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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의 표본-202화 (202/369)

202화

"아냐 아냐 잠깐 타임."

유이에게 자신 있게 전화 통화를 걸던 민국이었다. 무슨 바람이 들었는지 돌연 행위를 멈추고 고개를 젓는 민국이었다.

"슈밤…."

막상하려고 하니 두려웠다. 이것이 바로 사람 교육의 힘이었다.

아버지에게 얻어맞고 자라면 나중에 나이를 먹어도 아버지를 무서워하는 습성이 있듯이, 민국도 하도 유이에게 맞고 자랐다. 고로 말미암아 유이에게 본능적으로 무시무시한 인상을 받고 있었다.

마치 이 리셋의 힘조차 통하지 않는 어마어마한 고릴라를 상대하는 듯한 느낌!

{투다다다다닥!}

"끄아!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분노가 치솟는다!"

하지만 분노가 치솟는다고 해서 그 뜻을 그대로 수행할 수는 없었다. 그렇다! 상대는 인류의 내놓으라 하는 격투가들조차 무서워 할 유이! 타고난 천재 유이였다! 예나도 기백이 장난이 아니었다 한들, 그래도 전체적인 능력은 유이가 좋았기 때문에 민국은 머뭇거릴 수밖에 없었다.

"훗… 난 쫀 게 아니야."

일단 유이에게 연락은 접어두는 민국이었다. 다행히 신호가 완전히 가고 그녀가 받기 전에 행동을 멈추어서 다행이었다. 아, 물론 쫀 건 아니었다.

"그래 그래, 어차피 상대할 거면 레벨 10짜리보단 1짜리를 먼저 상대하는게 좋지. 우후후후후. 서라 이 자식."

민국은 전화기록부에 있는 서라의 전화번호를 바라보면서 생각했다.

'넌 그동안 나를 오빠가 아니라 형님이라 부른 죄가 있어.'

또한 온니짱 온니짱거리면서 세종대왕이 열심히 만든 한국어보다 일본어를 좋아한 특징이 있다. 그것을 감안해서라도 민국은 그녀에게 엄당한 처벌을 주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아니! 그전에 날 항상 골려 먹었지 우후후후후후, 내가 오빠라고 봐주니까 말이야! 뵈는 게 없어서 말이야!'

비제이를 할 때라던가 통화를 할 때라던가 은근히 장난을 치던 서라였다. 물론 그 장난이 아기자기하고 귀여웠기 때문에 그닥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그래도 뭔가 핑계 거리가 있어야 하지 않겠는가? 민국은 서라에게 곧장 연락을 했다.

뚜루루루루루… 뚜루루루루루. 서라에겐 가능한 한 아무런 낌새도 못 느끼게끔 집으로 데려오는 게 올바랐다. 이윽고 서라가 전화를 받았다.

"여뽀뗴염."

민국은 짐짓 평범하게 입을 열었다.

"서라야, 뭐하니?"

"오빠 생각이염! 꺄훙! 은 왜 전화했심?"

밤 열 시를 넘은 시각이었고, 서라가 집에서 나오기에는 쉽지 않을 것이었다. 하지만 민국은 어떻게든 서라를 나오게 할 생각이었다. 이 세상에서만 가능한…! 오로지 이 세상에서만 가능한 아청법 위반!!

"괜찮으면 잠시 밖에 나오라고. 간만에 만나서 식사나 한 끼 대접해주려고 하지."

"부와아아악! 행님이 왠 일이시래여? 근데 왜 하필 온니짱 밤에 만나자고 해여 서, 설맛!"

'어멋!'하면서 소리치는 서라였다.

"제 소중한 알그레이 풍풍을 노리시는 건가염? 정말 그러시면 아니아니아니되염~!"

어디까지나 농담을 치는 서라였으나 민국은 진심인지라 조금 뜨끔했다. 이 세상에서만큼은 악마가 되리라!

"후후, 너무 그렇게 빼지 말고 내 집에 잠깐 방문할 수 있으면 방문해줘. 맛있는 거 사줄 테니까."

