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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의 표본-289화 (289/369)

289화

xjjs가 나간 현재 생존한 사람, 다섯 명…. 마린 키우기의 다섯 마린은 서서히 업그레이드를 하여 저그보다 강해지고 있었다. 심지어 원조 버전이라서 마린들이 먼저 적진에 들어가서 싸우지 않는 이상 더는 강한 적이 튀어나오지 않는다.

그런 점을 이용해서 다섯 사람은 일단 공격하는 가벼운 저글링 때들을 상대하면서 눈치만 보고 있었다.

'…….'

손발이 부들부들 떨릴 정도로 매우 긴장되는 상황. 과연 악화일로로 변질되어가는 이 악독한 상황에서 다음 타자로 죽을 사람은 누구일까? 하지만 그전에 현대왕은 일단 누가 맵핵을 사용하는지 알아내야만 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여기서 문제가 있다.'

맵핵을 사용하는 놈을 알아냈다 한들, 녀석을 죽일 수는 없다. 녀석을 죽였다간 녀석이 분노하여 나머지 사람들에게 맵핵을 사용할 지도 모른다. 엄청난 사기 무기! 맵핵! 그것은 곧 패배의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 맵핵으로 인해 먼저 공격을 당할 사람도 다름 아닌 나일 가능성이 높지.'

비제이로서 존재감이 워낙 높으니, 맵핵을 사용하는 녀석은 자신이 죽게 되면 무슨 수를 써서라도 현대왕부터 맵핵으로 날려 버릴 지도 몰랐다. 마지막까지 살아남아 혼자 있게 되면 결국 승리를 하는 셈이었지만, 만일 그전에 맵핵으로 말미암아 게임에서 튕겨 버린다면… 아주 처참한 패배를 하는 셈이나 다름없었다.

'크읏…! 마린 키우기가 이렇게 벅찬 게임이었던가!'

살 떨리는 긴장감이 계속해서 몰아붙이는 가운데, 현대왕은 콩딱지를 겨냥하며 호명했다.

"야 딱지야."

"왜 그러시죠 행님."

"설마 네가 맵핵이냐."

현대왕은 일단 자신과 마찬가지로 같은 비제이로서, 존재감이 워낙 강한 그녀부터 공략하자고 생각했다. 애초에 콩딱지가 아무리 귀여운 소녀라고 하여도, 게임상에서는 어디까지나 형님을 함부로 아는 악랄한 동생이나 다름없었다.

뒤통수를 맞은 게 한 두번이 아니었기 때문에, 현대왕은 당하기 전에 먼저 치자는 생각을 하였다.

"의잉! 어째서 그런 생각을 하시는 거지여?"

"왠지 내 직감이 너라고 얘기하고 있다. 본래 남자의 직감은 틀리면 아니면 말고고, 맞으면 역시 남자의 직감인 법이다."

"후후후훙, 행님은 지금 남자의 직감을 같은 남자에게 사용하는 거신가여? 그렇다면 지의 직감은 행님을 겨냥하고 있지여! 그럼 행님이 맵핵을 사용하는 범인인 셈이 아닌가여!"

‘슈밤, 여자인 주제에.’

‘방송하면 덜렁덜렁 거리는 거 달림!’

속내로도 신경전을 벌이면서 서로가 서로를 속이려고 하는 실정이었다. 현대왕은 콩딱지에게 사회적 여론(?)을 몰려고 했지만 뜻대로 되지 않자 표적을 바꾸기로 하였다.

“생각해보니까 우리 같이 상냥하고 착한 비제이들은 드랍 같은 거 안 쓰지 않냐?”

“그렇지여. 지도도 보이고 미네랄도 보이고 유저들도 드랍해서 나가버리게 할 수 있는 드랍 맵핵 같은 거 우리 같은 사람이 쓸 리가 없음여!”

“그렇지. 그렇다면 범인은 저 중에 세 명일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지.”

현대왕의 논리에 반박하듯 참가 유저 한 명이 채팅을 쳤다.

skak : 그러는 현대왕이야 말로 여론 자꾸 몰고 있는데 그쪽이 범인 아님?

“뭐가 어째? 저 새끼 범인이네.”

“저 새끼님 범인!”

곧장 skak를 범인으로 몰려는 현대왕이었다. 하지만 sexyboy와 skdkas는 쉽게 여론에 몰리지 않았다. 이윽고 skdkas가 채팅 쳤다.

skdkas : ㅎㅎ 너무 쉬운 낚시질이네. 눈에 뻔한 레파토리 ㄴㄴ

‘큿.’

현대왕은 생각했다. 자고로 여론 몰이라는 건, 자신이 욕을 먹거나 혹은 자기 자신이 표적으로 찍힐 수 있는 걸 각오하고 진행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만일 여론 몰이에서 실패하면 당연지사 표적은 자기 자신으로 겨냥될 수밖에 없는 것이었다.

참여 유저 둘 다 현대왕에 대해서 언급은 없었지만, 자꾸만 한 쪽으로 여론을 몰아가는 현대왕의 말도 안 되는 논리에 내심 현대왕에게 적개심을 가지기 시작한 모양이었다.

