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왕의 표본-80화 (80/369)

80화

<악마를 보았… 만세!>

“니코니코니~ 아나따노 하트에 니코니코니~.”

“…….”

“움~ 다메다메다메~ 니코니는 민나노 거예요~!”

“그만해.”

“푸헤헤헤헤헤!”

서민국은 진심으로 배를 부여잡고 폭소했다. 그런 그를 옆에서 지켜보는 강은별은 정색 그 자체였다. 잠시 후 민국이 분위기를 파악했는지 입술의 침을 닦고는 정색하며 말했다.

“패러디로 니코니코틴도 있어.”

“…….”

바닥에서 벌떡 일어나서 현관문으로 향하는 강은별이었다. 민국이 ‘으랏차차!’하면서 잽싸게 일어나서는 그녀의 손목을 붙잡았다.

“어딜 가시오 낭자.”

“놓아주시죠. 소녀, 이제 댁이 맘에 들지 안 사옵니다.”

“아닛? 그건 그대의 자물쇠와 나의 열쇠가 하나 되지 못해 생긴 감정 아니오?”

“그쪽의 자물쇠에 꽂혀주느니 차라리 평생 열리지 않는 미지의 보물 상자로 남겠사옵니다.”

“허허허, 나한테 당해보지도 않고.”

민국은 그녀를 가까스로 진정시켜 다시금 바닥에 앉게 했다. 은별은 싱글벙글 웃으면서 격려 아닌 격려를 하는 민국의 모습에 ‘에휴’하면서 한숨을 내쉬었다.

니코니코니 사건이 있던 것은 어제…. 그리고 하루가 지난 지금은 민국의 집에서 놀고 있는 은별이었다. 어째서 은별이 여기 있냐고? 이제 둘은 커플이었다.

커플끼리 한 집에서 알콩달콩 무슨 짓을 하든 상관이 없지 않은가?

“흐흐흐흐흐흐.”

“…….”

은별은 음란하게 소리를 내는 민국을 소름끼쳐했다.

“내가 오늘 여기에 놀러 왔다 해서 수작 부리려 하지 마. 정신 똑바로 차리고 있을 거니까.”

“술 마시자.”

“…꺼져.”

은별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번엔 현관이 아닌 민국의 안방으로 향하는 그녀였다. 민국도 자리에서 일어나 그런 그녀를 따라나섰다. 이윽고 민국의 방에 들어온 은별이 주위를 두리번두리번거리며 구경했다.

“의외로 깨끗하네…?”

“후후. 어떠하신가. 밤꽃 냄새가 풍부하게 나는 남자의 방이.”

“…생각 외로 그 냄새도 별로 나지 않는 거 같아서 놀랐다.”

그러다가 문득 컴퓨터 아래에 놓여 진 휴지통이 보였다. 휴지통에는 두루마리 휴지의 변질된 모습, 쓰레기 휴지들이 눈에 띄었다. 이윽고 그것을 확인한 은별이 빤히 쳐다보다가 물었다.

“휴지통을 임신시킬 셈이야?”

“수십 억 마리를 쏟아 부었는데 한 명조차 임신하지 않더군. 진즉에 포기했지.”

민감한 드립을 곧잘 받아치는 서민국. 과연 일반 남자보다 훨씬 음란하고 음흉한 남자다웠다.

“컴퓨터 모니터도 상당히 크네…. 방송 장비는 의외로 별로인 거 같고.”

“허허, 방송 장비가 별로인들 이 장비들에는 나와 함께 했던 추억들과 의지들이 있어! 함께 해온 동료들이라고!”

“…그만해 오그라들어.”

캠코더를 비롯해 키보드도 스윽 만져보는 은별이었다. 그러다가 돌연 무언가 진득한 것이 손에 묻는 느낌이 들었다. 꺼림칙한 느낌에 은별이 천천히 그 손가락을 들어 눈으로 확인해보았다.

“…….”

“무슨 생각을 하시는거요 낭자?”

“…앗!”

