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왕의 표본-145화 (145/369)

145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남고딩 짱이다! 남고딩 만세!]

[남고딩의 반격!!!!]

남고딩의 시청자들은 하나같이 남고딩을 열나게 응원하는 모습이었다. 남고딩 역시 팔짱을 끼고 단호한 얼굴로 모니터를 쳐다보았다.

'언제까지고 당해주고만 있을 줄 알았어?'

반격을 할 때는 확실히 한다! 그것이 남고딩의 법칙! 허나 현대왕은 '훗'하고 웃음 짓더니 말을 이었다.

"이거 이거, 이런 츤데레답긴."

"뭔 소리래?"

"요즘 p2p는 문화상품권 이벤트를 하지! 다 쓴 문화상품권을 버리지 않고 이벤트 입력칸에 입력을 하면 일주일간 9999999포인트를 준다는 말씀!"

"……."

"아닌 척하면서 사실 이렇게라도 쓰라고 준 거구나 은별아? 후후, 이 츤데레 같으니!"

"애초에 전 그 이벤트 모르고 있었는데요?"

"네 다음 츤데레."

"……."

역시나 현대왕은 현대왕이었다. 아무리 말빨에 강한 남고딩이라 해도 그는 상대하기 어려운 법! 중2병처럼 웃고 있는 현대왕에게서 한숨을 쉬며 남고딩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안해."

"삐지신 거예요 은별느님?"

"그런 게 아니라 밥 먹고 온다고. 오늘 엄마가 닭볶음탕 해준다고 했단 말이야."

"닭… 뭐?"

순간 경직하는 현대왕. 그런 현대왕의 행동에 의아함을 느낀 남고딩이 말을 반복했다.

"닭볶음탕이라고. 왜 그래? 마치 허파에 가시 찔린 사람처럼?"

"으아아아아아아악!"

돌연 비명을 지르면서 경기를 일으키는 현대왕이었다. 남고딩은 두 눈이 동그랗게 떠지면서 놀랄 수밖에 없었다. 귀신에 홀린 듯이 절규하는 그였다.

"다, 닭볶음탕… 닭볶음탕…! 으아아아아아아악!"

콰당! 콰장창! 우장창!

"…왜 그러는데?! 애꿎은 닭볶음탕이 무어가 잘못이라고!"

"닭볶음탕이 왜 잘못이 없어! 그 보기만 해도 징글징글한 닭볶음탕이! 으아아아아!"

마치 닭볶음탕에 원한이 맺힌 사람처럼 절규하는 그의 모습은 생소한 것이었다. 남고딩은 1층에서 밥 먹으러 내려오라는 어머니의 소리에 잠시 늦게 가겠다고 말을 한 뒤, 질문을 던졌다.

"네가 닭볶음탕 저작권에 전세냈어? 왜 자꾸 내가 먹을 음식에 경기를 일으켜?"

진심으로 경기하던 현대왕이었다. 그 물음에 그제야 경기를 멈춘다. 하지만, 그가 내뿜는 무거운 한숨과 함께 찬찬히 입을 여는 현대왕의 입술은 굉장히 무거웠다.

"후…."

"……."

"고딩아, 너에게 아무래도 숨기고 있던 나의 비밀을 밝힐 때가 된 것 같구나."

"뭐어?"

"듣고 나서 놀라지 마라! 이건 진짜 빅뉴스니까! 너의 처녀막을 내가 뚫은 것보다 더한 빅뉴스니까!"

"미친놈아! 그걸 왜 말해!"

남고딩의 시청자들이 [헐?],[뭐라고?]하면서 또 다른 비밀에 놀라하는 가운데, 현대왕은 자신이 10여년간 숨겼던 엄청난 비밀을 밝혔다.

"사실 나."

"……."

"닭볶음탕 노이로제다."

말을 하자 또다시 옛기억이 떠오르는지 양손을 얼굴로 부여잡고 괴로워하는 현대왕이었다. 남고딩은 그 비밀을 듣고도 도무지 납득이 안 가는지 중얼거렸다.

