. 제대로만 사용한다면 금, 다이아, 원석 등등은 얼마든지 창조해낼 수 있지. 무에서 유로 말이야. 물론 이것 역시 일정한 요구 사항이 있으니 무라고 하기 좀 그러려나?”

‘무에서 유.’

민국이 바라는 것은 돈이었다. 물질만능주의인 현 사회에서 억만장자는 굉장한 권위를 누릴 수 있다. 특히 자본주의 사회인 대한민국에선 그 위력이 무지막지하다. 흑 마법을 제대로 배워 무에서 유로 물질을 창조할 수 있는 경지에 도달한다면, 민국은 막대한 자금을 소유하고 은별이에게도 인정받을 수 있을 것이다.

‘어디까지나 억지로 약속한 거지만.’

바깥에서 은별이와 다투며 했던 약속을 곱씹었다. 그때 은별이는 정말 실망이라는 얼굴로 질타하듯 쏘아보았지만, 민국은 진심으로 그녀를 사랑하고 있었다. 다만 다른 남자들하고는 다르게 그는 책임져야 할 여자가 있다면 무슨 수를 써서라도 책임을 지려고 하는 타입이었다. 그러다 보니 한 여자가 아닌 두 여자를 택하려 들었고, 일반적인 상식선에서 도무지 납득할 수 없던 은별은 매몰차게 거절해버린 것이다.

‘여자를 행복하게 만들기 위해선 능력 면에서 완벽해야 한다!’

민국도 어릴 때부터 항상 그것을 느끼고 있었다. 그래서 일단 겉으로라도 완벽해지기 위해 꾸준한 노력을 들였고, 후에 물질적인 면에서 완벽해질 수 있도록 노력하려 들었다. 다만 현 시대에서 평범한 서민이 억만장자로 거듭나는 일은 불가능에 가까웠다. 때문에 한참동안 고민하던 민국은 결국에 흑마법사에게 도움을 요청한 것이다.

사람의 생명을 마법으로 오락가락하게 만들 수 있을 경지라면, 필시 물질적 부유함 또한 그 누구보다 자유롭게 이루리라 추측한 것이다. 그리고 그 추측이 들어맞았음을 민국은 현 시점에서 확신하고 있었다.

“그런데 왜 제자로 들어가는 게 안 된다는 겁니까?”

“말했잖아. 필요 없다고.”

“그럼 굳이 제자가 아니더라도 뭐 따로 필요한 사람은 없어요?”

어떻게든 흑마법을 배우고 싶은 마음이었다. 허나 흑마법사는 거절의 의미를 담아 비릿하게 웃음 지었다.

“실험체라면 좋을 지도?”

“…….”

“요즘 여러 흑마법을 개발하고 있는 중이라서 말이야.”

“아! 저 정말 안돼요? 진짜 아무거나 다 하겠습니다!”

발을 핥으라면 핥으겠다! 무릎을 꿇으라면 꿇으겠다! 무슨 짓이든 다 작심하고 하겠다는 민국이었다. 그런 민국의 계속되는 부탁에 흑마법사도 슬슬 마음이 움직이는 것 같았다. 아주 조금이지만.

“그렇게 하고 싶어?”

“예! 꼭 하고 싶습니다!”

“군대 갔다 오면 시켜줄게.”

“헐….”

“농담이고, 그렇게 하고 싶으면 받아줄 수는 있어. 필요 없기는 하지만, 계속해서 요구하는데 마냥 무시할 수도 없잖아?”

정말이지 하는 수 없다는 듯 받아주겠다는 태도였다. 허나 민국은 굽신굽신거리면서 무슨 수를 써서라도 제자로 받아들여질 필요를 느꼈다.

“감사합니다! 열심히 하겠습니다!”

“그럼 내일부터 올 수 있지? 가능한 한 제자라면 성실하고 빠른 사람이 좋을 것 같거든. 난 게으름 피는 거 싫어하니까 내가 오라고 할 때마다 틈만 나면 와야 돼. 대학교에서 수업 받을 때는 빼줄 테니까 안심하고.”

“하하하! 물론이지요! 부르기만 하면 얼마든지 강아지처럼 멍멍거리면서 달려가겠습니다!”

민국은 구차하다 싶을 정도로 비굴하게 굴었다. 흑마법사는 그런 그의 비굴한 면이 몹시 마음에 들었는지 다시금 비릿하게 웃음 지었다. 언제 보아도 참으로 한기가 싸악 도는 웃음이었다.

“그럼 내일 뵙지.”

