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4화
<게임 방송을 하다(3)>
대학교 수업은 늦게 준비되어 있었다. 고로 민국은 아침에 일찍이 방송을 진행하는 게 좋겠다고 생각했다. 꾸준히 방송을 하는 타입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오랜 시간 방송을 안 했기 때문에 시청자들이 많이 분노를 토하고 있을 것이었다. 심지어 남고딩간에 그런 사건도 있었는데 말이다.
“후후후, 어리석은 닝겐들이여. 나의 부활에 울먹임을 터트려라.”
마치 흑마법계의 대마법사처럼 지껄이며 민국은 컴퓨터를 켰다. 그리고 여느 때처럼 파뿌리 TV에 들어가 방송을 준비한다. 현대왕의 방송 게시판에는 여전히 남고딩에 관련된 문제가 조금씩 언급되고 있었다. 물론 기본적인 냄비근성으로 말미암아 그 문제는 조금씩 사그라들고 있었지만 말이다.
“접속해보1지.”
뭔가 말이 이상하게 보인다면 그건 당신이 음란해서이리라.
“안녕하세요 현대왕입니다.”
* *
아침임에도 불구하고 현대왕의 방송에는 무려 2천명에 가까운 사람들이 들어왔다. 그것도 약 5분 동안 오프닝 송을 틀어놓고 놔둔 채로 말이었다.
{자~ 이제 시작이야! 내 꿈을~ 내 꿈을 위한 여행~}
[피카츄!]
[ㅋㅋㅋㅋㅋㅋ]
현대왕의 주 시청자들이 웃음을 터트렸고, 남고딩 방송의 몇몇 시청자들이 들어와서 시비를 털었다. 하지만 현대왕은 그러거나 말거나 신경 쓰지 않고 오프닝 송을 끈 뒤 입을 열었다.
“아아, 마이크 테스트. 한 번 테스트. 두 번 테스트. 세 번 테스트. 음, 완벽하군. 이보다 성능이 좋은 마이크는 이 세상 어느 곳에도 없을 터야.”
현대왕은 채팅방을 보며 말을 이었다.
“범죄꿈나무 유치원 철컹반에 다니는 미래의 아청대학교 지망생 여러분들 안녕하십니까.”
[ㅋㅋㅋㅋㅋㅋ]
[현대왕 시바로마!]
“예 거기 아청대학교 팔찌학과 수석하신 분, 이야기는 나중에 듣기로 하죠.”
욕하는 시청자는 바로 벙어리를 먹였다.
“자자, 그럼 간만에 방송을 진행하는데 여러분은 오늘 날씨가 어떻다고 생각하십니까? 화창하시다구요? 그렇습니다! 오늘 날씨는 여러분의 미래처럼 화창합니다!”
[오오!]
“아 근데 밤에 비온다네요 ㅈㅅ.”
‘여러분의 미래는 여전히 어두컴컴합니다.’라고 덧붙이는 그였다.
“아~ 그나저나 다들 시상식 방송 보셨죠? 예, 그렇습니다. 그 여인이 결국엔 저의 운을 가로채고 말았습니다.”
[ㅇㅇㅇㅇㅇ]
[남고딩 만세! 만만세!]
[여자에게 발리는 현대왕 ㅉㅉㅉ]
“후훗. 하지만 그 여인은 나의 여자로 이미 몸도 마음도 전부 나에게 준 지 오래지. 어휴 모태솔로 자식들! 쯨쯨쯨쯨쯨쯨쯨!”
[억 ㅜㅜ]
현대왕을 놀리는데 집중하던 시청자들이 그의 반격으로 말미암아 울상을 짓기 시작했다. 물론 그 중에 커플인 사람들은 여유 만반이었다.
“흠~ 그나저나 오늘은 무슨 게임을 해야 하려나. 아 여러분, 제가 오늘은 급하게 방송을 준비하느라 마땅한 컨텐츠를 준비 못했습니다. 이 부분은 염두해두시고 다들 즐딸.”