"대체 뭐가 비밀이라는 거야 병신…."

"이게 비밀이 아니라니! 세상에 이보다 더한 비밀이 존재할 것 같아?! 난 끔찍했다고!"

진심으로 흥분하여 난리부르스를 치는 현대왕의 언동에 지켜보던 시청자들도 슬슬 궁금해하기 시작했다.

[대체 뭐길래 저리 소란을 치냐]

[닭볶음탕에 바퀴벌레라도 나왔나]

[ㄴ미친놈아 존나 끔찍하네 맞고 싶냐]

[ㄴ때려봐 때려봐 때려봐]

시청자 채팅방도 난리부르스가 되어가는 중에, 남고딩도 슬슬 진심으로 궁금해졌는지 물었다.

"어떤 사연인데 도대체? 말을 해야 납득하든가 하지!"

"후… 들어봐."

마치 남고딩이 그리 말하길 기다렸다는 듯, 절규를 멈추고 이야기를 꺼내려는 현대왕이었다. 지켜보던 시청자들도 슬그머니 집중하는 모습이었고 남고딩도 마찬가지였다.

"그러니까 이건, 내가 10년 전 딸딸이도 모르던 시기의 이야기야."

"……."

태클을 걸고 싶었으나 괜히 대화만 길어질까 남고딩은 가만히 있었다. 현대왕은 '후…'하고 다시 말을 이었다.

"똥 마렵네. 화장실 갔다와서 얘기하도록 하지!"

"……."

"닭볶음탕 개새끼 으아아아아!"

절규하면서 화장실로 달려가는 현대왕. 이야기에 집중하려던 남고딩은 할 말을 잃은 표정이었고, 얼마지 않아 시청자들도 [이 뭐 병]하면서 현대왕을 욕하기 시작했다. 남고딩은 애써 눈웃음 지으면서 말했다.

"쟤 저러는거 한 두번 보신 것도 아니잖아요? 넓은 아량으로 이해해주세요."

마치 현대왕의 부모처럼 행세를 하면서 남고딩도 '저는 그럼 밥 먹고 올게요.'하고 의자에서 일어났다. 방송은 켜둔 채로 음악을 실시간으로 나오게끔 한 뒤, 방을 나가는 남고딩이었다.

**

"후~."

"휴우."

볼 일과 식사를 마친 두 사람이었다. 각자 방으로 돌아와서 의자에 앉는 현대왕과 남고딩. 남고딩은 스카이 라이프로 들려온 목소리에 반응했다.

"온 거야?"

"어우, 큰 거 나오더라. 임신한 줄 알았다 은별아."

"와, 그거 참 위험했겠네요? 현대왕 닮은 아기 나오면 지구 위기 징조일 텐데."

"그러게. 남고딩이랑 나 닮은 아이 나오면 비쥬얼이 초사이언급이 될 거 같은데. 이 세상 모든 여자가 미쳐부리겠구만."

"허참, 정말 웃기네요. 누가 너랑 결혼이나 한다고 했어?"

"요즘 유행은 결혼 전에 임신이야 고딩아!"

"어휴."

고개를 도리도리 젓는 남고딩이었지만, 그래도 내심 기쁘지 않다면 거짓말….

'닥쳐!'

속마음도 부정하는 그녀였다.

"어쨌든… 빨리 말해봐. 닭볶음탕이 어쩌고 저쨌는데?"

"으아아아아악!"

"또 저런다."

어쨌든 간에 드디어 고대하고 고대하던 닭볶음탕의 비밀이 밝혀질 때였다.

"때는 내가 초등학교 2학년일 때였지."

"10년 전은 아니네? 8년 전?"

"훗. …그때 집에서 갑자기 어머니가 울면서 집을 나간다고 하더군. 아무래도 부부 싸움을 했던 모양이야."

"……."

"나랑 아버지가 말리면서 제발 가지 말라고 했지. 하지만 어머니는 무슨 일인지 단단히 화가 나셔서는 나까지 버리고 가려고 하더군! 난 그 순간 생각했지. 아 이제 끝났다. 이제 집안에 어른 조개는 없고 큰 고추와 작은 고추, 작은 조개만 있겠구나 생각했지."

