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3화
"안녕하세요 여러분~ 다시 인사드릴게요. 남고딩이라고 해요~."
[츤츤! 츤츤츤츤츤츤츤츤!]
[데레데레데레데레데레!]
[없네? 진짜 없네! 와 정말 없네!]
청순한 웃음이 조금씩 일그러지려고 한다. 남고딩은 애써 참으면서 웃음 지었다. 이윽고 현대왕이 시청자들을 향해 윽박 질렀다.
"야 이 어리석고 진실밖에 말하지 못하는 몸땡이만 큰 새끼들아! 안 그래도 우리 고딩이 가슴 작은 거 때문에 항상 트라우마에 약점 잡혀있는데 그거 가지고 꼭 그렇게 놀리고 농락해먹어야겠냐? 그게 너희들의 대화의 방식이야!"
"닥쳐."
현대왕도 별반 다를 것 없음에 그만 들을 수 있도록 귀에 속닥이는 남고딩이었다. 그러나 남고딩의 순간 변모되는 눈빛을 놓치지 않은 시청자들이 [ㅎㄷㄷ]하고 놀라고 있었다. 이윽고 남고딩이 다시금 씨익 웃으면서 정면을 쳐다보았다.
현대왕은 일순간 공포에 질려서 질겁하다가 재차 정신을 차리고는 박수를 짝짝 두 번 쳤다.
"자자, 어찌 됐든 간에 이제 방송을 진행하겠습니다. 오늘은 캠! 현대왕과 남고딩의 생에 최초 캠 합동 방송입니다! 모태솔로 새끼들아 많이 부럽지? 우쭈쭈쭈, 이게 바로 커플의 농락이다 쿠헤헤헤."
[ㅅㅂ]
[짱나네…]
[명치 존나 세게 때리고 싶다]
'모솔들이여! 더 분노하라! 더 용솟음쳐라!'하고 소리치던 현대왕이었다. 솔로들 자극하기 최고의 스킬을 가진 양반이었다. 이윽고 남고딩이 그런 현대왕의 옆구리를 툭 건드리면서 작게 물었다.
"이제 어떻게 할 거야? 캠은 켰다 치고…."
결과적으로 오늘의 방송엔 다른 목적이 있었다. 시청자들에겐 미안하지만, 그들의 즐거움은 뒤로두고… 스토커를 자극하기 위한 방송을 해야만 했던 것이다. 허나 스토커를 자극하기 위해서 어떤 행동을 해야 하는가? 그에 대해서는 추호도 모를 수밖에 없는 남고딩이었다.
"후후, 나한테 다 방법이 있으니 걱정 붙들어 매시오."
"……."
현대왕의 말이 괜히 더 불안하게 느껴지는 남고딩이었다. 이윽고 '으차차차!'소리를 내면서 말을 하는 현대왕이었다.
"자, 그럼 오늘 커플 방송을 진행하기에 앞서, 방송을 어떻게 진행할 지 스케줄로 알려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오오오]
시청자들이 궁금해하는 가운데, 남고딩 역시 궁금해하는 얼굴로 현대왕을 쳐다보았다. 가면을 쓰고 있는 현대왕이 이윽고 입을 열어 합동 방송에 진행할 스케줄을 언급하기 시작했다.
"일단 첫 번째로 남고딩과 제가 사귀는 부분에 대해서 많이들 궁금해하시는 것들이 있을 겁니다. 그걸 쪽지로 질문 받도록 하겠습니다. 그럼 남고딩과 제가 그 중에 몇 개의 질문을 골라서 돌아가며 답변해주기로 하고요."
남고딩이 고개를 주억거렸다. 그건 확실히 나쁘지 않은 컨텐츠였다.
두 사람의 사생활을 시청자들에게 언급한다는 게 조금 꺼림칙할 수도 있었으나, 그래도 남고딩과 현대왕은 어찌 보면 파뿌리 TV에서 제일 가는 컨텐츠였다. 핫이슈로 거듭난 만큼 두 사람의 커플 생활을 알고 싶어할 사람들이 많을 것이었다.
