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왕의 표본-148화 (148/369)

148화

뭐, 이리하여 파뿌리 TV 비제이 세 명의 정교한 마인크래프트 방송은 끝난 듯싶었다.

"…뭐 이렇게 빨리 끝나?"

궁시렁거리는 남고딩이었다.

"낭자, 나랑 더 방송하고 싶단 말을 굳이 그렇게 에둘러서 말할 필요는 없소이다."

"네 다음 자뻑남."

"형님찡! 왠지 이렇게 끝내려니 무지 시원하고 섭섭한데여? 더 하구 싶네여!"

콩딱지가 대뜸 단소를 불면서 그리 소리쳤다. 현대왕이 물었다.

"넌 뭐 뜬금없이 단소를 불고 있냐."

"읭? 나 단소 프로인데여? 모르셨어여? 나님은 단소로 몸이 되어 있슴여."

"어디 한 번 연주해봐."

현대왕의 신호에 기다렸다는 듯 '부~'하고 부는 콩딱지였다.

"이건 미뉴에트."

"……."

'부~'하고 또 부는 콩딱지였다.

"이건 엘리제를 위하여."

'부~'하고 또또 부는 콩딱지였다.

"이건 디지몬 어드벤티지 오프닝."

"…어쩐지 다 똑같은 것 같은데? 그리고 그거 디지몬 어드벤티지가 아니라 디지몬 어드벤쳐거든?"

"부왁! 역시 나님보다 나이가 많으세여 언니쨩! 나이의 성숙미와 늙은 것답게 모르는 게 없으시네여! 헤헤!"

"……."

뭐 이쯤이면 충분히 방송도 했겠다, 현대왕에게 묻는 남고딩이었다.

"그럼 나 간다?"

"흐음."

현대왕은 턱에 손을 대면서 곰곰히 생각했다. 현재 시청자 채팅창엔 난리가 피우고 있었다.

[아니 방송을 얼마나 했다고 벌써 끝내 ㅅㅂ]

[그러니까! 남고딩이나 콩딱지는 성실히 한다 해도 현대왕 넌 꼴릴 때나 하잖아 수박아]

남고딩 방이나 콩딱지 방은 각자 비제이에게 인사하면서 잘 가라 얘기하고 있었는데, 현대왕은 방은 그렇지 못했다.

'하긴 내가 방송을 존나 안하긴 했군.'

심지어 이번 마인크래프트 방송도 자신의 비중이 큰 편은 아니었다. 현대왕의 시청자들 입장에서는 현대왕의 방송을 보러 온 것이었는데, 매우 만족하지 못할 게 분명했다.

"이 어리석은 백성들아, 나님은 지금 딸을 치고 싶다."

[어쩔 딸치면서 방송이나 해라]

"너 강퇴하려다가 맞는 말해서 취소. 딸 치면서 방송이나 할까?"

"대망신을 당하다 못해 파뿌리 TV에서 아이디 정지되고 싶어?"

"멋진 방송을 위해서라면 자신의 인생도 갖다 바칠 수 있다! 그런 게 프로 아니겠는가!"

"……."

"와아! 멋지당! 온니쨩 저는 온니쨩을 응원해여! 빨리 딸 방송하고 정지당하는 거 보고 싶어여!"

"하하, 미친놈아 진짜로 할 리가 없잖니."

현대왕도 사람이었다. 물주(?)에게 버림 받을 일은 하지 않으리라. 이윽고 남고딩의 방송에서 '은별아~'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현대왕이랑 콩딱지가 동시에 물었다.

"어머니셔?"

"마미임?"

"아, 응."

"어머니! 조만간 새 생명을 데리고 뵈러 가도록 하겠습니다! 그땐 사모님이 되시겠군요!"

"주례는 내가 해드림 뿌잉!"

"…무슨 한심한 소리야! 엄마! 왜?"

