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7화
“크윽! 제길!”
뚝뚝… 절뚝거리는 걸음으로 신음하며 그는 집으로 향하고 있었다. 그리고 얼마지 않아 집 앞에 도착했을 때 얌전히 수풀 속에서 뛰놀고 있던 조직원들이 경악하며 다가왔다.
“보르네오 형님!”
“아니 형님이 왜 그렇게 절뚝거리십니까? 무슨 일이라도 있으셨습니까?”
“말도 마라….”
사천왕 중 한 명에 속하는 보스, 보르네오는 조직원이 내온 의자에 힘겹게 앉으면서 등을 붙였다. 이제야 조금 마음이 편해지는 것 같았다. 이윽고 힘겹게 숨을 헐떡이는 보르네오를 걱정스레 지켜보던 조직원들. 머지 않아 보르네오가 정신을 차리고는 가다듬은 눈빛으로 얘기했다.
“아주 위험한 녀석과 맞붙었어….”
“위험한 녀석?”
“우리 말벌 종족을 건드릴 수 있는 녀석이 대체 누가 있습니까?”
그렇다.
말벌 종족!
사천왕 중 한 명에 속하는 인물은 바로 말벌인 보르네오였다. 그는 협동 동맹 종족 중에서 랭킹 2위에 오른 곤충으로서 굉장히 강인함을 가지고 있었다. 오죽하면 그 잘난 거인 종족, 인간조차도 말벌을 무서워할까?
“말도 마라… 지금까지 내가 상대했던 녀석 중에 가장 강한 놈이었다. …이 내가 고작 인간 따위에게 질겁을 하다니.”
“보, 보르네오 형님이 인간에게 질겁을 하다니….”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십니까?”
조직원들의 추궁에 보르네오는 침묵하다가 말했다.
“오늘 점심쯤이었다….”
그리고 보르네오는 이야기를 꺼냈다. 이야기는 바야흐로 민국이 컴퓨터를 두들기던 때로 돌아간다. 그는 막 편안한 옷차림으로 즐거움을 노닥거리는데만 열중하고 있었는데, 말벌인 보르네오는 조직원들이 편안히 살 수 있는 새로운 쉼터를 찾기 위해 그의 집에 방문했었다. 위이이잉.
“억! 마, 말벌이다!”
“…….”
그러나 보르네오는 민국이 현관문을 닫게 되자 나갈 수 없는 신세가 되었고, 말벌을 뒤늦게 발견한 민국은 경악을 하면서 이불 속으로 들어갔었다. 보르네오는 그런 민국을 이용해 현관문을 열어 달라 협박을 가하려 했으나, 민국은 솜이 푹신푹신한 이불로 방어막을 쳐서 건드릴 수 없게 만들었다.
“이런 미개한 인간 따위가….”
보르네오는 몹시도 분노했다. 자신을 녀석의 본진에 가두다 못해 실은 이게 함정이었다니! 영토를 찾기 위해 주변을 전전하던 보르네오 입장에선 민국의 현관문 열기가 함정으로 보일 수밖에 없었다.
“가만두지 않겠다!”
그리고 보르네오는 빠른 속도로 위이잉거리며 빛나는 전등을 톡톡 건드려댔다. 그것이 인간을 향한 곤충의 위협이었다고 볼 수 있었다. 민국은 ‘으어어….’하다가 통화 버튼을 눌러 여러 사람에게 전화를 하기 시작했고, 그로부터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끼야아아아아아악!”
현관문이 덜커덩 열렸을 때, 처음 보는 색다른 인간이 당도한 것이었다. 그 인간은 서민국과는 다르게 키가 작았고 봉긋한 가슴에 도드라진 엉덩이를 가진 여인이었다. 하지만 나이는 그리 많지 않아 보이는 게 생생하고 허연 피부에서 느껴졌다.
“슈퍼 베리버 슬래쉬!”
이윽고 말벌과의 치열한 전장에 개입한 서라 또한 민국이 있는 이불 안으로 들어갔다. 말벌 보르네오는 서라를 인질로 두고 협박을 하려다가 또다시 기로가 막혀 혼란에 빠지고 말았다.