마지막 말이 이상하다면 그건 당신이 음란한 것이다!
“그래. 진부하다 못해 사골 냄새 나는 고민 상담 센터나 조금만 진행하기로 하죠. 목도 좀 풀어야 하니까.”
칼칼한 목을 다듬는데 고민 상담 만큼 좋은 게 없었다. 현대왕은 자기 아이디로 쪽지를 보내달라 한 뒤 잠시 동안 기다렸다. 이윽고 순식간에 50통이 넘는 쪽지가 들어왔고 일일이 확인하던 현대왕은 BGM부터 키는 걸 잊지 않았다. 그리고 그 BGM은….
{내게 사자 같은 기린 같은 코끼리 같은 정력(쩡력!) 내~게 하마 같은 홍어 같은 호랑이 같은 정력(쩡력!)}
[ㅋㅋㅋㅋㅋㅋㅋ]
[정력!]
“흠흠, 예, 그럼 첫 번째 고민입니다.”
첫 번째로 고민을 보낸 사람의 고민을 읽기 시작하는 현대왕이었다.
“안녕하세요 저는 이게 그린라이트인지 알고 싶어서 쪽지를 보내는데요. 아 연애 상담인가 보군요.”
하지만 연애상담이라기엔 좀 거시기했다.
“제가 밤에 잠을 자다가 부수럭 거리는 소리에 눈을 뜨게 되었습니다. 그때가 새벽 한 시쯤이었는데 소리가 들려오는 곳으로 가보니 현관문 앞이더군요. 뭔가 싶어서 문을 열어보니까 어떤 아줌마가 제 현관문 앞에서 뭔가를 부수럭거리는 겁니다! 깜짝 놀라서 소리를 질렀더니 상대 아줌마도 놀랐는지 눈을 크게 뜨더군요. 저는 뭐 이런 여자가 있나 하면서 100% 미친 여자로 생각했습니다.
새벽 한 시에 남의 집 방문에서 서 있다니요. 근데 갑자기 그 아줌마가 무언가 봉지를 저에게 주더군요. 말을 해보니 윗층에서 산다고 하더군요. 저는 아래층이고 그 사람 얼굴도 알지 못해요. 그래도 반신반의 하는 생각으로 그 봉지를 손에 받았습니다. 뭘까 싶어 거실 바닥에 내려놓고 한참을 지켜봤는데, 제가 팬티바람이어서인지 그분은 굉장히 부끄러워 하시더라구요. 나중에 그분이 돌아가시고 난 뒤에 정말 궁금한 맘에 그 봉지를 열어보았습니다.
수상한 건 없어서 좀 안심이 되더군요. 안에 편지가 있길래 그 편지를 읽어보았습니다. 내용은….”
위층에서 사는 사람인데 농사 지은 ‘고추’하고 ‘방울 토마토’하고 ‘가래떡’을 드린다고요.
[미친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서, 성인 라이트;;]
“헐~ 자다가 떡이 생겼네~ 좋긴 했지만 뭔가 호감이 생기더군요. 이거 그 아줌마랑 저 그린라이트인가요?”
다 읽은 현대왕은 간단 명료하게 대답했다.
“방울토마토(붕알),고추(고추),떡(붕가붕가)를 받았으니 이제 그쪽은 도너츠 하나랑 핫도그 서너개 사 들고 친구들과 함께 올라가보도록 하세요.”
[ㅋㅋㅋㅋㅋㅋㅋㅋ]
[세, 섹뜨!]
다음 고민이었다.
“안녕하세요~ 이건 고민이라기 뭐한데… 여러분들 혹시 그거 아세요? 모텔에서 자살자들 무지 많은 거?”
[????]
[뭐지?]
[공포 얘기인가?]
