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1화
우리 한 번 동정에 대해 논해보는 시간을 갖도록 하겠다.
동정! 그것은 무엇인가? 구걸을 하는 노숙자들에게 연민의 감정을 갖고 바라보는 시선? 아니, 아니다. 동정에는 그런 뜻도 있지만 또 다른 뜻도 있었다.
그것은 남자가 처음 아기 때부터 태어나면 누구든지 갖고 있는 그런 것이었다. 어느 남자에게나 공평하게 주어지고, 무수한 남자들이 현존하는 세상에서도 가지고 있는 만성 인류의 법칙. 그리고 민국은 오늘 그 동정의 법칙을 산산히 부서뜨리는데 성공했다.
허나 그렇다 할 지 언 정! 첫 동정을 탈피한다 한들 동정으로서의 위기를 피할 수 있는 건 아니었다. 그럼 동정의 위기란 여기서 무엇을 의미하는가? 간단했다.
여자와 성관계를 해보지 못한, 이른바 동정은 여자와 온몸을 맞닿는 신체 접촉 및 스킨쉽에 연약했다. 또한 불끈불끈거리는 동정의 성기는 도무지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폭주한 기관차인지라, 컨트롤이 자유자재로 불가능했다. 왜 꼭 격투기 선수들은 이성을 갖고 싸우는 반면 싸움 초짜들은 흥분해서 엔돌핀 믿고 달려들지 않는가.
성욕만 믿고 달려드는 동정들도 그런 류다. 그리고 그들이 가장 크게 실수하는 것은 여자들에 대한 배려는 하나도 신경쓰지 않는다는 것! 오로지 자기 쾌락에 의존한다는 것! 그리고 마지막으로… 자신의 정사 컨트롤을 조절하지 못한다는 것이었다.
"으억, 억, 어억."
"……."
그리고 그 결과, 민국은 동정으로서 세 번째에 속하는, 정사 컨트롤을 조절하지 못하는 위기를 맞이했다. 당연지사 콘돔도 끼지 않았기에 은별의 구멍 속에 묻혀 있던 성기는 하얀 액체를 아주 뜨거운 국물처럼 얼큰하게 뿜어버렸다.
'…뜨거워!'
은별은 처녀막 손실 및 자신의 구멍 안으로 들어온 굵직굵직한 것에 아파하는 것은 둘째치고, 아기씨라는 내용물이 구멍 속에 뜬금없이 들어오자 다른 의미로 괴로워했다. 허나 그렇다 한들 함부로 민국을 내쳐낼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무엇보다 이제 막 분위기를 잡고 처음으로 성관계를 맺게 된 두 사람이었는데… 민국은 남자로서의 자존심에 먹칠을 만드는 짓을 해버리고만 것이다. 그것도 자기 스스로!
"……."
'넣은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싸버리다니….'
하지만 실망하기 이전에 민국의 허무해보이는 얼굴이 눈에 들어왔다. 은별은 그의 사랑의 확신을 받아냄과 동시에 한 편으로는 그를 향한 연민이 생기는 걸 느꼈다.
'어, 어떻게 위로해줘야 하지?'
"……."
"핫! 아, 아니야! 그, 그러니까…."
은별은 내려다보는 민국의 시선에 순간적으로 마음이 읽혔다는 걸 깨닫고 당황하면서 바둥거렸다. 민국이 짐짓 웃으면서 말했다.
"괜찮아 위로 안 해줘도 돼."
"……."
"그리고 그것보다 중요한 건 너와 하나가 되었다는 것! 융합을 했다는 것이다!"
이윽고 민국이 자신 있게 소리치면서 은별이의 구멍 속에 박혀 있던 하물을 꺼냈다. 은별은 '하읏….'하면서 가볍게 신음하고 자기 구멍 쪽을 보았다.
하얀 액체가 듬뿍 묻어나오고 있었고, 민국의 쿠퍼액 서린 성기가 꼬리를 내리는 게 보였다. 은별은 많은 양이 사정되었음에 임신을 걱정하기는커녕, 계속해서 민국에게 안쓰러움을 느끼게 되었다.
