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왕의 표본-144화 (144/369)

144화

<슈퍼 합동 방송을 하다.>

"그래서, 정확히 무슨 일이 있었다는 거야?"

때는 다음 날. 주말이 찾아온 아침이었다. 민국은 방송을 하기 위해 현대왕으로 변신 겸 스카이 라이프에 접속했다.

"훗. 궁금하오 낭자? 궁금하면 500원."

"언제적 개그를 써먹고 있어! 2년도 더 된 개그인데!"

"와, 지금 오래 된 개그라고 무시하는 겁니까? 한 때 이 개그도 수많은 사람들을 웃음바다로 만들었던 거지 같은 개그였습니다."

"…그런 식으로 행동하는 거 보니 아무 일도 없던 거 맞네. 그럼 유이 씨는?"

은별은 현재 어제 있던 유이와의 일에 대해 캐묻는 중이었다. 민국은 진솔하게 답하기로 했다.

"잘 들어갔어. 내가 이불도 덮어주고 약도 먹여주고 뽀뽀도 해주었지."

"자꾸 긴가민가하게 장난칠래? 서든어택 저격총으로 머리에 빵꾸 내버린다?"

"뇌의 위치를 바꿔 치명상을 피해야겠군 훗."

어찌 됐든 간에 민국과 조우해 유이의 스트레스가 한결 풀린 건 사실이었다. 비록 사람에게 완전히 마음을 여는 건 불가능하겠지만. 민국은 방송에 접속하기 전에 현재 방송 중인 리스트를 확인했다.

"헐, 저격 고수 이 자식 접속해 있는 거 보소."

"…그 사람 그래도 방송 망해가고 있는 거 같던데? 하도 배틀필드만 하다 보니까."

배틀필드라는 게임이 인기가 있는 건 맞았지만, 그렇다고 방송용으로도 인기가 많을 게임은 아니었다. 심지어 저격고수는 비제이를 목표로 노력을 해온 사람이 아니라 어쩌다 보니 비제이를 하게 된 타입이었다. 당연히 시간이 지나면 지날 수록 거품이 떨어질 수밖에 없겠지.

"은주 누님이 후회하시겠구만. 이 녀석에게 스폰 던져준 거."

"은주 누님은 또 어디사는 누구셔요?"

"예전에 뚫어뻥 필요하다고 말씀하셨던 누님."

"……."

괜히 본전도 못 챙긴 은별이었다.

"자, 그럼 방송을 시작하지요. 여친아 준비됐냐?"

"너보다 한참 전에 준비했었거든? 빨리 시작이나 해."

"오케이 스타트."

그리고 방송을 키는 두 사람이었다.

**

"안녕하세요 현대왕입니다."

"안녕하세요~ 남고딩이에요."

"와! 남고딩님! 못 본 사이에 가슴이 0.01cm는 커지신 거 같군요!"

"하하 현대왕님~. 현대왕 님은 제가 무슨 동물 좋아하는지 아세요~?"

"허허, 궁금하네요. 우리 귀여운 남고딩 님은 무슨 동물을 좋아하십니까?"

"펜다. 하핫~ 패버리기 전에 입 다물어요 하핫~."

"허허허허허. 거참 여자친구가 '오빠 휴대폰에 보람이는 누구야?'라고 물으니까 현중이가 '상조'라고 대답하는 개그 같군요 허허허허."

스카이 라이프를 켜고 방송에 동시에 접속한 두 사람이었다. 현대왕과 남고딩의 방에 시청자들이 슬슬 몰려들기 시작했다.

[현대왕 만세! 현대왕 짱짱맨!]

[현대왕님 어서 오세요 ㅎㅎ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요즘 방송이 많이 늦으시네요? 씹생퀴야]

"이것이 시청자들과의 연애 밀당이다 오리궁댕이 새뀌야."

까칠까칠한 현대왕의 드립이었고, 반대로 남고딩의 방은 달랐다.