“제 부모님이 모텔을 운영하고 계신데 저도 함께 일을 봐드릴 때가 있거든요. 근데 모텔 들어갈 때 혼자 오는 손님들 중에 자살하려고 오시는 분들 진짜 많으세요. 커플이면 다행이지 하고 안심하지만 그러지 못한 경우가 더 많죠. 특히 남자 혼자 오시는 분이나 여자 혼자 오시는 분들은 항상 그렇구요.”
[ㄷㄷㄷㄷㄷ]
“남자 혼자 오시는 분이야 뭐 직장 일이라든가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그러는 경우도 많은데, 여자 분이 혼자 올 때는 무조건 백프로예요. 진짜 죽을 작정하고 오시고… 다음 날에 방 청소하려고 문 두드려보면 대답이 없으세요. 거의 1분간 반복해도 대답이 없으면 제가 아는 아저씨 불러서 대신 처리해도록 부탁드려요. 대부분 연막탄이나 목매달거나 아니면 손목 그어서 죽는 경우도 많구요.”
[와 심하네;;]
[왜 모텔에서 죽고 있냐 ㅉㅉ 민폐질이네]
[미친놈아 사람이 죽었는데 그런 소리가 나오냐]
[닥쳐 니들 부모가 젤 힘들다]
“그래서 그런지 이제는 자살자다 싶으면 자살한 사람들 방을 따로 지정해두고 그쪽으로 안내해드리곤 해요. 아마 모텔 운영하시는 분들 대부분 그런 게 있을 거예요. 아, 이 사람은 뭔가 기운이 심상치 않다 싶으면 그쪽으로 지정해서 드리는 거죠. 그러다 보니 거기서 자살 않고 나오신 분들은 자기 전에 뭔가 귀신같은 것들을 보았다고 해요. 아마 자살자들의 원령 같은 걸지도 모르죠.”
[헐….]
“제가 이 쪽지를 보낸 건 많은 사람들에게 이 사실을 알리기 위해서예요. 모텔에서 자살하는 사람들은 정말 많고 아마 그 원혼들이 모텔 방 곳곳에서 떠돌고 다닐 거예요. 정말 무섭거든요. 요즘 들리는 소문으로는 그 원혼들이 다른 사람들도 죽이기 위해 모텔 안에서 대기하고 있다고 해요. 저도 가끔 카운터 봐줄 때 혼자 오는 사람들 보면 그 생각이 자꾸 떠올라서 왈칵 겁을 집어먹기도 해요. 진짜 무섭죠?”
현대왕은 이쯤에서 쪽지 읽는 것을 멈추고 간략하게 요약했다.
“그러니까 모텔에서 죽은 자살자들의 원혼이 모텔에서 혼자 잠을 자고 있는 사람들도 괜히 끌어들여서 같이 죽으려고 한다 이 말이군요. 그래서 귀신들이 모텔에서 자주 보인다고 하는 거고.”
[ㅇㅇ]
[그런 듯;;]
[뭔가 무섭네]
현대왕은 픽 웃으면서 대답했다.
“제가 있는 곳은 한국 전쟁 때 양민 학살이 있었던 장소입니다. 어때요 무섭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리고 쪽지 보낸 미친놈아. 네가 지금 누워 있는 곳에도 수 만년간 수 천명의 사람들이 뒤진 자리인데 잠은 오냐 뷰웅신아? 브라키오사우르스의 영혼이 안 느껴지냐? 에휴 ㅉㅉㅉ.”
[푸헼ㅋㅋㅋㅋ]
“그리고 염병. 삼겹살도 죽은 돼지의 원혼이 있다.”
현대왕의 마지막 발언에 [ㅋㅋㅋ히익] 웃는 시청자들. 쪽지를 보낸 사람은 괜시리 민망해질 터였다. 어쨌든 이렇게 가볍게 목을 푼 현대왕은 이쯤에서 고민 상담 센터를 접기로 했다.
“자 이쯤에서 고민 상담 센터 문을 닫기로 하겠습니다. 두 명밖에 안 했는데 왜 벌써부터 끝내냐구요? 이 인간들아 로또가 60억분의 1만 받는 거지 전체가 받는 건 아니잖아.”
