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4화
* *
“도착했어. 내려와.”
택시를 타고 서라의 동네에 도착한 민국은 연락을 취했다. ‘오케바리!’하고 활발하게 소리친 서라가 후다닥 밖으로 나왔다. 저택 근처에서 마주하게 된 두 사람. 서라가 환히 웃으며 다가왔다.
“오! 아까랑은 다르게 노출이 아님!”
“…민망하니까 그 이야기는 하지 마 인석아.”
아침에 전신 노출을 선보였던 민국이 그리 야단치자 서라가 ‘데헷.’하고 웃음 지었다. 민국은 쓰게 미소 짓다가 곧 서라를 향해 말을 이었다.
“서라야.”
“왜 부름!”
“내가 오늘 일에 대해서 잘 생각해보았는데 말이야.”
서라가 싱긋 웃으며 고개를 끄덕인다. 민국은 꽤나 침착한 목소리로 크게 발언했다.
“네가 여자란 걸 밝히는 게 어떠냐.”
“헐! 형 미치셨음? 아유 크레이지? 아임파인땡큐 앤뉴?!”
민국은 고개를 끄덕이며 ‘예스 아임파임땡큐 앤뉴 크레이지.’라고 답했다. 서라는 이를 보며 ‘헐….’하고 넋을 놓았다. 민국은 다시금 진지하게 임했다.
“얌마, 잘 생각해봐. 이건 아무리 생각해도 보통 일이 아니야. 내가 세 여자의 처녀를 뚫은 거라고?”
“히, 히익…! 어떻게 저의 소중한 보물단지가 해적에게 빼앗겼다고 확신을 하시죳?!”
“그거야 정황상 납득할 수밖에 없잖아? 그런 상황은 어느 누가 보든 간에 4p를 했다고 생각될 거야.”
“흐규흐규. …그래서 온니쨩 데스까는 어떻게 하려는 거심?”
말은 장난스럽게 하고 있었지만 서라도 사실 난감한 처지였다. 오늘 아침 그런 말도 안 되는… 비범한 일을 겪을 줄은 어찌 알았겠는가. 천하의 하느님도 그 정도 예언은 못했을 것이었다. 서라는 여자라는 것을 밝히라는 이유에 대해 궁금했다.
“훗.”
민국은 기다렸다는 듯 씨익 미소 지었다.
“널 내 아내로 삼겠다!”
“헐?”
“그리고 나머지도!”
민국은 보란 듯이 높게 손을 펼쳐들며 옷자락을 날렸다. 그것은 마치 북한 김정은을 향해 쏴볼 테면 쏴보라는 듯이 도발하는 모습과도 같았다.
“너희들을 내 첩으로 두어 내 일부일처제인 이 나라에서 최초의 하렘왕이 되어주겠어!!!”
그것은 벼락과도 같은 결정이었다! 누가 듣던 간에 금방에라도 오줌을 지릴 듯한 외침! 그러나 내용은 허세 충만한 그것과도 같았기에 실질적으로 위력은 덜했다. 그리고 잠시 침묵…….
“ㅋ.”
이를 보고 서라는 조소를 지었다. 민국 역시 자신이 생각하고도 어이없는 듯 ‘ㅋ’하고 웃음을 지었다. 그리고 잠시 후….
“…으아아아아아아아!!!!!!!!!!!!!!!!!!!!!!!!! 할아버지 할머니 나무아미보텐보살!!!!!!!!!!!!!!!!!!! 나도 어찌 해야 할 지 모르겠다고 크웤어커엌!!!!!!!”
“푸히힣히히히히힣!!!”
“누가 이런 일이 생길 줄 알았겠써!!!!!!!!!! 말이 하렘이지 실제 하렘이 일어날 줄은 누가 알았겠냐고!!!!!!!!!!! 내심 좋긴 하지만!!!!!! 그래도 난감하다능!!!!!!!”
“푸히히히히히히히힣!!!”
멘붕에 빠진 모습을 적나라하게 드러내며 머리를 쥐어뜯는 민국의 모습에 서라가 익살맞은 얼굴로 비아냥거리듯 폭소를 내질렀다. 과장스럽게 배를 붙잡고 웃는 그녀의 모습에 민국이 한 마디 거하게 내질렀다.
