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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의 표본-223화 (223/369)

223화

<서라 대위기(수정)>

짝! 짝! 이곳은 서라의 방. 민국은 서라에게 약점이 잡힌 뒤로 그녀의 기말고사 공부를 도와주고 있었다. 물론 찾아오는 것은 민국의 몫. 별 수 있으랴? 아청법에 위반되는 행위를 해놓고 가만히만 있을 거라 생각하면 바보였다. 서라는 자꾸만 근처에서 윙윙거리는 모기를 잡기 위해 손뼉치기를 반복했다.

“얍얍! 찢어지는 공기 안에서 움직이는 나님의 손바닥!”

“그런다고 해서 모기를 잡을 수 있겠냐?”

“읭, 행님은 그럼 어찌 잡으실 건가유?”

“본래 모기는 바람처럼 사삭하고 빠르게 잡는 법이지. 너 더파이팅 봤냐?”

“그 복싱 만화염?”

“그렇지. 그 복싱만화에서 주인공이 떨어지는 나뭇잎을 사삭사삭 잡는 기술이 있는데 바로 그 기술을 응용해서 모기를 잡는 거다. 그 기술은 한 때 모기를 잡기 위해 옛 사람들이 지혜로 만들어낸 기술이었지. 사실 그 만화에서 주인공이 했던 그 기술도 어디까지나 훈련이 아닌, 모기를 잡기 위함에서 시작되었던 거야.”

“우왕. 존나 병의 신 같네염.”

“난 병의 신 할 테니 넌 등의 신해라.”

“내 등은 매끌매끌한데염?”

자기 등을 보여주는 서라였다. 옷을 입고 있음에도 등의 라인이 잘 살았다. 민국은 그것을 보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네가 19살만 넘었으면 이미 나한테 먹혔을 텐데 말이지.”

“히이익, 잔인하네여. 인육 좋아하는 사람 같음여!”

먹겠다는 말이 인육을 먹겠다는 말이 아닐 텐데 말이었다. 민국은 다시금 서라와 공부를 진행했다.

서라는 ‘헤헤’거리면서 민국의 팔에 찰싹 달라붙어 공부에 집중했다. 이따금씩 모르는 문제가 나올 때마다 ‘행님! 이거 도무지 모르겠는데 알려주셈여!’하면서 부비부비거린다.

마치 강아지처럼 아양을 부리는 모습에 민국은 진심으로 미치겠다고 생각했다.

“내가 예전부터 생각한 건데 말이다.”

“읭읭.”

“넌 왜 남자친구 안 사귀냐?”

민국의 물음이었다. 서라는 예상 못한 질문이었는지 ‘읭?’하면서 고개를 갸웃거렸다.

“전에는 사귀지 말라고 하셔놓고 뭔 소리신가염! 어이가 부들부들하네여?”

“아니, 그렇긴 하다만. 굳이 내가 사귀지 말라고 한다고 해서 네가 진짜로 안 사귈 녀석은 아니라서 말이지.”

그건 그렇다. 서라도 워낙 강단이 있고 고집이 강한 아이인지라 남의 말을 잘 들을 거라 보긴 어려웠다.

“행님. 실은 지에게도 좋아하는 이성이 있습니다유.”

“뭐? 슈벌 그놈 누구야?”

“읭! 금방 인상이 바뀌면서 노답이시네염 쯔쯔.”

민국은 ‘쩝’하고 입맛을 다셨다. 계륵은 아니었다. 그냥 이전에 언급했던 것처럼 서라가 너무 예쁘다 보니 나쁜 남자들이 접근할 가능성이 농후했고, 그런 질 나쁜 놈들과 얽혀서 인생을 망칠까 걱정이 됐던 것이다. 민국은 진심으로 서라를 아끼고 있었다.

“어쨌든 남자친구 사귀게 되면 나한테 말해라. 내가 일단 그 놈이 어떤 놈인지 엄밀히 살펴보고 나 같은 놈이면 차라고 할 테니.”

“레알 설득력이 있으면서도 없는 소리 같음.”

그러하다. 어찌 됐든 그렇게 공부를 마무리했다. 집으로 돌아가는 민국을 손 흔들며 배웅해주는 서라였다.

“앗! 행님! 그러고 보니 궁금한 거 있어여!”

“? 뭐냐?”

막 인사를 마치고 현관문으로 나가려는 민국이었다. 서라가 손뼉을 짝 치더니 쫄래쫄래 따라와서는 위로 고개를 들며 묻는다.

“은별 언니찡이랑 예나 언니찡은 어떻게 살아염? 잘 살아여?”

“흐음, 그러고 보니 너는 걔네들 본 지 오래됐구나.”

생각해보니 은별과 예나 둘이서 만나는 일은 많았지만, 거기에 서라가 껴 있던 적은 손으로 꼽을 수였다. 하지만 당연한 것이겠지. 은별과 예나는 민국을 만나야 한다는 명분이 있었고, 서라에겐 그런 명분이 없어서 인터넷 방송을 할 때만 만났으니까 말이었다.

“뭐 이래라 저래라 일이 있었고, 이젠 만나기도 쉬워진 터라.”

