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9화
<하, 하, 하, 하렘파티!!!!>
“…….”
“자고로 흑마법이란 무언가를 주는 대신 대가를 꼭 받아야 하는 마법이다. 하지만 그 대가가 비록 큰 것은 아니니 등가교환의 법칙에 어울린다고 할 수는 없지.”
“…….”
“그렇기 때문에 내가 그 이상의 대가를 받아야 하는 것이 지당하겠지만 그러지는 않겠다. 애초에 그럴 거였으면 너에게 첫 번째 조건을 달 때부터 그런 식으로 행동해야 했거든.”
“으음….”
어디선가 들려오는 소리에 은별은 정신사납다는 듯 신음하며 뒤척였다. 그런 은별의 신음을 들은 것일까. 어린 티가 적지 않게 나는 목소리의 주인이 물음을 던졌다.
“깨어났나?”
“어, 누구… 으음…”
눈이 쉽게 떠지지 않는지 몇 번이고 비비적거리는 은별이었다. 이윽고 피로한 눈을 간신히 떠 보인 그녀. 그러자 눈앞에 보인 것은 발목까지 내려오는 블랙코트의 소녀였다.
“어라…?”
“처음 뵈는군. 츤고딩.”
“…….”
은별은 숨이 막히는 줄 알았다. 처음 보는 어린 여자애가 대뜸 자신의 파뿌리TV 닉네임을 알고 있었으니 말이다. 잠시 침묵하던 은별은 돌연 뒷머리가 찌릿찌릿한 걸 느꼈다.
“아읏! …뭐지? 내가 왜 여기….”
‘분명 난….’하면서 자기 손바닥을 보는 은별이었다. 머지않아 기억이 돌아왔는지 그녀의 눈이 서서히 커지기 시작했다. 블랙코트의 소녀, 흑마법사가 등이 보이게끔 몸을 돌리며 말했다.
“너에게 일어난 일은 모두 실제로 일어난 일이다. 갑작스런 사고도, 굴러 떨어진 차도 말이지.”
“…….”
“그리고 너의 죽음도.”
은별은 가슴이 쿵쾅 격하게 뛰는 걸 느꼈다. 확실히 흑마법사의 말대로, 자신의 기억을 토대로 돌이켜볼 때 자신은 분명 죽었었다. 삽시간에 떨어진 차 안에서 순식간에 말이었다.
“…츤고딩이라 부르지 말아주실래요?”
은별은 일단 그것부터 따졌다.
“그리고… 어떻게 제 비제이 닉네임을 아는지도 모르겠고 당신은 누구죠? 그리고 왜 제가 서민국 방에 있는 거예요?”
궁금한 질문은 전부 해보는 은별이었다. 만일 자신이 죽은 게 확실하다면 여기 있는 것도 의문이었고, 살아 있는 것도 의문이었다. 또한 어떻게 자기 비제이 닉네임을 아는지도!
“그거야 내가 현대왕 팬이니까 그렇지.”
“…뭐라고요?”
“네가 항상 현대왕의 성드립에 부들부들 떠는 걸 보면서 재밌어하거든. 고로 난 너의 팬이기도 해. 영광스러워해라.”
“여, 영광은 무슨! 빨리 이야기나 해봐요…. 당신이 누군데요?”
흑마법사의 소녀는 딱 봐도 은별보다 어려 보였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녀에게는 뭔가 함부로 대해서는 안 되는 분위기를 풍기고 있었다. 그래서 은별은 경계는 하되 도발은 하지 않았다. 이윽고 흑마법사가 몸을 돌려 다시 은별을 쳐다보았다. 그리고는 대뜸 이렇게 말하는 것이었다.
“널 살려준 사람.”
“…….”
“그리고 흑마법사이기도 하지.”
“!”
흑마법사! 민국과 함께 마음의 소리를 듣게 되었던 그 날, 민국이 말하길 그 기적 같은 현상은 자신이 아는 흑마법사에게서 얻은 약 때문이라고 했었다.
‘진짜… 그 흑마법사란 말이야?’
“나이가 어려 보여서 놀랐나? 이래 보여도 할머니야.”
“…….”
“넌 기껏 한 번 경험했지만 난 이미 고수의 경지에 도달했지. 으억 어억, 어억 …뜨거워! 넣은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싸버리다니….”
“뭐 뭐… 뭐예요?! 그걸 어떻게 당신이…!”
“내 약에는 도청기가 달려 있지.”
“뭐 그런 막장스러운!”
