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왕의 표본-181화 (181/369)

181화

임순경은 안전과 정의를 추구하는 경찰이었다. 비록 많은 경찰들이 비리와 음모를 봐주며 한 편을 들고 있다 하지만, 임순경은 결코 그들의 안위를 봐줄 생각이 없었다.

그런 정의로운 가치관을 가진 임순경의 머나먼 꿈은 훗날 아름답고 활기찬 세상을 만들자는 것! 고로 --동 경찰서에서 순경 역할을 하고 있는 임순경은 선배랍시고 손가락으로 이리저리 지도만 내리는 선배를 결코 존경하지 않았다. 애초에 존경할 그릇도 안 되고 자기 밥그릇에 음식만 늘리려고 충실히 복종하는 개였으니까.

‘세상에 이로운 경찰도 있다는 사실을 언젠간 사람들이 알게끔 만들겠어!’

임순경은 벨트 주머니에 착용한 테이저 건이 무사한지 손을 움직여 확인해보았다. 벨트 주머니에 아주 꽉 매듭지어 있는 게 임순경이 거칠게 몸을 흔들어도 떨어지지 않을 것 같았다.

이윽고 선배를 뒤로하고 먼저 GPS로 추적된 위치 장소로 걸음을 옮기는 임순경. 2층 계단을 한담 한담 올라가던 차에 임순경은 무언가 이상한 소리를 듣게 되었다.

“쿠오오오오오!”

“…….”

마치 폭주한 용가리가 입에서 불을 뿜을 때 나올 법한 괴성이었다. 그 괴성은 결코 여자의 것이 아니었음으로 임순경은 본능적으로 긴장을 하였다. 이윽고 임순경이 테이저 건을 꺼내들면서 고개 돌려 차에 걸터앉은 선배를 불렀다.

“선배님! 안에 어떤 남자가 비명을 지르고 있는 것 같습니다!”

“아서라 아서. 야동 보는 거겠지.”

어떻게 다 큰 사람이 그런 추잡한 소리를 함부로 할 수 있단 말인가? 정의와 사랑을 수호하는 임순경 입장에서 그런 비도덕적인 행동은 경찰관의 수치라고 생각했다. 이윽고 임순경이 테이저 건을 양손으로 불끈 쥐고 진지한 표정으로 2층을 올려다보았다.

가능한 한 발에서 소리가 나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계단을 올라간다.

“다들 범해버리겠다! 크크크크! 나는 각성한 중2병!”

어떤 미친 또라이 같은 소리가 들려오는 가운데… 임순경은 그 사람이 하는 소리에 하나 하나 귀 기울였다. 이건 그저 선배가 말한 것처럼 야동이나 보는 자의 대사가 아니었다. 어린이 TV 프로그램으로 비유하자면 항상 어린애들을 괴롭히는 악당 역할과 맞먹는 대사였다.

“나쁜 사람은 이 손으로 결코 용서하지 않아….”

떨림을 감추면서 임순경은 마지막 계단을 올랐다. 그리고 마침 열려 있는 현관문으로 스스슥 고개를 내밀어 보았다. 전등불은 거실과 안방 쪽에 켜져 있었다.

현관문에서 대각선의 각도로 위치한 곳이 안방이었지만 전체적으로 이미지가 보이지는 않았다. 결국 긴장을 타면서 임순경은 천천히 걸음을 이동했다. 그러다가 그만 신발장에서 나와 있는 신발 하나에 발치가 걸려서 큰 소리를 내고 말았다.

저벅!

“크읏!”

가볍게 신음하면서 이를 악물고 거실 바닥에 손을 갖다대면서 멈춘 임순경이었다. 하지만 자신을 노려보는 뜨거운 기척에 임순경이 잽싸게 고개를 쳐올렸다. 그러자….

“크크크크.”

“…….”

“네놈은 또 누구냐. 이 정력왕의 손에 당하고 싶은 닝겐인가?”

임순경은 경찰 후임으로서 살다 살다 이런 범죄는 처음이란 생각이 들었다. 강간…? 아니 윤간…? 안방에 쓰러져 있는 여성은 얼핏 살펴볼 때 두 명 정도 되는 것 같았다. 그리고 그들 모두 말도 안 될 정도로 온몸이 하얀 액체로 범벅이 되어 있었다.

그 액체가 무엇인지 대충 감을 잡을 수 있던 임순경은 테이저 건을 본능적으로 꾸욱 쥐면서 상대방을 겨냥했다. 초심자로서 이런 강력 범죄는 처음이었던 임순경은 손이 바들바들 떨려왔지만 가까스로 긴장을 떨쳐냈다.

“가, 강간범! 무기를 내려놔라!”

“크크크큭, 암캐여.”

“무기를 내려놔라! 안 그럼 사격하겠다! 명령이다…!”

무기를 손에서 내려 놓으라 명령하는 임순경이었지만, 사실상 그건 떨어뜨리려고 해도 떨어뜨릴 수 없는 무기였다. 손아귀로 불끈 솟아 있는 성기를 쥐고 있는 민국. 그에게 무기라고 할 건 없었고 만일 성기가 무기라고 가정할 때 그것을 내려놓으라 하는 건… 자르지 않는 이상 쉬운 일이 아니었다.

