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5화
“안 해.”
결국 남고딩이 먼저 비제이 가족놀이 방에서 나갔다.
“우쭈쭈, 우리 은별이. 삐졌세요?”
“안 삐졌거든! 오랜만에 방송하는 거니까 좀 도와주려고 했는데 네 행동 보니까 그럴 필요 없는 것 같네! 한 번 알아서 잘 해봐!”
고딩이 성을 내면서 스카이 라이프를 종료하려고 했다. 그때 현대왕이 ‘어헛 왜 이러시나.’하면서 그녀를 제지했다.
“내가 사랑하는 그녀는 이 정도에 투덜대면서 삐지는 타입이 아니었어.”
“…….”
현대왕의 장난스럽게 던진 그 말에 고딩은 스카이 라이프 종료 버튼을 누르려다가 멈추었다. 그러다 잠시 뜸을 들이는가 싶더니 ‘흥….’하면서 마우스 커서에서 손을 땐다. 아주 잠시였지만 일시적으로 그의 발언에 마음이 흔들린 게 있었다.
고딩도 이런 스스로의 행동을 조금씩은 납득할 수 없었다. 그녀는 다리를 꼬고 팔짱을 끼며 도도하게 선언했다.
“사랑이고 나발이고 그렇게 양심까지 속여가면서 애원하는 게 불쌍하니까 한 번은 봐줄게.”
“헠헠! 고딩찡의 관대한 마음씨에 사랑이 느껴지네요. 윽! 싸, 싼다!”
“…….”
방 종료 버튼을 누르는 고딩이었다. 현대왕이 다시 그녀를 방으로 들어오게 했다.
“너무 그러시지 마시죠. 장난은 장난일 뿐입니다.”
“보통 여자 비제이였다면 넌 성드립으로 이미 고소였어. 알아?”
“엣헴, 우리 관대한 고딩양은 보통 여자들과 다르지요.”
현대왕은 주제를 바꾸었다.
“아 근데 갑자기 시상식 때 떠오른다.”
“…….”
“그때 기억나? 너 그때 있잖아. 네 술버릇 때문에 네 명이.”
“닥쳐….”
“술버릇 때문에 그때 옷이.”
“닥쳐. 닥쳐. 닥쳐! 닥쳐어!”
마치 발광한 황소처럼 울부짖는 남고딩이었다. 단 둘이 있을 때 들어도 부끄러울 소리인데 그런 걸 시청자들이 있는 마당 앞에서 지껄이려 하다니! 시청자들은 이미 시상식에 관련된 주제가 언급되자 흥미로운 관심을 보였다.
[시상식 밤에 무슨 일이 있었다는 거지?]
[네 명? 설마….]
“흠흠.”
현대왕은 짐짓 기침을 하고는 말을 멈추었다. 남고딩이 저토록 발광하는 것을 보니 어쩌면 이거 약점으로 써먹을 수 있을 수도? 현대왕은 잠시나마 약점을 잡아서 사무실로 데려와 여자를 협박하여 이러쿵저러쿵하는 동인지를 망상했다.
“그건 그렇고 이제 할 컨텐츠 없지? 나 간다?”
“아 노노 기다려봐 잠시.”
“왜? 이제 끝난 거 아니야?”
“남고딩양. 그대와 내가 데이트를 한다고 가정할 때 단순히 밥만 먹고 끝나겠소? 술도 마시고 모텔도 가는 게 세상의 이치지.”
“노답이다 너.”
이윽고 현대왕이 다시 스카이 라이프로 들어가 접속해 있는 비제이 목록을 둘러보기 시작했다. 이윽고 가슴 정복왕이란 칭호가 어울리는 한 여자가 눈에 띄었다.
현대왕은 남고딩에게 잠시 스카이 라이프 다른 방에 접속하겠다고 말을 한 뒤, 강강과 대화할 수 있는 일대일 방을 만들었다. 그리고 강강을 그쪽에 초대했다.
“카드 슬래쉬!”
그녀가 초대를 수락하는 시간 동안 현대왕은 생각했다.
‘길게도 안 받네.’
이윽고 1분 정도 연락을 시도한 순간이었다. 통화를 받은 강강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여보….”
“가앙아아아아아아아아가가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앙!”
“…….”
현대왕은 발정난 사람처럼 소리쳐댔다.
“헠헠! 출렁출렁 다이스키! 때, 땍… 뙊드! 강강! 부왘 강간! 강간! 부아아아아아앜!”