“남 이야기가 아니잖아 인마! 너도 해결책 좀 내놔봐!”
민국의 윽박에 과되게 웃던 서라가 곧 웃음을 멈추고 답했다.
“알았음.”
“…엉?”
“밝히겠음.”
의외로 쉽게 허락한다. 민국은 너무나도 쉬운 그녀의 수락에 되레 의문이 생겼다.
“왜?”
“읭?”
“되게 쉽게 수락하니까 왠지 거절하게끔 만들고 싶어진다. 왜?”
“헐! 지금 내가 여자라는 비밀을 남들에게 털어놓겠다는데 그런 소리가 나옴?! 파르르르!”
잘 생각해보면 털어놓을 필요가 없었다. 서라가 그 방에서 잔 것을 두 여자는 몰랐고, 오로지 민국만이 이 사실을 알고 있었다.
사실상 서라만은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넘어가도 상관없던 것이다. 그리고 애초에 서라는 민국이 자신을 찾아왔을 때 없던 일로 하자고 제안하려던 참이었다. 그러나 마음의 변덕일까? 서라는 저도 모르게 민국이 건넨 제안을 곱씹었고, 승낙하게 되었다.
“…….”
서라의 어이없는 외침에 민국은 가만히 얼굴을 바라보았다. 베시시 웃음 짓는 서라의 얼굴은 참으로도 활발스럽다. 그 활발한 모습을 줄곧 지켜보고 있자니 저도 모르게 헛웃음이 나왔다.
“어휴~ 이 녀석.”
“우와앗! 머리 더듬더듬! 민국 형 손 헠헠!”
머리를 손으로 더듬어주자 서라가 기다렸다는 듯이 애교(?)를 부린다. 서라의 애교는 일반 여자들의 애교와는 많이 상이했다.
마냥 웃음 짓는 두 사람이었지만 진솔하게 말해서 둘 다 머리가 아플 것이었다. 특히나 민국은 그 중에서도 격심한 편이었다.
그에겐 이미 은별이라는 여자 친구가 있었고, 서로 교제를 한 지 한 달도 채 되지가 않았다. 그런 와중에 이런 충격적인 사건이 벌어진 것이다.
민국은 정말 난처한 입장이었다. 하지만 그런 그라도 위기스러운 상황을 조금이나마 온화하게 만들 수 있는 방법이 하나 있었다. 바로 서라를 배제하는 것.
강강과 은별은 그 모텔방에서 서라가 있던 사실을 몰랐다. 때문에 서라만 잘 설득한다면, 두 여자와 모텔에서 잠자리를 한 것으로 위험 부담을 조금이나마 줄일 수 있었다. 하지만 민국은 절대 그렇게 하지 않았다.
‘만일 정말로 4p를 했다면?’
만약 서라와 실제로 잠자리를 가졌다면? 그저 잠만 자고 마는 일반적인 잠자리가 아닌, 진짜 여자와의 성교를 진행하였다면? 그 루트를 결코 배제할 수는 없었기 때문에 민국은 서라에게 없었던 일로 하자고 말을 할 수가 없었다. 이래봬도 책임감 있는 남자, 서민국이었다.
“하지만 형, 정말 괜찮겠음? 은별이 누나가 김치워리어로 변모해서 김치 싸대기 때릴지도 모름.”
“아, 그 에볼라 막아주는 김치 싸대기?”
“이응이응!”
두 사람의 황당한 대화는 몇 분간 진행되었고, 슬슬 돌아갈 시간이 되었다. 민국의 제안을 받아들인 서라는 웃음 지으면서 손을 흔들었다. 유유히 왔던 길로 돌아가는 민국의 모습을 보며 서라는 한참동안 가만히 서 있었다.
“…으아아.”
하지만 민국이 자취를 감추자 서라는 다리에 힘이 풀려버린 듯 풀썩 주저앉고 말았다. 양손으로 얼굴을 가리는 서라는 마음먹었던 것과는 전혀 다른 행동을 한 자신의 모습에 부끄러움을 느꼈다.
“난다요 고레….”