그 말을 끝으로 흑마법사는 의자에서 일어나 저벅저벅 현관 쪽으로 향했다. 한창동안 고개를 숙이며 굽신거리고 있던 민국은 뭔가 놓친 게 있다 싶었는지 현관을 보며 소리쳤다.

“잠깐! 어디로 가야 하는지….”

라고 말을 잇는데 이미 그녀는 사라져 있었다. 계단 쪽에도 모습은 온데간데없었다. 민국은 혀를 내둘렀다. 흑마법사가 맞긴 맞구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일단 제자가 되는 건 확실하게 성공한 건가?’

내일 제대로 배움 받고 나서야 확실히 알 수 있을 테지만, 우선 제자로 임명받은 건 분명한 듯싶었다. 민국은 불끈 주먹을 쥐면서 은별이를 생각했다.

“기다려라 은별아. 내가 반드시 부자가 돼서 네 앞에 등장해주마!”

파뿌리 계 비제이로서 면목을 갖출 테는 언제고, 이젠 흑마법사가 되고자 하는 꿈을 키운다. 허나 미친놈이 세상을 바꾼다는 말이 잇듯이, 민국은 진짜 미친놈이었기 때문에 세상을 바꿀 지도 몰랐다.

* *

희망찬 다음 날이 찾아왔다. 민국은 한 차례 은별에게 연락을 시도해보았다.

‘님.’

‘…….’

‘연락 좀 받아주셈.’

‘…….’

하지만 당연히 은별은 대답이 없었다. 지극히 당연한 모습이었기 때문에 민국은 실망하지 않았다. 오히려 어제 그런 식으로 제안을 했던 스스로의 잘못이 크다고 생각했다. 확실히 일반 상식선에선 받아들이기 불가능했으니까. 그러나 민국은 반드시 이루어낼 계획이었다. 일부다처제를!

‘근데 언제 연락이 온다는 거지.’

흑마법사에게 연락이 올 거라 생각하고 수중에 꼭 휴대폰을 쥐고 있는데, 어찌된 게 한 차례도 발신이 안 온다. 혹시 거짓말을 친 건 아닐까 불안감도 스쳤지만, 그러진 않겠거니 생각하며 과민하게 반응하지 말자고 스스로를 설득했다. 민국은 그렇게 학교 시간을 보냈고, 유유히 집으로 돌아오게 되었다.

“이젠 예나랑은 영영 끝이구나.”

예나는 이제 거의 민국과 마주치길 꺼려하는 모습이었다. 은별과 헤어졌단 소식을 아직 접해듣지 못했고, 굳이 알릴 필요성도 느끼지 못하는 민국이었다.

어차피 언젠간 은별과 다시 맺어질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었기에. 민국은 오로지 그것만을 위해 필사의 노력을 하고 있는 것이다.(개인적으론 일부다처제에 욕심을 내서 그런 것이라 생각된다.)

“흠흠! 그나저나 절제를 너무 많이 해서 그런가? 제2의 인격이 튀어나오려 하는 군. 후후….”

곧장 컴퓨터를 켰다. 그리고 바지를 벗고 윗도리도 벗었다. 사실 요즘 들어 절제를 많이 하고 있었기에 민국은 쌓여 있는 게 많았다. 본래라면 이 시간 방송을 위해 파뿌리 TV 홈페이지에 접속해야 했을 테지만, 오늘 민국이 처음 접한 홈페이지는 다른 곳이었다.

‘파일로리.’

바로 파일로리! 황금의 땅! 숨겨진 전설의 영상이 즐비하다는 바다 같은 곳이었다. 민국은 오늘 그 바다 깊숙한 곳까지 헤엄을 쳐서 한 번 전설적인 영상들을 찾아볼 생각이었다.

‘자고로 남자란! 많이 쌓여있을 땐 한 번씩 풀어주는 게 센스지!’

어느 남자든 자세는 똑같다. 일단 오른손으로 마우스를 잡고… 왼손으로는….

“아니지. 일단 마땅한 걸 찾은 다음에 시작해야해.”

진정한 프로는 바로 왼손을 놀리지 않는다. 흥분을 잠재우고 보물을 찾은 다음에 그제야 스타트를 클릭하는 것이다.

‘그렇다. 난 이곳의 프로니까.’

자칭 프로라 생각하는 민국이었다. 그리고 이에 대해 나름 강한 자부심도 가지고 있었다. 이윽고 민국이 살짝 흥분된 야수의 눈초리로 로그인을 하고 성인으로 들어가 파일들을 둘러보기 시작했다.

‘도쿄핫은 끊이지 않아. 참 대단한 곳이야. 나 같은 녀석은 거들떠 볼 수도 없는!’

