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왕의 표본-98화 (98/369)

98화

"아 정말 오늘따라 왜 이렇게 안 되냐."

"그러게 취향에 맞는 여자들도 없고. 그리고 뭔 놈의 여자들이 이리 내숭이 쌔? 좋으면서."

"애들이 죄다 술만 처먹고 사라지니 할 맛이 안 나네."

바캉스를 나온 여자들만을 노리는 삼인방의 남자. 평균 나이대는 스물 초반으로 하나같이 헬스를 하여 몸이 좋았다. 걔 중에는 빨래판에 가까운 복근을 지닌 남자도 있었는데, 운동 경력이 무려 10년이나 넘어가는, 거의 운동 전문 수준급이라 봐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대단한 남자도 있었다. 그러나 지식과 몸은 같이 상향할 수 없다고 하지 않는가.

몸 하나는 누가 봐도 만져보고 싶을 만큼 섹시하기 그지 없었으나, 근성 자체가 워낙 속물 근성에 양아치였기 때문에 딱 봐도 좋은 인상이 못 되었다.

"후우, 돌아갈까."

"어? 야 저기 봐봐. 저 녀석들."

"뭐? 왜 그러는데?"

애꿎은 모래알갱이만 걷어차며 돌아가려던 그때였다. 친구 중 한 명이 눈을 껌뻑이면서 어딘가를 가리킨 것이다. 이윽고 그 친구가 가리킨 곳을 따라 시선을 이동해본 두 사람은, 정말이지 눈이 삐용 튀어나올 정도로 동태눈이 되어 흥분하게 되었다.

"뭐, 뭐야 저 여자 애들은?!"

"어디서 나타난 애들이야? 세상에 뭐 저런 연예인 같은 애들이 다 있어!"

아니, 연예인들조차도 그들의 몸매와 비쥬얼은 따라가지 못하리라. 각기 다른 개성으로 물놀이를 하면서 놀고 있는 그 네 사람은 누가 보아도 젋고 아름다웠다.

오죽하면 주변의 남자들 역시 그들 곁을 스쳐 지나가면서 슬쩍 슬쩍 관심을 보이고 있을까. 허나 그러거나 말거나 신경도 쓰지 않는지 여자들은 오붓하게 자기들만의 재미를 즐기고 있었다.

"그런데 저기 저 놈은 뭐야? 뭔데 저런 여자를 네 명이나 데리고 있어?"

"…봐봐. 저 새끼도 잘 생겼다."

끼리끼리 모인다는 속설이 전혀 틀리지 않았음을 증명하는 순간이었다. 이윽고 세 사람은 도무지 알 수 없는 감정이 피어 오르는 것을 느꼈다. 그와 동시에 왠지 여기서 이대로 나가면 안 될 것 같단 느낌이 들었다.

"그래, 이참에 잘 됐겠다. 저 애들 한 번 꼬셔보러 가자."

"어렵지 않을까? 워낙 예쁜 애들인데. 눈도 되게 높을 거 같아."

"자식아. 열 번 건드린다고 안 흔들리는 나무가 어디 있어? 한 번 건드려나 보자고."

이윽고 세 남자가 음흉한 웃음을 숨기면서 그들에게로 다가가기 시작했다.

*

"오라오라오라!"

"받아라 강서라!"

현재 물 속에서 공놀이를 하고 있는 다섯 사람. 팀은 2대3으로 되어 서라와 유이. 민국과 은별과 예나. 이렇게 두 팀으로 나뉘게 되었다. 그리고 그 상태에서 민국은 서라를 노리는 척하면서 방심하고 있는 유이에게로 눈을 빛내며 공을 던졌다. 빠른 속도로 날아가는 공. 그것을 얌전히 쳐다보던 유이였다.

"……!"

번쩍! 빠른 속도로 그 공을 받음과 동시에 그대로 민국에게 날려버리는 유이였다. 퍼억!

"으어억!"

"아, 안면 충돌잼!"

유이는 아까 전 자신에게 어그로를 날렸던 것에 대한 앙금이 꽤나 남아 있었는지, 그것에 대한 앙갚음을 하려는 게 본 목적인 것 같았다. 민국에게로 다가온 예나가 걱정스런 눈길로 물었다.

"괜찮아 민국아?"

"으어어, 괜찮아 예나야. 걱정하지 않아도 돼."

짐짓 이미지 메이킹을 하면서 얼굴을 부여잡고 다시 정신을 차리는 민국이었다. …그렇게 나름대로 다섯 사람이 재미있는 놀이를 하면서 왁자지껄 놀고 있을 찰나였다.

"어이 거기 아가씨들."