"이잉, 열시인데 어떻게 가라는거져? 부모님이 출금 못하게 할 텐데여?"

서라는 이래봬도 가정 교육을 엄하게 배운 여자였다. 민국은 하는 수 없다는 듯 말했다.

"어쩔 수 없지. 네가 좋아하는 애니메이션 한정판 DVD를 내가 몇 장 스폰서 회사에서 구해왔는데, 줄 필요는 없겠구나."

"으아니! 치사하게 물건을 이용해서 협박하시는 건가염? 내일가면 되잖아염!"

"난 네가 지금 당장 보고 싶다! 사랑하는 여인을 보고 싶은 맘은 언제든 생기는 법인데 어째서 내일로 미루려 하는가! 그게 진짜 사랑인가!"

"어맛! 자궁이 터질 것 같앙!"

과장되게 소감을 표하던 서라는 어지간히 애니메이션 한정판 DVD를 손에 넣고 싶던 모양이다. 그녀 역시 덕후기질이 쪼매 있었으니까 말이었다. 물론… 그 외에도 민국이라는 믿음직한(?) 오빠가 제안을 걸어오니 찾아가려는 것도 있었다. 이윽고 어찌저찌 부모님과 얘기를 나누던 서라가 대답했다.

"갈 수는 있을 거 같음여! 근데 집에 돌아갈 때 행님이 데려다주셔야 할 거 같음여!"

"후후후후, 그 정도는 얼마든지 할 수 있지."

"우왕… 행님 뭔가 오늘따라 음란마귀로 정신이 지배당한 느낌이에여. 마치 이 세상에선 무슨 짓을 하든 상관없으니 해보겠다는 느낌?"

정곡을 찌르는 서라였으나 애초에 그녀가 알고 있을 리 없다. 이 세상은 어디까지나 사라질 세상이었으니까!

"그럼 기다리고 있도록 하지. 제 시간에 오지 않으면 너에게 사주려는 치킨은 없는 게 될 것이다."

"으앙, 치킨가지고도 협박을 하다닝!"

'서둘러 갈 테니 기다리셈 뿡뿡!'하고 전화 통화를 끊는 서라였다. 민국은 '크크크큭….'하면서 잔뜩 패기에 물든 얼굴을 지었다. 민국의 중요 부위를 핥고 있던 예나가 기는 표정으로 올려다보았다.

"미, 민국아…."

"왜 그러나 암퇘지."

"아, 암퇘지라니……."

오른손을 얼굴 근처에 올리면서 민국이 말했다.

"너는 그 누구보다도 숭고한 암퇘지지. 날 좋아하고 나의 사랑에 목말라 하는 암퇘지! 음하하하하하! 지금 나에게 너희들은 그저 귀축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다!"

"……."

민국의 발언에 충격을 먹었는지 눈물을 글썽이는 예나였다. 하지만 자신의 힘든 모습을 보이는 걸 좋아하지 않던 예나가 고개를 아래로 내리 숙이자, 민국이 곧장 그녀에게로 다가가서 턱을 잡고 올렸다. 예나의 글썽이는 눈동자가 민국을 마주했다.

"어딜 보는 것이냐 암퇘지! 너는 나 아닌 그 무엇도 보면 안 된다!"

"……."

"네가 귀축이라 할 지 언 정 결국 나만의 귀축! 다른 누군가를 쳐다보는 것은 결코 납득할 수 없다! 이 바닥조차도 나의 적이다! 너는 나만의 소유인 것이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민국의 또 다른 발언에 심장이 쿵쾅쿵쾅 거리는 걸 느꼈다. 이것은… 프로포즈라고 할 수 있는 것일까? 예나가 그런 의문을 품고 있는 사이에 민국이 당돌하게 입술을 맞춰왔다.

자신의 입속에 혀를 놀리는 민국의 행위에 조금 놀라던 예나는 곧 그 저돌적인 행동에 몸을 맡겼다. 은별은 기절한 상황…. 이젠 예나가 이 순간을, 이 하나되는 온전한 순간을 경험할 수 있었다.

