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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의 표본-113화 (113/369)

113화

은별은 도도하게 팔짱을 끼며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한숨을 푹 쉬고는 대뜸 이렇게 얘기하는 것이었다.

"이승기가 부릅니다. 우리 헤어지자."

"이 여자가 항상 배드엔딩으로 가는 루트로 앞서가."

"그럼 넌 왜 자꾸 H씬 루트로 넘어가려고 하는데? 내 몸이 좋아서 사귀는 거야 내가 좋아서 사귀는 거야?"

애인이 있었다면 이런 말을 다들 많이 들었을 것이다. '오빠, 내 몸이 좋아서 사귀는 거야 내가 좋아서 사귀는 거야?' 이것은 애인이 자기 남친이 정말로 자신을 사랑하는가에 대한 신뢰도를 얻고 싶은 맘에 질문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 질문에 남자들은 진실로 난감해 한다.

이럴 때 과연 무슨 대답을 해야 할까? 서민국은 그에 대한 대답을 알고 있었다.

"너의 빈유 같은 몸을 사랑한다!"

"꺼져! 갈래!"

"브라운아이드소울이 부릅니다 가지마 가지마!"

어이가 없어서 곧장 집으로 가려는 은별을 붙잡는 민국이었다. 바짓가랑이를 붙잡고 늘어지는 모습에 씩씩거리던 은별이 말했다.

"아무튼! 오늘은 너랑 그런 거 할 생각 없으니까 얼른 치고 나와!"

"으어어, 내 야동 하드 파일을 다 삭제시켜놓고 그런 소리가 나오는가…."

"…그, 그건!"

은별이 순간적으로 당황한 듯 머뭇거렸다.

"…여자 친구가 있는데 그런 거나 보니까 그렇지!"

"여자 친구가 그런 걸 대신 해준다면 몰라도 안 해주면서 안 보게 하는 건 남자로서 감옥에 갇혀 만두나 먹으라는 소리 아닌가!"

올드보이의 만두 느낌이 강렬히 느껴지는 소리였다. 하지만 까놓고 보면 민국의 말은 전혀 틀린 게 없었다. 여자 친구가 있으니 야동은 보지 않겠다만, 여자 친구가 행위에도 참여해주지 않겠다니. 그럼 민국은 무엇을 보고 무엇을 상상하며 딸을 쳐야 한단 말인가.

잠시 뜸을 들이던 은별이 자기에게 유리한 소리가 떠올랐는지 중얼거렸다.

"그래봤자 또 컴퓨터에 야동 파일 있을 거 아냐?"

"……."

민국은 부정할 생각도 못하고 잠시 침묵하였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언제 그랬냐는 듯 태연한 표정으로 말했다.

"내가 너를 놔두고 왜 야동을 보겠는가."

"개소리하네."

"좋아! 솔직히 말해주지! 서양 야동을 봐도 몸매만 야동 속 여자일 뿐 얼굴은 네가 떠올라! 그 육덕한 가슴이 출렁거릴 때마다 네가 그 여자였으면 하고 기도를 해!"

"미친 놈아!"

"으헝헝, 어쨌든 저 좀 도와주십시오 낭자. 야동도 못 보고 행위도 안해주고 그럼 전 뭘 해야 한단 말입니까…."

"……."

울먹임이 약간이나마 서린(의도 된) 목소리에 은별은 입을 다물었다. 일시적으로 그녀도 자신이 어느 정도 잘못한 짓이란 걸 자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야동을 보게 하기는 싫고 내 몸도 함부로 허락해주고 싶지는 않은데….'

이미 한 번 행위를 했던 은별이라지만, 그렇다고 해도 여자는 여자였다. 남자에게 단순히 자기 몸만 내주는 그런 장난감 같은 여자는 되고 싶지 않았다.

가능한 한 민국에게 여자 친구로서 특별한 대우를 받고 싶었다. 허나! 그렇다고 하여 민국이 야동을 볼 수 있는 권한까지 빼앗을 자격은 없었다.

여자 친구로서 심히 기분이 나쁘다고 할 지 언 정 말이었다.

'…그래도.'

어쩔 수 없겠단 생각이 들었다. 이번엔 은별이 한 발 뒤로 양보해야 할 것 같았다.

"몸은 내주지 못하지만… 입으로 해주는 건 할 수 있어."

"……."

"그거라도 돼?"

상당한 부끄러움이 서린 음성에 민국은 고개를 올렸다. 바짓가랑이를 붙잡고 있던 민국은 언제 울상이었냐는 듯, 눈빛과 입술에 슬그머니 음탕한 웃음이 꽃피우기 시작했다.

"으헤헤헤헤헤."

"……."

"해주랑깨! 빨리 해주랑깨!"

"……."

참 은밀해질 수 있는 분위기를 엉터리로 만드는 재주가 있는 민국이었다. 은별은 또다시 한숨이 나오는 것을 참으면서 안방으로 향했다.