은별이 대번에 얼굴을 붉히면서 손을 털었다. 민국이 그런 그녀를 가늘게 뜬 눈으로 바라보다가 ‘훗’하고 말했다.

“내 정력이 비록 천장을 돌파해 흩뿌릴 정도라고 하지만 일을 해결하면 키보드는 항상 닦는 법이오. 고로 거기에 묻은 건 정액이 아니라….”

“…….”

“내 쿠퍼액이오.”

정강이를 ‘빡!’하고 세게 걷어차는 은별이었다. 민국이 ‘으아악’하면서 정강이를 붙잡고 한 발로 뛰었다.

“음료수야 음료수. 음료수 몇 방울 떨어진 거. 아이고….”

“에휴.”

이윽고 은별이 항상 갖고 다니는 전용 손수건을 바지 주머니에서 꺼냈다. 그리고 그것으로 민국의 키보드를 손수 닦아주는 모습이었다. 그 절경에 민국이 ‘오오’하면서 감탄사를 터트렸다.

“그 모습 보니까 마치 내 애인 같다.”

“애인 맞잖아.”

“그렇지. 허허 참, 보면 볼수록 신기하네.”

열심히 키보드를 닦는 은별을 이래저래 관찰하면서 민국이 턱에 손을 얹고 말했다.

“흐음, 아무리 봐도 신기해.”

“뭐가?”

퉁명스러운 그녀의 물음에 민국이 답했다.

“너같이 예쁘고 머리 좋고 지적이고 퉁명스럽고 츤데레스러운 여자와 사귀게 될 줄이야.”

“칭찬해줘도 아무것도 안 나와. 그리고 나도 설마 내가 너랑 사귀게 될 줄은 정말이지 꿈에도 생각 못했어.”

은별은 옛 기억이 잠시 떠오른 얼굴을 지었다. 민국 또한 마찬가지였다.

두 사람은 정말이지 시청자들에게 어울린단 소리를 연거푸 들어왔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방송 컨셉일 뿐 진심으로 사귀게 될 거라곤 생각도 못했다. 방송은 방송에 지나지 않았고, 방송에서 친하게 지낸들 결국엔 남인 경우가 많았기 때문에 두 사람 사이도 평생 그렇게 진행될 거라 생각했던 것이다.

‘그 일이 있지만 않았더라도.’

은별은 그런 생각을 품었다. 필시 민국과 실제로 조우하게 된 그 일만 없었더라도, 서로가 서로에게 악 감정을 가지고 반말만 찍찍 써대는 방송을 하면서 언젠간 잊혀졌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리 예상을 자신할 정도면 이런 상황이 새삼스레 신기한 것이겠지.

“낭자 뭐 먹고 싶은 거 있소?”

“…….”

민국의 불현듯이 던지는 물음에 은별은 잠시나마 떠올렸던 회상을 멈추게 되었다. 이윽고 은별이 고개를 돌리며 답했다.

“소녀, 차디찬 물 한 잔이 마시고 싶사옵니다.”

“그럼 좀만 기다리시오. 내가 나의 남근을 담아 휘저은 차디찬 물 한 잔을 준비하겠소.”

은별이 싱긋 웃으면서 독설스럽게 말했다.

“그렇게 했다간 그쪽 남근을 반으로 으깨어 버릴 테니 그리 알아주시면 좋겠사옵니다.”

“히이익.”

민국은 경악하면서 부엌으로 향했다. 홀로 남은 은별은 또 한 번 한숨을 내쉬고는 컴퓨터 의자에 앉았다. 컴퓨터를 한 번 켜봐도 되냐고 물음을 던지는 은별. 민국은 흔쾌히 승낙했고 은별은 곧잘 컴퓨터 스위치를 눌러 전원이 들어오길 기다리는 모습이었다.

“…….”

생각보다 컴퓨터 관리를 잘했는지 전원은 바로 들어오고 모니터의 화면도 깔끔하게 뜨는 모습이었다. 은별은 지저분함이랑은 전혀 어울리지 않는 민국의 방안에 새삼스레 놀라며 마우스를 들었다. 딸칵 딸칵.