“…….”
“요시! 그란도 강간! 강간강간강간! 출렁출렁 F컵 출렁! 슈퍼 출렁 물살! 팡팡팡팡! 만지면 팡팡팡팡!”
매우 반가운 목소리로 소리치면서 예의 바르게 인사하는 현대왕이었다. 이윽고 몇 차례 소리를 지르던 현대왕이 조곤해진 목소리로 말했다.
“인사 끝났습니다. 이제 강강님도 저에게 인사해주세요.”
실제에서 이런 짓을 했더라면 이미 터미네이터 급 발차기를 맞았을 현대왕이었지만, 가상이니까 오늘만 살고 내일이 없을 놈처럼 행동하는 것이었다.
“…….”
여전히 맞장구치는 것도 소극적이고 대화하는 것도 소극적인 강강이었다. 하지만 소심해 보이는 그녀의 겉모습에 속아선 안 된다. 그녀에겐 숨겨진 또 다른 면모가 존재하고 있었으니까. 현대왕도 이제 방심하지 않는다!
"안녕하세요…."
시상식 사건 이후 오랜만에 조우하는 강강이었다.
* *
강강! 그녀는 누구인가? 한 번 프로필을 읊조려보도록 하겠다. 그녀의 실제 이름은 최유이. 나이는 현대왕인 서민국보다 한 살 많은 누나로 키는 165cm로 추정된다.
걸어 다닐 때마다 씰룩거릴 정도로 엉덩이가 빵빵하며 가슴도 크다! 그냥 p2p로 다운 받은 야동 중에 가끔 죽이는 몸매의 서양인이 등장하지 않던가? 그와 맞먹는 한국인이라고 보면 된다. 지나가는 남자들은 하나같이 변태적인 눈빛으로 열광할 수밖에 없는 그녀! 그러나 무슨 연유에선지 그녀는 남자 기피증이 조금 있는 것 같았다.
히키코모리 기질도 다분하여 말을 잘 못하는 게 특징! 허나 그에 반해 싸움을 굉장히 잘하는 게 반전이라면 반전이었다. 아마 그녀라면 건달 오십 명이 때로 덤벼도 우다다다 몇 번 발만 놀려서 순식간에 무찌를 수 있지 않을까? 그 정도 경지라 믿어 의심치 않아도 되었다.
“헠헠, 발 페티쉬.”
“…….”
“강강님에게 맞고 나면 앙 더 때려줘! 하는 느낌이 들죠. 하지만 더 맞기는 싫습니다.”
모순된 발언이었다. 현대왕은 다시금 그녀에게 반갑게 인사했다.
“오랜만입니다 강강 님.”
“네….”
“여전히 목소리 하난 소심하군요. 근데 그거 아십니까? 소심한 여자일수록 정복하는 맛이 크다는 걸.”
“…….”
“아니 그냥 그렇다구요, 발차기는 사절 좀.”
이미 화이트 브레스 사건 때 처참하게 맞아본 현대왕이었다. 여튼 현대왕은 스카이 라이프의 나누어진 두 방을 합쳤다. 이로써 남고딩과 현대왕, 강강이 함께 하게 되었다.
“…안녕하세요 강강님.”
“네….”
남고딩이 어색하게나마 강강에게 인사했다. 아무래도 둘 사이에는 시상식 사건도 있었고, 남고딩도 연애 관련 일로 식당에서 못 볼 꼴을 보여주었기에 조금 서먹서먹한 구석이 있었다. 그러나 그 사건의 주된 인물인 현대왕은 참으로 여유롭기 그지없었다.
“유리컵아~ 우리 유리컵아~.”
“닥쳐, 작은 고추.”
현대왕의 장난에 강력한 한 방을 넣는 남고딩이었다. 하지만 현대왕은 정신적 데미지를 크게 입지 않았다. 그의 실체는 18cm였으니까.
“작은 고추가 맵다는 소리는 못 들었나?”
“시끄럽고, 왜 자꾸 비제이를 부르는 거야? 뭐 또 다른 컨텐츠 할 거 있어?”
“엇흠. 컨텐츠야 있지.”
“뭔데?”
“4P.”
“어휴… 진짜 저 고추를 때어버리던가 해야지….”
현대왕이 순간적으로 자신의 중요한 성기를 두 손으로 가리면서 ‘히익! 어떻게 그런 소리를!’ 진심으로 소리쳤다.
