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0화
강철남은 1년 동안 픽업아티스트를 전문적으로 배운 남자였다. 스무살 초에 이성과 놀고 싶던 그는 길거리에서 픽업을 하는 아티스트 인맥을 모았고 그들에게 여자란 어떤 것인가를 배워 왔었다. 그리고 실전에서 몇 번이고 여러 여자들을 낚으면서 여자들의 타입에 따라서 행동 반경을 바꾸곤 하였다.
도도한 남자를 좋아하는 여자의 경우 짐짓 시크한 척하며 행동했고, 순수한 여자 같은 경우 순수한 척 위장하여 행동했다. 그리하여 강철남은 여자를 서서히 대하는 법을 터득했고 몸을 공략하는 것이야 아주 손쉬운 일로 점찍힌 상태였다.
‘안녕하세요….’
그런 상태에서 우연찮게 파뿌리TV를 하게 되었는데, 비제이 현대왕의 소개로 만나게 된 강강, 실명 최유이를 만나게 되었다.
‘뭐 이쯤 되는 여자야.’
넷상에서 소극적으로 대화를 나누던 최유이의 모습에서 강철남은 별로 큰 매력을 느끼지 못했다. 그저 여자라면 무조건 몸을 공략하는 게 우선 순위였던 그는, 최유이를 실제로 만난다 한들 별로 예쁠 것 같다고 생각하지도 않았다. 하지만 그 확신은 산산히 조각났다.
‘안녕하세요….’
‘아, 안녕하세요.’
실제로 접하게 된 최유이는 굉장히 미인이었다. 강철남도 지금까지 픽업으로 땄던 여자들하고는 상대도 안 될 정도로 외모 레벨이 높다는 사실을 자각했다. 또한 가리려고 해도 자꾸만 부각되는 그녀의 가슴은 어찌나 눈길이 가던지 강철남의 성욕구를 간만에 크게 들끓게 만들었다.
‘한 번 저 몸을 탐닉할 수 있다면.’
강철남은 다음 타자를 최유이로 골랐다. 그리고 그런 그가 최유이에게 술 한 번 안 맥였겠는가? 어떻게든 분위기를 타서 접촉을 하려고 해보지 않았겠는가? 순수함으로 위장한 강철남에게 유이도 서서히 맘이 가는 듯싶었고, 강철남은 손쉽게 공략할 수 있을 거라 확신했다. 하지만 그건 결코 뜻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
‘아직….’
‘아직이군요. 괜찮아요. 기다릴게요.’
최유이는 강철남이 소소한 스킨쉽을 할 때마다 강하게 거부했다. 그건 일반 여자들하고는 차원이 다른 반응이었다.
단순히 튕기기 위함이 아닌, 실질적으로 정말로 거부반응을 보이는 것이라 감안할 수 있었다. 최유이에게 어떤 과거가 있는지 몰라도 강철남은 그녀가 극도의 남성혐오증이란 것을 감안했다.
때문에 그녀와 스킨쉽을 하기 위해서는 어쩜 술이 필요할 지도 모른단 생각을 하게 되었다.
‘내가 우습지? 어! 내가 우습지!!!’
‘아, 아니에요! 오해하지 마세요 유이 씨!’
‘우습구나! 어!’
{퍽!}
‘크억!’
하지만 최유이의 술버릇… 고약한 그 깡패 버릇은 그녀가 극도로 술에 취하는 순간 발휘되었다. 도무지 취한 사람처럼 보이지 않을 정도로 강렬한 동작과 더불어 선사하는 고통. 강철남은 그 순간 생각했다. 이 여자는 술을 마시게 한다고 해서 성공시킬 수 있는 여인이 아님을 말이었다.
‘지켜주면서 행동할게요.’
‘…….’
그래서 결국 강철남은 그녀를 공략하는 루트를 변경하기로 했다. 최대한 부드러운 듯 행동하면서 그녀의 마음을 활짝 열게 하기로 한 것이다. 하지만 그건 정말이지 쉽지 않은 일이었다.
남성혐오증을 몇 년 동안 달고 샀던 그녀 딴에선 손을 만지는 스킨쉽조차 시간이 지나도 거부 반응이 일었고, 지쳐가기는 슬슬 강철남도 마찬가지였다.
‘어떻게든 접근해야 하는데 말이지.’
그리고 얼마의 시간이 흘렀을까. 마침 유이의 집에 놀러갈 타이밍이 되었다. 강철남은 이번이야 말로 하나가 될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했다. 콘돔도 준비하고 그녀의 집에 당도했을 때.
‘…….’
강철남은 어느 정도 신뢰의 마음을 품은 유이에게서 실로 많은 이야기를 그때 듣게 되었다. 부모가 없는 고아로서 고아원에서 살아왔고, 우연히 재능이 있는 점을 발견하여 그것으로 이렇게 큰 집을 장만했다.
돈도 굉장히 많다는 사실을 굳이 언급하지 않았지만, 몰래 훔쳐본 그녀의 통장에는 0이 굉장히 많이 담겨 있었다.
‘…….’
