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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의 표본-78화 (78/369)

78화

작가 왈 : 모기 에피소드 500글자면 끝나니 재미없어도 그냥 읽어주세요.

아래에 바로 다음 챕터 있습니다.

현대왕! 최대의 숙적을 만나다!!! 최종장 : ☆모오기☆

“보스!”

“울지 마라… 오히려 슬퍼하는 것이야 말로 지금까지 희생한 녀석들에 대한 대우가 아니다.”

“흑흑!”

“자, 봐라! 아직 우리는 숫자가 많다. 우리가 필살기만 사용한다면…! 얼마든지 저 인간쯤이야 처치할 수 있어!”

그리고 보스 모기는 나머지 조사병단이 단합할 수 있게끔 만들었다. 생존한 조사병단들은 최대의 사투를 벌이기 위해 마음을 다잡았고, 얼마지 않아 생각했다.

‘그래! 우린 아직 해낼 수 있어!’

‘우리에겐 아직 모기단의 필살기가 숨어 있다!’

‘이것만 곧잘 사용한다면!!!’

그렇다. 조사병단 모기들에겐 사실 한 가지 필살기가 있었다. 그것은 연합동맹인 종족들도 아주 무서워하는 필살기로, 인간 또한 공격당한다면 비명을 지를 게 분명했다.

“자… 간다! 필살…!”

“맞다, 모기약 뿌려야지.”

“…….”

취이이익!

민국이 뿌린 모기약에 모기들 전원 사망.

*  *

“어이구야, 간만에 잘 잤네.”

요 이틀간 여러 사건이 반복되며 터지다 보니 잠을 자도 영 몸이 좋지 않았다. 때문에 민국은 오랜만에 혼자 침대에 누워 한숨 길게 자고 나니, 그동안 묵혀두었던 스트레스가 싸악 풀리는 것을 느꼈다. 우우우우웅!

“누구냐.”

휴대전화에 누구인지 나왔기 때문에 누구인지 알고 있었으나 민국은 그렇게 질문했다. 이제 막 졸음에서 깬 목소리로 그리 응답하자, 상대방의 반응이 들려왔다.

“안녕하세요 고객님! 다름이 아니오라 사체 담보로 그쪽 작은 고추를 둔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서라냐?”

“헐! 어떻게 알았음? 하마터면 하트비트가 미치게 오를 뻔함.”

민국은 ‘웃차’하고 침대에서 상체를 일으켰다.

“너의 패턴이야 이제 뭐 뻔하지. 난 너에 대한 모든 걸 알고 있으니까.”

“어멋~! 매, 매우 무셥네여! 서, 설마 말로만 듣던 스토컷?!”

“그래. 네가 날 밤마다 딸감으로 삼는 것도 익히 알고 있지.”

“헐…!”

참고로 서라의 헐은 저번의 헐과는 달랐다. 진심(?)이었던 것이다. 그러나 민국은 어디까지나 드립용 헐이라 생각을 하고 눈을 비비며 물었다.

“그래서 무슨 일이야?”

“엇… 형 그러니까 매우 놀라운 일이 벌어졌음.”

서라의 목소리가 돌연 긴박해졌다.

“무슨 일인데?”

“쿠왁 님이 갑자기 나한테 친한 척함.”

민국은 그 이야기를 듣자마자 ‘하아’하고 한숨이 쏟아지는 것을 느꼈다. 서라가 말을 이었다.

“지금 등교하는 길인데 학교 가기 전에 잠시 방송국 아이디로 로그인해봤거든? 근데 막 나한테 쪽지가 다섯 통이나 와있었음.”

“아아, 역시 그렇구나.”

“나닛? 역시라니? 혹시 이 세상에 숨겨진 중요한 진실을 서민 아저씨는 아는 거예여?!”

“어 걔 너 좋아함.”

“으앙닛!”

서라가 조금 화난 목소리로 물었다.

“서, 설마 온니쨩 내가 xx염색체라는 거 밝혔뜸?!”