‘제길! 그만 두 명을 정치판의 적으로 만들고 말았군!’

그제야 원치 않는 상황이 찾아왔음에 이를 바득바득 갈던 현대왕이었다. 그때, sexyboy가 채팅을 올렸다.

sexyboy : 근데 현대왕님 미네랄 안 쓰세요? 아직 미네랄이 많으시네 ㅎㅎ….

“응?”

“엇? 행님?”

skdkas : ?

skak : ?

skdkas와 skak도 더불어, 현대왕과 콩딱지도 올라온 채팅에 의문을 표명할 따름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마린 키우기에서 볼 수 있는 것은 상대방이 저글링을 죽임으로서 볼 수 있는 점수였지… 미네랄이 아니었다. 그리고 그것은 즉 슨…!

“맵핵이다!”

“맵핵의 냄새가 스멀스멀 피어 오르네여!”

두다다다다다! 맵핵이 누구인지 확실해지자 현대왕과 콩딱지 둘 다 일제히 sexyboy를 공격하기 시작했다. 두 명의 마린이 치료를 받고 있는 sexyboy를 공격하는 가운데 나머지 skdkas와 skak도 공격하기 시작했다. sexyboy는 자신이 무슨 실수를 했는지 모르겠다는 듯 채팅창으로 ??를 올리기 시작했다.

sexyboy : ??

“멍청한 자식! 네놈이 맵핵인 건 이미 들켰어! 더 이상의 순수한 척은 그만둬라!”

“마치 야동 보냐는 질문에 ‘어맛! 저 그런 거 안 봐영~.’하는 물음표네여! 하지만 정의는 언제나 정의를 위협하는 법이져!”

나머지 참가 유저들도 이미 확신을 한 모양이었는지 sexyboy를 공격하는 것을 멈추지 않았다.

skdkas : ㅂㅂ

skak : 죽겠네

sexyboy : …….

네 명이서 동시에 치자 sexyboy의 피가 순식간에 깎였다가 차오르곤 하였다. 하지만 좀만 더 업그레이드를 하면 sexyboy는 죽게 될 터였다. 고로 현대왕은 공격력 업그레이드에 좀 더 힘을 썼다. 하지만 그때였다.

sexyboy : 칫.

순수한 척 자신을 포장하고 있던 sexyboy가 드디어 본색을 드러냈다. 녀석은 메딕 근처에 있으면 죽을 것 같자, 저글링 때들이 몰려오는 곳으로 순식간에 달려가서 도망갔다.

“저놈이?”

“의잉… 절정에 달한 것처럼 가버렸네영.”

음란한 콩딱지의 드립과 더불어, sexyboy가 채팅을 올렸다.

sexyboy : 크큭….

skdkas : …….

skak : …….

sexyboy : 좀 더 재미있는 게임이 될 수 있었는데 안타깝군.

엄청난 반전이었다! 그토록 순수한 척, 아무것도 모르는 척하던 sexyboy가 실은 모든 것을 계획한… 드랍핵의 주인이었던 것이다!

[저 개새낑…]

xjjs라는 닉네임으로 마린 키우기에 참여했던 회원이 현대왕의 채팅방에서 그리 중얼거리는 가운데… xjjs를 드랍핵으로 튕겼던 sexyboy가 계속해서 채팅창으로 웃었다.

sexyboy : 큭큭….

현대왕 : 큭큭….

sexyboy : 따라하지 마라, 그리고 오지도 마라!

박력있는 소리와 더불어 녀석이 협박했다.

sexyboy : 너네들… 여기가 어디인지는 알고 있겠지?

“뭔 말광량이가 코딱지 파는 소리를… 엇.”

“행님… 저, 저기는!”

콩딱지가 경악했고 현대왕도 마찬가지였다. sexyboy가 서 있는 위치는…!

sexyboy : 크크… 그렇다. 내가 여기서 두 발자국 정도 뒤로 가면 트리거 작동으로 프로토스와 테란의 유닛들이 나오지…. 그리고 그 적군 프로토스와 테란 유닛들은 어마어마하게 강하다.

skdkas : 이런 미친 새끼….

skak : 그만 둬! 우리 모두를 죽일 셈이냐!

skdkas와 skak도 심각하게 반응하는 가운데, sexyboy는 미치광이처럼 ‘크하하하하!’웃으면서 채팅을 쳤다.

sexyboy : 이제… 다 끝났다…. 이 지옥 같고 괴로운 시간은 더 이상 끝이다. 드디어 네놈들에게…!!! 복수를 할 수 있는 것이다.

“우리가 뭘 잘못했다고 그런 미친 짓을 하려는 거냐 이 미친 새끼야!”

현대왕이 욕지거리와 함께 소리쳤다. 그러자 sexyboy가 반문했다.

sexyboy : 정말 몰라서 그러는 것이냐?

“어.”

sexyboy : 크큭… 그럼 들려주지…. 잘 들어봐라… 나의 고독하고 공감되는 이야기를….