* *
4P사건이 있기 전 날이었다.
“마셔! 오함마로 찍어버리기 전에!”
“으아아! 마셔요! 마신다고요! 재촉하지 마세요!”
“어쭈! 잔이 비었잖아!”
“…마셨으니까 비지요 이 사람아!”
“어쭈, 감히 나한테 대들어? 내가 우습게 보인다 이거지?”
“…….”
민철과 철남은 개인 사정으로 먼저 집에 돌아갔다. 술집엔 민국, 은별, 서라, 유이, 이렇게 네 사람만이 남아 있었다. 민국은 술에 취한 세 여인의 고약한 술버릇으로 엄청난 시련을 맞보고 있었다.
‘진짜 미치고 환장하겠네!’
“더 마셔!”
“예썰! 마네카썰!”
노기를 띠고 노려보는 유이 덕분에 쉴 틈 없이 맥주를 머금었다.
‘으윽….’
아무리 주량이 센 민국도 슬슬 취할 수밖에 없었다. 안주도 없이 술만 마구 퍼마시는데 안 취하는 게 비정상이었다. 본래 술이란 건 분위기를 타며 즐겁게 마셔야 하는데! 강요에 의해 억지로 마시는 건 정말 아니다!
“더 마시라고!”
셀 수 없을 만큼 마셨을 때였다. 민국은 슬슬 속이 울렁거리자 더 이상 못 먹겠다고 포기 선언을 하였다. 양손을 x자로 만들고 고개를 젓는다.
“못 마시겠…!”
“어쭈어쭈!”
잔뜩 달아오른 얼굴로 욕지거리를 내뱉는 유이였다. 민국은 이곳이 현실인지 환상 세계인지 점차 분간이 안 됐다.
의식도 흐릿해져가 잠에 취하려는데, 그래도 어떻게든 정리를 해야겠단 생각에 자리에서 일어섰다. ‘어쭈!’거리며 틈도 주지 않고 술을 권하던 유이는 금세 책상에 엎드려 졸고 있었다.
‘하자…. 하자고….’라며 제안하던 은별도 유이와 마찬가지로 잠에 든 모양새였다.
“오빠….”
그리고 은별의 반대편에 있던 서라. 그녀는 잠에 든 두 여인과는 다르게 눈물을 머금고 계속해서 흐느꼈다. 계산을 위해 일어났던 민국은 결국 중심을 못 잡고 다시 자리에 앉았다. 서라는 그의 옷깃을 붙잡고 다시금 하소연했다.
“내가… 내가 얼마나 오빠를 ……하는데….”
“으음, 그래 그래.”
“정말 ……하는데… 너무해….”
옷깃을 붙잡고 흐느끼는 여인의 얼굴도 제대로 판단하지 못한 채, 민국은 이렇게 중얼거렸다.
“그래 은별아. 음냐… 나도 ……한다….”
“…흐윽.”
어디까지나 취중진담이었지만, 술에 취한 그녀로선 상당히 상처가 됐을 대답이었다. 깜빡 졸았던 민국은 다시 한 번 의지를 발휘하여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계산을 마친 뒤, 일어날 기색도 없는 세 여인을 이끌고 치킨전문식당을 급히 빠져나왔다.
그리고 다시 현 시각으로 돌아와서….
* *
다음 날, 모처럼 찾아온 주말이었다. 민국은 은별과 유이에게 따로 연락을 시도했다. 어제 있던 일에 대해 문제를 의논하기 위함이었다. 당연지사 두 여인은 곧잘 전화를 받아 보였다. 그리고 민국이 정해둔 장소에 한정된 시간까지 오기로 약속을 잡았다.
‘좋았으.’
만반의 준비를 갖췄다. 멋진 슈트 차림새로 집을 나왔다. 그리고 약속 장소로 향해 대화를 나누기에 적절한 분위기의 커피숍을 찾았다. 테이블 한 석을 잡은 민국은 다시 한 번 두 여인에게 연락을 취한 다음에, 자신이 있는 근처의 커피숍으로 와달라 부탁했다. …또각또각.
‘왔군.’
