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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의 표본-82화 (82/369)

82화

<등신을 보았다.....>

* *

서민국… 그에겐 과연 무슨 일이 있었는가?은별이가 자신의 마음을 확고히 가다듬는 동안 민국은 집을 나와 열심히 편의점으로 뛰어가고 있었다. 기차게 달려가는 민국은 앞으로의 동정 탈출에 희열을 했다. 아니, 감격을 하다못해 울먹일 지경이었다.

“으헝헝. 그 개고생을 하던 끝에 드디어!”

자기보다 외모가 못난 남자애들도 하나같이 동정을 탈피하다 못해 밥 먹다가도 하나가 되길 반복하는데, 민국은 그동안 폼만 내느라 실용적인 생활은 하지도 못했다.

‘나도… 나도 만질 거야!’

허나 이제는 다르다. 은별이가 허락해준 지금, 민국은 이제부터 실전에 들어가서 은별이의 한 곳 한 곳을 정복하는 꿈을 꿀 것이었다. 꼬르륵….

“…….”

그러던 그 찰나였다. 열심히 달리던 민국은 돌연 허기지는 것을 느꼈다.

‘그러고 보니 초코파이도 먹는다고 해놓고 갖다 두고만 왔네.’

심지어 바닥에 그대로 놔두고 와서 어쩌면 돌아왔을 때 다 녹아내릴 지도 몰랐다. 허나 편의점 근처까지 다 온 민국이 이제 와서 집으로 되돌아가 허기를 채우는 것도 웃겼고, 지금은 그보다 더 긴박한 임무가 있었다.

‘콘돔이지! 콘돔이야! 고무고무 콘돔!’

현재 시간은 오후 여덟 시. 편의점 곳곳 전부 콘돔을 팔고 있었으니, 민국은 아무 편의점이나 들어가서 콘돔을 사오면 될 일이었다. 하지만 워낙 긴급한 때니 민국은 가장 가까운 근처의 편의점으로 향했다. 그리고는 편의점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가 재빨리 주변을 두리번거리기 시작했다.

“어서 오세요.”

다급히 들어온 한 손님에 휴대폰을 만지고 있던 카운터의 여학생이 인사한다. 이윽고 민국과 눈을 마주친 여학생은 순간 눈을 휘둥그레 뜨면서 놀라는 모습이었다. 지금껏 어느 곳에서도 본 적 없는 화사한 외모! 연예인 중 톱 클라스나 되면 저럴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헉헉!”

“손님? 무엇을 찾고 계세요?”

민국이 막 급하게 주위를 두리번거리자 지켜보던 여학생이 사심에 담긴 미소를 지으면서 질문했다. 민국은 그 질문에 ‘어, 그러니까!’하면서 주변을 반복해서 두리번거리다 여학생을 쳐다보았다.

여학생은 자신을 마주하는 그의 얼굴에 ‘쿵!’하고 가슴이 덜컹거리는 걸 느꼈다. 설마 이게 말로만 듣던 첫사랑? 여학생은 일시적으로 느낀 자신의 감정에 수줍음을 느낄 정도였다.

허나, 그 감정도 얼마 가지는 못했다.

“고무 어디 있나요?”

“네? 고무라니….”

“아…! 아니 아니 콘돔이요 콘돔!”

“…….”

“콘돔 주세요! 진득진득하고 아주 촉감 좋은 걸로!”

대놓고 큰 소리를 치면서 콘돔을 요구하는 민국이었다. 비록 편의점엔 지금 카운터 여학생 말곤 아무도 없었지만 말이다. 카운터 여학생은 대뜸 콘돔을 요구하는 서민국의 모습에 얼굴이 붉어지는 걸 느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자, 잠시만요….’하면서 어설프게라도 부리나케 콘돔을 찾는 여학생이었다.

“여기요….”

“얼마죠?”

“이, 이천원….”

“여기!”