“원래 자신의 상식에서 어긋나면 전부 막장으로 보이는 게 현실 아닌가?”
왠지 부정하기 어려운 논리였다. 이윽고 흑마법사가 은별을 지나 옆에 있는 다른 사람들의 볼을 톡톡 건드리기 시작했다. 먼저 흑마법사의 손짓을 받게 된 서라가 ‘으음….’하면서 눈을 슬그머니 뜨기 시작했다. 은별은 그제야 옆에도 사람이 있었다는 걸 알게 되었다.
“서라야….”
“으음… 난데요, 김치 고레요…. 배가 불러서 더 이상 아기는 못 낫겠어효….”
“…….”
그런 뜬금없는 사고에 크게 다쳤던 서라의 모습. 죽기 직전 은별이 보았던 그녀의 모습에 돌연 눈물을 흘리려던 은별이었다. 하지만 잠결에 중얼거리는 서라의 대사가 참으로 그 감동을 사라지게 만들었다. 이윽고 서라가 아까 전 은별과 마찬가지로 똑같이 눈을 비비며 상체를 일으켰다.
이내 옆에 있는 은별의 기척을 확인하더니 소리쳤다.
“으앗! 여긴 혹시 천국인가여?”
“…….”
“아님 드래곤볼에서 나오는 그 구름 위? 난데요! 근데 우째서 천국이 온니쨩 집이져? 개, 개충격….”
‘이게 진짜 죽을 뻔한 애 맞나.’싶은 얼굴로 쳐다보던 은별이었다. 흑마법사가 서라가 깨어나자 양팔에 손을 얹고 말했다.
“깨어났군.”
“읭? 누규신지….”
“콩딱지. 너의 팬이다.”
“허억!”
자신의 파뿌리 TV 닉네임을 알고 있자 서라는 크게 놀라는 모습이었다. 어떻게 그 닉네임을 알고 있는가, 의문을 갖자니 은별은 흑마법사를 가늘게 뜬 눈으로 쳐다보았다.
‘뭐만하면 다 팬이라네…. 그냥 사기꾼 아니야?’
하지만 사기로 치부하기에는 떠오르는 기억들에 개연성이 없었다.
“으….”
이윽고 서라의 옆자리에 있던 예나도 악몽을 꾼 듯한 인상으로 서서히 뒤척이기 시작했다. 그녀는 식은땀을 뻘뻘 흘린 상태였는데, 얼마지 않아 눈을 비비적거리며 일어나는 모습이었다.
“어…?”
“…….”
물론 그녀도 마찬가지로, 처음에 일어났던 은별처럼 어안이 벙벙한 표정이었다. 주위를 두리번두리번거리던 예나의 시선도 흑마법사에게로 돌아갔다.
“안녕. 차인 여자.”
“…….”
흑마법사는 모든 걸 알고 있었다. 이윽고 다음 타자인 유이. 맨 구석진 곳에 누워 있었다. 분명 볼을 콕콕 찔러 깨우긴 했으나 쉽사리 일어나지 않는 모습. 하는 수 없이 흑마법사가 근처까지 다가가 다시 한 번 손을 움직이려던 찰나였다. 휘익! 퍼억!
“……!”
“흐흠.”
자고 있는 척 휘두른 유이의 날카로운 발차기였다. 하지만 그 발차기를 고작 손을 움직이는 것만으로 간단하게 막아버리는 흑마법사였다. 그 놀라운 광경에 서라는 희열을 참지 못하고 터트렸다.
“유이 언니찡의 슴가 블레이드를 막았어!”
“…….”
이윽고 유이가 천천히 다리를 회수하고는 상체를 일으켰다. 그녀 역시도 흑마법사에게 상당히 경계심이 가득한 표정이었다. 흑마법사는 그렇게 일어나 자리에 앉은 네 여자를 둘러보았다. 허리에 양손을 얹고 내려다보던 그녀가 이윽고 입을 열었다.
“다 일어났군.”
“…….”
“부활한 거 축하하지.”
이제 다시 대화를 할 수 있겠다 싶어 은별이 ‘잠깐만요.’하고 운을 띄었다.
“…흑마법사라고 하셨죠? 저는 민국에게 당신 이야기를 어느 정도 들어서 알고 있어요.”
“…….”
은별의 말에서 ‘민국’이란 단어가 귀에 박히는 예나였다. 돌연 머리가 아파왔고, 예나는 죽기 직전 민국에게 했던 마지막 말을 떠올렸다. 그와 동시에 자신이 현재 살아서, 아무런 상처도 없이 무사히 있다는 것이 믿기지 않았다.
