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2화
<외전 - 의문의 작가>
"후웃, 오늘도 방송이나 해야겠구만."
요즘 들어 나날이 성실도가 높아져 가는 현대왕. 인기도 나날이 치솟고 있는 실정이었다. 물론 랭킹 1위도 계속해서 고수하고 있는 상태. 누가 그의 인기에 버금가겠는가! 컨셉으로 지어진 막장이 아닌… 선천적으로 막장 그 자체인 서민국을 넘어설 사람이 과연 누구란 말일까!
"이 세상에 나보다 뛰어난 막장은 없다!"
그러하다. 어찌 됐든 간에 민국은 방송을 하기 위해 컴퓨터를 키고 있었다. 그리고 드디어 오늘… 강은별과 한예나, 강서라가 집으로 도착하는 날이었다. 이제 이 지루하고 심심한 나날은 끝나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우우우우웅.
"오오, 밤 늦게 잠자려는데 바퀴벌레 발견해서 잡으려니까 장롱 밑에 숨어서 잠을 못 자게 만드는 타이밍이구만."
구체적인 표현이 아닐 수 없었다. 이윽고 민국이 휴대폰을 들어 통화 버튼을 눌렀다.
"서라냐."
"온니찡!"
오오, 정말이지 3박 4일밖에 안 되는 짧은 시간이었지만 민국은 이 목소리를 듣게 되니 마치 몇 십년 동안 이계의 세계에서 살다가 현대로 돌아온 민간인 같은 느낌이 들었다. 감격의 소리를 내는 민국이었다.
"크흣…."
"허어잉? 온니찡 왜 그러삼여? 왜 느닷없는 신음소리임?"
"크으… 서라 네가 드디어 수학여행을 끝내고 내게로 돌아온다는 사실에 감복해서 감동한 거다 크으으…."
"허엉! 그, 그거슨 고백인가여? 도끼도끼…."
서라는 민국보다 더 선천적으로 타고난 활발함을 가지고 있었다. 당연히 씁쓸하고 심심할 때 신명나게 해주는 힘도 있었다. 민국이 소리쳤다.
"그래! 너라는 마약! 이제 난 거기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걸 깨달았어! 너의 막장 마약을 더욱 흡입하고 싶다! 너의 머리카락 냄새를 변태처럼 '흐읍!'하면서 흡입하고 눈자위를 굴리고 싶다!"
"히이이익! 온니찡 못 보던 사이에 더욱 음탕 야릿야릿 변태가 되셨네염!"
어쨌든 이제 본론으로 돌아간다.
"아무튼, 너 이제 집으로 돌아오는 거냐?"
"이응이응. 아! 근데 온니짱, 되게 재밌는 뉴스가 하나 있음!"
"뉴스? 뭔데 그러냐."
서라가 '얍얍얍!'하면서 귀여운 소리를 내면서 소리쳤다.
"실은여! 내가 아는 지인이 있거든여!"
"지인? 누구냐, 남자?"
"이응!"
"크윽… 서라를 건드리려는 음탕한 남자가 또 있었다니. 내가 용서치 못한다!"
"히이익! 부, 부끄합니다여!"
진심으로 부끄러워서 얼굴을 붉혔던 서라였다. 민국이 말을 이었다.
"어쨌든 그 남자가 누군데 나한테 말을 하냐."
"후후후훙! 놀라지 마셈! 이름하여 소설가임!"
"소설가?"
"이응! 작가여! 나님이 아는 작가인데 막 코믹하고 막장 계열 소설 쓰는 사람 있음여!"
"호오. 방송계의 막장 비제이가 명색에 소설가도 알고 있다니."
"대단하지여? 엇흠! 이게 바로 나임다!"
"그래 그래. 그런데 그 소설가를 말하는 이유가 뭐냐?"
"사실여! 이 작가가 이번에 책을 한 권 냈거든여! 홍보 좀 해달라고 하더라구여! 그래서 형님에게 홍보하려고 연락한 거예여!"
"이놈이? 야, 난 학창 시절에 교과서는 안 보고 문제집만 벼락치기로 풀어서 점수 받던 사람이야. 그런 내가 지금 책을 살 거라고 생각하는 거냐?"
"우왕, 행님은 단점을 장점처럼 말할 줄 아는 재주가 있으시네여… 감탄감탄 이감탄."
서라가 말을 이었다.
"한 번 읽어나 보세여. 의외로 재밌을 지도 모름! 요즘 막장에 미친 분이신지라 온니찡 같은 막장 계열의 행님에겐 잘 먹힐 거삼!"
"엄청 홍보해주는 거 보소… 야, 그 사람이 누군지는 몰라도 너랑 그렇게 친하냐?"
"잉? 적당히 친한데여?"
"그 사람이 좋아 내가 좋아."
"허억."
마치 은별이가 민국을 향해서 김태희가 예뻐 내가 예뻐를 질문했을 때와 동일시 되는 질문이었다. 서라가 대답했다.
"온니찡 그건 마치 은별이가 좋아 나님이 좋아여! 라고 내가 물어보는 거나 다름없는데여?"