“흐아암… 아니야 인마. 그 녀석은 아직 너 여자인 거 몰라.”

“그러엄?”

“그냥 네가 좋대. 네가 xy염색체라도 좋대.”

“…….”

“…….”

“……허얼.”

이번 헐은 다른 감정이 섞인 헐이었다.

“그거 큰일 난 거 아님? 나능 게이가 아니라서리… 하, 항문은 범해지기 싫은데!”

“소녀여, 뭘 모르시는구나. 너에겐 항문 말고 또 다른 구멍이 있단다.”

“아앗! 그 구멍의 존재 가치를 잊고 있었구려!”

이윽고 서라가 걱정스런 목소리로 물었다.

“흐이잉… 온니쨩데스까… 난 어찌해야 할까요?”

“…에휴, 뭐 일단 놔둬봐. 걔도 성격상 막무가내로 들이밀고 들어오는 타입은 아니야. 나 닮아서.”

“와~ 형 닮았다고 하니까 진심 안 믿김!”

“사실 나도 이래 말해보니까 안 믿긴다.”

그렇게 쿠왁이 자신에게 호감이 있단 사실에 큰 충격을 먹은 서라. 허나 여자인 걸 알고 호감을 갖는 게 아니라 남자라고 착각함에도 좋아한단 사실을 알게 되자 더 큰 충격을 먹는 모습이었다. 민국은 염려하는 서라를 향해 위로 및 조언을 해주기로 했다.

“어쨌든 너무 걱정하지 말고 학교나 가. 정 무슨 일 생기면 내가 그때 나서서 도와줄게.”

“으힝! 마, 만일 온니쨩 데스까가 내가 위험할 때 확 도와주면 난 온니쨩에게 모든 걸 다 줄 거라능!”

“와, 그럼 난 네 몸으로 동인지 찍어야지.”

그렇게 아침부터 성드립을 치는 두 사람이었다. 이윽고 통화를 끊는 민국. 참고로 오늘은 토요일인지라 민국은 대학교에 가지 않았다. 머리를 긁적이면서 침대에 가만히 앉아있기를 어연 10분.

‘오늘은 롤에서 똥이나 싸볼까?’

민국은 간만에 롤이나 한 판 하자는 생각이 들어 컴퓨터를 키려고 했다.

“하하하하하!”

“호호호호호!”

“…….”

그러나 그때 어디선가 들려오는 소리. 집 근처에서 들려오는 시끄러운 소음에 민국은 컴퓨터로 향하려던 걸음을 멈추고 뒤를 돌아보았다.

“하하하하핫!”

“그래서 말이야! 씨발!”

이윽고 창문 쪽으로 고개를 내밀어 아래를 내려다보는 민국이었다. 그러자 민국이 내려다보는 곳 바로 아래에 질 나쁜 남녀 학생들이 다리를 건들건들거리며 담배를 펴는 모습이 보였다.

“병신 킥킥! 개 재밌어! 씨발!”

“…….”

시끄럽게 놀고는 있었으나, 민국은 그닥 신경 쓸 필요는 없다고 여겼다. 고로 다시 컴퓨터 쪽으로 향해서 전원을 키고 해드셋을 끼는 모습이었다.

“하하하하하핫!”

“꺄하하하하핫!”

“…….”

하지만 불량 패거리의 귀 찢어지는 소음이 헤드셋의 틈을 비집고 들어온다. 민국은 애써 인내심을 갖고 해드셋의 볼륨 크기만 오히려 더 높게 설정했다. 그리고 간신히 게임에 집중하여 한 탕 뛰려는데….

“진짜 부모 새끼 존나 싫어 키킥.”

“야 그러지마 병신아!”

“뭐래 병신아!”

무슨 득음이라도 했는지 웃음소리가 귓전까지 닿아온다. 심지어 볼륨을 높게 설정한 해드셋의 틈을 비집고서 말이다. 이건 진짜 정신적으로 충격을 주는 소음공해란 생각이 들었다.

