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0화
민국은 아직 꿈속을 해매고 있었다. 흑화소주의 위력은 심히 엄청났기 때문에 아무리 주량이 높은 민국이라 할지라도 의식을 잃게 만들 수밖에 없었다. 오죽하면 꿈속에서조차 소용돌이에 휩싸인 자신을 맞보고 있겠는가? 민국은 그 소용돌이의 중심에서 벗어나기 위해 몸부림을 치고 있었다.
‘후후후후, 어리석구나 닝겐이여.’
‘크윽… 누구냐?’
꿈속에서 민국은 검은 옷을 입고 있었다. 머리와 옷자락이 나풀나풀거리는 와중에 민국은 눈가를 찡그리고 소매로 바람을 막고 있었다. 이윽고 소용돌이 속의 숨겨진 인영이 대답을 해왔다.
‘나는 너의 숨겨진 또 다른 인격….’
‘중2병이구만.’
‘그렇다.’
민국은 제2의 인격과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제2의 인격은 말을 이었다.
‘민국. 인생이란 무엇이라 생각하는가.’
‘로또.’
꿈속이었기 때문에 민국은 장문을 소화할 수가 없었다. 고로 민국은 단답형으로 대답을 이어갈 따름이었다. 민국의 제2의 인격, 중2병이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어리석군. 드디어 네놈도 맛이 갔구나. 그 영롱한 입술에서 나온 대답이 고작 그것이라니.’
‘그럼 여자를 말하는 거냐?’
그제야 고개를 주억거리는 중2병이었다.
‘그렇다. 인생은 여자. 모든 것은 여자에서 비롯되어 여자에서 끝이 난다. 역사적으로 이름을 남긴 여자들은 남자에 비해 적었지만, 그 남자를 잇게 만든 존재는 결과적으로 여자의 몫이었지.’
‘내 2인격에게서 호구 냄새가 나다니….’
‘뭘 모르는구나. 서민국. 넌 원래부터 호구킹이었다.’
중2병이 말을 이어갔다.
‘하지만 이젠 그 시대를 지나 너는 왕으로서 군림해야 한다. 네가 그토록 꿈꾸던 여자의 왕! 하렘왕!’
‘허억!’
‘이젠… 그 때가 온 것이다. 서민국, 피하지 마라. 너의 운명을… 고이 받아들여라!’
‘세상에 이런 미친놈을 다 봤나!’
자신의 인격을 비하하면서 꿈속을 헤매던 민국. 전신이 땀으로 흠뻑하였고, 민국은 악몽을 꾸는 것 마냥 침대에서 좀비처럼 신음하며 고개를 거칠게 좌우로 젓고 있었다. 하지만 지옥을 경험하는 상반신과는 다르게 하반신에는 묘한 천국의 느낌이 울려 퍼지고 있었다. 심지어 흔들림에도 문제가 없던 시몬스 침대의 가벼운 약진…. 민국은 결국 그 쾌락에 대한 의혹 증폭과 머리를 울리는 흔들림에 서서히 눈을 뜨게 되었다.
꿈은 이제 끝났다. 이젠 현실을 돌아보아야 할 때다.
“이것도… 이것도….”
“으어어….”
입은 의도하지 않은 것처럼 좀비의 신음을 흘렸다. 민국의 초점은 갈피를 못 잡고 자꾸만 흔들렸다. 그것은 외부에서 들어오는 쾌락의 압력 때문만은 아니었다. 흑화 소주가 민국의 내부를 바짝 타오르게 만들어 의식을 어질거리게 만들었다. 그 덕분에 민국도 현재 정상은 아니었다.
“으어어어….”
평소라면 소주 두세 병 정도야 대수롭지 않게 여겼을 민국이었다. 능히 단련된 주량은 민국의 취기를 막아주기에 충분했으니까. 때문에 민국도 자신의 술버릇에 대해서 잘 모르는 상태였다. 취해도 늘 상대방이 더 취했고, 항상 뒷일을 수습하느라 급급한 역할이었으니까.
“으어어어어….”
“이것도… 다 제꺼예요….”
귓가로 누군가의 음성이 들려왔다. 익숙한 음성이었다. 하지만 얼굴이 제대로 보이지 않는다. 하얀 피부… 그저 하얀 와이셔츠를 입고 하반신은 고스란히 드러낸 채 무언가를 하고 있단 느낌이 들었다. 아니, 그것은 정확히 표현하면 성교였다. 근데 누구와 합체를 하고 이 짓을 하고 있는 것일까?
‘은별… 은별이다….’
이전의 기억에 대해선 까맣게 망각한 채로 민국은 현재의 순간을 인지하기에 급급했다. 문제는 초점이 자유롭지 않으니 당연지사 성교를 하는 상대가 누구인지도 판단이 불가능했다.
‘강은별이 날 먼저 덮쳤다아!’
민국은 그리 생각하고 환호했다. 본래 은별은 속이 음란(?)한 것에 비해 적극적으로 대시를 못하는 편이었다. 그래서 항상 밤이 찾아오면 민국이 갑이 되고 은별이 을이 되기 일쑤였다. 은별도 그런 자신에 대해서 항상 고민을 하고 있는 것 같았는데… 아무래도 그 고민에 정면으로 맞서기로 작정을 한 모양이었다.