어디선가 낯선 목소리가 들려왔다. 심히 이질감이 드는 그 목소리에 민국은 반사적으로 고개를 돌리게 되었다. 당연히 놀고 있던 여자들 역시도 그쪽으로 시선을 돌리게 되었다.

"인원수가 좀 부족한 거 같은데 우리도 껴서 하면 안 될까?"

"……."

"왜 나쁘지 않잖아? 응? 우리 꽤 몸도 좋고 그런데."

딱 봐도 양아치 근성이 풀풀 풍기는 세 남자가 민국의 곁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민국은 웃고 있던 것도 잠시, 스르르 진지해지는 자신의 얼굴을 느꼈다. 이윽고 그 중 한 명, 몸이 탄탄한 운동부 출신의 남자가 민국에게 가까이 다가와 어깨에 손을 얹으며 말했다.

"이봐 형씨. 혼자 여자들을 독차지 하고 있으면 다른 사람들이 부러워하지 않겠수? 우리도 함께 합시다."

"어휴, 형씨라니요. 저와 나이가 비슷해 보이는데 그렇게 말씀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그리고 저희는 저희끼리 잘 놀고 있는데 굳이 이럴 필요가 있을 런지요?"

"에헤이. 같은 남자들끼리 왜 그래. 모처럼 예쁜 여자들이랑 놀고 싶다는데."

툭하고 민국의 어깨를 건드리는 남자의 행동은 은근히 사나웠다. 그것을 목도한 여자들의 눈빛은 당연지사 달라질 수밖에 없었다.

특히나 서라는 '어, 어쩌지요?'하는 눈빛으로 민국과 주변을 번갈아 쳐다보고 있었다. 은별도 조금 경계하는 눈빛으로 그들을 쳐다보았고, 예나도 매우 당황하면서 눈을 크게 뜨는 모습이었다.

반대로 유이는.

"……."

여전히 침묵이었다.

"와, 이 아가씨 보소. 진짜 예쁘네?"

"…꺅! 뭐하는 거야!"

튜브에 몸을 맡기고 있던 은별이 다가온 남자의 은근한 스킨쉽에 소스라치게 놀라면서 소리쳤다. 그러자 남자는 음흉한 웃음으로 시치미를 때듯 다시 스킨쉽을 시도했다.

"에이, 왜 그러셩. 몸매도 좀 하는 여자가."

"…손 때세요."

"응?"

지켜보던 예나의 한 마디였다. 아무리 소심한 예나라 하지만 그건 민국 앞에서만 이었다. 자신이 좋아하지 않는 사람에겐, 특히나 나쁜 짓을 하려고 다가오는 사람에겐 냉랭하기 그지 없었다. 이윽고 남자가 씩 웃으면서 은별에게서 돌아서 예나에게 다가가기 시작했다.

"이거 이거, 성깔이 조금 있으신 분인가 보네? 근데 긴 머리가 아주 환상적이셔."

"……."

"이 누나랑은 내가 놀고 싶은데 괜찮나?"

그러면서 또 다른 남자가 예나의 곁으로 다가와 은근슬쩍 어깨를 붙잡는다. 예나는 화들짝 놀라면서 그런 남자를 밀쳐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남자들은 매우 의기양양한 미소를 짓는 모습이었다.

"씨익."

"……."

운동부 출신의 남자가 민국을 올려다보면서 비웃음을 그렸다. 아무리 자기보다 키가 큰 남자라 할 지 언 정 자신은 운동을 했고 함부로 건드릴 수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민국은 달랐다.

"그만하시죠."

"엉? 넌 또 뭐야?"

"아까 전에 된다고 하지 않았어?"

"된다고 말씀드린 적 없습니다. 그리고 제 친구들도 싫어하는데 그만하고 손 때시죠."

"허허, 이것 봐라. 이것 봐."

이윽고 민국의 정색에 남자 둘이 건들건들 거리면서 다가왔다. 운동부 출신의 남자 역시 민국을 쳐다보는 눈빛이 한층 더 매서워졌다. 지켜보던 은별은 '저 바보….'하면서 숙박소에 있을 휴대폰을 떠올렸다. 예나는 '민국아….'하면서 염려스럽게 쳐다보았다. 반대로 유이는 여전히 침묵이었다.

"오, 오빵…."

"오빠? 와 저 여자애도 진짜 귀엽다! 혹시 니 동생이냐?"

"……."

"피부가 진짜 야들야들해 보이는데?"

이윽고 민국 근처에 있던 운동부 출신의 남자가 서라에게로 다가가기 시작했다. 서라는 움찔하면서 물 속에서 서둘러 몸을 물리려고 했다. 그러나 운동부 출신답게 서라에게 다가가는 게 더 빨랐다.

"이, 이러지 마셈요…."