머지않아 두 여인이 일제히 커피숍으로 들어왔다. 함께 약속을 하고 온 것 같진 않았다. 우연히 시간이 일치한 것 같았다.
“와! 역시 은별 아가씨는 오늘도 눈이 부십니다! 태양보다 활활 뜨겁군요!”
“부자연스런 칭찬은 하지 말지?”
쌀쌀맞게 대하는 은별이었다. 어제 일로 어지간히 화가 난 모양이다. 민국은 씩 미소 지으며 은별의 복장을 차레대로 훑었다. 케주얼한 핑크색 꽃무늬남방에 타이트한 느낌의 푸른색 청바지를 입고 있었다. 시상식 때처럼 화려하진 않았지만 많이 신경 쓴 모양이다.
“와….”
“저기 얘 예쁘다….”
다른 테이블 석의 남자 일행들이 은별을 훑으며 소곤거렸다. 민국은 왠지 모르게 자신감이 생겨 당당히 가슴을 폈다. 한 미모 하는 여자 친구를 둔 것은 남자로서 뿌듯한 일이었다.
“유이 씨도 오늘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한 가슴하시는 군요?”
“…….”
다음으로 유이를 훑었다. 그녀는 블랙 후드티에 흰 소매티를 있었고, 종아리 라인이 드러나는 청바지를 입고 있었다. 하지만 복장에 대해선 칭찬도 않고 오로지 가슴에 대해서만 언급을 하니, 유이는 무어라 대꾸할 생각을 못했다.
솔직히 얼굴도 예쁘고 입은 옷도 예쁜 편에 속했지만, 가슴이 워낙 부각되다 보니 말이다.
“우와.”
“대박….”
벌써 몇몇 남자들이 유이의 가슴을 보고 의논 중에 있었다. 이따금씩 음흉하게 웃음 짓는 남자들을 보노라면, 유이는 마냥 좋은 감정을 가질 수가 없었다. 이윽고 민국의 저질스런 멘트에 민감하게 반응하며 은별이 찌릿 쏘아보았다. 민국은 피식 웃으며 비어 있는 옆자리를 가리켰다.
“은별아, 이쪽으로 와서 앉아.”
“흥.”
깔끔하게 무시해주고 민국의 맞은편 자리에 앉는다. 유이 또한 은별이의 옆자리에 착석하는모습이었다. 아무래도 두 여인 모두 민국에게 상당히 불만이 쌓인 모양이었다.
‘지금도 이 정도면 이따간 장난 아니겠는데?’
후에 있을 일을 떠올리니 절로 혀가 둘러졌다. 하지만 민국은 인제 와서 계획을 포기할 생각은 없었다. 자고로 남자란 남들이 손가락질해도 맞부딪히는 근성과 끈기가 필요했다.
“일단 커피부터 시킬까?”
“됐어. 커피 마시러 온 거 아니잖아.”
은별이 지적했다. 민국이 당돌하게 고개를 저었다.
“아니 되지 그럼! 노래방에 가면 춤을 춰야하듯이, 클럽에 가면 노래를 불러야 하듯이, 커피숍에 가면 커피를 시켜야 예의지!”
“…참 멋진 예의시네요. 알았어, 그럼 뭐 시킬 건데?”
퉁명스런 은별과 유이에게 맛나는 커피를 시켜주는 민국이었다.
“역시 두 사람 다 예의 바르고 아리따운 여인들입니다. 이런 여인들과 같은 자리에 있으니 심장이 벌렁벌렁 뛰는군요?”
“싸구려 멘트는 필요 없거든? 빨리 본론이나 말해.”
은별의 날카로운 지적이 있었고, 유이도 말은 안했지만 그러길 바라는 눈치였다. 민국도 더 이상 질질 끌어봤자 좋을 게 없다는 듯
‘후우.’하고 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당면의 두 여인을 번갈아 응시하며 말했다.
“어제 일로 참 많은 생각을 했어.”
“…….”
“그리고 오늘 아침, 결정을 내렸다.”
“뭔….”
은별이 뭐냐고 물으려 했다. 그 순간 민국이 손을 들어 제지했다.
“잠깐! 일단 내가 생각한 결정을 듣기 위해선 한 사람을 소개시켜줘야 돼.”