“이, 인간들 주제에!”
말벌은 이불을 툭툭 건드리면서 확인하려 했지만 안에 있는 그것은 확인할 수가 없었다. 과연 안에선 무슨 일이 벌어지는 것일까?
“내 아무리 화가 났다 할 지 언 정 이렇게 인간에게 크나큰 분노를 느낀 적은 없다! 오늘은 무슨 수를 써서라도 너희들을 박살내고 집에 가주마!”
그리고 말벌 보르네오는 현관문이 열려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들이 나오기를 기다렸다. 하지만 나오기를 계속 기다리자니 서서히 그 이불 안에서 꿈틀대는 무언가를 느끼게 되었다.
“!”
말벌 보르네오는 일순간 충격을 먹었다. 일개 곤충들은 오히려 저게 뭐가 대수롭냐며 신경쓰지 않을 수도 있었다. 하지만 암컷과 수컷이 한 쌍의 이불 속에 있었고, 제3들은 그 안에서 무엇이 펼쳐지는지 모른다고 감안하면… 당연히 제3자들이 생각할 수밖에 없는 건….
‘하읏 오빠앙. 김치가 너무 맛있엉.’
‘후후, 그래? 왠지 크고 아름답지 않아?’
‘비릿한 냄새가 나!’
“으아아아아!”
말벌 보르네오는 폭주했다. 마치 그것은 웨딩피치에서 마지막 보스가 남주와 여주의 찐한 키스를 보고 분노를 하여 자폭하는 모습과도 같았다.
“인간 주제에! 닝겐 주제에!”
허나 그 교미스러운 절경은 말벌 보르네오의 두 눈에 치명상을 입혔고, 가슴에도 볼 수 없는 생채기를 입혀 충격에 빠지게 만들었다.
“…제기라알!”
그리하여 말벌 보르네오는 눈물을 흘리면서 현관으로 도망가기 시작했다. 그가 이렇게 다른 곤충들보다 충격을 먹었던 까닭이 무엇이냐고? …말벌 보르네오가 모태솔로였기 때문이다.
…아주 무서운 일이다.그리하여 민국과 서라는 이불 쉴드를 이용해 말벌 보르네오를 무찌르는데 성공했던 것이다.
그리고!
* *
Q : 모기는 암컷만 피를 빠는데요?
답변 : 과학자가 아직 밝히지는 않았지만 존재하는 모기 중에는 아이큐가 약 140이 넘고 모기 간에 서로 말도 통하며 아래의 조사병단처럼 전략도 세울 수 있는 아주 치밀한 모기가 존재한다고 밝혀지진 않았지만 아마 있을 것이라 여기며 그렇기에 수컷도 피를 빨 수 있는 모기는 존재한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
쿠웅!
현대왕! 최대의 숙적을 만나다!!! 제2장 : ☆모오기☆
“말벌 보르네오를 처치했던 놈이 설마 기행종일 줄이야….”
모류의 보스인 모기는 한숨과 같은 소리를 내뱉었다. 그도 그럴 것이 설마 거인 중에 최고봉에 속한다는 기행종일 줄은 몰랐다.
일반 거인들은 모기에게 일정 패턴들이 있었다. 밤에 불을 끄고 잔다거나 라면을 먹을 때 앉아서 먹는다거나… 하지만 기행종은 항상 일반 기종과는 특징이 달랐다.
바로 저 하얀 액체…! 그것이 바로 그 증거였다!
“기행종들은 저런 하얀 액체를 뿜어낼 수 있다! 그리고 그것으로 우리 모기들을 처치할 수도 있지!”
“그럼 어떡해야 합니까 보스!”
벌써 한 명의 사상자(?)가 나온 가운데, 나머지 모기 열 마리 조사병단은 패닉에 빠진 얼굴로 소리쳤다. 보스 모기는 그들을 보며 소리쳤다.
“…우선 녀석을 쫓아가 행동을 탐지한다. 그리고 빈틈이 보인다 싶으면 그때 치는 것이다.”