"난 네가 더 좋다 서라야!"
"허억! 은별 언니찡 안 듣는다고 이러는 거 보셈!"
"후훗, 은별이 앞에서 은별이 좋다고 하면 되지!"
"지읏시읏이여. 녹음했음."
"야 인마!"
"헤헤, 그래도 행님이 더 좋지여."
서라의 애교 어린 목소리였다. 민국은 그제야 마음이 조금 편해지는 걸 느꼈다. 예쁜 동생이 1순위로 자신이 좋다고 하면 싫어할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이대로 너네 아버지보다 날 더 좋아하게 만들어야겠구만. 아버님, 미안합니다. 서라의 마음도 결국 저에게 올 예정입니다."
"행님, 요즘 정신병원 다니는거로 아는데 비용 얼마해여?"
정신 나간 소리 그만하란 의미가 담겨 있는 물음이 아닐까 싶다. 이윽고 민국이 말했다.
"그럼 그 소설은 출간 계약해서 낸다는 거냐?"
"그런 셈인 듯여. 꽤나 괜찮은 출판사에서 제안이 왔다는데여?"
"호오, 오랜만에 종이의 질감을 느끼면서 라면 받침대로 사용하게 되겠네."
"노노 노노함! 이번엔 이북으로 낸다고 함요. 종이책 시장이 망해서 돈이 별로 안 된다네염? 그리고 이 작가느님도 워낙 속물이라서 돈을 밝히시나 봐여! 앞으로 전자책으로만 잔뜩 출간할 거라는데여!"
"흐음, 전자책이면 그 막 뭐시냐. 휴대폰이나 아이패드로 볼 수 있는 그런 책 말하는 거 아니냐? 간편하게 들고 다니면서 볼 수는 있겠네."
"이응이응. 심지어 종이책보다 가격이 싸고 재고가 없기 때문에 언제든지 구매할 수 있다는 간편함이 있는 거 같음!"
"야, 그럼 판매는 어디서 하는데? 그냥 인터넷에 검색한다고 나오는 건 아니지 않냐."
"막 유명하고 큰 유통사에는 다 낸다는데여? 게이버는 검색하면 나올 거고 아마… 교뽀문고나 튀스토어 같은 곳에는 다 낼 거 같음여!"
이외 예쓰24,알롸딘,반디앤루뉘스,LGU쁠러쓰이북,메키앜,리디뿍스,Y2B00KSm,바로뿍,5e북,뿍큐쁘,리브로삐아,탭온뿍스,OverDriv2등등에 판매될 예정이다.
"호오, 출간 제의 온 출판사가 꽤나 괜찮은 출판사인 모양이네. 물론 그렇다고 해서 구매한다고 말한 적은 없다."
"의잉… 한 권당 2000원밖에 안하는데 좀 사주시져! 온니찡은 설마 불우한 이웃을 위해 2000원도 쓰지 않는 가혹한 닝겐인가여!"
"그 작가 많이 불우한 사람인가 보다."
"히익! 개들킴!"
소름이 쫙 끼친다는 듯한 목소리를 내는 서라였다. 어찌 됐든 민국은 의자에서 일어났다. '으랏차차'하면서 의자에서 개운하게 일어나는 민국의 모습에 서라가 물었다.
"행님 지금 집임?"
"그러하다."
"이제 뭐하시려구여?"
"야동 파일 다운 받고 있으니까 딸치기 전에 라면 먹고 식욕부터 채워야지."
"우와앙~."
이윽고 부엌에서 냄비와 라면을 꺼내는 민국이었다. 그리고 라면의 겉봉지와 냄비를 둘러보다가 순간 벙이 찐 표정을 짓는 민국이었다. 이윽고 서라에게 진지하게 묻는다.
"야, 지금 순간적으로 라면 끓이는 법 까먹어서 그러는데 어떻게 하는 거였냐?"
"읭?"
"면부터 넣는 거였나, 아니면 스프부터 넣는 거였나."
가끔 손에 휴대폰 들고 있으면서 휴대폰이 어디 있나 방 곳곳을 뒤적이는 현상이 있었다. 민국도 나이를 먹어서 그런가 이따금씩 이런 현상이 있었다. 서라는 민국의 질문에 대한 해답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물 병신아."
"아, 그렇지."
그제야 냄비에 물을 담는 민국이었다.
"야, 그런데 어디 하나뿐인 오빠한테 병신이 뭐냐 병신이. 이 자슥이 3박 4일 수학여행 갔다 오면서 못 배울 거 배워왔구만."
"의잉… 비제이로서의 피 때문인감…. 왠지 거기선 그렇게 드립을 쳐야 알맞다고 생각했어염."
"쩝, 그렇게 말하면 할 말이 없군. 나도 때때로 길바닥에 나앉아서 뜬금없이 거지 신세하고 싶은 맘이 생길 때도 있으니까."
"아니 그건 님만임."
그러하다. 부글부글 끓는 물을 보면서 민국이 라면을 넣기 시작했다.
"야, 그런데 아까 전에 말하던 그 출간 작가."