어차피 민국이 현재 집에서 가지고 나온 돈은 단 돈 2천원밖에 없었다. 마침 잘 됐겠다 싶어서 민국은 카운터에 2천원을 내려놓고 바로 콘돔을 수중에 쥐었다.

“그럼 수고하세요!”

“아, 안녕히….”

그리고 막 편의점을 빠져나가려는 민국! 하지만 그 찰나였다.

“…….”

자꾸만 무언가가 눈에 밟히는 민국. 아까 전 편의점에 들어왔을 때부터 자꾸만 눈에 신경이 갔었다. …민국은 문을 열고 나가려다 말고 다시금 신경이 쓰이는 곳으로 고개를 돌렸다.

“……?”

카운터의 알바 여학생은 나가지 않고 도중에 뭘 하나 의문이 어린 얼굴로 갸웃거리는 태도였다. 이윽고 민국이 나가려다 말고 ‘크윽….’소리를 내면서 다시 몸을 돌려 편의점 안으로 완전히 들어왔다.

“잠시, 잠시만요.”

“…….”

이윽고 민국이 수중에 쥐고 있는 콘돔을 카운터에 내려놓고는 과자들이 나열된 곳으로 향했다. 잠시 후 나열된 과자의 한 곳에 멈춰 선 민국이 턱에 손을 얹고는 ‘흐음….’ 집중하는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잠시 후, 이빨을 ‘까득!’하고 갈면서 난처해하는 눈빛을 보였다.

‘제길! 어떡하지?’

과연 민국은 무엇이 그리 신경 쓰여서 이러는 것일까? 이유는 간단했다. 바로 민국의 당면 앞에 놓여 진 나열판 위의 과자! 칙촉이었다!(칙촉 홍보하는 소설 아닙니다.)

“…….”

이것은 생각 이상으로 민국 일생에 중대한 위기를 가져왔다. 동정 탈피인가 아니면 허름한 배의 고픔을 만족시키는 식욕 채움인가. 혹자가 볼 때는 마냥 쉽게 여겨지는 일이라 느낄 지도 모르지만 민국 입장에선 달랐다. 왠지 모르게 오늘따라 칙촉을 먹고 싶은 충동이 강렬하게 인 것이었다.

‘…가격은 이천원.’

마침 딱 민국의 수중에 있던 2천원으로 구매할 수 있는 가격이었다. 하지만 2천원으로 칙촉을 구매한다면, 반대로 콘돔은 구매하지 못하게 되는 것이었다.

‘으으윽, 정말 심각하고도 중대한 문제로군.’

대체 왜 하필 오늘인가! 왜 하필 오늘처럼 중대한 때에 이런 충동이 인단 말인가? …가끔씩 사람에겐 참을 수 없는 엄청난 식욕이 몰려올 때가 있다. 허나 그 때가 오늘이라는 건 결코 용납할 수 없었다.

‘큿! 안 돼! 난 오늘 은별이와 하나가 되어야한다! 그것을 위해서라면… 대를 위해서라면 소는 포기해야 해!’

민국은 전장에서 동료들을 구하겠다면서 먼저 도망가라며 선두에 서는 병사를 지켜보는 안타까운 마음을 가졌다. 이윽고 몸을 홱 돌려 다시 카운터로 향하는 민국. 카운터의 여학생은 콘돔이 들어 있는 상자만 만지작거리다가 민국이 다가오는 걸 보고는 고개를 들었다.

이윽고 민국이 그 콘돔을 한 손으로 굳세게 쥐고는 말했다.

“이걸 구매하겠습니다.”

“…….”

그리고 다시 차갑게 홱 몸을 돌려서 편의점 안을 나가려던 민국이었다. 이제 그에겐 더 이상 망설임이 없었다. 오늘 이 콘돔을 이용해서 그녀와 하나가 되어 하늘로 용처럼 승천할 것이었다!

(악마 : 후후, 멍청하군)

“!”

허나 민국은 편의점 문을 열기 직전, 또다시 걸음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 이번엔 또 무슨 일인가! 이번엔 또 어떤 놈이 서민국의 행동에 저지를 가하려는가!