"후후후후, 예나여. 나에게 모든 것을 맡겨라."

"응… 민국아…."

예나는 어느 덧 민국을 안고 있었다. 그리고는 '너라면….'하면서 중얼거리고 있었다.

"민국이라면 무엇이든 받아들여줄 수 있어…."

"그렇군, 어디 그렇다면 이 성스러운 검 또한 받아들여봐라! 굵직하고 묵직한 이 검을!"

푸욱!

"…하……앗."

가녀린 숨결이 떨리도록 흔들렸다. 예나는 민국을 꽈악 안았다.

민국은 어느 덧 예나를 붙잡고 거칠게 피스톤질을 하였다. 거실에 오르지도 않고 신발장이 있는 현관 바닥에서 강렬히 행하는 두 사람의 행위. 이웃집에서는 어디서 신음 소리가 들려오는 것인지 의문을 가질 지도 몰랐다. 하지만 상관없었다.

어차피 이곳은 가상 세계였으니까!

'크하하하하! 가상 세계 만세!'

술에 취할 대로 취한 민국은 예나를 범할 대로 범했다. 그간 현실에서 당하기만 하느라 고생했던 민국에게 이곳은 그야말로 스트레스를 풀어주는 원천지였다. 이토록 행복할 수가 없을 것이다! 민국은 예나를 거칠게 애무하면서 자기 뜻대로 행동했고, 예나는 그런 민국의 행동조차 사랑이라 받아들이며 좋아라 했다.

"싼다 예나야! 나의 강려크한 파워에 경기를 일으켜라!"

"아…………."

작게 신음소리를 내던 예나였다. 민국의 펌프질이 강해짐과 더불어, 사정할 것 같은 느낌이 들자 옷자락을 꽈악 붙잡았다. 이윽고 민국이 힘껏 그녀의 구멍 안에 모든 것을 쏟아내는 찰나였다. 예나는 입술을 앙 다물고 신음 소리를 참다가 끝내….

"아아……………!"

절정에 달아오르자 결국 가슴을 봉긋이 세우면서 몸을 떨었다. 강렬한 오르가즘을 느끼는 그녀였다.

이윽고 민국의 수많은 액체가 자신의 구멍을 뒤덮어버리자, 예나는 그대로 바닥에 풀썩 쓰러지고 말았다. 민국은 그런 예나를 놓지 않고 계속해서 자기 아기씨를 받아들이게 했다.

꾸역 꾸역…. 정력제 때문에 안 그래도 사정량이 많았던 지라 예나는 그만 배가 터질 뻔했다.

"후우우우."

"……."

이윽고 민국이 예나와 한몸이 되었던 것을 해제하고 몸을 물렸다. 예나는 은별과 마찬가지로 기절을 해버렸다. 민국은 그런 두 사람의 참다한 모습을 바라보다가 자기 두 손을 내려다보았다.

"이것이 나의 위력."

어디까지나 정력제의 위력이다.

"성스러운 엑스칼리버의 위력!"

어디까지나 정력제의 위력이다!

"크큭… 크크크큭…."

중2병에 걸린 환자처럼 이마에 손을 얹고 크큭거리던 민국이었다. 거실에 고독히 앉아 현재를 즐기는 민국이었다.

"지금 이 세계에서, 나는 그 누구보다 월등하다. 어느 누구도 나를 이길 수는 없다. 천하의 ufc 파이터들도 내 앞에서는 정액 범벅이 되어버린다!"

UFC 파이터 : 범해져버렷!

"후후후후, 어떻게 이 세상에서 나보다 최고인 사람이 존재하겠는가! 슈밤 리셋만 반복하면 로또도 매번 당첨 받을 텐데!"

물론 이 하루만 리셋이 된다는 게 안타까운 일이었다. 이런 능력을 실제로 가지고 현실로 돌아갈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내심 흑마법을 배워보고 싶은 흑심까지 들었으나, 그 정도 머리는 굴러가지 않았다.