“별로 볼 만한 게 없네.”

인터넷으로 들어가 여러 기사들이나 훑던 은별이었다. 얼마지 않아 재미없단 걸 깨닫게 되자 딸칵하고 인터넷을 꺼버리고는 물과 더불어 안주를 준비하는 민국을 기다리려 했다.

“…응?”

근데 돌연 한 가지 눈에 밟히는 게 있었다. 그건 바로 모니터 바탕화면에 있는 하나의 폴더였다.

‘꾀꼬리?’

매우 진귀하고도 평범한 이름을 갖고 있었는데, 은별은 돌연 그 폴더의 이름을 봄과 동시에 한 가지 예상이 스쳐 지나가는 걸 느꼈다. 이윽고 그 폴더를 클릭하여 내용물을 확인하는 은별이었다.

“…….”

어쩜 이리 숨긴 것 같지도 않은 장소에 놔두었을까? 아마 늘 혼자 쓰던 컴퓨터다 보니 어느 곳에 두든 큰 이상은 없을 거라 생각했던 모양이다. 하지만 이런 폴더가 여자친구인 은별이에게 보인 이상 답은 한 가지밖에 없었다.

“은별 낭자. 내가 그대를 위해 맛있는 300원짜리 초코파이를 세 개나 가지고 왔소.”

민국이 막 접시에 봉지를 뜯은 초코파이 세 개와 차디찬 물 두 잔을 가지고 대령할 때였다. 은별은 폴더 안의 내용물들에서 고개를 돌려 그를 보았다. 이윽고 민국이 ‘헛!’하고 그것을 목도하더니 잠시간 침묵했다.

“…….”

“…….”

그러다 머지않아 입을 연다.

“역시 너도 어쩔 수 없는 사.춘.기~♡”

“…….”

딸칵. 은별은 더도 말고 폴더를 오른쪽 마우스로 클릭하여 휴지통에 집어넣을 생각이었다. 그 모습에 뒤늦게 사실을 깨우친 민국이 경악하면서 손을 들었다.

“자, 잠깐! 지금 무슨 짓을 하시려는 것이오… 낭자?”

“소녀, 음란물을 지우려 하고 있습니다.”

“으, 음란물을 왜 지우시오? 그것은 남자들이 평생 일생을 다 바쳐도 구할 수 없는 슈퍼 레어템으로…!”

그녀가 손을 대고 있는 마우스가 냉정하게 움직이려고 한다. 민국이 다시 한 번 ‘잠까안!’하고 소리치느라 악화일로를 모면할 수 있었다. 은별의 냉정한 눈빛을 응시 받는 가운데 민국이 지금까지는 없었던 크나큰 위기에 식은땀을 흘리며 눈치를 보았다.

“은별아… 일단 손을 때. 그거, 결코 좋지 못한 짓이야.”

“…….”

“수십억 남자들의 분노를 사는 행동이라고… 알아? 은별아… 제발 침착해… 이전의 너로 돌아와!”

그 말에 은별이 가늘게 뜬 눈으로 ‘흐음~’하면서 말했다.

“나는 이전의 나든 지금의 나든 바뀐 게 없어.”

“…….”

“하지만.”

“…….”

“로리콘은 용서 못해.”

딸칵.

“…아!노!돼애애애애애애애!!!!”

민국은 뒤늦게 들고 있던 접시를 내려놓고 컴퓨터 쪽으로 달려갔다. 하지만 폴더는 빠른 속도로 삭제되었고, 민국은 그것을 눈앞에서 지켜보아야만 했다.

“흑! 흐으으으윽! 으헝헝헝헝!”

“…….”

“왜! 도시떼…! 어째서어!”