"얍얍얍."
"그 사람이 내는 이번 소설 내용은 어떤데. 네가 이토록 나한테 홍보를 하는 거 보면 나한테 적합한 취향의 소설이라는 거 아니냐?"
"허억, 사스가 탐정! 맞음여! 아마 방송 비제이들 좋아하거나 우리 방송 보는 사람들이면 다 좋아할 거임여."
"와, 얼마나 븅신 같은 소설이길래."
"리얼 노답 소설임! 막 이 소설에서 주인공도 비제이라네여."
"호. 그러냐."
비제이라고 하니까 조금 관심이 가는 민국이었다. 그냥 라면 끓이는 시간 동안 심심해서 얘기나 할 생각으로 물어본 건데 말이었다. 아까보단 좀 더 집중해서 통화를 하는 민국이었다. 서라가 말을 잇는다.
"막 키도 180 넘고 얼굴도 무진장 조각 외모로 잘 생긴 남자가 알고 보니 막장 비제이에다가 자취방에서는 온갖 쇼를 다한다는 이야기예여!"
"그 작가 좀 이상한 거 같은데. 너 그 작가랑 어떻게 알았냐."
"온니찡. 솔직히 말해서 온니찡이나 나나 정상은 아니지 않나여?"
"아~ 그렇지. 이 자식… 3박 4일 수학 여행 갔다온 사이에 애가 철들어서 왔군…."
"헤헤."
"그래서, 더 말해봐라."
젓가락을 들어서 면을 푸는 민국이었다. 서라가 계속해서 설명을 잇는다.
"그런데 그 비제이가 아는 사람 중에 여자가 있는데여!"
"그래 그래."
"그 비제이도 알고 보니 엄청 예쁜데! 알고 보니 슈퍼 츤츤데레인 거임! 막 이성적 호감 가지고 있는 상대한테 괜히 툴툴대면서 실질적으론 좋아 죽겠는 그런 거 있잖아여? 그런 거."
"아아, 그런 거 잘 알지. 내가 다른 여자랑만 조금 대화해도 막 무섭게 쳐다보는 여자가 한 명 있지 않냐."
"네잉네잉. 그분이랑 똑 닮음!"
"그래? 허허, 그거 참 갑자기 흥미가 샘솟네."
"그리고 거기에 그분보다 조금 더 예쁜 여자 비제이가 한 명 더 있는데! 그 사람은 남자 비제이에 비해 완전 영계! 슈퍼 초초 영계임! 그런데 발랄하고 막장스러우면서도 매력이 넘치는 캐릭터라서 인터넷에서 연재할 때도 많은 사랑을 받았나봐여!"
"네 다음 자기소개."
"읭?"
"아니, 왠지 본능적으로 이런 말이 하고 싶어졌다. 나도 이유는 모르겠네."
어찌 됐든.
"근데 잘 생각해보니까 그거 우리 얘기랑 비슷하지 않냐?"
"뭐가여?"
빈 손으로 휴대폰을 옮기면서 다른 귀에 부착하는 민국, 다시 말을 잇는다.
"야, 잘 생각해봐. 초 잘 생기고 엘리트에 초 미남에 하렘의 왕자인 남자 주인공. 이거 누굴 뜻하겠냐? 서민국 바로 나지."
"우웩."
"그리고 츤츤데레? 엄청 예쁘고 매력은 있는데 츤츤데는 여자 비제이? 이건 거의 남고딩이랑 판박이지 않냐?"
"엇? 그, 그러넴여?"
"그렇지. 그리고 마지막으로 발랄하고 막장스러운데 예쁘고 영계인 여자애? 남자 주인공보다 어리다고 했지? 그런데 인기는 제일 많아. 그럼 이건 누가 봐도 강서라 너 아니냐."
"히이익! 왠…지 직설적으로 그런 소리 들으니까 무진장 부끄러운 거 아셈여? 그런데 한 편으론 소오름!"
"그래, 나도 지금 소름 돋았다. 소오름."
"개소르음~."
"아, 그런데 정작 제일 중요한 건 안 물어봤네."
라면이 다 끓여졌다. 손장갑을 끼고 그것을 내려놓은 민국이 마지막 질문을 던졌다.
"그 전자책으로 출간한다는 작품 날짜가 언제인데?"
"그건 아직 정해지지 않았나봐여. 아마 연재란에 공지 올라올 듯? 지한테도 연락 다시 준다고 했어유."
"그래? 그럼 작가 이름은 뭐냐."
서라가 알고 있는 작가이니 만큼 자기도 모를 수는 없다. 서라가 알고 있는 건 자기도 알아야 한다! 이것이 바로 로리 바라기의 인생 철칙!
"그건 60초 후에!"
"너 상상하면서 딸치기 전에 빨리 말해라."
"히, 히이익! 그, 그건여~."
괜히 부끄럽다는 듯 두 손을 모으고 부비부비거리던 서라였다.
"그 사람은…!"
누군지 아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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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전자책 출간한다고 해서 연재 안하는 건 아니니까 안심하셔도 됩니다 고객님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