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3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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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마치 똥 같이 생긴 과자인 줄 알고 먹었는데 진짜 똥인 기분이야.”
민국은 일어나자마자 이마를 만져보았다. 그는 집에 돌아온 직후 또다시 잠에 푹 빠졌다. 하루 숙면 시간인 여덟 시간을 잤는데도 불구하고 많이 피로했던 것이다.
“흐으음, 머리가 이젠 좀 나아진 것 같기도 하고.”
경찰서에서 일어났을 때는 정말이지 머리가 터져 죽을 것만 같았다. 마치 누군가가 숟가락으로 뒤통수를 있는 힘껏 가격하는 느낌이었다고 할까? 숟가락 귀신에게 평생 숟가락으로 얻어맞던 주인공의 느낌을 조금이나마 이해한 민국이었다.
“네 시간이나 잤네.”
총 열 두 시간 잔셈이었다. 민국은 벌써 오후가 닥쳐오는 현재 시각, 두 시임을 확인했다. 일단 휴대폰을 들어 은별이에게 메시지를 보낸다.
[은별 낭자, 아직도 꿈속에서 날 생각하면서 몽정하고 있나?]
우우웅. 기다렸다는 듯이 바로 메시지가 왔다.
[찹쌀떡에 콜라 비벼 먹는 소리 하지 말아줄래? 지금 일어났어]
[나랑 비슷하구만]
민국은 잠시 뜸을 들이다가 메시지를 이어 나갔다.
[혹시 기억나는 건 있수?]
[…없어]
단답형의 대답이었지만 은별도 혼란스러운 건 매한가지였던 모양이다. 혹시나 싶어서 일어나자마자 뉴스 기사도 체크하고 인터넷도 체크하였다. 그러나 자신과 관련된 뉴스라던가 그런 건 하나도 없었다.
“하, 자꾸 신경 쓰이는구만.”
박박 머리를 긁는 민국이었다.
“으아 비듬보소. 머리 감아야지.”
화장실로 가서 머리부터 씻는 민국이었다. 그래도 잠 좀 자고 나니 왠지 상쾌한 기분이 들었다.
“아아~ 맞아.”
예나에게도 메시지를 보내는 민국이었다. 그러자 이번에도 답장이 빨리 왔다. 우우웅.
[응… 민국아….]
[지금 깼어? 몸 상태는 어때?]
배려하면서 질문하는 민국이었다. 예나도 막 일어난 상태라서 정신이 없는 모양이었다.
[방금 전보다는 괜찮은 것 같아… 민국이 너는…? 너도 많이 아파보이던데…]
[나도 한숨 잤더니 많이 괜찮아진 것 같아. 학교는? 못 갔지?]
오늘 민국은 일찍 학교에 가서 수업을 들어야 하는 일정이 있었다. 그런데 그만 결석을 하고만 것이다. 그건 예나도 매한가지인 모양이었다.
[못 갔어… 상태가 너무 안 좋아서….]
[그렇구나. 오늘은 그냥 집에서 편히 쉬어.]
[으응 고마워]
일어나자마자 따뜻하게 문자를 적어주는 민국의 배려에 예나는 가슴이 뜨거워지는 기분을 느꼈다. 하지만 한 편으론 어제 대체 무슨 일이 있었는가 이유를 알 수 없어 고개를 갸웃거리는 예나였다.
‘프흣’
“어떤 일이 있던 거 같긴 했었는데…….”
이따금씩 떠오르는 작디작은 기억의 조각들. 예나는 그 기억을 억지로 꺼내려고 할 때마다 머리가 아파오는 걸 느꼈다. 결국엔 머리에서 손을 때며 생각을 포기하는 예나였다.
“후우, 거슬리긴 하는데 별 수 있나.”
민국은 어깨를 으쓱이며 대수롭지 않게 넘어가자고 생각했다. 억지로 기억을 꺼내려고 들었다간 머리만 아플 뿐이었고, 흑마법사가 말하길 조만간 알게 될 거라고 하지 않았는가. 지금은 신경에 거슬리더라도 넘어가는 게 건강에 좋으리라.
“웃차, 그럼 닥치고 방송이나 해볼까.”
기왕 학교도 쉬게 된 거, 시간 버리지 않게 방송에나 열중하자고 다짐했다. 요즘은 비제이로서의 프로 의식이 이전보다 느껴졌기 때문에 책임감도 생긴 상태였다. 이윽고 컴퓨터 전원을 키고 마우스를 만지던 민국이었다.