‘너는!’

(악마 : 그래, 나다. 오랜만이로군)서민국의 내면속에 숨어 있는 악마! 그의 사회적 씨앗이 낳은 불행의 근원이었다! 그것은 지난 번 은별과 예나의 사투 속에서도 등장해, 은별이의 무서운 눈빛을 받게 한 어마무지한 존재였다. 민국은 전에 당했던 게 있기 때문인지 몹시 경계하는 눈빛을 지었다.

‘…네가 여기는 웬일이지?’

“…….”

이를 지켜보는 카운터 알바 여학생. 나가려다가 말고 또다시 편의점 안의 과자 나열대 쪽으로 시선을 돌리는 민국의 모습은 정말이지 의혹을 갖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이제 여학생은 슬슬 그를 이상한 시선으로 쳐다보고 있었다.

허나 그러거나 말거나 민국은 자신의 내면속 악마와 맞서 싸우는데 열중했다. 이윽고 과자 나열대 근처에 있던 손바닥만한 작은 악마가 칙촉 근처로 다가갔다. 그리고 스리슬쩍 혀로 상자 겉면을 아래에서 위로 핥더니 말했다.

(악마 : 이거, 아주 맛있어 보이는군)

‘…….’

(악마 : 네 녀석 눈에는 그렇지 않아 보이는가?)

‘…크윽!’

민국은 흔들리는 자신을 느꼈다. 하지만 그럴수록 정신을 바짝 차렸다.

‘내가 고작 그 정도에 흔들릴 거라고 생각해? 사람을 잘못 봤다! 나는… 동정을 탈출할 남자다…!’

(악마 : 과연 동정이 이 칙촉보다 중요할까?)악마가 말을 이었다.

(악마 : 너는 은별이의 애인이다. 남자친구지. 남자친구라면 언젠가는 성관계를 맺게 되어있다. 하지만 칙촉을 먹고 싶은 오늘의 식욕은 오늘까지만이다. 그것을 포기하면서까지 굳이 관계를 맺고 싶단 말이냐?)

‘…은별이가 언제 다시 허락해줄지 몰라! 오히려 은별이가 허락하는 지금이야 말로 마지막일 수 있어!’

(악마 : 하하하하! …좋다. 그럼 이건 어떠냐?)악마가 칙촉 상자 앞을 걸어 다니면서 잔혹하게 말했다.

(악마 : 2천원으로 일단 이 칙촉을 먹어 식욕을 달래고, 집에서 다시 돈을 꺼내 콘돔을 사러 오는 것이다.)

‘!’

(악마 : 성관계를 맺는 것도 체력이 있어야 가능한 법이다. 배고픈 상태로 성관계를 맺어봤자 너의 여인은 실망할 수 있지. ‘어머, 크기만 커서 뭐해. 체력이 조루인데~ 이런 남자 필요 없어.’하고 네토라레가 시작될 수도 있다.)악마가 미소 지었다.

(악마 : 그렇기에 칙촉은 너에게 중요한 과자이다. 이것을 먹음으로서 넌 체력을 회복하고 은별이를 정복할 수 있다. 너의 ‘육노예’로 전락시켜 영원히 너의 것으로 만들 수도 있지.)

‘유, 육노예…!’

악마의 눈이 번뜩였다.

(악마 : 결정해라! 칙촉이냐! 아니면 한 순간의 성욕이냐!)

“……!”

민국의 손이, 진열대에 있는 칙촉으로 뻗어져가고 있었다.

* *

“하아, 하아!”

온몸이 땀으로 흠뻑 젖은 채, 민국은 자기 집으로 힘껏 달려갔다. 머지않아 계단에 도착하여 두 개씩 뛰어오른 민국은 현관문에 도착하고 문을 열었다.

“은별아! 하아, 하아!”

“…….”