“정복해버리겠다 크큭.”

그리고 현재 민국은 정신이 나가 있는 상태였다. 흑화 소주의 영향력과 더불어 흑마법사가 선물로 주었던 007 가방의 정력제는 민국을 또 다른 사람으로 만들어버린 것이다.

그건 임순경이 볼 때 그야말로 괴물을 연상케 했기 때문에 임순경은 다리가 바들바들 떨릴 수밖에 없었다. 무엇보다 그녀는… 여자 경찰로서 아직 처녀도 보유한 순수한 여자였던 것이다! 오로지 정의의 편에 서기 위해서 남자들의 파렴치한 대시도 외면하고 공부에 열중했던 그녀인데! 하필 그녀가 맡은 범죄가 이리도 무시무시한 자와의 강력범죄라니!

“쏜다고 명령했지 않나!”

“크크크크, 정복해버리겠다. 정복해버리겠으 간나 색기 으히히….”

“빨리 그 무기를 내려놔… 내려놔라 명령이다!”

“으히히히히!”

탁탁탁탁! 이성을 잃은 민국은 이미 못 볼꼴을 다 보여주는 몰골로 있는 힘껏 성기를 두드리기 시작했다. 물론 그것은 야동을 볼 때 많은 남정네들이 하는 행위로서, 허리를 50도 정도 숙이고 무릎을 스쿼트 하듯이 구부리고 있는 민국은 제3자가 볼 때 실로 못 볼꼴이었다.

“……!”

결국 명령에도 굴복하지 않고 자위행위를 하는 민국의 모습에 임순경이 테이저 건의 방아쇠를 당겼다. 그러자 찌릿찌릿한 스파크와 함께 민국의 중요 부위로 정확히 쏘아졌다. 파지지지직!

“크아아아아아아악!”

“…….”

임순경은 떨리는 손을 가까스로 다잡으면서 정면을 주시하였다. 자위행위에 몰입하던 민국은 하필이면 중요 부위에 엄청난 스파크가 터지자 비틀거리는 모습이었다. 하지만 일반인이라면 쓰러지고도 남았을 그 어마한 위력을… 민국은 감내하고 일어서 있었다.

이윽고 임순경이 눈을 휘둥그레 뜨는 가운데… 민국은 오히려 그 자극으로 말미암아 더 커진 성기를 선보였다. 탁탁탁탁!

“아, 안 돼!”

“범해져라! 아마겟돈!”

푸슈슈슈슈슉! 재차 방아쇠를 당긴 임순경이었지만 총구에서 나간 스파크는 민국의 정액 쉴드로 막혀버렸다. 심지어 양이 얼마나 많던지 그것은 2m는 떨어져 있던 임순경의 전신을 전부 적셔내는데 충분했다. 촤아아아아아아악!

“…….”

임순경은 들고 있던 총을 쥐려고 노력했지만 얼마지 않아 떨어뜨리고 말았다. 머리를 어질거리게 만드는 그의 정액은 손에 쥐려던 총까지 놓치게 만들 만큼 미끄러웠다. 이윽고 경찰모까지 전부 오염시켜버린 민국의 액체를 전신에 범벅으로 뒤집어쓴 여자 임순경이 헤롱헤롱거리는 눈으로 휘청거렸다.

“가, 강력 변태애.”

오죽하면 기절하기 직전 그런 소리까지 남겼을까? 임순경이 오염된 몰골로 신발장 앞에서 쓰러진 가운데, 민국은 나신 상태로 저벅저벅 임순경에게 걸어가 보았다.

“임순경? 안에서 뭐하나.”

임순경에게 걸어가던 민국이 멈칫했다. 계단을 올라오는 또 다른 자의 소리가 들려왔다.

이번엔 남자였는데 뱃살도 충만한 서른 살의 남자였다. 하지만 민국은 그러거나 말거나 신경쓰지 않았다. 탁탁탁! 다시 한 번 발동을 준비하는 민국이었고, 그에게 지금은 여자든 남자든 상관없이… 모든 것을 범해야 한다는 목적만을 갖추고 있었다.

‘나는 정복왕이다 크하하하하!’

“임순… 흐억!”

“받아라 사정권!”

“아악! 내 눈! 내 눈!”

계단까지 뛰어올라와 헉헉대던 남자 경찰이 현관에 쓰러져 있는 임순경을 보고는 당황할 때였다. 방심하는 틈을 타서 아기씨를 뿌려대는 민국이었고, 사정권이라는 기술 이름이 어울릴 만큼 직사광선으로 뿜어졌다.

그 결과 눈을 시퍼렇게 뜨고 있던 남자 경찰은 그것을 얼굴에 적중 당하고 ‘푸헥 크헥 크아악’하면서 비명을 지르다가 계단을 데굴데굴 굴러 떨어졌다. 다행히 심하게 다치지는 않은 모양이었지만, 남자 경찰은 급작스런 기습에 정신적 데미지를 크게 받았는지 부들부들 떠는 손으로 무전기에 연락을 가하고 있었다.