‘안 되겠는데?’

민국은 경찰을 부를까 생각했다. 하지만 이런 대수롭지 않은 건 경찰을 부르는 것보다 자기 힘으로 직접 해결하는 게 올바르다고 생각했다. 이래봬도 민국은 할 땐 하는 인물이었다. 그의 앞엔 강자고 약자고 없었다. 설사 강한 사람이 눈앞에 있어도 진정성 있게 가운데 손가락을 내밀 수 있었다.

‘하지만 난 평화주의자야. 옳지 못한 방법으로 피해를 입히고 싶진 않아.’

안경을 벗으면 강해지는 힘이 그에겐 있었지만(?!), 민국은 숨겨진 다크니스의 힘을 사용하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색다른 방안을 선택하기로 했다.

‘어디 보자. 장난감 칼이 어디 있더라….’

한 때 어릴 때 갖고 놀던 추억의 물건. 애들과 칼싸움을 하면서 갖고 놀았던 플라스틱 칼을 찾기 시작했다. 머지않아 서랍 속에 있는 그것을 발견하고 민국은 물감을 뒤적였다. 물감 통에서 붉은 물감을 찾아낸 민국이 버리려고 예정돼있던 옷들을 하나하나 꺼내 화장실로 이동했다.

“하하하하하!”

“어떻게 된 게 소리가 여기까지 들려오냐? 이 고추밭 같은 녀석들. 아니, 여자도 있었나?”

차마 여자에 대한 별명은 비난이 쏟아질 것 같아 담지 않는 민국이었다.

“웃차!”

일단 버리기로 예정돼있던 옷들을 가위로 조금씩 손질하여 찢어주었다. 그리고 미지근한 물을 묻혀 적신 다음, 굳은 빨간 물감을 풀어 조각품을 정돈하는 장인의 손길처럼 묻혀 보였다. 장난감 칼도 마찬가지였다.

최대한 플라스틱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을 만큼 물로 박박 씻은 다음에 물감을 흥건히 묻혔다. 이후, 민국은 옷을 탈의한 다음 곧장 그것을 입어 보였는데, 완전히 미친 짓을 저지른 살인마 같았다.

“헤헤.”

조아라 하며 서비스로 머리도 물로 감아주었다. 물기도 털지 않은 채, 똑똑똑 물이 흐르는 머리카락으로 민국은 밖을 나왔다.

“아 병신, 선생한테 또 연락 와….”

“난 엄마한테 와. 짜증나 죽겠어.”

“진짜 부모가 제일 싫어. 안 그러냐?”

“그러니까 말이야.”

끼리끼리 공감대를 만들고 있는 학생들의 대화를 들으며 민국은 철문을 열고 1층 근처로 내려왔다. 마침 1층 앞바닥에 앉아 대화중에 있던 불량한 학생들이 민국에게 시선을 집중했다.

민국은 이 순간 더 이상 사람이 아니었다. 그는 이미 이 짓을 한두 번 했던 게 아니기 때문에, 최대한 능숙하게 올드보이의 최민식처럼 연기했다.

“10년 동안 치킨만 먹었다….”

“…….”

“내 치킨 어딨어?”

불량 패거리는 하나같이 견제 어린 눈초리를 지었다. 걔 중에 한 명이 ‘저 새끼 뭐야?’하면서 애써 허세를 보였는데, 민국은 퀭하게 풀린 눈빛으로 비틀비틀 거리며 조금씩 다가갔다.

“치킨은 맛있다… 맛있으면 외쳐….”

“뭐, 뭐야?”

“꺄악!”

무엇보다 민국이 입고 있는 옷은 그야말로 살인을 저지른 살인마를 연상케 했다. 경찰에게 신고만 하면 바로 교도소에 감방으로 넣어질 옷차림이었다.

그 상태로 휘청거리며 정면으로 나아가니, 맞은편에 있던 불량 패거리는 남녀노소 불문하고 서서히 겁에 질리는 모습이었다. 민국은 여전히 퀭한 눈빛을 지으면서 다가갔다.