[남고딩님 하이하이! 오늘도 목소리가 예쁘세요 ㅎㅎ]

[남고딩님 저랑 한 번 만나주실 수 없을까요? 정말 예쁘실 거 같은데 그냥 만나만 주세요!]

"미안해요~ 만나드리는 건 아무래도 시청자들이라서 제가 좀 부담스럽고, 음… 가벼운 애교는 부려드릴게요."

그러면서 남고딩의 시청자들을 향해 '시청자들 아이러뷰!'하면서 애교를 부리는 남고딩이었다. 이를 보던 현대왕이 헛웃음을 지었다.

"허허."

"…뭘 그렇게 웃어? 불만있어?"

"아니, 물만 있지. 그리고 그런 애교를 나랑 있을 때 부려준다면 참 좋을 텐데 말이야."

남고딩이 코웃음을 쳤다.

"흥, 누구 좋으라고 해줘요? 이 여자 저 여자 가리지 않고 줏대 없이 덤벼드는 양반이?"

"내가 다른 여자들에게 덤벼드는 이유는 ㄱ현중의 뒤를 이어 받으려고 하기 때문이다!"

"…이분 최소 바람의 파이터."

"갈비뼈는 하나씩! 남김없이 모조리 부순다!"

이윽고 현대왕이 손뼉을 쳤다. 짝!

"아! 은별아. 그러고 보니 나 오늘 장난 아닐 듯싶다."

"뭐가 장난아니야? 그리고 이름 부르지 말아줄래?! 너 때문에 사람들이 요즘 고딩이 아니라 은별이라 부르잖아!"

현대왕이 음흉하게 웃음 지으며 입을 열었다.

"그래 그래, 어쨌든 시청자 여러분들. 저 오늘 장난 아닐 겁니다. 진짜 폭주할 거예요."

[???]

[무슨 소리지?]

"만우절에 전쟁 났다고 할 소리 같네… 뭐가 장난 아니라는 건데?"

"나 오늘 장어 먹는다. 냉동칸에 오래 전에 넣어둔 거 있었는데 이제 막 확인했지."

'후후후후후'하고 음란하게 소리를 내며 말하는 그였다.

"장어 먹고 나서 이제 은별이랑 만나면 은별이는 죽습니다!"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ㅋㅋㅋㅋㅋㅋㅋ변탴ㅋㅋㅋ]

함박웃음을 짓는 현대왕이었고, 은별은 정색하면서 한 손을 휘저었다.

"거짓말이에요. 웬만하면 안 죽어요 제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반격에 침묵하고마는 현대왕이었다.

"안 죽어?"

"응. 안 죽지?"

"훗. 방심하고 있다가 훅 간다."

"제발 좀 훅 가봤으면 좋겠네."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비웃는 시청자들이었다.

"야 이 토끼라고 무시하냐 이 닝겐들아! 모태솔로 새끼들이!"

[헉 ㅠㅠ]

[개자식……]

"왜 애꿎은 시청자들한테 욕질이야? 네가 토끼인 게 저 사람들 잘못이야?"

"으어어! 내 반드시 은별이의 아헤가오 얼굴을 보고 만다!"

"…병신."

고개를 도리도리 젓는 고딩이었다. 토끼의 운명은 거부한다고 해서 거부할 수 있는 게 아니었다. 현대왕은 진심으로 부들부들 떨다가 난데없이 채팅창에 자기 고민을 쓰는 시청자의 글을 읽었다.

"고등학교 전학가는 학생인데 남녀공학이라서 인기를 많이 얻고 싶거든요. 어떻게 하는 게 좋을까요? 미친놈이 왜 고등학교에서 공부는 안 하고 인기를 끌고 싶어해?"

토끼의 분노가 아직 가라앉지 않아 입이 사나운 현대왕이었다. 하지만 곧 진중하게 헛기침을 한 뒤 대답해주는 현대왕이었다.

"흠흠! 이건 말입니다. 아주 간단합니다. 반에 들어가자마자 예쁜 여학생이 한 명 있을 겁니다. 가서 싸대기를 한 대 때려주십시오. 보통은 이거 여자가 반대로 하지요? 막 부잣집 아들 싸대기 때리면 아들이 '날 싸대기 때린 사람은 네가 처음이야.'이러면서 반하잖습니까?"