"현재에 만족한다 크큭."

그렇게 몇 십분 경과…. 기절한 예나와 은별은 아직도 깨어나지 못했고, 민국은 그런 두 사람을 일단 침대 쪽으로 데려가 눕혔다. 그리고는 서라가 오기를 기다리자니….

"뿌앙뿌앙!"

어디선가 익숙한 소리가 들려왔다. 민국은 그 소리에 재깍 반응하면서 계단 쪽을 돌아보았다. 계단을 가볍게 올라오고 있는 한 여인의 기척이 느껴지는 듯싶었다.

'후후후후후.'

"으아, 온니찡. 어디선가 쾌쾌한 냄새가 느껴지는데여? 가스불 피우셨쎄여?"

계단을 오르던 서라가 돌연 이상한 냄새를 맡았는지 코를 틀어막았다. 민국은 대범한 자세로 천천히 현관문 밖으로 나갔다. 코를 틀어막던 서라가 돌연 눈앞에 등장한 민국의 모습에 두 눈을 휘둥그렇게 떴다. 그도 그럴 것이….

"고, 고추 대마왕!"

"훗, 보이느냐 강서라."

민국은 헐거벗고 있었다. 마치 이것이 당연한 것이라는 것처럼 말이었다. 민국은 양손을 허리에 자신 있게 얹고는 자신의 성스러운 엑스칼리버를 감추지 않았다. 서라는 눈을 깜빡깜빡하다가 말했다.

"온니짱 18센치치곤 좀 작은 것 같네여! 사실 과장이었나여?"

"……."

"그건 그렇고 갑자기 이게 무슨 짓인가염! 그걸 보니까 내 소중한 어딘가가 꿈틀꿈틀거리는데! 은별 언니찡이 알면 큰일 아닌가염!!"

갖가지 제스쳐를 취하고 있었지만 서라의 얼굴은 붉었다. 야동으론 많이 봤지만 실물은 처음이었고, 당연히 서라도 많이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다만 그녀는 그것을 숨기는데 능수 능란할 뿐. 여유를 가진 민국은 그런 서라의 행위에서 의미를 찾을 수 있었다.

"후후, 어리석구나 암캐여."

"부들부들!"

"내가 이 모습으로 등장한 건 이 미연시에서만큼은 너희들과 H씬을 나눌 수 있기 때문이다. 못다한 꿈속의 나라라는 뜻이지."

"으앙 온니찡 뭔가 이상해여! 미역국 백 그릇은 드신 거 같아여!"

이제야 서라가 뭔가 불길한 느낌을 받은 모양이었다. 홱하고 계단에서 몸을 돌려 내려가려는 민국이었다.

"어딜 가 이년아!"

민국은 놓치지 않고 시동을 걸었다. 탁탁탁탁! 금방 발사가 되는 아기씨들이었다. 푸와아아악! 뒤돌아 도망치려던 서라가 그것을 목도하고는 비명을 질렀다.

"왠지 중요 부위에 넣으면 새로운 생명이 태어날 것 같은 이상하고 쾌쾌한 밤꽃 냄새 특유의 액체가 내 면면에 닿으려 하고 있어 꺄아아악!"

"하하하하하! 당해라! 당해서 오염되어버려라!"

민국은 미쳐 날뛰면서 좋아라 했다. 하지만 그 순간이었다. 서라를 뒤덮으려던 액체가, 갑자기 보이지 않는 쉴드벽으로 말미암아 막히고만 것이었다.

민국은 순간 '응?'하면서 의아해했고, 서라가 양볼에 손을 댄 상태에서 그대로 움직이지 않는 걸 보고는 또 다른 의미로 의아해했다. 마치 게임이 정지된 느낌이었다.

그때 어디선가 알림 소리가 들려왔다.

- 현실에서 공략되지 않은 상대를 공략하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 비매너 행위로 게임을 중단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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