"이러지 마셈요? 너 말투도 귀엽다. 오늘 한 번 나랑 놀자."

"…서라에게 뭐하는 거야! 손 때!"

이윽고 은별이 화들짝 놀라면서 운동부 출신 남자에게로 다가갔다. 그리고 그의 굵은 팔뚝을 붙잡고 소리치는데, 남자는 맘에 들지 않았는지 은별이를 노려보다가 확 밀어내는 모습이었다.

"넌 또 뭐야!"

"꺄악!"

"은별 씨!"

은별이가 의지하고 있던 튜브가 빠져 버렸고 그만 물속으로 몸이 잠기는 모습이었다. 이에 예나가 놀라서 서둘러 잠수하는 모습이었고, 남자들은 킥킥대면서 웃어댔다. 그리고 이 광경에.

"이 새끼들이."

민국이 진심으로 화난 목소리를 내뱉었다. 당연지사 세 남자의 시선이 일제히 민국에게로 사납게 돌아갔다.

"뭐라 그랬냐?"

운동부 출신 친구의 빽을 믿고 말라꺵이 남자 한 명이 민국의 가슴을 툭 건드렸다. 민국은 기다렸다는 듯 그에게 고개를 돌려서는 곧장 공격을 시도했다. 일단 싸움은 선빵! 기승전선빵이 가장 중요한 요소로 작용되었다. 그리고 민국이 휘두른 선빵의 중요 지점은! 퍼억!

"커억…!"

민국의 가슴팍을 밀쳤던 남자가 허리를 숙이면서 통곡하듯 주저앉았다. 졸지에 바닷물이 입안으로 들어와 억지로 마시게 되었으나 고통을 억누를 수가 없었다.

꼬로로로록…. 거시기를 부여 잡고 괴로워하는 친구의 모습에 옆에 있던 또 다른 남자가 '이 자식이!'하면서 달려들었다. 당연지사 민국은 싸움에 싸자도 잘 모르다 보니 붙어서 엎치락뒤치락 하게 되었다.

"저게 뵈는 게 없나."

운동부 출신의 남자도 서라에게서 손을 때고 슬슬 민국에게로 다가갈 때였다. 서라가 공포에 질린 얼굴로 고개를 돌려 유이를 바라보았다. 아무리 남자 셋이라 할 지라도 유이라면 이 상황을 무마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리고 유이는….

"……."

그녀는 이제 슬슬 자신이 나서야겠다고 생각했는지 한 발 걸음을 옮겼다. 하지만 그 순간 파지직.

"……!"

화들짝 놀란 유이가 자신의 등뒤로 손을 옮겼다. 그리고는 지퍼에 손을 대보았다.

"……."

지퍼가 폭파할 기세로 내려가고 있었다! 말리고 뭐고 이전에 자신의 알몸을 보일 위기에 처한 것이다. 유이는 엎치락뒤치락 세 남자와 싸우고 있는 민국을 막연히 지켜보았다. 그를 돕는 것도 중요했지만, 일단 지퍼부터 어떻게 해야 하는 게 그녀에겐 최우선 같았다.

'나가자….'

그리고 일단 빨리 숙박소에 들려 옷을 갈아입고 와서 도와주자고 생각했다. 천천히 몸을 돌려 모래사장 쪽으로 나가는데.

"응?"

민국과 사투를 벌이고 있던 세 남자 중 한 명, 운동부 출신의 남자가 유이의 존재를 깨우치고는 고개를 돌리는 모습이었다. 그리고 다른 의미로 띠용하면서 눈을 커다랗게 뜨고는 매우 감탄하는 모습이었다.

"와, 씨발 가슴!"

"……."

"너 뭐냐? 너도 이 새끼 친구냐? 와 진짜 가슴 억수로 죽이네!"

언제 민국에게 집중하고 있었냐는 듯, 유이에게로 다가가는 운동부 출신의 남자였다. 민국은 두 남자와 사투를 벌이면서 '안 돼! 그 가슴 내꺼야!'하고 소리쳤지만 물을 마시느라 정신이 없었다.

이윽고 유이가 운동부 출신의 남자를 무시하고 다시 한 번 모래사장 쪽으로 거닐으려던 때였다. 슬쩍하고 유이의 어깨에 손을 대려는 기척이 느껴졌다.

"만지지…."

"와 진짜 죽인다! 출렁출렁!"

이윽고 운동부 출신의 남자가 유이의 어깨를 턱하고 만졌다. 유이는 그 순간 등 뒤에 뭔가 큰 일이 생긴 걸 느꼈다. 간신히 압박을 참으면서 버티던 그녀의 수영복 지퍼가…. 푸드드드드득!

"……."

"어? 뭐야? 너 설마 지퍼 뜯겼냐?"