이윽고 현대왕이 두 번째를 언급하였다.
"두 번째는 남고딩과 제가 컴퓨터로 할 수 있는 PC 게임을 진행할 겁니다. 킹오브 파이터즈라던가 뭐시라던가를 해서 붙어서 진 사람이 무언가를 해주는 게임을 할 겁니다. 물론 그 무언가는 이 제비뽑기를 통해서 결정될 겁니다!"
언제 만들어두었는지, 현대왕이 캠이 보이는 앞에 제비뽑기를 보여주었다. 필통 안에 가지런히 담긴 막대기들을 보던 남고딩은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용케 이런 것도 준비를 해두었구나 생각했다.
[재밌겠다]
"자 그리고 세 번째 마지막으로는!"
이윽고 말을 하려던 현대왕이 멈추고는 남고딩을 돌아보았다. 남고딩은 느닷없는 그의 돌아봄에 '?'하고 물음표 어린 얼굴을 지었다. 이윽고 현대왕이 음흉한 웃음을 꽃피웠다.
"우후후후."
"……."
"두 번째 게임이 끝난 뒤에 말씀드리도록 하겠습니다!"
[크아]
[어쨌든 오늘 재밌겠네 ㅋㅋㅋㅋㅋㅋ]
어쨌든 시청자들의 기대를 끌어모으는 것에도 성공한 상태였다. 나쁘지 않은 컨텐츠들을 착착 창작해서 바로 시도하는 현대왕의 모습이었다. 남고딩은 세 번째 게임을 언급하지 않은 것을 제외하곤, 전부 맘에 든다고 생각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시작하면 되는 거지?"
"그래 그래. 내 사랑 남고딩 씨."
"……."
느끼해 죽을 맛이었다. 시청자들이 [우우]하고 야유를 보내는 가운데 '뭐! 원래 커플이면 다 이런다 새끼들아!'하고 대응하는 현대왕이었다.
그리하여 두 사람은 현대왕의 아이디로 보내오는 쪽지들을 일일히 확인하기 시작했다. 첫 번째 컨텐츠, 현대왕과 남고딩의 질의응답 시간! 여러모로 두 사람에게 궁금한 게 많을 시청자들이었기에 두 사람은 진지하게 답해주자고 생각했다.
이윽고 음악을 틀어주고 이리저리 쪽지들을 둘러보던 남고딩이었다.
"쑤엑스! 쑤엑스! 쑤엑스앤더시티!"
"…잠깐!"
쪽지를 일일히 확인하던 남고딩이 손을 들면서 소리쳤다. 현대왕이 '왜?'하면서 돌아보자 남고딩이 핍박을 주었다.
"무슨 변태도 아니고 이런 노래를 틀어?"
"헐. 지금 쎽스 무시하십니까?"
"그걸 무시한다는 게 아니라…! 좀 온전한 노래를 틀자는 거야!"
그리고 음악을 평온한 것으로 바꾸는 남고딩이었다. [ㅋㅋㅋㅋ]하고 웃는 시청자들. 현대왕은 쩝하고 입맛을 다신 다음에 다시 쪽지들을 살펴보았다. 남고딩도 다시 합세했다.
'대부분이 언제부터 좋아했냐는 쪽지들이네….'
그리고 누가 먼저 좋아했냐는 쪽지들도 가득이었다. 누가 먼저 좋아했냐 하면 당연히 남고딩이 먼저였다.
이전에 어떤 이상한 사람과 조우했을 때 민국이 나타나서 도와준 적이 있었으니까. 그때까지는 정말 아무런 감정도 없는 사이였는데. 사람 인연이란 건 참으로 알다 모를 것이었다. 쪽지들 중에는 정말이지 쓸데없는 쪽지들도 몇 개 있었다.
