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0화
"적군들이 강하잖아 이것들아! 빨리 업그레이드 더 많이 해!"
현대왕은 동료들을 재촉하면서 적군들을 사격했다. 지금 그는 이 순간을 누군가를 팀킬할 기회로 삼는 것이 아닌, 정말로 협동심을 가지고 서로가 도울 때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는 자기 뒤에서 사격을 돕고 있는 팀원들에게 한 치의 사격도 가하지 않았다.
그런 현대왕의 새로운 면모에 지켜보던 채팅창의 회원들이 중얼거렸다.
[오오오오]
[왜 저러지 현대왕. 저런 애가 아닌데]
[우리 현대왕이 이상해졌어요!]
참가 유저인 skdkas와 skak도 이상함을 느끼지 않았다면 거짓말일 것이었다. 그만큼 현대왕은 색다른 모습으로 같은 팀원들을 지위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런 현대왕에겐 사실 색다른 음모가 존재했다.
'크크크크, 빨리 더 업그레이드해라. 더 업그레이드해.'
업그레이드를 재촉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과연 팀원들과 끝까지 적군들을 처리하여 살아남기 위함일까?
sexyboy : 어차피 난 죽었지만 현대왕 너도 무사하지는 못할 거다!!!!
sexyboy는 이미 트리거를 작동시킨 뒤 적군들에게 둘러싸여서 죽음을 맞이하고 말았다. 하지만 그는 이미 하늘의 악마가 되어 아군 본부에서 싸우는 네 사람을 지켜볼 따름이었다. 이미 sexyboy의 드랍 타겟팅은 현대왕으로 점찍힌 상황!
"크으!"
sexyboy : 크크크, 분한가? 스틸을 그렇게 하고도 분한가! 이 양심없는 인간!!!!
악마(맵핵)에게 영혼을 팔면서까지 녀석은 복수를 꿈꾸고 있었다. 그런 녀석의 꿈은 이제 곧 이루어질 것이었다. 무사히 아군 본부에 쳐들어온 적군 프로토스와 태란을 처치하는데는 성공했지만… 이젠 녀석의 반격이 있을 것이었다.
sexyboy : 가만두지 않겠다! 내가 생에 최초로 현대왕을 쓰러뜨린 사람이 될 것이다!
"에라이 마요네즈랑 중2병 합친 새끼!"
sexyboy : 마요네즈 파워!
이윽고 녀석이 최후의 필살기… 드랍핵을 발동하였다. 그리고 그 순간! 현대왕은 식은땀을 흘리면서 이를 갈던 표정을 바꾸었다. 그가 눈을 번쩍 뜨면서…! 숨겨두고 있던 최후의 비기를 쓰기로 마음 먹은 것이었다.
'sexyboy… 넌 한 가지 간과하고 있었어.'
그의 손가락은 이미 F1부터 12까지 있는 곳으로 향하고 있었다. 단축키 하나를 눌러서… 맵핵과 맞먹는 기술을 쓰기 위함이었다. sexyboy가 맵핵을 발동시키는 그 찰나에 맞춰서 말이었다.
'인간은… 강해지고 싶어한다. 그리고 맵핵은 스타크레프트에서 강해질 수 있는 독보적인 무기, 패배조차도 승리로 이끌어낼 수 있는 무기지. 그런 점에서 나는 너의 맘을 이해 못하는 건 아니다.'
하! 지! 만!
'이미 강해져 있는 인간을 쓰러뜨리고 싶어서! 더 강해지려고 하는 놈들도 존재하는 법이다!'
"그리고 이것이! 더 강해지고 싶어하던 놈이 제작한 또 다른 무기!"
현대왕은 마침내 그 버튼을 눌러 스킬을 작동시켰다.
그 이름하여…
맵핵 방지!
두둥!
sexyboy : 아, 아닛…!
"미안하다… 섹스 보이…. 너의 맵핵은 나쁘지 않았다."
sexyboy : 섹시 보이다!
"하지만… 너의 타이밍은 영 좋지 않은 곳을 맞췄지."
그리고 현대왕은 살며시 눈을 감았다. 일순간 sexyboy가 채팅창에서 ㅅㅄㅄㅄㅂ거리며 문장을 써왔지만, 현대왕은 그의 생존하고 싶어 하는 처절한 발버둥임을 알았기에 아무 대꾸도 하지 않았다.
sexyboy : 아노돼애애애애애애!
그렇게… sexyboy의 운명은 끝나게 되었다. 띡.
(영어로) sexyboy님이 드랍핵 방지로 나가셨습니다.
"…후우!"
뻘뻘 흘린 식은땀을 닦으면서 현대왕은 의자 등받이에 그제야 등을 붙였다. 정말이지… 엄청나게 스팩터클한 운명적 싸움이었다. 의외의 반전이 벌어져 승자가 결정되자 시청자들이 [오오오오오!]하면서 감탄하기 시작했다.
[ㅋㅋㅋㅋㅋㅋ병신같당]
물론 태반이 병신 같다는 칭찬 아닌 칭찬으로 가득했지만 말이었다. 어찌 됐든 현대왕의 영웅스러운 행동으로 말미암아 다시금 마린 키우기의 세계에는 평화가 찾아오고….