“억?”
대수롭지 않게 마우스를 만지작거리던 순간이었다. 마치 바퀴벌레의 앞날개를 만지는 듯한 이상한 촉감에 민국이 일시적으로 질겁하면서 손을 땠다. 그리고 마우스를 쳐다본다.
“뭔가 느낌이 조온나 이상한데… 뭐지 이건.”
과장된 표현까지 사용할 정도로 민국은 마우스의 감촉이 굉장히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 이윽고 마우스를 향해 얼굴을 갖다대보는 민국이었다.
“킁킁.”
냄새를 맡아보자 뭔가 비릿한 향기가 나고 있었다. 하지만 그 냄새가 지극히 희미해서 민국은 영문을 알 수가 없었다.
“잠깐만. 생각해보자.”
민국은 무의식적으로 고개를 돌려 침대 쪽을 돌아보았다. 침대와 벽면… 그리고 장롱…. 왠지 저곳에 무언가가 있을 듯한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 그만 의자에서 일어나 침대 쪽에 얼굴을 묻고 코를 킁킁거려보았다.
“우웨에에에엑! 크웩!”
그리고는 아까 드러누워서 푹 잤던 게 거짓말인 것처럼 민국은 오바이트를 하는 표정으로 후다닥 침대에서 벗어났다. 침대에서 풍기는 냄새는 가히 악취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끔찍한 냄새였다. 아니, 남정네들이라면 결코 좋아하지 못할 그 냄새! 그것이 아주 심하게 진동하고 있었다.
졸지에 침대에서 물러나면서 코를 막는 민국이었다.
“오, 하느님. 이게 대체 무슨 일이란 말입니까? 시방 내 침대에서 왜 정액 냄새가…!”
보통 자위 행세는 컴퓨터 의자에서 하는 법이지 침대에서 하는 경우는 없었다. 민국 또한 그러했고 말이다. 고로 침대에서 이토록 시큼한 냄새가 나는 것에 대해 민국은 단단히 의문을 표할 수밖에 없었다.
“와… 안 되겠는데 이거? 빨아야 쓰겄다.”
결국 침대의 냄새를 감당할 수 없던 민국은 빨래 집계로 자기 코를 막은 후 시트를 들어 화장실에 던져 버렸다. 세탁기가 오늘따라 매우 고생할 것 같았다.
“이제야 좀 났구만… 어우.”
아직도 구역질이 나려는 것을 안간힘으로 참으면서 민국은 방송 홈페이지에 접속했다. 곧장 방송을 키면서 언제 구역질을 했냐는 듯, 짐짓 방송인의 표정으로 진지하게 입을 여는 민국이었다.
“안녕하십니까? 현대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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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국은 방송을 마치고 난 뒤 한 가지 놀랄 수밖에 없었다. 어제 기억에 대해선 까마득히 망각하고 있던 민국이었다. 그런데 어제 녹화했던 방송분이 있던 것이다.
“오늘은 저밖에 모르는 암캐의 여인과 함께 방송을 진행할 예정이오니.”
“누가 암캐야? 수컷 같이 생긴 게.”
하지만 방송분을 보면서도 민국은 도통 기억을 할 수가 없었다. 정말이지 어제의 기억들이 싹 다 제거가 된 느낌이었다.
“혹시 맨인블랙에서 나오는 기계 맞고 기억이라도 잃었나?”
그렇지 않은 이상 이렇게 휴지통처럼 싹 다 잊어진 느낌이 들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자 간혹 정체 모를 기억들이 떠오르곤 하였다. 물론 너무나도 작은 조각조각의 기억들인지라 퍼즐처럼 맞출 수가 없어 완전하진 못했다.
‘사정권 푸헤헤헤헤헤!’
“쓔벌, 공포 영화라도 봤나.”
급작스레 떠오르는 어느 미치광이 녀석의 대사에 그리 소감을 내놓는 민국이었다. 어쨌든 세 시간 가량의 방송도 이젠 끝났겠다, 민국은 벌써부터 찾아오는 저녁의 시간에 휴대폰을 들었다. 뚜루루루… 은별에게 곧장 연락한다.
“…왜.”
“혹시 기억난 거 있소 은별 낭자?”
“…몰라. 별로 기억하기도 싫고.”