거실에서 이런 행위를 하는 건 역시나 좀 뭐했다. 침대가 있는 곳에서 하는 게 그나마 낫지 않을까? 하지만 은별은 한 편으론 고민했다.

여자란 분위기에 예민한 동물인데… 괜히 입으로 해주다가 졸지에 다 해버리지는 않을까. 아무리 절제력이 높은 자신이라도 과연 그런 분위기까지 일일히 참아갈 수 있을까 고민되었다.

"나가 드디어 입으로 쾌락을 받는다 아이가!"

"어설프게 사투리 따라하지 말고 빨리 누워… 금방 끝낼 테니까."

은별은 두 소매를 걷어 올렸다. 사실 그녀가 입으로 행위를 한다는 건 처음 있는 일이었다.

애초에 민국과 한 것도 처음으로 했던 것이었으니까. 사뭇 부끄러움이 밀려왔다. 과연 자신이 잘할 수 있을까 싶은 생각이 들었다.

이윽고 민국이 침대에 앉았다. 바지가 보이도록 앉은 그는 대놓고 가랑이 사이를 드러내면서 앉은 모습이었다.

아직 벗지 않아서 다행이지 무릎을 꿇고 앉아있는 은별은 조금 민망했다.

'동요하지마! 동요하면 안 돼…. 오히려 그랬다간 입장이 역전될 지도 몰라!'

절대로 현재의 위치를 놓치지 않겠다고 작정하며 은별은 민국의 바지를 보았다. 그러다가 바지를 내리지 않는 민국의 모습에 새침한 목소리로 물었다.

"…뭐해? 왜 바지 안 내려?"

"음? 벗겨줘야지요 낭자."

"……."

"야동에서 봤는데 그런 것도 모르오?"

은별은 어이가 없어서 입을 열었다.

"내가 왜 바지를 벗겨줘? 빨랑 벗기나 해."

"서비스직은 손님이 원하는데로 해주는 게 인지상정이건만! 사장 누구야! 사장 나오라고 해!"

"간다."

"잠시만요 제가 그냥 벗을게요."

자리에서 일어나 거실로 향하는 은별의 모습에 곧장 침대에서 일어나는 민국이었다. 능수능란하게 바지를 벗은 뒤 팬티 차림으로 침대에 폴싹 앉는다.

은별은 민국의 그런 팬티 차림을 한 번 보는 게 아니었지만, 그때처럼 밤인 상태가 아니었기 때문인지 상당한 민망함이 몰려왔다. 이윽고 다시금 아까 전 자리로 돌아와 침대에 앉아있는 민국의 팬티 쪽을 쳐다보는 은별이었다.

"……."

이러고 있으니 더 민망함이 몰려온다. 은별은 저도 모르게 더듬거리면서 말했다.

"부, 불 끌래."

"어, 왜?"

"몰라! 불 끌거야."

"나는 은별이가 귀여운 얼굴로 내꺼를 xx하는 모습을 원했는데."

"시끄러워…! 그리고 괜히 xx라고 하지 말아줄래? 오히려 그런 식으로 가려서 말하니까 더 야하게 들리잖아!"

민국이 고개를 끄덕였고 은별이 전등 불을 끈 뒤에 다시금 자리로 돌아와 앉았다. 이로써 은별은 이제 피할 자리가 없었다.

'…불을 껐는데도 날이 아직 오전이라 그런지 밝아!'

민국의 선명한 팬티 차림이 보인다. 어떻게든 민망함을 가려보기 위해 불을 끄는 수단을 사용해봤지만 역시 무리였다. 왠지 오늘따라 타이밍과 분위기가 은별이를 도와주지 않는 느낌이었다.

"기대된다 크헤헤헤헤."

"……."

그리고 민국은 잔뜩 기대하고 있는 상태였고, 이제 와서 관둔다고 하면 괜히 은별이가 치사한 여자가 될 것 같았다. 은별이는 자존심이 굳세기 때문에 그런 건 결코 용납할 수 없었다. 이윽고 은별이가 천천히 팬티 쪽으로 두 손을 뻗었다. 그것을 떨리는 손길로 차츰 잡은 다음에, 말을 잇는 그녀였다.

"엉덩이… 조금 올려."

"왜?"

"팬티 내리게 바보야!"

버럭 소리를 지르자 민국이 천천히 침대에서 엉덩이를 일으켰다. 어중간한 기마자세처럼 일으킨 상태에서 은별은 눈을 찔끔 감으려다가 말다가를 애를 쓰면서 천천히 팬티를 벗기기 시작했다.

'떨면 안 돼…!'

벌벌 떨리는 손의 떨림을 애써 멈추면서 은별은 천천히 팬티를 내리기 시작했다. 일단 골반을 지나자마자 은별은 고개를 홱 돌리게 되었다. 그리고 애써 손을 움직이면서 골반에서 허벅지로… 허벅지에서 정강이로… 차츰 차츰 내려가는 시간은 생각보다 짧았지만, 그래도 은별이의 입장에선 1초가 한 시간 같은 기분이었다.