“그래서?”
“당신이 우릴 살린 건가요?”
은별의 직관력은 여기서도 여전했다. 나머지 세 사람의 시선이 일제히 흑마법사에게로 향했다. 블랙코트를 치렁치렁 달고 있는 흑마법사는 ‘흐흠’하고 말했다.
“그건 맞지. 내가 흑마법을 부려 너희들을 살려냈다.”
“흐, 흑마법잼…?”
서라는 눈을 껌뻑이면서 이해 못한 모양이었다. 당연했다. 은별을 제외한 나머지 세 사람은 흑마법이란 것을 책에서만 봤을 뿐 실제로 접해본 적이 없었다. 은별은 그나마 민국을 통해 신기한 현상을 경험했기에 그것을 어느 정도 납득하고 받아들일 수 있었다.
“너희들은 서민국이 운전하는 차에서 죽었어. 어떤 화물차 아저씨가 졸음을 못 참고 운전을 하다가 그만 사고를 내버렸지. 절벽으로 몇 바퀴 굴러 떨어지면서 하나 둘 즉사했다.”
“…….”
“죽은 사람 순서대로 얘기해주자면 일단 강은별, 그리고 최유이. 그 다음이 강서라….”
“…하지 마요! 그런 이야기는 안 해도 되니까.”
은별은 죽기 직전의 공포가 다시 되살아나는지 그렇게 소리쳤다. 이윽고 흑마법사가 그런 은별을 보다가 입을 다물었다. 잠시 뜸을 들이던 흑마법사가 이내 말을 이어갔다.
“마지막엔 서민국이 죽을 뻔했지.”
“…….”
“하지만 그들이 너희를 살렸다.”
“…….”
“내게 연락을 해서.”
민국은 필사적으로 살리기 위해 노력했다. 비에 젖은 휴대폰을 어떻게든 이용해서 119에 신고하려고 했다. 하지만 현실을 돌이켜볼 때, 이미 다들 사고로 인해 중대한 부상이나 숨을 거두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그와 동시에 민국은 현실적인 방법으론 더 이상 그녀들을 살릴 수 없다고 생각했다.
“…….”
바들바들 손이 떨리던 끝에, 그는 한 가지 확고한 결심을 하게 된다.
“그가 말하더군. 너희들을 살리는 흑마법을 걸고 싶다고. 제발 부탁한다고.”
“…….”
“아주 처절했어. 내가 보기엔 너희들 네 명을 모두 다 좋아하는 것 같아. 그렇게 목숨까지 받쳐가면서 말이야.”
네 명이란 말에 예나는 가슴이 짜릿한 걸 느꼈다.
“목숨…?”
은별이 불안한 목소리로 그리 중얼거렸다. 유독 그 단어가 신경에 거슬리는 모양이었다. 흑마법사가 ‘흐음’하면서 말했다.
“그래, 목숨이지. 그것도 아주 큰 목숨.”
“…….”
“민국은 그 목숨을 버리기로 결심했어. 그리고 너희들을 살려냈다.”
은별은 순간 얼이 빠진 표정을 지었다. 서라는 이 역시도 도무지 이해하지 못했다. 흑마법사의 말대로라면 요컨대, 민국이 결국엔 자기 목숨을 희생해서 자기네들을 살렸다는 거 아닌가?
“생명의 가치는 그만큼 고귀하지. 하지만 흑마법은 다른 마법보다 더 많은 것을 이룰 수 있는 대신 항상 대가를 가지고 와. 민국은 그걸 각오하고 너희들을 살린 거다.”
“거짓말…! 거짓말 하지 마요…!!!”
은별이 악에 질려서 소리쳤다. 그 윽박 같은 소리에 서라와 예나, 유이의 고개가 일제히 은별에게로 돌아갔다. 은별은 고개를 숙이고 어떻게든 울음을 참기 위해 표정을 굳혔다. 하지만 쉽지가 않았다.
“서민국이… 그 바보 변태 자식이… 이기적이고 못된 면도 있지만….”
“…….”
“그래도… 그렇게 희생을 하면서까지… 흐윽! 바보야…!”
기어코 참지 못하고 울음을 터트리는 은별이었다. 그제야 서서히 현실을 자각하기 시작했는지, 서라도 조금씩 떨기 시작하는 모습이었다. 예나는 아직 이 상황이 와닿지 않는 모양인지 여전히 멍한 상태였다. 한참을 울던 은별이 곧 소리쳤다.