은별도 어제의 일에 관련해서 자꾸만 거슬렸는지 이마를 만지는 모습이었다. 졸지에 오늘 학교를 쉬어버린 은별은 대학 선배한테 핍박을 받고 말았다. 여러모로 스트레스를 받는 상태였다. 이윽고 1층 계단으로 내려가는 은별을 향해 민국이 물었다.
“그럼 지금은 뭐하고 있는가? 내 생각하는 거야 알고 있으니 말할 필요 없고.”
“그놈의 잘난척 좀 그만해줄래? …엄마 도와서 김치 담들 거야.”
“올~ 효녀보소. 나도 가서 도와줄까?”
어차피 할 일도 없었고, 남은 시간 동안 은별이나 돕자고 생각하는 민국이었다.
“됐거든요? 애초에 김치 담궈 본 적도 없으면서.”
“후후, 뭘 모르시는군 은별양. 그대의 김치를 도와주겠다는 건 어디까지나 명분일 뿐, 실제로 내가 노리는 것은….”
“딴 생각할 거면 오지 마.”
“가지요. 갑니다요 내가.”
딱 잘라 말하는 은별에 민국이 서둘러 옷을 갈아입었다. 그리고 밖으로 나가는 민국이었다. 이윽고 계단을 내려가던 도중 그만 미끄러질 뻔하자 난간을 붙잡고 버텼다.
“와… 무슨 비누 발라놨나. 왜 이렇게 미끄러워?”
흑마법사가 건네준 정력제의 효능 중에는 사정한 정기를 오랜 시간 동안 죽지 않게끔 만드는 기술이 있었다. 허나 그 사실을 모르는 민국은 미끌거리는 바닥을 그저 발로 슥슥 문질러가면서 천천히 내려갈 따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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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왔소 여인이여.”
“…왔어?”
마당 문을 열고 들어가자 은별이 현관문 근처에 등을 기대고 팔짱을 낀 모습이 보였다. 민국은 그런 그녀의 미간이 스트레스로 조금 찌푸려져 있다는 걸 발견하고 위로하듯 말해주었다.
“머리 아직도 많이 아파?”
“몰라… 아까보단 좀 나아졌어. …넌?”
예민한 상태였지만 민국에게 곧잘 염려의 질문을 던지는 은별이었다. 민국은 그런 은별의 머리를 기특하다는 듯 쓰다듬어주었다.
“나야 네 얼굴 보니까 아픔이 싹 달아나는 거 같네.”
“바보….”
버터가 담긴 듯한 느끼한 멘트였지만 그래도 기분이 나쁘진 않은 모양이었다. 이윽고 민국의 손목을 붙잡고 현관으로 인도하는 은별이었다. 거실에서 김치를 담그고 있던 은별 어머니가 먼저 소식을 듣고 준비하고 있었는지 앞치마를 메고 나타났다.
“민국이 왔니?”
“하하, 네 안녕하세요 어머니.”
은별이의 어머니였기에 깍듯이 대하는 민국이었다. 은별이의 어머니가 싱긋 미소 지었다.
“넌 날이 갈수록 잘 생겨지는구나. 사귀면서 우리 은별이 울리거나 하는 일은 없지?”
은별이와 민국이가 사귀게 된 소식을 사실상 가장 먼저 접한 건 은별이의 어머니였다. 한 번의 오해로 빗자루로 죽도록 두들겨 맞을 뻔한 민국이었지만, 그래도 자식을 생각하는 마음씨는 정말이지 존경할 만했기에 민국은 짐짓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하하하하, 그럴 리가요. 은별이가 어머니 닮아서 외모도 예쁘고 제가 부족할 때 잘 챙겨주거든요. 일편단심 은별이입니다.”
‘웃기고 있네….’라면서 궁시렁거리고 싶은 맘을 참는 은별이었다. 은별이의 어머니가 다행이라는 듯 손뼉을 짝 치면서 말했다.
“그래? 다행이구나. 난 혹시 질 나쁜 장난으로 은별이 맘 상하게 하거나 그랬으면 빗자루로 엉덩이 천오백 대는 때려주려고 했지.”
“하하… 그러다간 제 엉덩이가 남아나지 않습니다 어머님.”
“벌로 그 정도면 싸지 않겠니 호호호.”
언제 봐도 실로 무서운 어머니였다. 괜히 대한민국 아줌마가 위대하단 소리를 듣는 게 아니다.
“그럼 들어오렴.”
“네. 아, 담그려고 하는 김치가 저거야?”
“…응.”