'내가, 내가 조루라니!'
'…….'
'으헝헝 내가 토끼라니.'
조루는 아니다. 솔직히 처음이면 자신의 흥분 컨트롤을 주체하지 못해 이런 실수를 범하고만다. 세상의 남자 50%는 무조건 이러할 것이라고 생각해도 분명했다. 그러나… 민국은 역시 남자로서의 수치심을 피할 수가 없는지 속내로 엄청 괴로워했다. 그리고 그 속내는 읽고 싶지 않아도 은별이의 귓전에 전부 닿아왔다.
'내가! 내가 조루라니!'
"…서민국."
"괜찮다니까? 후후, 여편네의 뜨거움을 만끽한 것만으로도 나는 충분하…."
'내가 토끼라니이!!!!!'
"충분하당깨요? 그건 그렇고 은별이 그대의 가슴 빈유스러웠지만 아주 말랑말랑하고 좋았…."
'1초 만에 사정하다니이!'
"…으아아아아아아아아!"
짐짓 웃음으로 무마하려고 한 민국이었지만, 민국의 괴로운 생각들이 그대로 전파되자 민국은 기어이 참지 못하고 머리카락을 양손으로 꽈악 쥐어잡았다. 그가 이토록 괴로워하는 것은 진심으로 처음 보는 은별이었다. 하지만 어찌하겠는가…. 남자로서의 자격을 제대로 보여주지 못한 것인데…. 은별에게서 등을 돌리고 주저앉아 바닥을 내려다보는 민국은 머리 위에 먹구름의 비가 내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내가 고자라니… 내가 조루라니… 내가 토끼라니…."
"……."
"내가 남자로서 자격이 없다니…."
'어떤 위로를 해야 하지…?'
은별은 자기 생각이 전파되는 것을 알면서도 그런 생각을 못할 수가 없었다. 애초에 생각이란 건 꾸며내고 지어낼 수 있는 게 아니었으니까. 이윽고 등을 보이는 민국에게 손을 내밀려고 하면서 오만가지 생각을 다 하는 은별이었다.
'…컸으니까 괜찮아? 하지만 아프기만 했는데…. …그래도 일단 동정 탈출했으니까 축하해라고 해야 하나? …하지만 진짜 느낌이 없었는데….'
"으어어어억."
"…미, 미안!"
은별의 솔직한 생각들이 비수가 되어 민국의 가슴에 촥촥 박혀버렸다. 은별은 졸지에 비수가 되는 생각들을 전달했음에 잘못했다고 빌 듯 양손을 붙이고 빌었다. 하지만 민국은 이미 절망의 구렁텅이에 빠져 버렸는지 계속해서 주절대며 괴로워했다.
"내가 토끼라니 토끼라니…."
"……."
"로리도 이런 나를 보면 경멸할 텐데…."
민국이 언급하는 로리는 초등학생이었다. 물론 초등학생과 성관계를 맺는 것 자체가 엄연한 절대적 범죄였기 때문에 그냥 말로만 짓거리는 것이었으니 오해 말도록. 한참을 괴로워하는 민국의 모습에 마냥 안쓰럽게 쳐다보던 은별이었다.
그런 그의 좌절 서린 등이 서서히 보기 안 좋아졌는지 은별이 조금 강한 어조로 물었다.
"…그래서 그 정도로 끝낼 거야?"
"……."
"어차피 처음에는 다들 한 번쯤은 그런다고 나도 들었어! 구멍에도 헛질하고… 막 제대로 집어넣지도 못하고 여자 배려도 못한다고…!"
부끄러움을 무마하면서 은별은 말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거 가지고 계속 그렇게 소심하게 굴 필요는 없는 거잖아?!”
패닉에 휩싸인 주인공을, 우정을 중요시 하는 동료가 소리치면서 일갈하는 듯한 모습이었다. 은별은 계속해서 좌절하고 있는 민국의 모습에 ‘바보….’하고 조심스럽게 옹알거렸다. 그러자 그 순간이었다.