'자, 그럼! 이제 우리들의 최종 싸움을 시작해볼까!'
그리하여 이젠 남은 사람은 네 사람…. 하지만 굳이 싸움은 서로에게 총을 들어 저격하는 것으로 결과가 나올 필요가 없었다. 그전에 앞서 sexyboy가 작동시킨 트리거로 말미암아 굉장한 난이도를 자랑하는 유닛들이 나오기 시작했고, 그것을 막다가 졸지에 한 사람 더 죽게 된 것이다.
skak : 으아아아아아!
"나이스! 잘 죽어라!"
"으앙! 사람이 죽었어여! 너무 슬퍼서 흐규흐규 눈물이 안 나옴!"
서로 최후의 승자가 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는 실정. 현대왕은 나머지 두 사람을 보면서 업그레이드를 계속 재촉했다.
"업그레이드 더 많이 해! 유닛들 더 강해지잖아!"
skdkas : ㅁㄶㅇㄶㄹㅇ
멘붕한 듯 skdkas가 이상한 채팅을 치고 있다. 하지만 그 와중에도 꾸준히 업그레이드를 하는 모양이었다. 고로 지금 실정에서 skdkas보다 업그레이드 공격력과 방어력이 높은 사람은 없었다.
'훗.'
하지만 그것은 전부 현대왕이 의도한 일이었다. 이윽고 현대왕이 노렸다는 것처럼 적군의 깊은 본진까지 들어갔고 그 순간 트리거가 작동되었다. 두두두두두!
"으악!"
"헐! 행님 뒤지셨음?"
"씨발! 내가 이렇게 죽다니!"
억울한 것처럼 목 놓아 소리치는 현대왕이었다. 시청자들은 그런 현대왕에게 속은 듯 [ㅋㅋㅋㅋ]하고 웃어댔고, 업그레이드가 가장 높은 skdkas가 나머지 적군들을 선두로 나서서 쓰러뜨리기 시작했다.
"우왕 짱쌤!"
"야 딱지 인마! 니도 업그레이드 더 올려!"
"행님! 지는 돈이 이제 없습니다여!"
개뻥이었다. 애초에 콩딱지도 현대왕이 무슨 의도인지 알았던 것이다. 현대왕이 혀를 내두르면서 안 걸리는 군, 생각하고 있을 때 skdkas가 메딕이 있는 쪽으로 돌아오기 시작했다.
"skdkas야! 얼른 튀어! 안 그럼 죽는다!"
skdkas : ㄴ아머아ㅓㄴㅇ!
"근데 잘 생각해보니 튀어도 죽겠다. 잘 죽어라."
순식간에 말을 바꾸는 현대왕. 동시에 skdkas는 메딕에게 갔음에도 불구하고 순식간에 죽고 말았다. 더불어 함께 있던 콩딱지의 마린도 죽고 말았다.
"으아앙! 죽었심!"
"후후."
skdkas는 업그레이드에 미네랄을 전부 쓰고 말았다. 그리고 그것은 모두 현대왕이 의도했던 것! 이윽고 세 사람이 모두 죽고 나자 점수를 미네랄로 바꿔주는 컴퓨터 고스트가 일일히 찾아온 적군들을 처리하기 시작했다. 고스트는 무적 상태였기 때문에 적군들에게 사격을 당하지 않았다.
이윽고 아군 본진에 있는 적군들이 서서히 사라지자, 현대왕이 말했다.
"야 skdkas야. 너 미네랄 얼마나 있냐."
skdkas : 50
"그러냐? 안타깝게 됐군. 난 5000이나 있는데 푸헤헤헤헤헤헤!"
그렇게 말하면서 현대왕은 아군 본진의 적군들이 완전히 사라지자 곧장 배럭에서 마린을 한 대 뽑았다. 이 순간을 위해서 업그레이드를 하지 않고 지금까지 절약한 것이었다.
skdkas : ㄴ마엄나ㅓ안ㅁ!
"푸헤헤헤헤! 꼴 좋다 인마! 빨리 나가버려라 이것아!"
skdkas : ㅁㄴ아ㅓㅁㄴ아!!! ㅁ나엄나어ㅏㅁ너아!!!
멘붕한 듯 도배를 하는 skdkas를 욕을 해대면서 현대왕은 승자의 포효를 질렀다. 그리고 그 순간이었다.
"후훙, 행님찡. 행님만 살아남았을 거라 생각하면 오산이지여!"
"역시 콩딱지 네놈도 미네랄을 보관하고 있었군."
"행님의 수는 이미 이전부터 눈치 채고 있었지여! 지 이래봬도 바둑 초보자임! 남이 다섯 수를 볼 때 지는 한 수를 보지여!"
"뭐? 보지여라고? 이 새끼… 역시 대담한 새끼!"
도배를 하는 skdkas에게는 이그노어를 거는 두 사람이었다. (이그노어 : 상대방의 채팅이 안 보이게끔 하는 기능) 그리고는 콩딱지가 배럭에서 마린을 뽑아 부활하자 곧장 사격을 가하는 현대왕이었다.