천박하다 싶은 내용으로 가득한 쪽지들이라던가, 아니면 대놓고 성드립을 치는 쪽지라던가. 현대왕은 그런 거에는 얄짤 없었다.
"이런 쪽지 보내는 놈들은 바로 바로 차단하겠습니다."
그리고 이럴 때만큼은 강단 있게 나가는 현대왕이었다. 너무 심한 내용의 쪽지들은 하나같이 차단하는 현대왕의 모습에 남고딩은 가만히 있었다. 이윽고 현대왕이 남고딩을 돌아보며 물었다.
"다 준비했어?"
"아. 어, 어!"
현대왕을 쳐다보던 남고딩이 허겁지겁 고개를 끄덕였다. 이윽고 현대왕이 만족한 미소를 피우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자, 그럼 어디 한 번 진행해봅시다. 우선 첫 번째 쪽지. 내가 읽을까 네가 읽을까?"
"…네가 읽어. 네가 읽고 답변하고 그 다음에 내가 할 테니까."
"그래, 그럼 그렇게 하자."
그리고 현대왕이 첫 번째 쪽지를 읽었다.
"현대왕님에게 질문합니다. 남고딩 님의 어디가 좋으세요?"
[오옷]
[궁금하다 궁금해 ㅎㅎ]
시청자들도 꽤나 궁금해하는 모양새였다. 남고딩은 아까 전 검토 중에 내심 거슬렸던 그 쪽지에 흥미를 두었다. 슬쩍 곁눈질을 하면서 현대왕을 쳐다보자니, 그 내용을 읽던 현대왕이 말했다.
"사랑하는 여인을 좋아하는데 이유가 어디 있겠소. 그냥 직감이지."
[오오!]
[으아아 ㅅㅍ]
남고딩 역시 버터 섞인 그 멘트에 정말이지 혀를 내두를 뻔했다. 하지만 한 편으론 가슴이 콩닥콩닥 뛰었다. 본래 여자들은 사랑에 이유란 필요치 않다고 생각하는 타입들이 잦았다.
남고딩도 그나마 현실적인 타입에 속했지만, 한 편으론 그런 이상을 꿈꾸기도 했다. 고로 현대왕의 현재 멘트는 정말이지 남고딩의 이성을 현혹하기에 충분했던 멘트였다.
그 뒤에 더 덧붙이지만 않았더라면 말이다.
"하지만 남고딩의 특출한 장점을 하나 따져보자면 역시 가슴이겠지! 서로 껴안는 순간 느껴지는 그 감촉! 너무나 가깝지만 어쩐지 멀게만 느껴지는 그 고독함! 포옹하는 순간 남자는 저도 모르게 외로움을 타게 되지. 그녀는 알고 있을까? 외로움은 사실 그녀를 통해서 생긴 것이라는 걸!"
"……."
"하지만 그 외로움에 중독되어 또 한 번 안고 싶어지게 하는 마성의 여자! 남고딩!"
"그쯤하시죠? 쳐맞기 전에."
으르렁거리는 남고딩에게 '죄송합니다'하고 인사하는 현대왕이었다. [ㅋㅋㅋㅋ]웃는 시청자들. 이윽고 남고딩의 차례였다.
"현대왕님이랑 사귈 때 뭐가 제일 싫으세요?"
이거 나쁘지 않은 질문이었다. 남고딩도 이것을 첫 번째 질문으로 뽑은 이유가 나름대로 있었다. 현대왕도 꽤나 '호오'하면서 흥미 깊게 쳐다보는 눈길이었다. 이윽고 남고딩이 정색하는 눈빛으로 캠을 직시했다. 그녀는 어느 때보다도 진지했다.
"책임지는 게 싫네요."
"……."
"한 사람 책임지기도 버거운 세상에서 두 사람 책임지겠다고 그러는데 정말 주둥이를 확 때려주고 싶을 때가 한 두 번이 아니에요. 그래도 여자 친구니까 끝까지 참아야겠죠?"
[????]
[무슨 뜻이지?]