“…….”
“아마 많이 놀랄 거고, 배신감이 들지도 모르겠어. 그래도 그 애 입장에선 정말 많은 고심을 하고 선택한 거니까,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줬으면 해.”
그 말을 끝으로 손뼉을 쳤다. 짝짝! 두 여인으로선 도무지 민국이 무슨 말을 하는지 알 수가 없었다. 이윽고 커피숍 내부가 ‘오오!’하고 소란스러워졌다. 남녀 불문하고 사람들의 변화에 의문을 표하기 시작하는 은별과 유이. 머지않아 그들이 향한 시선으로 고개를 돌린 은별이 눈을 크게 떴다.
“…….”
또각 또각. 척 봐도 어려 보이는 동안 피부에 굉장히 수려한 이목구비를 가진 여성이었다. 몸매도 나올 곳은 나와 있고 빠질 곳은 빠져 있는, 그야말로 천상미인. 하지만 은별이 놀란 것은 단연 그 때문이 아니었다.
“쟤는….”
“앉아.”
민국이 말했다. 자연스레 은별의 시선이 민국에게로 조준됐다. 어느 틈에 민국의 테이블에 도착한 그녀는 비어 있는 그의 옆자리에 착석했다.
“…….”
“…….”
은별과 유이가 차마 믿지 못할 눈빛으로 주시하는 가운데, 민국이 짐짓 웃으며 옆자리의 그녀를 소개했다.
“소개할게. 강서라야.”
“…….”
“시상식 때는 남자 차림을 하고 있었지만, 실은 여자애야. 목소리만 조금 남자 같을 뿐이지.”
천상미인의 등장에 커피숍 사람들은 남녀 불문하고 난리도 아니었다. 하나같이 민국의 테이블에 관심을 쏟는 모습이었다. 은별은 그 관심이 마냥 좋게 느껴지지 않았다. 머지않아 그녀가 가늘어진 눈빛으로 맞은편의 서라를 쏘아봤다.
“역시….”
“…….”
어느 정도 대충 예상하고 있었다는 눈빛. 민국의 집에서 만났던 기억과 화장실에서 만났던 기억을 통해 추리했던 것들이 결코 틀린 게 아니었음을 이제 와서 확신했다.
“그리고 인터넷에선 비제이 콩딱지로 활동 중이지.”
“…….”
은별은 예상하고 있었기에 그다지 놀라지 않는 기색이었다. 하지만 아무것도 모르는 유이로선 정말이지 큰 충격을 먹은 듯 벙찐 표정이었다. 은별은 몹시 불쾌함을 느꼈다.
외모 때문이 아니었다. 이래봬도 은별 역시 서라에 비해 조금 부족할 뿐이지, 외모로 많은 남자들에게 각광받고 있는 신세였다.
그녀가 불쾌한 이유는 단 한 가지였다.
‘어째서 그녀가 지금 이 자리에 함께 있냐는 것.’
그 의문에 민국이 답했다.
“사실 어제 서라도 모텔에 있었어.”
“…….”
“다만 서라는 남자로 알고 있는 사람들이 많았고, 그래서 먼저 돌려보냈던 거야. 사실 모텔에 있었던 건 우리 세 명이 아니라 애까지 포함해서 네 명이었던 거지.”
범상치 않은 분위기에 은별의 눈매가 날카로워졌다. 허나 초점은 강하게 흔들렸다. 질근질근 입술을 깨물던 은별이 천천히 물었다.
“그래서… 하고 싶은 말이 뭔데?”
“흠흠!”
단도직입적인 질문이었지만, 오히려 바라고 있었다. 짐짓 헛기침하던 민국이 당면의 두 사람을 주시하며 중얼거렸다.
“내가 하고 싶은 말은 단 하나야.”
“…….”
“세 여자 모두.”
나쁜 짓을 하면 나쁜 놈이다. 미친 짓을 하면 미친놈이다. 민국은 차라리 나쁜 놈보단 미친놈이 되길 택한 것이다.
“내 아기를 임신해라. 내가 잘해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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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부터 새로운 에피소드로 찾아뵙겠습니다.