‘은별이가 이렇게 고생을 하고 있는데 나 혼자 이러고 있을 수 없지 으어어 난 정력왕 정력킹이다!’
참고로 민국도 이성을 잃은 상태였다. 고로 현재의 민국은 다른 여자들과 마찬가지로 제2의 인격이 드러난 상태였다. 그리고 그 2제의 인격은! 뚜둑! 뚜둑! 민국의 손목을 묶고 있던 밧줄들이 끊어지기 시작했다.
창고에 오랫동안 있던 녹슨 밧줄이라 뜯기기 쉬운 것도 있었지만, 술에 취한 순간 발휘되는 민국의 남성적인 파워가 지금 이 순간 최초로 발휘되는 것도 있었다.
“으어어어!”
“아아…!”
뚜두두두둑! 민국의 손목을 휘감던 밧줄이 끊기는 찰나였다. 허리를 곧장 세운 민국이 그대로 여성의 가슴에 얼굴을 품었다.
어쩐지 은별이의 가슴과는 달리 조금 큰 사이즈라는 생각도 들었지만, 이성이 혼미한 상태에서 모든 것을 측정하는 건 불가능했다. 민국은 그 가슴을 꽈악 쥐었고, 여성의 강하진 않지만 희미한 신음소리가 귓전으로 새어나오는 걸 들었다.
“학….”
신음하는 형태부터 은별과 완연히 달랐다. 예나는 갑작스레 깨어나서는 자신을 와락 껴안는 민국의 포옹에 고개를 들었다. 그녀의 하체는 오로지 민국의 것을 삼키기 위해 강한 놀림을 발휘하고 있었다.
“크크크, 나는 정력왕이다.”
“하아앗….”
“크크크크크! 범해져라 닝겐이여!”
하얀 와이셔츠 내부의 속살을 범하고 싶다는 것처럼 민국은 얼굴을 계속 부비부비거렸다. 예나는 그런 민국의 아기 같은 모습에 어미 본능이 나오는 걸 느꼈다.
본능적으로 민국의 얼굴을 양손으로 꽈악 껴안는 예나였다. 하체에서 느껴지는 굵기의 파워는 더해졌고, 어느 덧 민국이 관계의 우세를 점하기 시작했다.
예나는 침대 끝자락에 허리를 대고 눕게 되었다. 당연히 머리는 바닥 쪽으로 떨어져 피가 쏠리는 상태였다. 그러나 민국은 아랑곳하지 않고 위에서 예나를 깔아뭉개듯이 펌프질을 시작했다.
심히 음란하고 야한 자태였지만 예나는 고개만 좌우로 가볍게 흔들 뿐, 현재의 쾌락에 몰두하는 모습이었다.
“제꺼… 제꺼예요….”
술에 취하면 그 누구보다도 소유욕이 강해지는 예나였다. 그리고 그 소유욕은 그간 짝사랑하며 얽매여 왔던 민국에게 겨냥을 하고 있었다. 그 누구보다도 손에 넣고 싶었던 그의 사랑. 드디어 한 몸이 되어 그것을 느낄 수 있게 되었다.
심지어 적극적으로 자신을 포옹해오는 그의 행세에 예나는 무의식적으로 희열을 느꼈다. 펌프질이 가속될수록 예나는 허리를 활처럼 세우면서 오르가즘을 느끼게 되었다.
“가버려라 암캐여 크큭!”
각성한 민국이 절정에 도달하는 순간이었다. 그래도 안에 주입되는 수많은 액체에 예나는 뱃속이 뜨거워지는 걸 느꼈다. 땀으로 범벅된 예나는 머리카락이 엉켜서 바닥에 퍼졌고, 민국은 그런 예나의 속에 하나도 빼놓지 않고 모든 것을 주입했다. 한 방울이라도 새어 나오면 또다시 주입하려는 듯한 강세였다.
“학… 하아….”
예나의 가슴이 위아래로 가볍게 움직이면서 떨려왔다. 이성을 잃은 민국은 아래의 예나를 내려다보다가 고개를 돌렸다. 무의식적으로, 흑마법사가 자신에게 전해주었던 최고의 비기를 떠올리게 되었다.
“정력왕의 필수 아이템… 그것이 지금 내 손에 있다 크어어.”
“…….”
흑화 소주의 영향력으로 결국엔 기절해버린 예나였다. 민국은 두 다리를 묶고 있는 밧줄을 끊어내고 장롱 위에 있는 007 가방으로 손을 뻗었다. 그리고 그것을 빼내 아래에 내려놓고 풀었다. 그러자… 언젠가 쾌락의 순간을 위해 계속 보존해왔던 신비로운 아이템이 눈에 들어왔다.
“나는 이제부터 아기 군단을 몰고 다니는 정력왕이다.”
“…….”
“으어어. 다 내 것으로 만들겠다.”