운동부 출신의 남자가 유이의 등을 바라보는 모습이었다. 등의 지퍼가 뜯겨서는, 그녀의 맨 등이 그대로 보이고 있었다. 잘만하면 엉덩이의 계곡도 볼 수 있을 것 같음에 그가 은근슬쩍 그녀의 아래를 내려다보려던 때였을까.

"만지지."

"응?"

"말랬지."

그리고 운동부 출신의 남자가 눈을 껌뻑거리는 찰나였다. 굉장히 빠른 빛의 속도로, 엄청난 흉기가 남자의 복부에 들어갔다. 퍼억! 바다에서 뛰놀고 있던 사람들의 시선이 한 눈에 집중될 정도로 엄청 투박하고 무서운 소리였다.

"…어."

운동부 출신의 남자는 복부에 맞음과 동시에 자신의 다리가 땅에서 떨어지는 걸 느꼈다. 동시에 유이의 발이 자신의 복부에 닿아있음과 동시에, 강렬한 데미지가 전신으로 파고드는 걸 느꼈다. 풍펑더얻얻어덩! 형용할 수 없는 소리와 함께 운동부 출신의 남자가 바다 지평선이 있는 곳 50m 가까이 날아갔다.

"앵?"

"뭐야?"

민국과 난투극을 벌이고 있던 나머지 친구 두 남자도 어안이 벙벙한 표정이었다. 허나 그러거나 말거나 유이는 어두운 다크니스 분위기를 풍기면서 나머지 두 남자에게도 다가갔다.

두 남자는 돌연 바뀐 유이의 분위기에 당황하면서 물러나는 모습이었다. 이윽고 민국이 조금 멍이 든 얼굴로 상체를 일으키자니, 유이가 그것을 흘긋 보다가 정면을 노려보았다.

"그, 그렇게 노려보면 어쩔 건데!"

"맞아! 가슴만 큰 주제에!"

이윽고 유이가 번뜩 눈을 빛내더니 두 남자에게로 달려들었다. 그것은 도무지 운동부 출신조차도 따라잡을 수 없는, 그야말로 타고난 재능이 빛을 내는 순간이었다. 퍽! 퍽! 두 남자의 복부에 동시에 발을 꽂아넣는 유이. 더불어 그녀의 두 발이 차마 빛도 따라잡을 수 없을 정도로 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퍼퍼퍼퍼퍼퍼퍼퍼퍼퍼퍼퍼퍼퍼퍼퍼퍼퍼퍼퍼퍼퍼퍼퍼퍼퍼퍼퍼퍼퍼퍼퍼퍼퍼퍼퍼퍼퍼퍼퍼퍼퍼퍼퍼퍼퍼퍼퍼퍼퍼퍼퍼퍼퍼퍼퍼퍼퍼퍼퍼퍼퍼퍼퍼퍼퍼퍼퍼퍼퍼퍼퍼퍼퍼퍼퍼퍼퍼퍼퍼퍼퍼퍼퍼퍼퍼퍼퍼퍼퍼퍼퍼퍼퍼퍼퍼퍼퍼퍼퍼퍼퍼퍼퍼퍼퍼퍼퍼퍼퍼퍼퍼퍼퍼퍼퍼퍼퍽!

"……."

"……."

비명을 지를 새도 없이 쓰러져 버리는 두 남자였다. 이 상황을 민국조차도 망연히 지켜보는 가운데, 유이는 50m나 멀리 날아 떨어졌던 운동부 출신의 남자가 모래 사장으로 배를 부여 잡고 나오려는 걸 보았다. 이윽고 유이가 그 남자의 앞으로 다가가서는 가로막고 멈춰섰다.

"으으… 억."

"……."

공포가 담긴 눈동자로 유이를 쳐다보는 운동부 출신의 남자. 그러거나 말거나 유이는 머리카락에 가린, 살벌한 눈빛으로 남자를 내려다보면서 천천히 입을 열었다. 그 입속에서 나오는 음성이란, 마치 미국 전체를 재앙에 빠뜨릴 수 있는 소용돌이와 같았다.

"지퍼…."

"……."

"뜯겼어…."

"자, 잠깐!"

'그게 굳이 내 책임은 아니잖아!'라고 소리치려는 찰나였다. 유이는 입을 벌리고 있는 그 운동부 출신의 남자 관자 놀이 쪽에 아주 강하게 발스윙을 날려버렸다.

그것은… 늘 다리 트레이닝을 해온 축구 선수 박지성보다, 호나울두보다, 메시보다… 격투기 선수 조제알도, 존존스, 케인보다, 훨씬 백배는 강력한 발차기였다. 파아아아아아앙!

"……."

당연히 강냉이는 열 개 이상이 날아가는 결과를 가져왔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