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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의 표본-96화 (96/369)

96화

참고로 식사를 한 직후 곧장 수영복을 입는 것이었다. 소화가 막 되는 상태인지라 배가 볼록해질 가능성이 농후했다. 허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망설임 없이 수영복을 입을 수 있다는 건,민국의 네 여자들(?)이 타고난 몸매를 소유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잘 안 맞네….’

은별은 비키니와 하의가 떨어진 수영복을 골랐다. 핑크빛 계열의 수영복이었는데 그녀에게 꽤나 어울리는 모습이었다. 그러나 비키니 쪽이 끈으로 되어 있어서 그런지 자꾸만 뒤로 손을 옮겨 묶는다는 게 쉽지가 않았다.

“로리로리큥!”

서라는 이미 수영복을 입은 상태로 한 쪽 눈을 감으면서 제자리에서 원형으로 돌았다. 서라는 저돌적인 멘트를 내뱉는 성격과는 반대로 비키니와 하의가 하나 된 수영복. 그리고 팬티가 되는 쪽에 치맛자락이 구불구불하게 나 있는 것을 입었다. 은별이 서라를 보다가 말했다.

“왠지 되게 얌전한 걸 입었네.”

“데헷 아직 십대니까여! 아청아청해야져!”

요즘 십대들은 오히려 노출을 하려고 환장을 하는데 반해, 서라는 자기 몸을 아낄 줄 아는 여성이었다. 다음으로 예나가 수영복을 입었다.

“괜찮으려나…?”

예나는 발랄한 느낌이 나는 하얀색의 수영복을 입었다. 서라와 비슷한 류로 상체와 하체가 이어지는 수영복이었고, 구불구불한 치맛자락이 없다는 것만 제외하면 되었다. 은별은 그런 예나를 위아래로 슬쩍 살폈다. 조금 나와 있는 가슴과 더불어 허리 라인이 상당히 보기 좋았다.

‘조금 하는데…?’

이제 마지막 주자 유이였다. 유이는 자꾸만 수영복을 입다가 무엇이 팍팍 끼는지 낑낑대는 모습이었다. 아무리 시간이 지나도 쉽사리 입지 못하는 그녀의 모습에 여자들의 고개가 그녀 쪽으로 일동 돌아갔다.

“…….”

“…….”

“…….”

“…….”

지켜보는 세 사람 모두 입을 다무는 모습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상복부에 달린 무지막지한 가슴이 자꾸만 수영복을 입는데 큰 지장을 가져온 것이다. 끼인다고 할까. 계속해서 입어 보려던 유이는 너무 당기다가 찢어지는 아닐까 싶어 결국엔 입는 걸 멈추었다. 서라가 물었다.

“가슴느님 사이즈 맞는 거 구한 거예여?”

“…….”

유이가 과묵히 고개를 끄덕였다. 설마 자신의 몸매에 안 맞는 수영복 사이즈를 고를 여자가 어디 있겠는가. 하지만 유이는 한 가지 사실을 간과하고 말았다. 그녀의 바스트는 일반 여성들이 입는 수영복 사이즈 가지고는 허락될 수 없는 바스트라는 것을.

“…하.”

결국 한참 수영복과 실랭이를 벌이던 유이가 포기했는지 수영복을 벗어버렸다. 그리고 허벅지가 보이는 푸른 핫팬츠와 하얀 와이셔츠로 교체하는 모습이었다. 지켜보는 세 여자는 일동 부럽다고 할까… 불쌍하다고 할까… 차마 형용할 수 없는 감정만 느낄 따름이었다. 그렇게 네 여자가 제각각 옷을 골라 입고 나올 때였다.

“오, 차례대로 나오시는군.”

민국은 이미 수영복 팬티 차림으로 거실에서 준비하고 있었다. 물론 비키니로 반투명한 조끼도 입어 나름 멋을 냈다. 선두로 나온 서라가 이를 보고 ‘아앗!’하면서 소리쳤다.