싸움도 잘해, 외모도 좋아, 어린 나이에 일찍이 성공했고, 그저 부모가 없다는 것을 제외하면 모든 점에서 탁월한 그녀였다. 때문에 강철남은 그녀를 더욱더 정복하고 싶었다. 하지만 그 정복 욕구와 더불어 떠오른 또 다른 감정이 있었다. 그렇다. 열등감.
‘씨발 난 이러고 사는데.’
노력을 지지리 안한 자신은 탓하지도 않고, 강철남은 유이를 미워했다. 픽업아티스트로서 공략해야 하는 상대임에도 불구하고 마치 자신의 거울처럼 느껴져서 자꾸만 자기 혐오에 빠지게 되었다.
겉으로 보기에는 강철남은 평범한 훈남으로서, 지나치는 여자들에게 일정 호감은 가질 수 있는 남자였다. 하지만 그가 가진 건 고작 그것뿐이었다.
‘…….’
겉으론 인간과 친해질 수 없고, 늘 외로움만 담고 있고, 환경도 불안정적이었던 유이는 가진 게 생각 이상으로 많았다. 결국 그것을 참지 못한 강철남은 얼마지 않아 유이에게 화를 풀게 된 것이다.
‘당신처럼 잘난 여자가!’
물론 유이는 그때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아니, 못했다. 그때 그녀의 눈동자는 마치 그런 이야기를 몇 번이고 들어온 듯 이제 익숙하다는 듯한 모습이었다. 다만 상대가 상대였던 것인지… 많이 씁쓸해 보였다.
‘내가 멍청했어!’
그리고 한 달이 흘렀을까. 강철남은 자신의 과오를 깨달았다. 어디까지나 픽업으로서 접근했건만 자기혐오에 빠져서 그만 일을 망쳐버린 것이다.
‘그 정도 여자면 오로지 나만 볼 테고 심지어 돈도 많은 여잔데! 충분히 이용할 가치가 있는데 말이야!’
강철남은 너무 큰 실수로 말미암아 더 이상 유이가 자신에게 호감을 안 가질까 걱정되었다. 물론 그 걱정이 진심으로 유이의 감정을 감안하고 하는 걱정은 아니었다. 그는 이번엔 완연히 철저하게 픽업을 진행해보자고 마음먹었다. 유이의 마음이 아직 자신에게로 겨냥되어 있다면 기회는 충분히 있을 것이었다.
‘하하하하하!’
그리고 강철남은 이내 웃음 짓게 되었다. 그 일 이후로 연락을 해도 반응이 없고, 답장조차 없던 유이가 마침내 자신에게 어느 정도 감정은 가지고 있단 사실을 짐작하게 된 것이다. 그건 파뿌리 TV 업체에서 스폰 일로 조우하게 되는 순간 완연히 확신하게 되었다.
‘김은주에게 말 안하길 잘했어.’
만일 스폰서 김은주에게 헤어졌단 소식을 전했거나, 유이 씨에게 자신도 온다는 사실을 알리지 마라 라는 말을 하지 않았더라면, 이렇게 확신하기도 어려웠겠지. 그렇게 강철남은 다시 한 번 최유이 공략을 시도하려던 것이었다.
* *
“…….”
세상이란 게 원래 이렇다. 남편의 돈을 노리고 현모양처인 척 접근해 돈만 진탕 숨긴 뒤 도주하는 아내가 있거나, 실은 양다리를 걸치고 있으면서 아닌 척 뻔뻔스럽게 구는 남녀들도 존재한다.
편의점 카운터에서 음식을 계산했던 친절한 아저씨가 살인마인 경우도 있고 말이었다. 물론 그와 마찬가지로 세상엔 착하고 현명한 사람도 넘쳤지만, 그런 나쁜 사람도 있다는 걸 유이는 너무나도 몰랐던 것이다.
‘이 자식….’
강철남의 시선이 잠시나마 민국의 수중으로 향했다. 민국의 수중에는 막 사용한 흔적이 있는 휴대폰의 이어폰이 있었다. 이미 녹음했던 내용을 다 들었음을 확신했다. 강철남은 어떻게든 기회를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유이 씨, 그러니까 제 말 들어봐요. 그런 게 아니라….”
“…….”
강철남은 따뜻하게 유이에게로 손을 내밀었다. 허나 그 손이 닿을락말락하는 순간 유이는 흠칫하면서 몸을 뒤로 물렸다. 결과적으로 강철남은 허공을 만진 게 된 셈이었다.
“…….”
“…….”
유이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그저 충격에 잠긴 여인으로서, 잠시 고개를 들어 강철남을 바라보다가 곧 시선을 어디 두어야 할지 모르겠다는 듯 좌우로 고개를 왔다갔다 돌렸다.
“…….”
얼마지 않아 그녀가 완전히 몸을 돌렸고, 강철남은 ‘유이 씨!’하면서 침착하게 소리쳤지만 이미 늦은 뒤였다. 유이는 흔적도 없이 건물 밖으로 도망쳤고, 홀로 남게 된 강철남은 짐짓 막연한 표정을 짓다가 곧 진심을 드러낸 얼굴로 민국을 노려보았다.