“읭? 그게 무슨 말임?”

“아니다. 어쨌든 둘 다 잘 살고 있어. 너는 이번 기말이나 잘 준비해 이것아.”

머리를 쓰다듬는 민국이었다. 서라는 그 쓰다듬에 눈을 감고 ‘살랑살랑~.’하면서 의성어를 입으로 내뱉었다. 이윽고 몸을 돌린 민국이 다시금 현관문을 나가기 시작하자 서라가 손을 쫄래쫄래 흔든다. 그렇게 배웅을 마친 후, 혼자가 된 서라였다. 끼이익, 쿵.

“의잉.”

문이 닫힌 후 혼자 남게 된 서라는 몸을 돌려 자기 방으로 돌아갔다. 방금 전 민국이 앉아있던 의자에는 따뜻한 체온이 남아있으리라. 하지만 서라는 빈유 언니처럼 그 온기에 얼굴을 묻으려는 타입이 아니었기에 얌전히 책상의 물건들을 정리하는 모습이었다.

문제집은 서랍 속에 집어넣고, 볼펜은 필통에 집어넣었다. 언제든지 구비할 수 있도록 성실한 모습이었다.

“조금 졸렵네여.”

위이이잉! 그때 서라의 귓가로 또다시 모기 소리가 들린다.

“이크! 모기찡 가만두지 않겠소와여!”

짝! 다시금 주변에서 어슬렁거리는 모기를 잡기 위해 손바닥을 움직인다. 하지만 아무리 손바닥을 놀려도 모기가 잡히기는커녕 요리조리 피해가는 모습이었다. 천장에 달라붙은 모기를 발견하고 의자에 올라가 책으로 잡으려고 했지만, 그것도 피해버리고 말았다.

“우아앗!”

이윽고 의자에서 중심을 잃고 그만 침대 쪽으로 몸을 기울이면서 쓰러지는 서라였다. 풀썩! 다행히 침대 위라서 큰 상처는 없었다. 서라는 ‘부들부들…!’이라고 중얼거리면서 날아다니는 모기를 보았다.

“이렇게 된 이상 필살기를 써야겠네여!”

그래, 이렇게 된 이상 남은 건 필살기뿐이었다. 서라는 그 필살기를 지금 이 순간 사용하자고 생각했다. 마치 최강의 보스와 사랑과 우정의 힘을 모으는 녀석들처럼.

“흐아압!”

이윽고 무언가를 꺼내드는 서라였다. 모기약이었다.

“옛날 고전 모기약을 이용해서 없애부리겠음!”

그리고 그 모기약을 침대 베개 맡 옆에다가 두는 서라였다. 예전에 많이 사용하던 향이 나오는 모기약이었는데, 현존하는 모기약들보다 고전 것이 더 효과가 있다고 생각하는지라 이걸 자주 사용하는 서라였다.

“후후후훙. 침대 옆에 모기약을 두었고 침대 위에서 잘 거니까 못 건드리겠지여.”

나름대로 사악한 계획을 꾸미는 서라였다. 그 계획대로 잘 이행되는 것인지 모기는 서라의 주변을 언제 맴돌았냐는 듯, 웅웅거리다가 사라졌다. 서라는 피로를 풀기 위해 침대 위에 누워서 이불을 뒤집어썼다. 그러다가 답답했는지 곧 이불을 내리고는 근처 손거울을 들어 자신을 보는 서라였다.

“피부 뽀얀뽀얀잼.”

아아 피부까지 타고난 여인이여. 서라는 촉촉한 피부를 소유한 여인으로서 어딜 가도 피부 미인이라 불릴 게 분명했다. 심지어 똘망똘망한 눈동자에 귀여움과 예쁨을 한 몸에 가지고 있는 외모라니! 이런 그녀가 용케도 남자들을 상대로 어장관리를 하지 않았다는 게 신기할 정도였다.

‘하지만 여자 중에는 그런 여자만 있는 게 아니지염.’

예쁜 여자 중에 못된 여자들도 존재하지만, 반면 극도로 착한 여자도 존재하는 법이다. 겉모습만으로 모든 걸 판단하는 건 불가능하다. 그리고 무엇보다 서라는, 일편단심의 성향이 극도로 강한 여인이었다.

“의잉.”

어찌 보면 은별과 마찬가지였다. 은별도 한 남자만을 죽도록 바라보는 가치관이었으니까. 다만 차이점이 있다면, 은별과 서라의 성격이겠지. 그리고 운빨도 있을 것이다.

“좀만 더 일찍 만날 걸 그랬나여?”

자문인지 물음인지 모를 터였다. 하지만 서라는 지금 이 순간 민국의 얼굴을 떠올리고 있었다. 그러나 이제는 포기해야겠지. 답이 없다. 두 여자를 아내로 들이려는 민국의 곁에 끼어들 서라의 공간은 말이었다.

“졸렵네여.”

슬슬 쏟아지는 잠에 서라는 음냐음냐하면서 서서히 눈을 감기 시작했다.

“…….”