“사내가 고작 사각 빤스라녀! 삼각 빤스는 되어야져!”

“후, 서라야. 너는 중요한 사실 하나를 모르고 있구나.”

“읭?”

예나가 아직 안방에서 나오지 않은 것을 확인하고 서라에게 귀를 갖다대라 하는 민국이었다. 이윽고 서라가 귀를 갖다 대자 민국이 가볍게 귓속에 속삭였다.

“삼각빤스를 입으면 넌 두각을 드러내는 내 엄청난 크기에 미쳐버리고 말거야.”

“히익! 어쩜 그렇게 양치기 소년 같은 소리를!”

“진짜라니까? 어디 나한테 당해보지도 않고. 여튼, 그 수영복 잘 어울린다.”

“그래여? 데헷 고맙네여! 으쓱으쓱!”

얼굴은 개구쟁이처럼 어려 보였으나 몸매는 성숙하기 그지없는 서라. 민국은 그런 서라의 머리를 쓰다듬으면서 다음 타자를 기다렸다. 다음 타자로는 예나가 등장했다.

“오오.”

민국은 진심으로 감탄했다. 왜냐하면 소꿉친구로 함께 하던 시절 동안 단 한 번도 예나의 수영복 차림을 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고로 이번이 처음 보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이윽고 예나가 조금 쑥스러운 듯 긴 머리를 뒤로 살짝 젖히더니 시선을 흘긋 흘긋 곁눈질로 비추면서 물었다.

“잘… 어울려?”

“응. 진짜 잘 어울려. 정말 예쁘다 예나야.”

“아, 아니야… 뭘….”

그 말에 예나는 쑥스러운 듯 다소곳이 두 손을 모으는 모습이었다. 다음 타자로 이제 은별의 등장이었다.

“허억.”

민국은 저도 모르게 입을 떡 벌리고 말았다. 곁에 예나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을 순간적으로 컨트롤하지 못한 것이었다.

애초에 서라와 예나는 하나같이 비키니와 하의가 연결이 되는 수영복을 입었다. 그녀들이 입었으니까 예뻤던 거지 일반적인 여성이 입었으면 영 미적지근했을 것이다. 그런데 은별은 달랐다.

우선 은별은 하의는 똑같은 삼각형 팬티의 수영복이되, 하의와 비키니가 연결되지 않아 배가 보였다. 또한 위 비키니는 등이 보이는 끈으로 되어 있어 정말이지 얇고 보드라운 살결을 그대로 보이게 했다. 심지어 은별은 다른 여자들보다 운동을 기가 막히게 한 타입이 아닌가? 두드러질 정도로 과한 근육은 보이지 않을지 언 정, 예쁜 연예인들이 어마어마하게 관리한 수준은 나올 정도였다.

민국은 하마터면 코피를 터트릴 뻔했다.

‘이거 이거, 예상 이상인데.’

“…뭘 그렇게 쳐다봐? 변태야?”

막 입고 나오고 보니 부끄러웠는지 조금 몸을 감추는 은별이었다. 민국은 그 물음에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그리고 예나가 못 보는 각도로 엄지손가락을 치켜들어 은별에게 보여주었다. 은별은 ‘변태네.’라고 중얼거린 다음에 민국 곁으로 다가왔다. 민국은 한참동안 은별의 골반 쪽에서 시선을 못 땠다.

‘내 아를 낳아도!’

그런 속마음을 감추면서 민국은 헛기침을 하고는 다음 타자를 기대했다. 이제 기대할 마지막 타자는 다름 아닌 강강! 최유이였다.

‘흐흐흐, 지금까지 본 세 여자도 어마어마했는데 과연 이 여인은 어떠할꼬.’