도쿄핫 신작이 나왔음에 야수에서 늑대로 거듭나는 눈초리! 그렇게 신작을 다운받고 다운받는 시간 동안 다른 파일들이 있나 알아보는데 돌연, 파일창에 달린 여러 사람들의 댓글이 보였다. 그들은 전부 한 가지에 관해서 얘기하고 있었다.

‘여성부가 야동 보는 거 못하게 막고 있대요.’

‘교복 나오거나 선생님 복장 나오면 무조건 처벌한다고 조심하세요.’

‘업로더님도 이제 슬슬 글 지우셔야겠네 ㅎㅎ.’

“흠… 그러고 보니….”

여성부 쪽에서 이제 슬슬 19금 파일에 대해 크게 제제를 하고 있다는 소문이 있었다.

‘여성부에서 일하는 사람들 여자만 있는 건 아닐 거 아니에요?’

‘그 아래에서 일하는 남자들도 있겠죠. 소문으로는 일일이 야동 다 확인하면서 처벌시킨다는데요?’

민국은 살짝 씁쓸함을 느꼈다. 그리고 키보드를 두드려 그 아래에 댓글을 남겼다.

‘안타깝습니다. 그분들도 우리와 한 때 같은 길을 걸었을 텐데….’

그리 댓글을 남기자니 벌써 다운로드가 완료됐다. 이래봬도 컴퓨터만은 최고급 기종을 항시 고르기 때문에, 다운로드 속도만은 그 누구에게도 뒤처지지 않았다.

“하악 하악!”

변태처럼 헐떡이면서 동영상을 키는 순간이었다. 특유의 오프닝 송과 함께 꿈의 나라가 시작되려는데! 똑똑똑.

“…….”

김이 새는 소리가 들려왔다. 민국은 슬쩍 고개를 돌려 현관 쪽을 바라보았다. 현관에 사람 형태로 보이는 것이 우두커니 서 있었다. 민국은 ‘아….’하고 짤막하게 숨결을 내뱉었다.

‘벌써 온 건가? 그 흑마법사?’

쌓여 있는 걸 막 풀려는 시점인데 이런 일이 생기다니! 민국은 왜 행복한 낭만을 즐길 시간조차 주지 않는 것인가 아주 잠시 동안 하나님을 원망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였다.

“누구세요?”

“택배인데요.”

“앵? 택배?”

의아함을 느낌과 더불어 환희를 느끼는 민국이었다. 택배라니! 택배를 보낼 사람이 누가 있겠냐만은, 포기해야 할 줄 알았던 야동을 좀만 기다리면 바로 접할 수 있단 생각에 민국은 신이 나서 외투만 걸치고 현관 쪽으로 향했다.

참고로 아랫도리는 팬티 차림이었는데, 어차피 택배 하는 사람이라면 남자일 것이기 때문에 쑥스러움을 느낄 필요도 없었다.

“아직입니까?”

“옙! 지금 나갑니다!”

후다닥 현관문을 여는 순간이었다. 그리고 그 순간 민국은 벙찔 수박에 없었다.

“헤헤.”

“…….”

당면에 있는 인물은 다름 아닌 서라였다. 그녀는 남성스러운 목소리로 택배 아저씨를 흉내 내어 민국을 속인 것이다. 학교에서 막 왔는지 고등학교 교복 차림이었다. 그녀는 굳어 있는 민국을 보더니 의아하게 물었다.

“왜 멍 때리고 있음? 형 팬티 차림 쩜.”

“…….”

“형 완전히 속았나봄? 역시 내 택배 아저씨 연기란!”

밝게 웃는 서라를 향해 잠시 멍을 때리는 순간이었다. 금세 거실로 들어온 서라가 주변을 두리번거리다가 민국의 방 쪽으로 향했다.

그때 아차 싶었던 민국이 후다닥 달려가서는 먼저 컴퓨터 쪽으로 향했다. 그리고 모니터 전원을 켜 보이면서 일시 정지돼있는 영상을 끄기 위해 마우스를 움직이는데…. 뒤에서 흘끔하고 보는 기척이 느껴지자 민국이 버럭 소리쳤다.

“야! 잠깐 뒤 좀 돌아보고 있어봐!”

“왜 그럼? 뭐 큰일이라도 났음?”

“아니! 잠깐만 뒤 좀 돌아보고 있으라니깐?”