잠시 마이크 소리를 줄이고 어머니와 대화를 나누던 남고딩이었다. 곧 그녀가 마이크의 볼륨을 다시 높이더니 중얼거렸다.

"이제 가야겠네… 엄마랑 백화점 갔다 와야돼."

"우리 아이에게 잘 어울리는 선물을 벌써 준비하려는 건가? 훗, 너도 참 준비가 빠르군."

"앞서가시네여 언니찡! 지켜보는 동생찡은 부끄부끄!"

"하아… 아무튼 난 이제 가봐야 하니까 둘이 방송하던가 알아서 해. 현대왕 넌 이따 집에서 보고."

"그래 알았다 은별아. 덤으로 오늘은 콘돔 없다. 진정한 하나가 되자!"

이젠 반응하기도 지치는지 남고딩은 그냥 바로 스카이 라이프를 끄고 팬들에게 인사를 하였다. 그 후 그녀가 방송을 완전히 종료하자 단 둘이 남게 된 현대왕과 콩딱지였다.

"어멋, 그럼 시방 지는 행님이랑 단둘이 남은거예염? 부, 부끄부끄! 단둘이 오붓한 공간에서… 아잉!"

"후후. 이리 와 영롱한 녀석. 남고딩이 집에 올 때까지 너와 함께 짜릿한 파티를 느껴보자."

"이러시면 안 되어와영! 소, 소녓 아직 가랑이 사이에 배리어가 한 번도 뚫려본 적이 없서여!"

서로 드립을 치던 두 사람이었다. 대뜸 현대왕이 불렀다.

"야."

"왜."

"어? 너 지금 형한테 반말하냐?"

"그럼 형한테 반말하면 안 됨?"

"어, 그것도 그러네. 너 웬일로 맞는 말하냐?"

"노노 자세히 생각해보니 형한테 존댓말해야함. 난 틀렸는데 왜 그걸 동의해줌? 형 이상함."

'노답이시네여!'라고 덧붙이는 콩딱지였다. 현대왕이 다시금 그녈 불렀다.

"야."

"읭."

"라디오하자."

콩딱지가 무슨 지나가는 우매한 벌레 새끼를 본 것마냥 중얼거렸다.

"어우 온니찡… 아직도 그 사골 국물 마시는 라디오를 하시려고 하나여 진정?"

"얌마 너랑은 라디오 많이 한 적이 없잖아. 오히려 너랑 내가 라디오를 하는 건 어떻게 보면 되게 신선한 컨텐츠라 할 수 있지 않냐?"

"호옹이? 생각해보니 그렇기도 하네여. 사골 국물에도 소금이 잔뜩 들어가면 사골이 아니게 되듯이여?"

"소금보단 설탕이지 우매한 녀석아."

"으아아아앙… 형님 생각 이상으로 무서운 사람이시네여."

어찌 됐든 징징거리는 시청자들을 달래주고자 방송이나 진하게 해보자고 결심한 현대왕이었다. 물론 진하게 해본다고 해놓고 한다는 게 고작 라디오였지만… 그래도 이게 어디 겠는가!

"자, 각자 방송 메인 이미지 키고 노래키자."

"나님은 애국가 킬 거임. 자랑스러운 한국인으로서 조국과 명예를 위해 최선을 다하는 한국인이니까염!"

"그럼 나는 일본 국가를 틀어주지."

"우왕 친일파시네여! 어떻게 독도를 사랑하는 우리나라에 일본의 노래를 틀어 사람들의 가슴을 시리게 만들 수 있져?"

"콩딱지 네가 뭘 모르는구만. 일본 국가의 노래는 그 일본 국가의 노래가 아니야.

"읭? 그럼 뭔데여?"

"일본 국가 노래는 말이다."

현대왕이 노래를 켰다.

"파돌리기송이다."

{라빠빠리 삐리빠리빠리빠빠리빠빠빠빠}파돌리기 송을 틀자 일본어도 아닌 한국어도 아닌, 이상한 언어가 합쳐진 정교한 노래가 들려왔다. 일본의 보컬로이드라는 기계 시스템을 이용해 제작된 노래였다.