"죽어라 임마."
"이히히히히힛! 그 정도로는 꿈쩍도 안합니다영!"
서로가 서로에게 사격을 가하는 상황! 하지만 계속해서 메딕의 자리에 있는 지라 절대로 죽을 것 같지는 않았다. 결국 현대왕은 혀를 내두르면서 뭔가 새로운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때 콩딱지가 선언했다.
"행님, 근데 행님이 한 가지 또 간과하고 있는 게 있지여."
"뭔데 인마."
"과연 맵핵을 가진 사람은 섹시 보이만 있을까여?!"
"뭐시?"
콩딱지가 준비했다는 것처럼 에프12를 눌렀다. 그러자 현대왕의 미네랄이 고스란히 보임과 동시에 맵이 전부 보이기 시작했다.
"우후후후훙, 지에게도 맵핵이 있지여! 그것도 드랍이 가미되어 있는 슈퍼 좋은 버전이지여!"
"…훗, 어리석군. 네놈은 아까 전에 sexyboy가 드랍핵 방지로 튕겨나간 걸 못 본 거냐?"
"물론 봤지여! 하지만 어떨까여 행님! 과연 나님의 드랍핵도 행님의 드랍핵 방지로 방어할 수 있을까여?"
이젠 두 사람만이 이 대결전에 남은 실정이었다. 과연 최후의 승리는 누가 될 것인가! 늘 콩딱지가 막판에는 반전을 일으켜서 현대왕을 쓰러뜨리곤 하였다. 하지만 현대왕은 적어도 오늘만큼은 질 것 같단 생각이 추호도 들지 않았다.
'왜냐하면 나의 드랍핵 방지는 최신 버전이기 때문이다!'
드랍핵 방지 중에 최신 버전은 맵핵에 존재하는 모든 드랍을 막을 수 있는 방패였다. 어떤 창으로도 절대 무너뜨리는 게 불가능했다. 그런 드랍핵 방지 프로그램을 과연 콩딱지의 오래 전 드랍핵 가지고 영향을 끼칠 수 있을까? 현대왕은 절대 그럴 일이 없다고 생각했다.
"각오하시지여 행님!"
"와라 아우야! 드랍핵 방지의 최고의 무서움을 보여주지!"
"…히야아압!"
이윽고 콩딱지가 드랍핵을 발동시켰다. 띡! 그와 동시에 현대왕도 드랍핵 방지 버튼을 눌렀다. 최후의 싸움은 결국 프로그램이 무기가 되는 셈이었다. 이윽고 시청자들도 감탄하면서 지켜보는 가운데, 두 사람의 지구를 멸망시킬 것 같은 엄청난 혈투가 벌어졌다.
'딱지야, 너는 가슴도 있고 몸매도 괜찮은 편이지. 고로 넌 덮칠 만한 자격이 있다. 하지만 오늘만큼은 내가 이긴다!'
'행님! 아직 이 드랍핵이 얼마나 무서운지 모르시는군여! 이 드랍핵은 최신 버전이라구여!'
'훗! 어리석구나! 너야말로 이 드랍핵 방지 프로그램이 언제 나온 건지 아냐? 적어도 일주일 전에 나온! 슈퍼 드랍핵 방지란 말이다!'
현대왕은 자신 있게 생각했다.
'이 드랍핵 방지는 그 누구도 감당할 수 없지! 모든 맵핵 플레이어를 무너뜨릴 수 있는, 스타크레프트 서버 운영진들도 인정하는 어마무지한 필! 살! 기!'
일주일 전 나온 드랍핵 방지 프로그램이라면 콩딱지도 수습할 수가 없을 것이다. 하지만, 무슨 연유에선지 콩딱지는 미소 지었다.
'행님, 정말 모르시는군여.'
'뭐라고?'
'그 드랍핵이 일주일 전에 나온 건 지도 알고 있었지여. 그리고 행님의 막장스러운 사고기관이라면 그 정도 드랍핵을 선택할 건 예상하고 있었지여!'
콩딱지는! 모든 수를 읽고 있었다.
'하지만 행님, 그거 아셔야 합니다여. 나님의 드랍핵은!'
'…….'
'어제 막 파일로리에서 받은 최!신!버!전!이라는 걸여!'
'!!!!!!!!!!!!!!!!!!!'
서로의 생각이 공유되는 순간, 현대왕은 눈을 크게 떴다. 그리고 그 순간! 지켜보던 스타크래프트 화면에서 엄청난 빛이 발하기 시작했다. 현대왕은 그만 눈을 감을 뻔했지만…! 가까스로 참았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띡.
(영어로) 현대왕님이 드랍 당하셨습니다.
스타크래프트에서 나가짐과 동시에… 현대왕은 결국 최후의 패자가 되고 말았다.
"아놔!!!!!!!!!!!!!!!!"
마지막 고지에서 승리를 놓치고만 현대왕이었다.
결국 이번 승자도 콩딱지의 승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