그리고 흑마법사가 준 그 알약을 입안에 담자마자 오독오독 씹는 민국이었다. 쓴맛이 났지만 알딸딸한 상태에서 그런 건 신경 쓰지 않았다. 조금도 흘리지 않고 모든 알갱이를 흡수한 민국이었다.
“으음 으읍! 으으으으으읍!”
흑마법사가 건네준 아이템의 효과는 대단했다! 민국은 기죽었던 자신의 물건이 그 어느 때보다도 굵직해졌다는 것을 통감했다. 양팔을 펼쳐들어 천장을 높이 쳐보면서 허리를 세우는 민국은 마치 킹오브파이터즈의 폭주한 이오리를 연상케 했다.
“크아아아아악!”
“…….”
“범해 버릴 테다아아악!”
“으응….”
시끄러운 소리에 뒤척이던 은별이었다. 흑화 소주의 영향력으로 깊이 잠들어버린 그녀였지만 이젠 그런 여유도 없어질 것 같았다.
이윽고 각성에 각성을 끝낸 민국이 소리가 난 곳으로 몸을 돌렸다. 그리고 저벅저벅 침대 구석편 바닥에 고꾸라진 은별에게로 걸어갔다. 은별은 자꾸만 들려오는 발걸음 소리에 ‘으으응….’하면서 더 뒤척이는 모습이었다.
이윽고 은별에게 도착한 민국이 곧장 무릎을 꿇듯 앉으면서 은별의 양다리를 잡고 벌렸다. 은별은 갑작스레 어디론가 몸이 끌려감과 동시에 자기 두 다리가 벌려지자 ‘으응…?’하면서 부비적부비적 눈을 뜨는 모습이었다.
“민…국…?”
푸욱!
“…앗앗!”
그래도 조금은 잠을 자서 그런지 정신이 일말은 돌아왔던 은별이었다. 눈을 비비면서 초점을 바로잡으려던 은별은 급작스레 자신의 뱃속으로 들어오는 뜨거운 물건을 느꼈다. 여느 때보다도 훨씬 커다래져 있어 은별은 들어오는 즉시 크게 신음을 내지르고 말았다.
“앗… 아앙!”
갑작스레 쾌락의 물건이 진입하자 은별은 민국을 양손으로 밀쳐내려고 했다. 하지만 민국은 그 어느 때보다도 은별을 거칠게 다루고 있었다. 평소의 부드럽던 그의 배려는 온데간데없이 사라져 거칠어진 짐승의 상태! 은별은 다짜고짜 사납게 행동하는 민국의 언동에 무서움을 느꼈지만 한 편으론 그의 다른 면모에 가슴이 두근거리는 걸 느꼈다.
심지어 예나와는 다르게 나신인 상태였기 때문에 민국은 은별의 가슴에 얼굴을 묻고 강아지처럼 혀를 놀려댔다. 은별은 민국의 더러운 타액에 온몸이 범벅이 되는 것을 느끼면서도, 물러날 생각을 하지 못했다.
허리를 빠르게 놀려대는 민국은 그야말로 은별을 미치게 만들었던 것이다. 이윽고 질걱질걱거리며 피스톤을 내짖던 민국이 절정에 도달한 모양인지 ‘크어어어!’하면서 비명을 질렀다.
“받아라… 암캐여! 나의 인스폴더 프라덕셤을!”
“아, 아앗! 아아앗!”
“크어어어어어! 김정은 북한 핵 발사!”
그 순간 그 기술 이름이 전혀 아깝지 않게, 슈퍼 아기씨가 무수히 은별의 안을 침범했다. 은별은 그 어느 때보다도 크게 몸을 떨면서 자신의 뱃속으로 들어오는 따뜻함을 느꼈다. 마치 마그마 같아 온몸을 녹여버릴 것 같았다. 심지어 자궁까지 들어와 헤엄쳐대는 느낌에 은별은 다른 의미로 이성을 잃어버릴 것 같았다.
“배… 아파 아흣!”
“크어어!”
은별의 자궁을 범하던 민국의 물건이 밖으로 나왔다. 그러자 은별의 안에 담겨 있던 하얀 액체들이 터질 듯이 쏟아져 나왔다. 그 와중에도 민국은 폭풍 정사의 흔적을 은별의 몸에다가 남기고 있었다. 유리창이며 벽면이며 침대며, 그의 씨앗 냄새가 묻어나고 있었다.
“내가 바로 하렘왕이다 크아아아아!”
흑마법사의 선물해주는 아이템이 결코 일반인이 건네주는 선물과는 같을 리가 없다. 그 이유가 여기서 증명되고 있었다.
만일 이 아이템이 정식 발매를 하게 된다면 지구의 수많은 남자들에게 사랑받을 아이템이 될 지어다. 이윽고 그걸로도 그치지 않는지 민국은 옆에 있는 예나에게로 저벅저벅 걸어갔다.
기절한 예나는 신경쓰지 않고 다시금 합체를 하는 민국이었다.
***
“여긴 거 같습니다.”
“그래. 임순경. 먼저 올라갔다 와봐. 난 담배 한 개비 피고 있을 테니까.”
“예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