실제 국가라고 치부하기에는 오덕성이 굉장히 풍부한 오덕 전용 노래였다. 시청자들이 [ㅋㅋㅋㅋㅋ],[어우 오덕 쉐리 ㅉㅉ]하면서 각자 소감을 표명하는 가운데, 현대왕이 소리쳤다.

"자, 이제 각자들 내 쪽지함으로 쪽지를 보내라 우매한 중생들아. 이 몸이 너희들의 씁쓸하고 야릇한 고민들을 하나 하나 읊어줄 터이니."

"빠앙빠앙! 선착순 10위권에 드는 사람들에겐 나님의 쀡뷰 아이템을 드림! 물론 뻥입니당!"

쀡뷰 : 시청자들이 꽉 찬 방에 들어갈 수 있게 해주는 유료 캐쉬 아이템.

"어우 역시 내 인기란 하늘을 치솟아 우주 저 멀리까지 날아가는구만. 들어오는 쪽지 양 보소."

쉴 틈 없이 들어오는 쪽지들. 현대왕과 콩딱지는 각자 아이디로 들어온 쪽지들을 하나 하나 확인해보기 시작했다. 이윽고 괜찮은 고민을 하나 찾아낸 현대왕이 물었다.

"찾았냐?"

"이응이응. 형님부터 하실래예?"

"아니, 아우부터 해라. 형님은 배려 많은 사람이니까."

'노답이시네여!'를 한 번 더 소리쳐주고 콩딱지가 시원한 음성으로 입을 열었다.

"안녕하세여! 저는 콩딱지님의 팬인 월광이라고 합니당! 우선 콩딱지님이랑 현대왕님이 합동 라디오 방송을 한다고 하니까 많이 두근거리고 설레네요 히히! 저는 고민은 아니고 여러분에게 알려드릴 게 있어서 그러는데여!"

콩딱지의 말이 이어졌다.

"여러분 혹시 도도미 피자라는 곳 아시져? 거기서 피자 먹다가 털이 나왔는데여! 아무리 봐도 머리카락이나 일반 털이 아니라 성기 쪽 털 같거든여! 그 남자한테 있는 거여! 정말 너무 수치스러워서 그러는데 어떻게 할까여? 콩딱지님이나 현대왕님에게 묻습니당!"

딱지답게 라디오 방송임에도 불구하고 하나 하나 악센트와 억양을 주었다. 라디오 방송을 듣는 시청자들은 그녀의 악센트가 있는 대사에 조금 집중을 못하면서도 웃음을 피어냈다.

"흠! 매우 부정적인 사람이군여!"

"콩딱지 네가 말할거냐?"

"넴! 내가 하겠음!"

콩딱지는 간략하게 대답했다.

"남자 그쪽 털이 아니라 여자 그쪽 털일 수도 있다고는 왜 생각 못하시져? 긍정적으로 사셈!"

너무 간략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럼 이제 나 차례군."

현대왕이 목을 축인 뒤 쪽지를 읽기 시작했다.

"안녕하세요 현대왕님. 오냐 현대왕이다. 저는 현대왕님을 매우 좋아하는 청년입니다. 다름이 아니라 저도 고민이 아니라 여러분에게 알려줄 게 있어서 그러는데요. 19금인데 괜찮을까요?"

읽어본 뒤 별로 심한 게 아님을 느낀 현대왕이 중얼거렸다.

"방송을 시청하시는 여자분들. 성관계하게 되면 알려드리는 건데요. 남자한테 최고봉인 성감대가 하나 있어요. 그건 바로 부랄입니다."

"히익… 파렴치하다능!"

"매운 고추보다 작은 고추가 좋다고 하죠? 근데 거기보다 부랄 응헤응헤해주는 게 쾌감 끝장납니다. 아, 물론 전 아다입니다. 근데 어떻게 아냐고요?"