이윽고 땀을 찔끔찔끔 흘리며 눈을 감고 그것을 발목까지 벗겨낸 은별이었다.

"왜 그러시오 낭자? 눈을 뜨시오. 전생에 심청이었소?"

"……."

민국의 반쯤 무시하는 듯한, 혹은 재촉하는 듯한 소리에 은별이 고개를 그의 팬티가 있던 쪽으로 슬그머니 돌렸다. 그리고 찔끔 찔끔… 눈을 뜨다가 감다가를 반복하면서 앞에 있는 것을 확인한다.

'…존슨!'

은별은 속으로 저도 모르게 그런 생각을 해버리고 말았다. 순간 자신의 음란한 충동에 은별은 입에 손을 갖다대면서 놀라는 표정을 지었다. 그 표정에서 속내를 읽었다는 듯 민국이 자신만만하게 가슴을 피며 말했다.

"이것이 내 용사의 검."

"…시끄러."

민국은 침대에 두 손을 놓고 허리를 느슨하게 풀면서 천장을 보았다.

“아, 곧추 석이네.”

“…….”

“곧추 석. 훗, 멋진 이름이지.”

민국의 너스레 떠는 장난에 은별은 천천히 손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꿈틀꿈틀…. 지렁이의 아주 소소한 움직임처럼 경련하듯 앞으로 나아가는 은별의 손. 이윽고 그 손아귀가 민국의 가랑이 쪽으로 서서히 다가가고 있다.

은별은 검은 정글과 더불어 그 아래에 풀이 죽어 있는 코끼리 한 마리를 정답게 쓰다듬기 위해 앞으로 나아가고 있었다.

‘으… 으으…!’

지지 마라 은별! 주도권을 놓치면 모든 게 끝이다! 그러한 생각 하에 은별은 마침내 손아귀로 그 코끼리의 살감이 닿을 수 있는 근처까지 다다랐다. 그리고 얼마지 않아 그녀의 손가락 한 마디가 코끼리의 살길에 닿는 찰나였을까!

“엇.”

“…….”

은별은 민국의 묘한 신음을 들을 수 있었다. 은근슬쩍 터치하는 그 손길에서 느껴진 순간의 촉감은 민국의 죽어 있던 코끼리를 올리기에 충분했다. 이윽고 서서히 한 차례 꿈틀거리면서 위로 올라가다가 아래로 내려가는 민국의 코끼리. 하지만 아까 전보다 코끼리는 커져 있었다.

“왜, 왜 커지고 난리야…?”

“으으, 너의 손길에서 매력을 느꼈어.”

“…….”

“그것은 성욕.”

이 상황에서도 드립 하나는 찰지게 치는 민국이었다. 은별은 서서히 부풀어 오르듯 커지는 민국의 그것을 상당히 붉은 얼굴로 어쩔 줄 몰라하면서 쳐다보았다. 하지만 지지 않고 싶다는 마음과 함께 몸속의 내부 어딘가에서 묘한 것이 끓어오르는 것을 느낀 은별. 분위기에 따라 자기도 모르게 손이 그의 사타구니 중심부에 닿았다.

“으어엇.”

“…….”

“엇, 그래. 거기야. 거길 쓰다듬어줘. 그치, 잘하고 있어.”

“…손만 갖다 댔을 뿐인데 무슨 소리야?”

“사실 조련하듯이 해보고 싶은 게 내 꿈이었거든.”

은별은 부끄러운 얼굴로 웃음 짓는 민국을 쳐다보다가 다시금 손을 갖다댄 사타구니를 보았다. 사타구니는 타인의 손바닥 때문인지, 아니면 그것이 은별의 손 탓인지 이유는 몰라도 계속해서 커지고 있었다. …확실히 18cm가 맞는지 일정 수치에서 남들보다 커지는 속도가 더 길었다.

‘자, 잠깐… 너무 커지잖아!’

은별은 기겁했다.

‘설마… 이런 게 그때 내 안에 들어왔단 말이야…?’

심히 믿을 수 없는 일이었다. 아무리 딜도를 이용해서 자신의 구멍을 확인해본 적은 있다지만… 그래도 이 크기는 너무하지 않은가! 어느 순간 모세밤나무처럼 우람한 크기를 자랑하듯 변모한 사타구니를 올려다보며 은별은 얼이 빠져버렸다. 민국은 그런 은별의 모습에 팔짱을 끼며 말했다.

“감탄스러운가?”

“…….”

“빨아라. 이게 너와 나의 눈높이다.”

“후우… 이거 끝나면 넌 진짜 맞을 줄 알아.”

흥분을 애써 가라앉히며, 은별은 일단 커졌겠다, 서서히 그것을 입으로 삼켜야 할 준비를 해야만 했다. 최대한 턱이 안 아프게 들어갈 수 있는지, 입을 벌리고 닫고를 반복하면서 확인해보는 은별이었다.

‘잘 되어야 할 텐데….’

걱정이 태산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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