“그래, 맞아.”
민국의 목소리가 새삼 다시 진지해지고 있었다. 은별의 고개가 위로 올라갔다. 그를 바라보는 눈동자. 민국은 서서히 자리에서 일어나고 있었다. 마치 이 정도로는 굴복하지 않겠다는 듯, 민국의 전의가 다시금 불타오르려는 게 등에서 느껴졌다.
“은별아! 다시 하자!”
“뭐, 뭐어?”
“다시 하나가 됩시다! 은별 낭자! 기회를 주십시오!”
은별이 주변을 빠르게 두리번거리다가 소리쳤다.
“아, 안 돼! 사람들이 언제 올 지도 모르고…!”
“아직 아래에서 놀고 있으니 괜찮을 거야! 그리고 나는 가수다에서도 김건모가 탈락했을 때 다시 한 번 기회 준 적 있잖아!”
“…그 소리가 뜬금없이 여기서 왜 나와?!”
민국은 다시 은별을 덮치려 했다. 은별은 찔끔 눈을 감고 생각했다.
‘꺄악~♥’
말로는 튕기는 은별이었지만 속내는 역시 민국을 사랑하는 만큼 음란하기 그지없었다. 사랑하는 남자를 위해서는 츤츤데면서도 무엇이든 해줄 수 있는 여자 은별! 허나 그 찰나였다. 똑똑똑.
“두유워너빌드어베이비?”
“…….”
“…….”
현관문을 노크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막 다시금 하나가 되려던 은별과 민국의 고개가 현관문으로 돌아갔다. 방금 전 들려온 음성은 굉장히 낯이 익은 것으로, 은별은 그녀가 누구인지 금방 알 수 있었다.
‘서라?’
그나저나 ‘두유 워너 빌드 어 베이비.’라니…. 마치 방 내부에서 일어나는 일을 전부 아는 듯한 대사였지만, 어디까지나 영화 겨울왕국의 ‘두유 워너 빌드 어 스노우맨?’의 패러디일 것이었다. 이윽고 은별이 민국을 바라보았다. 민국도 그런 은별에게 전혀 올지 몰랐다는 표정으로 지켜보다가 생각으로 말했다.
‘아! 두 번째 섹스의 기회가!’
‘…바보야! 지금 그게 문제가 아니잖아!’
그리고 은별은 허겁지겁 옷을 입기 시작했다. 하지만 은별의 구멍 속에서 흘러나온 끈적한 액체가 바닥에 온전히 남아 있는 것은 치울 수가 없었다. 한 시라도 빨리 입어야 했고, 민국도 서둘러 옷을 챙겨 입기 시작했다. 끼이익.
“온니쨩 뭐하십니까영! 설마 혼또니 레알루 두유워너빌드어 베이비?”
인간은 때때로 인간의 한계를 초월한다. 아파트에서 떨어지는 아기를 순간의 속도로 받아낸 아기 엄마 사건도 있지 않은가? 은별도 그 순간 인간의 한계를 초월하여 누구보다 빠르게 남들과는 다르게 잠옷을 입어내는데 성공했다. 그리고 언제 그랬냐는 듯 이부자리에 누워서 눈을 감는 모습이었다.
당연지사 서라가 어두운 거실 안으로 눈을 들였을 때, 은별은 새근새근 자고 있는 광경으로 보였다.
“읭? 형님? 은별찡 아직도 안 깼어영?”
서라가 현관 앞에서 민국을 보면서 물었다. 민국은 은별이와는 다르게 베란다의 어둑어둑한 달밤을 보고 있었는데, 등을 보이며 최대한 자신만만하게 허리에 두 손을 얹고 있었다. 이윽고 현관에서 거실로 들어와 현재 상황을 살피는 서라였다. 그리고 민국의 이상한 차림을 발견하고는 ‘아앗’하고 소리치는 서라였다.
“왜 팬티 차림이세여! 팬티맨이세여? 부끄부끄하네여!”