"……."

"이건 그 반대를 이용한 방식입니다. 예쁜 여학생이 싸대기를 맞고 울상을 지으면서 쳐다보면 이렇게 말해주는 겁니다."

내가 싸대기 때린 여자는 네가 처음이야.

"이러면서 도도하게 책상까지 들어서 밖에다 던져주면 당신은 교사에게 첫날부터 뒤지게 맞고 학교에서 명성을 얻으면서 인기 만점!"

"전학가자마자 인생 망하게 할 셈이야?! 토끼에 대한 뒤끝도 정도가 있지!"

남고딩이 한숨을 푹 쉬고는 대신 상담을 해주었다.

"…여자는 현대왕 님 시청자 분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사소한 것에 끌려요. 첫 인상이 친절하거나 부드러우면 자연스럽게 시선이 간답니다? 그러니까 이렇게 해주시면 되요."

전학 날 일부러 지각을 해서는 앞문을 열고 들어온다. 그리고 한 손을 관자 놀이 근처까지 올리고는 씨익 미소 지으며 이렇게 인사하는 것이다.

"히사시부리!"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현대왕이 깊은 절망에 빠진 목소리로 소리쳤다.

"이럴 수가, 은별이가 나처럼 바뀌고 있어."

"…네 드립에 맞춰주는 거잖아 이 8등신아!"

"엇흠, 9등신이지요. 틀렸습니다 은별 양반."

말을 잇던 현대왕이 새삼 감탄한 듯 중얼거렸다.

"야, 근데 잘 생각해보니 나 진짜 엄청 잘난 놈이네. 키도 185가 넘어 얼굴도 장동원빈이야, 그리고 내 그곳은 18cm지요!"

"…하, 일일히 태클 걸기 번거로우니 하나만 얘기할게요. 진짜 18cm라고 생각해요? 내가 보기엔 아닌데?"

남고딩이 눈을 가늘게 뜨면서 묻는다.

"아니라니, 이 여자야? 나의 굵고 성스러운 엑스칼리버를 보고도 그런 소리를 하는 것이냐?"

"토끼인지라 엑스칼리버가 단검으로 되는 것밖에 못 본 거 같아요~."

"……."

계속해서 놀려대는 남고딩이었다. 어쩐지 상황이 역전된 듯한 느낌! 시청자들은 성드립이 난무하는 방송 안이었지만, 그래도 두 사람이 닦달하면서 싸우는 모습을 보니 매우 웃겼다.

"안 되겠다, 잠시 가만 있어봐."

"…? 뭐하려는 건데?"

드르륵. 의자에서 일어나서 어디론가 향하는 현대왕이었다. 이윽고 무언가를 두 손에 쥐고 책상으로 오는 그였다.

"웃차."

"…? 뭐하는데? 뭐하는 거야?"

남고딩이 꽤나 불안한 음성으로 물었다. 그러자 현대왕이 답하길.

"재려고."

"뭐어?"

현대왕이 손에 든 것은 비커였다. 이화학 실험용 기구로 액체를 담는 용기였다. 본래 연구실에서 흔히 사용하는 기구였는데, 예전에 어릴 때 과학실에서 놀다가 선생님께 선물로 받은 게 창고에 버려져 있었다. 그것을 씻어서 가져온 현대왕이 거기에 컵의 물을 졸졸 따르기 시작한다. 남고딩이 어이없다는 듯 말했다.

"비커로 뭐하겠다는 건데? …설마 너……."

"비커에 물을 가득 채운다!"

현대왕은 자신의 것을 재기 위해 실행할 앞으로의 방법을 하나 하나 소리내 말해주기 시작했다.

"표면장력에 이빠이 되게끔 비커에 물을 가득 채운 뒤! 내 성스럽고 커진 것을 천천히 삽입한다! 넘친 물의 양을 측정한다!"

"……."

"중요한 건 길이가 아니라 부피, 용적이다!"