그리고 새근새근 낮잠에 든 서라의 배개맡 옆에는 모기약이 풀풀 풍기고 있었다. 모기약의 연기는 자연스레 서라의 방안을 감돌고 감돌아, 마침내 서라의 입속과 콧속으로 들어가고 있었는데… 그때까지만 해도 서라는 알지 못했다. 자신에게 무슨 일이 생길 지는.

* *

“서라야! 서라야!”

“의잉….”

누군가의 부름에 서라는 눈을 비비적거리면서 상체를 일으켰다. 고요히 잠에 들었던 그녀는 소리가 난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서라야! 밥 먹으러 나오렴!”

“어무찡 오셨넹….”

아무래도 출근을 마치고 집에 돌아오셨나 보다. 서라는 시계를 보았다. 현재 시간은 열 시. 약 세 시간 정도 잔 셈이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도 몸의 피로가 상당히 풀린 느낌이었다. 이제 밥 먹고 공부를 한 뒤에 자면 끝이겠지. 서라는 정신을 차리기 위해 양 볼을 찰싹찰싹 때렸다.

“커흠 어흠흠!”

목이 왠지 칼칼해서 어루만져보는 서라였다. 가볍게 기침을 하고 서라는 어머니의 부름에 ‘나갈게요!’하면서 뾰로로 문을 열고 나가는 모습이었다. 이윽고 일을 마치고 돌아온 어머니가 테이블에 차려놓은 진수성찬을 보면서 서라는 ‘우와’하고 감탄했다.

“잘 먹겠습니다!”

“이제 막 일어났으니 조심조심 먹으렴. 채하지 않게.”

“네!”

어머니 앞에서는 그래도 이상한 말투는 잘 쓰지 않는 서라였다. 당연하겠지. 예의는 지켜야 하니까. 이윽고 서라가 국물을 한 모금 홀짝 거려보더니 맛있다면서 소감을 표명했다. 어머니는 그런 서라를 흐뭇하게 보다가 말했다.

“근데 서라야, 너 목소리가 왜 그러니? 약간 감기 기운이 있는 거 같네?”

“어흠흠! 좀 뭔가 이상해요.”

마치 자꾸만 목에 무언가가 걸리는 느낌이었다. 서라의 여자치고는 남성다운 목소리. 물론 완전히 남성다운 건 아닌 지라 비제이를 할 때는 좀 더 목소리를 내리깔긴 했지만, 그래도 이성에게 섹스어필을 하기에는 좋지 못한 목소리였다. 물론 서라의 외적인 면과 매력이 대단했기 때문에 그건 큰 문제가 아니었지만.

“아아, 아아.”

“기말고사 시험이 앞에 있어도 감기 걸리면 힘들잖니. 네 몸부터 신경쓰렴.”

“알겠어요 엄마.”

서라를 걱정하는 어머니였다. 이윽고 맛있게 식사를 하고 방으로 돌아온 서라는 자꾸만 반복되는 목의 칼칼함에 ‘아아’를 반복했다. 그러다가 결국엔 칼칼함이 떨어지지 않자 ‘의잉 짱나네영….’하면서 의자에 앉을 따름이었다.

이제 나머지 공부만 열심히 하면 된다. 어차피 기말고사도 며칠 남지 않았으니,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는 게 그녀의 의무!

“열심히 해야지영.”

그렇게, 오늘의 밤이 다가고 내일이 찾아왔다.

* *

“흐아아아암!”

아침 일찍 일어난 서라는 개운하게 기지개를 폈다. 비록 새벽 두 시에 잤으나 낮잠을 자둔 게 있던 지라 크게 졸립지가 않았다. 이윽고 침대에서 일어난 서라가 후다닥 방을 나왔다.

“없으시넹.”

아버지는 분명 새벽에 들어왔다가 곧장 나갔을 테고, 어머니는 아침 일찍 출근을 하다 보니까 둘 다 보기가 어려웠다. 한 달에 두세 번 가족이 모8여서 식사하는 게 전부였다. 이 커다란 집에서 혼자 있는 것도 이젠 몇 년인지라, 서라는 오래전에 적응한 상태였다.

“바로 가야겠네염.”

아침에 공복 상태로 학교에 출석하는 게 잦은 일인지라, 서라는 아침밥을 안 먹는다고 해서 딱히 불만을 털어놓지 않았다. 이윽고 눈을 비비적거리면서 화장실로 향한 서라가 진동 칫솔로 이빨을 닦고 물로 행구자니….

“키아! 시원하구만여!”

혼자서도 그렇게 잘해나가면서 세수까지 빡빡 한 서라였다.

“읭?”

그런데 뭔가 이상했다.

“뭔가 이상하네여?”

그렇다.

“읭?”

고개를 들어 거울을 쳐다보는 서라였다. 분명히 외적으로 달라진 것은 없었다. 어딜 봐도 서라였고, 여자였다. 다만 달라진 게 있다면.

“읭?”

자신의 목을 만져보는 서라였다.

“의이잉?!”

마치 요 몇 년간 함께 했던 목소리는 전부 거짓말이라는 듯, 굉장히 여성스러운 목소리가 서라의 입속에서 나오고 있었다.

============================ 작품 후기 ============================

어우 죄송합니다 글을 잘못 올렸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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