“오, 서라 왔냐. 달밤에 정기를 받느라 너의 인기척을 모르고 있었다. 엇흠.”
“설마 팬티를 입고 수련 중에 있으시다는 건가여? 근데 온니찡은 은별 언니찡 왜 안 깨우고 있음?”
은별은 식은땀을 내면서 짐짓 잠을 자는 척 열중했다. 서라가 그런 은별을 내려다보다가 다시 민국을 보았다. 그러다 문득 달빛으로 말미암아 거실에 묻어 있는 무엇인가가 눈에 들어왔다.
“호옷! 이게 뭥미?”
“…….”
그것은 방금 전 은별이의 안에 사정했던 하얀 액체! 남자들 특유의 홀아비 냄새를 만드는 정액이었다. 그리고 그 정액의 주인은 다름 아닌 민국! 서라는 눈으로 보는 것만으로 무엇인지 확답이 안 나오는지 얼굴을 들이밀며 냄새를 맡으려고 했다. 은별이가 졸지에 ‘꿀꺽.’하고 침을 삼켰고, 민국은 이 순간 상황을 탈피할 수 있는 최후의 방법을 모색하는데 집중했다.
“콩딱지!”
“읭? 왜 그러셈여?”
막 정액 앞에 얼굴을 거의 다 댔던 서라였다. 민국의 부름에 서라가 고개를 들었고, 민국은 팬티 차림으로 당당하게 서라를 돌아보더니 소리쳤다.
“퀴즈 배틀이다! KBS의 약자는?!”
“헉! K, KBS의 약자는…!”
“KBS다 병신아!”
그리고 다음 문제였다.
“MBC의 약자는?!”
“MBC!”
“땡! 마봉춘 새꺄!”
강렬한 기승전결 퀴즈였다. 민국은 그런 식으로 계속해서 시끄럽게 퀴즈를 내기 시작했다. 서라는 졸지에 이유도 모르고 퀴즈를 풀이했다. 그리고 그것을 기회로 노린 것일까? 은별은 마치 시끄러운 소리에 잠에서 깼다는 듯 뒤척거리다가 눈을 비비적거리며 상체를 일으켰다.
“으음…… 뭐야?”
“앗! 은별언니찡! 깨어났네여!”
퀴즈의 답을 풀이하던 서라가 그런 은별을 보고는 소리쳤다. 민국도 이것을 기회로 노리고 서라에게로 빠르게 다가가 어깨를 붙잡고 말했다.
“깨어났군 낭자! 서라야 우리는 방해하지 않게 얼른 나가 있자!”
“아아앗! 형님 왜 이렇게 진도를 앞서 가셈? 그리고 나 아직 나가면 안 됨! 진실의 흔적을 봐야함!”
아직 바닥에 있는 것에 대한 의문을 해결하지 못한 서라였기에 바닥의 내용물을 한 번 확인해보려는 서라였다. 민국이 완강하게 붙잡고 현관 쪽으로 향하며 말했다.
“저 생명의 자국들처럼 보이는 것의 정체를 확인해봐야 하는 의무가 나님에겐 있음! 나님은 명탐정이니까여!”
“딱지여! 추리는 코난에게 모두 맡겨라!”
“걔는 만날 살인사건 일으키잖음! 연쇄 살인마에여! 평화주의자인 저한테 맡기긔!”
끝까지 안 가고 바닥의 흔적을 확인하려 한 서라였지만, 역시 여자답게 남자의 힘에는 어쩔 수 없었다. 민국의 완강한 끌어당김에 결국엔 현관문 밖으로 끌어내지는 서라였다. 서라는 끌어내지는 와중에
"으아아 은별 언니찡이 부카게 당한 거 은별 언니에게 말해줘야 하는뎅!"
하면서 소리칠 따름이었다.
“…….”
혼자 남은 은별은 언제 눈을 비비며 피곤하게 굴었냐는 듯, 황급하게 바닥의 정액들을 수건으로 닦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