대체 얼마나 공감되는지는 몰라도 일단 한 번 들어보기로 하였다.

sexyboy : 나는… 간신히 현대왕의 방송을 보고 이 게임에 참여하게 되었다. 잘 생긴 현대왕이라는 방제를 치는 게 정말이지 구역질나고 힘든 일이었지.

“이 빼빼로데이에 빼빼로도 못 받을 것 같은 새끼가?”

sexyboy : 그리고 방송에 접속하는 순간… 나는 생각했다. 끝까지 살아남아 최후에 최후의 승자가 되겠다고. 그리고 마린 키우기를 시작했지. 하지만… 상단 위에 있는 점수가 보이나? 그리고 내 마린의 업그레이드 공격력과 방어력이 보이나?

“그게 뭐 어쨌다는 거냐 이 오랑우탄 같은 녀석아.”

“방어력이 30에 공격력은 26이네영?”

콩딱지가 sexyboy의 마린 신체 스팩을 확인한 가운데, sexyboy가 말했다.

sexyboy : 크큭… 정말 이런데도 아직까지 모르겠다는 거냐…?

skdkas : ??

skak : ??

참가 유저들도 아직 sexyboy가 드랍핵을 쓴 이유에 대해서 모르는 모양이었다. sexyboy가 진정으로 화가 난 글자로 채팅을 올렸다.

sexyboy : 나는… 업그레이드를 많이 하지 못했다….

…….

sexyboy : 그것은 즉… 스틸을 당했단 뜻이다…!!!!

“!”

“!!!!”

skdkas : ?!?!?!!

skak : 아…!

스틸이란 단어에 뭔가 큰 깨달음을 얻은 듯, 탄성을 짓는 네 사람이었다. sexyboy가 그제야 알았냐는 듯 음흉한 웃음과 함께 절규하듯 채팅을 올렸다.

sexyboy : 스틸을 당했다! 그것도 모조리…! 스틸 스틸 스틸 스틸 스틸 스틸 스틸! 스틸이다아아아!!!!!!!

“!!!!”

“!!!!!!”

skdkas : !!!!

skak : 아아….

sexyboy : 크으… 스킬을 당한 게 얼마나 참혹한 일인지 너희들은 아느냐! 내가 다 죽인 저글링 다른 놈이 쌤쳐먹는 그 기분 아느냔 말이다!

“…하지만 이 병신아. 우리가 저글링 피를 확인하고 죽일 수 있는 것도 아니고 그걸 뭐 어쩌란 거냐. 네 운빨을 탓해 인마.”

sexyboy : 현대왕… 네 이놈 이 자식… 단 한 번도 스틸을 당해서 화내본 적이 없다면 나에게 돌을 던져라!!!!!!

스틸을 당해 몹시 억울해하는 sexyboy의 심정을 모르는 건 아니었다. 때문에 다들 그의 마음을 공감해서 숙연한 분위기 속에서 아무도 말을 하지 못하고 있었다. 하지만 현대왕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스틸이란… 게임의 하나의 방식일 뿐이다….’

그렇다. 현대왕은 이미 그에 대한 해답을 알고 있던 것이다.

‘아무리 그것이 올곧지 못한, 남들에게 부정적으로 보일 법한 행위라 할 지라도… 스틸이 있기에 살아남는 게임들도 존재하는 법이다.’

그렇기 때문에….

‘스틸은… 공평한 행위다….’

그렇게 의견을 전달하자 sexyboy는 부들부들 떨리는 글자로 채팅을 쳤다.

sexyboy : 현대왕… 네놈의 뜻이 그렇다면 어쩔 수 없군… 후후….

“…….”

sexyboy : 다 죽여주겠다! 드랍핵으로 날려버림과 동시에 이 유닛들로 전부 죽여주겠다! 각오해라 크하하하하하!

강렬한 웃음바다와 함께 sexyboy가 마침내 두 걸음 뒤로 물러났다. 그러자 트리거 발동과 함께 적군의 프로토스와 태란이 때거지로 달려들기 시작했다. 우르르르 몰려드는 두 종족에 콩딱지가 현대왕을 호명했다.

“행님!”

“딱지야! 지금은 잠시 휴전한다! 일단 우리는… 앞에 있는 녀석들부터 처치하는 걸 우선으로 해야 할 거 같다!”

“이응이응! 지가 하고 싶은 말이었음여!”

“너희 참가 유저 두 명도 서로 싸우지 말고 일단 합동하자! 알겠냐!”

skdkas : ㅇㅋ

skak : ㅇㅇ

그리하여… 최후의 적에 가까운 sexyboy와의 처절한 혈투가 시작되었다. 과연 그 결과는?!

============================ 작품 후기 ============================

마린 키우기는 다음 편에서 끝납니다.

과연 현대왕 일행의 운명은?!

그리고 최후의 승자는 누구?!

그리고 다다음편부터 다시 현실 파트로 돌아갈게여.

현실파트가 사실 쓰기 쉽네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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