“어쨌든 고추를 좋아하는 여인이여, 혼자 노는 것보단 함께 노는 것이 즐겁지 않은가.”
“내 쪽 시청자들은 상관없다는데? 나랑만 놀아도 즐겁다고 해서?”
“그거 다 뻥이야! 걔네들은 너의 아스팔트와 아랫도리에 숨어 있는 계곡만 문지르고 싶어서 환장한 변태놈들이라고!”
“에라이 변태 같은 새끼야!”
욕지거리를 내뱉는 남고딩이었다. 현대왕이 물었다.
“그건 그렇고 여친아, 혹시 너도 주변에 아는 비제이 없니?”
“여친이라 부르지마 느끼해. …그리고 주변에 아는 비제이라니, 스카이 라이프 말하는 거야?”
“그래 그래.”
한참동안 스카이 라이프를 뒤적이던 그녀였다.
“다 접속 끊었어. 지금은 아무도 없어.”
“헐? 고딩아… 너 설마 왕따였니?”
남고딩이 인상을 찡그렸다.
“그건 또 무슨 얼음조각 씹어 먹을 개소리야?”
현대왕은 상황극을 이어갔다. 울음이 섞인 목소리로.
“그렇담 진즉에 말하지 그랬어… 난 네가 왕따인 줄도 모르고 너에게 만날 빵이나 사오라 하고… 흑흑!”
“…너 진짜 빵으로 한 대 맞아볼래?”
“생일날에 주면 감사.”
고딩은 생일 날 케익 속에 망치를 넣어서 선물로 줘야겠다고 결심했다. 현대왕은 차례대로 접속 중인 비제이를 계속해서 찾아보았다. 하지만 이렇다 말을 놓고 즐겁게 대화를 나눌 수 있는 비제이들은 얼마 없었다.
알고 보면 현대왕 역시 인맥이 좋은 편은 아니었던 것이다. 하도 막장짓을 많이 해서 비제이들에게도 워낙 인상이 부정적이었으니….
‘그나저나 이 아청법에 위반되는 로리 고등학생은 언제 온다냐.’
남고딩과 강강이 서로 말도 않고 서먹하게 있는 것을 구경하는 현대왕으로선, 분위기를 캐치해서 메이커로 만들어줄 수 있는 인물이 필요했다. 그리고 그런 인물은 역시 단연…. 뚜루루루루….
“오오, 왔다.”
“뭐? 누가 와?”
“너와 나의 아기.”
“뭐…?”
“콩딱지.”
현대왕의 말에 잠시 뜸을 들이던 남고딩은 ‘결혼하면 안 되겠다….’하고 조용히 중얼거렸다.
이윽고 현대왕은 책상에 있는 울리는 휴대전화를 받아 보였다. 아직 방송에 접속하지는 않았는지 스카이 라이프는 꺼져 있었다.
“야 강서…….”
“오픈 콘돔 스타일!”
뚝! 할 말만 하고 통화를 끊는 서라였다. 역시 다른 여성과는 드물게 성드립을 선뜻 하는 여성이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몸을 심하게 밝히는 여자도 아니었으니, 나름대로 고급스럽고 다가갈 수 없는 분위기를 풍겼다.
그 분위기에는 현실세계와 이질감이 느껴지는 외모가 한 몫 했지만 말이다. 다시 온 연락에 민국이 전화를 받았다.
“그래 그래. 역시 콘돔은 열어두고 하는 게 짱이지.”
“콘돔은 닫고 쓰는 건데여? 어멋! 이상해~! 이 형 콘돔의 의미를 모르고 이썽!”
“그만하고, 너 언제 오냐?”
“지금 막 컴퓨터 접속하고 있으U. 기다리고 있으U.”
이윽고 서라도 스카이 라이프에 접속하는 게 보였다. 방송을 키고 콩딱지로 변모하는 서라. 이로써 오늘 컨텐츠에 필요한 네 사람이 전부 모였다. 현대왕이 세 명이 있는 방에 콩딱지를 초대하자, 요란스런 소리가 들려왔다.
“어서 오너라 나의 아기여.”
“오 유얼 마이 파덜? 아임 킬 유!”