“여, 여긴 ---동 --호… ---동 ---호… 인력 지원을 요청…한다… 인력 지원을….”

“오염되어라! 크하하하!”

“아아아악! 버, 범해져 버렷…♥!”

그것이 남자 경찰이 마지막으로 남긴 유언이었다. 결국 민국의 사정권으로 똑같이 오염이 되어버린 남자 경찰도 꼴까닥 기절하고 말았다.

민국은 저벅저벅 계단을 전부 내려와서는 1층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갔다. 어두컴컴한 길…. 다행히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지나가는 남녀 불문하고 현재의 민국이라면 사정권으로 기습 공격을 할 터였으니까. 이윽고 민국이 몸을 홱 돌려서 자신의 2층 집을 보았다. 전세 집으로 절대 땅까지 구입한 집이 아니었다. 하지만 민국은 그것과는 상관없다는 듯… 탁탁탁탁!

“크하하하! 오염되어버려라 나의 집이여!”

푸슈슈슈슉! 마치 비 오고 난 뒤 피어나는 무지개처럼 곡선으로 날아간 하얀 액체가 민국의 2층 집을 시원하게 적셨고 근처에 있던 전봇대의 CCTV까지 튀어서 오염시켜버렸다. 졸지에 전선까지 튀어 주변 지역에 정전까지 일고 말았다. 마침 다들 자는 시간 대였고 어두컴컴했기 때문에 다행인 망정이었다.

“크하하하하!”

서민국이 미쳐 날뛰고 있습니다! 본능을 주체하지 못하는 민국의 폭주에 남자 경찰이 요청했던 인력이 찾아왔다. 그들 역시도 민국의 무서운 흉기가 동네를 오염시키고 있자 몹시도 당황하는 모습이었다.

“세상에! 뭐 저런 미친 놈이 다 있어!”

“술에 취한 건가? 근데 무슨 저런 말도 안 되는… 저거 지금 고추에서 나오고 있는 거 맞지?”

“우헤헤헤헤!”

푸슉푸슉!

“으악! 피해! 더럽혀져버린다!”

인력이랍시고 지원된 다섯 명의 경찰들. 그 중에 둘은 이미 민국의 기습으로 오염되어 해탈한 지 오래였다. 액체 특유의 머리를 진동시키는 냄새와 더불어… 굉장히 미끄럽고 진득하게 만드는 느낌…! 같은 남자라면 당연히 더 두려워 할 수밖에 없는 액체였다.

“다! 모두 다 오염시켜버리겠어!”

“구, 구조를 요청한다! 여기는…!”

“크하하하하하하!”

탁탁탁탁! 성기가 녹지는 않을까 싶을 정도로 쉴 새 없이 자위를 해대던 민국이었다. 근처 차에 숨어서 기회를 노리고 있던 남자 경찰 한 명이 테이저 건을 발사했다. 찌릿!

“크악!”

민국의 중요 부위에 정확히 사격되었고, 민국은 절규처럼 단말마를 내질렀다. 차에 숨어 있다가 기습을 노린 남자 경찰이 무릎을 굽힌 상태로 민국을 주시했다.

‘된 건가?’

“가만두지 않겠다!”

푸슛 푸슛!

“끄아아아악! 내 눈! 내 눈!”

자극을 받을수록 미쳐 날 뛰는 민국이었고, 그 결과 또 다른 경찰이 무참하게 희생되었다. 근처에서 이 상황을 구경하고 있던 나머지 경찰 두 명은 벌써 동료 세 명이 무참하게 범해지고 말자 이를 가는 모습이었다.

“이렇게 된 이상 우리가 너희들의 복수를 하겠다!”

“설사 이 몸이 더럽혀진대도!”

그리고 뜨거운 우정으로 그들도 테이저 건을 민국에게 발사하였다. 민국은 ‘끄아아악!’하면서 비명을 내질렀지만 또다시 쓰러지지 않고 그것을 버텨냈다.

정말이지 사람의 쾌락은 무참한 고통조차도 겪게 만드는 기적의 무기였다. 이윽고 테이저 건을 발사했던 경찰 두 명이 허탈한 표정으로 ‘이젠 우리도 끝인가….’하고 중얼거릴 무렵이었다.

“끄어어어… 내 이름은 정복왕….”

“…….”

털썩. 아직 정복왕으로서의 미련을 못 버리겠는지, 그리 중얼거리는 서민국이었다. 하지만 몸은 이미 망신창이가 된 상태. 당연지사 민국은 정신을 잃고 그대로 바닥에 기절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이를 보던 경찰관 두 명은 서로의 얼굴을 쳐다보면서 뜨거운 우정에 감동했다.

***

그로부터 여덟 시간이 경과했다. 웅성웅성.

“…….”

민국이 일어난 곳은 동네 경찰서의 철창 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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