“치킨이 맛있으면 외치란 말이다… 치킨은 금상천화… 오오미… 지리겠소….”

“미, 미친 색….”

“뭐라고?”

식은땀을 흘리며 한마디하려던 남학생을 향해 눈빛을 옮기는 민국이었다. 민국과 시선이 마주친 남학생은 공포에 얼어버린 얼굴을 지었다.

“나에게 미친 색이라니… 각, 각성된다… 참을 수 없는 분노가 찾아와… 복싱을 발로 할 것 같은 격분이다…!”

“쟤 뭐야!”

“너에게 닿기를!”

“꺄아악!”

“너에게 닿기를! 너에게 닿기를!”

드디어 분노가 시작되었다. 민국은 아침 시간을 방해한 그들을 향해 품에 숨기고 있던 장난감 칼을 꺼내 휘둘렀다. 물론 닿지 않는 거리에서 마구잡이로 휘둘렀지만, 그를 살인마로 추측하던 불량 패거리는 경악했다.

“너에게 닿기를!”

“도, 도망쳐!”

“미친 새끼야! 신고해야 돼!”

“으아아아아!”

남녀노소 불문하고 불량 패거리가 삽시간에 창백해진 안색으로 도망가기 시작한다. 민국은 휘청거리며 계속해서 ‘너에게 닿기를!’을 외쳤다. 그리고 전진해나갔다.

“꺄악!”

똑같이 도망가려던 한 여학생이 다리가 꼬였는지 철퍼덕 쓰러지고 말았다. 하지만 그런 여학생을 뒤로한 채 다른 학생들은 모두 뿔뿔이 흩어져버리고 말았다.

“도, 도와줘!”

“너에게 닿기를!”

“히익!”

필사적으로 도망가려고 기를 쓰던 여학생은 다리가 풀려 버렸는지 더 이상 일어나지 못했다. 마구잡이로 장난감 칼을 휘저으며 앞으로 나아가던 민국은 바로 발치 앞에 짧은 치마의 여학생이 쓰러져 있자 시퍼렇게 눈을 떴다.

여학생은 땀을 뻘뻘 흘리며 주위를 훑어보고 있었다. 안타깝게도 아무도 자신을 도와줄 사람은 없었다.

지극히 당연했다. 민국은 공포에 질린 여학생의 시선이 마침내 자신에게로 향하자 이렇게 중얼거렸다.

“외쳐….”

“…….”

시퍼렇게 뜬 그의 눈동자에 왈칵 겁을 집어먹은 여학생.

“외치라고….”

“무, 무엇을….”

“치킨은 맛있다, 라고 세 번 복창해….”

“…….”

“치킨은 맛있다 라고 외쳐!”

움찔! 하고 놀란 여학생이 결국엔 글썽글썽한 눈망울로 복창하기 시작했다.

“치킨은 맛있다! 치킨은 맛있… 흑! 살려주세요!”

“살려줄 테니 어서 외쳐! 똑바로!”

“치킨은 맛있다! 치킨은 맛있다! 치킨은 맛있다!”

“외쳐 EE!”

“…EE!”

매우 흡족한 반응이었다. 민국은 슬그머니 한 쪽 입꼬리만 치켜세우며 비웃음을 그렸다.

“가라.”

“…….”

해치지 않기로 작심한 살인마처럼 자비를 베풀며 민국은 우두커니 서 있었다. 다리가 풀린 채로 고생하던 여학생은 얼마의 시간이 경과한 후에서야 후다닥 도망가는 모습이었다. 이윽고 다시금 평소에 맞게 인적이 드문 집 근처가 되었을 때 민국은 장난감 칼을 품에 숨기고 집에 들어오며 중얼거렸다.

“부모님 속 썩이지 말고 있을 때 잘해 이것들아.”

오늘도 지구의 평화를 지킨 민국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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