“흠흠.”
민국은 팔짱을 끼고 있다가 천천히 그에게로 다가갔다. 좋지 못한 상황이라지만 결과적으로 유이에게는 좋은 결과였다. 옆을 비껴 지나가면서 민국은 강철남의 어깨를 툭툭 두드렸다.
“가능하면 이제부턴 네 얼굴 보는 일 없으면 좋겠다.”
“…….”
“사람 마음이나 가지고 노는 한심한 자식.”
이번엔 민국도 진심으로 일갈했다. 강철남은 더 이상 못 참겠는지 몸을 홱 돌려 민국을 한 대 치려고 했다. 체면이고 뭐고 이제 신경 쓸 생각이 없었던 것이다.
“낄낄낄낄!”
하지만 민국은 비웃으면서 어느새 후다닥 건물 밖으로 줄행랑을 치고 있었다. 강철남은 잡으려고 쫓아갔지만, 서민국은 ‘여기 택시요!’하면서 근처 택시를 잡은 다음에 바로 뺑하고 사라졌다.
“으아아아아아!”
강철남의 분노 어린 소리만이 길거리에서 들려오고 있었다.
*
‘스폰은 미루는 게 좋으려나.’
오늘 계약하는 게 낫겠지만 아직 시간이 많이 남았기에 날짜를 늦추려면 늦출 수 있었다. 민국은 휴대폰을 만지작거리면서 잠시 동안 고민했다. 그러다가 이내 차창 쪽을 돌아보았다가 유이가 거리를 거닐고 있는 것을 보게 되었다.
‘흐음.’
어차피 택시에 탑승한 이유도 강철남을 놀리고 도망가기 위함이었다. 계속 타고 있을 필요는 없었다. 민국은 뒤로 고개를 돌려 강철남이 있는지 확인을 하고, 없다는 것을 감지한 뒤 택시 아저씨에게 말했다.
“아저씨, 한 명만 더 태워도 될까요?”
“예, 그러십쇼.”
“고맙습니다. 유이 씨!”
민국은 차창을 내려서 길을 거니는 유이를 불렀다. 막연히 고개를 내리고 거리를 거닐던 유이는 익숙한 그 목소리에 고개를 선선히 들었다.
“여기 타세요!”
“…….”
민국은 더도 말고 그렇게 소리쳤다. 지금 암만 드립을 쳐봤자 유이 입장에서 달가울 리 없었다. 허나 유이는 그쪽으로 갈 기력도 없었는지 그저 말없이 서 있었다. 민국이 혀를 내두르다가 아저씨에게 말했다.
“잠시 내릴게요 아저씨.”
그리고 차문을 연 다음에 유이에게로 후다닥 달려간 민국이었다. 인도에 있는 그녀의 손목을 붙잡는 민국이었다. 유이가 그 순간 흠칫! 하고는 손을 강하게 내쳤다. 민국이 다시 그녀를 돌아보았다.
“…….”
유이의 손이 부들부들 떨리고 있었다. 배신을 당했단 사실에 분노했기 때문일까? 아니면 믿었던 사람에게 실망했기 때문일까? 확실한 건, 천하의 민국조차 생소하다 싶을 정도로 유이가 두렵게 떨고 있던 것이다.
“쩝.”
민국은 하는 수 없다는 듯 택시 아저씨에게로 향했다.
“여기 차비요. 여기서 멈출게요.”
“그러슈. 여기 거스름돈이유.”
“감사합니다. 수고하세요.”
그리고 택시 아저씨를 보낸 뒤 민국은 다시금 인도의 유이에게로 향했다. 강철남이 혹시나 쫓아오지 않을까 재차 확인한 민국이 근처 커피숍을 둘러보다가 말했다.
“저기로 가죠.”
“…….”
“여기 있으면 감기 걸립니다 유이 씨. 안 그래도 산산한 가을이지 않습니까.”
그리고 민국은 유이를 재촉해서 가까스로 그녀를 커피숍으로 향하게 하였다. 물론 손끝도 대지 않았다. 그녀의 남성혐오증이 전보다 더욱 극도로 강해지고 있던 것이었다.
‘뭐, 나도 강철남이 그런 놈일 줄은 꿈에도 몰랐던 지라 나름 충격이었으니까.’
천하의 서민국도 몰랐다면 답이 나온 것이었다. 강철남이 정말이지 꽁꽁 숨긴 것이다. 다른 사람들은 완전히 모르도록.
‘와. 그렇게 생각하니까 은별이가 이상하다고 했던 게 대단한 거네? 훗, 만날 잡혀 살아야겠군.’
절대로 강은별 곁에서 바람은 필 수도 없겠다고 생각하면서 바로 포기하는 민국이었다. 물론 바람을 포기한다고 했지 하렘을 포기한다고 한 적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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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쓰면서 한 가지 실수한 게...
강철남에 대한 복선을 강은별 직관력 관련된 거로 적당히 깔아두었어야 하는데
실수했네요 ㅜㅜ 으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