"진짜 가지가지하네…."

현대왕의 성드립에 혀를 내두르는 남고딩이었다.

"마지막 기회라 생각한 큰 고추 아버지가 우리 큰 조개 어머니를 붙잡더군. 난 두 사람이 무슨 얘기를 나누는지 어릴 때인지라 잘 기억하지 못했어. 하지만 싸우던 것도 잠시 어느 순간 둘이 깔깔 웃기 시작하더군!"

"……."

"갑자기 사이가 좋아진 그 두 사람의 모습에 의문을 느끼던 것도 잠시, 갑자기 아버지가 웃차하면서 내 어머니를 안아 침대로 데려갔어! 고추와 조개가 한 가지의 요리가 될 순간이었지! 어렸던 나는 그게 무엇을 의미하는지도 모르고 가만히 있었어. 그런데 그때…."

민국아, 너 닭볶음탕 맛있다고 했었지?

혼자 먹고 올 수 있겠냐?

"라고 아버지가 말씀하시더군! 나는 어릴 때부터 닭볶음탕을 너무너무 좋아했던 지라 그것을 먹고 싶은 맘에 '네!'라고 소리쳤어. 하지만 그래선 안 됐다… 그래선 안 됐었어!"

"……."

"그 후, 나는 2만원을 받아서 그저 닭볶음탕을 먹을 수 있단 생각에 나가서 닭볶음탕을 냠냠 먹었지."

"그래서…?"

"근데 이 미친 큰 고추가 내가 고등학생이 될 때까지 장장 8년을 닭볶음탕만 사먹게 시킨 거야 슈벌!"

어느 날 학원 갔다가 집에 돌아왔는데 안방문이 잠겨져 있다?

그러면 여지없이 아버지가 문을 열고 나타나 2만원을 들고 건네주며 닭볶음탕을 사먹으라고 한다.

'민국아….'

어느 날 친구들이랑 집에 놀다 힘들어서 돌아왔는데 화장실 문이 잠겨져 있다?

그러면 여지없이 아버지가 화장실 문을 열고 나타나 2만원을 들고 건네주며 닭볶음탕을 사먹으라고 한다.

'닭볶음탕….'

어느 날 숙제 때문에 방에서 공부하려는데 누군가가 노크를 두드린다?

그러면 여지없이 아버지가 내 방에 나타나 2만원을 들고 건네주며 닭볶음탕을 사먹으라 한다!

'닭볶음탕 쳐먹….'

"……."

"닭볶음탕! 닭볶음탕!!!! 으아!!!!!"

불과 중학교 때까지만 해도 나가서 닭볶음탕을 먹고 피시방이나 노래방에서 몇 시간을 때웠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닭볶음탕을 보는 순간 부모님의…

"썪쎼쓰가 보이는 거야!"

"……."

"도무지 고추를 욕으로 표현한 단어말고는 떠오르는 표현이 없었다! 진짜 대학교 동기들 모임이 있어서 식당에 가면 닭볶음탕이 나왔었는데 그때도 몇 번 그 생각이 나서 계속해서 해드뱅이를 하고 그랬어!"

"……."

"씨발! 이게 바로 주입식 교육의 피해 사례다!"

사회의 주입식 교육을 정당하게 비판하기 좋은 사례였다. …남고딩은 무어라 해야 할 지 몰라 그저 손뼉만 몇 번 짝짝 쳐주다가 말했다.

"그거… 참 안타깝게 됐네."

"흑흑 고딩아! 우리는 절대 자식들에게 닭볶음탕 사먹으라고 2만원은 건네주지 말자!"

"뜬금없이 왜 결혼 전제 하의 소리를 하는데? 가서 닭볶음탕이나 쳐먹으세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닭볶음탕의 비극이라며 시청자들이 폭소하는 가운데, 닭볶음탕의 패닉에서 얼마지 않아 깨어난 현대왕이었다.