“내가 이대로 살 수 있을 거 같아…? 그렇게 희생하는 꼴까지 보면서 살아갈 거 같냐구 멍청아!”
‘네가 죽으면… 나도… 나도…!’하면서 덧붙이던 은별이었다. 그녀의 의지는 확고했다. 이런 식으로까지 목숨을 받아서 살고 싶은 생각은 없었다. 하지만 그런 은별의 처절한 행태를 내려다보던 흑마법사였을까.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겠지만, 난 서민국이 죽었다고 한 적은 없다.”
“…….”
울음 짓던 은별이었다. 그녀가 영문을 알 수 없는 소리를 들었단 얼굴로 고개를 들었다. 흑마법사가 네 사람을 일제히 둘러보았다.
“그게… 무슨 소리예요? 방금 죽었다고….”
“안 죽었는데?”
“죽었다고 분명….”
“안 죽었는데?”
“…….”
“서민국을 보여주지. 다들 일어나라.”
그리고 몸을 홱 돌려 등을 보이는 흑마법사였다. 훌ㅉ?ㄱ이던 은별은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 서서히 몸을 일으켰다. 다른 일원들도 마찬가지였다.
“아, 물론 옷은 입고.”
“…꺄악!”
“왜, 왜 벌거벗고 있는 건데요?!”
“오, 오오미 정글 숲이 보인당….”
“…….”
여전히 상황 판단을 못하던 네 사람은 전부 흑마법사의 말 한 마디에 자기 몸을 보더니 소스라치게 놀라는 모습이었다. 붉어진 얼굴로 일갈하는 은별에게 흑마법사가 태평하게 말했다.
“발가벗고 있어야 덮치기 수월하잖아.”
“…….”
이거, 서민국보다 어쩜 더 사악한 변태의 종류일 지도 모른다고 은별은 추리했다. 그러나 은별이 그렇게 추리하든 말든 흑마법사는 신경쓰지 않고 안방으로 향했다. 그러고 보니 안방문은 굳게 잠겨 있었다. 마치 그곳에서 무언가를 하고 있는 것처럼.
“여기에 서민국이 있다. 너희들처럼 엄연히 살아 있어.”
“…….”
“하지만 그는 자신의 생명을 깎아내리면서 너희들을 살린 거다. 앞으로도 그렇게 살아가야 할 거고 말이지.”
“대체 무슨 말을….”
“긴 말 필요 없다. 3초 카운터를 세라. 안을 보여주도록 하지.”
“…….”
3.
2.
1.
3초의 카운터를 세는 동안 은별은 경직된 표정이었다. 서라 역시 슬슬 현재의 상황이 실감나는지 여러모로 긴장한 모습이었다. 예나도 다소 진지해진 표정이었고, 유이는 무표정이었지만 느끼는 감정은 생소했다. 끼이익…. 이윽고 문이 열렸다.
“…….”
그러자 그 안에 드리운 것은….
“…….”
탁탁탁!
“…….”
탁탁탁!
{헉헉 김치 데쓰가! 김치 파괴 데쓰가!}{아앙! 김치 데쓰요! 김치 조으 기모찌데스요!}{으윽! 이쿠이쿠! 난데요 이쿠!}{아앙! 나카니다시떼요! 이쿠요! 양파 마늘 김치 볶음밥 기모찌요!}탁탁탁탁! 아주 찰진 소리와 함께 강렬한 사운드가 들려오고 있었다. 비록 작은 사운드였지만, 방문을 여니까 아주 확실하게 들려온다.
그 음성과 더불어 어떠한 하나의 광경을 보게 되자 마음의 준비를 하고 바라보던 네 사람은 하나같이 얼이 빠진 모습이었다.
“헉헉헉. 아주 좋아 좋아.”
“…….”
“으헤헤!”
침을 흘리면서 컴퓨터 앞에서 열심히 자위 운동을 하고 있는 민국의 모습. 확실히 18cm답게 손 하나에 전부 들어오지는 않는다. 그러나 그것과는 별개로, 민국은 네 사람이 자신을 쳐다보는 것도 모르고 열심히 딸만 치고 있을 따름이었다.
“봐라. 생명을 죽이려고 환장하고 있지?”
“…….”
"고귀한 목숨들이 저렇게 죽어나가고 있다. 꼭 우리나라 사회를 보는 것 같군."