그리고 보스 모기가 선두로 날아가기 시작했다. 위이이잉. 최대한 서민국에게 들키지 않게끔 낮게 날아 보이면서 보스 모기는 서민국이 가는 화장실로 향했다.
“즐겁게 딸도 쳤겠다, 이제 샤워나 해야지.”
그리고 민국은 현관문이 열려 있다 한들 어차피 2층이니까 올 사람은 없다고 생각하고 거실에 옷들을 전부 내팽개치듯 벗어 던졌다. 이윽고 화장실 문을 열고 안으로 진입한 민국이 샤워기를 틀기 시작했다.
“아닛!”
이윽고 민국을 따라가서 틈을 노리려던 조사병단 모기들이 화장실 앞에서 멈춰섰다. 보스 모기의 부하 중 한 명인 모기2가 소리쳤다.
“보스! 저건…?”
“…인간들의 주 무기 중에 하나인 워러맨이다. 뜨거운 힘으로 우리 모기 종족들을 녹일 수 있는 무서운 기술이지. 그것들을 저들은 자신들의 몸에 묻혀서 우리를 단 시간 동안 접근치 못하게 하는 것이다.”
“그럴 수가!”
“그럼 설마 녀석은 우리의 존재를 이미 간파했단 말입니까?”
“그럴 수도 있겠지….”
민국을 쳐다보는 보스 모기의 눈이 가늘어졌다.
‘서민국… 무서운 놈이다….’
정말로 무서운 놈이었다.
“안녕 미워도 너는! 내 가스으으음~ 사랑을 알려준 첫가스으으음!”
민국은 신명나게 노래를 부르면서 전신 샤워를 하고 있었다. 쏴아아아…. 그때 지켜보던 조사병단 모기 한 마리가 민국에게 날아들기 시작했다. 이를 보던 보스 모기와 나머지 조사 병단 모기가 경악했다.
“모기3! 뭐하는 짓이냐!”
“보스! 제가 저 녀석의 약점을 알아내고 오겠습니다! 오히려 쉴드를 쳐서 저희들을 막는 지금이야 말로 녀석이 방심하는 때일 지도 모릅니다!”
“어리석은! 그만둬!”
하지만 모기3은 보스의 말을 듣지 않고 민국의 근처로 다가갔다. 민국은 이제 머리까지 감으면서 시원하게 샤워기를 틀고 있었다. 모기3은 물이 닿지 않는 민국의 목덜미 근처에서 하늘을 날며 말했다.
“큭큭, 인간 녀석. 그래봤자 너도 인간일 뿐이다. 우리 모기 종족에게 언젠간 제압당할….”
“아~ 물 좀 더 크게 틀어야지.”
쏴아아아아아!
“끄아아아악!”
“모기 3!”
물이 덜 나오자 수도꼭지를 더 강하게 당겼고, 그러자 샤워기의 물이 모기3이 있던 곳까지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 모기3은 뜨거운 수중기와 함께 뜨거운 물이 자신의 온몸을 뒤덮어버리자 고통의 비명을 지르면서 괴로워했다.
위이이잉. 이윽고 뜨거운 물에 치명타를 입은 모기3이 위이잉거리면서 조사병단이 있는 곳으로 다가왔고, 보스 모기는 그런 모기 3을 안타깝게 바라보며 소리쳤다.
“모기 3!”
“끅…! 지, 집에 있는 어린아이 피… 아직 냉장고에 보관해두었는데….”
모기 3은 여자 어린 아이의 피만 유독 빨기를 좋아하는 로리콘이었다. 그리고 그 말을 끝으로 숨을 거두는 모기3이었다.“모기3!”
“서민국 너 이 자시익!”
이를 본 나머지 모기들이 분노의 눈빛으로 민국을 쳐다보았다. 하지만 그러거나 말거나 샤워를 마친 민국은 수건이 있는 곳으로 가서 몸을 닦고 있었다.
“가만두지 않겠다!”
“모기 4! 모기 5!”