"미친 놈아! 그만해!"

"푸헤헤헤헤! 이제 그 누구도 나를 막을 수 없다!"

현대왕은 진심으로 테스트 해볼 생각이었다. 하필 방송을 하는 와중에 그 짓을 하려고 하니 남고딩은 민망해서 얼굴이 붉어졌다. 성드립을 치는 것이야 뭐 방송의 재미를 살리기 위해 하는 일이었으니 의무로서 참을 수 있어도, 이건 좀 아니지 않는가!

"어디 보자… 흐읍!"

"……."

[ㅋㅋㅋㅋㅋㅋㅋㅋㅋ미친놈ㅋㅋㅋㅋㅋ]

[아 현대왕 개 미처]

[변태 새끼 ㅡㅡ]

"뭐 병신들아! 니들은 살면서 한 번도 안 재볼 것 같아? 인간의 호기심이 그렇게 우스워?"

"지금 네 꼴은 누가 봐도 우스워 병신아!"

실제로 보고 있는 건 아니었지만 그래도 하고 있다는 걸 상상하니 남고딩은 여자 친구로서 쪽팔릴 지경이었다.

"제발 그만둬!"

하지만 그 벼락 같은 소리와는 다르게 현대왕은 이미 비커에 그것을 삽입했다. 그리고는 넘치는 물을 보면서 '으헤헤…'하고는 음탕하게 소리냈다.

"거봐! 18.1cm! 어? 쓔벌 0.01cm 더 커졌다!"

"……"

"기뻐해라 은별아! 대한독립 만세! 유관순 만세!"

"…빨리 빼고 방송이나 똑바로 해 병신아!"

쪽팔려서 죽을 지경이었다. 현대왕도 하기사 계속 이런 짓을 했다간 운영자에게 방송 차단 될 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슬슬 빼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삽입된 그것을 비커에서 빼내려는데.

"어라?"

"……."

"안 빠진다."

"미, 미친…."

"으억! 꼈어!"

비커가 부수어질 듯이 꽉 껴버리는 현대왕의 그것이었고, 시청자들은 [ㅋㅋㅋㅋㅋㅋㅋㅋ] 대폭소하면서 비웃었다. 남고딩은 얼굴이 빨갛게 물들어서 소리쳤다.

"빨리 가라앉히고 빼야지!"

"으아! 은별이 널 생각했더니 가라앉지가 않고 더 부각을 보인다!"

"머, 멍청아!"

"비, 비커가 깨져버렷!"

진심으로 고자가 될 위기에 처했던 현대왕이었다. 잠시 후 '휘유'하면서 안도의 숨을 내쉬는 그였다.

"살았네. 저격 고수 생각했더니 갑자기 나아졌다."

"……."

"훗, 나란 놈은."

남고딩은 여러모로 열받는 자신을 느꼈다. 이윽고 자신에게 있는 문화상품권 한 장을 보고는 그를 호명하는 남고딩이었다.

"민국아."

"왜 그렇게 상냥하게 부르시나 은별 양반?"

"응… 내가 그래도 여자 친구인데 너한테 뭔가 선물 좀 해줘야 할 거 같아서. p2p에서 야동 보는데 포인트 많이 써서 힘들지? 문화상품권 한 장 줄게."

"헐. 갑자기 왜 그렇게 상냥하십니까? 내가 야동 보는 것도 일일히 관리하던 사람이."

"아니야, 뭐 그거 가지고 그러겠어? 그래도 너도 남자고 다 그런 거 하는 거 알아. …그러니까 한 장 줄게."

"오오? 고맙수다. 우리 은별이가 이렇게 착해질 때도 있네."

스카이 라이프로 진짜로 문상 번호를 보내는 남고딩이었고, 현대왕은 의아해하면서도 고마워했다.

"마침 야동 포인트가 두 자리 수가 되어가던 차라 절묘하게 필요하던 차인데 말이여."

"응~ 한 번밖에 안 쓴 거야. 거의 새 거니까 잘 써."

"……"

이젠 지고만 있지 않는 남고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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