남자의 눈물은 그 무엇보다도 뜨겁다! 남자로서는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야만적인 행동! 그런 야만적인 행동을 은별이가 했음에 민국은 더더욱 슬퍼했다. 하지만 은별은 그런 민국을 여전히 냉랭한 눈빛으로 보고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민국이 소유하고 있는 동영상은 단순 야동이 아니라 아동 야동이었던 것이다! 그것도 무려 중학생 고등학생을 대상으로 한 야동!

“아청법으로 경찰에게 잡혀가고 싶어?”

“으헝헝! 일본에서는 정식으로 허가된 작품인데!”

“로마에 오면 로마법을 따르라.”

은별이의 냉랭한 말에 민국은 그저 눈물만 훔칠 뿐이었다. 은별은 민국이 생각 이상으로 슬퍼하는 모습에 냉랭하게 지켜보던 것도 잠시, 조금 자신이 크게 잘못했나 미안한 맘을 갖게 되었다.

“…그게 그렇게 소중해?”

“으헝헝!”

“하, 하지만! 아청법은 준수해야지! 안 그래도 요즘 법이 얼마나 엄한데!”

“으헝헝헝헝! 나 죽어!”

“…….”

“로리로리비임 으헝헝!”

아예 대놓고 구슬프게 눈물 짓는 민국의 모습에 은별은 고작 야동 갖고 이렇게 심각해질 수가 있나 정말이지 의문을 품으면서도 한 편으론 강한 미안함을 느꼈다. 이윽고 은별이 그런 민국을 보고는 고개를 홱 돌리면서 말했다.

“그런 야동보다… 더 좋은 게 있잖아.”

“으헝….”

눈물을 쏟고 있던 민국이었다. 돌연 그녀가 던진 말에 민국은 말미를 흐리게 되었다. 이윽고 민국이 언제 울었냐는 듯이 고개를 확 들면서 물었다.

“뭐?”

“…….”

민국과 눈을 마주치지는 않았지만, 은별은 몹시 부끄러워하는 눈빛이었다. 그러고 보니 얼굴도 묘하게 붉어져 있었다.

“내가 오늘 여기 왜 온 것 같아?”

“…….”

민국은 그 말에 침묵했다. 자연스레 고개를 위아래로 내려 그녀의 몸을 훑는 민국이었다. 그러고 보니 오늘따라 유난히 다리가 돋보이는 핫팬츠, 그리고 상의 중에서도 가슴 계곡과 겨드랑이 쪽이 조금 드러나는 옷을 입고 있었다. 그리고 지금 이곳은 아무도 없는, 단 둘 뿐인 방안.

‘!’

그 사실을 뒤늦게서야 눈치채자 민국은 야동을 잃어버린 것과는 비교할 수 없는 강한 행복감이 느껴졌다. 이윽고 민국이 야수처럼 돌변하여 은별을 그대로 덮쳤다.

“은별아!”

“…꺄악!”

이윽고 민국이 은별을 호랑이처럼 덮쳐서 바닥에 눕히자, 은별은 순간적으로 얼굴을 붉히며 당혹하는 눈빛을 지었다.

“헤헤헤헤 은별아.”

“…….”

“은별아!”

이내 민국이 그대로 얼굴을 들이밀어 그녀와 입술을 맞추려는 찰나였다. 퍽! 하고 은별의 발에 맞고 ‘끄악’하며 주저앉는 민국이었다. 은별은 야수가 자신을 덮치려했음에 순간적으로 ‘하아, 하아.’하고 거칠게 호흡하였다. 두 볼에는 강한 홍조가 일어 있었다.

“왜, 왜….”

이윽고 민국이 맞은 코를 부여잡고 눈물을 삼키는데 은별은 조심스럽게 ‘…돔.’하고 무언가를 발음했다. 그것을 정확히 듣지 못한 민국이 의아해하자 은별이 말했다.

“…조심해야 될 거 아니야.”

“…….”

“…사와! 고무!”

은별의 바락 지르는 소리에 민국은 그제야 한 가지 중요한 것을 까먹었단 사실을 직감했다.

“넵!”

마치 군인처럼 깍듯하게 대답하면서 현관문으로 달려 나가는 민국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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