이윽고 모기 4와 모기 5가 폭주한 눈빛으로 민국의 다리를 물기 위해 달려들었다.
“아, 다리에 아직 비누가 묻어 있네.”
그러나 그때 민국은 샤워기를 다시 틀어서 발을 씻기 시작했다. 졸지에 튀는 물을 근처에서 맞게 된 모기 4와 모기 5가 비명을 질렀다.
“끄악!”
“모기 4! 모기 5!”
모기 두 마리가 또다시 즉사하고 말았다. 나머지 조사병단들이 이제는 공포에 질려 쳐다보는 가운데 보스 모기는 ‘끄으으으!’하면서 이를 갈았다.
“서민구우우욱!”
보스 모기는 눈물이 나오려는 것을 안간힘으로 참았다. 이윽고 서민국이 룰루랄라 콧노래를 부르면서 수건을 쓰고 밖으로 나온 찰나였다. 돌연 현관문이 신경 쓰인 것이다.
“흠, 아무래도 문을 닫아야겠는데.”
“…안 돼!”
이제 슬슬 밤도 되어서 벌레도 들어오겠다 싶어 민국은 현관문으로 다가가 문을 닫았다. 그래도 절호의 탈출구로 빠져나갈 궁리를 하던 보스 모기와 조사 병단 모기들은 눈앞에서 문이 닫히자 더 큰 패닉에 빠지고 말았다.
“큭…! 안 돼! 이제 우린 죽어! 죽고 말 거야!”
“흑흑! 집에는 아직 나만 생각하는 해충들이 모여 있는데!”
보스 모기 역시 패닉에 휩싸여 ‘제길….’하고 소리쳤다. 서민국은 어쩌면 우리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월등하고 강력한 존재일 지도 몰랐다. 그런데 그때였다.
조사병단 중 한 마리에 속하는 모기가 괴로워하는 그들의 선두에 선 것이다. 보스 모기는 갑자기 드리운 그림자에 고개를 들었다.
다음으로 모기 6이 소리쳤다.
“보스. 제가 선두에 서겠습니다.”
“…모기 6 너….”
“저는 여기서 죽지 않을 것입니다. 반드시 제 고향으로 돌아갈 것입니다. 왜냐하면….”
모기 6이 정면을 쳐다보면서 중얼거렸다.
“저는 이 싸움이 끝나면, 고향으로 돌아가서 앤젤라에게 청혼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안 돼!”
“그럼 저부터 먼저 달려가겠습니다!”
그리고 보스 모기가 말리기도 전에 모기 6이 앞장서서 날아가기 시작했다. 그가 노리는 타격지점은 현재 수건으로 그나마 물이 식어버린 맨 엉덩이였다.
그 누구보다도 빠른 속도로 폼나게 달려가는 모기6! 그는 조사병단 중에서도 가장 빠른 속도를 자랑하는 존재였다. 빛의 속도조차 초월한다는 모기6! 그의 뜨거운 복수가 이제 막 시작되려는 참이었다.
{뿌웅}
“…….”
“모기6!!!!!!”
달려나가던 모기 6은 엉덩이 정면에서 독가스를 맞고는 휘청대면서 쓰러지고 있었다. 하늘에서 떨어지는 이를 보고는 달려나간 보스 모기가 그를 무사히 안았다. 모기6은 땀방울이 맺힌 얼굴로 덜덜 떨면서 보스 모기를 보았다.
“보스….”
“…….”
“끅…!”
“모기 6!!!!!”
이윽고 모기 6이 사망했다. 이로 인해 벌써 사망한 모기들만 해도 다섯 마리! 삽시간에 사망자수가 증가하자 보스 모기는 몹시도 분노했다. 하지만 한 편으로는 민국의 위대함에 동경심이 피어올랐다. 그는 눈물이 어린 눈동자를 보였다. 씰룩씰룩거리며 안방에 들어가는 민국의 맨 엉덩이를 보며 소리쳤다.
“방구로 모기를 죽이다니… 이 얼마나 강력한 존재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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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없다는 분들 많으셔서 빨리 끝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