그러니까 고민 상담 센터에 선택 받은 상담은 로또랑 맞먹는다는 것이다.
“그건 그렇고 이제 뭐한다냐. 흐음… 쿠왁이나 함 불러볼까?”
쿠왁은 방송 중에 있었다. 현대왕은 스카이 라이프로 녀석을 불러보기로 했다. 뚜루루루루….
“어 왜.”
곧장 받는 쿠왁이었다.
“뭐하냐.”
“나 미즈넷에서 여자 애들이랑 얘기하는 중.”
“? 미즈넷이 뭐냐 소라넷은 아는데.”
쿠왁이 현재 하고 있는 컨텐츠는 여자들과 채팅을 하는 것을 시청자들에게 보여주는 컨텐츠였다. 딱히 성품이 좋은 컨텐츠는 아니었다.
“미즈넷이라고 여자들 많은 곳 있다. 지들끼리 만나서 친목도 하고.”
“엥? 지금 검색해보니까 거기 그냥 아주매미들이 남편 흉보는데라고 하는데?”
“아니다. 성적인 이야기가 주류다. 그런 얘기는 콩 속에 진주가 섞여 있는 정도.”
현대왕은 ‘헐!’하면서 말을 이었다.
“존나 더러운 곳이네 들어가 봐야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윽고 홈페이지를 확인한 현대왕이 ‘오옷ㅋ’하면서 감탄했다.
“그렇군! 하렘 제국은 불가능한 게 아니었어!”
“야 근데 넌 여자 친구 있잖아.”
지켜보는 시청자들 역시 현대왕이 딴 눈을 팔려고 하자 [남고딩에게 이를 거임]하면서 협박하고 있었다. 이를 본 현대왕이 검질기게 혀를 차며 ‘칫, 띠거운 닝겐들’하면서 미즈넷을 껐다.
“훗날 죽지 않고 후세까지 이어지는 사이트가 되기를.”
간절히 비나이다.
“야 근데 대왕아.”
“왜.”
“너 콩딱지랑 많이 친하냐?”
현대왕이 반문했다.
“친하긴 한데 왜 묻냐.”
“아니 그냥, 그때 술 파티하고 나서 어떻게 됐나 싶어서.”
현대왕은 순간 뜨끔했다! 그도 그럴 게 술 파티 이후 4P 사건이 터지지 않았던가? 먼저 간 저격고수와 쿠왁은 이에 대해 모르고 있었지만 말이다. 현대왕은 너스레를 떨며 넘어갔다.
“술 파티 이후에 나와 함께 있고 싶어서 환장을 하더구만. 하지만 난 바쁜 몸이었기 때문에 셋 다 보내고 집으로 돌아갔다.”
“야 그럼 잠시 스카이 라이프 채팅창 좀 봐줘라.”
“왜? 뭔데?”
시청자들이 못 보도록 은밀하게 스카이 라이프 채팅창을 이용하는 두 사람이었다. 현대왕은 대체 얘가 무슨 말을 하려나 싶어서 쿠왁의 글을 보았다. 잠시 후 쿠왁이 글을 올렸다.
[걔 진짜 남자애 맞냐?]
“…….”
마사카 들킨 건가? - 마사카 : 설마
[무슨 의미냐?]
[아니… 그냥 물어보는 거다. 남자애가 확실한가 싶어서.]
[내가 그 녀석 알몸도 봤는데 남자애 맞아. 저번에도 그러더니 왜 자꾸 그 녀석에게 관심을 갖냐? 설마 너 게이냐 ㅋㅋㅋ]
장난스레 물은 현대왕이었다. 하지만 무슨 연유에선지 쿠왁은 한참동안 말이 없었다. 또다시 설마 하는 마음을 갖고 채팅을 치려는데 쿠왁의 글이 올라왔다.
[어… 진짜 게이인 듯하다.]
“…….”
[콩딱지에게 반한 듯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