콩딱지는 실제로도 막짱기를 다분히 가진 소녀였다. 하지만 시상식 때는 남성틱한 차림으로 소년의 멋을 내 많은 사람들의 시선을 한 눈에 사로잡게 만들었다. 여자인 게 밝혀지지 않기 위해 남장을 한 것이었는데, 얼굴이 워낙 예쁘다 보니 혹시 여자가 아닌가 의문을 표하는 사람들이 잦았었다. 그리고 지금 이 스카이 라이프 방에, 콩딱지의 실제 정체를 알고 있는 사람이 무려 셋이나 있었다.
“엇! 슴가 누님도 있으시네!”
“…….”
“강간 누님 하이! 출렁출렁! 헠헠 강간하고 싶어U!”
야한 소리를 일말의 고심도 없이 내뱉는 콩딱지. 어쩜 방송 불가 판정을 받고 파뿌리 운영자에게 경고를 받을 수 있는데도 그녀에겐 망설임이 없다! 왜냐! 오늘만 살고 내일이 없는 컨셉이었으니까!
“…오랜만이네.”
“으아닛, 아스팔트에 붙은 껌딱지가 신발에 달라붙은 듯한 여자분 아니신가여? 그 이름하여 츤츤고딩!”
“…츤고딩이라 부르지마!”
콩딱지 역시 현대왕과 마찬가지로 남고딩을 놀리기 일쑤였다. 가끔은 현대왕과 콩딱지가 형제가 되어 남고딩 놀리기에 미친 듯이 돌입하던 때도 있었다.
남고딩은 그때까지는 그저 컨셉이기도 하고, 두 사람이 원래 저러고 노니까 그다지 신경 쓰지 않았다. 하지만 이제 한 가지 진실을 알아버렸지 않은가? 콩딱지가 실제로는 여자라는 사실 말이었다.
“…….”
당연히 기분이 오묘할 수밖에 없었다. 하필 모인 여기 네 사람이, 4P 사건의 관련자였으니까 말이었다.
“그건 그렇고 혀엉! 우릴 왜 여기 모이게 한 거임? 설마 쏘우라도 할 생각임? 실제 게임을 해서 지면 팔이 빵! 다리가 빵!”
“…에휴.”
“응? 헐! 왜 한숨을 쉬시져 츤데레고딩님?! 설마 츤데레라고 저한테도 츤츤대는 거신가여? 그, 그렇담! 저에게 일말의 이성적 호감이라도 품고 있다는 건가여! 실례지만 저에겐 미쿠미쿠쨔응이라는 임자가 있어서 사귀는 건 불가해여!”
“…그쪽의 행동은 항상 맞받아칠 수 없을 정도로 아스트랄해서 한숨을 쉰 거거든요? 그리고 미쿠미쿠쨔응은 노리는 남정네들이 많으니까 그 사람들이랑 일단 싸워서 사귀던가 하세요.”
“히익! 이, 이 미쿠미쿠쨔응을 탐내는 간나쉐끼들! 부들부들!”
가벼이 대응하는 남고딩이었고, 잠시 컴퓨터를 만지작거리던 현대왕이 ‘됐다’하고는 입을 열었다.
“자, 선택 받은 아이들이 모두 모였으니 이제 준비해둔 대망의 컨텐츠를 진행하도록 하겠습니다.”
[오오오오!]
[진짜 의외적인 네 사람의 합동방송이다!]
[기대된다!]
방송 제목부터 4인 합동 컨텐츠로 바꾸자, 사람들이 굉장히 많이 몰려오기 시작했다. 놀랍게도 벌써 각각의 방에 사람 1만명이상이 접속해오고 있었다. 강강은 이토록 사람들이 몰려드는 건 처음 있는 일인지라 조금 당황스러워하는 모습이었다. 반대로 나머지 세 사람은 평상시 일과 비슷했기에 몹시도 여유로웠다.
“지금부터 4인이 진행할 컨텐츠는!”
“…….”
“오오옷! 컨텐츠는! 두두구두구두구두구!”
“…….”
비제이, 세 여자가 현대왕의 다음 말을 기다렸다. 현대왕은 씨익 웃으면서 말했다.
“마인크래프트를 통한, 주제 ‘남자 한 명과 여자 세 명이 결혼을 하여 가정을 꾸렸을 경우 어떤 일이 일어나는가?’ 게임입니다.”
이를 들은 콩딱지가 '?'하면서 가장 먼저 반응했다.
"전 남잔데여?"
"넌 트렌스젠더."
"아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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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편은 불완전한 문장이 많아서 오늘 밤경으로 퇴고 한 번 들어가겠습니다. 양해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