학교가 끝나고 바로 온 탓에 서라는 여자 교복을 입고 있었다. 그리고 마침 민국이 보려고 했던 야동도 여자가 학교 교복을 입고 있었다. 이 영상이 만일 그대로 서라에게 노출된다면 여러모로 오해를 살 것이다. 그리고 민국은 가능한 한 서라는 성인이 될 때까지 접촉하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아무리 몸이 성숙하게 발달했다고 해도 어린 것은 분명했으니까. 서라를 낳은 부모님을 위해서라도 인내하려던 민국이었다.

“형 컴퓨터 보는 자세가 되게 어정쩡함.”

허나 그런 민국의 마음을 추호도 모르는 서라로서는 의아하게 질문할 따름이었다.

“아씨… 야! 뒤 좀 보라니까! 이거 너 같은 어린애가 보면 안 되는 거야!”

그 소리가 피크였다.

“헐! 형 나 지금 어린애라고 무시하는 거임? 와! 그래봤자 나 형이랑 세 살 차이밖에 안 남!”

“세 살이면 많이 차이나는 거지! 돌아서있어!”

“허얼!”

단단히 자존심이 상한 서라였다. 그녀는 후다닥 달려가서는 켜져 있는 모니터를 확인하려고 들었다.

“헐! 야! 뭐하는 겨!”

“나 볼 거임! 나 어린애라고 해서 삐졌음!”

“아! 미안해! 어린애라고 한 거 미안하니까 저리로….”

“됐음! 삐졌음! 반드시 볼 거임!”

쓸데없이 오기를 부리는 서라였다. 민국은 혀를 내둘렀다.

안 그래도 엉거주춤한 자세로, 모니터를 간신히 가리려고 기를 쓰는 민국이었다. 하지만 작정하고 파고드는 서라 때문에 결국 민국은 ‘으아아!’하고 그녀를 껴안을 수밖에 없었다. 서라는 갑작스런 민국의 접촉에 ‘헛? 꺅!’하고 소리쳤다.

민국은 마치 몸싸움 축구를 하는 사람마냥 서라를 들어 올려 그대로 침대 쪽에 던져버렸다. 그리고 마우스를 움직여 정지돼있는 그 영상을 꺼버렸다.

“아자!”

그제야 만세하고 소리치는 민국이었다. 침대 위에 눕혀져 있던 서라는 천천히 일어서서는 저벅저벅 그에게 천천히 다가오기 시작했다. 민국은 그제야 예수그리스도마냥 부드러운 미소로 서라를 바라보았다.

“서라 왔니? 연락도 없이 여긴 무슨 일로 왔어?”

“…….”

하지만 서라는 아무 말도 없이 민국의 의자 앞에 다다라서는, 냅다 그의 마우스를 빼앗았다. 민국은 ‘어?’하면서 의아해하는데 냅다 바탕화면으로 들어가서는 새로 생긴 파일을 클릭해보는 서라.

“…….”

항상 다운로드를 하고 영상을 본 다음에 바로 휴지통에 버리다보니, 민국에게 새폴더가 없다는 게 허점이었다. 이윽고 도쿄핫 특유의 오프닝 송이 진행되었고, 서라는 중간 시간으로 홱 돌려보았다. 민국이 ‘야….’하고 말릴 시간도 없었다.

“아응! 아항! 아항!”

여자 특유의 신음이 들려왔고, 모니터의 영상 속에선 남자와 여자가 격렬하게 운동 중에 있는 것이 목도되었다. 민국은 석상처럼 떡 하니 굳어버린 상태였다. 서라도 말없이 그 영상을 지켜보았다.

“난대요! 사람이 난대요!”

“김치무 데스까! 김치 맛있습니다!”

“사람이 아니무니다!”

격렬한 체위와 신음의 반복. 그리고 마침내 서라가 그 영상을 끄는 순간이었다. 분위기가 삽시간에 정적으로 감돌았고, 민국은 무슨 말을 해야 할 지 알 수가 없었다. 무엇보다 어린애라고 비수 한 번 박았다고 직접 영상을 틀어서 볼 거라곤 생각도 못한 것이다. 그 발언이 그토록 자존심이 상했던 것인가?

“…….”

이윽고 서라가 스윽 고개 돌려 민국을 마주하였다. 민국도 말없이 빤히 서라를 바라보았다. 민국이 서라의 마음을 알게 된 것은 불과 이틀 전이었다. 허나 서라는 아주 오래 전부터, 민국과 친한 비제이로서 몇 개월을 함께 했다. 이미 예전부터 그를 사랑해왔던 것이다.

“나 어린애 아니야….”

어린애처럼 투정부리는 서라였다.

============================ 작품 후기 ============================

내일이면 리메이크 마지막 편 및 + 본편이 조금 진행되겠사옵니다 독자 마님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