흑마법사의 말이었다. 설마 그 생명이 그 생명이 아니라 이 생명이었단 말인가! 허무함과 동시에 부끄러움이 밀려나오는 상황! 그 상황도 모르고 마냥 야동에만 집중하던 민국이었다.
“헉헉! …크큭… 이 앙칼진 년! 맛이 어떠냐! 어억! 으윽! 나도 간다! 가버렷…!”
“…….”
“으악!”
막 절정에 달하는 지경이었다. 민국은 어디선가 느껴지는 따끔한 시선들에 고개를 돌렸다가 흠칫하고 크게 놀라는 모습이었다. 민국은 자리에서 일어나서는 휴지를 꺼내들었다.
“으아! 흑마법사느님! 일어나면 내가 말해주라 했잖아요!”
“좋은 구경은 나 혼자만 하면 섭해서 말이지.”
“으어어!”
일어난 민국 덕분에 성기가 더 적나라하게 보인다. 그것을 본 네 명의 일동 모두 각기 다른 모습을 취했다. 은별은 바들바들 떨었고….
“서…민…국…!”
“으, 은별아!”
“민국아… 아무리 그래도 이건 좀…….”
“예, 예나야…!”
“우와아…!”
서라는 손바닥으로 눈을 가리는 척하면서 감탄하고 지켜봤으며, 유이는 달려들어서 처리할까 말까 고민 중이었다. 이윽고 민국이 어쩔 줄 몰라하던 찰나, 참고 참아왔던 절정의 분노에 도달했는지 기어코 폭발해버렸다.
“으어엇! 가, 가버려…!”
“…….”
찍찍. 아주 경쾌한 소리와 함께 상당히 건강한 생명들이 허공으로 뿌려졌다. 누군가 보고 있다는 것으로 인한 흥분 때문이었을까! 보통은 책상에 닿을 만한 거리에서 멈출 정자들이, 방문 앞에 서 있는 네 사람에게로 닿을 지경이었다.
“…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이윽고 그것을 묻혀 버리는 은별과 서라, 예나였고. 유이는 아주 깔끔하게 그것들을 피해낸 다음에 민국에게로 달려가 바로 이단옆차기를 휘날렸다. 퍼억!
“쿠억!”
그리고 배를 잡고 꿈틀꿈틀거리며 기절하는 민국. 그래도 사정한 게 어지간히 좋았는지 기절한 와중에 ‘기, 기모찌….’하면서 웃음 지을 따름이었다. 그런 민국을 막연히 ‘…….’내려다 보는 유이였다.
“봤겠지? 생명의 대가.”
“…….”
“이게 바로 흑마법의 조건이다.”
묻은 정액들을 닦아내던 은별이었다. 옆에 있는 흑마법사를 새침하게 바라보던 은별이 물었다.
“그게 무슨 생명의 대가라는 거죠? …설마 자, 자……위를 하는 게 우리가 살 수 있는 조건이란 건 아니겠죠?”
“그건 아니다.”
고개를 도리도리 젓는 흑마법사였다.
“그것보다 더 악랄한 거지.”
“…….”
“너희들은 말 그대로 새 생명을 얻은 거다. 전보다 더 좋은 몸을 가꿀 수 있고, 더 아름다워질 수 있지. 나이가 아무리 들어도 너희들의 생기는 그대로 유지될 거다. 젊음도, 아름다움도. 하지만 그것을 유지하고 너희들이 계속 살고 싶다면 한 가지 조건을 충족해야해.”
팔짱을 끼는 흑마법사의 입가에 악랄한 웃음이 피어올랐다.
“그게 바로 정액이다.”
“…….”
“너희들은 정액을 마셔야해.”
“뭐…라구요?”
“다른 남자의 정액은 안 된다. 서민국의 정액을 하루에 한 방울씩은 마셔야 하루를 살 수 있지.”
“…….”
“이게 바로 너희들이 살 수 있는 조건이다.”
흑마법사의 발언에 은별은 얼이 빠졌으며, 그건 서라나 예나도 마찬가지였다. 유이도 무표정이었지만 차마 믿을 수 없단 모습을 보였다. 허나 그들이 그런 표정을 짓건 말건, 흑마법사는 그녀들에게 들리지 않도록 중얼거렸다. 쓰러져 있는 민국에게 마치 들으라는 듯이.
“하렘 건설을 축하한다. 서민국.”
그리고 여유 있는 흑마법사와는 다르게, 두 뺨에 두 손을 대고 몽크의 절규처럼 소리 지르는 은별이었다.
"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 작품 후기 ============================
시즌 1 완결
다음 편은 시즌 1 후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