아리송해하는 시청자들. 남고딩은 마지막에는 애써 웃음 짓는 모습. 그러나 어디까지나 그것은 방송의 귀여움을 포장하기 위한 컨셉일 뿐이었다. 순간적으로 진심을 느낀 현대왕이 쩔쩔맸다. 이윽고 남고딩이 '뭐해? 네 차례야.'하면서 말했다. 현대왕이 다음 쪽지를 읽기 시작했다.
"다, 다음 쪽지. 남고딩과 사귀면서 어느 점이 제일 좋았나요? 당연히 가슴이지."
"너 정말 맞고 싶어서 그러는 거지? 그치?"
"아닌데? 진짜 네 가슴이 좋아서 너랑 사귀는 건데?"
남고딩은 '으으…'하면서 이를 바득바득 갈았다. 현대왕을 노려보는 눈빛이 상당히 진심이었다. 시청자들은 저도 모르게 남고딩의 가슴 쪽으로 시선이 향해버렸다.
[없다…]
[없어…]
"다무세요 다들!"
[으악]
[개무섭 ㄷㄷ]
방송 사고가 날 것 같은 혼란스러움 속에서 그렇게 두 사람의 방송은 계속해서 진행되었다. 또다시 현대왕 차례.
"다음으로, 현대왕과 남고딩 둘 중에 누가 먼저 좋아하게 되었나요?"
남고딩이 보고 나서 그냥 지나쳤던 쪽지였다. 현대왕이 용케 캐치했던 모양이었다. 이윽고 남고딩이 쳐다보자 현대왕이 단호하게 말했다.
"제가 먼저 좋아하게 되었지요."
[오오]
"그래서 내가 먼저 고백해서 사귄 거잖아 이 인간들아."
그건 거짓말이었다. 사실상 남고딩이 먼저 현대왕을 좋아했던 것이었다.
현대왕은 남고딩과 고백 이후 사귀게 되면서 매력에 빠져 서서히 좋아하게 된 것이었고 말이었다. 허나 이럴 때만큼은 남자답고 싶었는지 현대왕은 진실을 알면서도 모른 채 하는 모습이었다.
이윽고 가만히 쳐다보는 남고딩을 향해 눈웃음을 짓는다. 남고딩은 또다시 심장이 쿵했지만 모른 채 넘어갔다.
"그럼 다음 쪽지…."
그렇게 두 사람은 첫 번째 컨텐츠를 잘 실행해 나갔다. 물론 컨텐츠 도중 시청자들의 어이없는 쪽지에 몇 가닥 핀잔을 하는 일도 있었다. 어찌 됐든 두 사람은 잘 나가는 비제이들답게 어떤 위기가 생겨도 손쉽게 해결해나가는 모양새였다.
"자! 이제 두 번째 컨텐츠! 제비뽑기입니다!"
그리고 마침내 두 번째 컨텐츠가 당도했다. 남고딩은 현대왕을 수상하게 쳐다보다가 물었다.
"게임은 누가 고르는 거야? 서로 평등한 게임을 해야 할 텐데."
"후후, PC 게임이 불평등하다 싶으면 그냥 사람들이 놀 때 하는 게임으로 해도 되지. 손가락 씨름 어떻소?"
"손가락 씨름?"
"서로 반대쪽 손 잡고 엄지로 대결해서 상대방 엄지 3초 동안 깔고 있기 게임 있잖아. 그런 건 평등하지 않나?"
"남자인데 네가 더 유리하지 않겠어?"
"후훗, 겁먹은 거요? 은별 낭자."
"뭐어?"
은별이의 눈초리가 날카로워졌다. 그래도 그녀 역시 승부욕 하난 기가 막히게 특출난 여인이었다.
"좋아! 해! 하자구!"
"후후, 그 멘트를 기다렸소이다."
그렇게 두 사람 간의 엄지 손가락 씨름이 시작되었다. 제비뽑기 안의 벌칙이 무엇인지도 모르는 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