일단 최유이의 가장 큰 장점에 속하는 그 볼륨감. 그 풍성한 볼륨감이 민국으로 하여금 매우 기대를 먹게 했다. 과연 어떤 복장으로 등장할까? 기대하시라! 개봉박두! 끼이이익….

“…….”

그리고 문이 열렸을 때였다. 심장이 뚫고 나올 듯이 두근두근거리는 맘으로 웃음을 참으면서 안방을 지켜보던 민국이었다. 끼이이이익….

“아….”

“…….”

그러나 민국은 실체를 드러낸 유이의 모습을 보았을 때 절로 실망을 감추지 못했다. 오죽하면 그 실망이 가만히 있는 은별과 서라에게까지 전달될 정도일까. 유이는 아까 전철역에서 만날 때 입었던 청바지만 핫팬츠로 바꾸고는 나온 차림이었다.

민국이 저도 모르게 한숨을 쉰 다음 예나의 눈치를 보면서 은근슬쩍 물었다.

“아니… 유이 씨 그 큰 가… 아니아니, 수영복 안 입으세요?”

“…….”

“그 큰 가… 아니, 그거 보려는 건 아니고. 수영복을 입으셔야 서로 물놀이도 하고 그러죠. 심지어 하얀 옷이면 물에 젖으면 안이 보여서 좀 그래요.”

마치 걱정하는 묻는 민국이었지만 속내는 그렇지 않다는 걸 예나를 제외한 세 여자 모두 알고 있었다. 유이는 잠시 뜸을 들이다가 조곤조곤 입을 열었다.

“수영복이 안 들어가는….”

“…….”

“…….”

이번엔 누가 끊은 것도 아니고 스스로 말미를 멈추는 유이였다. 그녀 딴에선 이 가슴이 상당히 언급하기 부담스러웠다. 민국은 ‘하아.’하고 한숨을 쉬며 머리를 긁적였다. 슬쩍 옆에 있는 예나를 눈치보면서 민국은 생각했다.

‘젠장, 마지막 드래곤볼만 모으면 용신을 부를 수 있는 거였는데!’

하필 예나가 있어서 대놓고 입어 달라고 부탁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고, 애초에 저 커다란 바스트를 감당할 수 있는 수영복은 국내에서 손꼽힐 테니 유이의 행동도 나름 이해되었다. 그러나! 이건 뭐랄까 남자로서 매우 아쉬운 일 아닌가!

‘정녕 어쩔 수 없단 말인가!’

어쩔 수 없다. 일단 현재의 이미지를 유지하는 것도 중요했고, 그렇다고 이곳에서 유이에게 맡는 수영복을 찾아 사는 것도 어려울 일일 터였으니까. 민국은 어쩔 수 없다는 듯 몸을 돌렸다.

“하는 수 없죠. 그래도 즐겁게만 놀면 되니까요. 가죠 유이 씨.”

“……네.”

유이가 고개를 끄덕였고, 민국은 못다한 실망감에 자꾸만 한숨을 푹푹 쉬었다. 오죽하면 가장 곁에 있던 은별이 ‘자꾸 티나게 실망할래?’라고 할 정도였다.

먼저 걷는 네 사람을 따라서 유이도 서서히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그리하여 오후 세 시. 뜨거운 햇볕과 푸르른 바다, 모래가 즐비하는 모래사장에서 노닥거리는 스트레스 풀이가 시작되었다.

“꺄아~!”

“자기야~ 나 잡아봐라~.”

“하하하 거기서 우리 귀염둥이~! 잡히면 가만 안 둘 고야!”

모래사장이 펼쳐진 낙원! 바캉스에 딱 알맞은 바다! 그곳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수영복을 입고 남녀노소 불문하며 순간을 즐기고 있었다. 그곳에 민국과 민국의 곁을 맴도는 네 여자. 다섯 사람이 모래사장에 나타났다.

“우와.”

“뭐야 쟤네들.”