"근데 내가 왜 이런 얘기를 하고 있냐?"

"그래… 애초에 우리 이런 얘기하려고 모인 게 아니잖아!"

어쩌다 보니 산으로 가버렸다. 마치 무한도전의 그것과 같았다. 녹화를 시작하면 30분만 가볍게 토크 대화를 해야 하는데 장장 3시간을 토크하는 그들! 현대왕과 남고딩이 지금 그 상황과 비슷했다.

"흠흠, 그렇지."

"자, 어제 모이자고 메시지를 보냈던 건 너니까 계획은 네가 정했겠지? 뭐 할 거야?"

"훗. 모이자고 연락했던 건 나이니 만큼 아주 대찬 게임을 준비했지. 은별아, 오늘 너와 나는 우리 미래의 신혼의 모습을 그릴 것이다!"

"그건 또 무슨 개소리래?"

"자, 여러분. 오늘의 게임은."

현대왕은 전에 못했던 그 게임을 언급했다.

"마인크래프트입니다!"

마인크래프트. 요즘엔 비제이들이 하도 우려먹어서 사골이라고 불리는 게임. 그러나 집도 지을 수 있고 컨텐츠도 자신이 직접 지정해서 제작하거나 놀이를 할 수가 있다. 그렇기 때문에 수많은 비제이들이 이것을 토대로 괜찮은 게임들을 만들고 방송하고 있었다. 현대왕도 마인크래프트는 이전에 몇 번 경험해본 바가 있었기 때문에 곧잘 할 자신이 있었다.

"컨텐츠의 이름은 현대왕과 남고딩, 두 사람의 신혼 여행입니다. 엇흠, 아기는 콩딱지가 할 겁니다."

"왜 컨텐츠를 해도 그런 걸 하는데?! 웃겨… 무슨 신혼 여행이야? 신혼은 얼어죽을…."

"왜! 진짜로 나랑 결혼하고 싶나!"

"개풀 뜯어먹는 소리하지 마세요! 너랑 결혼하는 건 음주로 인한 실수가 아닌 이상 없을 거야!"

"어, 음주하니까 갑자기 스피드 레이서 떠오른다."

"…? 스피드 레이서가 뜬금없이 왜?"

"그 스피드 레이서인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알콜레이서였던 사람 있잖아."

"아… 길…?"

현대왕이 끄덕거렸고 시청자들은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웃었다.

"노래는 좋았는데…."

"그 사람을 사용해서 웃겼으니 그분도 뿌듯해하실 거야."

"…어떻게 됐든 간에 빨리 콩딱지나 불러! 셋이 모여야 제대로 된 합동 방송이라도 할 거 아니야?"

"후후후후, 신혼 여행을 하고 싶어 환장하셨구만요?"

"…너무 한숨을 쉬어서 빨리 늙을까봐 겁나네."

나오려는 한숨을 삼키는 남고딩이었고, 현대왕은 휴대폰을 꺼내들었다.

"기다려보쇼. 내가 금방 연락해'보지."

"이상한 곳에 강약주지 마라?"

현대왕은 콩딱지에게 메시지를 전달해보았다.

현대왕 : 일어났냐

우우우웅. 금세 콩딱지가 답장을 해왔다. 하지만 대답은 간결했다.

콩딱지 : ㅇ

나이 많은 형(?)한테 간결한 대답이라니! 현대왕은 정색하며 대꾸했다.

현대왕 : 장난하냐? ㅇ는 두 개 이상 보내라 ㅡㅡ콩딱지는 동생답게 예의를 갖춰 따라주었다.

콩딱지 : ㅇ

콩딱지 : ㅇ

현대왕 : 붙여서 써 8말고 ㅡㅡ콩딱지 : ◎

현대왕 : 겹치지 말고; 옆으로

콩딱지 : ∞

현대왕 : 사이를 나눠!

콩딱지 : %

현대왕 : 내가 진 병신이다

현대왕은 포기했다.

============================ 작품 후기 ============================

항상 패러디의 양분을 주시는 수많은 분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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