얼마전에 개 키웠음.

"이 새끼…."

쪽지를 다 읽은 현대왕이었다. 매우 심각한 얼굴로 쪽지를 보는 현대왕이었다. 시청자들 역시 [미친놈ㅋㅋㅋㅋ]하면서 웃고 있었다. 하지만 현대왕은 진심으로 다르게 받아들였다.

"개부랄을 핥았다는 거냐? 허 이거 참…."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콩딱지도 그만 참지 못하고 진심으로 웃어 버렸다가 여자 소리가 좀 나오자 참는 모습이었다. 어쨌든 이번엔 콩딱지였다.

"안녕함! 지는 막 성인이 된 열 아홉살 여자임! 성인되어서 클럽가서 신나게 노는데 요즘 택시 살인 사건들이 많아서 무섭네여! sns로 친구들끼리도 택시 무섭다고 공감하고 그러는데 어떡해야 할까염?"

딱 봐도 철딱서니가 없어 보이는 내용이었다.

"이거 형님이 대답해주겠삼?"

"그래 내가 해주지. 어디 보자… 흠…."

그러니까 대충 내용을 읽어보면, 택시 기사가 살인사건을 저지르자 요즘 세상 흉흉하다며 하소연하는 여자의 글이었다. 글을 전부 읽은 현대왕이 어이없어하며 말했다.

"아니 야 이 어리석다 못해 황당한 여자야. SNS고 뭐고 슈범 택시 무서워서 우찌 타냐고 난리 부르스를 치면서 클럽남이 살인사건 저지르면 클럽 무서워 못 가겠다는 말은 왜 안 해?"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어? 그러네?]

"이거 마인드가 360도 도는 놀이기구 탄 마인드일세."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대놓고 비수를 꽂자 콩딱지에게 그 쪽지를 보냈던 시청자가 부들부들하면서 방을 나갔다. 물론 콩딱지와 현대왕은 방송에 집중하느라 몰랐다.

"현대왕님! 돈을 벌고 싶습니다! 어떻게 해야 할까요?"

이번엔 현대왕에게 온 쪽지였다. 진정한 고민상담 쪽지. 현대왕은 이것을 받자 콩딱지에게 보여주었다. 콩딱지가 소리냈다.

"앗! 이건 내 전문이네염!"

"네가 돈 버는 법을 안다고?"

"허헝! 무시하지 마셈여! 나 이래봬도 900원짜리 과자살 때 천원 내고 100원 받는 사람임!"

자기 특정 분야가 나오자 자신 있다는 듯 콩딱지가 외쳤다.

"님들! 내가 1년 안에 1억 만드는 방법 알려드릴게여! 님들만 알아두셈!"

[오오]

[뭐지?]

[에이 개소리]

시청자들이 웅성웅성거리면서 못 믿는 와중이었다. 하지만 콩딱지는 진심 자신이 있었다. 실제로 이렇게만 하면 누구나 1억을 만들 수 있기 때문이었다. 그것도 단 1년 안에!

"바로 그 방법은여!"

콩딱지가 한 쪽 손가락, 검지를 들어 보이면서 외쳤다.

"2억으로 시작하면 됨! 1년 안에 1억 만드는 방법은 2억으로 시작하는 겅미!"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역시]

[에이 씹 ㅅㅂ]

시청자들은 반 안타까움 그리고 역시나 예상했던 대로라는 듯 욕을 해댔고, 콩딱지는 '엣헴'하면서 가슴을 피고 자랑스러워했다. 현대왕은 콩딱지의 명언이 꽤나 와닿았는지 '오오'하면서 박수를 쳐주었다. 짝짝.

"형님 어떠셈? 나님은 할 땐 하는 사람이라구여!"

"그래 인정한다. 네가 진정한 병신이다."

"안녕하세요? 병신입니다."

============================ 작품 후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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