당연지사 놀고 있는 사람들의 시선이 일제히 그 다섯에게 쏟아졌다. 각기 개성을 가지다 못해 존재감 자체가 워낙 두드러지는 다섯 사람. 심지어 겉으로 보이는 비쥬얼도 지나다니는 연예인들에게 어퍼컷을 날려도 될 정도이니, 한 순간에 시선이 집중되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지, 진짜 예쁘다.”

“저 남자 누구야? 잘 생겼어!”

“와아 사귀고 싶다.”

수많은 여자들이 민국을 보며 하트를 뿅뿅 달려댔고, 남자들은 사심을 담고 민국의 곁에 있는 여자들을 쳐다보았다. 서라는 그런 시선들에 자신 있다는 듯 가슴을 당당하게 피면서 걸었다.

은별은 반대로 신경쓰지 않는다는 듯 똑같이 걸었고, 예나는 조금 수줍은 듯 부끄러워하면서 걸음을 옮겼다. 반대로 유이는 가장 뒤에 숨어서 자기 얘기가 나오는 걸 피하려고 고개까지 숙였다.

“뒤에 있는 여자 봐봐.”

“와, 뭐야? 저거 수박이야? 헐~.”

“대, 대박이다. 가지고 싶다!”

허나 2m짜리 키를 가진 사람이 고개를 숙인다고 해서 그 장점과 존재감이 지워지겠는가? 유이도 마찬가지였다. 도무지 상복부의 존재감을 고개를 숙인다고 해서 지울 수 없었다.

“…….”

남자들의 늑대 같은 눈빛을 받으면서 걸음을 걷는 유이였다.

“여기가 좋겠네. 서라야, 여기에다가 아지트를 펼쳐라.”

“예스 경비대원 서민국님!”

그리고 햇볕을 피하기 위한 커다란 양산을 모래사장에 펼치고, 뜨끈한 모래에 수영 전용 돗자리를 까는 모습이었다. 여전히 사람들의 사심 서린 시선을 받는 가운데 서라를 도운 은별과 예나. 이내 돗자리를 완전히 깐 서라가 소리쳤다.

“장군! 소인의 12척 돗자리가 다 깔렸습니다!”

“그렇구나! 그럼 이제 출항하는 일만 남았다!”

그리고 느닷없이 서라를 일으켜 세운 다음에 다리와 어깨를 붙잡는 민국이었다. 번쩍하고 자신을 안아 보이는 민국의 행동에 서라는 얼굴이 붉어질 새도 없이 깜짝 놀랐다.

“우와아앗! 뭐, 뭥미? 뭐하는 겅미?”

“후후후후.”

예나와 은별이 눈을 껌뻑이면서 보는 가운데, 민국은 씨익 웃고는 서라를 안고 그대로 바다로 달려가기 시작했다. 서라는 그제야 민국의 목적을 알았는지 당황하면서 소리쳤다.

“아, 아니돼여! 온니쨩! 바다에 가버리는 건 야메때여!”

풍덩! 기다렸다는 듯 서라를 바다로 던져 버리는 민국이었고, 서라는 ‘푸왓!’하면서 얼굴을 위로 드러냈다. 민국은 미소 지으면서 말했다.

“바다에 가버린 기분이 어떠냐?”

“부, 부들부들!”

이윽고 서라가 두 손으로 물을 힘껏 치면서 민국의 얼굴에 뿌리기 시작했다. 민국도 ‘받아라 요놈!’하면서 똑같이 따라하는 모습이었다. 그 모습에 은별은 ‘잘 노네….’하면서 천천히 다가가는 모습이었고, 예나 역시 잠시 뜸을 들이다 따라가는 모습이었다.

“…….”

그에 반해 유이는 차마 이런 복장으로 안에 들어가기 뭐했는지, 돗자리에 엉덩이를 대고 두 손으로 무릎을 끌어 모으면서 바다에서 노는 네 사람의 풍경을 지켜보는 모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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