민국이 손가락으로 거실의 김치를 가리키자 고개를 끄덕이는 은별이었다. 민국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소매를 걷으면서 ‘좋아, 어디 한 번 해보자.’하면서 작심하는 모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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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덧 세 사람은 김치 담그기에 열중하고 있었다. 무려 한 시간 동안 지속된 김치 담그기에 은별이 어머니는 허리가 아픈지 ‘에구구’하면서 자리에서 일어났다.
“민국이 혹시 마시고 싶은 거 있니? 우유랑 코코아 있거든.”
“물 한 잔이면 충분합니다 어머니.”
“호호, 코코아 처마시렴.”
“옙.”
은별이 어머니의 집에선 은별이 어머니가 법이다.(집은 아버지 소유지만.) 이윽고 부엌으로 향한 은별이 어머니를 뒤로하고, 은별이가 민국에게 물었다.
“…괜히 와서 쓸데없이 일만 하는 거 아니야?”
“너와 함께 있을 수 있다면 이 정도야 아무렇지 않아!”
“어우…… 느끼해. 여기 올 때 치즈 먹고 왔어?”
못 봐주겠는지 결국엔 한 마디 하는 은별이었지만, 민국은 싱긋 웃으면서 넘어갈 따름이었다. 은별은 괜히 얼굴을 마주했다간 심장 박동수가 높아 질까봐 애써 외면하면서 김치나 담글 따름이었다. 김치가 워낙 많아서 담그고 담가도 끝나질 않았다.
“그건 그렇고 이거 한 번 먹어봐도 되나. 왠지 궁금한데.”
“조금은 먹어도 괜찮을 거야.”
이윽고 손가락으로 양념만 쪽쪽 빨아보는 민국이었다. ‘으음! 괜찮구만!’하고 소감을 내뱉는 민국의 모습에 어이가 없다는 듯 피식 미소를 머금는 은별. 힘차게 김치를 담그던 두 사람이었다.
은별이 어머니는 코코아도 준비하면서 잠시 화장실의 세탁기에 가서 옷을 널고 있는 참이었다. 그렇게… 어제의 기억에 대해선 까맣게 잊었어도 나쁘지 않은 하루를 보낼 수 있을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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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근데 은별아. 내가 아까 여기 오기 전에 생각한 건데.”
“…….”
은별은 손을 멈추고 있었다. 그녀의 눈동자가 서서히 휘둥그레지고 있었다. 누군가에게 욕을 들은 것도 아니었고, 충격적인 이야기를 들은 것도 아니었는데 말이다. 김치를 담그고 있던 은별은 그저 두 눈이 휘둥그레진 채로… 머릿속에 잽싸게 들어오는 무수한 어제의 기억들에 차마 말을 잊지 못했다.
…흑화 소주. 그것은 일반 사람이 제작이 불가능한 술로서 그날의 기억을 완전히 망각하게 마는 기능이 있었다. 그래서 다음 날이 되면 어제 무슨 일이 있었는지 완전히 까먹고 마는 것이었다. 장점으로 따지자면 마신 그 날은 자기가 늘 꿈꾸던 대로 할 수 있게끔… 망설임 없이 시원하게 행동하게 만드는 힘이 있었다.
다음 날의 기억 망각에 대한 것은 부작용이라 보면 되는 것이었다.
“…….”
은별의 손이 바들바들 떨려온다. 물론, 부작용이 그렇다고 해서 그 부작용이 평생 지속되는 건 아니다.
결국 술은 술이기 때문에 하루의 오랜 시간이 경과하면 저절로 떠오르게 된다. 마치 파파팟하고 스쳐 지나가듯이 모든 것이 단 번에 말이다.
떠오르는 시간의 차는 사람들마다 존재하긴 했는데, 평균적으로 다 비슷비슷했다.
“응? 은별아?”
“……!”
다소 복잡한 감정들이 가슴 속을 스쳐 지나가는 찰나였다. 어깨를 만지면서 묻는 민국의 물음에, 은별은 어제의 기억을 완전히 떠올림으로서 완전히 수치스러운 감정을 느꼈다. 동시에 저도 모르게 민국을 돌아보면서 비명을 지르고 말았다.
“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철썩! 철썩! 철썩! 한 번으론 부족하다! 약 세 번을 김치로 싸대기를 때려버리는 은별이었다. 졸지에 민국은 커다란 김치로 세 번이나 고개가 돌아가고 말았다. 당연지사 기억이 돌아오지 않은 민국은 멘붕 그 자체였다.
“으, 은별아?!”
“닥쳐!”
철썩!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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