그리고 거실에 도착한 민국이 휘청거리며 그녀의 앞에 섰다. 마음을 확고히 다잡은 은별은 굳은 얼굴로 민국을 지켜보고 있었다. 한참을 허리 숙여 심호흡하던 민국의 모습에 은별이가 조금 뜸을 들이다 부끄럽게 말을 이었다.

“가져…왔어…?”

몹시도 불안했지만, 이제 하나가 될 수 있단 사실에 은별도 약간 설레하는 느낌이었다. 이윽고 민국이 ‘응!’하고 헐떡이면서 소리쳤다. 그리고는 주머니 속에서 무언가를 꺼내들었다. 양손으로 꺼내드는 그의 모습은 그 누구보다도 행복해 보였다.

“보아라!”

“…….”

“백퍼센트 촉촉하고 진득진득한 맛의 초코 과자! 그 이름 하여 칙촉! 신용성 있고 워낙 유명하여 아이들이 먹기에 참으로 알뜰한 제품이 아닐 수 없지! 오늘은 이것으로 나의 식욕을 달래겠다!”

“…….”

은별은 순간 얼이 빠질 수밖에 없었다. 콘돔을 사올 줄 알았는데 느닷없이 과자를 사오니 얼이 빠질 수밖에 없었다. …설마 고무를 과자로 헷갈린 건가? 하는 납득성 안 가는 의문도 갖게 되었다.

“…칙촉? …고무 사오는 거 아녔어?”

“아, 그건 지금 막 사러 가려고. 좀만 기다려봐. 그러니까 내가 돈을….”

민국은 칙촉 과자상자를 뜯어서 입에 하나를 문 다음 은별에게 주었다. 은별은 뭐 이런 놈이 다 있나 하는 눈빛으로 빤히 쳐다보았다. 이윽고 컴퓨터 의자에 걸쳐진 옷 여러 벌들을 여러 차례 뒤적거리던 민국이었다.

“어라? 응?”

“…….”

“돈이… 없네?”

“…….”

악마가 배신했다.

“으, 은별아?”

“…….”

“미안한데 잠시 돈 좀….”

“싫은데요. 누구세요. 저 아세요?”

기껏 기대했던 자신이 바보지… 하면서 은별은 침대에서 일어났다. 민국은 그런 은별의 옷자락을 양손으로 붙잡고 가지 못하게 하면서 말했다.

“으아! 은별아! 그러니까 화내지 말고 잘 들어봐! 이건 내가 하려고 했던 게 아니라 내 내면속에서 꿈틀대는 악마 녀석이 나를 속삭여서….”

“네~ 다음 변명~.”

짐도 싸고 이제 밖으로 나가려는 은별. 도저히 말리기에는 무리 같았다! 민국은 하는 수 없이 최후의 방법을 사용할 수밖에 없겠다고 여겼다.

“크읏…! 이렇게 된 이상 생으로!”

“…뭐하는 거야?”

“내 아를 낳아도!”

“……꺄악! 저리 꺼지지 못해!”

허리의 벨트를 풀고 팬티 차림으로 은별을 덮치기 위해 개구리 점프를 하는 민국. 그러나 은별의 발차기 일격에 심심치 않은 곳을 맞은 민국은 그대로 ‘쿠억’하면서 자빠지고 말았다. 소중한 곳을 양손으로 부여잡고 바들바들 떠는 민국을 내려다보는 은별은 상기된 표정이었으나, 눈빛만은 냉랭하기 그지없었다.

“흥!”

끼이익, 쿵! 문을 닫고 밖으로 나가는 은별이었고, 집안에 홀로 남게 된 민국은 일생일대에 한 번일까 말까한 기회를 놓치고 남자로서 간만에 눈물을 흘렸다.

“악마 이 나쁜 새끼 으헝헝….”

============================ 작품 후기 ============================

많은 분들이 H씬을 원하시는 것 같아 미리 말씀드립니다.

H씬은 100화에 나옵니다.

아! 그리고 저 악마...

복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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